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지와 가치의 작은 바람
- 은평 돌봄노동자 건강권 교육프로그램 현장보고
이서치경 / 노동건강연대 상근활동가
은평에 바람이 불었다. 부동산과 신도시 개발관련 뉴스로만 접했던 은평. 그러나 뉴스에는 나올 수 없는 깨알 같은 노동의 이야기가 숨겨진 은평이었다.
은평 돌봄노동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2012년 7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된 프로그램에는 돌봄노동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건강검진을 받고 전문의와 상담을 하는 한편, 심리상담과 미술치료, 물리치료, 스트레칭, 명상 프로그램과 함께 교육사업도 병행되었다.
노동건강연대에서는 프로그램 전반의 기획과 운영에 전폭적으로 참여하고 전문 의료진과 강사진을 집중 투입하였으며,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교육프로그램에 관하여 생생히 보고하겠다.
교육프로그램은 두 종류, 4주 코스와 8주코스로 각각 2기로 진행하였다.
1기는 요양보호사 중심이었으며, 2기에는 보육, 간병, 장애인활동보조인이 조금씩 참여하게 되었다. 강의내용은 건강권과 더불어 산재보험 특강, 인권교육, 노동권교육, 글쓰기 강좌로 자신과 마주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자신과 마주한다고 했지만 참으로 생소한 경험이다. 이런 참여형 교육을 접한 적도 없을 뿐더러, 동료들과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생소한 것이다. 직업의 특성상 돌봄을 받는 사람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일해야 하고, 시설이 아닌 가정집을 돌며 환자와 1:1로 만나는 재가요양보호사들은 다른 동료를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
자기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은평에서 만난 돌봄노동자들은 참으로 솔직하고 발랄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신다. 여성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작업은 이야기가 많아서 즐겁다.
[몸지도 그리기]
‘삼순아, 이거 네 몸이야. 너 가슴 짝짝이잖여~ 호호호’
몸지도 그리라고 큰 도화지를 드렸더니 안 그려도 될 것 까지 그리신다. 옆 모둠을 힐끔힐끔 컨닝하면서 서로 경쟁적으로 예쁘게 그리느라 난리가 났다.
자기 몸 만한 그림위에 아픈 곳을 표시하는데 표시가 안 되는 곳이 없다. 환자를 노상 일으켜 세우고 이동시키고 목욕시키느라 주요 관절과 근육에는 온통 빨간 스티커 투성이다. 환자 휠체어에 발이 찍힌 사람, 종일 서서 일하느라 발바닥이 아픈 사람도 부지기수. 머리에도 스티커가 수두룩하게 붙는다. 두통과 스트레스다.
모둠별로 토론하는 순서가 되자 엄청난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재가요양보호사 한분은 시간이 촉박해서 카드리더기에 급하게 달려가다가 계단에서 구르셨다. 다른 분은 환자모시고 택시 타다가 교통사고가 났다. 할머니 대신 고추밭에서 밭 매다가 다친 사연, 자기얘기에 덤으로 들은 이야기까지 풀어놓으신다.
아픈 이야기의 2부는 언제나 민간요법이다. ‘약국 가서 뭘 달래서 발라보니 좋더라’
약국을 애용하는 분들이 있고 찜질기구를 달고 사는 분들, 각종 처방이 난무한다. 사람들이 가장 눈을 빛내는 것은 어느 정형외과가 싸고 확실하게 치료해주는가 하는 부분이다.
또 다른 화제는 성희롱이다.
‘내가 가는 집의 할아버지는 목욕시킬 때마다 꼭 내 앞에서 팬티를 훌렁 벗으신다’
이럴 땐 옆의 요양보호사 선배한테 마이크를 넘겨드리는 것이 상책이다.
‘그럴 땐 난 냅다 소리 질러. 할아버지 막 혼내고’
9년차 선배에게 노하우를 전수받는데 그 표정이 정말 진지하다.
[인생곡선 그래프 그리기]
보통 나이가 50대 후반을 넘는 분들은 인생곡선을 그려보라고 하면 처음엔 난감해 하지만 결국엔 굴곡진 그래프를 그려내신다. 출생에서부터 지금까지의 인생그래프를 그려보면 그 사이 자신의 건강 곡선도 함께 보이니 서로 발표하면서 재미있어 하신다.
중요한 것은 돌봄노동에 종사하게 되는 계기인데, 몸도 안 좋고, 마음이 안 좋고, 집안 형편이 좋지 않을 때(특히 남편 부도-IMF때)의 계기가 많았다. 힘들고 박봉이지만 그래도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를 보면 몇 가지 유형이 나타났다. 어떤 분들은 어려운 사람을 ‘돌본다’는 가치를 스스로에게 부여하면서 심리적인 만족을 갖는데 이 경우 종교가 있는 경우가 제법 있었다. 이런 분들의 발표를 듣고 있으면 신앙심과 소명의식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 보다 더 많은 경우는 직업으로 돌봄노동을 선택한 것인데 이분들에게는 노동의 대가, 즉 환자, 협회 와의 관계에서 경험하는 대우, 저평가와 저임금 등에 상당히 불만이 많았다.
[일터지도 그리기]
업무의 종류를 구분하고 어떤 자세로 일하는지, 어디가 많이 아픈지, 아픈 이유는 무엇인지 정리해 보았다.
돌봄 과정에서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휠체어, 택시 이동에서 힘든 일이 많았고 집안에서도 욕실에서 목욕시킬 때 무리한 자세를 많이 이야기하였다. 이런 힘든 작업에는 각자의 노하우가 제법 있었는데 환자를 어떤 자세로 부축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목욕을 어떤 방법으로 하는 것이 서로 안전한지에 대해 열띤 이야기가 오갔다.
[엄마아빠놀이 - 요양보호사 역할극]
가운데 앉은 사람은 요양보호사이고 왼쪽은 협회장(사업주), 오른쪽은 노동조합간부 역할이다. 요양보호사의 노동조합 가입에 관해 협회장은 ‘가입하지 말라’고 설득하고 있고, 노동조합 간부는 ‘가입하자’고 설득하고 있다. 이것은 논리적으로 남을 설득하고, 상대방의 논리의 이해해보는 훈련프로그램인데, 몇몇 요양보호사는 취지와는 상관없이 ‘노동조합이 원래 더 좋으니까’라며 감정적인 선택을 해서, 심지어 협회장도 같이 노조에 가입하기로 결론이 나기도 했다. ‘웃기긴 한데, 근데 정말 그러면 좋겠다, 그렇지?’
[강의-나는 왜 노동조합 부위원장이 되었는가]
공공운수노동조합 부위원장의 서울대병원 간호사시절 경험담을 들었다. 현정희 부위원장은 강의에서 자신이 살아온 과정을 솔직한 어조로 이야기했다. 이날 강의를 듣고 전원이 그 자리에서 노동조합 가입서를 쓰게 되었다.
[산재보험 특강 - 2만6천원 받으려고 그 고생을]
환자를 돌보다 다쳐서 산재보험 신청을 했는데 며칠 일도 못하고 근로복지공단을 쫓아다닌 결과, 고작 2만6천원 보상받았다며 ‘그 고생을 했는데’ 라며 울분을 토로하였다.
[하루 종일 시달리는 문자메시지]
한 요양보호사가 살짝 보여준 문자. 지적장애인을 돌보고 있는데 그분으로 부터 매일 수십통씩 이런 문자를 받는다고 한다. ‘스트레스 받으시겠어요?’라는 질문에
‘뭐 괜찮아요, 이런 식으로 밖에 누군가한테 관심을 받지 못하는 그 아이가 딱하니까’ 답하였다. 이 직업은 착한 심성이 필요한 것 같다.
[산재보험 강의]
어려운 법 이야기에 복잡한 신청절차. 강사말씀 들으랴, 메모하랴, 질문하랴 참가자들이 바빴다. ‘사실 다 필요 없고 그냥 우리한테 전화하세요’ 라는 노동건강연대 박혜영 강사의 말에 빵 터졌다.
[강의-돌봄노동자들이 건강하지 못한 이유]
노동자들이 왜 건강을 지키지 못하게 되는지, 사회적으로 건강 불평등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노동건강연대 임준 집행위원장의 강의를 들었다. 어려운 이야기를 강사가 솔직하고 쉽고 강력하게 전달하여 높은 호응을 받았다.
한 참가자는 ‘똑똑한 의사선생님들이 우리 편이니까 우리이야기 좀 잘 해 주세요’ 라고 말했는데 옆의 다른 분이 ‘우리얘기를 우리가 해야지, 직접 우리가 해야 사람들이 잘 들어주지’ 대꾸하신다.
[1박2일 졸업여행과 수료증 수여]
남을 돌보기만 했던 사람들이 스스로를 위해 1박2일 졸업여행을 갔다.
진행자들이 차려준 밥상을 받아든 이들은 감격했다.
‘누군가로부터 이렇게 돌봄을 받는 것은 처음이고 참 행복하네요’
수료증을 주는 사람도 처음이고, 받는 사람도 처음이라며 쑥스러워하고 감사해 하였다.
수료증을 끝으로 교육프로그램은 마무리 되었고 종로 종각 앞에서 ‘돌봄노동자대회’를 함께 하였다.
돌봄노동의 각 영역-보육교사, 가사돌보미, 간병인, 장애인활동보조인, 요양보호사-의 여성노동자들이 돌아가며 마이크 잡고 이야기 하였다. 누군가의 말처럼 아무리 정교하고 혁신적인 기계도 절대 할 수 없는 영역이 바로 ‘사람을 돌보는 일’이다. 우주를 왕복하고 초정밀 기계를 다룰 수는 있지만 아픈 사람의 몸을 만져주는 것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돌봄노동에 종사하는 많은 노동자들이 이렇게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사회가 인정을 해야 한다. 돌봄노동의 가치가 다시 평가되고 자리 잡아야 우리는 더 안전한 사회에서 살게 될 것이다. 요양보호사들과 함께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계속 드는 생각이 있다. 언젠가 우리는 이들의 도움을 받게 된다. 부모님을 돌보기 위해서도, 내가 나이가 들어서도. 그래서 요양보호사들이 ‘언젠가는 우리도 시설에서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게 되겠지’ 하시는 한마디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람이꽃보다아름다워
우리 곁의 타자 돌봄 여성노동자, 지역에서 주인공이 되다
- 최경숙 보건복지자원연구원 상임이사
전수경 / <노동과건강> 편집위원
최경숙이라는 이름 뒤에는 따라다니는 조직 이름이 많다. 보건의료 노동운동의 초기 멤버서 병원노동자 조직화를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고, 병원이나 환자의 가정을 일터로 삼는 간병, 요양노동자의 교육, 조직을 지원하는 사업을 펴고 있다. 이 결과로 <전국요양보호사협회> 라는 당사자 조직이 결성되고 구성원의 권익과 공익이 합치하는 활동을 고민하고 있다.
조직을 만든다는 것이, 또는 조직화사업이라는 것이 이름은 딱딱하고 거창해도 막상 부닥치면 사람을 만나고, 만나고, 회의하고, 회의하고…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일이고 그 결과물로 모임도 만들어지고 활동력도 확장되는 법이다. 최경숙 상임이사는 지치지 않고 사람을 찾고, 도움을 청하고 실제로 일을 성사시키는 추진력을 갖고 있다고들 말한다.
활동을 오래 한 분들일수록 에너지가 소진된다고 하는데 최경숙 이사는 어디서 이토록 빛나는 에너지가 솟을까. 4월의 화창한 어느 날, 홍제천이 흐르는 은평구의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먼저 <보건복지자원연구원> 이라는 이름이, 어떤 활동을 하는 곳인지 궁금합니다.
_ 간병요양 일을 하는 분들은 영세비정규 노동자들과 같은 처지예요. 불안한 고용 상태가 이분들에게 가장 큰 문제죠. 그래서 취업알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노동시장 길목을 조직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업장 단위로 조직이 어려우니까 연구원이라는 형태를 만들었어요.
영세비정규노동자들인 돌봄 노동자를 위한 조직으로 비영리법인을 만든 건데요, 현장에서 일하는 돌봄 노동자, 여성비정규노동자 지원활동을 연구하는 조직이 거의 없어서 이분들께 필요한 지원을 하려고 해요. 정책지원, 교육, 연구, 환자권리, 이용자권리 등을 지원하죠.
아, 여기 사무실 들어오다 보니 현판에 <전국요양보호사협회>라고 있는데요.
_ 4년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면서 보건복지부가 요양보호사 24만 명을 교육해서 배출했어요. 그 중에 2만 명은 특수고용 형태로 유료소개소에 돈을 내고 일을 소개받아요. <보건복지자원연구원>이 요양보험제도에 있는 교육기관을 만들어서 요양보호사 교육을 하면서 조직화의 통로가 생겼어요. 교육하면서 토론도 하고 노동자의식이 생기면서 요양보호사들의 당사자 조직이 만들어진 것이죠. <전국요양보호사협회>라는 조직은 이 때 만들어졌어요. 조직을 만드는 여성노동자들은 활동 폭을 넓히기 위해서 일부러 이름도 평범하게, 운동단체같이 안 만들었죠. 지금은 회원이 2000명 정도 되고요.
간병 노동자의 실태가 사회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이 서울대병원 간병인들의 투쟁이 계기가 되었죠?
_ 그렇죠. 제도가 미비한 상태에서 서울대병원에서 간병인 하는 분들이 세상에 나서게 된 것이 2004년 4월인데 간병인 무료소개소를 병원이 운영하고 있었는데 한마디 상의도 없이 폐지한다고 하니까 간병인이 노조에 가입하고 싸움이 시작되었어요. 간병인이 법적 권리도 없고, 근로기준법도 안 되고, 부당해고를 해도 안 걸리고, 노조 활동 하면서 제일 힘든 싸움을 그 때 한 것 같아요. 그 분들은 끝까지 생계 때문에, 돈이 필요해서 마지막에는 유서를 써놓고 싸우셨어요. 보건의료단체, 인권단체, 비정규노동센터, 민주노총비정규실 등에서 지원을 많이 했어요. 그 힘으로 이겼지요.
간병노동자 조직은 어떤가요? 간병노동자들은 병원에 입원한 분들과 그 가족에게는 너무도 중요한 존재인데요.
_ 큰 병원들은 조사해보면 특수고용 형태의 간병노동자가 대부분이에요. 산재보험도 안되고, 이분들이 중요해요. 자기 조직이 있어야 해요. 그래서 대형병원 노동조합이 제안하여 병원에 간병인 무료소개소인 <희망간병>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어요. 2007년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을 시작으로 경북대, 충북대, 강원대, 제주대병원 등에서 <희망간병>을 운영하고 있죠.
요양보호사는 간병인과 또 다른 제도로 운영되고 다른 문제를 안고 있죠?
_ 정부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도입하면서 요양보호사 노동자들의 제도권 진입을 기대했어요.. 공식노동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컸어요. 당시 정부는 요양보호사 월급이 초등교사 임금은 된다고 선전하면서 요양보호사들을 배출했는데 실제로는 임금이 너무 낮아서 다시 간병인으로 가서 24시간 일하는 분들이 생겨났어요.
요양보호사 교육을 받은 분들이 60만명이 넘었다고 해요. 대부분 빈곤여성들일텐데… 실패한 정책이죠. 99% 비정규직 일자리인데, 중고령 여성이 이 일만 해서는 생계가 안 돼요. 청소, 식당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도 생계형인데 여기도 나이가 많으면 하기 힘들죠. 정부는 요양보호사 일을 봉사라고 하지만 ‘난 치러 온 줄 알았더니 똥 치러 왔다’ 고들 말하죠.
요양보호사 노동자들이 생계가 어려운 나이 많은 여성들이라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여성들의 문화적 특성이 있어서 다른 노동운동과 다른 점도 있을 것 같아요.
_ 남성이 중심이 되는 경직된 노동운동과는 문화적 차이가 있죠. 나이가 많은 여성이면서 돌봄노동을 하는 분들이니까… 이들의 운동이 나도 너무 궁금해요. 이 분들이 직업의식이 높고, 사명감이 높은데 일자리가 안 좋아서 망설여요. 임금이 너무 낮으니까. 이 분들 현실은 너무 너무 저임금인데 돌봄 노동의 이중성같은 걸 느껴요.
엄마들이라 그런가, 없는 살림에 반찬해가지고 가고, 자기가 봐주는 어르신의 가족까지도 돌보고. 정에 이해 움직이는 관계가 많고 조직사업도 그렇게 되죠. 힘들어도 밤늦게 놀고. 돌봄노동 특성이 있는 것 같아요.
최경숙 이사님을 병원노동자 조직화 활동가로 많이 기억을 하시던데요.
_ 병원노동자 희망터라고 2005년에 동네병의원에서 일하는 분들을 조직하자고 시작했어요. 동네병원은 보통 의사 한명에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2~3명이 일하는데,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들이 일하는 조건이 열악하니까, 2005년 서울대병원노동조합이 결의해서 중소병원 노동자들 조직을 만드는데 지원하자고 하여 시작되었어요. 은평구에서 청구성심병원이라고 노동조합이 탄압을 심하게 받으면서 중소병의원에서 노동조합 유지하는 게 얼마나 힘들지 알려졌잖아요.
청구성심병원 노동조합의 경험을 보니 중소병원은 상담도 어렵고 교육도 안 되고 임금차이는 많이 나고 이직률도 높아요. 서울대병원 대의원대회에서 결의해서 규약개정을 하고 조합원들이 월 2000원씩 중소영세병원 노동자 조직화를 위해서 돈을 모았죠.
큰 병원은 거의 노동조합이 있는데, 2~3명 일하는 병의원의 노동자는 보호를 잘 못 받으니까. 산별노조로 전환하면 많이 해결되겠지만 일단 산별노조로 가는 길이 어렵다고 보고 중소병원과 대형병원의 격차를 줄이는 일부터 시작해 보자고 해서 <병원노동자희망터> 라는 지원조직을 공공노조 안에 의료연대노조가 먼저 만들게 되었어요.
그런 경험이 있어서 법적 보호를 못받는 비정규직 병원 노동자들에 대한 운동을 시작하신 거군요. 작은 병의원 노동자들의 존재에 대해서 관심이 별로 없었네요. 은평구를 거점으로 삼고 조직화 방안을 모색하고 계신 건데요, 쉽지 않을 사업일 것 같습니다.
_ 은평구에만 280여개의 병의원이 있다고 해요. 은평의 지역단체, 시민조직이 모여서 2007년부터 선전전을 시작했어요. 동네마다 매핑작업을 하면서 병의원 실태를 파악하고 원장이 출근하기 전에 병원에 찾아가는 거죠. 병원에서 일하는 젊은 노동자들이 관심을 갖기 어렵다는 걸 느꼈어요. 20대 여성노동자는 결혼하면서 직장을 떠났다가 40대 초반에 아이들 키워놓고 밤 근무가 없는 동네병원으로 다시 일하러 옵니다.
작은 병의원 노동자 만나는 사업을 6년째 하고 계시다는 건데요, 성과를 알리면 좋겠네요.
_ 이 사업이 가시적인 성과는 낮고, 미조직 사업이란 게 지속적 끈기가 필요하잖아요. 처음부터 소리 내면서 시작한 사업이 아니라서… 교육의뢰가 오기도 하고 가끔 노동교육 받는 분들이 탐방을 오기도 해요. 이 사업을 아는 사람은 중요하다, 산별노조 운동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객관화하고 알려야 하지 않냐고 하죠.
성과를 무엇으로 평가할 것인가의 문제 …
_ 최근의 고민이 노동운동을 어떻게 할 거냐, 객관화도 필요한데 지금은 몇 명이 노동조합 가입했냐 숫자로 판단하니까… 꼭 노동조합이 아니어도 비공식적인, 다양한 형태를 가진 조직이 있을 수 있다,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어떻게 돌파구를 열 것인지, 유목민 같은 빈곤노동자에게 갑자기 장밋빛 희망을 제시해서도 안 되고, 노동자의식이 필요한데 직장이나 일자리에서 안 되니까 지역차원 으로 노동기구를 만들자 하는 고민을 하고 있어요.
직장의 경계도 보호도 없는 유목민… 여성 돌봄 노동자들과 어떻게 만난 것인가, 고민이 와 닿습니다.
_ 필요하다고 느끼고 오게 해야 하는데, 쫒아 다니는 건 지역사업이라 하기 어려워요. 이번에 근골격계 병을 무료검진해주는 캠페인을 했는데 찾아오는 분들이 많아서 놀랐어요. 거리에 플래카드 걸린 것만 보고 온 거예요. 은평구 이름을 걸고 했는데 구청이 돈 낸 건 없지만 도움이 되었어요. 우리가 한 번 무료검진할 때마다 7,8명 활동가들이 붙어서 찾아오는 분들을 만났어요. 만난 분들은 거의 다 요양보호사협회에도 가입을 했고요. 정말 필요한 사업을 하면 사람이 온다는 걸 확인했죠. 앉아서 상담을 기다리는 수공업적 사업만으로는 힘들다는 거죠. 지역에서 공개적으로 일하면서 접근성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야죠.
그동안 노동운동이 해온 조직 방식에 대해서 돌아봐야 겠습니다…
_ 중요한 건 협회냐 노동조합이냐가 아니라 성장하고 교육하느냐 인 것이죠. 몇 명을 노조로 조직했냐가 아니라 공공성의 관점을 갖고 직종이기주의가 아닌 당사자운동으로 자리 잡느냐 가 중요한 것이죠.
지금 노동운동 안에서 돌봄, 여성, 건강의 문제가 저평가되어 있어요. 총연맹도 열의가 있는지 모르겠고. 여성, 감정노동, 열악한 환경… 보이지 않는 노동자로 밀려나있는 건 아닌지.
요양 ․ 간병 노동자들이 몸 지도를 그리고 아픈 데를 색칠하라고 하면 가슴을 까맣게 그려요. 머리를 까맣게 그리는 분들도 있고. 하인취급, 성희롱…. 아프다고 하시는 거죠.
지역에서 지자체와 함께 사업을 모색하면서 방향을 찾으신 것 같네요.
_ 여기 은평구가 여성노동자 건강사업을 같이 할 준비가 돼 있는 편이죠. 지역의 돌봄 여성노동자들,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보조인, 보육교사 들까지 이용할 수 있는 센터가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근골격계 병 검진도 해주고 물리치료사도 두고… 지역차원에서 여성 돌봄 활동가들 교육도 하고. 2~30 명이 교육을 받아서 상담하고 교육할 역량을 갖는 활동가로 성장하면 더 많은 노동자를 교육하고 사용자단체와 지역 가이드라인을 체결하고….
이렇게 대중적 운동을 통해서 지역기준을 만드는 게 산별노조의 지역조직 역할과 같은 거 아닐까 해요.
멋집니다. 노동자 개개인이 성장하고 다시 공동체 전체가 성장할 수 있다면,
_ 성장프로그램을 만들어야죠. 지역에 우리노동인권찾기 모임이란 곳도 생겨서 연대하고 있고, 텃밭가꾸기, 컴퓨터 배우기, 건강소모임도 있어요. 이번 총선 때는 우리 요양보호사들이 모임을 만들어서 총선후보들까지 만나고 다녔어요. 지역에 돌봄노동자 쉴 수 있는 곳 만들고, 정책지원 하라고 말이죠. 처음에 총선 후보들 만나서 약속을 받아내겠다고 할 때는 설마했는데 정말 만나고 약속도 받아오시더라구요. 여성노동자들 정말 대단하죠.
음, 노동운동이 어디로 가야 하나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_ 노동운동 지원을 하는 상급조직들은 노동조합이 현장 노동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정말 생각해 봐야 해요.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요. 불투명하다고 생각해요, 운동의 미래가. 상급조직의 역할이 낮아서가 아니라 운동의 발전을 고민하다 보면 노동자, 민중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현장을 개발해야 하는데, 영세비정규노동자는 지역으로 할 수 밖에 없어요.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무얼 얻어 내는 게 아니라 지역의 다양한 활동이 있어야 풀리는 거죠. 저희가 지역에서 모습을 갖춰 가니까 다른 지역에서도 해 보겠다, 돌봄 노동자 쉼터 만들고 건강 상담도 해 보겠다 준비를 하는 곳도 있죠.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가장 많이 나온 단어가 조직, 조직화 라는 말이었다. 그러나 통상 떠오르는, 대상을 정하고 조직으로 끌어들이는 조직화가 아니다. 당사자가 조직이 되고 당사자가 성장하고 발전하는 공동체로서 조직이다.
하나 더, 오늘의 만남에서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어휘, ‘미조직’ ‘미조직노동자’ 라는 말. 아직 조직되지 않았다는 말, 노동조합 조합원이 아니라는 말, 이게 참 항상 가시처럼 목에 걸리는 꺼림직한 단어였다. 노동조합 가입률이 10%가 안 된다고 하는데 그 10%가 안 되는 노동조합의 구성원들이 90%의 노동자를 미조직노동자라 부르는 것이 온당한가.
대상화하지 않으면서도 조직을 만드는 활동가들을 보았고, 조직을 공동체로 성장하도록 도우면서도 공공성을 확장하는 힘을 보았다.
[2011 보건의료진보포럼 - 한국 보건의료, 이것이 최선입니까?] 행사 가운에 “무상의료와 노동 - 한국 노동자의 삶과 노동” 좌담회에 함께 해주신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일시 : 2011. 3. 19
장소 : (전) 서울대 보건대학원 108호
사회 : 이상윤 / 노동건강연대 정책국장
발표 : 김혜정 / 서울대병원노동자 (간호사)
이건복 / 요양보호사
김현 / 퀵서비스노동자
황호인 / 대우자동차사내하청노동자
정리 : 전수경 / 노동건강연대
* 그림 1. 좌담회 모습
사회 : 먼저 임금수준을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한국은 전체 고용 중 저소득 노동자가 25%를 차지한다. 미국보다 많은 비율이다. 노동자 평균 임금의 2/3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전체의 1/4이라는 건 굉장히 높은 비율이다. 여성노동자, 나이든 노동자, 젊은 노동자, 학력이 낮은 노동자, 비정규직이거나 서비스 직종, 가장이 아니거나 파트타임일 경우에 저임금일 가능성이 높다. 저소득노동자가 늘어나고 있다. 노동이 가져가는 비율이 낮다. 노동에게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제조업만 보면 20년 사이에 자본이 가져가는 비율이 더 늘어났다. 법정최저임금 미달자가 11.5%라고 한다. 최저임금이 평균임금 대비 32%밖에 안 주는 것인데도 말이다.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과 멕시코를 제외하고 가장 불평등이 심한 나라가 되고 있다.
황호인 : 임금차이가 정규직과 많이 나긴 나는데, 비정규직이라 해도 대공장 사내하청은 (비교적) 많이 가져가는 축에 속한다. 죄송하다. 시급은 최저임금에서 얼마 차이 안 난다. 대공장이다 보니 상여금이 좀 많고, 대공장이 임단협 끝나고 나면 성과급도 정규직의 절반, 명절이나 휴가 때 상품권이 나오기도 한다.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 항상 절반이다. 금속노조 조합원이지만 정규직노동자 위주로 단협을 하기 때문에 사내하청이 단협을 맺어본 적이 없다. 조합에 가입하면 해고하거나 탈퇴 공작을 하고, 노조와 단협을 하면 업체가 폐업한다.
그림 2. 황호인 노동자의 발언 모습
사회 : 임금을 노동자사이에 비교하지 말고, 자본과 노동의 비율을 보자.
김현 : 수입은 저희가 가장 많다. 비정규직도 아니고 정규직도 아니다. 매출을 기준으로 보면 월매출 700만 원까지 간다. 유류비, 장비, 오토바이, PDA를 본인이 사야 하고 700만 원 매출 올리면 기름값, 회사수수료만 해도 400만원이다. 통신비, 식비, 오토바이 수리비도 들어간다. 노동조합이 조사해보니 10만원 벌면 47,500원을 가져간다고 한다. 실제로는 그조차도 안 된다. 매출의 65%가 나간다. 특수고용이다 보니까 4대보험은 희망사항이고, 산재는커녕 상해보험도 안 된다. 타워크레인이 위험1등급인데 퀵서비스가 그 위에 있다.
이건복 : 요양보호사를 아시나요. 치매나 중증노인에게 서비스하는 일인데 재가요양과 시설요양이 있다. 저는 재가요양을 했다. 광진구에 있는 사회적 기업인데, 시급 7천원에 4대보험, 퇴직금 되고 상여금은 없다. 아까 상여금 얘기 들으니 부럽다.
* 그림 3. 토론자로 참여한 보건의료 노동자들 (파일 이름: 이야기_그림3.jpg)
김혜정 : 이런 자리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 노동자 현실이 많이 개선되면 좋겠다. 잘 살면 건강하다고 들었다. 맞는 것 같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이 도쿄사람들 위한 발전소인데 후쿠시마가 고통당하고 있다. 강남보다 강북사람이 못 살고, 병원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이가 크다. 자본가가 얼마나 가져가는지 공개되지가 않아서 얼마 받는지 궁금한 적도 없다. 내 임금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들이 얼마나 가져가는지 생각할 겨를이 없다. 들은 얘기로는 13년차에 3교대하는 나보다 13년차 금융인, 교사가 더 많이 받는다. 의사들한테 돈 벌어라 시키고 있다. 평가지표 만들어서 성과급을 주는데. 교수 중에 어린교수가 한 달에 2천만 원을 받고 흉부외과 의사는 한 달에 9천만 원 받기도 한다. 제가 세금 떼고 280만 원을 받는다. 제 월급의 1/3을 받는 분, 반 받는 분도 있다. 최저임금 받는 분 많다. 하청하시는 분들, 청소, 시설관리, 주차관리 하는 분들이다. 병원 시설관리 쪽에 청소하는 분들이 환자이송 할 때 옷을 달라고 했는데 해고되었다.
사회 : 지엠 대우가 어려웠는데 구조조정으로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고 자본에 양보한 과정이 있었다. 최근 자본과 노동의 양상이 변화되었나?
황호인 : 대우자동차에서 지엠 대우로 바뀔 때 1천 7백 명 정리해고 됐다. 지엠이 요구해서. 단체협약이 노동자에게 유리한 형태로 되어 있었지만 지엠이 초기 인수했을 때, 기업이미지를 정상화하려고 했다. 노동자들이 자본압박을 많이 받는다. 무조건 양보해 달라고 한다. 단협도 후퇴하고 노동 강도도 세졌다. 노동자들이 돈을 버는 건 잔업, 특근으로 버는 건데, 기본 8시간 일해서는 돈을 못 번다. 엠이 인수했을 초기에만 해도 잔업특근이 없었다. 지엠 판매량이 늘면서, 대우자동차 시절에는 비정규직이 거의 없었는데, 1천 7백 명 빈자리에 비정규직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2006년 2공장이 정상화되면서 비정규직이 대규모로, 2천 3백 명이 들어왔다. 정규직으로 뽑아야 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서 정규직노조와 합의해서 비정규직을 받았다. 공장이 정말 잘 돌았다.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가 오면서 지엠 미국시장이 죽고 한국 지엠도 여파를 받았다. 공장 가동을 멈추기 시작했다. 절반은 휴업에 들어가고 잔업특근 없애고 위기를 조성했다. 정리해고 안 하려면 비정규직이 나가야 한다는 거다. 정규직 노조가 고용안정 확약서를 쓰고 비정규직 천 명을 해고했다. 자본은 고용을 문제로 불안하게 하면서 이윤은 똑같이 가져간다.
사회 : 이윤은 계속 나는데, 주주 투자자는 계속 가져가고, 노동자는 잘리고, 임금은 줄어든다. 퀵서비스, 요양보호사는 오래된 서비스가 아니다. 이 직업에 들어온 이유를 물어도 될까?
김현 : 퀵서비스 일을 한지 20년이 넘었다. 그 전에는 퀵서비스란 말이 없었고 용역이라 했다. 원래 화물차 운전기사였다, IMF 무렵에 대형사고가 났다. 다시 일어날 수가 없어 시작한 게 퀵서비스 일이다. IMF 때 벌이가 괜찮았다. 화물사고 나면서 3억 원 빚을 졌는데 퀵서비스하면서, 새벽에 야채배달 하면서 3억을 갚았다. 그때는 하루 20시간 일했다. 지금도 하루 18시간 일한다. 갈수록 경기가 안 좋아서 화물 일을 다시 할 수도 없고.
이건복 : 전형적인 저소득층으로 살다가 조금 도움이 될까 해서 16년 전 병원 간병을 시작했다. 간병이 참 어렵다. 24시간 간병을 하면 일주일에 하루, 24시간 쉰다. 집을 비우니까 어렵다. 은행구내식당에서 밥도 해보고, 치킨도 해봤다. 일을 조금씩만 하는 게 없을까 벼룩시장을 뒤지다가 저소득층, 정부 보조받는 분들 자활사업을 알게 됐다. 자연스럽게 2008년 요양보호사 일을 시작했다.
사회 : 나이 50, 60이 되셔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어떤 일거리가 있었나?
이건복 : 제가 여기서 7년차인데, 벼룩시장 보니 딱 한 가지, 청소용역 일을 할 수 있었다. 50대 초반인데 나이 많다고 딱지 맞았다. 요양보호사는 급여는 적었지만 일할 곳이 있다는 것이 좋았다. 월 급여 60만원이 안됐다.
사회 : 임금 조건 말씀을 들어 봤는데, 한국노동자 노동시간과 삶의 질이 연관되어 있다. 하루 8시간 일해서는 기본급이 안 되니까 노동시간을 강제하게 된다. 거의 모든 시간을 일에 매달린다. 근속연수도 초단기다. 처음 직장 임금이 가장 높고, 점점 임금이 낮은 쪽으로 직업이 변한다. 정부가 육아휴직에 쓰는 돈이 적으면 적을수록 여성의 직업 참여율이 낮다. 삶의 질 만족도가 10점 만점에 5점 정도 된다. 사회활동하고, 친구 만날 시간이 없다.
김현 : 하루 18시간 일하는데, 명절 당일도 쉬지 않는다. 쉬는 날을 정하는 건 자기 마음이다. 요즘은 퀵이 일감이 많이 없는 때다. 아침 6시나 7시에 출근한다. 시스템이, 집에서 오다받고 시작한다. 하루에 처리하는 게, 18시간 일한다고 할 때, 많이 해야 20건이다. 저는 13건 한다. 9시간은 오토바이를 타고, 나머지 9시간은 PDA 쳐다보면서... 0.1초 차이로 좋은 일거리를 놓칠까봐 밥 먹을 때도 쳐다본다. 퀵서비스 노동자가 서울, 경기에 8만이 있다고 한다. 내가 일하는 네크워크 그룹도 600개 기업이 공유하고 있다. 일하는 사람이 한 사무실에 20명만 있다고 해도, 강남에만 3천명이 있다는 얘기다. 3천대 1의 경쟁이다. PDA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상황이 제일 힘들다. 처음 시작할 때 강남에 앉아서 6시간 동안 한건도 못 찍고 포기하고 집에 간 적도 있다. 일하는 시간은 길고, 수입은 적고, 기사들 경쟁시켜서 스스로 알아서 경쟁하게 만든다. 호홉기도 나빠지고 시력도 빨리 나빠진다.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시력이 안 좋아져 수입이 줄어든다. 동작도 빠르지 않아서 경력자 우대 같은 게 없는 일이다.
황호인 : 퀵서비스나 청소용역 얘기를 들어보면 밥 먹을 시간도, 공간이 없이 일하신다. 우리는 두 시간 일하고 10분 쉬고, 밥도 먹는다. (웃음) 기본 8시간에, 잔업 2시간을 일하고 주야맞교대 일한다. 주야근무가 신체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생명이 줄어든다고 하는데, 야간노동을 없애기 위해서 주간연속 2교대를 추진하고 있다. 밤에는 잠을 자고 휴일에는 쉴 수 있는 제도를 추진하는데, 만만치 않다. 8시간 근무해서 어려우니까. 정규직이 연봉 5-6천만 원을 받아도, 아이 교육 문제 등 어렵기 때문에 잔업특근에 민감하다. 비정규직은 정규직 5명이 하는 일을 3-4명이 하니까, 노동 강도가 세다. 조장이나 여유인력이 일손을 채우는데 비정규는 여유인력이 없어서 무조건 출근해야 한다. 경조사 가면 밉보인다. 잘릴 수 있기 때문에 노는 날 쉬고 싶어도 무조건 특근한다. 공장이 쉬지 않는 이상 법은 휴일을 보장해도 비정규직은 일을 안 하면 계약해지 당한다. 서로가 특근 경쟁하면서 얽매인다. 서럽다. 기계에 매달려서만 일해야 한다. 인간성도 없어지는 것 같다. 8시간만 일하면 정규직도 신문배달하고 알바 나간다. 비정규직에게 8시간 일하라 하면 최저임금이다. 공장은 24시간 돌리려고 하니까 노동자랑 서로 맞는 거다. 생활임금 수준 받으면 일 못 한다. 고리가 안 끊어지는 이상 힘들다.
사회 : 제조업의 월급시스템이 기본급이 너무 작게 책정되어 있고, 일한 시간에 비례해서 받아가도록 하니까 장시간 노동을 피할 수가 없다. 병원 일터는 어떤가?
김혜정 :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있다. 용역은 아니고, 병원이 직고용한 비정규직들이다. 정규직보다 노동시간이 길다. 간호사들은 3교대하는데, 8시간 근무라고 하는데 10시간씩 일한다. 신규간호사들은 너무 힘들어서 쓰러지는 경우도 있다. 도대체 근무시간이 몇 시간이냐고 가족이 전화하기도 한다. 노동시간은 길어지고, 조건이 안 좋아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얘기할 시간도 없고 부서에서 휴가, 교육 가려면 눈치 보인다.
이건복 : 8시간 일을 했으면 좋겠다. 두 집에서 4시간씩 8시간을 일해야 하는데 요양보호사가 100만 명이 배출됐다. 일하는 사람은 20만 명이라고 하는데. 요양대상자는 적은데 제공자는 많다보니 경쟁하고, 대상자를 빼가기도 한다. 일거리가 없다보니 하루 8시간 일하는 사람은 얼마 안 되고 하루 4시간 일하는 사람이 많다.
사회 : 삶과 건강의 문제를 이야기해보자. 노동조건은 다 다른데 공통점은 일하다 다칠 위험이 높은 직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산재보험 신청은 어려운 직종이다. 산재보험은 법으로는 비정규직도 적용받는데 보험신청은 못한다. 건강위험도 높고 사고위험도 높다.
이건복 : 요양보호 일을 하기 전에는 부상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다. 오른쪽 어깨에 부상이 왔다. 환자마다 특징에 따라, 같은 부위를 계속 쓴다. 침상에 누운 채로 모든 생활을 하는 사람들 위해서 청소, 빨래, 장보기, 세탁을 다 해야 하고, 목욕, 식사, 욕창관리도 해야 한다. 오른쪽 어깨 인대가 손상돼서 산재신청을 했는데 실패했다. 여성 나이 50대 후반에는 이 일을 안 해도 손상된다면서. 전문의사가 이렇게 말했다. 산재를 진행할까 말까 고민했지만, 요양보호사로 산재신청해보는 사람이 내가 처음이니까 끝까지 진행해봤다.
김현 : 산재는, 저희는 평생 가져가야 한다. 일을 하면서 다치는 부위가 많다. 급차선 변경하는 차를 피하려다 혼자 넘어졌는데 일을 못하고 쉬었다. 싣고 다니는 물건이나 학생 태우고 가다 사고가 갈 때는, 운전자는 안 되고 물건과 학생만 보험이 된다. 오토바이 사고 나면 어떤 보험도 안 된다. 운전하다 다쳐서 병원가면 다른 일로 다쳤다고 거짓말해야 치료받을 수 있는 현실이다. 상해보험도 배제되고, 어떤 보험도 들 수 없는데 산재보험 되면 정말 좋겠다. 1-2년 안에 될 것 같지는 않지만 계속 싸워보려고 한다. 병원 가려면 걸어가다 넘어졌다, 자전거 타다가 다쳤다고 해야 하는 상황이다. 주5일제 시행 전에는 사고가 별로 없었고, 사고율도 낮았다. 마음이 느긋했다. 하루 8시간 노동 얘기 들으면 가슴이 철렁철렁한다. 노동시간이 길어야 우리 벌이가 되는데. 비정규철폐 외치지만 비정규직 늘어나면서 우리 벌이가 유지되는 거다. 정규직이 하루 8시간 주 5일 일하면, 우리는 수수료 떼고 한 달에 100만 원도 못 번다.
황호인 : 제조업은 대공장이라서 4대보험 가입은 되어 있지만 보험을 이용하는 데는 제약이 있다. 자동차 공장은 근골격계 직업병, 과로사, 압착, 사망사고도 발생하는데 중대재해는 산재가 되지만 근골격계 직업병이나 과로는 어렵다. 일하는 게 몸을 비틀거나 기어들어가야 한다든가 하는 작업이 많다. 사람이 비트는 게 아니라 차가 돌아야 하는데, 돈이 드니까 작업자가 움직여야 하는 거다. 정규직은 노동조합 힘이 있으니까 산재가 되지만, 비정규직은 전혀 적용이 안 된다. 작업장은 정규직이 조건도 좋고 에어컨도 나오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해주고 한다. 비정규직은 춥든 덥든 분진이 나오든 일한다. 사고위험이 높고, 위험요소 많은데도 다치면 잘린다고 보면 된다. 입원하게 되면 여유인력이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바로 빈자리를 채운다. 입원하는 순간 사직서 쓰고 나간다. 산재처리 해주는 것도 아니고, 잘 싸우는 사람이 공상 정도 한다. 하청업체는 산재신고 들어가면 업체 계약이 안 된다. 중대재해 일어나면 업체가 통째로 계약 해지된다. 각종 질병도 특수검진을 받아야 하는데 일반검진 대충 받고 넘어간다.
사회 : 조건도 다르고 고용, 노동형태 다른 네 직종을 모시고 얘기를 들었다. 오늘 정규직과 노동조건을 비교하는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우리나라 정규직이 조건이 좋은 게 아니다. 전체적으로 높여야 하는 거다. 무상의료나 보편적 복지 접근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임금 외에 의료, 주거, 복지 같은 사회적 임금을 만들어야 한다. 오늘 좋은 말씀 해준 네 분께 감사드린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