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판례자료
‘과로자살’과 회사책임에 대한 일본 법원의 판결
정해명 / 노동건강연대 정책위원, 공인노무사
최근 경기 침체와 성장 둔화가 심화되면서, 기업들은 고용을 늘리는 대신 기존 노동자들에게 고강도 노동,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 특히, IT기술 발전에 힘입은 스마트워크의 확산으로 인하여, 기업은 언제, 어디서든, 아무런 제약 없이 노동자들에게 고강도 노동을 강요할 수 있다. 고강도 노동은 노동자에게 육체적 문제(과로)뿐 아니라 정신적 문제(스트레스)를 필연적으로 야기하고, 과로 자체는 또 다른 정신적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노동자들의 정신 건강의 문제는 자살과 같은 심각한 결과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주제이다.
일본의 법률잡지사인 쥬리스트(JURIST)는 그 동안 각 법률 분야의 판례 100선(判例百選) 시리즈를 출간해왔다. 우리나라 산재보험제도가 일본의 산재보험제도를 모태로 시작된 만큼, 일본의 산재 판례 경향을 살펴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일 것 같다. 아래 판례 발췌 내용은 쥬리스트가 2002년 11월에 발간한 노동판례백선(勞動判例百選) (제7판)에 실린 판례 해설중 일부이다.1)
이 사건은 ‘장시간 심야근로’가 일상적인 일본의 회사에서 벌어졌다. 사망 노동자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가, 과도한 심신의 피로상태로 인한 우울증이 발병하였고, 끝내 자살에 이르렀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우울증과 자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였는데, 이는 과로자살에 대하여 회사(사용자)의 책임을 인정한 중요한 판결이다. 이 판결은 장시간 노동과 야간 노동이 일상화된 한국의 사용자와 노동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고재판소는 사용자는「업무의 수행에 수반되는 피로나 심리적 부하 등이 과도하게 축적되어 노동자 심신의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하였고, 업무상 지휘감독권한을 수행하는 상사도 이 같은 주의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았다. 이에, 최고재판소는 사용자인 회사는 노동자에 대한 안전배려의무불이행의 과실이 있어 유족에 대하여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결하였다.
1. 사건명
電通(덴쯔)사건
最高裁(최고재판소) 平成(평성) 12년(2000년) 3월 24일 제2소법정판결
(平成 10년(オ)제217호 손해배상청구사건)
2. 사실의 개요5)
Y사에서는 잔업에 관하여 자기신고제를 채택하고 있었지만, 장시간의 심야근무가 일상적이었고 심야잔업을 신고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였으며, Y사는 이 상태를 인식하고 있었다. 또한 Y사에는 다음날 출근유예제도 등도 있지만, 주지를 철저히 하지 않아서 그다지 이용되고 있지 않았다.
A는 1990년 4월에 입사하여, 같은 해 6월부터 sales(판매)ㆍevent(행사) 등의 기획입안 등 다양하고 바쁜 업무와 잡무를 정력적으로 해내고 있었다. A의 건강상태는, 과중한 업무에 의한 철야와 다음날 아침에 이르는 만성적인 장시간 노동 하에서 차츰 악화되고 있었다. 한편 A의 근무에 대한 상사의 평가는 호의적이고 양호하였지만, 동시에 상사는 A의 근무태도나 이상행동을 알고서 충분히 수면을 취하도록 지도하였지만, 인원을 보충하는 등의 조치를 강구하지는 않았다. X 등이 A의 과로를 걱정하고 있던 중 1991년 8월, A는 근무 중에 상사도 알아차릴 정도로 이상한 언동을 보였지만, 무사히 업무를 마치고 귀가했는데 다음 날 아침 자택에서 자살했다.
3. 판결 취지6)
「노동일에 장시간에 걸쳐 업무에 종사하는 상황이 계속되는 등으로 피로와 심리적 부하 등이 과도하게 축적되면, 노동자 심신의 건강을 해칠 위험이 있는 것은 주지하는 바이다.」노동기준법의 노동시간규제나 노동안전위생법의 건강배려ㆍ적절관리규정(65조의 3)은 해당 위험발생의 방지도 목적으로 한다.「사용자는 그가 고용하는 노동자에게 종사하게 할 업무를 정해 이것을 관리할 때, 업무의 수행에 수반되는 피로나 심리적 부하 등이 과도하게 축적되어 노동자 심신의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할 의무」를 부담하고,업무상 지휘감독권한을 수행하는 상사도 당해 주의의무의 내용에 따라서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A의 업무수행과 우울증 이환에 의한 자살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고, 해당 주의의무를 게을리 하였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2. 사실의 개요
본건은 전 회사원 소외 A의 과로자살에 대해서, A의 부모인 X등(원고, 피항소인ㆍ부대항소인, 피상고인ㆍ상고인)이 Y회사(피고, 항소인ㆍ부대피항소인, 상고인ㆍ피상고인)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물었던 사안이다.
제1심(東京地判 平成 8. 3. 28)은 A의「常規를 벗어난 장시간 노동」에 의한 과도한 심신의 피로상태와 우울증 및 우울증과 자살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긍정하고, Y의 이행보조자인 상사가 A의 상태를 인식하면서도 구체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점에 안전배려의무불이행의 과실이 있다고 해서 Y의 사용자책임(민법 715조)을 인정하여, 약 1억 2600만엔의 지급을 명했다.
제2심(東京高判 平成 9. 9. 26)은 Y의 배상책임에 관해 제1심 판결을 지지했지만, 손해액의 산정에서는 A의 우울증 친화적 성격, 합리적 행동(병원에 가는 등)을 취하지 않은 점, A의 상태에 대한 구체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X 등의 잘못 등을 고려하여 A측의 과실을 인정하고, 과실상계(민법 722조 2항)를 유추 적용하여 그 3할을 감액했다.
3. 판결 취지
X의 패소부분을 파기환송.
(ⅰ) Y의 책임 「노동일에 장시간에 걸쳐 업무에 종사하는 상황이 계속되는 등으로 피로와 심리적 부하 등이 과도하게 축적되면, 노동자 심신의 건강을 해칠 위험이 있는 것은 주지하는 바이다.」노동기준법의 노동시간규제나 노동안전위생법의 건강배려ㆍ적절관리규정(65조의 3)은 해당 위험발생의 방지도 목적으로 한다.「사용자는 그가 고용하는 노동자에게 종사하게 할 업무를 정해 이것을 관리할 때, 업무의 수행에 수반되는 피로나 심리적 부하 등이 과도하게 축적되어 노동자 심신의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할 의무」를 부담하고, 업무상 지휘감독권한을 수행하는 상사도 당해 주의의무의 내용에 따라서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A의 업무수행과 우울증 이환에 의한 자살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고, 해당 주의의무를 게을리 하였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ⅱ) 과실상계의 범위 과중한 업무 부담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에서도 손해의 공평한 분담의 이념에 비추어 과실상계를 유추 적용하여, 손해의 발생ㆍ확대에 기여한 피해자의 성격 등 心因的 요인을 참작할 수 있다(最一小判 昭和 63. 4. 21). 그러나 노동자의 성격은 다양하기 때문에「(어떤)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 개성의 다양함으로 통상 상정되는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 아닌 한, 그 성격 및 이것을 기초로 한 업무수행 양태 등이 업무의 과중 부담에 기인하여 당해 노동자에게 생긴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기여하였다고 해도」그 사태는 사용자로서 예상해야 하는 것이다. 나아가 사용자나 업무상의 지휘감독권한을 갖는 상사는 노동자의 적성을 판단하여 배치나 업무 내용의 결정을 하는 것이며, 그 때에 노동자의 성격도 고려할 수 있다. 따라서 노동자의 성격 등이 전술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경우, 법원은 당해 노동자의 성격 등을 심인적 요인으로 참작할 수 없다.
본건의 경우 A의 성격은 사회인 일반에게 종종 보이는 바이며, 상사는 업무와 관계에서 A의 성격을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있었으므로 전술한 범위를 벗어났다고 할 수 없으며, 따라서 A의 성격 등을 참작할 수 없다. A는「독립된 사회인으로서 스스로의 의사와 판단을 기초로 Y의 업무에 종사하고 있었던」것이며, X 등에게 과실 책임을 묻을 수 없다.
(파기환송심에서 화해성립, 1억 6800엔의 지급).
4. 해설
(1) 서문
과로자살은 bubble(거품) 붕괴 후 장기불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급격히 증가하여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과로자살은 최저인원으로 회사에 대한 성과(공헌)를 개인의 능력과 별개로 의욕ㆍ노력ㆍ자기관리로서 요구하고, 마이너스 부분도 포함하여 개인에게 귀착시키는 노무관리ㆍ노동환경 하에서 노동하는 것에 대한 인간 정신의 고독한 저항이다.
과로자살은 과중한 업무가 심신에 과중한 부담을 준 결과로 나타나는 산업재해이지만, 사망원인인 자살이 심인적(心因的) 측면을 강하게 의식하게 하는 점에서 과로사(뇌졸증 등 신체적 질환의 죽음)와 구별된다. 과로자살은 직업병이나 사고를 전형적으로 하는 산재보상에서 멀어서 산재인정을 곤란하게 하며, 대신에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이나 민사상 손해배상소송이 노동자 구제에 길을 열어 왔다.
산재 민사소송에서 사용자책임을 추궁하는 이론 구성은 불법행위와 채무불이행이 있지만, 산업재해나 질병에서 계약상의 안전배려의무가 정해져 있는 점도 있어 채무불이행의 구성이 많다. 본건은 과로자살에 사용자책임을 긍정한 최초의 사례이다.
(2) 사용자의 책임
사고나 질병의 경우, 사용자의 무과실책임을 달리하면 주로 업무에 내재하는 위험의 회피조치를 둘러싸고 사용자의 책임을 물어왔다. 과로자살의 경우는, 과중한 업무를 과하여 정신을 해치는 위험을 만들어 내는 노무지휘 책임을, 따라서 위험이나 자살을 회피하는 조치의 부작위 책임을 묻는다. 노동기준법의 노동시간 규제 등을 들어서 장시간 노동이 노동자의 정신을 해치는 위험을 지적하는 본건 최고재판소 판결도, 이러한 위험을 만들어 내는 책임을 묻는다. 다만 사용자가 어느 정도까지 책임을 다하면 좋을지는 불명확하다.
위법한 장시간 잔업이나 애매한 노동시간 관리의 문제는, 어쩔 수 없이 장시간 노동을 하게 되고 정신을 해칠 정도의 업무「양」을 해내지 않을 수 없는 노동환경에서 노무지휘 책임의 문제이다. 따라서 부과된 업무의 수행에 노동자의 재량이 있는 경우에도 문제가 된다.
부당한 노무지휘에 대하여 노동자는 당해 명령을 거부하고 그 무효를 다툴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해고 그 밖의 불이익에 노출되게 되고, 부당한 노무지휘에 대항할 수 있는 근무청구권ㆍ노무급부거절권은 일반론으로서 긍정되고 있다고는 하기 어렵다. 이 법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위험회피나 손해발생ㆍ확대에 노동자 측의 기여를 논하여 노동자 측의 책임을 논의하는 것은 공정성을 결여한다(후술 4 참조). 나아가 전술한 왜곡된 노무관리ㆍ노동환경의 현실에 유의해야 한다.
본건 최고재판소 판결은 불법행위 구성을 채택하고 있다(같은 취지, 浦和地判 平成 13. 2. 2 三洋電氣서비스사건). 본건 하급심이 계약상의 안전배려의무로 검토하면서 어떠한 이유로 불법행위상의 주의의무로 구성하였는지는 불명확하다. 채무불이행구성과 차이에 관하여 양자의 차이는 없고, 채무불이행구성의 의의가 부족하다는 견해도 있지만, 과중 노동에 대한 손해배상에 한정되지 않는 법적 구제, 노동관계와 다른 분야와의 정합성, 상사ㆍ노무담당자책임(이행보조자)에 관한 이론구성 등 검토해야 할 과제는 남겨져 있다. 더욱이 본건 최고재판소 판결은 사용자책임(민법 715조) 구성을 채택하지만, 민법 709조 구성도 가능하다.
(3) 과중노동과 자살의「인과관계」
자살은 일반적으로 본인의 자유의사에 의한다고 해석되고 있다. 노동자재해보상보험법에서도 자살은 급여를 제한하는, 고의에 의한 사망(12조 2의 2)에 해당하게 된다. 산재 민사소송에서도 자살이 본인의 자유의사에 의하게 되면 사용자는 예견할 수 없고, 자살과 인과관계가 중단된다고 해석된다.
법원은 이 문제를 ①과중한 노동이 노동자에게 정신적 질환을 초래하고, ②그 질환의 증상에 의한 자살이라고 파악하여 이 문제를 극복했다. 의학적 식견에 의존한 이 인과관계는 경험칙으로 정식화되었다. 다만 이 정식은 첫째로는 사실적 인과관계이다. 법적 인과관계(상당인과관계)로서는 사용자의 예견가능성, 회피조치(인원을 보충하는 등)의 유무ㆍ정도나 회피 가능성ㆍ정도 등이 검토된다.
본건 최고재판소 판결은 법적 인과관계로서 파악하고 있다. 東加古川幼稚園사건(最三小決 平成 12. 6. 27)에서는 퇴직 1개월 후의 우울증 상태에서의 자살과 과중노동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또한 전술한 三洋電氣서비스사건에서는 본건 최고재판소 판결에 따라 상당한 주의를 다하면 정신적 질환에 이환된 것을 파악할 수 있고, 이환된 자가 자살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는 사용자의 예견가능성을 인정하여, 자살을 야기하는 정신적 질환에 이환되어 있던 것과 자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였지만, 승진 후의 노동이 과잉이라고 할 수 없고 자살이 본인의 素因에 의한 任意的이라는 요소를 부정할 수 없다고 하여, 자살에 대한 기여도에 관해 본인 고유의 것이 7할이라고 하였다.
사안에서 사실의 취사선택ㆍ평가가 그 성부ㆍ정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해도, 어떠한(가치) 판단이 이루어져서 법적 인과관계가 인정된 것인지는 명확하지는 않다. 특히 노동자 측의 사정이 기여도에서 고려된다고 하면, 사용자 책임의 구조와 관계에서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나아가 이 점은 민사소송법 248조에 의한 배상액의 비율적 인정문제에도 미칠 수 있다.
(4) 과실상계와 심인적(心因的) 문제
법적 인과관계를 인정하여 불법행위책임 성립 후의 손해액 결정함에 있어, 피해자 측의 과실을 묻는 과실상계의 유추적용에 의해서 조정하는 방법이 교통사고나 과로사 등의 사안에서 파악되고 있다. 피해자 구제의 요소가 가해자 책임의 범위나 법적 인과관계 성부 판단에 불명확함을 남긴 채 가해자의 책임을 인정한 결과, 적절한 균형(balance)을 취할 필요를 느껴 그 장을 과실상계에서 구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본건 최고재판소 판결도 교통사고 판례를 선례로서 이러한 경험칙에 따라, 심인적 요인을 참작할 수 있다고 일반론으로 인정한 뒤, 노동자의 적성을 판단해서 배치나 업무 내용의 결정을 실행하는 사용자 측의 지휘감독권한을 바탕으로 과실상계법리를 과로자살에 적용하는 경우의 범위를 한정했다(판시(ⅱ)). 이 한정에 관해서는「항상적인『 과중부하』라는 현실적 사태를 직시한 뛰어난 정책적 경고」등, 다수는 호의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본건 최고재판소 판결의 법리에는 의문이 제시되고 있다. 애초에 심인적 요인을 포함하여 피해자 측의 사정을 인과관계나 과실상계에 반영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이다. 민법학에서는 불법행위책임 자체가「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가해자책임이라는 형태로 피해자의 손해를 가해자에게 분담시키는 것이며, 과실상계 자체가 한정적이라고 하여 피해자의 책임을 과실상계에 끌어 들이는 것에 소극적인 견해가 유력하게 주장되고 있다.
2에서 서술한 바이지만, 과로자살은 노동환경을 형성ㆍ관리하고, 그 아래에서 적성을 포함하여 노동자를「적정」히 배치하여 업무를 명하는 관계에서 생긴 사건이며, 교통사고 등과 같이 볼 수 없다. 본건 최고재판소 판결도 노동관계의 이러한 특수성을 인정하여 과로자살에 대해서 노동자의 심인적 요인을 감액요소에 포함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고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최고재판소는 과실상계법리의 통일성 요청을 스스로 무너뜨린 것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게 된다. 나아가 본건 최고재판소 판결을 이렇게 이해한 경우 법적 인과관계의 기여도에 노동자의 심인적 요인을 포함하는 것도 제한된다고 이해되고, 그 설명도 필요하게 된다.
본건 최고재판소 판결 이후에도 최고재판소의 제한에 따라 과실상계를 인정하지 않았던 오타후쿠소스사건(廣島地判 平成 12. 5. 18) 이외에, 앞에서 든 東加古川幼稚園사건에서는 노동자의 성격이나 심인적 요소에 비추어 8할을 감액한 원판결을 최고재판소 자신이 지지하고, 나아가 앞에서 든 三洋電氣서비스사건에서는 본인 등이 주치의에게 자살미수의 보고를 하지 않았던 것이나, 근무계속을 원했던 원고의 언동 등에 대해서 과실상계 유사의 신의칙상 상계해야 한다고 했다(5할). 이러한 판결례에서 보면 과로자살에 관한 과실상계법리는 본건 최고재판소 판결에 의해서 확정되었다는 할 수 없고, 거꾸로 위 설명이 없는 것이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래도 가족의 대응을 사용자의 책임감경대상에서 제외한 본건 최고재판소의 견해는 지지되어야 한다.
1) 아래에 실린 일본 쥬리스트(JURIST)사의 노동판례백선(제7판)의 번역은 노동건강연대 대표를 맡고 계시는 김진국 변호사님께서 해주셨습니다.
<1> 일본 노동법학자에게 듣는다 - 일본의 비정규노동 현실과 한국의 미래 -
일시: 9월 3일 오후 7시-9시 장소: 성수노동자건강센터 교육장 통역: 스즈키 아키라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세 분의 발표자들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고카 가즈미치 교수(가나자와대학 경제학경영학계)는 파견과 청부 형태의 간접고용, 노동시장 유연화와 규제 완화정책을 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와키타 시게루 교수 (류코쿠대학 정치학과)는 일본에서의 노동/사회보장분야 규제완화와 권리의 문제, 그리고 한국의 비정규 고용 문제를 주로 탐구하고 있습니다. 요로이 다카요시 교수 (류코쿠대학 법률학과)는 노동계약론을 주로 연구하며 이미 80년대 후반부터 노동자 파견문제의 중요성을 지적해왔습니다. 세 분 모두 적지 않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늦은 시간까지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대학 교수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파견 노동자 상담 홈페이지까지 만들어 지원활동을 할 수밖에 없는 게, 대기업 노동조합이나 법조인들이 아무도 이 문제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며 안타까워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일본에서는 자신들의 말에 귀기울여주는 이들이 드문데, 한국에서는 참가자들 중에 젊은 세대가 많다며 몹시 부러워하였습니다.
- 고카 가즈미치 (가나자와대학 경제학경영학계 교수)
우선 제조라인에서의 파견노동 허용에 대해서 살펴보자. 1995년 일본경제단체연합회(일경련)이 신시대 일본적 경영 지침을 냈다. 그 문서는 정규직을 줄이고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등 비정규직을 확산시키자는 내용이었다. 그 후 하시모토 수상은 규제완화를 주장했는데, 1996년 부가세를 3%에서 5%로 인상시키면서 오히려 소비는 줄어들고 경제는 더 나빠졌다. 다음 오부치 수상은 규제완화를 추진하지 못했고, 2001년 고이즈미 정권이 본격적인 규제완화를 추진했다. 일본 경제는 2000년대에 낮은 수준이기는 했지만 호황을 유지했다. 우리는 흔히 경제가 좋아지면 생활도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일본사례를 보면 호황기에 워킹푸어와 비정규직이 늘어났다. 당시 NHK 방송국에서 3차례의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그 시기에 일본에서는 거주지가 없는 파견노동자가 늘어나면서 PC방에서 숙식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등 사회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2003년에 제조라인에 파견을 늘리는 법 허용이 있었다. 2007년 5월 일본경제신문을 보면 일본 대기업들은 4년 연속 이익을 냈다. 하지만 노동자 수입은 늘어나지 않았다. 고용형태가 비정규고용으로 바뀌고, 낮은 조건에서 멈춘 것이었다. 이를테면 대규모 할인점의 시장진입을 막는 규제가 철폐되었고, 택시 업체 규제완화로 택시는 늘어났지만 택시노동자 임금은 줄어들었다. 공공부문에서 시장화, 민영화가 진행되면서 공무원의 비정규직화도 심해졌다. 지방자치단체가 파견업체를 만들어 임시직원을 고용하는 형태가 생겨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법을 통해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노동법을 완화시킴으로써 오히려 보호를 해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고용형태의 구체적인 변화를 살펴볼 차례다. 1997년부터 5년간 정규직 400만 명이 줄고 비정규직이 300만 명 늘어났다. 2007년 호황기에도 정규직은 줄고 비정규직은 늘었다. 호황기에 정규직을 줄이는 것은 과거에 없던 일이다. 2007년에는 비정규 고용비율이 37%가 되었다. 파견노동자는 1997년 25만 명에서 10년 사이에 6배가 늘었다. 1997년 당시 파견노동자는 대다수가 여성이었지만, 2002년에서 2007년 사이에 제조업 파견이 허용되면서 남성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
한국에서도 사내하청에 대한 통계, 도급노동에 대한 통계는 찾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내하청 노동자는 어딘가에 숨어 있다. 이번에 방문해서 현대차 전주공장에 내려가 사내하청노동자를 인터뷰했다. 사내하청업체에 고용되어 있지만 그는 정규직이으로 헤아려진다. 어디까지나 추산이지만, 현재 일본에는 파견, 도급 노동자를 합치면 280만 명이 넘을 것으로 본다. 이 상황에서 경제 위기가 닥치면서 2008년 이후 파견노동자들에 대한 해고가 시작된 것이다. 파견, 도급노동자가 줄었고, 간접고용노동자가 전체적으로 줄었다.
파견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열악하다. 일본 파견법이 정한 26개 업종의 임금을 보면, 하루 8시간 근로 시 11,254엔 (약 15만원)을 받는 것으로 되어 있다. 원청회사가 내는 비용의 68.8%이다. 즉, 나머지 32%를 파견업체가 가져가는 것이다. 이 26개 업무는 사용기한이 정해져있지 않으며, 그 외 업종에서의 파견 사용기한은 3년이다. 파견노동자의 임금은 시간 당 1,281엔(약 1만 7천원)이다. 파견노동자들의 산재 현황을 보면, 파견업체와 원청회사 신고 건수가 같아야 정상인데 원청회사의 건수가 적다. 원청회사들이 산재를 은폐하는 것으로 보인다.
고용이 불안정하고 임금이 낮을 뿐 아니라 산재위험도 높은 고용형태가 늘어나고 있다. 정사원이지만, 승진도 상여금도 없는 정사원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비정규직이 늘어나면서 정규직도 장시간 노동하게 되었다. 비정규고용이 늘어나는 것은 정규직을 행복하게 만들지 않는다. 노동빈곤층이 157만 명 이상 늘어났다. 연 수입 100만~200만 엔 (약 1,300만~2,600만 원)사이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늘어나면서 저임금노동자가 확대된 것이다. 비정규고용의 3/4은 저임금 노동자들이다. 실업자이면서도 실업수당을 못 받는 비율이 중국 84%, 일본도 77%나 된다. 즉 실업자의 23%만이 실업수당을 받는다는 것이다. 비정규고용의 대다수는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혼인 상태를 조사해보면, 30대 후반 비정규직 남성의 60%가 결혼을 못하고 있고, 40대가 되어도 50%가 결혼하지 못한다. 비정규고용이 심화될수록 저출산이 더 심각해진다. 그대로 가면 일본 국내에서 구매력이 떨어지고, 자본은 해외로 시장을 찾아아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악순환이다. 한국에서 파견법을 확대하고 제조업까지 포함되고 나면 일본같이 변화할 것이다.
- 와키다 시게루 (류코쿠대학 정치학과 교수)
고카 교수가 발표한 것처럼 일본에는 연수입 200만엔 이하 빈곤층이 6천만명이 있다. 노동자 4명 중 1명은 빈곤층이며, 연봉 200만 엔이면 기초생활보장 수준보다 낮다. 일본 정부는 빈곤율이 얼마나 되는지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다가, 작년 정권교체 이후 처음으로 발표했다. 2008년 조사 결과 빈곤율은 15.7%였다. 한부모 가정은 절반 이상이 빈곤층이다. 어머니가 가장으로 일하는 가구의 연수입은 아주 낮다. 비정규고용이 빈곤의 주된 이유다. 여성은 정규직 비율이 절반에 못 미친다. 일본 비정규문제의 중심은 여성이다. 비정규고용의 많은 형태는 파트타임이다. 남성의 경우는 파트타임보다 아르바이트라 부르는 경우가 많다. 남성은 80%정도가 정규직인데 비해 여성은 그 비율이 50% 미만이다. 일본의 비정규문제는 남녀차별적 성격이 강하다.
2006년에 제조업파견을 허용하면서 비로소 남성 비정규직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사실 그 전부터 여성 비정규직화가 진행되었는데 언론은 보도하지 않았다. 남성은 젊을 때부터 정규직으로 일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비정규직이 늘어나자 언론에서 난리가 난 것이다. 내가 1996년부터 홈페이지 통해서 파견노동자들의 고충상담을 시작했다. 연구자가 직접 나서 노동자 상담을 한다는 게 이상하지만, 일본 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 비정규문제를 다루지 않고 노동조합 고문변호사도 그런 문제는 다루지 않는다. 홈페이지 개설하고 나서, 기다렸다는 듯 상담이 많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여성들이 많았지만, 최근에 남성이 많아졌다.
일본은 고도성장기에 전형적인 노사관계가 정착되었다. 70년대에는 고용의 70%가 정규직고용이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미숙련노동자로 고용되어 기업 내에서 직업훈련을 받았다. 근속기간이 늘어나면서 임금도 늘어났고, 수당과 퇴직금은 기업의 책임이었다. 1947년까지 일본 내에서 산별노조를 지향하는 좌파노동운동이 있었지만, 미군정 하에서 기업별 형태로 강제당한 것이다. 일본적 고용 관행은 고용안정과 임금인상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기업 규모에 따라 노동조건이 격차가 크다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이 고용방식은 남성을 중심으로 하고, 여성은 노동시장 퇴출을 전제로 하는 고용형태이다. 이후 비정규 고용의 아주 나쁜 형태가 생겨났다. 일본적 고용관행의 좋은 부분은 사라지고, 나쁜 점인 기업 간 격차, 남녀차별만 유지된 셈이다.
기업별 노조는 정규직 노동조합이라 비정규 고용 문제에 대해서 대응하지 않는다. 이 부분은 서구의 비정규고용과 큰 차이가 있다. 일본은 1970년대 남성은 정규직으로, 여성은 결혼하면서 남성의 피부양자가 되어 남성고용을 파괴하지 않는 한에서 파트타임으로 고용되었다. 노동조합에서도 이러한 관행이 정규직을 위협하지 않으니까 문제 삼지 않았다. 우수한 여성노동자들이 남성보다 싼 임금으로 일하게 되었고, 기업은 이를 활용했다. 하지만 1980년대에 파트타임과 비슷한 수준으로 풀타임 비정규직이 늘어났다. 그 형태가 바로 파견, 하청, 기간제고용이다. 우선 여성과 생산직 남성에서부터 시작했다. 80년대에 시작된 일회적 고용형태를 일본 자본은 90년대에 확산하려 했다. 결국 지금은 반대 목소리가 늘어났다. 일본의 정규직 고용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비정규고용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노동은 불안정한 노동이기 때문에 정규직임금의 3,4배를 받아도 결코 유리하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일본은 고용도 불안정하고 임금도 차별대우를 받는다. 세계 유래가 없는 나쁜 형태다. 한국도 비슷하지만 최소한 법규상으로는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일본에는 그런 법규제 조차 없다. 파트타임 고용은 가구 내 남성 정규직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남편이나 아버지는 정규직, 아내나 자녀들은 아르바이트로 일한다. 피부양자 임금이 130만 엔 (약 170만 원) 이하면 사회보장에서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또한 노동시간이 정규직의 3/4이면 사회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 이 두 가지를 고려하면 아내가 파트타임으로 일했을 때 비과세 한도는 103만 엔 (약 140만 원)인데 이를 환산하면 시급 687엔 (약 9,400원)이 된다. 이는 시급 기준 최저임금과 비슷한 수준이다. 내가 한국말로 이걸 ‘남편 짝벌이’ 현상이라고 부른다. 파트타임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관행은 심각한 문제다. 모자 가정의 어머니가 열심히 일해도 빈곤한 이유가 바로 파트타임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1985년에는 노동자파견법을 통해 위장도급을 합법화했다. 남성노동자 해고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든 게 파견법이다. 당시 수상이던 나카소네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우익으로 일본국철노조를 부당하게 탄압했다. 파견법은 단결파괴법이 되었다. 기업별 노조는 회사가 다르다는 이유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것을 나카소네가 전략적으로 이용했던 것이다. 당시 좌파 계열의 노총이 있었는데 산별노조를 지지하고 파업도 했었지만, (일본 최대의 노동조합인) ‘렌고’는 한국의 현대중공업 노조와 비슷한 성격이라고 보면 된다. 파견법이 생긴 이후 일본 노동조합은 파업을 하지 않았다. 2008년 가을에 대기업 파견노동자 27만 명이 해고가 되었다. 대기업 노동조합들은 옆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해고를 당했는데도 파업을 하지 않았다. 나카소네의 전략이 관철된 것이다.
노동자들은 정규, 비정규, 직영, 파견으로 분할되고 있다. 1999년, 파견법이 원칙적으로 자유화되었다. 이때를 기준으로 현재 파견 노동자가 3배 이상 늘어났다. 일본의 최저임금이 파트타임 기준으로 책정되면서 저임금 노동자가 대폭 늘어났다. 도요타, 파나소닉 같은 경우 정규직 노동자의 연봉은 800만 엔 (약 1억 1천만 원), 파견노동자는 200만 엔 (약 2,700만 원)이다. 이러한 격차나 빈곤은 정치적 변화를 만들었다. 2007년 참의원선거에서 여야가 역전된 것이다. 1999년 파견법에서 한국보다 나은 점 한 가지는 파견업체가 노동자를 바꾸어도 원청회사는 3년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2003년부터 제조업에서 파견이 확대되면서 3년 제한규정 때문에 위장도급이 늘어났다. 언론에서 파견이 위장도급을 늘린다고 보도하면서 단속이 시작되었다. 시정명령이 이어지고 도급 대신 파견을 활용하게 되었다.
2007년 선거를 통해서 여야가 역전되고 파견노동자 보호에 대한 법 개정 요구가 강해졌다. 2009년에는 중의원 총선이 있었는데 야 3당이 모여 개정안을 만들었다. 정권이 교체되면서 민주당 공약으로 파견법이 일부 개정되었지만 아직은 명목상으로만 노동자 보호를 말하는 수준이다. 야 3당 안은 한계도 있지만 좋은 점도 많이 있다. 제조업파견의 원칙적 금지, 불법파견은 직접고용으로 본다는 것 등이다. 재미있는 부분은 불법파견 상태에서 고용주 선택 조항이 있다는 점이다. 원청에서 사용할 것인가 혹은 파견업체에서 사용할 것인가. 일본에서 없었던 균등대우라는 말도 들어갔다. 그러나 정부안의 경우, 원칙은 금지라고 하면서 예외를 많이 두었다. 그 중 하나가 원청회사에서 파견이 상시고용이면 허용된다는 것이다. 균등대우를 확보하는 부분은 ‘균형을 고려한다’로 바뀌었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개정이 아니라 지금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제일 좋으니까 그렇게 선택한 것이다.
일본에서 이러한 상태를 깨려면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특히 단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비정규 노동자에게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 이들을 위한 노동조합은 거의 없다. 직장 내에 있는 조직보다는 지역노조, 일반노조가 적당할 것이다. 한국의 산별노조가 지향하는 방향을 일본에 소개하고 싶다. 일본에서 눈에 띄는 현상은 노동자 내부보다 시민연대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올해 4월 <일본 변호사연합회> 회장이 된 이는 주로 사채 문제를 다루며 반(反) 빈곤운동을 열심히 해 온 사람이다. 작년 11월에는 <비정규 노동자 권리실현 전국연락회의>라는 단체가 생겼다. 이 단체에는 변호사, 연구자, 시민들이 함께 한다. 내가 그 대표를 맡고 있다. 앞으로 한국노동자들의 투쟁을 알려나가면서 노력할 것이다.
비정규직 확대가 결혼 연령을 늦추거나 안 하는 비율을 높인다는 언급에 대해
여성 비정규직은 결혼 후 파트타임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성비정규직과 임금 차이가 없어지면서, 예전에는 여성의 미혼 비율이 높지 않았는데, 남성처럼 결혼하지 않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여성 비정규노동자는 결혼하지 않고 부모와 사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도 한국처럼 특수고용노동자가 있는가?
특수고용이라는 말은 일본에 없다. 노동자 내지 자영업자이다. 노동자가 싸우지 않으면 모두 자영업자로 분류되고, 사회보장제도의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한국은 네 가지 특수고용에서는 산재가입을 할 수 있는데, 일본은 특별가입으로 자기 돈 내고 자영업자 형태로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전에는 보험설계사, 레미콘운전사가 노동조합에 속했지만, 요즘에 와서는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판례가 생기고 있다. 독립자영업자라고 하면서 사용자 지위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자가 소송을 제기하고 싸운다. 노조 만들고 인정하라, 노동자성 있으니까 산재 보상하라고 소송하는 것이다.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다.
비정규직 연봉 200만 엔이면 일본 내에서 어느 수준인지 가늠이 안 된다
일본의 생활보호 제도는 지자체마다 약간 차이가 있는데 교토의 경우 30세 부부와 2살 아기의 최저생계비가 한 달에 22만 엔 (약 300만 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연 200만 엔 (약 2,700만 원)이면 혼자 살기도 어렵다. 부모와 같이 살아야 겨우 살 수 있다. 부모가 사망하면 집에 있을 수가 없어서 노숙자 되는 젊은이도 있다. 결혼하지 못하고 부모가 사망해도 국민연금 받으려고 신고 안하는 젊은이도 있다.
2007년 여야가 역전된 것에 비정규노동자 증가가 영향을 미쳤나?
계기가 되었다. 파견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비정규고용이 늘어나면서 신자유주의 정책에 국민이 더 이상 못 참겠다고 선거로 선택한 것이다. 민주당, 사민당, 국민신당 세 야당에서 파견법 개정이 쟁점이었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기업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처럼 일본에 유사한 판례가 있나?
비슷한 판례가 없다, 2008년 4월 마쓰시다 사건이라고, 현대차하고 비슷한 사건이 있었는데 오사카고등재판소에서 이겼으나 대법원에서 작년 12월 패소했다. 2008년에 금융위기 이후 파견노동자들이 많이 해고당했다. 60건 정도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데 다 개인들이 제기한 해고무효 소송이다. 일본 파견법에서는 한국처럼 2년 이상 사용하면 직접고용이다,라는 조항이 없다. 원청의 지휘를 받았다는 증거가 있으면 정규직이라고 주장하는 한국 대법원 판결을 보고 우리는 용기를 받았다.
일본도 한국처럼 노동조합 운동을 탄압하는가?
노조가 힘이 있을 때, 사업장에 활동가가 있을 때에도 그런 일은 일어난다. 이를테면 공산당 활동가를 사찰, 미행한 사건이 있었다. 기업이 노동자의 퇴근 후와 휴게시간에도 계속 감시했다. 기업의 감시는 불법이다 소송을 해서 노동자가 이겼다. 기업이 감시한 것은 직장에서 인간관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대법원 판결로 확정했다.
노동조합이 모든 노동자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이 있는가?
금속노조 구호 속에 ‘총고용’이라는 말이 들어 있다. 고용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그에 병행하여 임금 쟁취 투쟁이 있어야 한다. 제일 나쁜 조건에 처한 노동자를 대변하면서 전체 임금을 인상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이탈리아 노조를 보면 노동조합이 활동가 단체이지만, 일단 파업에 돌입하면 노조원 수의 5, 6배가 동참하고 그 협약은 전체노동자에 적용된다. 지금은 고용불안정이 확산되어 있기에 일을 하고 있어 실업율은 줄어들었지만 빈곤율은 늘어나는 역설적 상황이다.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그리고 국민연금이라는 한국의 4대 보험에 해당하는 보험제도가 일본에도 있다. 한국의 건강보험과 연금이 전국민 대상의 통합 프로그램인데 비해, 일본은 대기업, 업종조합 등 직장 내지 업종을 기반으로 개별화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에 비해 산재보험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전국 통합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역시 한국과 비슷하게 산재들이 은폐되는 상황에서 요양비를 의료보험이 대체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일본의 산재 은폐 사례들을 일부 살펴보고 소위 일본적 고용형태가 만들어 낸 의료보험, 연금 구조를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2008년 산재보험 급여 자료를 살펴보면, 연간 총 사망자 수 1,268명, 휴업 4일 이상인 사상재해발생 건 수가 119,291건이다. 해마다 사망자 수와 재해발생 건 수 모두 감소하고 있다. 한편 정기건강검진 유소견률은 51.3%로 처음으로 50%를 넘었고, 특수건강검진 유소견률도 6.5%로 과거 5년 동안 6%대에서 상승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에서 산재 은폐가 발각되어 검찰에 송치된 건수는 아래와 같다.
여기에서 말하는 산재 은폐란 ‘고의로 노동자 사상병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것’ 내지 ‘허위 내용을 기재한 노동자 사상병 보고서를 관할 노동기준감독소장에 제출하는 것’으로, 노동안전위생법의 위반에 해당한다. ‘노동자 사상병 보고서’는 사업주가 노동부지청의 해당 노동기준 감독서에 내야 하는 의무 사항으로서, 노동자가 사업장 내, 부속 건설물 내, 부속 기숙사 내에서 부상, 질식 또는 급성 중독에 의해 사망 내지 휴업한 경우 바로 제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행정감독기관 입장에서는 재해 발생의 원인 파악과 재발 방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노동자 사상병보고서 제출을 중요한 것으로 여긴다.
노동성은 노동자 사상병 보고서가 적정하게 제출되도록 사업주 지도를 철저히 하는 것과 동시에 산재 은폐를 파악해 조치를 강구하는 내부 행정지침문서(기발 제687호)를 1991년에 낸 바 있다. 문서에는 산재 은폐 조사에 대해 언급되어 있다.
① 사상병 보고서와 산재신청서류 등 서류들을 통해 재해 발생 상황 등 기재 내용 파악
② 산재 노동자에게 제보가 있는 경우 관계 서류 확인과 내용 파악
③ 감독 지도할 때 출근부, 작업일지 등 기재 내용 점검 파악.
①에서 ③까지 서류 기재가 자연스럽지 않는 부분을 파악하고, ④로서 현장 조사 실시 지시.
그리고 산재 은폐 사실을 발견한 경우에는 사업장에 대한 사법 처분, 경고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한다. 건설사업 무재해 표창 사업장에 대해서는 무재해표창 반납을 지시한다. 산재보험 ‘메리트 제도’ 적용 사업장에는 환부금 회수 등 보험료 징수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노동성에서 후생노동성으로 부서 명칭이 변경된 후인 2001년, 산재 은폐를 없애겠다고 사업자단체와 건설사업자단체에 통지했다. 이 때 통계상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산재 은폐 사례들을 검찰에 송치했다. 2002년 새로 낸 지침에서는 산재 은폐가 범죄라고 하면서 계발에 중점을 둔 내용을 지시했다. ① 포스터와 소책자, ② 지자체 홍보물, ③ 후생노동성 홈페이지, ④ 산재방지 지도원, ⑤ 건설원정단체, ⑥ 의료기관, ⑦사업자단체와 노무사단체, ⑧ 공공공사 발주기관을 통해 산재 은폐 방지를 지도하도록 지시했다. 또 2008년에는 산재인데도 건강보험을 사용한 사람에 대해 산재보험을 적극적으로 알려주고 산재보험에 청구하는 것을 권장하고 사업주를 지도하는 것을 지시했다.
후생노동성이 파악하고 검찰에 송치한 몇 가지 산재 은폐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사례1 : 아파트 신축 현장. 2차 하청 A사 대표와 3차 하청 도장업 B사 대표를 검찰 송치함. B사 노동자가 도장 작업 준비 중 넘어져 손목이 부러졌는데, A와 B가 공모해서 “수주를 확보하기 위해 원청에게 산재보험으로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고 산재 사고를 은폐함.
사례2 : 운송업체 C사와 회사 사장을 검찰 송치함. C사는 물건을 다루는 중에 발생한 자사 직원의 골절 등 1년 1개월 동안에 발생한 5개 산업재해에 대해 ‘노동자사상병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음. 사장은 “화주가 알게 되는 것을 두려워했다”고 진술함.
사례3 : 건설회사 D사와 회사 전무를 검찰 송치함. 건물 건설공사 2차 하청인 D사 노동자가 현장에서 화상을 입었는데, “D사 건축자재 창고에서 발생”이라는 허위 보고를 노동기준감독서에 제출. 공사현장의 산업재해는 원청회사의 산재보험으로 보상되는데, D사 전무는 “원청의 산재보험을 쓰면 폐를 끼치고 일을 못 받게 된다”고 진술함.
사례4 : 아파트 리모델링 공사 원청 건설업체 담당자 2명과 1차 하청업체 사장, 전기공사업체 E사 사장을 검찰 송치함. E사 노동자가 리모델링 공사 때 사다리에서 떨어져 골절하는 재해가 발생했는데도 공사현장 노동기준감독서에 ‘노동자 사상병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E사가 직접 도급한 다른 공사현장에서 산재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위장해 다른 감독서에 보고서를 제출. 원청에 폐를 끼치지 않도록 공상처리하려다가 부담이 커서 다른 현장 산업재해로 위장했음. 원청회사 담당자와 1차 하청 사장도 묵인해서 공범으로 송치됨.
사례5 : 제철소 1차 하청 철강가공 F사와 회사 부장대리 등 2명을 검찰에 송치함. 제철소 내에서 발생한 3건의 산업재해에 대해 건강보험을 쓰거나 통근재해(출퇴근 중의 재해)로 취급함.
이상의 사례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하청업체들이 앞으로의 계약을 걱정해서 원청업체의 눈치를 본다는 점이다. 무재해 사업장에 대해 보험료 삭감 등 인센티브를 주면서 “재해 예방”을 진행해 온 것의 문제점이 이런 방식으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고용보험
31일 이상 고용 예정이거나 1주 노동시간이 20시간 이상이면 고용보험 적용 대상이 된다.
의료보험
1961년 모든 국민이 의료보험 피보험자가 되었다. 그러나 보험의 구체적 특징들은 민간기업의 노동자, 공무원, 자영업자, 선원 등 직역에 따라 다른 조합제로 운영되고 있다.
의료보험은 산업재해, 직업병 등 업무상 재해를 제외한 의료행위에 대해 보상하며, 이러한 질병/부상에 따른 휴업 기간에는 상병수당이 지급된다. 평균 임금의 약 60%로, 최대 1년 반 동안 지급되는데, 지방자치단체가 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는 상병수당제도가 없다.
보험료는 사업주와 절반씩 부담하며 (국민건강보험인 경우 한국의 지역가입자와 마찬가지로 정부에서 부담), 월수입에 대해 47개 등급으로 보험료를 정한다.
연금제도
일본의 공적 연금제도는 전체 국민에게 해당하는 ‘국민연금’과 임금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후생연금보험’의 2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민연금은 ① 노령기초연금 (65세부터 지급), ② 장애기초연금 (중증 장애 상태가 된 경우 지급), ③ 유족기초연금 (생계주가 사망한 경우 유족에 지급)의 세 종류가 있으며 다음과 같은특징을 갖는다.
한편 후생연금보험은 근무 시작부터 69세에 이를 때까지 회사원이 가입해야 하는 공적 연금으로, 앞에서 살펴본 국민연금 제2호 피보험자가 그 대상이며, 보험료는 회사에서 징수한다.
지급되는 후생연금의 종류에는 ① 노령후생연금 (65세부터 지급), ② 장애후생연금 (중증 장애 상태가 된 경우 지급), ③ 유족후생연금 (생계주가 가망한 경우 유족에 지급)이 있다. 한편 후생연금과 구조가 같지만 공무원이 가입해야 하는 것으로 ‘공제조합’이 있다.
이렇게 보험자를 정부로 하는 공적 연금제도 뿐 아니라 기업연금제도도 있다. 이 경우, 후생연금보험보다 높은 수준의 급여가 의무화되어 있다. 기업 퇴직금의 일부를 기금에 내는 것으로 독자적인 기업연금을 설정할 수 있다. 설립 형태는 1개 기업의 단독설립, 동일 자본계열인 기업그룹의 연합설립, 같은 업종이나 지역에 있는 기업들이 함께 하는 종합설립이 있다.
같은 사무실의 동료를 인터뷰해보신 적이 있나요? 음, 저는 해봤습니다. 이번에 처음으로요. 일하는 사람도 많지 않은 작은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공유해 온 동료를 대상으로 인터뷰원고를 쓰는 기분… 쑥스럽습니다. 마주 앉아서 서로 시선을 좀 피하다가 드디어 제가 입을 열었습니다. 첫 질문치고는 좀 약하군요.
자기 소개를 어떻게 하고 싶은가요. - 직책이 없어, 어떻게 해야 되나. 상근활동가라고 할까? 밖에 나가도 사람들이 직책이 뭐냐고 물어. 그때는 상근자라고…
이상하다, 명함에 직책 만들어서 찍지 않았나요? 이번에 CBS라디오 인터뷰할 때도 사회자가 직책이 뭐냐고 물었는데, 없어요 했죠? 사회자가 당황했겠는데.
- 그러니까, 얼마 전 국회 토론회에도 지정토론자로 나갔는데 직책이 없냐고, 토론문에 그냥 상근활동가라고 적혀있으니까.
빨리 만들어 달라고 얘기를 하죠.- 아! 직책을 공모합니다, 낼까? 여기에?
노동건강연대 회원들이라면 사무실의 일본인 상근자 스즈키 씨를 알 겁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몰라도요. 전화를 받거나 모임에서 인사를 하는데 그가 외국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회원들은 처음에는 긴장합니다. 그의 부드러운 한국어를 듣는다면 바로 긴장을 풀리기는 하지만. 스즈키 씨는 지난 4월 13일에서 18일까지 후쿠시마 재난현장을 다녀왔습니다.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이 고국의 재난현장을 조사하고 왔다는 소식에 많은 한국 언론이 기사를 썼습니다. 라디오시사프로에 초대받아 방송국까지 다녀왔지요. 한국에 사는 일본인, 게다가 사회 운동하는 일본인에 대한 관심이 늘 그를 따라다닙니다. 그 관심에 대해 거리를 두고 지내왔지만, 이번만은 고국의 소식을 알리기 위해 요청이 오면 어디든 달려가신 스즈키씨입니다.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려는데 자리에 앉아있던 사무국장이 우리 단체 티셔츠를 들고 와서는 입으라고 합니다. 분홍색 후드티셔츠.
“잘 어울려요, 젊어 보이는걸”
“회원여러분 반갑습니다, 특별히 반갑진 않아요”
키득키득 웃으시는 스즈키씨. 나이와 매우 안 어울리는 언행입니다. 하긴 스즈키 씨는 일본에서 활동하시다가 한국의 노조활동가에게 반해서 결혼을 하러 건너오신 용감하고도 순수하신 분입니다.
잘 모르는 회원들을 위해서 자기소개를 다시 한 번 해주시죠.- 회원 여러분, CMS동의서를 다시 써야 됩니다. 써 주십쇼.
일본사람이 단체에 있다는 이유로 회원들이 일을 더 시키지 않나요? 평소에 궁금해 하지 않던 일본 소식들, 연구 자료들, 법제도들 물어보고 번역해달라고 조르잖아요.- 음… 주로 일본의 연구, 일본 산업보건이나 법규 등 한국과 유사하니까 일본 정보수집 하려고 그러는 것 같아요. 오히려 일본에서 선행된 제도를 한국이 보완해서 잘 쓰려는 부분이 있죠.
사무실에서 회비관리하시고 회계 맡고 계시잖아요. 내가 왜 한국까지 와서 이 일을 하고 있나, 하기 싫진 않으세요?- 회계라기 보다는 거의 지갑관리 수준인데(웃음), 재정계획 세우는 정도는 아니라서… 있는 만큼 계산하는 일입니다.
말이 나온 김에 노동건강연대의 재정 상태를 평가해주신다면 어떤 상태입니까?- 노건연의 재정상태가 음… 계획은 세우지만 절대로 예산대로 가지 못하는 재정구조입니다. 그러니까 통상 회비만으로는 적자, 적자 부분에 대해서 회원들 후원금에 기대는 현실이죠.
괜히 물어봤다. 회계담당자의 슬픈 진단이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지난 4월의 후쿠시마 방문에 대해서 질문하려고 합니다. 후쿠시마 다녀오신 후 바쁘셨죠? 여기저기서 계속 불렀잖아요.- 후쿠시마 사고가 해결이 안되고 있고, 방사선 피해가 늘어나고, 노동자들 피폭이 계속되는 상황이니까 계속 주시하고 한국에 알려주는 게 제 역할이에요.
기자들이 제일 많이 궁금해 하는 게 어떤 건가요?- 사람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제일 궁금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제가 핵공학 전문가가 아니니까 핵 자체에 대해서 묻는다기 보다 일본 사람이 뭘 생각하나 궁금해 하는 거죠. 일본 사람을 하나로 묶을 수 없고 정보를 얼마나 갖고 있느냐에 따라서 행동이 달라요. NHK만 듣고 있으면 크게 문제가 없는 것처럼 느껴요. 지금 일본정부가 후쿠시마 포함해서 농수산물을 안전하다고 하고 있는데 모두 검사할 수가 없고, 애 엄마들은 아이한테 무얼 먹이면 좋은지 고민하고 있어요.
후쿠시마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비중이 높은 편인가요?- 각 지역은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먹고, 우유는 세 번을 검사해서 세 번 다 방사선 수치가 안 높으면 시장에 나갈 수 있게 돼 있어요. 식품모니터링이 잘 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무얼 먹는다는 게 불안할 만큼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게 어려운 일이 되었군요.-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어쩔 수 없다는 사람도 있죠. 방사선이 외부피폭도 문제지만 먹는 거, 내부피폭도 문제인데, 도쿄 옆에 치바 현이라고 있어요. 애엄마 모유에서 방사성물질이 나왔거든요. 내부피폭이 있다는 증거예요.
핵발전소폭발만 무서운 건 줄 알았는데, 일상생활 영위해가는 일도 공포의 연속이네요.- 오염된 식량이 상당수 있을 거예요. 오사카 같은 서쪽지방으로 이주하면 좋겠지만 거기까지 생각 못 하죠. 생활기반을 버리고 이동하지는 않을 거예요. 저선량피폭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아직 잘 모르는 부분이 있어요. 아예 무시하는 사람이 있고, 적어도 어린이에게는 덜 영향을 주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
아이들이 컸을 때 건강할지 두렵네요. 핵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떤가요?- 뭐가 안전한지 정보가 충분하지 않아요.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있어요. 주류학자들은 방사선위험을 축소하려고 하죠. 한국도 일본처럼 그런 것 같아요. 저선량피폭이 위험하다고 인정한 보고서가 별로 없어요. 체르노빌사고도 저선량의 건강장애는 보고가 제대로 안 되어 있어요.
핵 옹호세력들의 이해관계와 연결돼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 독일은 2022년까지 원전을 폐쇄하겠다고 했고, 일본도 간 총리가 하마오카 핵발전소 가동을 중지하겠다고 했잖아요. 반대하는 세력도 많은 것 같지만 …- 핵으로 살아야 하는 세력이 반발하고 있죠. 그렇지만 일본은 어느 때보다도 탈핵움직임이 의미있는 큰 세력으로 만들어지고 있어요.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요. 핵 밖에 살아갈 방법이 없다고 선전해 왔는데, 핵은 위험하다 대안이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요.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거죠. 독일을 비난하는 나라들도 있지만 정책으로 평가해야죠.
일본은 핵으로 큰 고통을 겪은 나라인데 어떻게 바로 핵발전소를 지을 수 있었나요. 참 궁금한 점이예요.- ‘핵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말을 IAEA가 쓰기 시작했죠. 심지어 일본 공산당까지 핵에 대해 반대 안 했어요. 자민당이 추진하는 핵은 반대했지만 사회주의가 사용하는 핵은 지지한다고 했죠. 그래서 60년대 반핵운동이 갈라졌어요. 히로시마, 나가사키가 핵을 맞고, 미국이 태평양에서 수소폭탄실험을 할 때 일본어민들이 피폭됐죠. 일본이 수소와 핵을 모두 처음 맞은 거예요. 그런데 당시 50년대 후반 냉전시대, 중국이 핵폭탄개발에 성공하자 일본 공산당이 미국 핵을 견제하기 위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어요. 원수폭금지일본협의회(원수협)가 먼저 있었는데 사회당계열, 일본노동조합총평의회(총평) 등이 떨어져 나와서 원수폭금지일본국민회의(원수금)를 만들었죠. 원수협에는 공산당계열만 남게 됐어요.
그래서 일본 반핵운동이 모든 핵을 금지하자는 세력과 ‘핵의 평화적 이용’은 가능하다는 세력으로 갈라진 것이죠.
그렇군요. 현재 일본의 운동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건가요?- 일본은 전국적 환경단체가 없어요. 핵발전소가 있는 지역이나 건설예정지역 주민들이 반대운동을 하죠. 도시는 도시대로 반핵운동이 있지만 운동을 조직하는 방식이 한국과 달라요. 80년대 일본반핵운동은 총평과 사회당이 있어서 할 수 있었거든요, 노동조합의 대중동원이 가능했으니까요. 89년 총평이 해산하고 운동도 시들해졌죠.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렌고)가 만들어지면서 노동운동이 우경화되고 전국적 구심도 없어졌어요.
지금 사고를 낸 도쿄전력에도 노동조합이 있나요?- 전력회사들 노동조합이 있죠. 그러나 이번 후쿠시마 사고 때 도쿄전력 홈페이지를 보면 사고에 대한 사과는 없어요. ‘계획정전으로 피해를 줘서 미안하다’는 말만 있습니다. 그동안 일본 노총이 핵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는 입장이었는데 5월에 입장을 보류하고 검토하는 중이라고 했어요. 전력4회사의 노동조합이 노총의 중심세력인데 쉽지 않죠. 한국 노동조합의 상황과 비슷해요. 노동조합이 선택하기가 어려워요. 일자리문제라서 정부가 정책적으로 규제하기 전에는 어렵죠.
일본은 지역운동이 활발하다고 하셨는데 한국의 반핵운동이 지역과 연대하기 위해서는 무얼 해야 할까요?- 지역에서 반대를 하지 않으면 지금 같은 핵추진 구조에서는 어려워요. 부안을 봐도 지역 주민이 투쟁으로 핵폐기장을 백지화했잖아요. 그냥 토목공사라고 생각하는 지역은 유치할 것이고, 후보지로 나서는 구도예요. 정책적으로 탈핵을 하지 않는 한, 유지하기 위해서도 계속 핵발전소 얘기가 나오죠.
도쿄시민들이 이번 여름의 전력수요를 어떻게 줄여야 할지, 일본정부가 고심 중이라는 기사를 읽었어요.- 실내냉방온도를 너무 낮추지 말자든가 여러 가지 방안을 내놓고 있는데 사실은 도쿄전력의 1/3은 대공장이 쓰는 거예요. 가정에서도 절전해야 겠지만 큰 공장의 절전이 관건이에요. 토요일 일요일 쉬는 게 아니라 전기수요가 많은 평일에 쉬고 주말에 공장을 돌리자, 작업시간을 일찍 시작해서 일찍 일을 끝내는 식으로 하자, 심야노동을 도입하자는 얘기도 있어요.
음, 덜 사야 덜 만들고 생산량을 줄일 텐데 물건은 계속 만들어내야 하고 일자리도 걸려있고 쉬운 문제가 아니군요. 이제 일본의 건강권 운동 상황을 들어볼까요. 가장 큰 현안은 무엇인가요? - 후쿠시마에서 노동자 피폭이 계속되고 있어요. 전국노동안전위생센터연락회의(안전센터)가 정부와 교섭을 하고 있어요. 노동자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라고. 사고 수습을 위해서 전국에서 노동자가 투입되고 있는데 어마어마한 피폭량이 있을 거예요. 확실히 안전하게 피폭작업을 관리하고 피폭결과를 계속 추적하고, 건강관리 제도를 보완해야 해요. 전국안전센터가 후생노동성하고 교섭하고 있는 것인데, 정부가 핵발전소 작업자의 1년 노출상한선을 250 밀리시버트(mSv)로 올렸거든요. 250mSv에 노출되면 조혈기능에 장애가 분명히 나타난다고 되어 있어요. 실제 현장에서는 250이 아니라 100mSv 노출되면 투입을 안 하는 방향으로 하고는 있지만. 100mSv도 평상시의 5배예요. 보통 1년에 20이 기준이니까요. 방사선작업종사자의 1년한도도 50mSv가 최대이고요.
아 그렇군요. 사고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계속 작업하고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네요. - 전국의 노동자들이 모여서 일하고 있어요. 플랜트, 건설, 배관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죠. 일용노동자들도 동원되고요. 오사카에서 트럭운전사 모집한다고 해서 갔더니 본인도 모르게 후쿠시마 원전에서 폐기물처리 일을 하게 된 경우도 있어요. 트럭운전사가 국가대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심각하군요. 일반 노동문제 중에 는 어떤 이슈가 있나요?- 아! 최근에 정신건강 문제, 멘탈 헬스 문제가 심각한 것 같아요. 정부는 과중노동, 장시간노동의 문제로 다루는데 직장 내 왕따, 괴롭힘 같은 문제가 많아요. 점점 서서히 드러나고 있어요. 노동 강도가 세지고 인간관계가 공격적으로 변해서 그런 건지 상담이 늘어나고 있어요. 노동 상담으로 오는데 들어보면 정신건강 문제인 경우가 많아요. 산재로 신청하려는 상담이 아니라 지역유니온, 일반 노조에 노동 상담으로 오는 거예요. 상담이 오면 노동조합은 교섭을 통해서 직장 내 괴롭힘을 시정하려고 하는데 잘못하면 해고가 되니까 어려운 문제예요.
한국도 그렇지만 일본도 비정규직, 청년실업문제가 심각해서 새로운 노동운동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거 같아요. 맞아요? - 일반노조나 유니온의 활동스타일이 일본과 한국이 달라요. 한국 노동조합은 개별 노동상담, 법적 대응은 주로 노무사가 맡아서 하고, 노동조합은 조직 확대, 노조설립에 주로 공을 들이잖아요. 일본은 유니온, 지역일반노조들이 개별노동자 상담을 해결하려고 노력해요.
한국은 노동자가 혼자 찾아오면 보통 노무사를 연결해주는데 일본은 활동가들이 상담에 대해 하나하나 대응해요. 사람과 시간은 투입하는데 성과는 더디거든요. 한국은 노동위원회가 개인이 구제 신청하는 것도 다루는데 일본은 집단적 분쟁만 노동위원회가 다루거든요, 그러니 개인이 지역노조에 상담하는 게 하나의 방법이 되는 거예요.
한국 노동운동 내부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갈등이 많다고 하잖아요, 일본의 상황은 어때요?- 일본과 비교하자면 일본 정규직은 한국만큼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이 없어요. 한국은 조직하려고 하잖아요. 비정규직의 존재를 문제라고 인식하고 두 노총이 의지를 표명하거든요. 일본은 조직사업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기 어려워요.
노동운동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요. 희망이 있나요?- 희망은, 노동자가 독자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사회변혁의 힘이 약하죠. 농민도 그렇지만 노동자도 자기 목소리가 없으면 자본의 공세는 누가 막나요, 노동조합에 희망을 가져야죠.
역시 오늘도 한 수 배웁니다. 잊고 있던 기본을 깨우쳐 주실 때가 많은 대선배이십니다.
노건연 일은 어때요? 재미있나요?- 재미있냐고? 음… 음… 노건연이 그러니까… 전문가 단체잖아요. 노건연에 모이는 사람들이 전문성을 살리는 기획을 하면 좋겠어요.
지금 활동이 재미있냐 이거죠. 노건연 일이 재미없으신 거 아녜요? - 재미있냐… 바빠서 정리가 안 되고 있어요. 재미가 없는 것보다 아무래도 비정규직, 영세노동자 연대하는 사업, 지금은 정책 사업이 중심인데 조금 충전해서 영세노동자랑 연대하는 사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노동건강연대가 전문가 단체라고 하셨잖아요. 여기서 상근활동가의 역할은 뭘까요?- 전문가와 현실 사이에 실현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연결하는 게 상근자 아닐까요. 전문가 한 사람 한 사람은 전체를 못 보거든요. 운동 전체를 보는 건 상근자예요. 회원들이 힘을 발휘하게 하는 역할이죠. 노건연 회원들도 훌륭한 활동가들이 많지만요.
역시 잊고 있던 부분을 짚어주십니다. 저는 과연 그렇게 진지한 생각으로 활동을 하고 있나 고개를 떨구게 됩니다.
한국생활은 어때요? 마포 성미산 지역에 살면서 지역운동도 하고 계시잖아요.- 아이가 어린이집 다니던 몇 년 전보다 비중이 줄었어요. 일본에 연수 가는 아이들 위해서 일본어도 가르치고 그랬는데… 한국생활은… 그냥 한국에 사는 거죠.
외국인들은 한국 사람들이 바쁘게 산다고 하잖아요. 정말 그런 것 같아요? 한국문화는 어때요?- 사회변화가 빠르죠. 한국 문화에 대해서는 요즘 노동자 문화가 예전과 달라졌다는 걸 느껴요.
노동자 문화라… 자세히 얘기해 주시죠.- 집회문화가, 자기들이 만들었다기보다 역할분담을 딱딱 하면서. 옛날에는 같이 만든다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무대와 보는 사람이 따로 있고 일체감이 없는 것 같아요. 여성들이 하는 집회는 잘 하는 것 같은데. 무대에도 올라가고, 발표도 하고 공유하려고 아주머니들이 재미있게 하는데.
남성노동자의 집회문화가 변화가 필요하긴 하죠. 최근 본 한국영화 있나요? 일본 소설가 중에 좋아하는 소설가 있어요?- 드라마도 안 보고, 가수도 몰라서… 용산문제를 다룬 <남일당이야기>를 작년 겨울엔가 봤고, 일본 소설가는 일본 가면 가끔 일본 고전소설, 옛날 작가들 소설을 사오죠. 한국에서 인기 많은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소설가는 허무주의를 부추겨서 안 좋아해요.
여기까지가 공식적인 인터뷰의 기록입니다. 수첩을 덮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최근 한국정세부터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이야기까지… 그러다가 다시 후쿠시마 사고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일본의 르뽀문학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에 이번 후쿠시마 사고를 취재한 이들은 대부분 프리랜서 들이라고 얘기해 줍니다.
노동건강연대에 스즈키 씨같은 훌륭한 상근활동가가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입니다. 착한 마음씨, 원칙을 지키는 엄격함, 부지런함, 성실성… 저에게 없는 것을 너무 많이 갖고 있으면서 겸손하기까지 합니다. 아, 너무 진지해서 썰렁할 때도 더러 있지만요. 저뿐만 아니라 주변의 많은 단체 활동가들이 스즈키 씨를 보며 배웁니다. 완전 소중한 우리 곁의 선배활동가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후쿠시마 사고에 대한 스즈키 씨의 진한 통찰을 들려드리면서 조금은 길었던 인터뷰를 마칩니다.
- 후쿠시마의 이번 사고는 일본이 패전 이후 겪은 최대의 사건이에요. 95년의 한신지진도 국지적 피해였고. 이번 핵발전소 폭발은 핵에 대해서 어떻게 판단할지 행동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어요. 민주주의를 행사할 수 기회를 준 거죠. 일본은 그동안 핵은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말해왔어요. 이제는 판단해야 하는 거예요. 사고가 터졌어도 아직 각성안 한 사람도 있고, 핵발전소 운전정지로 일거리가 끊어지는 사람도 생겨요. 한번 만들면 선택하기 어려워요. 제 딸이 꿈을 꿨대요. 일본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한국에서 사는 꿈. 일본이 지진, 태풍, 쓰나미 를 안고 살아야 하는데 방사선까지 안고 살게 생긴 거예요. 일본은 공해문제도 많이 겪었어요. 당사자가 문제를 제기하는 중요성을 알게 된 거예요. 일본 사람들이.
한국에서 성적 괴롭힘, 공식적으로는 ‘성희롱’으로 번역되는 'sexual harassment' 는 일본에서 ‘성적 짓궂은 짓’으로 번역되다가 요즘은 영어의 일본식 발음으로 표현하거나 줄여서 “세쿠 하라”라고 말한다. 이 글에서는 부적절한 표현이지만 한국에서 공식적으로 쓰이는 용어인 ‘성희롱’으로 쓴다.1)
2010년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에 있는 전국의 노동국 고용균등실에 요청된 성희롱 상담은 총 11,749건이었다. 고용균등실은 남녀 균등 대우 확보, 직장생활과 가정생활 양립 지원, 파트타임 노동 대책 등을 추진하는 기관이지만 상담의 절반은 성희롱에 관한 것이다. 반면 성희롱이 산재로 인정된 사례는 2004-2009년 사이에 22건에 불과하다.
이러한 가운데 후생노동성은 2011년 6월 전문가회의를 열어 성희롱으로 정신질환에 걸린 노동자가 산재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기준과 운영 수정을 요구하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 배경에는 성희롱에 시달린 한 여성의 투쟁이 있었다.
“성희롱 인정 길 넓힌다” 올해 가을에 설립할 ‘퍼플 유니온’에 대해 논의하는 사토 씨(중앙)와 고야마 위원장(우) (출처: 2011.06. 28 홋카이도신문)
사토 카오리 씨는 통신업계 대기업이 만든 계열사인 파견회사 직원이며 모회사인 통신회사에서 신입사원 교육을 담당하는 파견노동자였다. 교육 강사로 일하던 2003년 말부터 상사의 성희롱이 시작되었다. 메일로 ‘고백’이 오고 식사나 여행을 같이 가자는 끈질긴 권유가 계속되었다. 심지어 손에 입을 밀어 붙이는 등 상사의 행동은 점차 심해졌다.
사토 씨는 ‘성희롱’이라는 단어는 알고 있었지만 해고가 될지도 모르는 불안 속에서 그저 상사를 피하는데 급급했고, 상사의 행동과 ‘성희롱’은 연결시키지 못했다.
사토 씨는 상황을 눈치 챈 동료의 권유로 병원 정신신체의학과에 갔고, ‘적응 장애’ ‘강박성 장애’ ‘우울병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다.
사토 씨는 교육 강사 업무를 그만두었다. 이 업무를 그만 두면 가해자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희롱은 점점 더 심한 괴롭힘으로 변해 갔다. 가해자가 걸어오는 내선 전화, 감시 행동으로 사토 씨 정신상태도 악화되었다. 그러나 생활을 위해 일 자체를 그만둘 수는 없었다.
사토 씨는 생각다 못해 용기를 내어 원청회사에 상담을 했지만 아무 대응도 없었다. 변호사에게 상담했지만, ‘증거가 없다. 소송을 권유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의료기관에서는 ‘왜 싫다고 안 했어요?’‘상담할 수 있는 친구는 없어요?’라고 추궁당했다. 산재를 신청하려고 간 기관에서는 ‘성희롱의 산재 인정은 어렵다’고 창구에서 단념시키려 했다.
도움을 요청한 모든 곳에서 거절을 당하고, 사토 씨는 병원 접수대에서 본 성희롱 상담전화에 전화를 걸었다. 상담전화를 받은 지역여성노조인 “홋카이도 여성 노조”만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2006년 사토 씨는 퇴직 직전에 여성노조에 가입하고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회사와 교섭을 진행하면서 2007년에 산재 신청을 했다.
산재는 불승인이었다. “사업주에 의한 성희롱 상담 시스템이 기능하고 있었다. 동료도 상사에게 주의했다”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형식적인 회사 상담 창구가 기능을 했다는 것이다.
재심사청구에서는 심리적 부하강도가 3급으로 수정되었지만, 발병 전 6개월 동안 상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각되었다. 사건 발생 직후 상담하기 어려운 성폭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뿐 아니라, 후속하는 여러 문제들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었다.
2010년 1월, 사토 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성희롱 산재 불승인에 대한 행정소송은 일본에서 첫 사례였다. 여성노조는 성희롱 상담사례를 모아 후생노동성, 국회위원, 관료들에게 산재 인정기준 개선을 호소하면서 전국 노동조합 조직들과 함께 집회를 개최했다.
정부는 2010년 11월, 판결 전에 산재 인정 방침을 밝혔다. 결국 2011년 3월, 원처분청이 산재를 인정하게 되었다. 동시에 후생노동성은 전문가회의를 열어 성희롱 산재 인정기준에 관한 검토를 시작했다. 6월 28일자로 발표된 전문가회의 보고서를 토대로 후생노동성은 연내에 새로운 성희롱 산재 인정기준을 고시할 예정이다.
사토 씨는 올해 가을에 성희롱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퍼플 유니온” 설립을 도쿄에서 준비하고 있다.
그림 3. 2011년 7월 5일자 홋카이도 신문 “성희롱 산재 인정기준 후노성 재검토, 고용의 불안정함도 고려” “정신질환 판단 대상에 ‘6개월’의 벽”
1999년 제정, 2009년 일부 개정
1. 업무 상외 판단
정신장애 등 업무 상외는 정신장애의 발병 유무, 발병 시기 및 질병명을 밝힌 위에
① 업무에 의한 심리적 부하
② 업무 이외의 심리적 부하
③ 개체 측 (個體側) 요인 (정신장애 병력 등)
에 대해 평가하고 이들과 발병한 정신장애와의 관련성에 대해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2. 판단 요건
업무 상외 판단 요건은 아래와 같다.
(1) 대상 질병에 해당하는 정신장애를 발병하는 것.
(2) 대상 질병 발병 전 대략 6개월간에 객관적으로 해당 정신장애를 발병시키는 우려가 있는 업무에 의한 강한 심리적 부하가 인정되는 것.
(3) 업무 이외인 심리적 부하 및 개체 측 요인에 의해 해당 정신장애를 발병한 것을 인정되지 않는 것.
3. 업무에 의한 심리적 부하 평가
(1) 평가 방법
정신장애 발병 전 대략 6개월 동안에 ① 해당 정신장애 발병에 관여했다고 볼 수 있는 어떠한 사건(일)이 있었는지. ② 그 사건(일어난 일)에 동반하는 변화는 어떠한 것이었는지.에 대해 직장에서 심리적 부하평가표를 이용해 업무에 의한 심리적 부하 강도를 평가하고 그들이 정신장애를 발병시키는 우려가 있는 정도의 심리적 부하 여부를 검토한다.
단 사건(일어난 일)에 동반하는 변화를 평가할 때 일의 양, 질, 책임, 직장의 인적/물적 환경, 지원/협력 체제 등에 대해 검토하는 것. 특히 항상적인 장시간 노동은 정신장애 발병의 준비 상태를 형성하는 요인이 되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업무에 의한 심리적 부하 평가 때 충분히 고려한다.
(2) 정신장애를 발병시키는 우려가 있는 정도의 심리적 부하에 대한 판단
업무에 의한 심리적 부하가 정신장애를 발병시키는 우려가 있는 정도의 심리적 부하로 평가되는 경우란 별표1의 종합평가가 “강”으로 되는 경우로 하고 구체적으로는 아래의 경우로 한다.
① 사건(일어난 일)의 심리적 부하가 강도“Ⅲ”이고 사건에 동반하는 변화가 “상당 정도 과중한 경우”
② 사건(일어난 일)의 심리적 부하가 강도“Ⅱ”이고 사건에 동반하는 변화가 “상당 정도 과중한 경우”
(3) 특별한 사건(일어난 일) 등에 대한 취급
아래와 같은 상황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별표1에 의거하지 않고 종합평가가 “강”으로 된다.
- 생사에 관한 사고에 조우 등 심리적 부하가 극도인 것.
- 업무상 상병에 의해 요양중인 자의 극도의 고통 등 병상 급변 등
- 생리적으로 필요한 최소한도의 수면 시간을 확보할 수 없는 정도의 극도의 장시간 노동
4. 업무 상외의 판단
업무 상외의 구체적 판단은 아래와 같다.
(1) 업무에 의한 심리적 부하 이외 특별한 심리적 부하, 개체측 요인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이자 업무에 의한 심리적 부하가 별표1의 종합평가가 “강”으로 인정될 때에는 업무 기인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2) 업무에 의한 심리적 부하 이외 심리적 부하, 개체적 요인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업무에 의한 심리적 부하가 별표1의 종합평가가 “강”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도 업무 이외의 심리적 부하, 개체측 요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이들과 발병한 정신장애와의 관련성에 대해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단 업무에 의한 심리적 부하의 종합평가가 “강”으로 인정되는 경우이자 아래 가 및 나의 경우에는 업무상으로 판단한다.
가. 강도”Ⅲ”에 해당하는 업무 이외인 심리적 부하가 인정되지만 극단적으로 큼 등의 상황에 아닌 경우.
나. 개체측 요인에 현저한 문제가 없는 경우.
“정신장애 산재인정 기준에 관한 전문 검토회 - 성희롱 사안에 관한 분과회”는 2011년 6월 28일 보고서를 발표해 성희롱 특유의 사정을 고려해 산재인정기준 개정과 조사에 대한 유의사항을 제언했다.
정신장애 산재 판단지침에서는 직장에서 일어나는 여러 스트레스를 Ⅰ~Ⅲ 등급까지 3단계로 평가하는 “심리적 부하평가표”에 정리하고 그 평가에 의거해 업무에 기인한 정신장애로 인정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
“심리적 부하평가표”에는 성희롱에 관한 항목은 사건 (일어난 일) 유형 분류 속 ‘대인관계의 트러블’에 구분되며 구체적인 사건(일어난 일)으로서 ‘성희롱을 당했다’라는 항목이 하나 있다. 이 항목에 대한 심리적 부하 강도는 Ⅱ에 해당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 같은 유형에는 ‘심한 짓궂은 짓, 괴롭힘 또는 폭행을 당했다’ (Ⅲ), ‘상사와의 트러블이 있었다’ (Ⅱ), ‘동료와의 트러블이 있었다’ (Ⅱ), ‘부하와의 트러블이 있었다’ (Ⅰ) 등이 열거되어 있다.
검토회 보고서는 ‘성희롱을 당했다’에 대한 평균적 부하강도를 ‘Ⅱ’로 하면서 ‘Ⅲ’ 등급으로 수정하는 요소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것을 제안했다.
심리적 부하강도를 ‘Ⅲ’ 등급으로 판단하게 하는 구체적인 수정 사례
(1) 특별한 사건
심리적 부하가 극점에 해당하는 것
강간이나 본인의 의지를 억압해서 행해진 외설행위 등 성희롱.
(2) 강도를 ‘Ⅲ(강한 심리적 부하)’로 수정하는 사례
행위의 태양이나 반복 계속의 정도
- 가슴이나 허리 등에 대한 신체적 접촉을 포함하는 성희롱이자 계속해서 이루어진 행위.
- 가슴이나 허리 등에 대한 신체적 접촉을 포함하는 성희롱이자 행위는 계속되어 있지 않으나 회사에 상담해도 적절한 대응이 없어 개선되지 않았거나 또는 회사에 상담 후 직장의 인간관계가 악화된 사안.
- 신체 접촉이 없는 성적인 발언만의 성희롱이자 발언 속에 인격을 부정하는 것을 포함하고 동시에 계속해서 이루어진 사안.
- 신체 접촉이 없는 성적인 발언만의 성희롱이자 성적인 발언이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동시에 회사가 성희롱으로 파악해도 적절한 대응이 없고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사안.
(3) 강도 ‘Ⅱ’이지만 심각성에 따라 ‘Ⅲ’에 수정해야 할 유의 사례
- 가슴이나 허리 등에 대한 신체적 접촉을 포함하는 성희롱이지만 행위가 계속되지 않고 회사가 적절하고 신속히 대응해서 발병 전에 해결된 사안.
- 신체 접촉이 없는 성적인 발언만의 성희롱이자 발언이 계속되지 않는 사안.
- 신체 접촉이 없는 성적인 발언만의 성희롱이자 복수 이루어졌지만 회사가 적절하고 신속히 대응해서 발병 전에 행위가 종료한 사안.
평가 기간은 발병 전 약 6개월
병발하는 일에 대한 고려
- 행위자로부터의 희롱
- 피해 신고를 계기로 행위자나 동료로부터의 괴롭힘이나 희롱.
기타 유의 사항
- 피해자가 근무 계속이나 성희롱 피해 경감을 위해 할 수 없이 행위자에게 영합하는 것처럼 행동할 때가 있어도,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다고 안이하게 판단하면 안 된다.
- 피해자가 피해 직후 상담 행동을 취지 않아도 단순히 심리적 부하가 약하다고 판단하면 안 된다.
- 의료기관에서 처 진료 때 성희롱 사실을 호소하지 않는 것만으로 심리적 부하가 약하다고 판단하면 안 된다.
- 행위자가 상사이고 피해자가 부하인 경우, 행위자가 정규직이고 피해자가 비정규직 노동자인 경우 등, 행위자가 고용관계 상 피해자에 대해 우월적인 입장에 있는 사실은 심리적 부하는 강해지는 요소가 될 수 있다.
1) 영어 harassment는 ‘침략, 괴롭힘’의 뜻을 지니는 반면, ‘희롱’은 ① 말이나 행동으로 실없이 놀림, ② 손아귀에 넣고 제멋대로 가지고 놂, ③ 서로 즐기며 놀리거나 놂 등 (국립국어연구원, 표준국어대사전), 가벼운 놀림이나 상호 즐김의 뜻을 내포하고 있다. 성희롱이라는 번역어 자체가 한국사회 젠더 감수성의 부족을 드러낸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일본도 한국 못지않은 장시간 노동으로 이름을 떨쳤던 나라이다. ‘과로사’ 발음 그대로 Karoshi 라는 영어단어가 생겨날 정도였다. 하지만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이래 다양한 노동자 보호장치가 마련되었는데, 이 글에서는 그 대책들을 살펴보고 현실에서의 적용은 어떠한지 현지 방문 면담 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1972년 일본에서는 근로기준법에 해당하는 ‘노동기준법’에서 안전보건을 분리시켜 ‘노동안전위생법’을 만들었다. 이때부터 심야업 종사자에 대한 건강검진이 제도화되었다.
특정업무 종사자 정기 건강검진 제도
특정업무 종사자에 대한 검진이 정해지면서 심야업도 그 범주에 포함되었다. ‘특정업무’에는 고온 업무, 저온 업무, 방사선노출업무, 식물성/동물성/광물성 분진 업무, 이상기압 하 업무, 진동 업무, 갱내 업무, 중량물 취급 업무, 소음 업무, 납/수은/비소 등 유해물 업무, 병원체 오염 업무 등이 있다.
이러한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에 대해 사업주는 해당 업무에 배치전환 시, 혹은 매 6개월마다 정기 건강점진과 같은 항목의 건강검진을 실시해야 한다 (위반 시 50만 엔 이하의 벌금).
이 특정업무 검진과 별도로 분진, 유기용제 등 유해요인에 의한 건강영향을 조기에 발견하고 파악하기 위한 특수건강검진이 별도로 정해져 있다.
심야업 종사자 건강검진의 내용
심야업에 해당하는 시간대는 오후 10시부터 익일 오전 5시를 말한다. 과거 6개월 평균하여 한 달에 4회 이상 이러한 심야 시간대에 종사한 노동자는 검진을 받아야 한다.
검진 항목은 일반 검진과 같은 내용이다.
1. 병력, 업무력 조사
2. 자각증상, 타각증상 유무 검사
3. 키, 몸무게, 시력, 청력 (1,000 4,000Hz) 검사
4. 흉부 X선 검사 및 객담 검사
5. 혈압 검사
6. 빈혈 검사 (Hb, RBC)
7. 간기능 검사 (GOT, GPT, γ-GTP)
8. 혈중 지질 검사 (LDL 콜레스테롤, TG, HDL-콜레스테롤)
9. 혈당 검사
10. 뇨 검사 (당, 단백)
11. 심전도 검사 (안정 시)
12. 복위
* 흉부 X선 검사는 1년에 한 번.
** 키, 객담, 빈혈, 간 기능, 혈중지질, 혈당, 심전도는 의사 판단으로 생략 가능.
심야업 종사자의 자발적 검진
심야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늘어나면서 건강에 대한 불안도 높아지자, 노동자가 스스로 받은 검진 결과도 인정하고 사업주가 사후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제도가 2000년 4월부터 시행되었다. 이 제도 하에서, 검진 결과 제출 후 사후 조치에 대해서는 사업주에게 실시 의무가 있지만 검진을 받을지 여부, 그리고 결과 제출 여부는 노동자에게 맡겨져 있다. 이 때 검진 비용을 노동자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제도 이용 촉진 목적으로 비용 지원 제도가 마련되었다. 이 지원제도를 이용한 노동자는 2007년도에 2,485명이였다. 연령대를 살펴보면, 50대 34.7%, 40대와 30대가 24.2%였고, 독립행정법인 노동자복지기구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용자의 79.8%가 건강상 불안 해소에 도움이 되었다고 대답했다. 이 지원제도는 국가 재정 점검으로 2010년에 종료했다.
심야업 검진의 실태
표1~표3은 2005년에 후생노동성이 실시한 “노동안전위생 기본조사” 결과 중 일부를 보여준다. 전국에서 10명 이상 상시고용 사업장 약 1,200개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이들 10명 이상 상시 고용 사업장에서 심야업에 종사한 노동자 비율은 총 15.0%로 나타났다 (표 1).
표 1. 사업장 규모별 심야업에 종사한 노동자 비율
사업장 규모
심야업 종사 노동자 (%)
1,000명 이상
20.6
500-999명
17.8
300-499명
17.3
100-299명
21.0
50-99명
11.7
30-49명
13.3
10-29명
10.5
전체
15.0
산업별로 살펴보면, 심야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있는 사업장의 비율은 34.1%이며, 운수업이 55.5%로 가장 높고, 전기/가스/열공급/수도업 46.0%, 음식점/숙박업 43.9% 순이다. 심야업 종사가 있다고 대답한 업계 비율은 5년 사이에 10.4포인트 늘어났다. 자발적 검진 결과를 제출한 노동자 비율도 운수업, 전기업에서 높았다 (표 2).
표 2 심야업 종사 노동자 유무 및 자발적 검진 현황
단위: %
업종
심야업
종사자 있음
자발적 검진 결과를 사업주에게 제출한 노동자 있음
건설업
18.9
1.6
제조업
25.2
6.9
전기/가스/열공급/수도업
46.0
15.1
정보통신업
26.4
5.8
운수업
55.5
16.6
도매/소매업
36.0
1.0
음식업/숙박업
43.9
4.4
서비스업
38.4
4.3
2005년 계
34.1
5.0
2000년 계
23.7
5.4
한편, 자발적 검진 결과를 제출받은 사업장 중 심야업 종사 횟수를 줄이거나 배치전환 등 사후조치를 강구한 노동자가 있는 사업장 비율은 전체 19.2%로 나타났다. 심야업 종사자 비율이 높은 전기/가스/열공급/수도업에서 0%인 이유는 불분명하다.
사후 조치(심야업 횟수 감소, 배치전환 등)를 강구한 노동자가 있는 사업장 비율
심야업 종사자가 늘어나는 추세에 있지만 후생노동성은 그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해마다 건강검진 실시 사업장과 노동자 수는 파악하지만 심야업 종사자에 대해서는 분명한 통계가 없다. 심야업 검진에 대해서는 일단 법적 규제가 존재하지만, 검진 결과가 노동자 건강 유지나 증진에 얼마나 기여하며 현장에서 어떤 갈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면담에 응한 후생노동성 담당자도 알지 못했다.
“과로사” 인정 기준 개정 - “과중 노동” 대책 마련
2000년 7월 일본 대법원은 자동차 운전기사에 관한 행정소송 판결에서 업무의 과중성 평가에서 만성 피로나 취업 양태에 응하는 여러 요인을 고려하는 판단을 내렸다. 이 판결에 기반하여, 2001년 12월 후생노동성은 발병 전 6개월 동안의 장기간 피로 축적을 고려하는 새로운 과로사 인정 기준을 만들었다. 종래 발병 전 1주일의 부하를 인정기준으로 삼았던 것을 개정한 것이다.
새로운 인정 기준 책정을 위해 전문가위원회가 구성되고 보고서가 제출되었다. <뇌/심장 질환 인정 기준에 관한 전문 검토회 보고서>가 그것이다 (2001년 11월).
이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결론 내렸다. “장기간에 걸친 장시간 노동이나 그에 의한 수면 부족에서 비롯된 피로 축적에 의한 건강 영향에 대해 ① 발병 전 1개월 내지 6개월 동안, 1개월에 대략 45시간을 초과하는 시간 외 노동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는 업무와 뇌/심장질환 발병과의 관련성이 약하지만, 대략 45시간을 초과하고 시간 외 노동시간이 길수록 업무와 발병과의 관련성이 서서히 강해진다. ② 발병 전 1개월 동안 대략 100시간 또는 발병 전 2개월 내지 6개월 동안 1개월 당 대략 80시간을 초과하는 시간 외 노동이 인정되는 경우는 업무와 뇌/심장 질환 발병과의 관련성이 강하다.”
노동자의 스트레스와 과중 노동 대책
일본 사회가 경제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경제활동의 국제화, 규제완화에 동반하는 산업구조 변화가 급속히 진행되었다. 기업 간 경쟁 격화, 능력주의/성과주의적인 임금/처우 도입, 노동시간의 장단 양극화 속에서 노동자의 60%가 일에 대해 강한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다.
2003년, 업무에 의해 명백한 과중 부하로 뇌/심장 질환이 산재 인정된 건수는 312건이었다. 또 업무에 의한 심리적 부하를 원인으로 정신장애 발병, 혹은 정신장애에 의한 자살이 산재로 인정된 경우가 108건이었다.
후생노동성은 2002년에 “과중 노동에 의한 건강장애 방지를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사업주로 하여금 노동자 건강 확보를 추진하도록 새로운 대책들을 실시했다. 이때부터 “과중 노동”이라는 단어가 후생노동성에서 쓰이게 되었다.
장시간 노동자에 대한 의사에 의한 면접 지도
2006년 4월, 노동안전위생법이 개정 시행되면서 50명 이상 사업장에서 장시간 노동자에 대한 의사 면접 지도가 의무화되었다. 그리고 2008년 4월부터는 50명 미만 사업장에서도 면접 지도 실시가 의무화되었다.
사업주는 노동자의 시간 외/휴일 노동시간에 따라 아래와 같이 면접 지도를 실시해야 한다.
① 시간 외/휴일 노동시간이 한 달에 100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자로서 신청을 한 사람에 대해서는 의사에 의한 면접 지도를 확실히 시행해야 한다.
② 시간 외/휴일 노동시간이 한 달에 80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자로서 신청을 한 사람에 대해서는 의사에 의한 면접 지도를 실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③ 시간 외/휴일 노동시간이 한 달에 100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자 또는 한 달에 80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자 내지 6개월 평균 한 달에 80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자에 대해서는 의사에 의한 면접 지도를 실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④시간 외/휴일 노동시간이 한 달에 45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자로서 건강에 배려가 필요하다고 인정된 사람에 대해서는 면접 지도 등 조치를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강제력이 떨어지는 제도화
장시간 노동자에 대한 의사 면접 지도는 한 달에 100시간 초과 노동자에 대해서, 그것도 신청한 노동자에 대해서만 의무화되어 있다. 100시간에 미치지 못하는 장시간 노동자에 대한 의사 면접 지도는 강제력이 없다. 이 부분은 법제화 과정에서 경영계에 반발 때문에 후퇴한 것이다.
의사 면접 지도 실시 상황 (2010년)
2010년에 장시간 노동자에 대한 의사 면접 지도를 실시한 사업장은 총 16.6%이었다. 2005년 조사에서 100시간 초과 노동자 비율은 13.4%, 이 가운데 면접 지도를 받은 노동자 비율은 8.6%이었다.
면접 지도를 실시하지 않은 이유의 약 80%는 대상자가 없었다는 것이다. 대상자가 있어도 면접 지도를 실시하지 않은 이유를 살펴보면, 300명 미만 사업장의 70%, 300명 이상 사업장 100%가 노동자 신청이 없었다는 것이다 (표 3, 그림 6).
표 3. 사업장 규모별 면접 지도 실시 현황
면접지도를
실시하지 않았다
면접지도 미실시 이유
대상자 없었다
대상자 있었지만 안했다
50명 미만
2.4
13.7
86.3
50-299명
26.3
27.6
72.4
300명 이상
47.0
40.0
60.0
20.1
79.9
대상자 있었지만 면접지도 미실시 이유
한편 현장에서 산업보건의사로 면접 지도를 담당하는 의사에 따르면, 대기업의 경우 의무 규정에 상관없이 장시간 노동자에 대해 일률적으로 의사 면접 지도를 실시하는 사업장이 많다고 했다. 이는 만일 장시간 노동자가 쓰러져 민사소송이 이루어지는 경우, 그 동안의 전례들을 볼 때 기업이 패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건강검진 실시는 기업이 해야 하는 안전(건강) 배려의무 이행의 일환으로 민사 판례에서 자리잡고 있다.
건강 우려되는 시기를 놓치는 면접 지도
현장의 산업보건 의사는 이 제도의 또 다른 문제점을 지적했다. 면접 지도가 필요한 시기, 즉 장시간 노동에 의한 건강 상태가 우려되는 시점에 면접지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면접 지도의 기준은 한 달 100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이 시간 계산은 장시간 노동을 한 다음 달에 집계가 된다. 그리고 의사에게 면접 의뢰가 이루어져 실제로 장시간 노동자와 면접을 하는 시점은 약 두 달 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의사 면접 지도는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대책에 불과하며 근본적으로 노동 시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끝>
비정규직 확대가 결혼 연령을 늦추거나 안 하는 비율을 높인다는 언급에 대해 여성 비정규직은 결혼 후 파트타임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성비정규직과 임금 차이가 없어지면서, 예전에는 여성의 미혼 비율이 높지 않았는데, 남성처럼 결혼하지 않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여성 비정규노동자는 결혼하지 않고 부모와 사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도 한국처럼 특수고용노동자가 있는가?특수고용이라는 말은 일본에 없다. 노동자 내지 자영업자이다. 노동자가 싸우지 않으면 모두 자영업자로 분류되고, 사회보장제도의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한국은 네 가지 특수고용에서는 산재가입을 할 수 있는데, 일본은 특별가입으로 자기 돈 내고 자영업자 형태로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전에는 보험설계사, 레미콘운전사가 노동조합에 속했지만, 요즘에 와서는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판례가 생기고 있다. 독립자영업자라고 하면서 사용자 지위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자가 소송을 제기하고 싸운다. 노조 만들고 인정하라, 노동자성 있으니까 산재 보상하라고 소송하는 것이다.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다. 비정규직 연봉 200만 엔이면 일본 내에서 어느 수준인지 가늠이 안 된다일본의 생활보호 제도는 지자체마다 약간 차이가 있는데 교토의 경우 30세 부부와 2살 아기의 최저생계비가 한 달에 22만 엔 (약 300만 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연 200만 엔 (약 2,700만 원)이면 혼자 살기도 어렵다. 부모와 같이 살아야 겨우 살 수 있다. 부모가 사망하면 집에 있을 수가 없어서 노숙자 되는 젊은이도 있다. 결혼하지 못하고 부모가 사망해도 국민연금 받으려고 신고 안하는 젊은이도 있다. 2007년 여야가 역전된 것에 비정규노동자 증가가 영향을 미쳤나?계기가 되었다. 파견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비정규고용이 늘어나면서 신자유주의 정책에 국민이 더 이상 못 참겠다고 선거로 선택한 것이다. 민주당, 사민당, 국민신당 세 야당에서 파견법 개정이 쟁점이었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기업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처럼 일본에 유사한 판례가 있나?비슷한 판례가 없다, 2008년 4월 마쓰시다 사건이라고, 현대차하고 비슷한 사건이 있었는데 오사카고등재판소에서 이겼으나 대법원에서 작년 12월 패소했다. 2008년에 금융위기 이후 파견노동자들이 많이 해고당했다. 60건 정도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데 다 개인들이 제기한 해고무효 소송이다. 일본 파견법에서는 한국처럼 2년 이상 사용하면 직접고용이다,라는 조항이 없다. 원청의 지휘를 받았다는 증거가 있으면 정규직이라고 주장하는 한국 대법원 판결을 보고 우리는 용기를 받았다. 일본도 한국처럼 노동조합 운동을 탄압하는가? 노조가 힘이 있을 때, 사업장에 활동가가 있을 때에도 그런 일은 일어난다. 이를테면 공산당 활동가를 사찰, 미행한 사건이 있었다. 기업이 노동자의 퇴근 후와 휴게시간에도 계속 감시했다. 기업의 감시는 불법이다 소송을 해서 노동자가 이겼다. 기업이 감시한 것은 직장에서 인간관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대법원 판결로 확정했다. 노동조합이 모든 노동자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이 있는가?금속노조 구호 속에 ‘총고용’이라는 말이 들어 있다. 고용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그에 병행하여 임금 쟁취 투쟁이 있어야 한다. 제일 나쁜 조건에 처한 노동자를 대변하면서 전체 임금을 인상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이탈리아 노조를 보면 노동조합이 활동가 단체이지만, 일단 파업에 돌입하면 노조원 수의 5, 6배가 동참하고 그 협약은 전체노동자에 적용된다. 지금은 고용불안정이 확산되어 있기에 일을 하고 있어 실업율은 줄어들었지만 빈곤율은 늘어나는 역설적 상황이다. <2> 미국의 노동안전보건 운동 일시: 11월 5일 오후 4시-6시 장소: 성수노동자건강센터 교육장 통역: 박준규 (건강과 대안 상임연구원)
이 날 강연을 맡은 찰스 레벤스타인 (Charles Levenstein)은 현재 매사추세츠 주립대학 로웰 캠퍼스(UMass Lowell) 보건환경 대학원 석좌교수이고, 크레이그 슬래틴 (Craig Slatin)은 같은 대학원의 교수입니다. 두 분은 노동자 건강의 정치경제학, 노동 환경 정의에 관련된 연구를 주로 진행해왔으며, 보건의료노조, 교원노조와 함께 현장 활동도 활발하게 해온 활동가이기도 합니다. 레벤스타인 교수는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노동자였지만 아들은 노동자가 되지 않기를 바랐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일찍이 사회운동에 참여했고, 대학교수가 되기 전에는 노동조합연맹의 수석경제학자로도 일했다고 합니다. 슬래틴 교수는 대학 중퇴 후 육류 생산 업체의 운송 노동자로 일하다가 노동환경과 안전보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어 뒤에 소개할 COSH 그룹을 찾게 되었고, 그 곳에서 활동하던 중에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보건대학원을 진학하고 나중에 교수가 되었습니다. 두 분은 그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에서 노동조합과 보건의료 전문가 집단, 또 지역사회 환경운동 그룹이 함께 하는 안전보건 운동에 대해 소개해주었습니다. 안전보건과 관련된 노동자들의 조직적인 행동은 광산노동자들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후 산별연맹들이 안전보건 문제를 주요 이슈로 다뤄왔지만, 다들 알고 있는 것처럼 노조운동의 쇠퇴는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도움이 되었던 것은 미국직업안전보건청 (OSHA)의 ‘뉴디렉션 (new direction)’ 프로그램입니다. 이는 1970년대 후반에 시작된 것으로 안전보건과 관련하여 전문가나 활동가, 노동조합 간부들을 교육하는데 자금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는 안전보건 교육과 활동가 양성을 물론 기초적인 노동자 조직화 사업 등에도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에 들어 레이건 행정부가 집권하고 직업안전보건청에 반노동 인사를 책임자로 선임하면서 이 기금은 노조보다는 사업주가 받아가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1986년에 시작된 ‘유해 폐기물 처리 노동자 훈련 프로그램’입니다. 미국 전역에 매립된 산업폐기물 처리를 위한 슈퍼펀드 (superfund) 법과 연계하여, 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훈련 프로그램이 마련되었고, 이를 통해 노동자들의 안전보건 교육을 진행할 수 있었다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노동안전보건 운동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축은 전문가들입니다. 미국 공중보건협회 (American Public Health Association, APHA)는 공중보건 전문가들의 가장 큰 단체로, 주로 대학에 재직하는 연구자들로 구성된 학회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여기의 직업안전보건 분과는 196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주로 기업에 고용된 산업의학 의사들이 주축을 이루었지만, 이후 60년대 좌파 운동을 경험한 진보적 성향의 의사들이 분과를 장악하면서 다른 공중보건 전문가들과 노동계와 연합을 구축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분과는 현재 안전보건 전문가들과 노동계를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록 학회는 1년에 한 번 열리지만, 메일링리스트를 통해 주요 이슈들을 지속적으로 공유하면서 토론의 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레벤스타인 교수가 예전에 이 분과의 수장을 맡기도 했었다고 하네요. 국내 언론에는 매우 인색하게 다뤄졌지만, 공유정옥 씨가 반올림 활동의 공로를 인정받아 상을 받게 된 것이 바로 이 분과입니다. 공중보건협회는 전문가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는 공간이기에, 사회적으로나 학술적으로 무시하지 못할 지위가 있어서 캠페인 활동에 유효한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합니다.
중요한 또 다른 주체는 ‘안전보건 연합 (Coalitions for Health and Safety, COSH)’입니다. 지역사회 풀뿌리 운동의 성격을 가진 것으로, 60-70년대 미국 민권운동의 영향 속에서 성장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70년대 중반, 시카고 지역에서 처음으로 COSH가 설립된 이래, 여러 지역으로 이 운동이 퍼져나갔다고 합니다. 매사추세츠, 뉴욕, 필라델피아, 코네티컷 등 여러 주로 COSH 운동이 퍼져나갔습니다. COSH 그룹들은 참가하고 있는 단체들 성격이나 지역 특성들이 다양한데, 이를테면 레벤스타인과 슬래틴 교수가 속해있는 MassCOSH (매사추세츠)는 보건의료 전문가와 노동조합이 주요한 활동의 축이고, 뉴욕 COSH는 강력한 노동조합들이 핵심 세력이며, 코네티컷은 ‘뉴 디렉션’ 프로그램의 영향을 통해 지역사회 주민단체와 연계를 조직했고 특히 히스패닉 이민자들의 참여가 활발하다고 합니다. 활동의 내용이나 방식들이 다양하기는 하지만 대체로 전문가들, 노동조합, 지역사회, 환경운동 단체들이 함께 연합을 구축한다는 것은 공통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뉴저지 주에서는 주민들의 산업 공해에 대한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적 소송을 하기도 했고, 실리콘 밸리에서 사용되는 유해 화학물질에 대한 노동자 교육, 혹은 정보공개 투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뉴욕 COSH는 가장 규모도 크고 활동도 왕성한데, 지난 세계무역센터 테러 사건 당시, 사고 현장의 먼지 실태와 노동자들의 건강문제를 공개함으로써 뉴욕타임즈에서도 이를 다루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캘리포니아 COSH 같은 경우, 노동조합의 조직력이 약화되면서 현재 대학이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또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국 단위의 공통 캠페인을 전개하기도 합니다. 오바마 행정부로 바뀌면서 노동부와 OSHA에 개혁적인 인물이 수장으로 임명되었기에 COSH 운동에도 활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있다고도 합니다. 현재, 미국에서 주목해야 할 새로운 움직임은 ‘노동자 센터 (Workers' Center)’입니다. 이는 전통적인 의미의 노동조합이라고는 할 수 없는, 새롭고 자발적인 형태의 노동자 결사체인데 전국에 100개, 보스턴에만 이미 6군데가 세워졌다고 합니다. 주로 이주노동자들이 참여하고 있고, 특히 남미에서 이주해온 좌파운동의 경험이 있는 노동자들이 적극적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건강문제 뿐 아니라 노동권과 관련된 다양한 상담 활동, 조직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들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진화하고 발전해나갈지는 알 수 없으나, 발표자 두 분 모두 낙관한다고 하셨습니다 (하긴, 낙관이 없었다면 어떻게 그 오랜 동안 꾸준하게 사회운동에 헌신할 수 있을까요?)이후 질의응답과 토론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오바마의 집권, 그리고 이어진 중간선거에서의 공화당 승리 같은 정치적 변화가 노동자 건강권 운동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두 교수는 누가 정권을 잡을까 평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층에서 무엇이 일어나는지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하며, 여기에서 싸움과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우리가 봐야 할 것은 민중의 투쟁이고, 어렵긴 하지만 변화의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답변이었습니다.또한, 한국사회에는 낯선 방식인 환경운동과 노동조합 운동의 결합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1970년대 후반에 환경정의 (environmental justice) 개념이 대두하면서, 자동차 노조의 훈련프로그램에서 이 문제를 처음 다루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사실, 환경주의자들이 어떤 조치를 취하게 되면 그것이 해당 사업장에 속한 노동자들에게는 해가 되는 경우가 있고, (이를테면 유해 사업장 폐쇄로 인한 일자리 상실), 노동조합에서는 조직 유지를 위해 중요한 환경문제임에도 외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둘은 함께 가야 합니다. 이를테면 산업폐기물 처리와 환경복원을 위한 기금인 슈퍼펀드의 경우, 다른 방식, 이를테면 ‘노동자 슈퍼펀드’를 마련하여 유해산업에 종사하다 해고된 노동자들의 지원프로그램이 생겨나야 한다는 것이지요. 슬래틴 교수는 이를 ‘정의로운 전환’이라고 부르며, 산업구조의 이행 과정 자체가 정의롭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흔히 환경운동이 엘리트그룹에 의해 주도되는 경향이 있고, 일상적인 환경오염은 중요하게 다루면서 막상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문제나 고용의 권리는 심각하게 다루어지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두 분은 가장 유명한 ‘시에라 클럽’과 함께 지역연대운동을 구축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환경 문제는 엄연한 계급 문제이며, 노동자들의 권리와 그 문제로 인해 영향을 받는 지역사회가 함께 운동해야 할 과제라는 것이 이 분들 주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즈키 아키라(鈴木明․42)는 '눈이 많은 고장' 나가노에 태어났다. 1982년에 메이지(明治) 대학에 입학, 학생운동을 하다가, 1990년부터 97년까지 도쿄에서 영세사업장노동자들, 이주노동자들과 산재직업병 상담활동을 했다. 97년부터 한국에서 살고 있으며, 현재 노동건강연대에서 지역노조와 함께 하는 '성수동사업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노동과건강』에 일본의 다양한 노동자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우리를 비춰보는 거울이면서, 함께 나아갈 동지들인 일본 노동자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보자. - 편집자 -
‘도쿄 동부 노재직업병 센터’ 상근자가 되어 처음에 맡았던 상담은 이주노동자 산재상담이었다. 1990년 가을의 일이었다. 자동차부품공장에서 일하는 방글라데시 출신인 R씨의 산재상담은 지역노조를 통해서 들어왔다.
일본에 있어서 이주노동자는 1980년대 후반부터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거품 경제 아래 브라질 등 일본계 남미 사람이나 아시아에서 온 이주노동자 급증에 대해 정부와 노동성은 1988년 <제6차 고용대책기본계획>을 책정해 전문․기술분야에 대한 외국인 허용과 단순노동은 안 된다는 단순노동 불가정책을 내세웠다. 한편 1989년에는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해 일본계 남미노동자의 취업을 합법화하였다.
이주노동자가 늘어나는 것에 따라 노동상담도 늘어났다. 임금체불, 해고 그리고 산재. 이러한 노동상담은 지역노조(유니온)나 이주노동자를 지원하는 NGO단체가 맡게 되었다. 이주노동자가 상담을 하자고 하면 그들에게 문을 열고 있는 지역노조 만이 상담에 응해 주었다.
이주노동자는 모국의 친구끼리 공동체를 형성한다. 자기 문제가 해결이 되면 어려운 친구를 데려오므로 지원단체도 남아시아 출신자가 많은 단체, 남미 출신자가 많은 단체 등 여러 가지 특징이 있다. 어쨌든 800만 명을 조직하는 노총인 ‘연합(RENGO)’도 이주노동자에 대한 적극적인 조직 방안을 세우지 않는 지금, 한 사람이라도 가입할 수 있는 지역노조가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고 있다.
R의 직장은 ‘마치코오바’라 불리는 작은 공장이었는데 낮에 방문하면, 일하는 사람이 이주노동자 네 명밖에 없었다. R과 인도 출신인 형제, 그리고 제주도 출신이라고 하는 스무 살의 여성이 있었다.
사장은 제품 배달 등 외근이 많아 교섭하기 위해 시간을 잡는 게 어려웠다. 공장 2층에 기숙사가 되어 있고, 거기에서 잠을 자고 식사를 했다. 공장은 어둡고, 더럽고 구조적인 하청화에 허덕이는 ‘마치코오바’이었다.
마치=동네, 코오바=공장 인데, 제조업의 말단 구조에 있는 동네공장은 산업 공동화에 따라 경영하기가 어렵다. 자본력이 없는 동네공장은 설비투자도 힘들다. 일본에서는 ‘3K’라는 말을 쓰면서 사람이 일하기 싫은 일터를 표현한다. ”Kiken"(위험하다), “Kitanai"(더럽다), ”Kitsui"(힘들다)가 3K인데 일본인이 일하지 않는 사업장에 이주노동자가 들어 일하고 있다.
R은 연마기계로 손가락이 잘려 버린 산재를 당했다. 작업을 서두르다가 당한 사고였다고 한다.
R의 회사는 산재보험 미가입 회사였는데, 사장에게 호소했는데도 결국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서 한국의 노동사무소에 해당하는 노동기준감독서에 신고해 감독서 지도로 산재보험에 가입하게 되었다.
일본 노동법에는 국적조항이 없기 때문에 외국인에게도 산재보험이 적용된다. 산재보험도 마찬가지고 산재보험 미가입이라도 산재 발생시까지 소급해서 가입하면 산재노동자는 구제할 수 있다. 요양신청서, 휴업급여신청서에 사업주증명이 없더라도 ‘사업주가 증명하지 않는다’고 감독서에 제출하면 처리된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영세사업장에서는 ‘최저 노동조건인 노동기준법, 최저한 보상인 산재보험’이라는 개념이 사업주에게 없다. 그래서 사업주와의 교섭은 그런 사업주를 설득하는 걸로부터 시작한다. “외국인에게도 산재보험을 할 수 있고 보상되니까 산재보험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대부분의 사업주는 이주노동자가 산재를 당하고 일을 못 하게 되면 제대로 보상도 하지 않는 채 해고한다.
일본에서는 외국인이 주거지를 확보하기가 힘들다. 부동산 유리에 있는 물건 표시에 ‘외국인 불가’라고 써 놓는 것이 일본인이 하는 외국인에 대한 차별의 한 모습이다. 그래서 이주노동자에게 주거를 사업주가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사업주가 보증인이 되고 방을 얻거나 공장 부지 안에 있는 컨테이너에 사는 예도 있다. 그러므로 해고는 주거 상실과 직결된다.
이렇듯 이주노동자를 기계처럼 대하는 사업주이지만, 상담으로 만난 이주노동자 가운데 사장이나 사업장에 있는 일본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라는 이야기는 들어본 기억이 없다. 이 점에서는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주나 한국인 노동자들에게 폭행당하는 것을 불만으로 든 것과 차이가 난다 할 수 있겠다.
“일본에서는 외국인이 주거지를 확보하기가 힘들다. 부동산 유리에 있는 물건 표시에 ‘외국인 불가’라고 써 놓는 것이 일본인이 하는 외국인에 대한 차별의 한 모습이다. 그래서 이주노동자에게 주거를 사업주가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과 일본, 양국의 이주노동자의 차이라면 투쟁방법이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이주노동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해 자기 문제를 해결하고 동지인 조합원을 위해 함께 투쟁하는 일은 있지만, 일본 노조지도부는 이주노동자가 전면에 나서는 것은 피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이주노동자도 집회에 참여하고 시위도 같이 하는데 연행, 즉 강제추방 대상인 이주노동자를 앞세우는 게 아니라 일본인이 권력과의 마찰에서 방조제가 되도록 한다. 한국처럼 시위에서 이주노동자가 경찰과 몸싸움하거나 단식농성을 하는 것은 일본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탄압에 맞서는 일본 운동의 역동성이 모자란 것처럼 보인다.
일본 정부의 2001년 통계에 따르면 일본 인구는 1억2700만명. 외국인등록을 한 외국국적 사람은 177만명이다. 이 속에는 일제시대 일본에 살게 된 한국, 대만 출신자와 2세, 3세인 ‘특별영주자’ 50만 명과 영주권을 얻은 ‘일반영주자’ 18만명이 포함된다. 그리고 법무성-입국관리국이 말하는 ‘불법체류자’는 22만 552명이다. 1993년 29만8,646명이 최고치로, 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다. 참고로 일본 총노동력인구는 6,889만명이다.
일본에서 ‘불법체류자’ 단속은 주로 주요 전철역에서 실시된다. 그러나 입국관리국은 2004년 2월 14일부터 홈페이지 상에서 ‘불법체류자’에 관한 정보를 접수하기 시작해 시민단체, 변호사회 등으로부터 삭제를 요구받아 있다. 입국관리국은 홈페이지에서 “우리나라에게 좋지 않는 외국인을 강제로 국외로 퇴거시키는 것으로 건전한 일본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는데 “불법체류자 = 범죄의 온상”이라는 문구는 경찰로부터 발신되고 언론을 통해서 선동되어 있다.
“B는 손가락 끝을 재단기에 잘린 산재를 당해 요양중이고 치유를 기다리는 단계였는데, 입국관리사무소에 수용되었다. 거기서 의료기관에 다니고 의사 판단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주노동자는 친구끼리 방을 얻어서 같이 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집단으로 살면 이웃 사람의 눈에 띈다. 소리가 시끄럽다고 주민이 신고해서 출동한 경찰에게 불법체류자로 연행된 예가 있었는데 본인이 산재 상담한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도 몇 명이 잡혔다. 산재를 당해 일할 수 없고 요양중인 이주노동자가 모여서 이야기하다가 연행된 것이다.
S는 식품회사에서 대형 교반기로 팔을 부러뜨린 산재를 당해서 재수술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요양이 오래 걸리는 S는 매달 정해진 날에 입국관리사무소에 출두하는 것으로 입국관리국이 판단해 풀려나기도 했다.
B는 손가락 끝을 재단기에 잘린 산재를 당해 요양중이고 치유를 기다리는 단계였는데, 입국관리사무소에 수용되었다. 거기서 의료기관에 다니고 의사 판단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주노동자에게 산재치료나 임금체불이 있는 경우 입국관리국은 일단 노동채권을 노동자가 얻을 때까지 강제추방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B는 방글라데시 사람인데 인도 여권을 갖고 있었다. 돈을 주면 언제든지 위조 여권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 B가 인도로 갔는지, 방글라데시로 갔는지 궁금하다.
일본인은 외국인에 대해 배타적이다. 구미 사람에 대해서는 열등감을 갖고 아시아 사람에 대해서는 멸시하는 일본인의 경향은 메이지유신 이후의 서구 문화 섭취와 아시아 참략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근대화를 추진하기 위해 ‘천왕제’라는 강력한 장치로 민중을 통제하여 제국주의전쟁에 돌입한 일본은 패전 후도 천왕제 이데올로기를 유지해 왔다. 전후 민주화도 미국에 의해 주어진 것이며 일본 민중은 스스로 천왕제를 단죄하고 침략의 역사를 청산할 수 없었다. 그 결과 일본정부는 전쟁책임을 다하지 않고 일제의 만행에 대해 사죄하지 않는 채 현재에 이르러 최대의 전쟁책임자인 천왕과 천왕제가 남아 있다. ‘만세 일계인 천왕을 받들어 모시는 단일민족’이라는 환상이 일제시대에 강제되면서 그 잔재를 제거하지 않고 온 일본인이 외국인에 대해 배타적인 자세를 고치기 위해서는 일제 침략사의 청산과 다민족 공생의 시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으로부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