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거주 외국인 2백만 명 시대라고 하지만, 이들이 모두 같은 처지에 있는 것은 아니다. 이 글은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중에서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가진 외국인, 그 중에서도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E-9)나 선원취업자(E-10)처럼 법/제도로 인해 구조적 취약함에 노출된 이들의 노동환경에 초점을 두고 있다.
1. 이주노동자, 얼마나 많은가?
2017년 말 기준 국내 체류외국인은 총 2백 18만 명으로 전체 주민등록인구의 4.21%를 차지했다. 2016년 대비 6.4% 포인트 증가했고, 최근 5년간 매년 평균 8.5% 포인트의 증가율을 보이며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들 중 취업 목적으로 체류하는 외국인의 수는 총 58만 명으로 전체 체류 외국인의 27%를 차지한다. 취업 목적으로 입국한 것은 아니지만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F-2, 4, 5, 6)까지 포함하면 129만여 명이 한국 사회의 잠재적 이주 노동자인 셈이다. ‘체류자격 외 활동허가’를 받아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외국인 유학생(D-2)과 어학연수생(일반연수, D-4)까지 포함하면 이 숫자는 143만 명에 이른다.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
단기취업(C-4), 교수(E-1), 회화지도(E-2), 연구(E-3), 기술지도(E-4), 전문직업(E-5), 예술흥행(E-6), 특정활동(E-7), 비전문취업(E-9), 선원취업(E-10), 관광취업(H-1), 방문취업(H-2), 거주(F-2), 재외동포(F-4), 영주(F-5), 결혼이민(F-6)
출처: 대한민국 비자포털 (https://goo.gl/76abbP)
취업활동을 하는 외국인 중 재외동포(F-4)를 제외하면, 비전문취업(E-9)과 방문취업(H-2)이 각각 279,127명(12.8%), 238,880명(11.0%)으로 가장 많다. 이들은 국내 ‘중소기업의 인력난 완화와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도입된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으로 이주해온 단순 기능 인력이다. 제도 취지에 따라 고용 업종도 제조업, 건설업, 서비스업, 농축산업, 어업으로 제한되어 있다. 이들은 국내에서 가장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할 가능성이 높고, 고용허가제로 인해 일터에서 당하는 부당하고 차별적인 대우에 맞서기도 어려운 이들이다. 「선원법」의 적용을 받는 선원취업자(E-10)는 총 16,069명으로 전체 체류 외국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만(0.7%) 노동환경은 보다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톤 이상의 연근해 어선과 원양 어선 선원취업자들(E-10)은 고용노동부의 관리를 받는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에서도 제외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들 두 집단은 노동조건이 열악한 만큼 ‘미등록 이주노동자’ 비율도 높다.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E-9)의 16.7%, 선원취업자(E-10)의 37.3%가 현재 미등록 신분으로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표 1> 2017년 체류외국인 자격별 현황
체류자격
체류외국인 명(%*)
미등록 체류자 명(%**)
외교(A-1)
3,330(0.2)
3(0.1)
연구(E-3)
3,214(0.1)
5(0.2)
공무(A-2)
2,533(0.1)
2(0.1)
기술지도(E-4)
185(0)
2(1.1)
사증면제(B-1)
177,629(8.1)
85,196(48)
전문직업(E-5)
597(0)
9(1.5)
관광통과(B-2)
121,725(5.6)
20,662(17)
예술흥행(E-6)
3,704(0.2)
1,821(49.2)
일시취재(C-1)
28(0)
16(57.1)
특정활동(E-7)
21,206(1)
3,146(14.8)
단기방문(C-3)
199,518(9.2)
56,631(28.4)
비전문취업(E-9)
279,127(12.8)
46,618(16.7)
단기취업(C-4)
1,719(0.1)
175(10.2)
선원취업(E-10)
16,069(0.7)
5,993(37.3)
문화예술(D-1)
83(0)
2(2.4)
방문동거(F-1)
111,449(5.1)
2,774(2.5)
유학(D-2)
86,875(4)
1,112(1.3)
거주(F-2)
40,594(1.9)
3,063(7.5)
기술연수(D-3)
2,705(0.1)
1,448(53.5)
동반(F-3)
22,457(1)
486(2.2)
일반연수(D-4)
49,939(2.3)
7,209(14.4)
재외동포(F-4)
415,121(19)
1,117(0.3)
취재(D-5)
87(0)
0(0)
영주(F-5)
136,334(6.3)
종교(D-6)
1,723(0.1)
51(3)
결혼이민(F-6)
122,523(5.6)
3,439(2.8)
상사주재(D-7)
1,340(0.1)
20(1.5)
관광취업(H-1)
2,346(0.1)
기업투자(D-8)
5,939(0.3)
190(3.2)
방문취업(H-2)
238,880(11)
2,415(1)
무역경영(D-9)
2,982(0.1)
58(1.9)
기타(G-1)
21,197(1)
6,916(32.6)
구직(D-10)
6,129(0.3)
401(6.5)
관광상륙(T-1)
10,298(0.5)
교수(E-1)
2,427(0.1)
6(0.2)
기타
54,134(2.5)
5(0)
회화지도(E-2)
14,352(0.7)
47(0.3)
합계
2,180,498(100)
251041(11.5)
출처: 2017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연보 (p.43)
* 체류외국인 비율(%)은 전체 체류외국인 중 체류자격별 체류외국인의 비율
* 미등록률(%)은 체류자격별 체류외국인 중 미등록 체류자의 비율
2. 이주노동자, 어디로부터 와서 어떤 곳에서 일하는가?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취업한 이주노동자(E-9)의 국적은 2017년 현재 베트남 38,851명(14%), 캄보디아 38,798명(14%), 네팔 31,509명(11%), 인도네시아 29,681명(11%), 필리핀 26,233명(9%), 태국 24,838명(9%), 스리랑카 24,330명(9%), 미얀마 22,158명(8%) 등의 순으로 많았다 (그림 1). 선원취업자(E-10)의 경우, 베트남 국적 노동자가 6,874명(43%)으로 가장 많았고, 인도네시아 4,590명(29%), 중국 3,868명(24%), 미얀마 669명(4%), 필리핀 34명, 스리랑카 30명, 한국계 중국인 3명, 키르기스 1명 등이었다 (그림 2).
그림 .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E-9)의 출신 국가별 구성비
(출처: 2017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연보)
그림 . 선원취업자(E-10)의 출신 국가별 구성비
2017년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이주노동자(E-9)와 선원취업자(E-10)의 사증발급현황을 보면, 제조업(E-9-1)이 43,541명(69%)으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어업(E-9-4, E-10-1, E-10-2, E-10-3) 10,936명(17%), 농업 7,170명 (11%), 건설업 2,060명 (3%), 서비스업 100명 순으로 많았다 (그림3).
그림 . 2017년 고용허가제(E-9)와 선원취업자(E-10)의 사증발급현황
3.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 현황
2017년 정기국정감사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문진국 의원(자유한국당)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표2), 최근 4년간 (2012~2016년) 산업재해로 사망한 이주노동자는 총 470명으로, 연평균 94명의 이주노동자가 작업과 관련하여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5월 기준으로, 산재보험에 가입된 이주노동자 총 215,532명 중 2,497명이 일하다 다쳤고(10만 명당 1,159명), 41명이 사망했다(10만 명당 19명). 같은 기간 산재보험에 가입된 국내 노동자는 총 18,196,149명이고, 이 중 재해자는 34,931명(10만 명당 192명), 사망자는 800명(10만 명당 4명)이었다. 다시 말해, 이주노동자의 산재발생률은 내국인 노동자의 6배, 산재사망률은 4배 높은 것이다.
<표 2> 2012~2017년 5월 기준 이주노동자 산업재해 현황
구분
2012년
2013년
2014년
2015년
2016년
2017년 5월
재해발생건수
6,390
5,556
6,014
6,419
6,703
2,491
재해자수
6,404
5,586
6,044
6,449
6,728
2,497
사망자수
106
88
85
103
41
사고부상자수
6,165
5,373
5,839
6,227
6,524
2,410
출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문진국 의원실 (고용노동부, 안전보건공단)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전체 이주노동자의 11%를 차지하고, 산재가 발생해도 ‘공상 처리’를 하는 비율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터에서 다치고 사망하는 이주노동자는 훨씬 많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살’까지 포함하면 열악한 노동조건과 인권 침해로 인한 이주노동자의 사망 건 수는 훨씬 증가한다. 경남이주민센터에서 2017년 8월 23일에 발표한 고용허가제 규탄성명에 따르면 (표3), 지난 10년간 (2007년~2017년 8월) 주한 네팔 이주노동자 중 총 36명이 자살로 사망했다. 자살은 주한 네팔인 사망의 가장 흔한 원인이었다.
<표 3> 주한 네팔인 사망통계
년도
총사망
남
여
원인
불명
자살
사고
질병
살인
상해
산재
교통
2007
2
0
1
2008
7
6
4
2009
2010
3
2011
10
2012
9
5
2013
18
16
8
2014
2015
23
2016
20
2017(~8)
19
계
130
125
38
36
21
출처: 네팔인 이주노동자 자살 관련 고용허가제 규탄성명 (주한네팔대사관 자료 발췌)
이주노동자는 업무상 질병 판정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있다. 2018년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이주노동자의 업무상 질병 인정률은 38.6%로 국내 노동자 44.12%보다 낮다.
2016년 국내 노동자
2016년 이주노동자
판정
인정
인정률
9,479
4,182
44.12
176
68
38.6
뇌심혈관질병
1,911
421
22
82
25
30.5
근골격계질병
5,345
2,885
54
76
47.4
기타질병
2,223
876
39.4
38.9
출처: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 박선희의 2018년 노동자 건강권 포럼 발표문 <이주노동자 산업재해 실태> 재구성 (근로복지공단)
4. 이주노동자 체류자격에 따른 노동환경과 인권 침해 실태
고용허가제를 통해 취업한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인권실태가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면서, 그동안 국가인권위원회를 통해 수 차례의 실태조사가 이루어졌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이 중 몇 가지 중요한 결과들을 요약한다.
선원 이주노동자
2012년 한양대학교 글로벌다문화연구원은 국가인권위원회가 발주한 <어업 이주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수행했다. 이 조사에서는 부산, 경남, 여수, 제주 지역의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출신 선원 이주노동자(E-10-2) 17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가 이루어졌다. 노동조건, 산업재해, 의료이용과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근무시간과 휴일 및 휴식시간을 몰랐다‘ 또는 ’알고 있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80% 이상
‘임금조차 몰랐거나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비율이 32.5%
선원 이주노동자의 16.1%만이 선주와 직접 모국어로 된 근로계약서 체결
선원 이주노동자의 58.3%가 선원해상재해보상보험에 대해 ‘모른다’고 응답
임금체불, 산재, 폭행 등으로 관리업체에게 연락하거나 찾아갔을 때 해결 비율 29.2%
선원 이주노동자의 평균 임금 약 110만원. 은행 통장으로 임금을 지급받는 72.2%의 선원 이주노동자 중 본인이 급여 통장을 갖고 있는 경우는 33.1%
‘하루 12시간 작업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66.5%
휴식시간이 아예 없거나 1시간 미만이라는 비율이 35.5%
육상에 머무를 때 숙소가 아닌 ‘선실에서 잔다’고 응답한 비율이 46.4%
선원 이주노동자 중 36.1%가 산업재해를 경험했지만, 이들 중 선원재해보상보험으로 치료 받은 비율은 21.1%에 불과했고, 52.6%는 산재로 처리하지 않고 선주가 치료비 부담.
선원 이주노동자의 93.5%가 욕설이나 폭언을 듣는 경험을 하였고, 42.6%가 폭행당한 경험이 있으며, 10.1%는 감금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
업체를 변경한 경험이 있는 26.6%의 선원 이주노동자들의 업체 변경 이유는 임금체불(42.2%)과 장시간 노동(40.0%)이 가장 많았음
선원 비자로 입국했으나 현재 미등록 신분인 14명의 선원 이주노동자들은 ‘임금이 적어서’, ‘일이 힘들어서’, ‘폭행 때문에’, ‘숙식이 나빠서’, ‘임금체불 때문에’ 등 열악한 노동환경과 인권 침해를 이탈의 이유로 꼽았음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2013년 사단법인 ‘이주민과 함께’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주한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시행했다. 이 조사는 전국의 농축산업 이주노동자(E-9) 161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참여 노동자들의 국적은 베트남(51.6%), 캄보디아(38.5%), 네팔(9.9%) 등이었다. 주목할 만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연구에 참여한 농축산업 이주노동자의 91.3%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입국 후 사업장을 변경한 노동자의 경우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된 계약서를 제공’한 경우가 35.8%로 매우 낮았고, 계약서를 교부 받지 못한 경우도 76.1%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했고 계약서 상 임금을 아는 노동자 128명 중 (기타 업종에 종사하는 2명 제외) 26.2%가 최저임금 미만의 월급으로 계약서를 체결하고 있었다. 근무시간을 고려하여 이들이 받아야할 최저임금을 계산해보면, 71.1%의 노동자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월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근무 수당을 지급 받은 노동자의 비율은 38.4%밖에 되지 않았고, 임금체불을 경험한 비율은 68.6%로 매우 높았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했고 계약서상 휴일을 있는 노동자 125명 중 (기타 업종에 종사하는 2명 제외) 월 평균 4회 미만 휴일 수로 계약을 맺은 경우가 84%였다. 실제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의 월 평균 휴일은 2.1일로 나타났고, 휴일이 하루도 없는 경우도 8.2%나 되었다.
‘다른 사업장에 보내져서 일한 경험’을 한 농축산업 노동자의 비율은 60.9%로 ‘노동력 불법 공급’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들 중 네 번 이상 다른 사업장에 보내진 경우가 71.4% 였으며, 대부분은 본인의 동의 없이 보내진 것이었다(74.5%).
농한기에 ‘임금을 받지 못하거나 일부만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23.1%, ‘해고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12.4%였다.
66.5%의 응답자가 안전장비를 지급받지 못했고, 일을 하다가 다치거나 아팠던 경험이 있는 노동자 중 58.7%가 ‘본인이 돈을 내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응답했다. ‘산재보험으로 치료를 받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3.3%에 그쳤다. 총 응답자의 43.5%가 아파서 병원에 가고 싶었지만 갈 수 없었다고 답했다.
건설업 종사 이주노동자
2015년 IOM 이민정책연구원은 국가인권위원회가 발주한 <건설업 종사 외국인근로자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수행했다. 여기에는 건설업 종사 일반 외국인노동자 220명과 중국동포 119명을 포함하여 총 339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외국인노동자는 건설업 종사자의 국적 비율이 가장 높은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중국 출신으로 한정했다. 노동조건, 산업안전과 작업장 환경에 관해 주목할 만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한국어 수준이 ‘매우 또는 약간 서툴다’고 응답한 사람이 중국동포는 10.6%로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외국인노동자의 경우 37.1%로 높게 나타났다.
체류기간 초과 등으로 미등록 신분이 된 건설업 종사 외국인 노동자와 중국동포 중 근로계약서 미작성자는 각각 27.1%, 30.0%로, 합법 취업자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근로계약서 미소지자 비율은 국적과 합법/미등록 여부에 관계없이 모두 높았다. 근로계약서 교부는 위반 시 벌금형이 부과되는 법적 의무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중국 동포의 경우 외국인노동자에 비해 숙련기능공 비율이 높았지만, 체류자격(합법/미등록)에 따라 건설현장에서 맡는 업무의 숙련 수준에 큰 차이를 보였다. 합법 체류자의 65.9%가 숙련기능공인 반면, 미등록 신분은 숙련기능공 비율이 31.3%로 낮고 조공(27.1%)과 잡부(22.9%) 비율이 높았다.
건설업 종사 이주노동자의 근로조건은 체류자격(합법/미등록)에 관계없이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일 근로시간이 10시간 이상인 경우가 외국인노동자 83.9%, 중국동포 89.6%로 장시간 노동이 심각했다. 한 달 근로일수가 28일 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외국인 노동자와 중국동포 모두에서 합법 취업자가 각각 44.4%, 16.7%로, 미등록 신분 노동자보다 더 높았다.
건설업은 특히 ‘1주일 이상 연속으로 쉰’ 경우가 58.6%로 매우 흔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외국인 노동자는 평균 3.5주, 중국동포는 평균 5주를 쉬었다고 응답했다. 이들 대부분은 ‘일이 없어서’ 쉬었고 (40.0%), ‘그냥 쉬고 싶어서’ 쉬는 경우는 21.7%로 훨씬 적었다. 급여를 일당으로 지급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불안정 고용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작업장 내 인권침해도 심각했다. 49.7%가 건설현장에서 조롱이나 욕설을 들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고, 이들 중 대다수(92.1%)가 한국인으로부터 그러한 모욕을 당했다. 외국인노동자와 중국동포 모두 미등록 상태인 경우 합법 취업자보다 조롱 또는 욕설을 들은 경험이 많았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의 21.4%는 건설현장에서 ‘폭행’을 당한 적 있다고 응답했다. 건설현장에서 동료 중 신분상의 이유로 협박이나 차별을 받은 사람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도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32.6%에 달했다.
외국인 노동자의 31.3%, 중국동포의 13.4%가 건설 현장에서 부상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부상 시 산재로 처리하지 않는 경우가 각각 67.9%. 76.5%로 매우 높았다. 산재로 처리하지 않을 경우, 외국인 노동자의 41.2%, 중국동포의 21.4%가 본인이 돈을 내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제조업 분야 여성 이주노동자
2016년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젠더법학연구소는 국가인권위에서 발주한 <제조업 분야 여성이주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수행했다. 제조업에 종사하는 총 385명의 여성 이주노동자가 설문조사에 참여했으며, 고용허가제를 통해 취업한 이주노동자뿐 아니라 결혼이민자도 포함하어 있었다. 노동환경, 산업안전에 관해 주목할 만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조사에 참여한 제조업 여성 이주노동자들의 48.6%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응답하였다. 나이가 많을수록, 저학력, 비혼, 한국어 능력이 낮고, 규모가 작은 사업장에 종사할수록 근로계약서 작성 비율이 낮아졌다. 특히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95.3%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 체불 경험도 미등록 이주노동자에서 30.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1주 평균 근로시간은 법정 근로시간 40시간을 훨씬 넘는 47.0시간으로 조사되었다. 1주 평균 50시간 이상 일한다고 응답한 경우도 40.3%나 되었다. 지난 3개월간 월 평균 휴일은 평균 5.8일로 나타났지만, ‘3~5일’이 45.2%로 가장 많았다. 특히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경우 81.4%가 지난 3개월 동안 월 평균 ‘5일 미만’ 쉬었다고 응답했다.
현장에서 안전교육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43.2%나 되었고, 이 안전교육 조차 ‘모국어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진행’한 경우는 55.8%에 그쳤다. 사업장 규모가 작고 한국어 능력수준이 낮을수록 제대로 된 안전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산업재해 발생 시 산재보험으로 치료와 보상이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모른다고 응답한 비율이 47.2%로 매우 높았다. 특히 고용허가제로 취업한 여성 이주노동자의 산재보험에 대한 인지도는 거주(F-2), 영주(F-5), 결혼이민(F-6) 비자를 소지한 노동자보다 낮게 나타났다.
일하다가 다치거나 아픈 경험을 한 비율은 11.9%이었으며, 이들 중 43.5%는 산재보험으로 처리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정도로 다치거나 아프지 않아서’인 경우가 가장 많았고(47.8%), 신청절차나 방법을 모르거나 회사(사업주)가 원하지 않아서도 각각 23.9%, 13,0%로 높게 나타났다. 산재보험으로 처리하지 않은 경우 치료비는 노동자 스스로 부담하는 경우가 34.8%로 가장 많았다.
제조업 여성 이주노동자들은 미충족 의료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2.9%가 ‘아파서 병원에 가고 싶었는데 갈 수 없었다’고 응답했는데, 미등록 이주노동자에서 가장 높게 (34.9%) 나타났다. 이러한 미충족 의료가 발생하는 것은 병원에 갈 시간 부족, 병원에서의 언어 장벽, 병원비에 대한 우려, 건강보험 미가입 등으로 나타났다.
예술흥행비자 소지 이주노동자
2014년 한중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주한 <예술흥행비자 소지 이주민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수행했다. 예술흥행비자(예술·연예 E-6-1, 호텔·유흥 E-6-2)를 소지한 이주민 총 156명이 설문 조사에 참여했다. 참여자의 국적은 필리핀 (77.5%), 러시아·우크라이나·우즈베키스탄(12.6%), 몽골(9.9%) 순으로 많았다. 이들의 노동환경, 산업안전에 관해 주목할 만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예술흥행분야 이주노동자 대부분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96.7%). 하지만 필리핀 이주노동자의 68.7%가 근로계약서를 교부받지 못했고, 계약서 상 임금과 노동 시간, 휴일, 업무 내용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거나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프로모션(중개자)이 임금에서 50% 이상을 공제해 가기 때문에 계약서 상 임금과 실제 받는 임금의 격차가 상당히 컸다. 근무시간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는 49.6%, 휴일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는 45.0%로 높았다.
예술흥행비자 노동자의 많은 수가 여권과 외국인 등록증을 본인이 소지하지 않고 있었다. 한국 프로모터, 업소 매니저 등이 이러한 신분증을 관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술흥행비자 노동자 중 53%가 언어폭력, 46.4%가 물리적 폭력, 55%가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일터에서의 폭력에 상시 노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업무시간이 아닌 시간이나 휴일에 강제 노동을 했던 경우가 49.7%, 외출이 금지된 경우 44.4%, 개인 활동을 감시받은 경우 51.7%, 외부와 연락하지 못하게 제지당한 경우도 46.4%나 되었다. 감금을 당한 경우도 10.6%나 되었다. 이들 예술흥행비자 노동자에 대한 노동 강요와 개인 활동 감시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술흥행비자 노동자의 54.4%가 일하다가 아프거나 다쳤던 경험이 있었지만, 22.3%는 병원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병원 장소와 이용 방법을 모른다는 점, 비용, 시간, 의사소통, 강제 출국에 대한 염려 등이 지적되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더라도 스스로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가 36%로 가장 많았다.
특집 2013 실태조사에 비친 노동자의 오늘
농촌으로 간 이주 노동자들은 어떻게 되었나
_ <고용허가제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인권백서>를 중심으로
정해명 / 노동건강연대 회원·공인노무사
벌써 다섯 번 째 노동청 조사다.
그사이 두 명의 이주노동자들은 농장이 바뀌어 이천과 아산에서 일하고 있다. 2주전에 조사 때문에 하루를 쉬었고, 오늘도 노동부 조사 때문에 일을 못하니 이들은 이번 달에 쉬는 날이 없다. 노동부 조사 때문에 일을 못하니 오늘이 쉬는 날이라고 생각하고 조사 끝나고 하고 싶은 걸 하자고 했다.
농한기인 겨울인데도 사장은 지난번엔 오지도 않고 오늘도 늦는다. 마지막달 월급도, 퇴직금도 아직까지 안 주고 있는데도 사장은 당당하다. 일하다 다쳐 손톱이 나간 노동자가 일하지 못한 동안의 휴업보상을 요구했는데 사장의 머릿속엔 건강보험이 아닌 일반수가로 처리되어 꽤나 나온 병원비만 뱅뱅 돈다.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농업의 경우 산재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인 농장주에게 보상책임이 있다는 말을 사장은 이해하지 못한다.
(농업, 임업(벌목업은 제외), 어업 및 수렵업 중 법인이 아닌 사업으로서 근로자수가 5명 미만인 사업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의 재해보상 규정이 적용된다)
근로감독관은 시간외근로를 했다는 입증자료가 없으니 시간외근로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말만 반복한다. 본인이 직접 작성한 수첩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나마 농장이 바뀌어 본인이 가고 싶어하던 돼지농장이랑 미나리농장에 간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 두 노동자들에게 미안하다.
농촌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좀더 들여다보자. 지난 해 이주노동자 인권단체들이 발간한 <고용허가제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인권백서>에서 발췌, 축약하였다.
1. 농축산업 외국인노동자 현황
농축산업에 외국인노동자가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2003년 산업연수제를 통해서였다. 1990년 666만명이던 농업인구가 2004년 342만명으로 줄어들고, 전체 농가중 60세 이상의 농장주는 전체의 60%를 넘었다. 이러한 농축산업의 노동력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농업부분에도 산업연수제를 도입하여 2003년 7월 923명의 외국인이 외국인농업연수생의 신분으로 들어왔다.
산업연수제의 여러 폐해로 인해 2004년 8월 고용허가제가 시행되면서 농축산업에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와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고 있다.
농축산업 분야의 외국인노동자 수는 매년 빠르게 증가하여 2006년 892명에서 2012년 12월 현재 16,484명으로 늘어났다. 2013년 도입쿼터는 전년도 4천5백명에서 6천명으로 늘어났고, 농축산업 노동력 부족으로 인해 앞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 농축산업 외국인 노동자들의 실태
사업장 변경 제한 등으로 인해 농축산업 외국인노동자들의 인권실태는 매우 열악하다. 농축산업의 경우 농장주를 제외한 노동자 2~3명이 안팎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으며, 공단이나 도시에 위치한 제조업과는 달리 농촌에 위치하여 다른 농장과 거리가 있고 농장주와 함께 고립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분증 압류, 강제근로, 폭언 및 폭행 등의 심각한 인권침해가 만연해 있다.
가. 신분증 압류
한국에 도착해서 3일간의 교육을 마치고 사업장에 도착하면, 농장주들이 여권과 신분증을 압수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등록증이나 통장을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를 대며 여권을 압류하고 이를 돌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농장주들은 사업장의 이탈이나 도주를 막기 위한 안전판을 확보하기 위해서라지만 이는 실정법 위반이다.
(출입국관리법 제33조의2(외국인등록증 등의 채무이행 확보수단 제공 등의 금지) 누구든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외국인의 여권이나 외국인 등록증을 취업에 따른 계약 또는 채무이행의 확보수단으로 제공받거나 그 제공을 강요하는 행위)
가혹한 노동조건이나 사업주의 폭력에 반항하는 노동자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권을 강탈하기도 하며, 그 과정에 폭력이 동반되기도 한다. 신분증 압류는 외국인노동자가 외부와 소통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는데, 신분증없이 외출했다가 출입국관리소의 단속에 걸릴 경우 불법체류자로 오인되어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입국관리법 제27조(여권 등의 휴대 및 제시) 1. 대한민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항상 여권, 선원신분 증명서, 외국인 입국 허가서, 외국인 등록증 또는 상ㄺ허가서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다만, 17세 미만인 외국인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2. 제1항 본문의 외국인은 출입국관리공무원이나 권한 있는 공무원이 그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여권 등의 제시를 요구하면 여권 등을 제시하여야 한다)
농축산업의 경우 외부와 고립된 사업장에서 장시간 노동과 열악한 생활환경으로 인하여 사업장을 이탈하는 비율이 제조업에 비해 높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농장주들의 신분증 압류가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나. 폭력과 폭언
신분증 압류, 강제근로, 노동관계법 위반 등의 문제를 겪은 외국인노동자가 농장주에게 반항하거나 문제제기를 할 경우, 농장주는 욕설을 하거나 폭행, 농기구로 위협하는 경우도 드러난다. 고립된 농장에서 외부단체나 기관에 도움을 청할 경우 농장주가 보복을 하는 경우도 있다.
다수의 농장주들이 외국인노동자에게 갖고 있는 불만은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사일을 접해본 적이 없고 일이 손에 익지 않다보니 일을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농장주에겐 자신의 이익과 연결된 부분이다 보니 외국인노동자들을 다루는 게 가혹해 지고, 음주가 더해져 폭력사태가 일어나기도 한다.
폭력이 발생할 경우 경찰이나 노동부 고용센터에 도움을 청하기도 하지만, 일방적인 농장주의 진술만을 듣거나 한국인 편들기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통역을 지원해주는 경우는 드물다.
다. 성폭력 노출
농장주에 비해 절대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있는 여성 외국인노동자들은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농축산업은 제조업에 비해 여성 외국인노동자 비율이 3배 가까이 높아 전체 외국인노동자중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여성 외국인노동자가 한국의 법제도에 어둡고 한국말이 서툴기 때문에 그리고 소수의 인원이 농장주와 장시간 함께 지내기 때문에 성폭력에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이 많다.
농축산업 외국인노동자들의 열악한 주거환경도 여성노동자가 성폭력을 적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이다. 농장주와 같은 집의 빈방을 기숙사로 제공하는 경우에는 더욱 높은 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
라. 열악한 주거환경
많은 농축산업의 외국인노동자들은 농장 안에 있는 비닐하우스나 낡은 컨테이너, 농장주의 빈방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문이 잠기지 않는 비닐하우스 기숙사에서 생활해야 했던 여성 노동자의 사례도 있다.
이러한 기숙사들은 냉난방이 잘되지 않고 사생활이 보호되지 않을 뿐 아니라, 농장주에 따라 별도의 기숙사비를 외국인노동자의 임금에서 공제하는 경우도 있다. 비닐하우스를 기숙사로 제공하며 1인당 월 20만원이 넘는 비용을 공제한 경우도 있었다. 비닐하우스 기숙사의 경우 온수시설이 되어있지 않아 물을 끊여서 씻어야 하며, 생활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화장실과 욕실 등의 시설이 제공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마. 불법 파견노동과 계절적 해고
외국인노동자는 반드시 근로계약을 체결한 농장주의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가족이나 다른 사람의 농장에서 일을 시키는 경우가 다반사다. 심지어 외국인력중개업자(브로커)가 개입하여 마을마다 유휴 외국인노동자를 다른 마을이나 지역으로 보내 일을 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이 경우 외국인노동자는 누구의 농장에서 일을 했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농번기가 시작되는 3월이 되면 인력이 부족하여 농촌에서는 외국인노동자를 서로 보내달라고 고용센터에 아우성을 치지만, 농한기가 되면 농축산업 외국인노동자의 대량해고가 이어진다. 시설농가나 축산업의 경우 겨울철에도 일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농장의 경우 할일이 없어 다른 농장으로 불법 파견이 되기도 하며 일거리 없이 방치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임금이 체불하기도 하며, 심한 경우 농장주가 근로계약을 체결했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곳에서 지내다가 봄에 오라며 버스터미널로 내보내기도 한다.
바. 장시간 노동 및 노동권 침해
고용허가제 자체가 외국인노동자의 사업장 변경금지를 원칙(고용허가제에서는 외국인 노동자가 최초 3년간 3번에 한해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으며, 체류기간이 갱신된 1년 10개월 동안 2회를 다시 변경할 수 있다.)으로 함에 따라 노동권을 침해하고 강제노동을 제도적으로 지원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고용허가제 아래의 외국인노동자들은 엄연히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임에도 불구하고 농축산업의 경우 근로기준법 제63조 때문에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
(근로기준벱 제63조(적용제외) 이 장과 제 5장에서 정한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규정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근로자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1. 토지의 경작, 개간, 식물의 재식, 재배, 채취사업, 그 밖의 농림 사업 2. 동물의 사육, 수산 동식물의 채포, 양식 사업, 그 밖의 축산, 양잠, 수산 사업)
농축산 및 수산업의 경우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시간, 휴게․휴가 규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1주 근로시간이 40시간으로 제한되지 않는다. 연장근로를 1주 12시간으로 제한받지 않으며, 1주일 평균 1회의 유급휴일도, 연장․휴일근로에 대한 50% 가산임금도 적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대다수 농축산업 외국인노동자들은 하루 10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한 달에 2회 정도의 휴일밖에 쉬지 못하며, 최저임금이거나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다. 농장주들이 4대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사고나 질병 등이 발생할 경우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비싼 병원비를 부담해야 한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농축산업 외국인노동자는 업종을 변경할 수 없어, 출국 때까지 오로지 농축산업에서 일해야 하며, 다른 사업체의 이동도 농장주의 동의 없이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때문에 농장주들이 사업장 변경의 대가로 외국인노동자에게 수수료를 요구하는 사례가 일어나기도 하였다.
3.농축산업 외국인노동자 인권문제의 구조적 원인
- 왜 농민들은 ‘악덕 사업주’가 되었는가?
살펴본 바와 같이 농축산업 외국인노동자들은 신분증 압류를 통한 강제노동, 폭언과 폭행, 강제파견노동 등 심각한 인권침해에 노출되어 있다. 일부 노동자들은 농장주에 매여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으며 ‘농노’처럼 살아가고 있다.
고용주에 의한 심각한 인권침해는 ‘악덕 고용주’ 개개인의 잘못이 큰 원인이긴 하다. 그러나 영세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없이, FTA와 산업구조변화 등으로 피폐해진 농축산업의 취약한 부분을 외국인노동자로 메우려는 정부정책과 이를 위해 마련된 고용허가제의 태생적 문제를 지나칠 수 없다.
지적한 바와 같이 고용허가제 안에서는 사업주의 동의 없이 원칙적으로 사업장을 변경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한국의 말과 제도를 거의 모르는 외국인노동자와 사업주간의 힘의 불균형이 더해져 외국인노동자를 자신의 귀속물로 여기게 되는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또한 근로기준법의 적용이 제한되어 있다 보니, 법이 합법적으로 장시간 노동을 허용해준 측면이 있다.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관할 행정관청인 고용센터는 고용허가제와 관련하여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도 담당인력과 업무역량 부족,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의사소통이 어렵고, 선입견이 더해져 권리구제를 요청하는 외국인노동자에게 2차 피해를 주는 당사자가 되기도 한다.
관할 고용센터는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장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지고 있는데도 1년에 1회 점검도 인력이 부족하여 어려운 실정이다. 법위반 사실이 발견되어도 시정요구만 할 뿐, 강력한 재제를 하고 있지 않아 반복적인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단적인 예가 농장주가 월 300시간이 넘는 근로시간에, 월 법정 최저임금을 지급하도록 작성한 근로계약서를 보고도 고용센터는 아무런 문제없이 전산에 등록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축산업 이주노동자에 대한 취업교육을 담당하는 농협은 교육뿐 아니라 고용변동신고, 고용허가 기간 연장 신청 등 각종 신청을 대행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전용보험 등 각종 편의를 제공하게 되어 있으나, 외국인노동자의 권익보호보다는 농장주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하는 실정이다. 경찰서, 출입국관리사무소 등 정부기관도 외국인노동자가 권리침해를 호소해도 외국인노동자의 의견에 대한 통번역도 없이 사업주의 진술만을 듣고 일방적인 조사를 진행하는 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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