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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회로부터 김명희
대담 문재인 정부의 노동행정, 느낌과 진단
누구 편이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노동자에게 도움이 되나 -노동행정과 근로감독을 보는 눈
강태선 김명희 정해명 전수경
기획 I 기업살인, 기업에 대해 더 많이 말하기
김명희
기업살인법연구모임
정우준
박진욱
전수경
기회II 환경 지역 건강이 만나는 현장을 찾아
산업단지 주변 주민들이 생각하는 환경과 건강
임지애
문제가 일어난 지점에서 문제와 씨름하며 태어난 석탄화력반대운동
유종준 당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전수경
지상중계 직장인들이 서로를 위로하는 방법 - <직장갑질119> 의 카톡방에서 일어나는 일들
직장갑질119 스탭
해외소식
오바마는 매년 성명을 발표했고, 트럼프는 하지 않았다 -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 (Workers' Memorial Day)
서평
이주연
대표의 편지
감추어진 현실을 더 많이 드러내는 것이 새로운 운동
이상윤
* 이 글은 <노동자 건강의 법과 현실> 이라는 강좌의 내용이다. 산재와 직업병에 대해서 법적인 인정기준을 알고, 보상받는 방법론에 대해서 아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이 번 강좌는 그 이면의 정치사회적 맥락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하였다.
1강 에서 의학적 의료적 건강담론이 사회적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
2강에서는 노동운동과 노동자건강권 운동의 관계
법이 가르쳐주지 않는 것들, 굴뚝청소부와 미친 모자장수
제가 재야연구소에서도 일하고, 정부에서도 일해 보고 이제 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일하게 되었다. 법에 대해서는 법학개론만 들은 사람인데 법조인들 앞에서 강의를 하게 되었다(웃음). 근래의 동향부터 얘기해보겠다. 세월호 사건 이후 세 개의 법안이 통과되었다. 안전을 다시 보려고는 하는데 좌충우돌 하는 상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안 내놓고 있다, 사실 실정법 속에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대표적으로 좋은 법이다. 법의 철학과 원칙을 외국 에서 베낀 거라 내용이 좋다(웃음). 세월호 사건이 그냥 일어난 게 아니다. 일련의 큰 사고들이 있어 왔다. 그리고 뻥 터진 거다. 저는 그 시작을 2012년 8월 LG화학 공장 폭발사고로 본다. 주목받지 않은 사고인데, 다이옥산 이라는 인화성 물질, 이것을 OLED 만들 때 추출 회수하는 것인데, 다이옥산 증기가 인화성 물질이라 폭발할 수 있다. 대기업인 LG 마저도 제대로 못해서 폭발이 일어나고 11명이 돌아가셨다. 후속보도는 그 기업에 지역도서관에 책을 기부했다는 이야기가 후일담으로 나오더라. 2012년 9월 구미 휴브글로벌 불산누출 사고가 일어났다. 5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2013년 1월 27 삼성불산 누출사고가 일어났다. 여론도 악화되었다. 우리 사회는 더 큰 사고가 일어나서 앞의 사고를 잊게 한다, 앞의 기업들은 얼마나 좋아할까. 사람들은 이걸 노동안전의 문제로 받아들이나? LG 사건은 망각했고, 구미는 환경문제로 받아들였다. 삼성도 환경안전의 문제로 봤다. 삼성과 대중 모두 노동안전의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환경안전의 문제가 없진 않지만 기업, 노동안전의 문제다. 우리 사회의 안전논의, 정상인가. 최근 많이 나오는 이름, 하인리히 법칙은 사고의 법칙이다. 사고가 발생하는 매커니즘에 대한 최초의 과학적 이야기이다, MAJOR INJURY 1이 있을 때 MINOR INJURY 29, NO INJURY ACCIDENT가 300 이라고 정리했다. 이건 75,000건의 산재를 분석한 거다. 1931년에 출판했는데, 미국 산재보험이 민영보험인데 책 쓴 사람이 보험사직원이었다. 이 사람은 (학자가 아리라) 돈을 벌려고 쓴거다. 사고를 바라보는 과학적 법칙이 최초로 산업재해로부터 나왔다. 안전은 어느 부처에서 해야 할까. 국민안전처? 거기서 뭘 하겠나, 국민이 들어갔으니 국가보단 나은 것 같지만, 구조를 중심으로 하겠다는 거다. 비전문가들은 안전으로 퉁치지만 예방은 전혀 다른 거다. 잘못된 조직이다.
이렇게 모을 것 같으면 여기에 예방하는 조직들도 가져다 붙여야 한다. 실제 예방 업무는 20개 부처에서 다 한다. 안전을 나눠보자. 해상안전 교통안전 환경안전 식품안전 노동안전 제품안전 시설안전 이것들이 다 독립적으로 있나. 겹쳐 있다. 법은 적용범위가 서로 있는데 상충 안 되게 하려고 하지만 모든 곳에 들어가는 감초 “안전”이 있다. 노동안전이다. 생산의 지점에서 이루어지는 것들, 그 겹치는 지점, 자본주의는 생산을 하기 때문에 모든 위험은 생산에서 나온다. 노동안전은 하인리히가 드러내주기도 했지만 제1의 피해자이기도 하고 비율도 높고, 모든 불안전 상태를 가장 먼저 보는 사람이기도 하다. 최근 동향은 이 노동안전을 쏙 빼놓고 한다. 일부러 빼는데 한 몫 하는 곳이 정부, 그 중에서도 바로 노동부다. 심지어 판교 환풍구사태도 노동부는 관계당국이 된다. 피해자들이 야근을 했기 때문에. 산재 여부도 논란이 된다. 노동부가 거기 갔다. 감독관이 갔다. 노동부가 관계당국이 아닌 것처럼 행동한다. 경제부처인양 행동한다. 문제가 터지면 책임져야 하니까 하지 않는다. 영국이나 미국처럼 노동자안전 관련 정부기구가 독립해야 움직일 수 있는데, 그렇게 할 생각조차 안하고 있다. 그게 핵심적 문제다. 노동안전은 역사가 가장 오래된 안전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시작부터, 사회법의 시작이다. 노동법 중에서도 실은 노동안전이다. 노동법 역사를 말하면 안전의 원칙이 도출된다. 유럽의 안전법들이 그렇게 입안이 되었고 철저한 원칙이 있다. 놀라울 정도로. 노동법의 역사는 다들 아실텐데, 최초의 노동법은 공장법이다. 1833년 공장법을 말하는데, 이 때 근로감독관을 최초로 임명했다. 앞서서 최초의 노동법은 1799년 단결법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건 단결금지법이었다. 사실 노동법이 아니다. 1824년에 단결금지법을 금지하는 법안이 나온다. 1802년의 법이 하나 있다. 구빈원이 거리에 있는 부랑아들을 강제 수용해서 강제노동을 시켰다. 교도소였다. 어린 아이들은 일을 더 시켰다. 아이들을 대공장에서 가혹하게, 16-17시간 일을 시켰다. 헬스(환기-주로 면공장이라) 모럴(교회 갈 시간이라도 주고 일을 시켜라)는 법이다. 사실 노동안전보건법이다. 아이들이 죽거나 병든 것이 이때가 처음은 아니다. 1776년 국부론이 나오는데 국부론이 나오기 1년 전에 최초의 직업성 암이 밝혀진다. 굴뚝청소부. 왜 굴뚝 청소가 갑자기 필요해졌을까. 산업혁명 영향으로 이 때부터 가정에서 석탄을 때야만 했다. 석탄 질이 나빴다. 부산물도 유독하고. 당시 기차가 달리고 철강, 엄청난 고열을 필요로 하는데, 나무가 좋은 연료였지만 다 써버렸다. 석탄도 많고 하니, 코크스 오븐 방법을 개발해서 석탄을 쓰기 시작한다. 당시 영국 굴뚝의 지름 평균 46센치. 굴뚝 청소부가 드나들었고, 어린 아이 여야만 했다. 이 아이들에게 질병이 생겼는데, 무슨 암이었을까. 고환암. 피부암에 속하고, 숯검댕의 피부노출이 극심하게 되면서 고환 밑이 변색되고 사마귀가 나면서 암이 되고, 전이가 일어나서 매우 고통스럽게 죽는 병이다. 1775년 퍼시벌 포트 라는 외과의사가 밝혀내는데, 당시 굴뚝 청소부에게는 폐암이 더 많았을 건데, 그 때 고환함을 진단했고, 국회의원으로써 국정감사를 했다. 1788년에 가서 굴뚝청소부 법이 만들어진다. 몇 살 이하 어린이는 굴뚝에 올리지 말자고 했다, 8살이다. 고환암은 양반이었다. 청소하는데 불을 때서 불에 타죽거나 질식으로 죽는 게 비일비재했다고 한다. 독일은 같은 시스템에서 안 걸렸다는데, 갑옷을 입혀서 피부노출이 안 되었다고 한다. 이게 최초의 노동안전보건법이다. 1788-1802년 이 때 만들어진 노동법이 다 노동안전보건법이다.
<사진. 좌측 그림, 영국의 굴뚝청소부 (http://fyeah-history.tumblr.com) /
우측 그림, 굴뚝청소부의 작업 모식도 (wikipedia)>
산재보상법을 보자. 그 사이 노동시간에 대한 법이 만들어지고, 1884년에 보상법이 최초로 나온다, 독일 비스마르크가 어떤 사람인가. 빨갱이 사냥꾼이다. 극렬 우파가 보상법을 왜 만들었을까. 유럽의 공산주의 유령에 노동자들이 마음을 빼앗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산재법을 만든 거다, 공산주의에 감염되지 않도록, 산재는 체제를 위협하는 것이었다. 아무런 보상도 없이 팔 잘리고 목숨을 잃는데 이건 아니다 싶었던 거다. 노동자들은 공제회를 만들었는데, 비스마르크는 이걸 자기 걸로 한 거다. 산재는 체제를 위협했다. 여담을 하자면 <레미제라블>도 산업재해 때문에 일어났다. 왜 빵을 훔쳤나. 누나를 도와야했다, 누나는 엄마 같은 존재였는데 부모가 일찍 돌아가셨으니까. 아버지의 직업은 가지치기 노동자였는데 나무에서 떨어져 죽었다, 보상을 못 받았다. 배경은 1800년대 초다. 그래서 레미제라블이 성립이 된다
여기 보면 산재 얘기 많이 나온다.1847년 안데르센, <성냥팔이 소녀>. 스토리는 간단하지만 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나. 섣달 그믐날 성냥 팔던 소녀가 얼어 죽는 얘기. 안데르센 평전을 보면, 성냥팔이 소녀가 그려진 판화를 선물 받았다고 한다. 당시 풍속화에 굴뚝 청소부도, 성냥팔이 소녀도 등장한다. 그림을 보면 턱이 무너져 있다. 성냥 공장에서 쫓겨난 아이들이다. 쫓겨날 때 먹고 살라고 성냥을 준거다. 당시 성냥이 엄청난 유해물질, 인이다. 노란 인을 썼는데, 이걸 먼지처럼 마셨다. 뼈가 제일 약한 곳부터 녹아내린다. 그게 바로 인턱. 대표적 직업병이다. 이 소녀들은 이 병으로 죽었다는 얘기다. 과도한가? 안데르센이 받은 판화에 인턱 인 아이가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본다. 일본의 어른들을 위한 안데르센 해석 책에도 이 말이 나온다. <이상한나라의 앨리스> 를 보면 다 상상 속의 인물, 그 중 실존인물이 하나 있다. 실제로 당대 영국에 많았던 사람, 직업병의 당사자, 매드 해터, 미친 모자장수라고 번역이 되는데, 모자 장수는 모자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쫓겨난다. 왜 미쳤을까. 모자를 만들 때 양가죽에서 털을 제거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데, 어떤 물질에다가 담그고 양털을 끓여야 한다. 무두질이라고 하고, 태닝이라고 한다. 그 물질은 신경독성이 있는 중금속, 수은이다. 수은이 사람을 미치게 한다. 미백효과도 있다. 앨리스에 나오는 매드 해터는 실존인물이다. 그 동네에 모자공장이 많았다. 사고는 얘기꺼리도 안 된다. 너무 많았기 때문에. 고전을 읽어라. 찰스 디킨스의 이야기는 보고이다. 그런 예가 허다하다. 원칙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이런 이야기를 했다. 성냥팔이 소녀들이 죽어가고 1908년 황인이 금지되고, 빨간 인이 대체물질로 개발됐다.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법 37조에 금지물질, 맨 위에 있다. 역사가 묻어있다. 1919년 ILO가 탄생한 해인데, 이 때 8시간 노동이 기준이 되는데, 저는 1944년 필라델피아 선언이 중요하다고 본다.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 안전보건과 관련된다. 노동은 인격과 분리할 수 없다. 인격의 기초는 생명이다. 자유권도 건강 생명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그 원칙을 천명한 사건이다.
1974년 영국 안전보건 관련 법들이 통합되면서 만들어진 안전보건법의 원칙이 있다. 첫째, 권한과 책임의 일치를 분명하게 한다, 특히 생명을 좌우하는 안전보건에선 더 그렇다. 둘째, 사전예방의 원칙이다. 보호구를 먼저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하거나 위험을 없애는 것이 우선이다. 셋째, 사고는 우연히 일어나지 않는다, 98%의 사고가 막을 수 있는 재해라고 한다, 2%만이 천재지변에 가까운 사고라는 것이다. 공식문서에도 inccident라고 쓴다. 넷째, 양립불가의 원칙이다. 안전규제가 여기저기 다를 수 없다는 말이다. 이 원칙이 법에 담겨있다. 이 법은 1989년 EU가 산업안전의 원칙으로 선언하면서 유럽전역에 퍼지고 여기서 위험성평가가 나온다. 일본이 유럽의 스탠다드를 따르면서 한국 법에도 들어온다. 이런 점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을 보겠다. 산업안전보건법은 1981년에 제정되고, 90년 전면 개정되었는데 그사이엔 법실효성이 없었다. 1953년 안전보건이 근로기준법에 들어가고, 1961년에 대통령령으로 안전보건규칙이 만들어졌다. 90년 개정에는 문송면, 원진 사건이 있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1장은 총칙, 2장에 안전보건관리체제가 나오는데 이게 조직이다. 아까 말했듯이 권한 책임이 일치되어야 한다, 2장에 13조 안전보건관리책임자 14조 관리감독자 순서로 책임이 큰 순서로 나오는데,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국민의식 운동을 할 것이 아니라 조직이라는 것이다. 의식은 개인의 문제로 보는 거 아니냐. 법은 조직으로 되어 있다. 총칙에도 책임소재라는 말이 명확히 들어가 있다. 책임소재라는 말이 들어가는 데가 두 개의 법, 산업안전보건법과 식품법이 있다. 책임의 소재는 누구에게 있냐, 법률 주어가 85% 이상 사업주다, 왜 사업주인가, 사용자가 아니라. 사용자가 더 넓은 개념인데, 사업주는 법인이 되는 거다. 조직이 움직여야 하는 법이라고 저는 해석한다. 사업주가 처벌 대상이 된다.
사법처리와 행정처분, 행정처분은 과태료이고 사법처리가 많은데 이걸 사업주가 받는 거다. 피의자가 법인이 되는 거다, 그럼 행위한 사업주 사람은 어떻게 되나 양벌규정이 들어간다. 이번에 검찰이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 기업 처벌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게 법인이다. 대부분 형법이 개인으로 되어있는데 자본주의 시대에는 조직이 일을 저지른다. 책임을 분산시키고, 법인이 책임을 져야 하는데 법인은 감옥을 갈수가 없다, 벌금을 낼 수 있는데 지금 산업안전보건법에 1억 이하로 되어 있다. 66조2가 최고 형량인데 삼성도 1억, 5인사업장도 1억이다. 그래서 삼성은 사내하도급을 쓰고 거기서 사람이 죽으면 최고형량이 1천만원이 된다. 영국, 미국은 고의성이 농후하고 반복적이면 1000만 달러 이상으로 되어 있다. 삼성이 1998년 괌공항 리모델링 공사 하다가 한국노동자 1명이 사망했을 때 860만 달러 벌금을 받았다(현재 환율 기준 93억 정도). 그렇게 혼이 나고 나서 삼성건설은 좀 달라지긴 했다. 하여튼 법인이 책임자다. 이런 위계를 산업안전보건법은 명확히 하고 있다. 그 아래조항들은 기술법이다. 법령집이 두껍다, 행정규칙이 72개인 법이 있나. 지침까지 합치면 캐비넷에 다 들어가지도 않는다.
대단히 복잡하면서도 영양가가 없다. 노무사도 포기하고 시험 본다. 변호사는 이 법 이름을 듣지도 못했을 거다. 법조인이 없으니 법이 개발되겠나. 개악이 이루어진다. 산업안전보건법이 기술법이라고 알고 있는데 실제로 1,2장이 제일 중요하다. 책임소재가 다 나와 있다. 시시콜콜한 3,4장에 관심을 갖고 있어서 큰일을 그르친다. 감독관을 보자면 산업안전근로감독관이 따로 300명 정도 되고 일반 근로감독관이 1200명 정도 있다. 300명의 산업안전근로감독관은 113개 조항을 다 활용하고 있고, 근로감독 15년을 한 감독관도 늘 새롭다고 말한다.(웃음) 내용이 많아서 어렵다. 감독관은 늘 300명이다. 이중 행정직이 50%다. 이분들은 대부분 5년 미만이다. 암담하다. 제가 17년째 이 일을 하고 있어도 사업장에 가면 암담한데 여긴 늘 새로운 업종을 봐야 하고 내가 못 보던 라인을 봐야 하는데, 서류만 보고 하는 실정이다. 조직과 인력 문제가 있다.
감독관이 하는 일은 예방업무와 조사업무인데 예방업무는 감독, 조사업무는 재해조사. 감독은 정기 수시 특별감독이 있다. 행정대상은 계획을 짜서 감독한다. 사법조치, 행정조치 있는데 2012년부터 즉시 과태료 행정을 시작하니 구글에 산업안전보건법 검색도 폭주하더라. 산업안전보건법은 상당부분 과태료다. 90년 이전에는 사법조치였는데 사법조치가 너무 어렵다, 일도 10배 더 많다, 증거채증부터 시작해서 어려운 작업이다. 실효성이 없다. 과태료는 죄도 아니고 일도 적다, 과태료가 많아졌다.
감독을 하려면 모니터링 시스템이 있는데 산재보험 가입하면 시스템에 올라간다, 영국은 사업자등록 내고 동시에 안전보건청에 등록을 한다. 우리는 산재보험 가입을 안 하면 통계추계가 안 된다. 원칙이 없다, 생각이 없다. 법은 잘 되어 있는데 행정을 잘못하는 대표적 사례다. 한국 행정의 문제가 또 뭐냐면 감독대상을 선정할 때 전년도 재해율을 갖고 한다. 얼핏 생각할 때는 재해가 높으면 감독을 받아야 상식적으로 보이지만 보험을 타먹은 죄로 ‘너 때문에 감독이 왔잖아’ 이렇게 된다. 산재보험이 무과실이고 사회보험인데 이게 두려운 대상이 되어 버린다. 미국은 산재가 민영보험이라 개별사업장이 산재 얼마나 타 먹는지 알수 없다. 통계는 표본사업장을 통해 수집한다. 사고가 있는데 누락하면 패널티를 세게 간다. 개별 사업장을 타겟팅 안 하고 위험업종을 추려서 무작위 감독을 나간다. 산재보험 타 먹었다는 낙인이 없고 보고를 소홀히 하는 문제는 덜 발생한다. 안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보고하지 않는 문제는 한국이 가장 심각하다. 한국 사고율이 만인율 1.23명 정도 된다. OECD 1~2위다. 재해율은 0.57%. 독일이 3%다. 우리가 재해율이 12%가 되어야 한다. 더 심한 곳이 건설이 다. 왜 더 심화되냐 하면 산재보험과 산업안전보건법이 밀착되고 자료도 공유되면서 감독 문제가 일어난다. 건설산업에 환산재해율이 있고, 국토부 법에는 재해율 갖고 시공감액기준이 있다. 이게 분명이 대규모 업체의 재해, 중대사고를 줄이기는 했으나 언더리포트를 많이 발생시켰다. 국가를 상대로 하는 계약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어마어마하게 관심을 갖는다. 사망사고가 나면 곱하기 10으로 환산되는데 대법원 가서 무죄가 되면 없는 일이 된다. 대기업이 변호사 사서 끝까지 가는 이유다. 대기업이 이걸 따라하는데 하도급사 신임도 평가를 이걸로 한다. 하도급사
가 절대로 보고를 안 한다. 이게 더 큰 문제를 야기하는 거다, 나쁜 관행을 국가가 그만두지 못하니까, 원칙적으로 잘못되었다.
또, 산업안전보건법이 산재보험이랑 너무 밀착되어 있다, 보상은 자유롭게 돼야 하는데 이게 막히고, 안전을 한다는 명목 아래 노동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산재를 산재로 얘기해야, 실제 우리 규모를 알아내는 게 중요하다, 지금 1년 산재가 10만명 수준으로 나오는데 이건 현실이 아니다, 근로환경조사 해 보면 연간 250만명이 산재라고 나온다, 문제의 규모조차 우리는 모르고 있다.
산재보험법 이름도 업무상재해보상법으로 바뀌어야 한다, 산재는 훨씬 폭이 넓다, 그 중 인정 받는 게 적을 수도 있고, 산업재해는 격의 없이 리포팅 될 수 있어야 한다. 감독도 그렇게 맞추어 가야 한다. 이렇게 안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산재가 많은 건 알지만 Not In My Desk, 나 나가고 나서 하라는 거다. 언제 해야 할까. 청와대에서 결심해야 한다, 문제를 드러내고 출발하자 해야 한다.
* 참고
[유럽방문기]베를린 런던 헬싱키, 노동자를 존중하는 사회를 가다
http://old.laborhealth.or.kr/38115
특집 2013 실태조사에 비친 노동자의 오늘
재활? 다시 일어서기? 산재노동자를 찾아서
전수경 / 노동건강연대 상근활동가
노동건강연대는 2013년, 산재노동자의 재활현황과 요구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산재를 입고 현재 치료 중인 노동자에게는 산재보험운영기관인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재활에 대한 정보와 요구가 소통되고 있는지를 물었고, 산재치료가 끝난 노동자에게는 생활실태와 경제적 어려움 등을 물었습니다. 양쪽의 노동자 모두에게 심리적 건강상태에 대해서도 질문하였습니다.
산재노동자들은 흩어져 있고 드러나있지 않아서 조사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설문부수가 아주 작은 숫자입니다. 통계학적인 의미가 있냐고 묻는 분들도 있겠지만, 산재노동자로 살아가는 분들이 산재노동자로서 정체성을 갖고 설문에 응해주셨고 정부의 재활정책이 껍데기만 있는 현실의 단면을 드러내주셨다고 봅니다. / 편집자
1. 요양 중인 산재노동자의 재활요구도
1) 개인특성
2013년 7월 ~ 9월, 산재노동자의 재활요구도 설문조사에 응답한 산재요양 중인 노동자는 총 61명이다. 설문지의 내용으로는 개인적인 정보, 본인이 경험한 산재보험 서비스, 정신·심리상태평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평가 등이 포함되어있다. 설문 참여자는 남성이 대부분이었고, 산재를 입은지 3년 정도 되었으며, 나이는 50대, 기혼자가 많았다.
2) 경제적 상황과 걱정되는 문제에 대한 질문
산재를 입은지 3년 정도 되며 산재 전·후 월평균 소득은 각각 235.8만원과 184.9만원으로 산재 이후 월평균 소득이 감소하였다. 산재 전·후 가계부채는 각각 2,388만원과 2,604만원으로 산재 이후 가계부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재를 입은 후 가장 걱정되는 문제로 28명(45.9%)이 ‘가족의 생계와 경제적 문제’를 꼽았고, ‘가족관계, 사회적 인간관계가 해체될까 두렵다’는 응답자가 16명(26.2%)으로 그 다음으로 많았다.
산재를 입고 현재까지 치료받은 기간은 평균 19.3개월이었다.
산재를 입기 전에 다니던 직장에 현재로 소속되어 있는지 묻는 질문에 ‘그만두었다’고 응답자가 33명(57.9%)으로 가장 많았다. 현재 ‘소속되어 있다’는 응답자는 13명(22.8%)이었으며, ‘해고당했다’는 응답자도 4명(7.0%)있었다.
3) 본인부담 의료비에 대한 질문
산재치료 중 개인이 따로 지불하는 의료비가 있는지 묻는 설문에 ‘산재 요양비 이외의 본인부담이 있어서 내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38명(76.0%)으로 가장 많았다. 본인부담 의료비가 있는 산재노동자를 대상으로 어느 정도 부담을 느끼는지 묻는 설문에 ‘많다’고 답한 산재노동자는 18명(43.9%)이었고, ‘적다’고 답변한 수는 8명(19.5%) 이었다. 산재보험으로 치료를 받는 중에도 의료비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 재활에 대한 질문
치료과정에서 심리 상담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설문에 35명(63.6%)가 ‘있다’고 응답하였다. 근로복지공단 직원으로부터 근로복지공단에서 제공하는 재활서비스에 대해 안내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설문에 31명(56.4%)이 ‘간략하게 설명을 들었다’고 응답하였고, ‘듣지 못했다’는 응답자도 14명(25.4%)이 있었다. ‘충분한 설명을 들었다’고 답변한 산재노동자는 10명(18.2%)에 불과하였다.
현재 가장 필요하다 생각하는 재활서비스에 대한 설문에 ‘통증관리와 심리 상담 등 신체적, 정신적 안정을 위한 의료재활’을 꼽은 응답자가 23명(41.1%)으로 가장 많았으며, ‘화장실 사용, 이동 등 사회적응을 위한 사회재활’을 꼽은 응답자가 12명(21.4%)으로 다음으로 많았다.
재활치료를 선택하려고 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묻는 설문에 ‘내게 맞는 재활프로그램이 없다’는 응답자가 17명(32.1%)으로 가장 많았으며, ‘재활시설이 너무 멀어 가기가 어렵다’는 응답자가 14명(26.4%)으로 그 다음으로 많았다.
3) 간이정신심리진단검사(SCL-90-R)
간이정신심리진단검사 결과 산재요양중인 산재노동자에서 정신심리검사의 전체 영역별 평균은 일반인 평균보다 모든 영역에서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재요양중인 산재노동자들의 간이정신심리검사 위험군은 16명(27.6%)으로 나타나 일반인(2.5%)과 비교하여 훨씬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위험군을 찾는 참고할 만한 기준으로 세부영역 중 2가지 이상의 영역에서 비정상에 해당하는 군을 찾는 방법이 있다. 이 경우에도 총 응답자 중 16명(27.6%)가 여기에 해당되어 높은 비정상군 비율을 보이고 있다.
세부영역별로 ‘공포불안’ 영역에서 위험군의 빈도는 27명(46.6%)으로 가장 높으며, ‘신체화’ 영역에서 위험군의 빈도가 17명(29.3%)으로 그 다음으로 높다. 전체 영역에서 위험군은 15% 이상으로 높은 빈도를 나타내고 있다.
2. 요양 종결된 산재노동자 생활실태 조사결과
2013년 7월 ~ 9월, 산재요양 종결자 대상 생활조사 설문에 응답한 산재노동자는 총 24명이다. 설문조사는 개인적인 정보, 본인이 경험한 산재보험 서비스, 원직 복귀와 취업, 정신·심리상태평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평가, 직무스트레스 평가와 같은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다.
설문참여자의 성별은 대부분 남성, 3~40대, 기혼자가 대부분이었다. 산재를 입은 시기는 평균 7년 전, 산재 요양이 종결되고 경과한 시간은 평균 6.1년 전이었다.
2) 경제상황에 대한 질문
산재 전·후 월평균 소득은 각각 179.6만원과 209.7만원으로 산재 이후 월평균 소득이 증가하였다. 가족 총소득은 평균 290만원이었다. 산재 전·후 가계부채는 각각 1,271.7만원과 3,246.2만원으로 산재 이후 가계부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받고 있는 산재보험급여가 가족들이 생활하는데 충분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설문에서 충분하다는 답변은 없었다. 대부분 본인이 받고 있는 산재보험급여가 부족하다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 재활에 대한 질문
산재보험에서 현재 제공하는 재활서비스 각 항목에 대한 이용도와 만족도 현황을 물었다. 의료재활서비스에서 ‘후유증상 진료’와 ‘재활보조기구 추가지급’ 서비스의 이용자들은 극소수였으며, 이용자들은 모두 서비스에 대해 ‘불만족’(‘매우 불만족’ 포함)스러웠다고 답하였다. ‘직업재활’ 서비스 전체와 사회재활 중 ‘사회적응프로그램’ 서비스를 이용했던 산재노동자는 없었다. 사회재활 중에 ‘심리재활’, ‘재활스포츠 지원’, ‘취미활동반 지원’, ‘생활안정지원사업’, ‘사회보호시설운영’ 서비스를 이용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산재노동자는 각각 1명, 2명, 2명, 2명, 1명이었으며, 이용자들 모두 서비스 내용에 대해 ‘불만족’스러웠다고 답하였다. 응답자 수가 적지만, 재활서비스 이용도가 낮았으며, 서비스 내용에 대한 만족도도 낮았음을 알 수 있다.
산재보험에서 제공하는 재활서비스에 대한 불만족 이유 중 ‘산재보험에 적용되는 치료범위가 좁아서’를 이유로 꼽은 사람이 13명(54.2%)으로 가장 많았으며, ‘개별적 관심과 상담이 부족하여’를 이유로 선택한 사람이 7명(29.2%)으로 다음으로 많았다.
산재보험에서 제공하는 재활서비스를 받지 않은 이유로 ‘서비스 내용을 잘 알지 못해서’라 응답한 사람이 11명(45.8%)으로 가장 많았으며, ‘직업재활서비스의 대상이 아니라서’라 답한 사람이 4명(16.7%)으로 다음으로 많았다. 산재 장애인을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항목을 중요하다 생각하는 순서대로 3가지를 선택하라는 문항에서 ‘보상제도의 개선’이 우선순위 점수가 53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 ‘재활서비스의 확대’, ‘질병치료의 전문성확대’ 순으로 점수가 높았다.
4) 정신심리상태에 대한 질문
산재 전과 비교하여 생활양태(패턴)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표 54>와 같은 항목에 대해 물었다. ‘나의 삶에 대한 자신감이 줄어들었다’는 항목에 대해 ‘그렇다’(매우 그렇다 + 약간 그렇다)는 응답자가 12명(50.0%)으로 ‘그렇지 않다’(매우 그렇지 않다 + 약간 그렇지 않다)는 응답자 6명(25.0%) 보다 많았다. ‘가족 내에서 나의 역할이 약화되었다’는 항목은 ‘그렇다’는 답변과 ‘그렇지 않다’는 답변이 비슷하였으며, ‘사회활동(친구, 종교활동, 여가활동 등)에의 참여가 줄어들었다’는 항목에 대해서는 ‘그렇다’는 응답자가 12명(50.0%)으로 ‘그렇지 않다’는 응답자 5명(20.9%) 보다 많았다.
산재 전과 비교하여 삶의 만족도를 묻는 설문에서 모든 항목에서 ‘불만족’스럽다는 응답이 ‘만족’한다는 응답보다 훨씬 높았다.
*바소콘티누오
5) 원직복귀와 구직에 대한 질문
산재를 입을 당시 종사하였던 직업은 ‘장치, 기계조작 및 조립조종사’가 11명(47.8%)으로 가장 많았으며, ‘기능원 및 관련기능종사자’가 5명(21.7%)으로 그 다음으로 많았다.
산재를 입을 당시 고용형태는 ‘정규직’이 12명(70.6%)으로 가장 많았으며, 나머지는 ‘일용직’이라 응답하였다.
일터에서 산재 때문에 차별 받은 경험이 있느냐는 설문에 4명(19.0%)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현재 종사하는 직업이 있는 사람이 18명(75.0%)으로 직업이 없는 사람보다 많았다.
현재 종사하는 직업은 ‘관리자’가 5명(27.8%)으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 ‘장치, 기계조작 및 조립종사자’, ‘기능원 및 관련기능종사자’ 순이다. 현재 고용형태는 ‘정규직’이 12명(66.7%)으로 나머지보다 많았다.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은 ‘원직복귀해서 동일한 일을 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8명(50.0%)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서 ‘원직복귀해서 다른 일을 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3명(18.8%)으로서, 결국 ‘원직장으로 복귀’한 사람은 총 11명(68.8%)이었다.
원직복귀한 응답자를 대상으로 원직복귀가 어떠한 절차로 결정되었는지 물었다. ‘아무런 조건없이 회사에 원직복귀하였다’는 응답자가 6명(60.0%)으로 가장 많았으며, 나머지(기타 응답 제외)는 ‘요양기간이 짧아 원직복귀할 수 있었다’는 등의 응답을 하였다.
원직복귀하지 않은 산재노동자를 대상으로 원직복귀하지 않고 다른 직장으로 취업한 가장 큰 이유를 물었다. ‘본인의 장애부위가 원래의 직장 혹은 직무에 적합하지 않아서’와 ‘원래 직장에서의 산재경험에 대한 기억이 두려워서’라는 답변이 있었다.
현재 종사하는 직업이 없는 산재노동자를 대상으로 지난 1개월 동안 구직활동을 한 경험을 물었을 때 ‘있다’고 답한 산재노동자는 1명(25.0%)으로 ‘없다’고 답한 산재노동자보다 많았다. 산재를 입은 후 현재까지 일자리가 없었던 기간은 ‘4년’, ‘10년’이라는 응답자가 각각 1명씩 있었다.
산재를 입은 후 재취업하지 못하는 이유로 ‘장애정도가 심하여 일하기 어려워서’와 ‘임금수준이 너무 낮아서’라는 응답자가 2명씩(33.3%) 있었으며, ‘일에 필요한 기술이나 지식이 없어서’, ‘나에게 적합한 직종이나 직무를 찾지 못해서’, ‘창업을 위한 자금 확보가 어려워서’라는 응답자가 1명씩(16.7%) 있었다. 기타 답변으로 ‘산재와 관련이 없다’는 응답자도 있었다.
현재 종사하는 직업이 없는 산재노동자들은 모두 생계유지를 ‘산재로 인해 받게 되는 급여에 의존한다’고 답하였다.
6) 간이정신심리진단검사(SCL-90-R)
산재요양 종결된 산재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을 평가하기 위해 간이정신심리 증상체크리스트(SCL-90-R, Symptom Checklist 90 Revision)를 이용한 9개 증상차원에 대한 평가를 시행하였다. 이 평가는 신체화(Somatization), 강박증(Obsessive-Compulsive), 대인예민성 (Interpersonal Sensitivity), 우울(Depression), 불안 (Anxiety), 적대감 (Hostility), 공포불안 (Phobic Anxiety), 편집증 (Paranoid Ideation), 정신증 (Psychoticism)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간이정신심리진단검사 결과 산재요양 종결된 산재노동자에서 정신심리검사의 전체 영역별 평균은 일반인 평균보다 모든 영역에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GSI 점수는 설문당시, 보통 1주일 이내의 정신·심리적 장애의 수준을 나타내며, T-점수는 표준점수의 한 종류로서 개인 간 비교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평균 50, 표준편차 10으로 변환한 점수이다. 대략 95%의 전체 인구가 30~70점 사이에 포함되며 70점 이상이 위험군에 해당되는데 일반인의 위험군 비율은 2.5%이다. 산재요양 종결된 산재노동자들의 간이정신심리검사 위험군은 4명(17.4%)으로 나타나 일반인과 비교하여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위험군을 찾는 참고할 만한 기준으로 세부영역 중 2가지 이상의 영역에서 비정상에 해당하는 군을 찾는 방법도 있는데, 이 경우에도 총 응답자 중 4명(17.4%)이 여기에 해당되어 높은 비정상군 비율을 보이고 있다.
세부영역별로 T-점수 70점 이상의 위험군의 빈도를 살펴보면, ‘신체화’ 영역에서 위험군의 빈도는 5명(21.7%)으로 가장 높으며, ‘우울’ 영역에서 위험군의 빈도가 4명(17.4%)으로 그 다음으로 높다.
3. 산재노동자에 대한 재활정책 모색
1) 독일·미국의 재활관련 제도
독일 장애인재활법은 상해를 입어 장애를 안고 살고 있거나, 혹은 그러한 위험에 놓인 이들을 위한 법이다. 2004년 유럽 장애인의 해를 기념하여 제정된 ‘우리의 일에는 우리가 참여한다!’ 는 표어는 재활법에 대한 독일의 의지를 잘 표명해주고 있다.
이러한 의지는 사회법전 제9권의 내용에서 ‘재활’보다 ‘참여’ 개념이 우위에 놓인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사회법전 제9권(장애인재활법) 제1조(자기결정 및 사회생활 참여)에는 ‘장애인 또는 장애로 위협받고 있는 사람은 그들의 자기결정과 동등한 사회생활 참여를 촉진하기 위하여 법에 의한 보험급여 및 재활사업자로부터의 정당한 보험급여를 받는다’ 라고 명시하고 있다.
제8조(참여급여 우선권)에는 참여급여는 연금급여에 우선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추구하는 목표는 장애인이 온전한 사회의 일원이 되어 더 이상 차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참여급여우선권은 사회법전 제6권(SGB VI, 연금보험법) 제9조 제1항 제2문단에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다. 사회법전 제9권(장애인재활법)은 재활사업자에게 피상해자에 대한 의료재활, 그리고 직업적·사회적 참여를 최우선으로 할 것을 엄격하게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산재장애인 직업재활에 따른 비용으로 주마다 다르긴 하지만 10,000달러 정도의 금액이 최대 52주 동안 제공되며, 필요에 따라 의료비용이 추가로 5,000달러까지 제공된다. 요양기간을 줄이고 노동으로 유인하기 위해 산재장애인들이 직업재활에 참여하지 않으면 임금대체급여(wage replacement benefits)는 감액된다. 워싱톤 주는 사업주가 산재장애인을 고용할 경우에 훈련비용과 산재보험료의 할인혜택을 부여한다. 이 외에도 소득력 상실(loss of earning power: LEP) 급여, 위험관리 서비스, 인간공학적 자문, 직업도우미(vocational assistance), 직무수정급여, 선호근로자 프로그램(Preferred Worker Program: PWP) 등이 있다. 또한 산재가 발생한 사업장의 고용주는 산재장애인과 상의하여 직장복귀가능성을 서면으로 진술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서비스공급자나 정부관리 주도형이 아니라 산재장애인 중심의 원스톱 서비스전달 체계를 확립하는 동시에 고용주와 산재장애인에게 실질적 고용유인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각종 서비스와 제도들을 대폭 확충해 나가고 있는 것들이 시사점이다.
2) 우리나라 산재보험의 재활 : 보험지출의 0.047%
우리나라 산재보험 2009년도 총 지출액은 4조 2,096억원에 이르지만 이중 직업재활급여는 19.76억 원으로 전체의 0.047%에 지나지 않으며, 직업재활급여 수급자 수도 802명이었다.
해마다 약 3만 명 이상이 산재장애인이 되고, 지난 40여 년 동안 산재로 장애를 입은 노동자가 8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도, 인구통계자료 등이 매우 불충분한 상황이어서 전략 수립이나 프로그램 개발이 매우 미흡하다.
산재로 인하여 장애를 갖게 된 산재장애인은 장애 이전에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경험하다 갑작스럽게 장애를 입은 후 달라진 신체적, 사회적 변화에 다시 적응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 기간 동안은 선천적인 장애인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
중도장애인들은 심리적으로 장애를 수용해야 하는 어려움, 가정 내에서의 어려움, 사회적응의 어려움 등을 한꺼번에 감당해야 한다. 이들은 비교적 정규적인 교육을 받은 후 사회생활을 해 온 사람들이 많다. 그 과정에서 획득한 지식과 기술, 다양한 사회적 관계망이 있어서 선천적인 장애인보다는 재활을 비롯한 사회적응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장애의 수용’과 ‘장애의 적응’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산재장애인의 재활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장애의 수용이다. 중도장애인은 장애 초기 충격, 부정, 분노, 우울, 적응 또는 수용 이라는 일련의 단계를 거치며 이들의 기간과 정도는 적응에 영향을 준다. 특히 우리사회는 신체적 측면에서의 완전성을 지향하기 때문에 외관상 변이에 대해 차별하고, 조소하고,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향은 중도장애인의 가치체계에도 유입되어 스스로 낮은 자아개념을 형성하고, 자신의 장애에 대해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등 부정적인 관념을 만들어서 사회 관계에서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이들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장애에 대한 심리적인 수용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또한 장애로 인해 상실한 기능을 보완하기 위하여 재활치료를 통해서, 최대한의 일상생활동작과 직업적·사회적 생존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주어야 한다.
산재장애인의 가족에게서 흔히 역할간의 긴장을 볼 수 있다. 부부 중 배우자 한 명이 장애를 겪게 되면 사회적 역할만이 아니라 가정 내에서의 역할도 변화가 필요하다. 장애를 입은 구성원을 위하여 나머지 가족들이 장애를 일상적인 사실로 수용해야 한다. 가족 내 역할 분담을 적절하게 조절하고, 역할 과부담이나 역할 긴장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여야 한다.
산재장애인이 건강하게 살아가려면, 이 과정을 통합적으로 고려하여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
노동자가 신청할 때 까지 기다리는 보험은 그만 : 조기개입과 통합성이 핵심
공적 산재보험에서 ‘재활’은 응급치료, 급성기 치료, 의료재활, 직업복귀 및 사회복귀 모두를 아우르는 상위개념이다. 독일을 보면 산재보험 재활은 산재보험법에 규정된 사항 이외에도 사회법전 제9권(장애인재활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의료재활급여, 직업재활급여, 사회재활급여, 생활안정․기타 부가적급여, 개호급여 및 현금급여를 모두 포함한다. 또한 개인예산급여 사용의 청구도 할 수 있다(사회법전 제7권 제26조). 이와 같은 산재보험의 업무 영역은 독일의 다른 사회보험들 간의 업무분담적(분업적) 관할 업무범위와 비교해 보아도 매우 폭넓은 것이다.
적극적으로 재활정책을 펴는 방법은 노동자가 재활급여를 신청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 것이다. 의사(병원) 및 사업장이 산업재해나 직업병을 확인하였을 때 신고의무를 지키게 하는 것과, 노동자가 자기결정권을 누릴 수 있도록 맞춤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경제활동력을 잃지 않도록 조기에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직업수행능력을 손상한 후 6주가 경과해 버리면, 재활을 통한 복귀확률이 반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응급치료와 급성기치료 등의 요양, 재활, 직업복귀·사회복귀 참여를 모두 통합된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
요양과 재활을 구분하면 재활의 개입 시점이 늦어지며, 적절한 재활서비스의 효과를 얻기 어렵다. 요양과 재활이 원활이 연계되기 위해서는 산재의료기관이 특화되거나 요양기관을 관리할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산재전문병원은 중증환자의 급성기 요양과 만성기 사회재활, 직업재활서비스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공단직영병원은 산재환자에게 모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특집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산재사망
일하다가 사망한 하청노동자 왜 자살이라 하나
지난 4월 26일, 한 하청노동자가 작업 도중 사망했다. 목격자 없는 죽음. 2014년 4월까지의 현대중공업 그룹 7번째 사망자였다. 그런데 사업장 안에서 죽은 그에게 붙은 사인은 ‘자살’.
유족과 동료 노동자들은 의문이었고 억울했다. 평소 어떠한 자살 징후도 없었다. 자살 징후가 있는 것이 반드시 그런 결론을 내리게 되는 것도 아니다. 정씨가 일하던 그 어둡고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쇠먼지 가루 날리던 작업현장에는, 정씨의 친조카와 외조카도 함께 일을 하고 있었다. 친조카는 곧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이러한 사정이 아니더라도, 특히 정씨가 속해있던 물량팀 팀장을 비롯한 동료들은 정씨의 죽음에 의문을 제기했다.(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의 50% 이상이 물량팀 소속이다) 경찰조사는 ‘자살’의 원인을 밝히는데 초점을 두고 있었다. 정씨의 문자, 진료기록, 금융기록을 살폈다. 어쩌면 당연히 했어야 하는 조사이겠지만, 사고 현장에 대한 검증과 고인에 대한 부검이 꼼꼼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경찰 조사를 받던 동료의 진술서를 살펴보면, 자살을 단정하는 경찰의 질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여러 의문을 가진 상태에서 정씨의 사고는 ‘자살’로 수사 종결이 된다. 그리고 자살의 증거로는 오로지 개인의 사정만이 쓰였다. 살펴보자면,
1. 정씨의 문자 - 언젠가 부인과 다툰 적이 있는 상태에서 나누었던 대화가 그 증거가 되었다. 문제는 그 대화 이후 다시 정씨 부부는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한다는 문자를 주고 받았다는 것이다. 그 부분은 고려되지 않았다.
2. 연체된 핸드폰 요금 등 - 다 합해 200여만원 정도의 부채가 있었으나, 부채발생 며칠 후 바로 정리되었다. 정씨의 신용상태는 매우 양호한 상태였다.
3. 정신과 병력 - 누구나 쉽게 정신과 병력이 있으면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단정짓는다. 그러나, 곧 치유가 되었고, 사망시점까지 아무런 병력이 없었다.
경찰이 제시한 이 세 가지 자살 근거에 대해 유족과 현대중공업 하청지회는 “여느 가정에서 흔히 있는 정황들뿐이다. 일상적인 정황들을 가지고 자살로 결론 낸 것이다. 이런 게 자살의 근거라면 대한민국에서 목격자 없는 죽음은 모두 자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라며 동료들이 제기하는 의문에 대해 합당한 근거 제시를 할 재수사를 촉구했다. 그렇게 긴 싸움이 시작되었다. 부인 김씨는 일주일에 한 번 울산으로 내려와 1인 시위를 하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남편이 어떤 일을 했었는지를 자세히 알았다는 부인 김씨는,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 싶었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어찌해야 할지,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지도 몰랐지만, 남편을 이렇게 보낼 수는 없었다. 경기도 성남이 집인 그녀와 정씨 사이에는 연기자를 꿈꾸는 중학생 딸과, 공부 고민이 한창인 고등학생 아들이 있다. 김씨가 일주일에 3-4일 동안 1인 시위를 하러 가면, 아빠를 잃은 아이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보내고 있다. 자살이라고 믿을 수 없는 수많은 정황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 김씨도, 아이들도
아주 단순한 사건 개요만 보면 이렇다.
10월 17일, 국회에서 이 사건이 다뤄진다. 자살이 아니라는 증거가 너무도 많다. 동료들이 그동안 주장하던, 몸에서 쇳가루가 너무 많이 발견 된 것이 이상하다는 내용을 경찰이 새겨듣기 시작한다.
- 사망사고 전에 이미 상당한 탈진상태에 있었고,
- 초고압의 호스에서 쏟아져 나오는 쇳가루에 맞아서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으로 보이는 점
- 몸에 패인 상처의 위치와 모양, 옷과 마스크에 난 흔적, 옷 속에서 발견된 다량의 쇳가루가 보이는 점
- 사고현장이 발견되고 2-3분 후 현대중공업의 안전관리요원이 현장에 와서 현장사진을 찍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동부경찰서뿐만 아니라 울산경찰청이 이 사진을 확보하지 않고 수사하고 있는 점 을 고려하여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해가 지나고 2015년, 아직도 부인 김씨는 현대중공업과 경찰서 정문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형사와의 통화에선 곧 결과가 나온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 참고자료
1. 현대중공업 산재발생에 관한 의견서 (A Report On Workplce Injuries at HHI- Hyundai Heavy Industrues) : http://old.laborhealth.or.kr/40217
2. 기자회견 : "증거인멸과 목격자 증언 묵살된 재조사! 유가족은 울부짖는다!"
경찰은 즉각 재수사에 나서라! http://old.laborhealth.or.kr/39910
"해가 바뀌고 2015년 1월 30일,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 다시 한번 고 정범식씨 이야기가 다뤄집니다.
(다시보기
http://program.sbs.co.kr/builder/endPage.do?pgm_id=00000339666&pgm_mnu_id=3983&pgm_build_id=&contNo=cu0390f0024800)
이 두 프로에서는 울산동부경찰서의 수사과정과 결과에 대해 전문가의 분석을 들어 의혹을 제기합니다. 유족도, 울산 지역의 건강권 단체도, 그리고 노동건강연대도, 이 합리적 의심을 믿었습니다.
2월 27일, 유족과 울산지역 건강권 대책위가 경찰청에서 면담을 했습니다. 재수사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결과는 다시 자살. 합리적 의심에 대한 어떠한 검증도 없었습니다. 2번의 방송에서 10명에 가까운 전문가가 이건 자살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지적된 부분에 대해서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3월 10일, 다시 국회. 유가족, 애초에 국회에서 문제제기를 했던 진선미 의원과, 울산에서 올라온 하청노동자들과 산재추방운동연합 활동가, 노동건강연대, 기업인권네트워크, 민주노총이 모였습니다. 대체 왜 이렇게 되었냐고 물었습니다. 부디, 경찰이 첫 수사의 잘못을 덮기 위한 행위를 멈추고, 제대로 이 사건을 바라보고 수사하길 바랍니다.
(기자회견 자료 다운받기 20150310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고정범식씨 사건 기자회견문(국회).pdf )
(관련기사 : 정범식씨 사망사건 "남편은 말없지만 몸이 진실 말해" http://www.usjournal.kr/News/69367)"
3. 2015년 5월 29일, 근로복지공단에 고정범식씨 산재보험 신청
특집 기업살인운동 시즌2
사업주 책임 강화를 위한 기업살인법 제정의 필요성1)
유 성 규 / 노동건강연대 편집위원장
1. 들어가며
노동부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11년 한 해에만 93,292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를 당하였고, 2,114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하였다.2) 256명의 노동자가 매일 산업재해를 당하고, 6명의 노동자가 매일 사망한 꼴이다.3) 위 공식 통계는 근로복지공단 등에 산업재해로 보고된 수치를 토대로 작성되었다. 따라서 자동차 사고로 처리되거나 공상 처리된 산업재해의 수치가 이에 포함될 경우, 실제 산업재해 및 사망자수는 훨씬 커질 것이다.
노동자들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마련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존재하고, 전국의 각 고용노동지청에 산업안전감독관들이 배치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많은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를 당하고, 죽음에 이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하에서는 우리나라 산재사망의 실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과연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이 산업재해 예방 법제로서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가를 살펴보도록 한다. 또한 그 대안으로서 ‘(가칭)기업살인처벌법’의 입법 필요성을 검토해 보고, 그 제정 운동 과정에서 고려되어야 할 지점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2. 2011년 산업재해 사망과 처벌 실태
노동부가 2012년 2월에 발표한 산업재해 발생 현황에 따르면, 2011년 산업재해 사망만인률은 1.47(업무상 사고 사망만인률 9.6)이었다. 2010년 OECD 주요 국가의 사망만인률(업무상 사고)은 미국 3.8,일본 2.3,독일 2.0,영국 0.7이었다. 이 처럼, 우리나라의 사망만인율은 다른 국가들에 비하여 월등히 높았으며, 영국에 비해서는 무려 14배 높았다.4) (표1 참조)
<표1> 2011년 산업재해 발생 현황
그렇다면,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체계 하에서 중대재해와 사망을 야기한 사업체와 사업주에 대한 처벌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표2>에서 볼 수 있듯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업장의 대부분이 시정 및 경고에 그쳤고, 과태료나 사법 처리되는 비율도 극히 미미하였다. 더욱 심각한 문제점은 ‘안전 보건 지도 감독’의 사업체 수가 매년 감소하였다는 점이다. 2007년 5만 여건에 이르던 지도감독은 2009년에 이르러 17,000여건으로 급감하였다.
사망사건의 경우에도 그 처벌 수위는 매우 미약하였다. 2011년 법원에서 판결된 사망사건의 형량을 살펴보면, 노동자 3명이 사망한 사건에 있어서도 실형이나 집행 유예가 아닌 벌금형이 선고되었다.(표3 참조) 우리나라에서 산재사망사고에 대한 처벌의 실태를 구체적으로 보여준 사례는 2008년 1월 노동자 40명이 사망한 이천 냉동창고 화재사건이다. 수원지법은 당시에 시공사 대표에게 벌금형을 내렸고, 현장소장, 방화관리자 등 관리자들에게도 집행유예를 선고하였다.5) 노동자 40명이 불에 타 죽은 사건에 있어서조차, 법원은 단 한명에게도 실형을 선고하지 않은 것이다.
<표3> 2011년 주요 사망사건 판결 현황
3. 산업안전보건법 처벌 규정의 적용상 문제점
그렇다면,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규정이 어떠하기에, 이와 같은 솜방망이 처벌이 이루어지는 것일까? 예상과는 달리,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가 준수해야할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사업주의 제반 의무 및 조치 사항들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업주의 법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살펴보면,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위반 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 질 수 있다. 또한 사업주가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위반하여 사망 사건이 발생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와 같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처벌 규정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음에도, 현실에서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제도적 측면, 법리적 측면, 절차적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가. 제도적 측면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그 입법 취지상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에서 제정되었다.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전적 예방 조치에 대한 계도도 중요하지만, 이를 위반한 경우나 그 결과로 발생된 산재사고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을 산재사고나 사망사고를 야기한 사업주를 강력하게 처벌하기 위한 법규범이 아닌, 사업주에 대한 계도를 위한 법규범으로만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더욱이, 현 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각종 규제 완화의 물결 속에서 이와 같은 경향은 더욱 노골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나. 법리적 측면
현재 산재사고 및 사망사건에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와 형법상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동시에 적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소권을 지닌 검찰은 그 처벌에 있어서 형사상 ‘행위자 책임의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행위자 책임의 원칙’에 입각할 때, 사망사고를 야기한 사업체의 대표나 임원에게 ‘직접적인 책임’이 아닌 ‘간접적인 책임’만 존재하는 경우에는 처벌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또한 ‘행위자 책임의 원칙’에 입각할 때, 사업체 또는 법인이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적용에 있어서 그 행위의 주체로 규정되기도 어렵다.
다. 절차적 측면
현재 산재사고 및 사망사고에 대한 기소권은 검찰이 독점하고 있다. 노동부는 그 사고 경위에 대한 수사와 수사 결과를 토대로 한 의견만을 밝힐 수 있을 뿐이다. 검찰이 노동사건에 대한 전담 수사 인력과 전문적인 수사 능력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특히 산재사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경험은 노동부와 비교하더라도 훨씬 떨어진다. 결국, 현재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의 한계 역시 산업안전보건법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원인이라고 판단된다.
4. 외국의 입법 사례 검토6)
과거 영국에서도 산재사망사고는 기업에 의한 살인이라는 인식하에, 그 처벌을 강화하는 새로운 형사 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는 산재사망사고를 단순 과실치사로 보지 않고 살인죄를 적용하여 사업주 및 경영층을 처벌함으로써, 사업주의 책임의식을 강화해야 한다는 문제제기였다. 이를 위해,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는 새로운 법률의 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였고, 그 결과로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Corporate Manslaughter and Corporate Homicide Act)이 제정되어 2008년 4월 6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영국에서 위법 행위의 대상이 되는 법률의 적용 대상은 기업과 정부기관이다. 그 직접적인 적용의 대상은 그 기관들의 해당 조직이며,(법 제1조 제4항 c) 해당 조직의 중대위반행위가 발생한 경우에 직접적으로 적용된다.(법 제1조 제4항 b) 해당 조직의 직접적인 법률적용 대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조직의 최고경영층7)에 해당하는 역할을 하는 자가 직접적인 법률 적용의 대상자가 된다.(법 제1조 제4항 c)
이 법을 심각하게 위반하였을 경우 벌금의 상한선은 없다. 의회 지침에 의하면, 벌금의 금액은 기업의 1년 총 매출액의 5%에서 시작하고 대략 2.5% ~ 10% 범위에서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고의 원인이 악의적인 경우에는 10% 이상이 부과될 수도 있다. 벌금 이외에, 법원이 범죄 사실을 지역 또는 국가의 언론에 광고하게 함으로써 다른 기업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공표제도”도 활용되고 있다.
영국의 사례를 검토할 때, 우리나라에서도 기존 산업안전보건법과 별개로 산재사망사고를 야기한 기업이나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제하기 위한 ‘기업살인처벌법’의 도입이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영미법계에 속하는 영국과 대륙법계에 속하는 우리나라의 법 제도가 상이함을 고려할 때, 그 입법 과정에서 보다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실제로, 영미법계의 국가에서의 산업안전보건 위반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은 사회적 비난 가능성에 따라 처벌이 가능한 구조이므로 강력한 벌금형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대륙법계의 국가에서는 고의나 과실의 판단을 법 규정에서 규정하고, 그 위반의 정도에 따라 벌금형이 결정된다.
5. 기업살인처벌법 제정의 방향
앞선 논의들을 정리하면,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들에 비하여 매우 많은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있다. 그러나 그 처벌 수준은 벌금형에 그치는 등 매우 미약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하에서는 강력한 처벌을 강제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산업안전보건법이 존재하지만, 이와는 별도로 산재사망사고를 단속하기 위한 ‘기업살인처벌법’의 입법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 입법화 과정에서 고민되어야 할 지점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 내용적 측면
기업살인처벌법 제정의 필요성은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처벌 규정이 약하기 때문에 제기되는 것이 아니다. 즉 법률상 처벌 규정이 강화된다고 하여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산재사망사고를 야기한 기업이나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실제로 강제될 수 있는 방안, 실질적으로 기업에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처벌의 유형이 고려되어야 한다. 실례로, 사업주가 준수해야할 의무 사항을 구체화하고 산재사망사고 발생시 의무 준수 여부에 대한 입증 책임을 사업주에게 부과하는 방안, 산재사망사고에 대한 벌금형이나 징역형의 하한선을 정하고 영국처럼 그 상한선을 없애는 방안, 산재사망사고를 야기한 기업의 정보를 언론에 공시함으로써 기업에게 실질적인 압력을 행사하는 방안 등이 고려될 수 있다.
나. 입법 방식의 측면
기업살인처벌법 제정의 목적은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산재사망사고에 대한 실효성 있는 처벌을 끌어내고 이를 통하여 산재사망을 줄이자는 것이다. 따라서 입법의 방식에는 특별법의 제정뿐만 아니라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의 개정까지 함께 고려될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을 보강하여 실효성 있는 처벌이 강제될 수 있다면 그 입법적 필요성은 충족되는 것이다. 만약 특별법으로 제정된다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관한법률,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환경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과 같은 유형의 법률이 고려될 수 있다. 이 경우,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법이 제정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특별법의 제정 과정에서는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상죄보다 가중 처벌해야 하는 행위 유형이 세분화, 구체화될 필요성이 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이 산재사망사고의 예방 법제가 되지 못하는 원인에는 노동사건의 기소권을 보유한 검찰과 수사권을 행사하는 노동부의 한계 내지 문제점도 있다. 기업살인처벌법이 제정되더라도 이와 같은 한계 내지 문제점이 함께 고려되지 않는다면, 법 제정에 따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따라서 기업살인처벌법 제정과 더불어, 검찰의 기소재량권을 합리적으로 제한하고 노동부의 수사권을 실질적으로 보강할 수 있는 방안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실례로, 산재사망사고에 대한 재판에 국민참여재판제도를 도입하는 방안,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전반적인 수사 및 조사 권한을 행사하는 ‘산업안전보건청’의 설립 방안 등이 고려될 수 있다.
6. 결론을 대신하여
노동자 건강권 운동 진영이 “산재사망은 기업의 살인이다. 사업주를 처벌하라”고 외치면서 기업살인처벌법 제정 운동을 벌인지 벌써 10년 가까이 되었다. 기업살인처벌법 제정 운동은 2003년 시작된 이래 많은 사회적 관심을 받았고, 이에 힘입어 적지 않은 제도적 성과들도 이루어 냈다. 노동부는 2005년 산재사망 특별대책을 세웠고, 그 이후에 마련된 ‘산재사망자 명단을 공지하는 전광판 설치’, ‘산재 불량 사업장 명단 공표’, ‘산안법상 사업주 처벌 최고 형량 강화’ 등도 이 운동의 성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부수적 성과 이외에, 아직까지 법 제정과 관련한 구체적 흐름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으며, 어쩌면 이 운동의 가장 중요한 목적인 산재사망에 대한 이슈화가 노동운동 진영 내에서조차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그 이유를 노동운동 진영의 노동자 건강권에 대한 고질적 관점의 문제점과 반노동자적 정권의 문제점에서 찾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점들은 언제나 우리 운동과 함께해온 것들이기에 이를 재론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오히려, 노동운동 진영 내에 이 운동에 대한 일정한 오해가 있고, 이 같은 오해가 이 운동을 더 이상 앞으로 전진시키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 오해는 바로 이 운동을 단순히 “법 제정 운동”으로만 국한시키거나 폄하하려는 경향이다.
물론, 기업살인처벌법 제정 운동의 목적에는 입법화도 당연히 포함된다. 그러나 기업살인처벌법 제정 운동이 더 큰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산재사망의 예방과 산재사망의 실질적 감소이다. 기업살인처벌법 제정 요구는 산재사망의 예방과 산재사망의 실질적 감소를 달성하기 위한 ‘슬로건’이자 ‘도구’로서 활용될 수 있다. 무작정 산재사망의 심각성을 선전하고 비판하는 것보다 구체적 요구안을 내걸고 싸움을 벌일 때 보다 효과적인 이슈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부터 오해를 걷어낸다면, 기업살인처벌법 제정 운동을 통해 산재사망의 심각성과 그 책임에 대한 사회적 공분과 공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
참고문헌
고용노동부, 2011년 산업재해 발생 현황, 2012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세계각국의 산업안전보건법 형사처벌 제도와 처벌 사례 연구, 2009
강문대, 형사처벌의 이론적 검토와 효과에 대한 검토, 노동건강연대 정책토론회 자료집, 2004
강문대, 산업안전보건범죄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특별법 제정 및 호주 ‘기업살인법’의 도입 가능성 모색, 계간 노동과 건강, 2003
정해명, 간접고용․하청구조에서 사망사고에 대한 법적 처벌결과 고찰, 노동건강연대 정책토론회 자료집, 2011
1) 본고는 2012.2.29. 목포시의회에서 개최된 토론회에서 필자가 발표한 발제문을 요약한 것으로, 일터 3월호에 실린 글을 다시 게재하는 것임을 밝힌다.
2) 2011년 산업재해 발생 현황 (고용노동부, 2012)
3) 2011.12.22.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 말까지 관내 전체 재해자 수는 3,01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117명보다 3.3%(104명) 줄었다. 그러나 질병을 포함한 재해 사망자 수는 8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4명보다 32.8%(21명) 증가했다.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56명으로 지난해(24명)보다 64.7% 늘었다. (서울경제신문 2011.12.22.자 기사)
4) 한국경제신문 2011.7.3.자 기사
5) 연합뉴스 2008.7.26.자 기사문
6)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세계각국의 산업안전보건법 형사처벌제도와 처벌사례연구, 2009 참조
7) 최고경영층의 역할을 담당하는 자의 의미는 조직의 경영 활동을 하며, 중요 부분의 총괄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자를 말하고, 조직경영 및 활동을 실제적으로 총괄하는 자를 말한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세계각국의 산업안전보건법 형사처벌제도와 처벌사례연구, 2009 참조.
기업살인법 다시 주목받다
- 외국사례로 본 법의 필요성
이태경 / 노동건강연대 정책국
1. 영국 최초 기업살인법 처벌 사례
2011년 2월 영국의 Alexander Wright라는 한 젊은 지질학자의 죽음에 대하여 영국 법원은 Cotswold Geotechnical이라는 회사에 대하여 기업과실치사의 책임을 물어 38만5천 파운드(한화 약 6억9천6백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Corporate Manslaughter and Corporate Homicide Act 2007’(기업과실치사1)및 기업살인법; ‘기업살인법’으로 통칭하기로 한다)로 기소되어 유죄 판결을 받은 최초의 사례이다.
노동자 사망과 사업주의 책임
사건의 줄거리는 이렇다. 2008년 9월 27세의 젊은 지질학자인 Alexander Wright는 작업중 3.8미터 아래 구덩이에서 지반침하로 질식사했다. 이 젊은 청년이 2년 반 동안 일했던 Cotswold Geotechnical(주)은 1992년 건강 및 안전에 관한 자체 문서에서 1.2미터 보다 더 깊은 구덩이의 경우 말뚝 또는 지지대가 사용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규칙을 사망한 젊은 학자에게는 적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누군가가 굴속에서 작업을 한다면 한 사람은 지상에서 감시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고 당시 자리를 지키지 않았다. 사고 후에도 구조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영국의 ‘기업살인법'을 적용 경영상의 실패(management failure) 책임을 물어 사업주에게 고액의 벌금형을 선고하게 되었다. 물론 이 회사는 사업주 1인지배 구조의 단순한 형태로 경영상의 책임 소재가 분명한 조그마한 기업이라 책임자가 누군지에 관해 논쟁이 되지는 않았다. 영국의 언론들도 각계의 반응을 전하면서 이 사건의 해당 회사보다 더 복잡한 경영구조로 이루어진 큰 회사의 사례에서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인지 시험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기업의 안전의무를 해태로 발생한 여러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기소는 하였지만 처벌에는 번번이 실패한 사례가 있었기에 기대 반 우려 반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2. 영국이 기업살인법을 제정하고 적용하기까지
영국 사회에서는 1990년대 말부터, 심각한 부주의로 사람을 사상케 한 기업주를 형사 처벌할 수 있는 새로운 법률 제정을 요구해왔다. 이러한 배경에는 기업의 과실에 의한 끔찍한 일련의 사건이 배경이 되었다.(아래 표) 이를 단순 과실치사로 보지 않고 ‘공공재해를 일으킨 기업’에 관하여 ‘살인죄’를 적용하여 사업주 및 경영층을 처벌함으로써, 사업주 또는 이사 기타 관리자의 책임의식을 강화해야한다는 문제의식 하에 노동조합과 시민단체의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로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Corporate Manslaughter and Corporate Homicide Act 2007)이 제정되어 2008년 4월6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기업살인과 관련하여 2007년 이전 기업이 재판에 회부된 사건들(영국)>
Lyme Bay tragedy
1933년 Lyme Bay에서 카약 사고로 10대 4명이 사망한 사건으로 책임이 있는 회사의 주인이 3년간 투옥되고, 6만 파운드의 벌금에 처해졌다.
Herald of Free Enterprise
1987년 벨기에 연안 도버 해협에서 ‘Herald of Free Enterprise’라는 페리호는 출항하고 1시간 만에 선원들의 중과실로 침몰하고 만다. 이로 인해 193명의 목숨이 차가운 바다에서 희생되었다. 항해사 등 선원은 처벌을 받았으나 기업주에 대한 책임을 묻지는 못했다. 국제안전관리규약(ISM CODE) 제정의 계기가 된 사건이다.
Clapham rail disaster
세 열차가 1988년 12월 12일에 서로 충돌한 영국 최악의 철도재해로 35명이 사망했다. 철도 신호엔지니어들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였음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대리책임' 원칙하에 과실 치사 혐의에 대하여 이사회의 책임을 묻지 않았다.
Transco
2003년 에든버러 항소법원은 Larkhall에서 4명의 가족 사망에 대해 가스파이프라인회사인 Transco에 대해 과실치사 혐의를 기각한 사례. 단지 직장보건 및 안전법령 위반으로 회사는 벌금형을 받았다.
Hatfield disaster
2000년 영국 Hatfield 지역에서 열차 충돌사고고 4명이 사망했다. 사고의 책임을 물어 네트워크 유지 및 보수회사인 Balfour Beatty의 경영진에게 기업과실치사에 관한 혐의로 기소가 되었으나 임원 모두가 무죄가 되고 다fms 법령 위반으로 회사는 벌금형을 받았다.
<기업살인과 관련하여 기업이 재판에 회부된 사건들 (영국 외)>
그 외 1979 년 뉴질랜드의 마운트 에레 보스 사고, 1992년 캐나다 Westray 광산 폭발, 호주의 1998년 에소 롱퍼드 가스 공장 폭발 사건 모두 기업의 의무 위반으로 발생한 ‘재앙’사례이다.
3. 자본주의 기업과 기업살인법
지난 반세기 이상 대한민국 사회에서 한 번의 사고로 여러 명의 생명을 앗아간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사망과 중대재해에 대해 기업주는 어떤 처벌도 받지 않거나 일선 담당자에게만 일반 형사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묻고 넘어간 것은 한국과 선진 외국이 비슷하다. 앞선 영국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영국의 경우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기업이 야기한 중대 사망 사고에 대하여 기업주가 기소되어 형사처벌된것은 소수에 불과하고 처벌되더라도 실제로 벌금형을 받는 수준에 머물렀다. 기업의 과실로 발생한 ‘공공재해’를 예방이라는 목표면에서는 기존 법률의 명백한 실패를 보여 주었다. 기업활동의 자유를 최우선으로 하는 나라의 공통점이고 미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의 국가에서 '기업살인법' 제정운동이 일어난 원인이기도 하다.
뉴질랜드는 2006년 "Corporate manslaughter: a proposed corporate killing offence for New Zealand" [2006]을 제정 논의 했고, 호주에서도 몇 개 주(빅토리아주, 뉴사우스웨일스주, 퀸스랜드주) 의회에 '기업살인법'(Corporate Killing Act)안이 상정되어 논의된 바 있다. 캐나다 역시 기업살인에 관한 정부입법안이 제안되었었다. 이들 법안의 주요내용은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필수적 조치를 하지 않아 노동자를 죽거나 다치게 한 기업주를 범죄자로 봐서 구속처벌'하는 것이다.
각국의 이런 흐름은 전 세계 100여 개국이 참가하는 '4월28일, 국제 산재노동자 추모의 날'에 까지 이어져, 국제자유노련(ICFTU)은 2003년 주제를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에 대한 기업의 실질적 책임'으로 정하고 각국 정부와 기업에 이를 촉구했다. 2)
4. 한국 현실과 기업의 책임
OECD 국가 중 산재사망률 1위는 바로 한국이다. 노동부 통계 2011년 산업재해 사망자는 2,114명. 매일 6명의 노동자자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있다. 노동부의 2007년~2010년 6월 10대 건설회사 현장 사망자 발생현황에 따르면 국내 시공능력평가 10대 건설업체(대한건설협회 기준)의 현장에서 141건의 산업재해가 생겨 154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 해 산재로 사망하는 노동자가 수천 명에 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처벌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2012 살인기업 선정식 온라인 투표 화면_
http://old.laborhealth.or.kr/vote/ 페이지에 들어가시면 각 기업 설명을 보실 수 있습니다.>
2011년 주요 사망사건의 판결 결과도 벌금형이 대부분이고 실형을 선고한 예는 거의 없고 그나마도 집행유예를 선고 하는 수준3)이었다. 산안법상 사업주의 법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4)이 있고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법위반 행위를 한 경우에는 행위자와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양벌 규정을 두고 있다.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 규정도 있다. 그러나 사업주등 법인 대표자나 관리자 등에 대한 실제 처벌수준이 벌금형 수준에 그친다면 그 법률이 가질 수 있는 예방효과는 물론이고 법규 자체의 취지도 무색하게 된다.
'기업살인법' 의 입법 핵심은 노동자를 고용하는 안전·보건의 의무가 있는 기업주에게 책임을 물어야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진외국보다 높은 사망률을 자랑하고 있는 나라에서 기업의 중대한 주의의무 위반에 대한 '기업살인법' 같은 강력한 제재가 절실히 요구 되는 것은 당연하며 다시 새로운 ‘기업살인법’ 제정 운동이 확산되기를 바란다.
1) manslaughter : 고살(故殺) homicide without malice aforethought (브리태니커)
영미법에서는 사람을 죽인 범죄를 통틀어 homicide(살인죄)라고 하며 이를 murder와 manslaughter로 구분한다. murder 모살죄(謀殺罪)는 사람을 죽일 의사를 사전에 품고 살해한 경우이며 manslaughter는 이러한 고의 없이 살해가 이루어진 경우다. manslaughter는 다시 voluntary와 involuntary로 나누어지며 전자의 경우 싸우는 과정에서 욱하는 감정 때문에 생기는 우발적 살인을 말하고 후자는 행위자가 제대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고 행동하다가 사람의 죽음을 야기한 경우라는 것이다. 즉, 우리가 말하는 과실치사의 경우 involuntary manslaughter와 같은 개념이며 다른 입법례(뉴질랜드)에서도 corporate manslaughter의 의미는 involuntary manslaughter로 제한한다. ‘살인’이라고 변역하기도 하나 우리의 법체계상 고의가 없는 ‘과실치사’에 가깝게 해석하기도 한다.
2) 2003년 노건연 기업살인법팀 논의 자료 중
3) 정해명, 간접고용․하청구조에서 사망사고에 대한 법적 처벌결과 고찰, 2011
4)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 안전조치 의무 위반 처벌규정:
67조(벌칙)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위반 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 질 수 있다.
66조의2(벌칙)사업주가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위반하여 사망 사건이 발생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더보기 :
1) 우리는 왜 기업살인법을 내걸고 싸워왔는가 /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정책국장
2) 기업살인법 다시 주목 받다 : 외국사례로 본 법의 필요성 / 이태경, 노동건강연대 정책국
3) 사업주 책임 강화를 위한 기업살인법 제정의 필요성 / 유성규, 노동건강연대 편집위원장
우리는 왜 기업살인법을 내걸고 싸워왔는가
이상윤 / 노동건강연대 정책국장
한국의 산재사망 문제가 심각함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그리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노동자 건강권 운동 진영을 중심으로 산재사망을 일으킨 기업을 ‘살인 기업’으로 명명하고 살인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운동이 간헐적으로 진행되어 온지 길게 보면 10여년이 흘렀다.
우리는 기업들이 산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도록 만드는 현실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사업주들이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강제하는 것, 산재에 대한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한 고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다면 산재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할 방법은 무엇인가? 어떻게 사업주가 산재예방을 위한 행동을 책임 있게 수행하도록 만들 수 있는가? 이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가 동시에 추진되어야 하지만, 그 중 한 가지로 중요하게 추진되어야 하는 것이 사업주에게 산재 사망에 대한 형사적 책임을 무겁게 묻는 것이라고 우리는 판단했다.
외국의 여러 연구에 따르면, 산재사망을 줄이기 위한 정책 수단으로 가장 효과적인 것은 산재사망을 일으킨 기업의 고위 임원을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이라고 밝혀져 있다. 산재예방을 잘 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보다, 법을 어긴 사업주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이 산재예방에 더욱 효과적인 것이다. 산재예방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기업 내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산재사망예방 정책이 우선순위를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제대로 산재 예방 정책을 추진하지 않으면 사업주를 포함한 고위 임원이 강력히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하거나, 기업 자체에 크나큰 사회적 패널티를 부여하여 기업의 이미지에 타격이 되도록 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그런데 현재 한국에서는 이러한 체계가 무너져 있다. 기업이 산재 예방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도 전혀 문제가 없도록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산재 사망이 발생하면 경찰과 근로감독관이 동시에 조사를 수행하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와 업무상 과실치사죄 적용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는 두 가지이다. 첫째, 법원에서 산안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죄 둘 다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산안법 위반에 대한 벌칙만이 가해져 턱도 없이 낮은 벌칙을 부과 받는 경우가 많다. 이는 둘 이상의 범죄를 범하였을 때, 앞선 범죄로 인하여 처벌을 받았을 경우 뒤의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을 가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의한 것이다.
둘째, 업무상 과실치사죄에 의하여 사업주가 처벌받는 경우는 거의 없거나, 있다 해도 영세사업장 사업주만이 처벌받고 있다. 업무상 과실치사죄는 '직접적'으로 사인을 제공한 이에게만이 적용 가능하기 때문에 대기업이나 중간 규모의 기업은 대부분 작업장 안전관리자나 중간관리자가 처벌을 받게 되고, 위계 구조가 단순한 영세사업장만이 때때로 사업주가 처벌을 받는다.
산재사망에 대한 책임을 사업주에게 물음으로써 산재예방 효과를 거두기 위해 중요한 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산안법 위반에 따른 벌칙이 아니라 형사상의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기업 사업주가 처벌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산안법은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고, 사업주에게 예방에 대한 의무를 부과하고 그것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기에, 산재 사망이라는 결과에 대한 처벌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산안법 위반에 대한 벌칙은 형사법 위반에 따른 벌칙보다 가벼우며, 사업주들은 산안법 위반에 따른 벌칙에 대해서는 별로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므로 사업주의 무책임한 경영으로 산재 사망이 발생하였을 경우, 이 사망에 대한 책임을 현재 존재하는 업무상 과실치사죄보다 더 엄중히 묻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현재의 업무상 과실치사죄와 같이 대기업 고위관리자를 처벌할 수 없는 구조는 산재예방에 전혀 효과적인 장치가 될 수 없다. 무책임한 경영으로 말미암아 노동자가 사망하였을 경우 그 사망에 대한 책임을 '살인'에 버금가는 형태로 고위관리자에게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형태의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 산안법의 벌칙을 무겁게 하는 것은 법논리상 한계가 있고, 현재의 업무상 과실치사죄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때문에 새로운 법률 제정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다른 선진국에서도 광범위하게 형성되고 있다. 캐나다, 호주의 일부 주와 영국에서는 이미 이러한 법률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법을 제정한 나라들은 각국의 상황에 맞게 다양한 법안 형태를 통해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법안의 형태는 다양해도 목적은 모두 같다. 사업주의 태만 혹은 과실에 의해 발생한 노동자의 사망에 대해서는 사업주나 고위 임원을 형사적으로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까지의 법 도입 상황을 보면 법 개정의 형태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법 체계에 ‘기업의 산업안전보건 범죄’라는 특별한 범죄를 도입하는 것. 이는 특별법을 제정하는 형태라고 보면 된다. 이러한 예는 호주의 일부 주에 해당된다. 두 번째 산업안전보건법의 개혁을 통해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려는 시도. 이 역시 다양한 가능성들이 있는데 산업안전보건법에 다음과 같은 조항들을 신설하거나 개정하는 것이다. 기업 살인과 중대한 신체적 상해에 대한 벌칙 조항 신설, 사망이나 중대한 신체적 상해를 유발한 배임죄를 신설, 벌금형의 최고액을 높임. 고위관리자의 책임을 명확히 함 등. 이 역시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형태로 시도되고 있는 개혁의 내용이다. 세 번째는 존재하고 있는 형법에 ‘기업의 살인’이라는 범죄 행위를 신설하는 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법을 가진 나라는 캐나다, 영국 등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한국에서도 태만이나 부주의로 산재사망을 일으킨 기업과 사업주를 형사적으로 강력히 처벌하는 법안을 만들자고 얘기하면 적지 않은 법률가들은 우려를 표명한다. 그러한 법률의 목적은 현재 존재하는 다른 법을 통해서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그러나 기업이 그릇되게 사망이나 상해를 유발했을 때 형법과 구별되는 다른 영역의 법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해서, 형법이 저평가될 수는 없다. 형법이 국가에 의해서 집행된다는 사실은 국가의 전문성과 자원이 정의가 실현되는 것을 보장하는 데에 사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형법 제도 내에서 피고에게 적용되는 절차상의 보호가 필요하다. 이는 기업이나 기업의 고위 임원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적 처벌의 효과이다. 그것은 행위자를 고발하고, 잘못된 행동을 처벌하고, 피해자와 사회 전체에 정의가 실현되었다고 느끼도록 하고, 추가적인 범법 행위를 제지하고, 위반자를 갱생시키도록 할 수 있다. 이는 법학자들이 말하는 형법의 존재 이유이다. 이러한 존재 이유가 그대로 기업의 살인 행위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이와 같이 사회 변화와 사회적 합의 수준을 반영하여 새로운 범죄를 규정하고 이러한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특별법의 형태로 형사 처벌하는 법은 이미 많이 존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노동건강연대는 몇몇 법률가들과 함께 부주의나 태만에 의해 산재사망을 일으킨 사업주와 기업을 동시에 처벌하는 ‘특별법’을 만들자는 싸움을 10년 가까이 해 오고 있다. 최근 산재 사망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넓어지면서, 산재사망 기업을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우리의 운동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 하지만 이 운동의 목표와 과정에 대해 아직도 운동사회 내에서 많은 논란이 있다. 그리고 이 운동이 승리로 마감되어지기 위해 마련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이러한 것들이 차근차근히 준비되며 운동이 벌어져야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두 가지 오해와 비판을 해결해야 한다. 첫째는 이 운동을 단순히 특별법 제정 운동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둘째는 이 운동이 사업주 처벌 강화 방안만을 목표로 한다는 오해이다. 이는 그렇지 않다. 이러한 오해와 비판은 운동 초기부터 제기되었는데 이는 우리 운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운동은 기업살인법 제정 운동으로 축소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다. 제1의 목적은 산재사망 문제 해결이다. 기업살인법 제정은 이 운동의 하나의 유효한 요구에 불과하다. 우리는 처음부터 이 운동이 기업살인법 제정 운동으로 협소화될 수 없음을 얘기했다. 한국의 산재사망 문제는 특별법 하나를 제정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의 산재사망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 것은 법제도만의 문제는 아니다. 사업주의 행태와 의식, 노동자의 힘, 정부의 이데올로기적 편향 등 여러 가지 모순이 중첩되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해결도 다방면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현재의 이데올로기 지형에서 기업살인법이 제정되기도 어렵겠지만, 설령 제정된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효과를 내기는 힘들다.
그러면 왜 우리는 기업살인법 제정을 주요 요구로 내걸고 싸워왔는가? 이는 이러한 요구가 산재사망의 심각성을 드러내는 데 효과적으로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경험해 온 바와 같이 산재사망은 기업의 살인이라고 규정할 때, 그리고 그러한 기업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법이 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때, 그나마 산재사망에 대한 사회적 반향이 있었다. 이러한 사실은 기업살인법과 관련된 또 다른 편향에도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져 준다. 또 다른 편향은 기업살인법을 보다 구체화하여 실제 법 제정안을 국회에 내자는 주장이다. 물론 이러한 작업을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작업에 힘을 빼느니 당분간은 특별법의 취지와 목적을 사회적으로 환기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법조문을 만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갈 경우 의미 없는 법조문 논쟁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운동 초기에 이러한 법의 한국적 적용 가능성을 두고 운동 사회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필요 없는 에너지 소비가 있었던 것이다.
한편 우리는 운동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산재사망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특별법 제정뿐 아니라, 다른 처벌 방식의 강화, 노동부의 사업주 지도감독 강화, 노동자 참여 확대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상대적으로 이러한 방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덜해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을 뿐, 우리는 구체적으로도 노동안전보건청의 설립, 노동자 안전보건대표제의 도입 등을 주장해 왔다.
2000년대 초부터 이러한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 사회적 반향은 적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우리 운동에 관심을 보였고, 정부도 산재사망 문제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운동 때문에 노동부는 2005년 산재사망 특별대책을 세웠고, 그 이후 몇 가지 전향적인 정책을 시행하기도 했다. 산재사망자 명단을 공지하는 전광판 설치, 산재 불량 사업장 명단 공표, 산안법상 사업주 처벌 최고 형량 향상 등이 우리 운동의 성과로 이루어졌다. 2005년 한 일간지에서는 우리 운동을 주요 주제로 9회에 걸친 기획기사를 연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운동이 주춤했던 것도 사실이다. 노동 정책 부재의 현실 속에서 산재사망 문제로 운동을 만들어가기 힘들었던 객관적 조건 탓도 있지만, 지속적으로 혁신하며 운동을 만들어 가지 못한 주체의 문제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는 아직 실태를 구체적으로 충분하게 드러내는 데 부족함이 있다. 그래서 이러한 부분에 역량 투여가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 산재사망의 구체적 양상과 이후 처리 실태가 충분히 조사되어야 한다. 한국의 산재사망은 어떠한 산업에서 어떠한 양상으로 자주 벌어지고 있는지, 산재사망이 일어났을 때 사업주는 어떠한 행태를 취하는지, 신고 이후 경찰과 정부의 조사는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조사보고서 작성 후 검찰 송치 과정의 문제는 없는지, 검찰은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그리고 최종적으로 법원에서 이 사건이 어떻게 결론 나는지 등등에 대한 세세한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
더불어 산재사망 문제의 심각성을 보다 입체적으로 그리고 감성적으로 알리기 위해 사례가 많이 모아져야 한다. 산재사망의 특성상 당사자가 사망하고 없기에 사례를 수집하기 힘들고 유족을 조직하기도 매우 힘들지만, 그래도 이에 대한 노력을 통해 사례 수집과 유족 조직화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우리의 요구안에 대해 보다 구체적 내용을 만들어야 하는 것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아주 세세한 요구부터 이데올로기적 요구까지 체계적으로 요구안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고, 그것을 현실화하기 위한 전략도 다시 검토될 필요가 있다. 법안을 만들어 제출되었을 때, 쓸 데 없는 법률 논쟁에 휘말릴 위험을 경고했지만, 필요하다면 그러한 논쟁을 일부러 촉발시키기 위해 법률을 던질 필요도 있다. 이를 위한 다양한 전술적 고려가 운동 사회 내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다른 나라의 예를 보면 산재사망으로 기업을 형사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이후로 적게는 10년 많게는 20여 년이 흐른 후에야 법안이 사회적 논의의 장에 올랐다. 그리고 사회적 운동이 있는 경우에 그러한 법안이 실제로 국회를 통과하였다. 한국의 경우 이제 겨우 10여년 정도 흘렀다. 그리고 노동운동의 힘도 실제 법안이 제정되었던 나라보다 작다. 그러므로 우리는 길게 보고 운동의 내용과 형식을 다듬는 작업을 지속해야 한다.
< 토론회 지상중계 >
노동자 산재사망, 이득을 얻는 자가 책임지는 것이 정의다
토론회 : 원청 ․ 발주업체 책임강화 방안
토론회 기획의 변
지난 12월 13일 민주노총 중회의실이 붐볐다. 넓지 않은 곳이긴 하지만, 이어지는 하청․비정규노동자들의 산재사망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높아진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토론회 나흘 전 공항철도 인천 계양역에서 선로보수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노동자 5명이 열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엄동설한의 겨울밤, 자정이 넘은 시각에 작업에 투입되어 예고 없이 죽어간 5명의 노동자들. 열차가 온다는 것을 알기만 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란 점에서 이 사고는 충격을 주었다.
죽지 않을 수 있는데 왜 죽는가. 산재사망에 대한 문제의식은 여타의 죽음과는 좀 다른 것이다. 건강이 악화하여 사망하거나, 교통사고, 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우발적인 죽음은 모두 ‘막을 수 있었다’는 가능성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예측 가능성이나 시스템의 직접적 영향력이라는 측면에서 산재사망은 특별히 문제가 된다. 자본주의 안에서 기업의 경제활동은 효율적 관리시스템 하에서 계획, 실행, 평가된다. 따라서 일터에서 발생하는 노동자의 사망은 통제할 수 있는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비용과 시간 부담에서 노동자의 안전이 부차적인 고려대상인 경우에 사망과 사고가 발생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유사한 사망과 사고가 몇 년, 몇 개월을 주기로 계속 일어난다면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는 시스템이 사고를 부르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큰 시스템을 바꾸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 기업과 노동자의 관계가 바뀔 날까지는 말이다. 우리는 작은 변화라도 도모할 수 있다면 그 변화를 만들어서 죽음을 줄이거나 멈추게 하고 싶다. 게다가 자본주의를 경제원리로 하는 모든 국가가 여기, 이 나라 만큼 노동자를 죽게 만드는 것은 아니라 하지 않는가.
권력을 갖지 못한 계급의 딜레마일 것이다. 경제활동이라는 이름으로 건강과 생명조차 착취 대상이 되고, 다시 이를 경제손실액으로 계산하는 체제를 혐오하면서도, 작은 변화라도 쟁취하기 위해 체제의 핵심인 법에 호소해야 하는.
모순과 갈등 속에서 결국 우리는 몇 가지 법조항의 수정을 검토하게 된다. 그 결과가 이 날의 토론회이고, 토론회를 시발로 법을 개정하여 노동자 사망을 줄이기 위한 작은 운동에 나서기로 하였다. 선의가 있다고 법이 쉽게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정리 : 전수경 편집위원).
§ 원청 ․ 발주처 책임 외국 법안 비교 - 임상혁 / 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
12월 9일의 열차사고를 보면서, 옛날에는 시설수리가 정규직노동자의 업무였기에 시설노동자 사망사고는 큰 이슈가 되었다. 현재 아웃소싱이 많이 돼서 하청노동자가 많이 하고 있지만. 제가 올해 했던 연구가 있는데 화학설비 공장의 안전에 대한 것이다. 화학산업은 넓고 수많은 파이프가 지나가는데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수리를 하게 될 때, 작업하는 사람은 파이프에 어떤 물질이 지나가는지 전혀 모른다. 수리작업을 하는 이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유해물질 노출이 높다고 나온다. 철도사고 만이 아니라 병원에서 간병하는 노동자가 주사침 바늘에 찔렸는데 전염성환자인지 모르는 경우처럼 원청의 보호를 못 받는 사례는 무수하다. 어떤 위험물질, 위험행위에 대해 경고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독일은 여러 사용자에게 속한 노동자가 적절한 조치를 받고 있는지를 도급사업주에게도 공동책임을 지운다. 수급사업주가 적절한 지시를 하도록 위험 정보도 제공해야 한다. 위험정보를 서면으로 작성해서 보고하도록 하면서 서면 작성 시 이주노동자가 그 나라 언어로 이해하게 작성하라는 표현이 있다. 위험평가를 공동으로 실시하고, 일하기 전에 위험성평가를 보고하고 조치하도록 하고 있다.
영국은 원청이든 도급이든 사업주가 안전을 보장하게 되어 있다. 건설업에서 도급노동자를 보호하고 노동자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위험성평가에서 확인된 안전과 건강위험사항을 평가하고 전달할 의무가 있다. 도급사업주가 노동자, 사업영역이 다른 사람들, 작업 영향 다른 사람들, 잠시 와서 지나가는 사람들 포함하여 안전조치를 해야 한다.
§ 간접고용․하청구조에서 사망사고에 대한 법적 처벌결과 - 정해명 / 노무법인 삶 공인노무사
대기업의 산재사망 재판에 대형로펌이 들어가서 사법부 판단이 흐려지고 사망사고에 대해서 범죄라고 인식을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40명의 노동자가 죽은 사고가 1심에서 2년 6개월, 2심에서 벌금 2천만 원을 받았다. 회사대표는 무죄다. 7월의 이마트 사고역시 현생법상 발주업체가 고발대상이 아니다. 이마트는 전혀 책임을 안 진다. 3차 산업이 확산되는 구조에서 2차 산업 중심의 법조항으로는 책임을 물을 법이 없는 것이다. 도로교통위반도 벌금이 200만원인데 노동자사망에 벌금이 3백만 원이다. 합리적 핵심은 말도 안 되는 사고가 빈발하는데 왜 줄어들지 않는가이다. 현재 사업주 개념을 근로기준법의 사업주 개념을 넘어서 확장해야 한다.
§ 원청 ․ 발주업체 책임강화 방안 - 강문대 / 변호사
사고가 일어나면 형사민사책임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묻는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고 난 후 처벌을 정한 법이 아니지만 사고가 나면 보게 된다. 평소 처벌할 수 있는데 사망이 일어난 후에 책임을 묻는 것이다.
민사책임인 경우에도 하청업체는 돈이 없다. 도급이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지휘감독권한이 있는 수급업체 사용자에게 배상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 이번 공항철도 사고를 보면 안전과 직결된 도급은 금지하도록 범위를 넓혀야 한다. 지금 도급금지는 수은처럼 아주 구체적 규정을 두고 있는데 철도, 궤도안전, 건설 등으로 범위를 넓혀 도급을 제한하는 것이 예방책이 될 것이다.
형사처벌 강화에 대해서는 형사책임의 장단점이 있는데 책임을 정확히 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발주처 책임을 물을지, 무슨 책임을 지울지 구분해서, 이득을 얻은 자가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관여했던 안했던 무조건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형량실태를 추적해서 연구 작업을 해야 한다.
책임 있는 사업주에게 책임을 지워야 한다.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지 입법적 결단이 필요하다. 특별법 형태를 고민할 있다. 환경범죄, 보건범죄도 처벌에 대한 특별법이 있다.
§ 토론 1 - 최명선 / 민주노총 노동안전국장
위험한 작업에 대해서 도급금지하는 조항을 확대해야 한다. 최근 사례를 보면 조선업에서 비파괴검사가 다단계로 내려가서 안전조치 없이 위험작업을 하고 사망에 이른 사례가 있다. 몇 가지 위험작업에 대해서 도급을 금지할 근거가 있다. 유해작업 도급 금지를 어떤 범위로 어떤 업종까지 확대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노동자 사망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은 책임범위 갖고 있어야 처벌근거가 된다. 원청의 책임을 강화한다는 것은 현재 법에서 서비스업이 빠져있는데 서비스업을 넣어야 한다. 이는 보건복지서비스, 병원, 교육 등 전체적으로 서비스업 으로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 토론 2 - 조기홍 / 한국노총 노동안전국장
40명 노동자가 사망해도 벌금 2천만 원, 4명이 사망해도 200만원 벌금이 현실이다. 도급금지 관련해서 하청, 도급, 위탁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 본다. 자본이 더 확대하려고 할 것은 당연하다. 사망사고가 일어난 도급업무, 중대사고가 일어난 업무는 도급을 금지하는 실질조치가 마련돼야 한다. 정규직노동조합의 요구도 정규직노동자가 하청노동자를 같이 보고 정규직과 하청노동자의 보호방안을 같이 만들어야 한다.
§ 토론 3 - 박종국 / 건설노조 노동안전국장
건설업을 보면 1년에 700명이 사망하고, 2만 명이 사고를 당한다. 심각하다고 느끼지만 일용직 비정규직이 대부분인 건설노동자에게는 산재보다 고용, 임금 체불이 문제이다. 건설현장 산재는 시민의 생명까지 위협한다. 지난 12월 일어난 신길동 천공기 전복 사고가 그러하고, 2008년, 2009년 버스정류장에서, 민자 역사 건설현장에서 시민들이 사망했다.
신길동 천공기 사고를 보면 4단계의 하청구조를 거쳐 사고가 났다. 신호수, 안전관리자를 배치하지 않았고, 3인 1조 근무를 해야 하는 일을 혼자 다했다. 아웃소싱하고 특수고용노동자는 산재처리도 안 된다. 발주처 역할이 중요하다. 제철소는 현대나 포스코가 발주처다. 대기업정유사, 정부, 공기업인 한전, LH공사 같은 공룡과의 싸움이다. 건물이 고층화되면서 사고도 대형화한다. 5명이 사망한 여의도 국제금융센터는 서울시가 발주처였다. 건설현장의 장비는 시공회사가 대기업이어도 하청, 외주, 임대하기 때문에 원청 책임이 적용되지 않고, 사고가 나면 개인이 떠안아야 한다. 4대강 공사할 때 굴삭기가 전복됐는데 근로복지공단은 굴삭기 기사에게 산재치료 받은 돈을 내놓으라고 구상권을 청구했다.
건설현장 노사협의체에 발주처가 참여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2009년 의정부 경전철 사고에서 원청인 GS건설은 무죄를 받았다. 노동자 사망에 대해 사회가 갖고 있는 온건한 태도, 일하다 보면 죽을 수 있지 하는 생각에 대해서 문제제기 되어야 한다. 건설현장의 사망만 봤을 때 10년간 7천여 명 죽었지만 처벌받은 건수는 7건이었다.
§ 토론 4 - 박두용 / 한성대 교수
왜 발주처, 원청기업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 과거에는 발주자, 원청기업이 관리하던 영역이 분사, 도급이 늘어나면서 위험관리를 하도급에 넘기고 위험은 취약계층에 떨어진다. 위험 전가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발주업체, 원청이 개입하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렵다.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한다. 발주, 원청기업의 책임에 대해 현행법을 생각하지 않고 짚어보면 두 가지 고민이 있다.
하나는 사회정의에 맞느냐 하는 것이고, 하나는 사고예방효과 측면에서 책임과 권한에 대한 것이다. 원청기업의 안전 책임범위에 대해서 말하자면, 타인과 근로계약을 맺을 때 천부인권을 침해하는 계약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안전조치를 하지 않는다는 것에 동의하고 계약을 맺는다 해도 성립이 안 되는 것이다. 시간과 장소에 통제권을 갖는 사람이 건강과 생명을 침해하는 계약을 할 수는 없다. 임금지급의 책임과 안전의 책임이 있는 것이다.
사업주와 노동자 사이의 논리만이 아니라 타사업장을 사용하는 사업주에도 확장이 가능하다. 시간과 장소에 통제권을 갖는 원청 사업주나 발주자가 그가 사용하는 하도급사업장에 대해서도 안전책임이 발생한다. 사회에서 누군가는 위험한 일을 해야 하고 누군가 이득을 보고 있다면 이득을 보는 자가 위험을 관리해야 하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경제이득을 취하는 자가 위험관리하는 것이 맞다. 환경 오염자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처럼. 우유팩의 수거 책임은 우유회사에 있는 것이다.
이번 공항철도 코레일 사고를 보면 코레일을 원청이든 발주자로 보고 지배 관할하는 모든 사업장에 대한 안전책임을 명시해야 한다. 법제화가 되든 안 되든 검토가능하다고 본다. 어떤 책임을 중요하게 볼까가 중요하다. 안전에서 가장 쉬운 근원적인 첫 단추에 대해서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 사업주가 위험을 파악하고 인지하는 것이다. 인지는 알려주는 것을 포함한다. 알고 있었나 모르고 있었나가 핵심이다. 이번 사고에서 코레일은 몰랐다고 하는데 모르면 더 처벌받아야 하는 것이다. 몰랐다는 변명은 죽어도 좋다는 법리와 같다. 지금은 모르고 있었다고 하면 빠져나가는데 사업주는 알고 있어야 한다. 원청과 발주자에게도 같은 논리를 적용해야 한다.
§ 자유토론 - 임준 / 노동건강연대 집행위원장
정치적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의 위기이고, 노동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급격한 정책 변화에 맞물려서 2012년 이후 전략을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운동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을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 자리에 민주노총 한국노총이 왔는데 사고의 전면적 전환이 필요하다. 오늘 이후 별도 작업을 제안하면서, 노동자 사망에 대해서 시민사회에 노동단체가 문제를 던질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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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8일 민주노총 소회의실, 건설노조, 금속노조의 노동안전담당자들과 노동자건강권단체 활동가들이 오랜만에 마주 앉았다. 안전장치 없는 용광로에 떨어져 젊은 노동자가 사망하고, 아파트건설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무너져 두 명의 남성노동자가 사망한 뒤였다. 통계상 하루 6명의 노동자가 일을 하다 사망한다니 죽음 그 자체는 새로울 것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안전난간만 있었어도 곧 결혼을 앞둔 청년이 1,000°C의 쇳물에 빠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고, 또 건설수주 1위의 재벌회사가 서울 한복판 유명 브랜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두 명의 노동자를 죽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을 안타까움과 놀라움에 빠졌다.
노동건강연대가 ‘산재사망은 기업의 살인’이며, 따라서 기업의 최고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지 수년이 지났지만 성과는 지지부진하다. 1년에 한 차례, ‘살인기업’을 선정하여 언론에 발표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사회적 활동이 없었고, 내부 논의를 이어가거나 내용을 쌓아가는 작업 또한 이루어지지 못했다. 용광로와 타워크레인 사고 이후, 노동건강연대가 ‘기업살인’ 문제에 대해 책임있는 활동을 이어가야 한다는 요구들이 쇄도했다. 언론의 관심이 높아진, 흔치 않은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위기감이었을까?
<기업살인운동 어떻게 할 것인가> 간담회는 그렇게 기획되었다. 이 자리에서 우리는 노동조합과 단체들이 기대한 정책과 실천방안에 대해 분명한 제안을 내놓지 못하였다. 그러나 산재사망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공동의 대응을 구상하는 모임이 시작됐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모임을 이어가다 보면, 길이 보일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다. (정리 : 전수경/노동건강연대)
간담회 참가자들의 모습
< 참석자 > 박종국 / 건설노조 노동안전국장 문길주/ 금속노조 노동안전국장 박영일, 김재천, 김갑경 / 산재노동자협의회 이현정 / 노동안전보건교육센터 임상혁 /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이진희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이상윤, 유성규, 전수경 / 노동건강연대
§ 이상윤 / 노동건강연대 정책국장 (발제: 산재사망 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의 발전을 위하여)
최근 산재사망 문제가 다시 사회적 관심을 받는 느낌이다. 환영철강 노동자 사망은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고, 이후 몇몇 언론에 산재사망과 관련된 기사가 꽤 비중있게 실렸다. 이에 <노동과 건강> 편집위원회는 이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 좌담회를 마련했다.
노동건강연대를 중심으로 ‘산재사망은 기업의 살인이다. 사업주를 처벌하라’고 외치며 (가칭) ‘기업살인법’ 제정 논의를 시작한지 7년이 넘었다. 노동건강연대는 2003년경부터 본격적으로 이러한 요구를 해왔다. 당시 문제의식은 한국에서 산재사망이 너무 가볍게 여겨진다는 것이었다. 너무 많은 이들이 죽어감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기억하는 이들은 적었고, 그 죽음을 헛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한 후속 논의나 대책은 전무했다. 그래서 우리는 당시 내부에서도 ‘자극적이다’라는 비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산재사망은 기업의 살인이다’라는 구호를 전면화했다. 더불어 ‘기업 살인’이라는 용어도 의식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기업 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외쳤다. 이러한 활동을 7여 년간 이어온 결과 성과도 있었지만, 아직 미진한 점이 많다. 이에 이 운동에 대한 중간 평가를 하고 향후 계획을 세우고자 이 좌담회를 마련했다.
논의를 이어가기에 앞서 두 가지 오해와 비판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이 운동을 단순히 특별법 제정 운동으로 폄하하는 것이다. 둘째는 이 운동이 사업주 처벌 강화 방안만을 목표로 한다는 비판이다. 이는 그렇지 않다. 이러한 오해와 비판은 운동 초기부터 제기되었는데 이는 우리 운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운동은 기업살인법 제정 운동이 아니다. 제1의 목적은 산재사망 문제 해결이다. 기업살인법 제정은 이 운동의 하나의 유효한 요구에 불과하다. 우리는 처음부터 이 운동이 기업살인법 제정 운동으로 협소화될 수 없음을 얘기했다. 한국의 산재사망 문제는 특별법 하나를 제정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의 산재사망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 것은 법제도만의 문제는 아니다. 사업주의 행태와 의식, 노동자의 힘, 정부의 이데올로기적 편향 등 여러 가지 모순이 중첩되어 이러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해결도 다방면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현재의 이데올로기 지형에서 기업살인법이 제정되기도 어렵겠지만, 설령 제정된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효과를 내기는 힘들다.
2003년 경부터 이러한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 사회적 반향은 적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우리 운동에 관심을 보였고, 정부도 산재사망 문제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운동 때문에 노동부는 2005년 산재사망 특별대책을 세웠고, 그 이후 몇 가지 전향적인 정책을 시행하기도 했다. 산재사망자 명단을 공지하는 전광판 설치, 산재 불량 사업장 명단 공표, 산안법상 사업주 처벌 최고 형량 향상 등이 우리 운동의 성과로 이루어졌다. 2005년 한 일간지에서는 우리 운동을 주요 주제로 9회에 걸친 기획기사를 연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운동이 주춤했던 것도 사실이다. 노동 정책 부재의 현실 속에서 산재사망 문제로 운동을 만들어가기 힘들었던 객관적 조건 탓도 있지만, 지속적으로 혁신하며 운동을 만들어 가지 못한 주체의 문제도 있다. 이에 이 좌담회를 통해 향후 이 운동을 지속하여 진정으로 산재사망 문제를 해결하는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발판이 다시 마련되기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아직 실태를 구체적으로 충분하게 드러내는데 실패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 그래서 이러한 부분에 역량 투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나라 산재사망의 구체적 양상과 이후 처리 실태가 충분히 조사되어야 한다. 한국의 산재사망은 어떠한 산업에서 어떠한 양상으로 자주 벌어지고 있는지, 산재사망이 일어났을 때 사업주는 어떠한 행태를 취하는지, 신고 이후 경찰과 정부의 조사는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조사보고서 작성 후 검찰 송치 과정의 문제는 없는지, 검찰은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그리고 최종적으로 법원에서 이 사건이 어떻게 결론 나는지 등등에 대한 세세한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
더불어 산재사망 문제의 심각성을 보다 입체적으로 그리고 감성적으로 알리기 위해 사례가 많이 모아져야 한다. 산재사망의 특성상 당사자가 사망하고 없기에 사례를 수집하기 힘들고 유족을 조직하기도 매우 힘들지만, 그래도 이에 대한 노력을 통해 사례 수집과 유족 조직화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다음으로 우리의 요구안에 대해 보다 구체적 내용을 만들어야 한다. 아주 세세한 요구부터 이데올로기적 요구까지 체계적으로 요구안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고, 그것을 현실화하기 위한 전략도 다시 검토될 필요가 있다.
이상 산재사망 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의 경과와 현재를 말씀드렸다. 오늘 좌담회에서 이에 대한 풍부한 이야기가 개진되기를 바란다.
환영철강 용광로 산재규탄 기자회견 모습 (출처: 프레시안 2010/09/15)
§ 유성규 / 노동건강연대 (공인노무사)
기업주를 처벌하는 법을 만드는 것에는 법적 맹점이 있다. 잘못한 놈은 때려잡으면 되지만, 이는 자본주의 얼개를 해치지 않는 한에서만 작동된다. 지금 논의되는 처벌주장이 어느 정도 수용될 수 있나? 실은 복잡한 문제가 놓여있다.
산재사고에 대한 한국의 처벌규정이 결코 약하지는 않다. 호주나 영국의 기업살인법에 비해서도 낮지 않다. 양벌규정도 존재한다. 벌금이긴 하지만 이미 산안법안에 들어와 있다. 그러나 실제로 처벌되는 경우는 없다. 실례로 2008년 코리아냉동 사고로 40명이 사망했을 때, 벌금 2천만 원과 징역10월,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었다.
검찰은 심각한 경우가 아니면 기소하지 않는다. 기업주가 처벌받지 않는 이면에는 검사가 있다. 노동사건은 공안부 검사가 담당한다. 사망사고에 대한 상식적 분노만 있었어도 현재와 같은 결과들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법조항보다 심각한 문제가 이면에 자리한 것이다. 기소를 독점하는 검찰이 움직이지 않으면 법을 만들어도 공염불일 수 있다. 호주는 과실여부(?), 영국은 매출액 기준으로 벌금을 부과한다. 영국은 노동자 1명이 사망한 사고에 대해서도 공표를 한다. 비윤리적 사고이기 때문이다.
현행법을 개정하는 방향도 있다. 처벌규정을 명확히 해서 벌금의 하한선만 두고 벌금을 높이는 방법도 있다. 산재사망 기업을 공표하는 내용의 법 개정은 어렵지 않다고 본다.
호주나 영국과 달리 한국은 기업체를 범죄주체로 규정하는 법적 기반이 없다. 행위자 중심이기 때문이다. 기업을 처벌객체로 끌어오는 것에 국회가 동의할까? ‘고위임원에 대한 간접처벌이 되는데 그것이 가능하냐, 행위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할 것이다. 또 과실범에 대해서는 살인죄가 적용되지 않는다. 고의범에 대해서만 살인법이 적용되는 상황에서, 기업주를 처벌하라는 것은 형법체계를 뒤흔드는 것이 될 수도 있다.
특별조치법 정도는 가능하다고 본다. 산안법을 통해 처벌이 가능하게, 즉 검사가 기소재량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강제하는 방안을 두는 것이다. 기업 공표제도를 활용하면 되지 않을까? 기업살인법 운동이 당위로 필요하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자본주의 법제도 하에서 이면에 복잡한 문제들이 놓여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 박종국 / 건설노조 노동안전국장 사망사고가 나면 어떤 처리과정을 거치는지 알기 위해 자료를 모으고 있다. ‘내사종결’이라고 쓰인 사고들이 있다. 어떤 경우에 ‘내사종결’이 되나 보니, 본인이 안전조치 위반, 또는 현장이탈, 불완전한 행동을 한 경우들이다. 이주노동자 사고도 그렇다.
산재처리하면 직업복귀가 안 되니 공상처리를 많이 한다. 은폐되는 경우가 많다. 사망사고 가 은폐되는 경우도 있고... 사고의 70%는 은폐되지 않을까 짐작한다.
건설업의 직업병은 이슈가 안 되고 있다. 건설현장의 직업병이 심각한 것에 비하면 더욱 그렇다. 건설노동조합들이 고용관련 집회는 많이 한다. 산안법 위반으로 고발한 현장도 조합원을 채용한다고 하면 고발을 취하해주기도 한다. 최근 진보적 지자체장이 당선된 지역에서는 협의체를 구성해서 공사 현장에서 노조가 역할을 하게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산재사고에 대해 기업책임을 알리는 시민캠페인이 있어야 한다. 사고가 나면 시민이 참여하는 사고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서 지속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GS 사고현장 앞에서 노동건강연대가 한 것처럼, 사고가 나면 플래카드를 걸고 국화꽃도 놓고 하면서 시민에게 사고를 알리는 활동을 하자. 우리 기업들이 해외수주를 많이 하고 있는데, 두바이 원전건설 등을 보면 해외에서 안전에 관심이 많다. 여기에 굉장히 민감하다. 이를 이용해서 해외에서 떠들면 기업들이 민감해진다. 해외에서 떠들자. 영문 홈페이지에서 사고를 알리고, 불매운동을 할 수도 있다. 이런 기업은 수주를 할 수 없도록 지자체를 압박할 수도 있다.
§ 문길주 / 금속노조 노동안전국장금속 안에서 보면 조선업종에서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그래서 한 곳에서 사고가 나면 24시간 안에 조선업종노동조합이 집결하고 사고원인을 공유하고 공동대응을 해왔다. 이 방식이 좋다. 사례전파도 되고. 하지만 나머지 업종 노동조합에서는 잘 되지 않는다.
사망사고가 일어나도 노동조합 안에서조차 서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 금속노조는 산재는 최대한 산안법을 활용하려고 한다. 회사는 빨리 가동하려고 하지만, 노조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열어서 대응하자고 한다. OO자동차에서 관리자가 지게차에 치어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당시 노동조합이 작업중지권을 활용하여 라인을 세웠다. OO차 본사가 움직여서 노조를 업무방해로 고발했지만 노동조합이 이겼다. 노조는 작업중지권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OO조선에서 지난해 12명이 죽었는데 사장 구속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작업중지권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단협으로 이를 압박하지만 지키기는 쉽지 않다. 사망사고가 난다 해도, 예전에는 기계를 세우고 조치를 했다면 지금은 선가동 후조치로 바뀌었다. OO자동차에서 사고 났을 때 노조가 컨베어벨트를 멈췄다. 회사는 업무방해라며 6억 원을 노조에 걸었지만, 최근 무혐의가 나왔다.
서교 GS건설 크레인 전복사고 현장 (출처: 민중의 소리 2010/10/07)
§ 김재천 / 산재노동자협의회건설산업은 한 회사만 잡는 전술이 필요한 것 같다. 내 생각에 건설은 90%가 사고를 은폐한다. 십장을 따라서 일하러 돌아다니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고가 나면 안전관리자가 와서 은폐하는 경우도 있지만 노동자들 자체가 무뎌진다. 다리 부러지는 건 우습게 생각한다. 기업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게 노조 쪽에서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유럽 쪽에서는 건설안전에 규제가 심하다고 하는데 우리는 왜 그렇게 안 되나? 사망이 많은 건설회사가 수주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 박종국 / 건설노조 노동안전국장 노조가 반성을 해야 부분이, 건설이 옥외작업, 사고가 워낙 많으니까 으레 그러려니 할 때가 있다. 외국 건설회사도 우리처럼 사고가 많이 나냐 하면, 그렇지 않다. 원래 제조업이나 건설은 사고가 많지 않나 생각해버린다. 그래서 산재가 노동계 쟁점이 안 된다.
작업 중지 이야기가 나왔지만, 신규조합원 교육할 때 교섭, 쟁의, 파업 교육은 많이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동료가 죽었다면 망치를 놓고 일을 놓아야 한다고 가르쳐야 한다. 민주노총에 주문하고 싶은 것이 교육매뉴얼이다. 교섭 교육만큼 노동안전 교육도 많이 해야 한다.
§ 문길주 / 금속노조 노동안전국장조선공장에서 일요일에 사망사고가 났다. 근로감독관이 월요일에 왔고, 노동부가 특별안전보건진단에 들어갔다. 노동조합이 파업은 안했지만 그 공정 작업을 3일간 중지했다, 그래서 특별안전보건진단을 따낸 것이다. 이렇게 하면 조합원들이 집행부를 신뢰한다. 당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가 추락사한 사고였고, 노조에서 특별점검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는데, 그 중 하나를 얻은 것이다.
§ 김재천 / 산재노동자협의회건설은 사고 나면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규제완화가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따져봐야 한다.
§ 이상윤 / 노동건강연대 정책국장노동조합 대응을 주로 얘기했는데, 용광로 사고는 왜 사회적 이슈가 되었나 생각해보자. 네티즌이 시를 올리고, 감성을 울렸던 부분이 무엇일까? 사망사고가 나면 우리는 심각하다고 생각하는데 왜 주목을 받지 못하는지 짚어보자. 트위터 열심히 하면 되나?
§ 임상혁 /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용광로 사고를 보고 깜짝 놀랐다. 우리만의 문제인줄 알았던 것 같다. 우리가 이것을 사회에 알리려고 한 적이 있었나 생각하게 되었다. 수많은 노동자들에게 일어난 사건이었고, 노동자가 죽으면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분위기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래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는 것 같다. 정식으로 문제제기 하고 활동해아 하는 시기다.
§ 이상윤 / 노동건강연대 정책국장사회운동으로 만드는 데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 임상혁 /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이 문제를 사회의제로 만들려면 담는 그릇이 치밀해야 한다. 임단협 교육할 때 산재교육을 하지 않는 노조도 있다. 노조는 무엇을 할지 논의하고, 사회적 영향을 갖고 있는 세력을 설득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영향력 있는 환경, 인권 단체도 만나고, 정치세력도 만나야 한다.
§ 이상윤 / 노동건강연대 정책국장삼성백혈병 운동이 사회적으로 울림을 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김재천 / 산재노동자협의회세 박자가 맞은 것 같다. 피해당사자가 있고, 활동가들이 있고, 삼성이라는 점이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준 부분도 있고.
§ 박종국 / 건설노조 노동안전국장 삼성도 글로벌회사인데, 국내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콧방귀도 안 뀐다. 해외에서 떠들어야 한다. 선거 때 국회의원 후보, 지자체 후보에게 안전공약 받아내는 것도 필요하다,
§ 문길주 / 금속노조 노동안전국장삼성백혈병이 어떻게 사회문제가 될 수 있었나. 끈질기게 해서 그렇다.
§ 전수경 / 노동건강연대크레인 사고를 추적해 봐야 한다. <한겨레21> 기사를 보면, 작년에 16명의 크레인노동자가 사망했다고 나와 있다. 사망사고가 났는데 벌금 700만원이라니 말이 되냐. 상식적인 법 감정에 호소해야 한다.
§ 이상윤 / 노동건강연대 정책국장피해자 조직화, 유족을 조직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례를 쥐고 있어야 사회에 알릴 수 있다.
§ 박종국 / 건설노조 노동안전국장 기자들이 사례를 원해서 모아놓는다. ‘4대강 공사하면서 사고 난 거 있냐’ 이렇게 물어오니까. 타워크레인도 이번에 <한겨레21>에서 다루어 이슈가 될 수 있었던 게, 10년 동안 모은 자료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축적한 것하고 노동조합 자료하고는 차이가 있다. 전봇대 2만 2천 볼트 전류가 흐르는데 활선 만지는 사람들이 있다. 한전에서 인원을 줄여가면서, 예전에는 전력을 죽여 놓고 일을 했는데 지금은 살려놓고 작업을 해서 감전사가 늘어났다. 2년 동안 50명이 죽었다는 자료를 만들었다. 예산절감을 이유로 사람을 줄이니 사고가 난다. 국감에서 사고 자료를 제시했다. 한전 사장이 국감에 나와서 예산절감 안 하겠다고 답변했다.
국회 환노위에서도 처벌이 미약하다고 지적한다. 근로감독관이 처벌하려고 해도 검찰이 기소유예를 해버린다. 국회 법사위에 대해서는 왜 활동하지 않나? 노동단체가 법사위는 안 건드린다. 근로감독관은 말한다. “검찰이 기소를 안 하는데 어쩌란 말이냐?”
2010년 6월 18일, 한전 본사 앞에서 보유인원 축소 철회를 요구하는 건설노조 조합원들의 모습 (출처: 매일노동뉴스)
노동조합이 사업주 처벌여부를 추적할 수 있을까? 유족의 처벌의사와 상관없이 처벌되는 것이기 때문에 검사가 부담 없이 기소유예를 할 수 있다. 검사한테 뭐라 하는 사람이 없다. 유일한 조직은 노동조합인데, 조합이 검사에게 압력행사를 안 하고, 노동부에도 압력을 안 넣는다. 관심이 별로 없다. 노동안전 이슈 자체에 관심이 없다. 검찰이든 노동부든 맘대로 하는 구조다.
§ 이상윤 / 노동건강연대 정책국장대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보다 구체성 있는 자료를 축적해야 한다. 이것이 부족한 상황에서 외부를 끌어들이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유족과 사례들을 모으기 위해 콜센터를 만들 수도 있는 것 아닌가?
§ 문길주 / 금속노조 노동안전국장
중대재해가 일어나면 24시간 안에 노동부에 보고하게 되어있다. 그런데 지금은 몇 달 후 발표되지 않나. 바로 발표하도록, 실시간으로 발표하도록 해야 한다.
§ 이진희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처음에 말할 때 기업살인법 운동이 답보상태에 빠졌다고 하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 납득이 안 된다.
§ 이상윤 / 노동건강연대 정책국장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하는 레토릭으로써, ‘기업살인이 뭐야?’ 궁금하게 만드는 탄력은 받았는데, 기업살인법 얘기만 했더니 관심이 떨어졌다. 타당성, 현실가능성, 법체계 등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운동이 아니라 법제정을 위한 복잡한 논의가 되면서 재미가 떨어진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정책자체가 없어졌고, 그전에는 떠들면 반응은 왔었는데 반응이 아예 없으니까 힘이 떨어진다.
§ 유성규 / 노동건강연대 (공인노무사)우리의 이해와 요구가 아닌데, 지속성을 가지고 표출될 수 있을까? 시간이 흐르면 잊혀진다. 이슈파이팅을 이어가는, 작게는 노동조합, 크게는 시민이 있어야 한다. 이 문제가 중요하긴 한데 밀린다. 넘어간다.
§ 이상윤 / 노동건강연대 정책국장사망사고가 나면 단계별로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해보자. 24시간 안에 조사하게 되어 있는데 조사하는지, 검찰은 왜 사망사고에 관심이 없는지, 판사는 어떻게 보는지 등등. 우리는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 없다. 통계가 말해주지 않는 다양한 사례들을 수집해서 파일링을 해 놓자. 노동조합이 구체적인 활동매뉴얼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떤가? 우리의 정책요구안에 대해서도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겠다.
§ 임상혁 /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사례분석을 하면 노동자의 책임이 아니라 구조적 원인이 있다는 것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노동조합에서 사례를 모아야 한다. 설비, 정비의 문제 뿐 아니라 숨어있는 문제가 드러날 것이다.
§ 박종국 / 건설노조 노동안전국장 산재가 나면 이슈가 되지 않고 묻힌다. 노동재해에는 관심 없고, 환경성 재해에는 사회적 관심이 많다. 시민과 호흡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공동사업으로 해보자.
- 끝 -
기업살인법 안내 페이지 입니다. http://old.laborhealth.or.kr/corporate_killing
지난 3월 19일에 (구)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열린 보건의료단체연합 주최 [보건의료진보포럼]에서 특수고용노동자, 사내하청노동자, 요양보호사, 병원노동자와 함께 하는 “무상의료와 노동 - 한국노동자의 삶과 복지” 좌담회를 열어, 노동 현장에 대해 잘 모르는 학생들에게 임금, 안전, 환경, 복지 등 다양한 부분에 대해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퀵서비스 노동자가 위험한 일을 하면서도 사회보험에서 전혀 보호를 받지 못하는 현실, 생활임금을 벌기 위해 밤에도 일하고 일요일에도 일을 해야만 하는 자동차 사내하청노동자의 이야기는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특히 퀵서비스를 이용하실 때 ‘빨리 가주세요’ 라고 하는 말은 그 노동자에게 위험하게 일하라는 말과 같다는 호소가 청중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좌담회에서 오간 이야기들은 <이야기의 힘>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정책국은 최근 복지담론에서 빠져있는 산재보험 개혁방안을 연중 토론하기로 하고, 3월 25일에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세미나실에서 첫 정책 토론회를 열어 “산재보험개혁과제와 개혁의 우선순위”를 검토하였습니다.
* 그림 1. 정책토론회 모습
이상윤 정책국장은 산재보험의 적용범위에서 제외되어 있는 특수고용노동자를 비롯하여 가난한 자영업자에 대한 보호를 산재보험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또한 산재보험 이용의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추기 위해 신청절차를 폐지하고, 의료기관이 분류하는 제도를 제안했습니다. 산재보험에 대한 토론은 계속됩니다.
4월 19일(화) 저녁 8시, 노동건강연대 사무실에서 4월13일~18일 <후쿠시마원전사고 한일조사단>으로 일본에 다녀온 스즈키 아키라 노동건강연대 활동가의 방문보고와 주영수 대표의 특강이 있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건강피해를 발표한 주영수 대표는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이 말하는 기준치 이하의 방사선은 건강영향을 주지 않는다거나 안전하다는 주장에 대해, 기준치는 무의미하며 방사선량이 낮아도 인체에 대한 피해는 나타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경우 기준치가 계속 낮아져왔는데, 한국정부는 건강피해를 걱정하는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은 채 안전하다는 홍보만 했다는 것입니다. 이날 특강에는 노동건강연대 신입회원과 노동조합에서 참석하여 늦게까지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 그림 2. 특강 참석자들의 모습
4월19일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준), 진보정당을 비롯하여 2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하는 “2011 따끈따끈 캠페인”이 선포식을 갖고 캠페인단을 발족했습니다. 노동건강연대도 ‘노동자의 건강권 수호’라는 주제를 가지고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캠페인단은 100만에 이르는 간병요양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은 물론, 필수적인 의료기본권의 일부로 자리매김한 간병요양 서비스 질 개선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을 전개할 계획입니다.
* 그림 3. 캠페인에 참가한 간병노동자들
4월 25일 광화문 소라광장에서 “산재사망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캠페인단” (노동건강연대, 매일노동뉴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 민주노총, 진보신당, 한국노총)이 최악의 살인기업 시상식을 진행했습니다.
* 그림 4. 살인기업 시상식에서 회견문을 읽는 강문대 공동대표
노동건강연대 이서치경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시상식은 양대 노총의 발언과 “최악의 살인기업 및 특별상 선정 결과 발표”와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강문대 노동건강연대 대표가 회견문을 낭독하면서 마무리되었습니다.
건설업
제조업
1위 대우 건설 13명2위 현대 건설(주)11명3위 GS 건설 9명4위 포스코 건설 8명5위 대림 건설 7명
1위 대우조선해양 5명1위 현대제철 5명 2위 삼호조선 4명 2위 동국제강 4명
* 특별상 : 이명박 대통령 - 4대강 공사 사망 책임 2009년 8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총20명의 노동자가 사망
* 그림 5. 작업화 위에 놓인 추모의 국화꽃
* 그림 6. KBS 1라디오 [열린 토론]
산업재해로 현재 하루 평균 6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데 이는 OECD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입니다. 최근에는 신종 직업 관련성 질병도 크게 늘어, 산재예방과 보험제도 개선을 위해서 획기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산재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 보호를 위해 보험적용 대상과 기준을 완화해야 하고, 질환이나 사고의 업무 기인성에 초점을 맞춘 보상지침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제기에 따라 [KBS 열린 토론]은 산재예방과 보험제도 개선을 위한 과제에 대해 토론을 제안했습니다. 이같은 토론주제가 선정된 것에는 노동건강연대를 비롯한 노동조합과 단체들의 활동이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토론회에는 박두용 (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 한성대학교 기계시스템공학과 교수), 우기영 (근로복지공단 요양부장), 임성호 (한국노총 산재보험국장), 임우택 (한국경총 안전보건팀장), 임준 노동건강연대 집행위원장(가천의학전문대학원 교수)이 참여했습니다. 관심있는 분은 토론회 전문을 다음 주소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kbs.co.kr/radio/1radio/kbsopen/interview/index.html
[성명]
한나라당 방안으로는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산재보험 실질적 적용 확대 불가능하다
한나라당 정책위 산하 빈곤퇴치 태스크포스팀은 지난 3월 20일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산재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간 산재 위험이 큼에도 불구하고 산재보험 적용에서 배제되었던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산재보험 적용을 추진한다는 사실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방안대로 추진된다면 실질적으로 제도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뿐더러 오히려 재정 부담의 불평등을 증가시킬 위험이 있다.현행 제도 내에서도 보험설계사, 콘크리트믹서트럭 운전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등의 특수고용 노동자는 산재보험 적용을 받고 있다. 그러나 다른 노동자와 달리 이들은 산재보험료를 사업주와 50:50 부담하고 있어 실제 적용률은 10%도 되지 않는 실정이다. 다른 노동자들은 보험료를 100% 사업주가 내고 있는데, 이들은 보험료의 반을 자신이 부담해야 하니 경제적 부담 때문에 아예 본인들이 적용 제외 신청을 한 까닭이다. 그러므로 특수고용 노동자 산재보험 적용을 위해서는 이 제도가 먼저 고쳐져야 한다. 특수고용 노동자도 다른 노동자와 같이 보험료 납부 부담 없이 산재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다른 노동자들처럼 사업주가 산재보험료를 100% 부담한다는 전제 아래 현재 산재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화물트럭 운전사, 덤프트럭 운전사, 퀵서비스 노동자, 대리운전 노동자, 병원 간병 노동자 등의 모든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해 산재보험 적용 확대가 이루어져야한다. 위와 같은 전제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채 대상 확대만 이루어진다면 그 효과를 내기 힘들다. 당연히 이들도 다른 특수고용 노동자들처럼 경제적 부담 때문에 적용 제외 신청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한나라당 태스크포스팀은 특수고용 노동자 산재보험 적용을 유도하기 위해 사업주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옳은 방향이 아니다. 사업주가 100% 책임져야 할 산재보험료를 국민의 세금으로 보조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어 사업주를 보조하겠다는 발상으로 어불성설이다. 해당 노동자를 사용하고 있는 사업주가 져야 할 책임을 왜 국민들이 져야 하는가?산재 위험이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산재보험 적용이 배제되어 있는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산재보험 적용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당위에는 한나라당도 동의하는 듯하다. 하지만 차별 없이 실질적으로 산재보험 적용이 이루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한나라당 방안으로는 안 된다. 다른 모든 노동자와 같이 특수고용 노동자도 사업주가 100% 산재보험료를 부담하는 체계로 산재보험 적용이 이루어져야 한다.
2011. 3. 21 노동건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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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방사능낙진예보, 한국정부는 비를 맞지 말 것과 불가피하지 않은
야외활동 자제권고를 내려야 한다
- 교육당국은 초등학교 휴교령 고려 및 야외활동 자제 권고해야
오스트리아 기상지구역학 중앙연구소(ZAMG)는 7일 한국 중부지역 상공에서 시간당 3마이크로 시버트의 방사능낙진이 있을 것으로 예보했다. ZAMG는 유엔의 위임을 받아 미국과 일본, 러시아 등 전 세계 관측망을 동원해 방사성 물질 누출량과 이동경로를 분석하는 기관으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 (CTBT) 준수 여부를 감시하는 기관이다.그런데 정부기관과 대한의사협회 등은 현재 방사선 수준은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학계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기준은 이와 전혀 다르다. 예를 들어 미국 보건성은 (U.S. DHHS, Public Health Service Agency for Toxic Substances and Disease Registry) 전리방사선의 예방에 대해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노출되면 해롭다고 가정해야 한다"고 분명한 지침을 내리고 있다.전리방사선량에 대한 연구들에 의하면, 전리방사선은 무역치선형(NTL)모델(아무리 적은양이라도 위험하며 노출되는 양에 비례하여 위험성이 커지는 질병모델)이 적용되어야 하며, 이는 적은 양이라도 노출되면 그만큼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전미연구평의회에 의하면 연간 100 mSv의 전리방사선에 노출되면 100명당 1명이 평생 암에 더 걸린다는 것이고 이는 연간 1 mSv에 노출되면 인구 10000명당 1명이 암에 더 걸린다는 결론이다.(전미연구평의회 2006, National Reserach Council. Health Risks from Exposure to Low Levels of Ionizing Radiation: BEIR VII -. Phase 2 Committee to Assess Health Risks from Exposure to Low Levels of Ionizing Radiation). 한국 전체 인구가 연간 1 mSv의 전리방사선에 노출되면 평생 5,000명이 암에 더 걸린다는 것이다. 매우 적은 양이라도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부와 규제당국의 의무인 까닭이 이것이다.지금 한국정부는 낙진이 '무시할만한 양'이리고 말한다. 그러나 ZAMG에 의하면 내일 한국의 중부지방에서는 시간당 0.3마이크로시버트의 낙진이 예상된다. 이를 연간 노출량으로 계산하면 2.628 mSv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러한 낙진이 연간 지속되면 한국인구 중 평생 12,600명 이상이 암에 걸릴 수 있는 양에 해당한다. 이를 1/100로 줄여 잡는다 하더라도 한국에서는 126명의 암환자 발생가능성이 있다. 이는 결코 무시할만한 양이 아니다. ZAMG가 0.3마이크로 시버트까지 예보를 하는 까닭이 이것이다.또한 만일 내일 비가 내린다면 그 비는 대기 중 방사선 물질을 한꺼번에 몰고 지상에 떨어지질 수 있어 그 위험성이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어린이들, 임산부들의 경우 전리방사선은 위험하다. 어린이들은 커가는 상태이므로 세포분화상태가 활발하고 이는 전리방사선이 분화되는 세포를 주로 공격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어린이들의 경우 방사선에 노출되면 훗날 수십 년 동안 암에 걸릴 위험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우리는 이에 따라 한국정부가 전국민에게 내일 비를 맞지 말고 불가피하지 않은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권고를 내릴 것을 촉구하며 특히 교육당국은 사전예방원칙에 의거하여 최소한 초등학교 학생들의 휴교령 고려를 포함하여 야와 활동에 대한 자게권고를 즉시 내릴 것을 촉구한다.우리는 또한 한국정부가 사전예방원칙에 의거하여 방사능 낙진정보를 제대로 공개하고 이에 따른 국민행동지침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에서도 1 mSv이하의 노출환경에서도 노출경로에 대해 주기적으로 검사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ICRP 2007 권고) 국민의 불안을 줄이는 방법은 정부의 안전하다는 말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확한 정보의 제공과 그에 따른 대비책 제시에 있다고 우리는 믿는다.
2011.4.6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기자회견문]
노동자 죽이는 4대강 사업 중단하고,
건설기업에 대한 특단의 대책 마련하라
- 국제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최악의 살인기업을 선정하며
2011년은 산업안전보건법이 제정된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노동자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독자적인 법이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지난 1981년 12월 31일 산업안전보건법이 제정되었다. 하지만 지난 30년간 노동자들의 지속적 투쟁에도 불구하고 법은 법대로 현실은 현실대로인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2010년 한 해에만 노동부 공식 통계상 2,200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죽었다. 이는 여전히 OECD 국가 중 1위다.4월 28일은 국제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이다. 전세계적으로 매년 220만 명, 하루에 5,000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기업의 무분별한 이윤 추구 행위 때문에 희생되고 있다. 한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공식적으로 한국은 '산재 왕국'이다. 노동부의 공식 통계상 하루에 6명의 노동자가 죽어갔다. 노동자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법 어기기를 예사로 하고 있다. 정부가 법을 어기고 있는 사업주를 제대로 지도, 감독하고 있지 않고, 불법 사업장을 엄하게 처벌하고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이번에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된 대우 건설은 죄질이 좋지 않다. 대우건설은 현재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어 공적 자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0년 한 해 동안 총13명의 노동자를 죽게 만들어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되는 불명예를 얻었다. 대우 건설은 최근 여러 가지 이유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대우건설 사례는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생각지 않는 기업은 비윤리적 기업이라는 사실을 웅변해 주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다. 산업은행이 하루 빨리 대우건설 지분을 매각하려 서두르는 동안 죄 없는 건설 노동자들은 예방 가능했던 사고로 죽어가야만 했다. 실적만을 생각하는 과도한 기업 운영이 노동자 생명과 건강을 앗아간 것이다.2011년 특별상을 수상하게 된 4대강 공사와 이명박 정부도 마찬가지다. 빠른 시일 내에 실적을 내려는 조급증은 너무 많은 노동자의 생명을 앗아갔다. 2011년 4개월 동안에만 총12명, 공사 개시 이후 총20명의 노동자가 이 사업 현장에서 죽어갔다. 이는 산재 사망률이 최고로 높다고 하는 건설업 평균 사망률보다도 3.7배나 높은 것이다. 그야말로 4대강 공사가 ‘死대강’ 공사임이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지적이 일자, 공사의 책임자라는 장관은 사고의 책임을 노동자 개인의 부주의로 돌리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건설기업 임원이 이러한 행태를 보여도 이는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일이다. 그런데 건설기업의 무책임을 감독하고 시정해야 하는 정부 장관의 입에서 ‘노동자 실수로 인한 사고’ 운운하는 말이 나오고 있으니 참 한심한 정부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정부가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어떻게 건설기업을 감시하고 감독하여 산재를 줄일 수 있겠는가?원칙적으로 모든 산재는 예방가능하다. 사람이 실수하더라도 사고가 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산재 예방의 기본이다.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환경과 구조를 만들어 놓고 노동자 실수 운운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다. 건설 현장에서 어쩔 수 없이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면, 왜 유럽 주요 나라 건설 현장에서는 사고가 적은 것인가? 문제는 한국 노동자의 ‘안전 불감증’이 아니다. 한국 기업과 정부의 노동자 생명과 건강에 대한 책임 회피, 속도 경쟁, 실적 위주의 관리와 운영이 문제인 것이다.이대로는 안 된다. 부실 경영과 실적 위주의 경쟁으로 온갖 비리와 국토 훼손의 온상이 되어버린 건설기업에 대한 감시와 개선이 필요하다. 어느 기업보다 더 많은 노동자들을 죽게 만들고 있는 건설기업의 비윤리성과 무책임이 시정되어야 한다. 한편, 정부는 이러한 건설기업의 이윤만을 위한 것일 뿐, 국토를 훼손하고 노동자를 죽이고 있는 4대강 공사 강행을 재고해야 한다. 얼마나 더 죽고 다쳐야 이를 그만둘 것인가? 4대강 공사는 물과 땅과 동식물뿐 아니라 사람도 죽이고 있다.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건설기업이 체질을 바꾸고, 정부가 의식과 관행을 바꾸지 않는 이상, OECE 국가 중 산재사망률 1위의 오명을 씻기 어렵다. 국제 산재 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건설기업과 정부는 건설기업 이윤에 덧칠된 피의 외침을 들어야 한다.
2011. 4. 25노동건강연대, 매일노동뉴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진보신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야간노동 없애자는 유성기업 노동자의 요구는 정당하다- 정당한 파업에 공권력을 투입한 이명박 정부 규탄한다
이명박 정부는 2011년 5월 24일 오후 4시에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농성장에 기어이 공권력을 투입하여 노동자들을 강제해산하였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요구는 무리하기는커녕 정당한 것이었고, 교섭 상황 역시 예년과 특별히 다를 것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성기업 사업주는 공격적 직장폐쇄를 단행하였고 정부는 이들을 공격하였다.유성기업 사업주와 노동자는 지난 2009년 수십 년 간 지속된 주야 12시간 교대제를 폐지하고 심야노동이 없는 “주간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 실시를 합의하고 2011년 시행을 약속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주는 갑자기 합의 이행에 난색을 표명했다. 이는 곧 현대자동차 사측의 압력에 의한 것임이 드러났다. “현대차/기아차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 전 유성기업 노사 합의 이행 불가”라는 현대자동차의 지배 개입이 있었던 것이다.현재 한국에서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야간 노동을 최소화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다. 장시간 노동과 과중한 야간 노동은 생산성 향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해치고, 노동자 삶의 질과 가족 관계를 악화시킨다. 교대 근무와 야간노동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고, 그 질병으로 사망할 위험도 높아진다. 피로 누적, 수면 장애, 위장 장애, 일과 관련된 사고의 증가 등도 교대 근무와 야간 노동의 결과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 정신심리적 병리 증상과 질병이 증가하는 것도 큰 문제다. 야간 노동이 증가하면 정상적인 사회생활과 가족 관계가 어려워져서 노동자의 삶의 질이 하락하고 가족 관계가 파괴된다. 오죽하면 고용노동부조차 이러한 상황을 인정하고 2011년 한 해 동안 ‘좋은 일터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이야기하고 있겠는가?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요구는 지극히 정당하다. 이와 같이 정당한 요구로 합법적 집단 행위에 돌입한 노동자들을 공권력을 동원해 강제해산한 행위는 절대로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므로 경찰은 유성기업에 배치된 경찰을 철수하여야 한다. 더불어 명분없는 공권력 투입을 결정한 경찰청장을 파면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가 완료된 후, 유성기업 사업주는 유성기업의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에 대해 다시 성실히 교섭에 임해야 한다.
2011. 5. 25 노동건강연대
고용노동부(장관 박재완)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사장 노민기)에 따르면 지난 4월 12일 남동산업단지(인천 소재)를 시작으로 시화산업단지(시흥 소재), 하남산업단지(광주 소재) 등 3개 영세사업장 밀집공단에 「근로자 건강센터」가 본격 운영된다. 이들 「근로자 건강센터」는 이 지역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 소속 노동자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주치의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근로자건강센터」는 지역 내 기반을 둔 대학병원의 전문의와 간호사, 작업환경 전문가 등이 상주해 노동자 건강관리에 관한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건강․질병에 관한 상담, 직무스트레스 및 근무환경에 대한 상담, 건강진단 결과 사후관리, 업무적합성 평가, 근골격계 질환 및 뇌심혈관질환의 예방 등 각종 업무상질병 예방과 관련된 건강증진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근로자건강센터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모든 업종의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 노동자가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특히 평일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9시까지 운영되며, 주말에도 필요 시 문을 여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함으로써 바쁜 노동자들이 퇴근 이후에도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아울러 사업장에서 상담이나 교육을 신청할 경우에는 사전에 예약을 받아 방문 서비스도 제공한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3개소를 시범 운영한 후 2015년까지 23개소를 추가로 설치해 더 많은 노동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영세사업장 밀집 지역에 ‘노동자건강센터’를 설립하여 운영하자는 제안은 운동 진영이 꾸준히 제기해오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건강센터가 보다 효과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와 노동조합의 참여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재의 모형은 그러한 필수 요소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듯하다. 향후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문제 제기와 견인이 필요하다.
고용노둥부가 지난 5월 6일 2011년 1/4분기 산재 통계를 발표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1/4분기 산업재해자수는 21,260명으로 전년 동기(23,426명) 대비 2,166명(9.2%) 감소했다고 밝히며 정부의 산재 예방 노력이 실효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통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알 수 있지만, 업무상 사고 사망자 수와 업무상 사고 사망 만인율은 전년 동기에 비해 늘었다. 이는 실제로 산업재해가 작년 동기에 비해 더 은폐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지표다. 최근 고용노동부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정책 및 지도, 감독은 산재를 예방하기는커녕 산업재해 은폐에만 기여하는 것이 아닌지 궁금한 대목이다.
구 분
2011. 3월말
전년 동기
증 감
증감율(%)
ㅇ 사업장 수 (개소)
1,598,378
1,505,238
93,140
6.19
ㅇ 노동자 수 (명)
14,258,532
13,816,509
442,023
3.20
ㅇ 재해자 (명)
21,260
23,426
-2,166
-9.25
․사고성 재해자 수
19,557
21,434
-1,877
-8.76
․사망자 수
524
521
3
0.58
․업무상 사고 사망자 수
350
307
43
14.01
ㅇ 재해율 (%)
0.15
0.17
-0.02
-11.76
ㅇ 사망 만인율
0.37
0.38
-0.01
-2.63
․업무상 사고 사망 만인율
0.25
0.22
0.03
13.64
사용자가 산업재해를 내고도 보고를 하지 않거나 노동자 산업안전보건 교육을 하지 않는 등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하면 즉각 과태료가 부과된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을 5월 19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사업주와 노동자의 안전보건 의식을 함양하고 법 준수 풍토를 정착시키려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시 시정기회를 한차례 부여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해왔다. 이에 따라 사용자가 산업재해를 보고하지 않다가 적발되면 즉각 3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2차 적발 시에는 600만원, 3차 이상 적발 시에는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산재를 거짓으로 보고하다가 적발되면 1000만원, 안전 및 보건 관리자를 선임하지 않다가 들키면 500만원의 과태료가 즉각 매겨진다.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준수 풍토를 만들기 위해 과태료 부과 제도를 개선했다. 그간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은 위반해도 되는 법으로 인식해 온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법 이행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처벌을 강화하고 처벌을 효율화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작 이러한 제도가 실제로 기능하게 하는 것이란 측면에서 과태료 개선 정책이 실제 효과를 낼 것인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산재장해노동자가 사회복귀를 위해 직업훈련을 받지만, 3명중 2명은 훈련과 무관한 직종에 취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훈련 중 별도 수입이 없어 생활고를 겪을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법에 보장된 교육기간 1년을 채우지 못한 때문이다.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윤조덕 박사는 <노동리뷰> 2011년 5월호를 통해 발표한 “산재근로자 직업훈련 실태”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처럼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직업훈련을 마친 산재노동자의 취업직종과 훈련직종 사이의 연관성은 40% 미만에 불과했다. 산재판정일 1년부터 3년 이내 장해자를 대상으로 한 '예산사업'의 경우 훈련후 직업복귀자 1182명중 35.9%(424명)만 연관성 있는 직종에 취업했고, 나머지 64.1%(758명)는 아무 관련성 없는 직종에 취업했다. 2008년부터 도입된 직업재활급여사업의 경우도 직업복귀자 343명중 62.4%(214명)은 관련 없는 분야의 직업을 구했다. 이는 장해노동자가 직업복귀를 위해 훈련을 시작하지만, 도중에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직업훈련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윤조덕 박사는 “독일의 경우 법적으로 훈련기간을 2년 보장하고 있고, 노동자들도 이 기간 기숙생활 등을 하면서 충분히 훈련을 받기 때문에 대부분 훈련분야에 취업한다”며 “우리는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직업훈련수당을 지급받기 때문에 충분히 훈련을 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예산사업으로 직업훈련을 받은 산재노동자 1인당 평균훈련기간은 월 2.4개월로, 2009년에 비해 0.4개월 줄었다. 직업재활급여에 의한 직업훈련도 평균훈련기간이 2.6개월로 2009년(3.1개월)보다 0.5개월 감소했다. 산재노동자의 직업훈련 중단자 비율도 증가세다. 예산사업 직업훈련 중단자 비율은 2008년 5.5%에서 2009년 24.8%, 2010년엔 20.6%를 나타냈다. 직업재활급여의 경우 2009년 1.4%에서 2010년 9.5%로 증가했다. 직업훈련을 중단한 이유로는 △ 출석미달 (31.9%) △ 취업 및 자영업 (27.2%) △ 건강악화 (9.7%) 등이었다.
현행 산재 노동자에 대한 재활 시스템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부족하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부는 물론이고 운동 사회내 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양질의 일자리가 문제되고 있는 현실에서 산재 예방과 산재 노동자의 원직장복귀는 무엇보다 중요한 일자리 정책 중 하나다.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요구된다.
4월 28일은 국제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이다. 일하다 억울하게 죽은 노동자를 추모하는 행사가 100여개 이상의 나라에서 열린다. OECD 국가 중 산재사망률 1위의 오명을 가지고 있는 한국에서도 추모 행사는 열린다. 하지만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추모만으로는 부족하다.
노동부가 발표한 ‘공식’ 통계에 잡힌 것만으로 2010년 한 해 동안 2천 2백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하였다. 하루에 6명꼴이고 4시간마다 한 명꼴이다. 산재 사망의 특성상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음을 고려하면 그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커진다.
정부도 이 상황의 심각함을 인식하고 ‘안심일터 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상황을 개선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상황은 오랜 동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왜 그런 것일까? 왜 시간이 지나도 상황은 개선될 기미가 없는 것일까? 기업이나 정부 말처럼 우리 노동자들이 ‘안전불감증’에 빠져서인가? 아니다. 한국의 노동 구조 자체가 이러한 상황을 강제하기 때문이다. 노동 구조, 고용 구조가 변하지 않는 이상 돌파구는 없다.
가장 문제는 점차 심화되어가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와 불안정한 고용 형태다. 하청에 재하청으로 도급이 사슬을 이루고, 용역과 파견 노동으로 노동 인력이 대체되어 가는 현실 속에서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 수준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2007년 가천의대 임준 교수 등이 시행한 연구에 의하면, 상용직에 비해 일용직, 파견직, 임시직, 시간제 등 비상용직의 산재 사고 발생 비율이 높았다. 특히 일용직의 경우 상용직에 비해 6배 이상 산재 사고 발생 비율이 높았다. 이를 원하청 고용 구조별로 비교하여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원청 노동자에 비해 하청 노동자는 2.5배, 파견 노동자는 1.8배나 사고 위험이 높았다. 산재 위험이 비정규직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인 것이다.
하청 노동자, 용역 노동자, 파견 노동자 등 비정규직이 더 산재를 많이 당하는 까닭이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여러 가지 압박과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직업을 얻기 위한 계약 경쟁 속에서의 경제적 압박, 일단 직업을 얻은 후에는 계약을 지속하여야 한다는 압박, 최저생계비를 벌어야 한다는 압박 등이 그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많은 수가 성과급으로 보수를 받는데 이러한 상황은 스트레스를 증가시킨다. 장시간 노동을 강제하는 사업주의 요구를 거부하기도 힘들다. 영세사업장 노동자, 하청노동자, 임시노동자 등은 큰 사업장이나 정규직 노동자가 거부한 일을 하도록 강제되기도 한다.
비정규직의 증가는 산재 예방 시스템 자체를 허물어뜨린다는 면에서 더욱 문제다. 하청노동자, 임시노동자, 파트타임 노동자 등의 존재 자체가 작업장의 안전보건 시스템의 해체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들이 익숙하지 않은 일에도 동원된다. 그래서 한 작업장에 그 작업에 익숙하지 않은 노동자가 존재함으로써 전체적인 안전보건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다. 임시노동자나 하청노동자는 해당 작업에 경험이 부족할 때가 있고, 직업안전보건 관련 규칙이나 법규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들에게는 이와 관련된 정보의 교육 기회가 박탈되기도 한다. 이들은 노동조합에 소속되어 있지도 않고, 그들 자신의 이해를 지키기 위한 충분한 협상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반적인 체계가 허물어지는 것이다.
노동자 건강과 안전에 관련된 제도가 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하기에 적당하도록 만들어졌다는 점도 문제다. 1980년대에 틀을 갖춘 관련 제도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제도가 존재하더라도 그 제도에 따른 자신의 권리를 알지 못하거나, 권리 주장을 하였을 경우 직업을 잃을까 두려워하기 때문에 권리와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기도 한다. 산재 예방을 위한 제도뿐 아니라, 산재에 대한 보상 제도인 산재보험 제도도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안전망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특수 고용 노동자는 산재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고, 적용대상이더라도 정보 부족이나 고용 유지에 따른 불안 때문에 이를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의 산업 구조 개편, 유연화 된 생산방식의 도입 등, 최근 들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경제 및 산업 구조도 이전의 건강 문제와는 다른 형태의 건강 문제를 광범위하게 야기하고 있다.
생산방식의 변화로 생산과정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으며, 생산기일도 여유가 없어지고, 그에 따라 노동을 온전히 수행하기 위한 시간도 불충분해지고 있다. 무리한 생산량을 정해 놓고 이를 자동화된 공정에서 수행해야 하기에 빠른 생산 속도에서 지속적으로 노동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진다. 한편 노동을 효율화한다는 명목 아래 생산기일을 매우 짧게 잡아서 노동을 쥐어짜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빠른 생산과정에 적응해야 한다는 압력과 시장의 기호에 맞는 상품을 생산해야 한다는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새로운 기술의 도입으로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이 감소하기는커녕 더욱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동시간 역시 OECD 국가 중 1위임은 잘 알려져 있다. 법률에서 정한 노동시간과 관계없이 다양한 형태로 초과노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 생활을 온전히 직접 임금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법정 노동시간이 큰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초과근무수당을 받지 않는다면 생활의 어려움에 봉착하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초과노동에 종사하고 있다. 절대적 노동시간의 증가와 별도로 비정상적인 노동시각에 노동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교대근무가 광범위하게 도입되고 있고, 야간 근무, 휴일 근무를 해야 하는 직업도 늘어가고 있다. 이러한 경향 역시 비정규직과 서비스직에 두드러진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작업장에서의 노동을 감시, 통제하는 방법도 고도로 발전하고 있다. CCTV를 설치하여 노동자 개개인의 활동을 감시함은 물론이거니와 개인 메일까지도 검사하는 등, 노동의 질 관리라는 명분 아래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노동의 자리가 점점 더 병영 혹은 감옥을 닮아가고 있다. 이는 노동자들의 스트레스를 높이고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여러 산업에서 광범위하게 도입되고 있는 유연화 된 생산방식은 한 명의 노동자가 여러 기능을 수행하도록 요구하는 등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형태로 경영 방식을 바꾸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당연히 이전보다 더 적은 수의 인원이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고, 그에 따라 노동강도 강화, 노동시간 연장에 따른 건강 영향을 고스란히 노동자가 짊어지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선으로 기업이 자신들의 사회적 책임을 다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요즘 한국의 기업들도 ‘사회적 책임’ 혹은 ‘국제 기준’을 많이 떠들고 있다. 이것이 한낱 구호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사업장에 고용된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부터 돌아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유럽연합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평가하는 항목에 고용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얼마나 잘 보장하는가와 관련된 지표가 적지 않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해서는 노동자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은 기업에 막대한 벌칙을 주는 제도도 강구되어야 한다. 호주, 캐나다, 영국 등에서는 사업주가 마땅히 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아 노동자가 사고로 사망하였을 경우, 그 사업주에게 징역형을 처하고, 징벌적 배상에 해당하는 막대한 액수의 벌금을 내도록 하는 법안이 있다.
작업장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방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이들이 노동자이기 때문에 노동자의 참여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안전보건 선진국의 경우 예외 없이 작업장에 노동자들이 선출한 노동자 안전보건 대표위원을 두고 있다. 이들은 사업주가 보장한 시간에 필요한 교육을 받고, 그 지식으로 사업장을 순회하며 안전과 건강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권리를 보장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제도 도입을 통해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고, 일상적 산재 예방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도 필수적이다. 현재와 같이 전시 행정 위주의 지도, 감독으로는 현실을 바꾸어내기 힘들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기업에 대한 감시, 감독, 제재의 의무를 다하여야 한다. ‘자율’과 ‘규제 완화’가 아니라, ‘감독과 제재’, ‘규제 강화’가 노동안전보건 정책의 모토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