눈여겨볼 연구
영국의 경기 침체기와 자살 사이의 관련성 연구
노동건강연대 정책국
연구제목: Suicides associated with the 2008-10 economic recession in England: time trend analysis
저자: Ben Barr, David Taylor-Robinson, Alex Scott-Samuel, Martin McKee, David Stuckler
발표저널: BMJ 2012;345:e5142
최근 영국정부의 긴축정책으로 특히 공공부분의 일자리가 크게 줄면서, 실업률이 증가하였다. 저자들은 이러한 경제 환경이 영국인들의 건강, 그 중에서도 특히 자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궁금증에서 본 연구를 수행하였다. 특히 영국에서의 자살률은 긴축정책이 시작된 2008년도에 상승하기 시작하였으며, 남자는 7%, 여자는 8%가 증가하였다.
2010년도에는 자살률이 감소하기 시작하였으나, 여전히 자살률이 증가하기 전인 2007년에 비하여는 높은 상태이다.
물론 현재 일어나는 자살률의 증가가 경제위기로 인한 긴축정책 때문에 일어났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자살률의 증가를 경제위기 때문이라고 하는 해석은 너무 성급하고 과도한 해석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여러 개별 연구들은 실업이 자살의 위험도를 증가시킨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자살률의 증가가 경제 하강기에 나타나기는 하지만 그 관련성의 강도는 나라마다 다른데, 실업자에 대한 고용 프로그램이 있거나 사회적 지원이 발달된 경우는 자살 위험도가 경감된다고 하였다. 물론 경제위기와 전혀 관계없는 다른 요인이 자살률의 증가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이 주제와 관련된 과거의 연구들은 주로 한 개 또는 몇 개의 국가의 자료를 모아 이루어져서 자료의 숫자가 부족한 한계가 있어, 관련 요인을 분석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저자들은 한 국가 내에서도 지역적인 실업률의 차이와 자살과의 관련성을 기간에 따라 본다면 보다 의미있는 분석이 가능하다는 의도로 본 연구에서는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영국의 지역별로 실업률과 자살률의 차이를 분석하여 실업이 자살에 미치는 영향을 보았다.
연구는 어떻게 수행되었나
영국의 93개 지역별로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사망자 중 검시관이 자살 또는 원인불명의 손상으로 결론을 내린 경우를 연구 대상으로 하였다. 원인불명의 손상까지 포함한 이유는 검시관에 따라 자살로 결론을 내리는 기준이 통일되지 않고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어 가능한 모든 자살사례를 연구에 포함하기 위함이었다고 하였다.
각 지역별 실업률은 영국 통계청이 제공하는 지역별 실업급여 청구자 자료를 이용하여 구하였다. 이러한 방식이 모든 실업자를 다 포괄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지만, 연구대상의 모든 지역별로 집계가 되는 가장 정확한 자료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본 연구의 분석은 두 가지 방법으로 수행되었는데, 첫째로 연구기간 (2000~2010년) 중 경제침체기인 2008~2010년에 자살률의 유의한 변화가 있었는지를 봤고, 둘째 연구 전 기간 동안 지역별, 성별로 자살률과 실업률 사이의 유의한 관계가 있는지를 보았다.
연구 결과는 어떠한가
2008년 경제 위기 직전, 2000년부터 2007년에는 매년 영국의 자살률은 점점 감소하는 추세였다. 그러나 경제 위기 이후에는 자살자가 다시 증가하여 2008년부터 2010년에는 남자는 846명의 자살자가 증가하였고, 여자는 155명의 자살자가 증가한 것으로 추정하였다.
연구 전 기간 동안 실업률과 자살률 사이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에서는 연간 실업률이 10% 상승한다면 남자의 자살률은 1.4%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여자의 자살률은 유의한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러한 분석을 경제 침체기인 2008년부터 2010년으로 한정하였을 때는 이 기간 동안 2007년에 비하여 실업률이 25.6%가 증가하였으며, 이 기간 동안 남자의 자살률은 3.6%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는 숫자로 따지면, 남자 자살자 329명에 해당된다. 따라서 같은 기간 동안 남성 중에 증가한 자살자 846명 중 5분의 2에 해당하는 329명이 실업률 증가로 인해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였다.
또한 연구진들은 이러한 연구결과가 얼마나 타당한가에 대해 분석하기 위하여 기간을 나누어 분석을 하고, 자살률이 너무 높았던 해는 제외하고 분석하기도 하였으며, 기간을 더 연장하여 1993년부터 분석을 수행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검증하였으나, 실업률과 특히 남성의 자살률 사이의 관련성에는 변함이 없다고 하였다.
연구의 한계점은 무엇인가
본 연구는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수행한 관찰연구이기 때문에 실업자와 비실업자 사이에 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적인 요인 (예를 들어 낮은 교육수준 또는 정신 건강상의 문제 등) 의 분포가 차이가 있는지를 보지는 못하였다.
둘째, 해당 지역 실업자의 수는 실업급여를 신청한 사람으로 한정하였으나, 이는 전체 실업자를 포괄하지는 못한다고 하였다. 실업급여를 신청하려면 일을 할 수 있으면서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는 등 몇 가지 기준을 충족하여야 하지만 모든 실업자가 이 기준을 충족할 수는 없다. 영국에서도 전국 취업자 통계가 나오긴 하지만, 본 연구에 이용할 만큼 자세한 지역별 통계는 없다고 하였다.
셋째, 자살은 실업으로 인한 전체 건강영향의 일부분에 국한된다는 점과, 넷째 지역별로 자살에 대한 검시관들의 정의가 다를 수 있다는 한계점 등을 지적하였다.
정책 제안은 무엇인가
저자들은 경기침체기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 대해 필요한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먼저 경기침체기는 자살의 위험도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재취업을 적극적으로 유도하여야 하지만 2017년까지 경기침체기가 지속될 전망이어서 정책 수행의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하였다.
두 번째로, 경기침체기에 정부 예산의 감축은 공공부분의 일자리를 줄이고, 사회보장 서비스를 감소시켜, 자칫 경기침체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정부 예산의 감축은 상대적으로 빈민가에 더 큰 영향을 주어 자살률의 증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저자들은 논하고 있다.
해외판례자료
‘과로자살’과 회사책임에 대한 일본 법원의 판결
정해명 / 노동건강연대 정책위원, 공인노무사
최근 경기 침체와 성장 둔화가 심화되면서, 기업들은 고용을 늘리는 대신 기존 노동자들에게 고강도 노동,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 특히, IT기술 발전에 힘입은 스마트워크의 확산으로 인하여, 기업은 언제, 어디서든, 아무런 제약 없이 노동자들에게 고강도 노동을 강요할 수 있다. 고강도 노동은 노동자에게 육체적 문제(과로)뿐 아니라 정신적 문제(스트레스)를 필연적으로 야기하고, 과로 자체는 또 다른 정신적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노동자들의 정신 건강의 문제는 자살과 같은 심각한 결과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주제이다.
일본의 법률잡지사인 쥬리스트(JURIST)는 그 동안 각 법률 분야의 판례 100선(判例百選) 시리즈를 출간해왔다. 우리나라 산재보험제도가 일본의 산재보험제도를 모태로 시작된 만큼, 일본의 산재 판례 경향을 살펴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일 것 같다. 아래 판례 발췌 내용은 쥬리스트가 2002년 11월에 발간한 노동판례백선(勞動判例百選) (제7판)에 실린 판례 해설중 일부이다.1)
이 사건은 ‘장시간 심야근로’가 일상적인 일본의 회사에서 벌어졌다. 사망 노동자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가, 과도한 심신의 피로상태로 인한 우울증이 발병하였고, 끝내 자살에 이르렀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우울증과 자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였는데, 이는 과로자살에 대하여 회사(사용자)의 책임을 인정한 중요한 판결이다. 이 판결은 장시간 노동과 야간 노동이 일상화된 한국의 사용자와 노동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고재판소는 사용자는「업무의 수행에 수반되는 피로나 심리적 부하 등이 과도하게 축적되어 노동자 심신의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하였고, 업무상 지휘감독권한을 수행하는 상사도 이 같은 주의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았다. 이에, 최고재판소는 사용자인 회사는 노동자에 대한 안전배려의무불이행의 과실이 있어 유족에 대하여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결하였다.
1. 사건명
電通(덴쯔)사건
最高裁(최고재판소) 平成(평성) 12년(2000년) 3월 24일 제2소법정판결
(平成 10년(オ)제217호 손해배상청구사건)
2. 사실의 개요5)
Y사에서는 잔업에 관하여 자기신고제를 채택하고 있었지만, 장시간의 심야근무가 일상적이었고 심야잔업을 신고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였으며, Y사는 이 상태를 인식하고 있었다. 또한 Y사에는 다음날 출근유예제도 등도 있지만, 주지를 철저히 하지 않아서 그다지 이용되고 있지 않았다.
A는 1990년 4월에 입사하여, 같은 해 6월부터 sales(판매)ㆍevent(행사) 등의 기획입안 등 다양하고 바쁜 업무와 잡무를 정력적으로 해내고 있었다. A의 건강상태는, 과중한 업무에 의한 철야와 다음날 아침에 이르는 만성적인 장시간 노동 하에서 차츰 악화되고 있었다. 한편 A의 근무에 대한 상사의 평가는 호의적이고 양호하였지만, 동시에 상사는 A의 근무태도나 이상행동을 알고서 충분히 수면을 취하도록 지도하였지만, 인원을 보충하는 등의 조치를 강구하지는 않았다. X 등이 A의 과로를 걱정하고 있던 중 1991년 8월, A는 근무 중에 상사도 알아차릴 정도로 이상한 언동을 보였지만, 무사히 업무를 마치고 귀가했는데 다음 날 아침 자택에서 자살했다.
3. 판결 취지6)
「노동일에 장시간에 걸쳐 업무에 종사하는 상황이 계속되는 등으로 피로와 심리적 부하 등이 과도하게 축적되면, 노동자 심신의 건강을 해칠 위험이 있는 것은 주지하는 바이다.」노동기준법의 노동시간규제나 노동안전위생법의 건강배려ㆍ적절관리규정(65조의 3)은 해당 위험발생의 방지도 목적으로 한다.「사용자는 그가 고용하는 노동자에게 종사하게 할 업무를 정해 이것을 관리할 때, 업무의 수행에 수반되는 피로나 심리적 부하 등이 과도하게 축적되어 노동자 심신의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할 의무」를 부담하고,업무상 지휘감독권한을 수행하는 상사도 당해 주의의무의 내용에 따라서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A의 업무수행과 우울증 이환에 의한 자살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고, 해당 주의의무를 게을리 하였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2. 사실의 개요
본건은 전 회사원 소외 A의 과로자살에 대해서, A의 부모인 X등(원고, 피항소인ㆍ부대항소인, 피상고인ㆍ상고인)이 Y회사(피고, 항소인ㆍ부대피항소인, 상고인ㆍ피상고인)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물었던 사안이다.
제1심(東京地判 平成 8. 3. 28)은 A의「常規를 벗어난 장시간 노동」에 의한 과도한 심신의 피로상태와 우울증 및 우울증과 자살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긍정하고, Y의 이행보조자인 상사가 A의 상태를 인식하면서도 구체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점에 안전배려의무불이행의 과실이 있다고 해서 Y의 사용자책임(민법 715조)을 인정하여, 약 1억 2600만엔의 지급을 명했다.
제2심(東京高判 平成 9. 9. 26)은 Y의 배상책임에 관해 제1심 판결을 지지했지만, 손해액의 산정에서는 A의 우울증 친화적 성격, 합리적 행동(병원에 가는 등)을 취하지 않은 점, A의 상태에 대한 구체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X 등의 잘못 등을 고려하여 A측의 과실을 인정하고, 과실상계(민법 722조 2항)를 유추 적용하여 그 3할을 감액했다.
3. 판결 취지
X의 패소부분을 파기환송.
(ⅰ) Y의 책임 「노동일에 장시간에 걸쳐 업무에 종사하는 상황이 계속되는 등으로 피로와 심리적 부하 등이 과도하게 축적되면, 노동자 심신의 건강을 해칠 위험이 있는 것은 주지하는 바이다.」노동기준법의 노동시간규제나 노동안전위생법의 건강배려ㆍ적절관리규정(65조의 3)은 해당 위험발생의 방지도 목적으로 한다.「사용자는 그가 고용하는 노동자에게 종사하게 할 업무를 정해 이것을 관리할 때, 업무의 수행에 수반되는 피로나 심리적 부하 등이 과도하게 축적되어 노동자 심신의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할 의무」를 부담하고, 업무상 지휘감독권한을 수행하는 상사도 당해 주의의무의 내용에 따라서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A의 업무수행과 우울증 이환에 의한 자살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고, 해당 주의의무를 게을리 하였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ⅱ) 과실상계의 범위 과중한 업무 부담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에서도 손해의 공평한 분담의 이념에 비추어 과실상계를 유추 적용하여, 손해의 발생ㆍ확대에 기여한 피해자의 성격 등 心因的 요인을 참작할 수 있다(最一小判 昭和 63. 4. 21). 그러나 노동자의 성격은 다양하기 때문에「(어떤)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 개성의 다양함으로 통상 상정되는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 아닌 한, 그 성격 및 이것을 기초로 한 업무수행 양태 등이 업무의 과중 부담에 기인하여 당해 노동자에게 생긴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기여하였다고 해도」그 사태는 사용자로서 예상해야 하는 것이다. 나아가 사용자나 업무상의 지휘감독권한을 갖는 상사는 노동자의 적성을 판단하여 배치나 업무 내용의 결정을 하는 것이며, 그 때에 노동자의 성격도 고려할 수 있다. 따라서 노동자의 성격 등이 전술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경우, 법원은 당해 노동자의 성격 등을 심인적 요인으로 참작할 수 없다.
본건의 경우 A의 성격은 사회인 일반에게 종종 보이는 바이며, 상사는 업무와 관계에서 A의 성격을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있었으므로 전술한 범위를 벗어났다고 할 수 없으며, 따라서 A의 성격 등을 참작할 수 없다. A는「독립된 사회인으로서 스스로의 의사와 판단을 기초로 Y의 업무에 종사하고 있었던」것이며, X 등에게 과실 책임을 묻을 수 없다.
(파기환송심에서 화해성립, 1억 6800엔의 지급).
4. 해설
(1) 서문
과로자살은 bubble(거품) 붕괴 후 장기불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급격히 증가하여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과로자살은 최저인원으로 회사에 대한 성과(공헌)를 개인의 능력과 별개로 의욕ㆍ노력ㆍ자기관리로서 요구하고, 마이너스 부분도 포함하여 개인에게 귀착시키는 노무관리ㆍ노동환경 하에서 노동하는 것에 대한 인간 정신의 고독한 저항이다.
과로자살은 과중한 업무가 심신에 과중한 부담을 준 결과로 나타나는 산업재해이지만, 사망원인인 자살이 심인적(心因的) 측면을 강하게 의식하게 하는 점에서 과로사(뇌졸증 등 신체적 질환의 죽음)와 구별된다. 과로자살은 직업병이나 사고를 전형적으로 하는 산재보상에서 멀어서 산재인정을 곤란하게 하며, 대신에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이나 민사상 손해배상소송이 노동자 구제에 길을 열어 왔다.
산재 민사소송에서 사용자책임을 추궁하는 이론 구성은 불법행위와 채무불이행이 있지만, 산업재해나 질병에서 계약상의 안전배려의무가 정해져 있는 점도 있어 채무불이행의 구성이 많다. 본건은 과로자살에 사용자책임을 긍정한 최초의 사례이다.
(2) 사용자의 책임
사고나 질병의 경우, 사용자의 무과실책임을 달리하면 주로 업무에 내재하는 위험의 회피조치를 둘러싸고 사용자의 책임을 물어왔다. 과로자살의 경우는, 과중한 업무를 과하여 정신을 해치는 위험을 만들어 내는 노무지휘 책임을, 따라서 위험이나 자살을 회피하는 조치의 부작위 책임을 묻는다. 노동기준법의 노동시간 규제 등을 들어서 장시간 노동이 노동자의 정신을 해치는 위험을 지적하는 본건 최고재판소 판결도, 이러한 위험을 만들어 내는 책임을 묻는다. 다만 사용자가 어느 정도까지 책임을 다하면 좋을지는 불명확하다.
위법한 장시간 잔업이나 애매한 노동시간 관리의 문제는, 어쩔 수 없이 장시간 노동을 하게 되고 정신을 해칠 정도의 업무「양」을 해내지 않을 수 없는 노동환경에서 노무지휘 책임의 문제이다. 따라서 부과된 업무의 수행에 노동자의 재량이 있는 경우에도 문제가 된다.
부당한 노무지휘에 대하여 노동자는 당해 명령을 거부하고 그 무효를 다툴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해고 그 밖의 불이익에 노출되게 되고, 부당한 노무지휘에 대항할 수 있는 근무청구권ㆍ노무급부거절권은 일반론으로서 긍정되고 있다고는 하기 어렵다. 이 법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위험회피나 손해발생ㆍ확대에 노동자 측의 기여를 논하여 노동자 측의 책임을 논의하는 것은 공정성을 결여한다(후술 4 참조). 나아가 전술한 왜곡된 노무관리ㆍ노동환경의 현실에 유의해야 한다.
본건 최고재판소 판결은 불법행위 구성을 채택하고 있다(같은 취지, 浦和地判 平成 13. 2. 2 三洋電氣서비스사건). 본건 하급심이 계약상의 안전배려의무로 검토하면서 어떠한 이유로 불법행위상의 주의의무로 구성하였는지는 불명확하다. 채무불이행구성과 차이에 관하여 양자의 차이는 없고, 채무불이행구성의 의의가 부족하다는 견해도 있지만, 과중 노동에 대한 손해배상에 한정되지 않는 법적 구제, 노동관계와 다른 분야와의 정합성, 상사ㆍ노무담당자책임(이행보조자)에 관한 이론구성 등 검토해야 할 과제는 남겨져 있다. 더욱이 본건 최고재판소 판결은 사용자책임(민법 715조) 구성을 채택하지만, 민법 709조 구성도 가능하다.
(3) 과중노동과 자살의「인과관계」
자살은 일반적으로 본인의 자유의사에 의한다고 해석되고 있다. 노동자재해보상보험법에서도 자살은 급여를 제한하는, 고의에 의한 사망(12조 2의 2)에 해당하게 된다. 산재 민사소송에서도 자살이 본인의 자유의사에 의하게 되면 사용자는 예견할 수 없고, 자살과 인과관계가 중단된다고 해석된다.
법원은 이 문제를 ①과중한 노동이 노동자에게 정신적 질환을 초래하고, ②그 질환의 증상에 의한 자살이라고 파악하여 이 문제를 극복했다. 의학적 식견에 의존한 이 인과관계는 경험칙으로 정식화되었다. 다만 이 정식은 첫째로는 사실적 인과관계이다. 법적 인과관계(상당인과관계)로서는 사용자의 예견가능성, 회피조치(인원을 보충하는 등)의 유무ㆍ정도나 회피 가능성ㆍ정도 등이 검토된다.
본건 최고재판소 판결은 법적 인과관계로서 파악하고 있다. 東加古川幼稚園사건(最三小決 平成 12. 6. 27)에서는 퇴직 1개월 후의 우울증 상태에서의 자살과 과중노동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또한 전술한 三洋電氣서비스사건에서는 본건 최고재판소 판결에 따라 상당한 주의를 다하면 정신적 질환에 이환된 것을 파악할 수 있고, 이환된 자가 자살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는 사용자의 예견가능성을 인정하여, 자살을 야기하는 정신적 질환에 이환되어 있던 것과 자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였지만, 승진 후의 노동이 과잉이라고 할 수 없고 자살이 본인의 素因에 의한 任意的이라는 요소를 부정할 수 없다고 하여, 자살에 대한 기여도에 관해 본인 고유의 것이 7할이라고 하였다.
사안에서 사실의 취사선택ㆍ평가가 그 성부ㆍ정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해도, 어떠한(가치) 판단이 이루어져서 법적 인과관계가 인정된 것인지는 명확하지는 않다. 특히 노동자 측의 사정이 기여도에서 고려된다고 하면, 사용자 책임의 구조와 관계에서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나아가 이 점은 민사소송법 248조에 의한 배상액의 비율적 인정문제에도 미칠 수 있다.
(4) 과실상계와 심인적(心因的) 문제
법적 인과관계를 인정하여 불법행위책임 성립 후의 손해액 결정함에 있어, 피해자 측의 과실을 묻는 과실상계의 유추적용에 의해서 조정하는 방법이 교통사고나 과로사 등의 사안에서 파악되고 있다. 피해자 구제의 요소가 가해자 책임의 범위나 법적 인과관계 성부 판단에 불명확함을 남긴 채 가해자의 책임을 인정한 결과, 적절한 균형(balance)을 취할 필요를 느껴 그 장을 과실상계에서 구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본건 최고재판소 판결도 교통사고 판례를 선례로서 이러한 경험칙에 따라, 심인적 요인을 참작할 수 있다고 일반론으로 인정한 뒤, 노동자의 적성을 판단해서 배치나 업무 내용의 결정을 실행하는 사용자 측의 지휘감독권한을 바탕으로 과실상계법리를 과로자살에 적용하는 경우의 범위를 한정했다(판시(ⅱ)). 이 한정에 관해서는「항상적인『 과중부하』라는 현실적 사태를 직시한 뛰어난 정책적 경고」등, 다수는 호의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본건 최고재판소 판결의 법리에는 의문이 제시되고 있다. 애초에 심인적 요인을 포함하여 피해자 측의 사정을 인과관계나 과실상계에 반영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이다. 민법학에서는 불법행위책임 자체가「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가해자책임이라는 형태로 피해자의 손해를 가해자에게 분담시키는 것이며, 과실상계 자체가 한정적이라고 하여 피해자의 책임을 과실상계에 끌어 들이는 것에 소극적인 견해가 유력하게 주장되고 있다.
2에서 서술한 바이지만, 과로자살은 노동환경을 형성ㆍ관리하고, 그 아래에서 적성을 포함하여 노동자를「적정」히 배치하여 업무를 명하는 관계에서 생긴 사건이며, 교통사고 등과 같이 볼 수 없다. 본건 최고재판소 판결도 노동관계의 이러한 특수성을 인정하여 과로자살에 대해서 노동자의 심인적 요인을 감액요소에 포함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고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최고재판소는 과실상계법리의 통일성 요청을 스스로 무너뜨린 것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게 된다. 나아가 본건 최고재판소 판결을 이렇게 이해한 경우 법적 인과관계의 기여도에 노동자의 심인적 요인을 포함하는 것도 제한된다고 이해되고, 그 설명도 필요하게 된다.
본건 최고재판소 판결 이후에도 최고재판소의 제한에 따라 과실상계를 인정하지 않았던 오타후쿠소스사건(廣島地判 平成 12. 5. 18) 이외에, 앞에서 든 東加古川幼稚園사건에서는 노동자의 성격이나 심인적 요소에 비추어 8할을 감액한 원판결을 최고재판소 자신이 지지하고, 나아가 앞에서 든 三洋電氣서비스사건에서는 본인 등이 주치의에게 자살미수의 보고를 하지 않았던 것이나, 근무계속을 원했던 원고의 언동 등에 대해서 과실상계 유사의 신의칙상 상계해야 한다고 했다(5할). 이러한 판결례에서 보면 과로자살에 관한 과실상계법리는 본건 최고재판소 판결에 의해서 확정되었다는 할 수 없고, 거꾸로 위 설명이 없는 것이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래도 가족의 대응을 사용자의 책임감경대상에서 제외한 본건 최고재판소의 견해는 지지되어야 한다.
1) 아래에 실린 일본 쥬리스트(JURIST)사의 노동판례백선(제7판)의 번역은 노동건강연대 대표를 맡고 계시는 김진국 변호사님께서 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