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무실의 동료를 인터뷰해보신 적이 있나요? 음, 저는 해봤습니다. 이번에 처음으로요. 일하는 사람도 많지 않은 작은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공유해 온 동료를 대상으로 인터뷰원고를 쓰는 기분… 쑥스럽습니다. 마주 앉아서 서로 시선을 좀 피하다가 드디어 제가 입을 열었습니다. 첫 질문치고는 좀 약하군요.
자기 소개를 어떻게 하고 싶은가요. - 직책이 없어, 어떻게 해야 되나. 상근활동가라고 할까? 밖에 나가도 사람들이 직책이 뭐냐고 물어. 그때는 상근자라고…
이상하다, 명함에 직책 만들어서 찍지 않았나요? 이번에 CBS라디오 인터뷰할 때도 사회자가 직책이 뭐냐고 물었는데, 없어요 했죠? 사회자가 당황했겠는데.
- 그러니까, 얼마 전 국회 토론회에도 지정토론자로 나갔는데 직책이 없냐고, 토론문에 그냥 상근활동가라고 적혀있으니까.
빨리 만들어 달라고 얘기를 하죠.- 아! 직책을 공모합니다, 낼까? 여기에?
노동건강연대 회원들이라면 사무실의 일본인 상근자 스즈키 씨를 알 겁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몰라도요. 전화를 받거나 모임에서 인사를 하는데 그가 외국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회원들은 처음에는 긴장합니다. 그의 부드러운 한국어를 듣는다면 바로 긴장을 풀리기는 하지만. 스즈키 씨는 지난 4월 13일에서 18일까지 후쿠시마 재난현장을 다녀왔습니다.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이 고국의 재난현장을 조사하고 왔다는 소식에 많은 한국 언론이 기사를 썼습니다. 라디오시사프로에 초대받아 방송국까지 다녀왔지요. 한국에 사는 일본인, 게다가 사회 운동하는 일본인에 대한 관심이 늘 그를 따라다닙니다. 그 관심에 대해 거리를 두고 지내왔지만, 이번만은 고국의 소식을 알리기 위해 요청이 오면 어디든 달려가신 스즈키씨입니다.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려는데 자리에 앉아있던 사무국장이 우리 단체 티셔츠를 들고 와서는 입으라고 합니다. 분홍색 후드티셔츠.
“잘 어울려요, 젊어 보이는걸”
“회원여러분 반갑습니다, 특별히 반갑진 않아요”
키득키득 웃으시는 스즈키씨. 나이와 매우 안 어울리는 언행입니다. 하긴 스즈키 씨는 일본에서 활동하시다가 한국의 노조활동가에게 반해서 결혼을 하러 건너오신 용감하고도 순수하신 분입니다.
잘 모르는 회원들을 위해서 자기소개를 다시 한 번 해주시죠.- 회원 여러분, CMS동의서를 다시 써야 됩니다. 써 주십쇼.
일본사람이 단체에 있다는 이유로 회원들이 일을 더 시키지 않나요? 평소에 궁금해 하지 않던 일본 소식들, 연구 자료들, 법제도들 물어보고 번역해달라고 조르잖아요.- 음… 주로 일본의 연구, 일본 산업보건이나 법규 등 한국과 유사하니까 일본 정보수집 하려고 그러는 것 같아요. 오히려 일본에서 선행된 제도를 한국이 보완해서 잘 쓰려는 부분이 있죠.
사무실에서 회비관리하시고 회계 맡고 계시잖아요. 내가 왜 한국까지 와서 이 일을 하고 있나, 하기 싫진 않으세요?- 회계라기 보다는 거의 지갑관리 수준인데(웃음), 재정계획 세우는 정도는 아니라서… 있는 만큼 계산하는 일입니다.
말이 나온 김에 노동건강연대의 재정 상태를 평가해주신다면 어떤 상태입니까?- 노건연의 재정상태가 음… 계획은 세우지만 절대로 예산대로 가지 못하는 재정구조입니다. 그러니까 통상 회비만으로는 적자, 적자 부분에 대해서 회원들 후원금에 기대는 현실이죠.
괜히 물어봤다. 회계담당자의 슬픈 진단이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지난 4월의 후쿠시마 방문에 대해서 질문하려고 합니다. 후쿠시마 다녀오신 후 바쁘셨죠? 여기저기서 계속 불렀잖아요.- 후쿠시마 사고가 해결이 안되고 있고, 방사선 피해가 늘어나고, 노동자들 피폭이 계속되는 상황이니까 계속 주시하고 한국에 알려주는 게 제 역할이에요.
기자들이 제일 많이 궁금해 하는 게 어떤 건가요?- 사람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제일 궁금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제가 핵공학 전문가가 아니니까 핵 자체에 대해서 묻는다기 보다 일본 사람이 뭘 생각하나 궁금해 하는 거죠. 일본 사람을 하나로 묶을 수 없고 정보를 얼마나 갖고 있느냐에 따라서 행동이 달라요. NHK만 듣고 있으면 크게 문제가 없는 것처럼 느껴요. 지금 일본정부가 후쿠시마 포함해서 농수산물을 안전하다고 하고 있는데 모두 검사할 수가 없고, 애 엄마들은 아이한테 무얼 먹이면 좋은지 고민하고 있어요.
후쿠시마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비중이 높은 편인가요?- 각 지역은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먹고, 우유는 세 번을 검사해서 세 번 다 방사선 수치가 안 높으면 시장에 나갈 수 있게 돼 있어요. 식품모니터링이 잘 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무얼 먹는다는 게 불안할 만큼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게 어려운 일이 되었군요.-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어쩔 수 없다는 사람도 있죠. 방사선이 외부피폭도 문제지만 먹는 거, 내부피폭도 문제인데, 도쿄 옆에 치바 현이라고 있어요. 애엄마 모유에서 방사성물질이 나왔거든요. 내부피폭이 있다는 증거예요.
핵발전소폭발만 무서운 건 줄 알았는데, 일상생활 영위해가는 일도 공포의 연속이네요.- 오염된 식량이 상당수 있을 거예요. 오사카 같은 서쪽지방으로 이주하면 좋겠지만 거기까지 생각 못 하죠. 생활기반을 버리고 이동하지는 않을 거예요. 저선량피폭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아직 잘 모르는 부분이 있어요. 아예 무시하는 사람이 있고, 적어도 어린이에게는 덜 영향을 주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
아이들이 컸을 때 건강할지 두렵네요. 핵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떤가요?- 뭐가 안전한지 정보가 충분하지 않아요.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있어요. 주류학자들은 방사선위험을 축소하려고 하죠. 한국도 일본처럼 그런 것 같아요. 저선량피폭이 위험하다고 인정한 보고서가 별로 없어요. 체르노빌사고도 저선량의 건강장애는 보고가 제대로 안 되어 있어요.
핵 옹호세력들의 이해관계와 연결돼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 독일은 2022년까지 원전을 폐쇄하겠다고 했고, 일본도 간 총리가 하마오카 핵발전소 가동을 중지하겠다고 했잖아요. 반대하는 세력도 많은 것 같지만 …- 핵으로 살아야 하는 세력이 반발하고 있죠. 그렇지만 일본은 어느 때보다도 탈핵움직임이 의미있는 큰 세력으로 만들어지고 있어요.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요. 핵 밖에 살아갈 방법이 없다고 선전해 왔는데, 핵은 위험하다 대안이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요.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거죠. 독일을 비난하는 나라들도 있지만 정책으로 평가해야죠.
일본은 핵으로 큰 고통을 겪은 나라인데 어떻게 바로 핵발전소를 지을 수 있었나요. 참 궁금한 점이예요.- ‘핵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말을 IAEA가 쓰기 시작했죠. 심지어 일본 공산당까지 핵에 대해 반대 안 했어요. 자민당이 추진하는 핵은 반대했지만 사회주의가 사용하는 핵은 지지한다고 했죠. 그래서 60년대 반핵운동이 갈라졌어요. 히로시마, 나가사키가 핵을 맞고, 미국이 태평양에서 수소폭탄실험을 할 때 일본어민들이 피폭됐죠. 일본이 수소와 핵을 모두 처음 맞은 거예요. 그런데 당시 50년대 후반 냉전시대, 중국이 핵폭탄개발에 성공하자 일본 공산당이 미국 핵을 견제하기 위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어요. 원수폭금지일본협의회(원수협)가 먼저 있었는데 사회당계열, 일본노동조합총평의회(총평) 등이 떨어져 나와서 원수폭금지일본국민회의(원수금)를 만들었죠. 원수협에는 공산당계열만 남게 됐어요.
그래서 일본 반핵운동이 모든 핵을 금지하자는 세력과 ‘핵의 평화적 이용’은 가능하다는 세력으로 갈라진 것이죠.
그렇군요. 현재 일본의 운동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건가요?- 일본은 전국적 환경단체가 없어요. 핵발전소가 있는 지역이나 건설예정지역 주민들이 반대운동을 하죠. 도시는 도시대로 반핵운동이 있지만 운동을 조직하는 방식이 한국과 달라요. 80년대 일본반핵운동은 총평과 사회당이 있어서 할 수 있었거든요, 노동조합의 대중동원이 가능했으니까요. 89년 총평이 해산하고 운동도 시들해졌죠.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렌고)가 만들어지면서 노동운동이 우경화되고 전국적 구심도 없어졌어요.
지금 사고를 낸 도쿄전력에도 노동조합이 있나요?- 전력회사들 노동조합이 있죠. 그러나 이번 후쿠시마 사고 때 도쿄전력 홈페이지를 보면 사고에 대한 사과는 없어요. ‘계획정전으로 피해를 줘서 미안하다’는 말만 있습니다. 그동안 일본 노총이 핵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는 입장이었는데 5월에 입장을 보류하고 검토하는 중이라고 했어요. 전력4회사의 노동조합이 노총의 중심세력인데 쉽지 않죠. 한국 노동조합의 상황과 비슷해요. 노동조합이 선택하기가 어려워요. 일자리문제라서 정부가 정책적으로 규제하기 전에는 어렵죠.
일본은 지역운동이 활발하다고 하셨는데 한국의 반핵운동이 지역과 연대하기 위해서는 무얼 해야 할까요?- 지역에서 반대를 하지 않으면 지금 같은 핵추진 구조에서는 어려워요. 부안을 봐도 지역 주민이 투쟁으로 핵폐기장을 백지화했잖아요. 그냥 토목공사라고 생각하는 지역은 유치할 것이고, 후보지로 나서는 구도예요. 정책적으로 탈핵을 하지 않는 한, 유지하기 위해서도 계속 핵발전소 얘기가 나오죠.
도쿄시민들이 이번 여름의 전력수요를 어떻게 줄여야 할지, 일본정부가 고심 중이라는 기사를 읽었어요.- 실내냉방온도를 너무 낮추지 말자든가 여러 가지 방안을 내놓고 있는데 사실은 도쿄전력의 1/3은 대공장이 쓰는 거예요. 가정에서도 절전해야 겠지만 큰 공장의 절전이 관건이에요. 토요일 일요일 쉬는 게 아니라 전기수요가 많은 평일에 쉬고 주말에 공장을 돌리자, 작업시간을 일찍 시작해서 일찍 일을 끝내는 식으로 하자, 심야노동을 도입하자는 얘기도 있어요.
음, 덜 사야 덜 만들고 생산량을 줄일 텐데 물건은 계속 만들어내야 하고 일자리도 걸려있고 쉬운 문제가 아니군요. 이제 일본의 건강권 운동 상황을 들어볼까요. 가장 큰 현안은 무엇인가요? - 후쿠시마에서 노동자 피폭이 계속되고 있어요. 전국노동안전위생센터연락회의(안전센터)가 정부와 교섭을 하고 있어요. 노동자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라고. 사고 수습을 위해서 전국에서 노동자가 투입되고 있는데 어마어마한 피폭량이 있을 거예요. 확실히 안전하게 피폭작업을 관리하고 피폭결과를 계속 추적하고, 건강관리 제도를 보완해야 해요. 전국안전센터가 후생노동성하고 교섭하고 있는 것인데, 정부가 핵발전소 작업자의 1년 노출상한선을 250 밀리시버트(mSv)로 올렸거든요. 250mSv에 노출되면 조혈기능에 장애가 분명히 나타난다고 되어 있어요. 실제 현장에서는 250이 아니라 100mSv 노출되면 투입을 안 하는 방향으로 하고는 있지만. 100mSv도 평상시의 5배예요. 보통 1년에 20이 기준이니까요. 방사선작업종사자의 1년한도도 50mSv가 최대이고요.
아 그렇군요. 사고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계속 작업하고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네요. - 전국의 노동자들이 모여서 일하고 있어요. 플랜트, 건설, 배관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죠. 일용노동자들도 동원되고요. 오사카에서 트럭운전사 모집한다고 해서 갔더니 본인도 모르게 후쿠시마 원전에서 폐기물처리 일을 하게 된 경우도 있어요. 트럭운전사가 국가대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심각하군요. 일반 노동문제 중에 는 어떤 이슈가 있나요?- 아! 최근에 정신건강 문제, 멘탈 헬스 문제가 심각한 것 같아요. 정부는 과중노동, 장시간노동의 문제로 다루는데 직장 내 왕따, 괴롭힘 같은 문제가 많아요. 점점 서서히 드러나고 있어요. 노동 강도가 세지고 인간관계가 공격적으로 변해서 그런 건지 상담이 늘어나고 있어요. 노동 상담으로 오는데 들어보면 정신건강 문제인 경우가 많아요. 산재로 신청하려는 상담이 아니라 지역유니온, 일반 노조에 노동 상담으로 오는 거예요. 상담이 오면 노동조합은 교섭을 통해서 직장 내 괴롭힘을 시정하려고 하는데 잘못하면 해고가 되니까 어려운 문제예요.
한국도 그렇지만 일본도 비정규직, 청년실업문제가 심각해서 새로운 노동운동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거 같아요. 맞아요? - 일반노조나 유니온의 활동스타일이 일본과 한국이 달라요. 한국 노동조합은 개별 노동상담, 법적 대응은 주로 노무사가 맡아서 하고, 노동조합은 조직 확대, 노조설립에 주로 공을 들이잖아요. 일본은 유니온, 지역일반노조들이 개별노동자 상담을 해결하려고 노력해요.
한국은 노동자가 혼자 찾아오면 보통 노무사를 연결해주는데 일본은 활동가들이 상담에 대해 하나하나 대응해요. 사람과 시간은 투입하는데 성과는 더디거든요. 한국은 노동위원회가 개인이 구제 신청하는 것도 다루는데 일본은 집단적 분쟁만 노동위원회가 다루거든요, 그러니 개인이 지역노조에 상담하는 게 하나의 방법이 되는 거예요.
한국 노동운동 내부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갈등이 많다고 하잖아요, 일본의 상황은 어때요?- 일본과 비교하자면 일본 정규직은 한국만큼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이 없어요. 한국은 조직하려고 하잖아요. 비정규직의 존재를 문제라고 인식하고 두 노총이 의지를 표명하거든요. 일본은 조직사업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기 어려워요.
노동운동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요. 희망이 있나요?- 희망은, 노동자가 독자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사회변혁의 힘이 약하죠. 농민도 그렇지만 노동자도 자기 목소리가 없으면 자본의 공세는 누가 막나요, 노동조합에 희망을 가져야죠.
역시 오늘도 한 수 배웁니다. 잊고 있던 기본을 깨우쳐 주실 때가 많은 대선배이십니다.
노건연 일은 어때요? 재미있나요?- 재미있냐고? 음… 음… 노건연이 그러니까… 전문가 단체잖아요. 노건연에 모이는 사람들이 전문성을 살리는 기획을 하면 좋겠어요.
지금 활동이 재미있냐 이거죠. 노건연 일이 재미없으신 거 아녜요? - 재미있냐… 바빠서 정리가 안 되고 있어요. 재미가 없는 것보다 아무래도 비정규직, 영세노동자 연대하는 사업, 지금은 정책 사업이 중심인데 조금 충전해서 영세노동자랑 연대하는 사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노동건강연대가 전문가 단체라고 하셨잖아요. 여기서 상근활동가의 역할은 뭘까요?- 전문가와 현실 사이에 실현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연결하는 게 상근자 아닐까요. 전문가 한 사람 한 사람은 전체를 못 보거든요. 운동 전체를 보는 건 상근자예요. 회원들이 힘을 발휘하게 하는 역할이죠. 노건연 회원들도 훌륭한 활동가들이 많지만요.
역시 잊고 있던 부분을 짚어주십니다. 저는 과연 그렇게 진지한 생각으로 활동을 하고 있나 고개를 떨구게 됩니다.
한국생활은 어때요? 마포 성미산 지역에 살면서 지역운동도 하고 계시잖아요.- 아이가 어린이집 다니던 몇 년 전보다 비중이 줄었어요. 일본에 연수 가는 아이들 위해서 일본어도 가르치고 그랬는데… 한국생활은… 그냥 한국에 사는 거죠.
외국인들은 한국 사람들이 바쁘게 산다고 하잖아요. 정말 그런 것 같아요? 한국문화는 어때요?- 사회변화가 빠르죠. 한국 문화에 대해서는 요즘 노동자 문화가 예전과 달라졌다는 걸 느껴요.
노동자 문화라… 자세히 얘기해 주시죠.- 집회문화가, 자기들이 만들었다기보다 역할분담을 딱딱 하면서. 옛날에는 같이 만든다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무대와 보는 사람이 따로 있고 일체감이 없는 것 같아요. 여성들이 하는 집회는 잘 하는 것 같은데. 무대에도 올라가고, 발표도 하고 공유하려고 아주머니들이 재미있게 하는데.
남성노동자의 집회문화가 변화가 필요하긴 하죠. 최근 본 한국영화 있나요? 일본 소설가 중에 좋아하는 소설가 있어요?- 드라마도 안 보고, 가수도 몰라서… 용산문제를 다룬 <남일당이야기>를 작년 겨울엔가 봤고, 일본 소설가는 일본 가면 가끔 일본 고전소설, 옛날 작가들 소설을 사오죠. 한국에서 인기 많은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소설가는 허무주의를 부추겨서 안 좋아해요.
여기까지가 공식적인 인터뷰의 기록입니다. 수첩을 덮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최근 한국정세부터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이야기까지… 그러다가 다시 후쿠시마 사고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일본의 르뽀문학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에 이번 후쿠시마 사고를 취재한 이들은 대부분 프리랜서 들이라고 얘기해 줍니다.
노동건강연대에 스즈키 씨같은 훌륭한 상근활동가가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입니다. 착한 마음씨, 원칙을 지키는 엄격함, 부지런함, 성실성… 저에게 없는 것을 너무 많이 갖고 있으면서 겸손하기까지 합니다. 아, 너무 진지해서 썰렁할 때도 더러 있지만요. 저뿐만 아니라 주변의 많은 단체 활동가들이 스즈키 씨를 보며 배웁니다. 완전 소중한 우리 곁의 선배활동가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후쿠시마 사고에 대한 스즈키 씨의 진한 통찰을 들려드리면서 조금은 길었던 인터뷰를 마칩니다.
- 후쿠시마의 이번 사고는 일본이 패전 이후 겪은 최대의 사건이에요. 95년의 한신지진도 국지적 피해였고. 이번 핵발전소 폭발은 핵에 대해서 어떻게 판단할지 행동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어요. 민주주의를 행사할 수 기회를 준 거죠. 일본은 그동안 핵은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말해왔어요. 이제는 판단해야 하는 거예요. 사고가 터졌어도 아직 각성안 한 사람도 있고, 핵발전소 운전정지로 일거리가 끊어지는 사람도 생겨요. 한번 만들면 선택하기 어려워요. 제 딸이 꿈을 꿨대요. 일본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한국에서 사는 꿈. 일본이 지진, 태풍, 쓰나미 를 안고 살아야 하는데 방사선까지 안고 살게 생긴 거예요. 일본은 공해문제도 많이 겪었어요. 당사자가 문제를 제기하는 중요성을 알게 된 거예요. 일본 사람들이.
지난 10월 26일, 비정규노동자대회에서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노동자 이용석씨가 비정규직 관리세칙을 없애라며 부당한 차별에 항의, 자살한지 한 달이 넘어간다.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노동조합은 지금도 파업을 계속하며 공단과 교섭하고 있으나 파업은 길어지고 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부가조사를 토대로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전체 비정규직노동자 7백84만명 가운데 19만명 만이 노조에 가입, 노조 가입률이 2.4%라고 한다. 전체 임금노동자의 56%에 이르는 비정규노동자들은 스스로를 보호할 조직인 노동조합을 결성하든, 가입을 하든 그 기회와 권리가 막혀 있는 것이다. 또한 정규직을 100으로 할 때 비정규직의 월 임금총액은 2003년 현재, 51%에 불과하다.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장시간노동, 사회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빈곤층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비정규노동자의 문제는 지난 몇해 동안 줄기차게 이야기되었으나, 최근 비정규노동자 당사자들의 절망과 분노는 한계에 다다른 모습이다. 많이 이야기되기에, 많이 접하기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비정규노동의 문제를 다시 한번 짚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조진원 소장이다. 노동, 시민 단체들의 연대체인 비정규공대위 사무국장이면서,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소장으로서 그는 지금의 비정규노동이 처한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 험난한 시국을 통과할 어떤 전망을 갖고 있을까 돌아보고자 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2000년 5월, 비정규 노동 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중대한 과제로 파악하고, 비정규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조직화를 촉진하기 위해 역량을 집약한다는 목표로 만들어졌다.센터는 는 비정규노동의 문제를 폭넓게 다루는 ‘워킹보이스(Workingvoice.net)’를 운영하면서, 월간 「비정규노동」을 펴내고 있고, 조사연구, 정책개발, 상담 및 법률구조, 교육사업 등을 펴고 있다.
지난 10월 26일, 비정규노동자대회에서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노동자 이용석씨가 비정규직 관리세칙을 없애라며 부당한 차별에 항의, 자살한지 한 달이 넘어간다.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노동조합은 지금도 파업을 계속하며 공단과 교섭하고 있으나 파업은 길어지고 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부가조사를 토대로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전체 비정규직노동자 7백84만명 가운데 19만명 만이 노조에 가입, 노조 가입률이 2.4%라고 한다. 전체 임금노동자의 56%에 이르는 비정규노동자들은 스스로를 보호할 조직인 노동조합을 결성하든, 가입을 하든 그 기회와 권리가 막혀 있는 것이다. 또한 정규직을 100으로 할 때 비정규직의 월 임금총액은 2003년 현재, 51%에 불과하다.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장시간노동, 사회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빈곤층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비정규노동자의 문제는 지난 몇해 동안 줄기차게 이야기되었으나, 최근 비정규노동자 당사자들의 절망과 분노는 한계에 다다른 모습이다. 많이 이야기되기에, 많이 접하기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비정규노동의 문제를 다시 한번 짚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조진원 소장이다. 노동, 시민 단체들의 연대체인 비정규공대위 사무국장이면서,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소장으로서 그는 지금의 비정규노동이 처한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 험난한 시국을 통과할 어떤 전망을 갖고 있을까 돌아보고자 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2000년 5월, 비정규 노동 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중대한 과제로 파악하고, 비정규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조직화를 촉진하기 위해 역량을 집약한다는 목표로 만들어졌다.센터는 는 비정규노동의 문제를 폭넓게 다루는 ‘워킹보이스(Workingvoice.net)’를 운영하면서, 월간 「비정규노동」을 펴내고 있고, 조사연구, 정책개발, 상담 및 법률구조, 교육사업 등을 펴고 있다.
이용석 본부장의 죽음 이후 비정규차별 문제가 노동운동 안에도 경종을 울리고, 사회적 이슈가 되어야 하는데, 사회적 이슈가 된 것 같은지..
- 비정규노동센터가 2000년 발족하고, 비정규노동 문제가 사회적 의제가 되었다고 본다, 그러나 비정규보호 법안은 비정규남용을 막지 못하고 있다. 지난 대통령선거 때 비정규문제에 대한 노무현 후보의 공약을 보면 비정규직 남용을 규제하고, 차별 철폐하겠다는 공약이 있었다. 노사정위에서 2년간 손을 본 비정규보호법안이 7월말 노동부에 넘어갔다. 그러나 공익안보다 후퇴한 노동부안이 노동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의제화에 성공은 했지만 해결할 수준의 내용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규제완화와 노동유연화를 포기하지 않는 정부가 물타기를 계속하고 있다.
기간제노동자를 사용할 사유를 제한하지 않는 법안을 만들어놓았고, 2년 기한 내 해고를 못하게 한 보호안도 무력화될 가능성이 있다. 파견법처럼 악용될 여지가 많다. 노동부는 규제가 가능하다고 강변하지만 파견법 허용으로 물타기를 한다. 이게 제일 문제다. 노동계의 힘과 압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대기업노동자를 공격하는데 비정규노동자를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의 의지는 없는 것 같다.
- 노동내부의 평등과 연대에 충실해야 정규직화도 하고, 차별도 철폐할 수 있다. 이게 노조 건강성의 지표다. 제도도 불안정하고, 보호법안에 대한 노동자와 사용자의 수용가능성도 불안정하다. 실천에 성찰이 필요하다.
노무현 정부의 문제는 공약을 이행하지 않는 것이다. 사회를 통합해야 노사관계가 안정되는데, 주택문제, 의료보험문제를 보라. 빚을 내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사회다. 사회는 분열돼 있고, 보장성은 낮다. 노사문제가 불안정한 원인에 대한 근본처방 없이 노동자를 길들이려 하면 오산이다. 노무현대통령에게 당신이나 잘하라고 말하고 싶다. 사교육, 공교육 문제, 서민주택, 삶의 질을 보장해야 한다. 지금 시국을 노무현 대통령 개인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계급적 세력관계에서 자본 편에 붙은 것으로 봐야 한다.
현 노동운동이 보수언론과 정부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지만 대응을 못하는 것 같다. 정규직노동자와 비정규동자들이 함께 싸우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할 것 같은데...
- 민주노총이 비정규문제에 있어 두 가지를 잘하고 있다. 이를 칭찬하고 싶다. 조직의 문화로서 비정규문제를 환기하고, 깨닫고, 싸우고 있다. 또 하나는 전략적 단계를 설정해서 사업을 하고 있다는 거다. 예산, 전략을 도입해서 투자하고 있다. 진전이 있고, 긍정적이다. 이에 맞춰 정규직노조가 안주하지 않고 나가느냐, 추진하느냐가 관건이다. 지난해 비정규노조로 캐리어사내하청 노조는 정규직이 각목을 들고 나왔고, 결국 포기했다. 몇 개월 후 기아자동차 사내하청노조는 그런 일 없이 정규직과 협의하고, 직접고용도 됐다. 현대자동차 하청노조에 대해서도 정규직노조가 임금인상협상을 해 냈다. 예전보다 발전한 거다. 같이 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소리가 좀 주춤한 거 같다. 근로자성 인정과 산재보험가입문제를 보더라도 풀리는 것이 없고, 최악을 선택하도록 정부가 몰고 가는 것처럼 보인다.
- 비정규노조는 조직유지에 어려움이 많다. 고용기간이 정해져 있어 기간제 노동을 하니 노조하기가 위험하다. 자원이 취약하고 유지가 어렵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은 노동자성 인정을 못 받아서 노조가 깨지고 있다. 보험설계사 노조도 필증을 못 받았다. 건설운송(레미콘)노조, 학습지노조도 단협은 맺었지만 노동자성을 법원이 부인해서 단협이 무력화됐다.
산별노조가 자원을 갖고 배분해야 하는데 산별조직화가 더디고, 기업별노조의 연합정도 밖에 안되기에 그 기능을 못하고 있다. 비정규노동자들이 자연발생적으로 투쟁하는 것이지, 의식적으로 자원배분을 해서 노조가 많은 노동자를 포괄하지는 못하고 있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산재보험문제는 이들을 근기법상 노동자로 볼 것인가 문제다. 정부는 이들을 근로자로 인정은 하지 않으면서, 취업자 개념을 쓰면서 산재보험에 가입하게 하고, 비용은 사업주가 부담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근기법상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산재보험을 주면, 근로자성이 영영 부인될까봐 우려하는 거다.
다른 면에서는 사용자 책임을 지우면 유리할 수도 있다. 힘의 문제니까, 사용자책임을 무기로 근로자성을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가 순수하지 않으니까 문제다. 정책입안자들이 역이용하기에 이런 식의 산재보험가입은 반대하는 것이다.
정부의 비정규노동 관련 보호방안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노무현정부가 출범할 때 비정규문제가 좀 풀릴 거라 기대했었는지, 비정규관련 단체들이 노동부장관도 만났었고.
- 정부는 노동유연화 정책을 쓰면서 비정규노동자 보호입법을 추진한다고 한다. 한 정부가 대립적 정책을 추진하는데 일이 되나. 신자유주의를 좋아하는 경제관료가 정책을 좌지우지한다. 집권세력의 철학은 노동, 복지에 있지 않다. 지금 제일 어려운 이들은 농민, 중소영세, 비정규노동자들인데 자본의 이해는 이들을 계속 어려움에 빠뜨린다.
현실은 더 분열되어 있다. 전체 사회를 어떻게 운영할 건가, 노동부의 입지가 좁다. 산자유주의 시장만능정책을 제어할 수 없다. 노동, 교육, 여성, 복지 들이 사회 통합을 할 부서인데 여기에 힘을 못 실어준다. 외국기업, 외국학교, 외국병원 불러들여서 해결하려 하고 있다. 기획예산처와 재경부가 힘을 독점하고 있다.
우리는 비정규노동자의 건강, 산재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고, 실태를 알리고, 대안을 내는데 관심이 많다. 그러나 어려움이 많다. 전체 비정규운동흐름과 맞아야 하고, 거기에 도움이 되어야 하는데, 좀 심도깊은 의견이나 조언이 필요하다. 최근 하청노동자의 산재사망이 줄을 잇고, 이를 이슈화해서 항의도 하지만 관심을 못 받고 있다.
- 조직이든, 사회든 의제화하는게 중요하다. 노동운동, 노조활동의 의제로 등장할 때까지가 힘들다. 의제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인식을 바꿀 교육이 중요한데, 지금 노조운동에서 건강, 안전 이런 것이 의제인가, 노조운동에서 의제로 만드는 게 우선이고 중요하다.
비정규문제는 의제로는 만들어졌다. 실천방안을 만드는 단계이다. 건강문제, 안전문제는 의제화가 우선이다. 비정규노동자 산재가 심각한데, 대기업이 위험한 공정을 대부분 아웃소싱해버리고 있다. 정규직이 이를 묵인하고 있다.
노조가 더 할 수는 없지만 건강, 생명은 중요한데 통계나 수치를 언론에 발표해서 교통사고처럼 자주 오르내리게 해야 한다. 상담사례나, 사고집계 같은 거 있지 않나. 환기시키는 노력, 여론화하는 게 필요하다. 비정규노동자들 문제도 상담사례를 쌓아만 두고 있었는데, 발표하니까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더라.
언론을 활용하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남이 알게 하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 비정규운동의 전략이랄까, 어려운 시기에 이를 헤쳐나갈 운동방향은 무어가 되어야 하나. 비정규공대위 상황, 시민운동과의 연대 상황은 어떤가.
- 대중조직이 중요하다. 건강성을 찾고, 대중의 고통을 대변하는 단체로 성장해야 한다. 비정규센터는 여기에 일조하려 한다. 사회운동에서 봐도 대중조직 역할이 중요하다. 시민사회단체는 설득력이 있다. 합리적이고, 전문성, 다양성도 있다. 동원력은 없지만.
비정규공대위가 가장 오래하는 공대위일 텐데.. 자원과 동원력은 노조에 있고, 다양성은 시민사회에 있다. 대중조직과 시민사회가 함께 해야 한다. 전문성이 있다고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동원력만 있다고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센터가 운영하는 ‘워킹보이스(Workingvoice.net)’나, 월간 「비정규노동」이 언로를 만들고, 정보를 집약하는데 좋은 역할을 하는 거 같은데, 『노동과건강』에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하면 할수록 돈도 많이 들고, 굉장히 힘든 작업이다. 「비정규노동」도 한정된 주제로 매달 내기가 버거울 때가 많다. 워킹보이스에 젊은 비정규노동자들이 들어와 이용하는 거 보면 보람도 있다. 『노동과건강』도 이제 시작이니, 어렵다는 각오를 해야 할 거다(웃음). 노동건강연대도 예전만큼 활발한 활동을 하길 기대한다. 건설, 조선소, 많은 노동자가 죽고 있다. 대중조직과 함께 할 운동성 강한 사업을 해야 한다.
"안전관리비는 쌈짓돈, 안전관리자는 구조조정" - 건설산업연맹 강호연 산업안전국장 인터뷰
산재사고로 죽는 노동자의 1/3은 건설노동자다. 건설노동자들은 사망사고에 대해 할말이 많다. 건설산업연맹 강호연 산업안전국장과 함께 건설업 사망사고의 요인과 처벌실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건설현장의 주요 사고 발생 형태와 사례를 말씀해주십시오.
사고원인 떠넘기기
- 다른 산업 사고에 비해 건설산업 사고의 가장 큰 특징은 한번 사고나면 대형사고라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사고는 시설물 붕괴와 추락, 협착 등 입니다.
4월 30일 율촌산단의 현대건설 현장에서 슬라브가 붕괴되는 사고가 있습니다. 2명이 죽고 18명이 중경상을 입는 큰 사고였어요. 공사관계자들이 환자와 유가족들에게 회유와 협박을 해서 합의서를 받아 처벌을 피하려 했습니다. 의사들에게 압력을 넣어 진단일수를 조정하려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사고 처리과정에서는 아주 더러운 사례로 꼽히지만 문제해결 과정에서는 좋은 사례로 꼽히지 않을까 합니다. 노조와 지역단체들이 연대투쟁을 해서 좋은 성과를 거뒀죠. 공사관계자들 뿐만 아니라 이사장이 직접 현지에 내려와 수습하고 재발방지 약속과 현장 내 노조 활동보장, 유족과 환자들에게 사과하게 만들었습니다.
6월 30일에는 평택 현화지구 신동아건설의 타워크레인 붕괴로 5명이 사망하고 4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타워크레인사고는 대체적으로 운전원들이 사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망원인을 규명하기가 힘들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사업주들은 사망한 운전원들의 부주의 때문이라며 사고원인을 떠넘깁니다.
사망사고의 주요 원인을 무어라 보십니까? 정부정책과의 연관성은 어떻게 말할 수 있습니까?
안전관리자의 90%가 비정규직
- 사망사고의 원인은 사업주의 무관심과 정부의 무대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건설현장에는 법의 사각지대가 많아요. 산재보험과 안전규제에서 적용이 제외된 사항이 많습니다. 규정에서는 작업환경측정이 제외됐기 때문에 사업주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산재보상을 받으려면 사업주 확인날인이 필요한데 건설 노동자들의 경우 워낙 많이 이동하고 고용관계도 불투명하기 때문에 날인이 힘듭니다. 사고가 났을 때는 개인이 쫓아다니면서 보상을 받던지 누가 도와줘야 하는데 이것마저도 여의치 않아요. 건강검진은 제도적으로는 갖춰져 있지만 현장에서는 것은 상당히 날림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복합적인 것이 사고의 원인이죠.
사업주 무관심을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습니다. 정부발주공사의 경우 산업안전보건관리비가 별도로 책정돼 있고 일반공사에서는 일정부분 책정하도록 돼있습니다.
그런데 사업주들은 이 돈을 쌈짓돈으로 생각합니다. 뭐 전용은 말할 필요도 없고, 다 쓰지 않고도 쓴 것처럼 영수증 처리를 하기도 합니다. 노동부의 감독대상인데 제대로 안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10~20%만 사용되고, 나머지는 눈먼돈이 되는 게 현실입니다.
실상이 이런데 사용자 단체에 있는 사람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사고가 나면 재수 없어서 그런 거고 안나면 자기가 잘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합디다. 안전에 투자하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인식이 많아요.
산업안전보건관리비에 대한 부분은 끝까지 추적해야 한다는 주장을 건설연맹이 하고 있는데 근로감독관들이 전문성이 떨어지고, 회계 자료 공개를 사업주가 거부하면 강제로 확인할 명분이 없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또 큰 문제는 전담 안전관리자가 배치되는 공사규모가 상당히 완화됐다는 것입니다. 초기에는 사업주들이 기준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안전관리자를 다 뽑았고 정규직으로 전담부서도 설치했지만, IMF를 거치면서 규정이 많이 완화됐습니다. 안전관리자에 대한 구조조정 때문에 지금은 80~90%가 비정규직이고 안전관리를 전담으로 하는 사람들은 10~20%에 불과해요. 나머지는 건축 담당하면서 안전관리자를 겸임하는 식입니다.
사망사고의 원인을 없애기 위해 어떤 방안이 필요한가요? 노조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습니까?
구속품신하면 검찰은 경제를 걱정한다
- 법과 규정의 전면적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산재보험적용 제외규정과 산업안전보건규정의 예외조항을 없애고, 직업병 인정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또 사고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대처와 사업주 처벌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발주하는 공사는 PQ심사(환경안전 평가제도)를 합니다. 재해율의 전국 평균을 내서 이보다 상회하는 업체에게 입찰 때 감점을 주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공사 수주에 영향을 미치므로 처벌의 관점에서 우리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업주에 대한 제재는 전무합니다. 아까 얘기했던 여수지역에서 2명이 사망하는 사고와 평택의 5명 사망사고에서도 사업주에 대한 구속이나 처벌은 없었습니다.
노동부는 나름대로 하소연하고는 있습니다만, 구속품신을 해도 검찰에서 경제논리로 푼다고 얘기하지만 중대사고와 관련해서 기업주에 대한 제재가 솜방망이 수준보다 더 미약한 게 현실입니다.
사업주들이 유족들을 회유하고 정부와 사업주가 유착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큰 어려움입니다.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노동조합은 공동조사 요구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지방 노동관서에서 허용이 안될 경우 연맹 차원에서 노동부를 직접 압박하는 방법을 동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모든 개별사안마다 이렇게 하기는 어렵죠.
처음부터 공동 사고조사가 가능하다면 현재보다 낳은 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유족들이 사업주의 회유를 이기지 못하고 노동조합의 접근을 배제하려 하면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런 어려움의 한편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작용하고 있습니다.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공상처리를 많이 합니다. 산재인정을 받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는 거죠. 노동자들이 여기서 망치를 놓으면 밥줄이 끊어지기 때문에 공상처리나 사업주들의 보상에 쉽게 넘어가는 측면이 있어요. 이게 사고처리 과정에서 제일 힘든 부분입니다.
산재사망사고를 기업의 살인이라고 생각하며 기업주를 ‘살인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노건연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기업경영에 타격을 줄 정도가 돼야
- 기업살인법, 처음엔 좀 섬칫한 명칭이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니 정말 타당성이 있습니다. 기업주가 노동자들 데려다 노동을 시키려면 노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놔야되는데, 법을 무시한 상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상태를 방치하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교통사고의 경우 자동차보험에 들더라도 중대사고는 처벌을 받고 있는데 기업주들은 산재보험 하나 달랑 들었다고 모든 부분에서 면죄부를 받으려 합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건설현장은 사망 사고가 다반사예요. 그런 사고가 한번 나면 기업경영에 큰 타격이 될 정도의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데 적극 동의합니다.
일단 연간 수천명 씩 죽는 것을 이슈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기업살인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정리 : 김낙준/노동건강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