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소에서 북서방향 60Km 떨어진 후쿠시마 시 교외에서 방사선 측정량이 1.93μSv를 기록했다. 1년 누적량으로 환산하면 16.9mSv은 일반인 연간 피폭 제한선량의 17배에 해당한다. 매화나무의 아름다운 모습과는 대조된다.
핵산업을 국가 정책으로 추진한 결과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초래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핵발전을 포함한 핵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는 해마다 전력회사에 5천억 엔 (6조원)이나 되는 예산을 지출해왔다. 핵발전은 안전하고 깨끗하며 싸다는 전력회사의 선전에 언론, 어용학자, 저명인사가 동원되었다. 일본의 핵발전소는 모두 바닷가에 건설되어 있다. 바닷물을 냉각수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보상금이 사용된다. 또한 핵발전소가 위치하는 지자체와 현에는 교부금이 주어진다. 일단 핵발전소 건설이 결정되면, 지역사회에 일자리가 생기고 건설 후에 전력회사는 지역 주민을 하청업무 등에 우선적으로 채용한다.
후쿠시마 시 아즈마 종합체육관에는 1,700명 정도가 피난해 있었다. 발전소에서 20Km 떨어진 가츠라오무라 지역에서 피난 온 60대 남성과 여성의 이야기를 들었다. 가츠라오무라는 농촌 지역이며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주로 외지로 나간다. 이 남성은 철근공으로 60년대에 일본 최대 댐인 구로베 댐 공사 현장에서 일했고, 뒤이어 시작된 후쿠시마 제1 핵발전소 건설 공사에 참여했다. 1호기부터 5호기까지 관여했다고 한다. 마을에 있는 사람들은 남녀 모두 핵발전소 공사장에 나갔다고 했다. 남성은 후쿠시마 공사 후 도쿄에 일하러 나갔다가 도쿄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고 고향인 가츠라오무라로 돌아왔다. 장애가 있어 기초생활수급자 상태였다. 그는 병약자에게 우선적으로 주거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여성도 뇌출혈로 반신에 장애가 있는 분이었다. 아들이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하는데 방사능 오염 소문 때문에 거래가 중단돼 회사는 문을 닫았고, 아들은 다른 지역의 관련회사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 여성은 더 이상 원망의 말은 하지 않았다.
반핵활동가 이시마루 씨(68세)는 원래 후쿠시마 제1 핵발전소 남쪽에 위치하는 토미오카마치에 살고 있었다. 사고 후 손자를 데리고 300Km 떨어진 아키타 현에 피난해 있다가, 조사단을 안내하기 위해 후쿠시마로 온 것이다. 후쿠시마 제1, 제2 핵발전소가 위치한 지역을 후타바 지방이라고 하는데, 이시마루 씨는 ‘후타바 지방 원전반대동맹’에서 40년 간 활동해 왔고 지금은 대표를 맡고 있다.
이시마루 씨가 전력회사의 지배구조를 설명해 주었다. 피난소에서 리더 격으로 나서는 사람은 대개 도쿄전력 하청회사 등 핵발전소와 관련이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사람 다루는 법을 아는 사람이 나서서, 피난소에서도 핵발전소에 대한 공격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도쿄전력이 피난소를 찾아갔을 때도 그 리더 역할 하는 사람이 “오늘은 항의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피난민들의 호소와 항의를 막으려고 했다.
핵발전소가 건설된 지역과 주변 지역에는 교부금이 지급된다. 그래서 핵발전소 가까이에 갈수록 도로도 넓어지고 문화/복지 시설물이 눈에 잘 뜨인다. 우리가 사고 발전소 5Km 권역에서 보았던 체육관은 3월 말 완공 예정으로 도쿄전력이 지어준 것이었다. 폐허가 된 마을 속에서 그 체육관은 마치 지진 피해가 없는 것처럼 서 있었다.
이이타테무라 지역의 시라우수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측정한 공간선량이 7.87μSv, 지표에서 12.29μSv를 기록했다.
이시마루 씨가 우리를 피난지역인 반경 20Km 지점까지 차로 안내해 주었다. 그는 억울한 마음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반경 30Km를 넘는 지역이지만 국지적으로 방사선량이 높은 핫스팟 (hotspot)으로 마을 전체가 피난 지역으로 선정된 이이타테무라라는 마을이 있었다. 핵발전소에서 떨어져 있기 때문에 교부금 같은 것을 한 푼도 받은 적이 없는 지역이다. 나름대로 농축산업을 통해 경제적 기반을 다지며 마을 만들기를 실천해 왔던 평화로운 마을이 강제 이주 지역이 된 것에 대한 억울함이었다. 도쿄에서 쓰는 전기 때문에 시골 사람들이 고통을 받는 것에 대한 눈물이었다.
전력회사는 핵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 돈으로 지역 주민들을 매수했고, 초기에는 경찰력을 동원해 반대운동을 탄압하기도 했다. 언론과 전문가도 조직하면서 반대 의견은 아주 소수파로 전락해버렸다. 도쿄전력을 포함한 전력회사 노동조합인 전력총련은 일본 노총인 렌고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 내에서도 영향력이 큰 조직이며, 렌고는 핵발전을 지지하고 있다. 전력총련 출신 지방의원과 국회의원들도 지역의회와 국회에서 핵발전 추진 역할을 맡아 왔다.
과거 40년 동안 이렇게 강력한 동맹이 형성되면서 핵발전 추진력은 갈수록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시마루 씨 말처럼 ‘원자력 제국주의’ 사회에서 돈과 어용학자, 매수된 언론에 의해 이성적인 대안 에너지 정책이나 탈핵사회 전망은 확산될 기회를 잃었다. 이렇게 주입된 ‘핵발전은 필요하다’는 사고방식은 핵사고 직후도 큰 변화를 보여주지 않았다.
요미우리신문 2011.4.4 보도
(전국 조사, 4.1~4.3)
마이니치신문 2011.4.18 보도
(전국 조사, 4.16~4.17)
아사히신문 2011.4.18 보도
핵발전소
․모두 폐지 12%
․삭감 29%
․증설 10%
․현상 유지 46%
전력의 30%를 핵발전으로 조달하는 현재 에너지 정책
․모두 폐지 13%
․삭감 41%
․부득이하다 40%
․중지 11% (7%)
․삭감 30% (21%)
․증설 5% (13%)
․현상 유지 51% (53%)
*( )는 2007년 조사 결과
핵발전소를 폐지 내지 줄여야 한다는 사람들이 약 40% 정도 되지만, 현상 유지하자는 의견도 절반에 달한다. 아사히신문 보도에서는 2007년 조사결과와 비교할 수 있는데, 증설하자는 의견이 줄어들고 축소하는 의견이 늘어났다. 그러나 현상 유지라고 답한 비율은 거의 비슷하다.
4월 말에 실시된 지방선거에서도 핵발전을 추진해 온 보수적인 인사가 당선되었다. 핵시설이 있는 지역에서도 핵발전소 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유지되고 있다.
반면 일본 전국에서 탈(脫) 핵발전을 요구하는 크고 작은 모임과 집회가 활발하게 열리고 있다. 1980년대까지는 총평 (일본노동조합총평의회) - 사회당의 정치 블록이 반핵 운동을 전개해 왔지만 총평 해산과 함께 힘을 잃었다. 지금 일어난 반핵 운동은 그 운동을 계속해온 사람들과 새롭게 탈핵의 중요성을 깨달은 사람들과의 연대로 이루어지고 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경험한 일본인들이 과연 탈핵 사회로의 변화를 선택할 수 있을지, 현재 일본 사회의 민주주의가 도마 위에 올라 있다.
핵발전소에서 남향 33Km 지점 국도변에 “원전 어딘가로 가져가” “원자력발전 필요 없다”라는 붓글씨가 쓰인 다다미가 걸려있다.
<끝>
1) 현은 한국의 ‘도’에 해당
인류가 방사선을 발견하고 사용한 이래 방사선 취급 노동자의 건강 문제는 계속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의료기관 종사자들이 백혈병 (만성림프구성 제외), 유방암, 피부암으로 인한 사망율이 높고, 라듐을 취급하는 노동자들이 골암,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또한 지하에서 작업을 하는 광부들에서 라돈에 의한 폐암 발생이 증가한다는 것도 입증되었다. 원자력 발전소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백혈병과 기타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증가하는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체르노빌 사고 복구 작업에 참여했던 노동자와 소방관 일부는 고농도 방사선에 폭로되어 급성방사선증후군으로 사망했고, 다른 노동자들과 인근 지역 주민들은 일반인구집단보다 더 높은 갑상선암과 백혈병 발생율을 보였다. 낮은 수준의 방사선량에 폭로되어도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1)
방사성물질과 전리방사선은 핵 발전 및 첨단기술개발연구 뿐 아니라 진단 및 치료를 위한 의료용, 또 제조업과 공학적 비파괴 검사 등 분야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2009년 현재 국내 총 4,157개 기관 및 사업장에서 3만 7천여 명이 방사선 및 방사성물질을 취급하고 있다 (표 1).
표 1. 방사선 취급 기관 수와 종사자 수
구분
업무/직종
기관 수
(개)
종사자
수 (명)
평균
선량
의료 기관
․방사선 기사 및 보조원
․영상의학과 의사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노출 근로자
127
2,750
0.50
산업체
․비행기 조종사 및 승무원
442
4,278
0.45
․지하 금속광산 작업
․제조업(음극선관, 전자현미경, 화재경보기, 고전압 진공튜브, 레이더, 텔레비전, X-선 튜브,토륨-마그네슘 합금 등)
․방사선을 이용한 검사, 계측
․원자력 반응기 운전
․원유 파이프라인 계측 및 용접
비파괴업체
․비파괴 검사
39
3,212
1.93
동위원소 판매
131
756
0.44
연구 기관
․라듐 연구실 종사자
․전자현미경 검사
․연구용 방사성 동위원소 및 방사선 발생장치
60
1,698
0.17
교육 기관
․기타 연구용 방사성 동위원소 및 방사선 발생장치
97
3,900
0.14
공공 기관
․세관 수하물 투시 검사
․가스, 상수도 업무 관련
․검역 업무 관련
28
272
0.25
한수원
․원자력발전
10
10,639
계
896
27,505
0.57
출처: 산업안전공단 국감제출자료 2005
방사선 피폭에 의한 직업병은 그 영향이 치명적이고 치유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 예방과 관리는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방사선취급 노동자의 건강관리는 상대적으로 매우 허술한 편이다. 취급 노동자 수와 산업체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지만 개인선량계를 지급받지 못하거나 법률에 규정된 특수건강진단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많다. 원자력법에 따라 사업체가 주기적으로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하는 개인선량계(매일매일 누적)를 통해 피폭량이 어느 정도인지 점검할 뿐 노동자의 건강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갖고 있지 않다. 일반적인 산업안전보건상의 문제, 즉 보건상의 조치, 건강관리수첩, 작업환경측정만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노동부에 의해 관리되고 있을 뿐이다.
국제방사선방어위원회(International Commission on Radiological Protection, ICRP)는 방사선 관계 종사자의 개인피폭선량 값을 50 mSv/년 및 100 mSv/5년 미만으로 유지하도록 국제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5 mSv/분기 또는 20 mSv/년 미만이 되도록 관리하라고 정하고 있다.2)
그러나 식품의약안전청의 약청의「2010년도 의료기관 방사선 관련 종사자의 개인 피폭선량 백서」에는 방사선관계 종사자 개인피폭선량이 5 mSv/분기를 초과해 ‘주의통보’ 조치를 받은 사람이 전체 종사자의 1.6%에 이른다. 개인 피폭 허용 기준치인 50 mSv를 넘는 노동자도 매년 발생하고 있다. 1998년에서 2005년 사이, 허용기준치인 50 mSv를 초과한 노동자들은 모두 14명으로 대부분 전신피폭을 당했고, 피폭량은 최저 50.6 mSv에서 최고 760 mSv까지 나타났다. 노동부는 2005년까지 총 5명이 방사선 피폭에 의한 산업재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했다. 1992년부터 2005년까지 산업보건연구원에는 방사선 관련 산재신청 13건에 대한 역학조사가 의뢰되었는데, 이 중 2건이 직업병으로 인정되었다 (표 2와 3).
표 2. 국내 방사선 관련 산업재해 인정 현황
연도
성명
질병명
소속사업장
재해원인
기타
2000년
정##
급성골수성백혈병
한전기공
원자력발전소 정비과정에서 방사선 피폭
사망
2001년
김##
만성방사선피부염
이춘택병원
장기간 MRI,CT필름 판독과 특수촬영에서 장기간 방사선피폭
2002년
강##
방사선에 의한 양측 수지손상
코인텍
방사선 투과검사 중 양손이 피폭
2003년
이##
악성림프종
원자력발전소 용접과정에서 방사선 피폭
2005년
원발 부위 불명암
한국가스
안전공사
방사선 투과검사 중 피폭
출처:근로복지공단, 산업안전공단 자료 2005
표 3.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방사선 관련 역학조사 현황
심의 년도
업종
직종
심의결과
1992
골신경계이상
병원
임상병리사
불인정
1996
다발성골수종
금속기계제조
절단
1999
원전
발전기 운전
2000
원전 시설물보수업
용접
인정
전자관련연구소
분석연구
폐암
전력생산업
품질관리
2001
2004
췌장암
발전기운전
갑상선암
기계연구원
연구원
급성백혈병
간호사
2005
가스생산업
비파괴검사
외이도 상피세포암
원전 협력업체
폐기물처리 등
방사선장비개발업
장비개발
현재 조사 중
종합
13건이 의뢰되어 2건 인정, 1건 현재 조사 중
이처럼 방사선에 의한 피해사례가 계속 나타나고, 장기간 노출되는 노동자에게 건강 피해가 예상되는데도 노동부는 방사선 취급 노동자의 건강관리 책임을 교육과학기술부에 전가하고 있다. 방사선 노출에 대한 이원화된 관리 체계도 문제지만, 수만 명의 방사선취급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외면하는 노동부의 안이한 태도가 더욱 문제라 할 수 있다.
1) Wakeford R. Radiation in the workplace - a review of studies of the risks of occupational exposure to ionizing radiation. J Radiological Protection 2009;29:A61-A79
2) 원자력법시행령 제2조5호관련 별표 제1호
원자력발전소의 폭발은 심각한 방사능 물질의 누출을 야기했다. 마지막 4호기가 폭발한 3월 15일(화) 오전에는 원전 근처에서 약 400 mSv/hr 수준의 방사선량이 측정되기도 했다. 같은 시간에 원전에서 240km 떨어진 도쿄에서는 0.809 uSv/hr 수준의 방사선량이 측정되었는데, 만일 이 정도의 방사선량이 지속되었다면 도쿄에 사는 것만으로도 연간 총 7 mSv 정도의 초과적인 방사선 노출이 일어날 수 있다.1) 당시의 400 mSv/hr 라는 수치는 ‘급성 방사선 조사 증후군’이라는 급성 건강장해를 일으킬 수도 있는 높은 방사선량으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자폭탄 피폭자들이 겪었던 심각한 건강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여기에서 ‘일반인 연간 허용 피폭량 상한선(1mSv)’에 대한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 이 수치는 방사선에 노출되었을 때 ‘건강에 문제가 없는 안전한 수준’이 아니라, 인간이 ‘그 이하로 통제하기에 기술적으로 어려운, 어쩔 수 없는 방사선 노출수준’으로 이해해야 한다. 실제로 1 mSv/year 에 노출될 경우에도 1만 명당 1명꼴로 치명적인 암(fatal cancer)이 발생할 수 있으며, 10만 명 당 1명꼴로는 심각한 유전적 영향(severe genetic effects)이 발생 가능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림 1).
* 그림 1. 현재의 노출 허용 기준과 위험 추정치
이러한 추정값은 ‘무(無) 역치 (No-Threshold) 모형’에 근거해 산출된 것으로, 고형암 (solid cancers) 발생률은 ‘선형(線形) - 무(無) 역치 (Linear No-Threshold, LNT) 모형’으로, 백혈병(leukemia) 발생률은 ‘선형(線形) - 2차 곡선 (Linear Quadratic) 모형’으로 설명되고 있다 (그림 2참조).
* 그림2. 방사선 폭로량과 암 발생의 상대적 초과 위험
이러한 모형에 따르면, 100 mSv(≒0.1 Gy) 수준의 방사선에 노출되는 경우 10만 명 당 약 1,000명 (800~1,300명) 정도의 고형암 환자가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으며 (대략 1 %), 100명 (70~100명) 정도의 백혈병 환자 또한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략 0.1 %).
* 그림3. 방사선 폭로량과 암 발생의 상대적 초과 위험
또한 방사능의 세기는 Bq(베크렐)로 표기하는데, 이는 방사성 시료가 단위시간 동안 붕괴를 일으키는 평균 횟수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1 Bq는 방사성 시료가 1초에 1번 분열하는 경우를 말한다.
3월 중순에 일본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후쿠시마 인근 지역의 시금치에서 54,000 Bq/kg 정도의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되었다고 한다. 해당 시금치를 성인이 매일 50g씩 1년간 섭취한다고 가정할 경우 총 21.7mSv의 방사선량에 노출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2)
유도기준은 공기나 물이 방사성 물질(방사성 요오드 혹은 세슘 등)에 오염되었을 경우 사람이 그 매체에 연속적으로 노출되더라도 누적 방사선량이 연간 1 mSv를 넘지 않을 수 있는 기준값을 말한다. 요오드 (I-131)와 세슘 (Cs-137)은 공기 중에서 9 Bq/m3, 10 Bq/m3, 물에서는 각각 30 Bq/L와 50 Bq/L로 제한된다. 참고로 세계보건기구는 음용수를 통해 연속적으로 방사성 물질에 노출되는 경우, ‘평상시’ 연간 누적 방사선량이 0.1 mSv를 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미국은 연간 0.04 mSv로 이보다 훨씬 엄격한 관리기준을 제시한다. 물론 원전폭발 같은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 연간 5 mSv를 넘지 않도록 관리해도 좋다는 국내의 ‘비상시’ 기준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는 그야말로 기술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일 때의 일시적 한계수준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지난 4월 6일 저녁, 일본의 방사성 물질을 함유한 비구름이 한국의 남부지역을 돌아 북상한 일이 있다 (그림 4). 당시 제주도에서 저녁 8시부터 자정까지 채취한 빗물에서 Cs-137이 0.988 Bq/L, Cs-134가 1.01 Bq/L 정도 검출되었으며, I-131도 2.77 Bq/L 수준으로 검출되었다. 제주도 주민이 그 수준으로 오염된 물을 연속적으로 음용한다고 가정하여 연간 방사선 노출량을 추정하면, 세계보건기구의 권고기준보다는 약간 낮지만 미국의 음용수 기준보다는 높은 수준의 방사선량에 노출될 수 있다. 따라서 이는 ‘별 문제가 아닌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음용수 섭취에 대해 ‘주의’를 당부해야 할 수준의 문제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 그림 4. 4월 6일 일본과 한반도 대기 (출처: 오스트리아 기상지구역학 중앙연구소)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현재진행형이다. 방사성 물질이 언제든 기상조건에 따라서 한국으로 직접 날아올 수 있는 상황이며, 일본에서 재배되는 농산물이나 수산물 등 식품을 통해 2차적으로도 넘어올 수 있는 상황이다. 안타깝지만 의심할 여지없이,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피해는 우리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다. 따라서 경제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최고의 에너지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한국의 원자력업계 이해당사자들의 대국민 기만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보다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을 찾는 노력과 에너지를 아끼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리와 우리의 후손, 인류의 안전한 미래를 모두가 함께 설계해 나가야 한다. 본래 원자력은 인류가 감당할 수 없는 ‘무서운 불’이었다.
<참고자료>
National Research Council. Health Risks from Exposure to Low Levels of Ionizing Radiation. 2006.
NCRP Report. 1993.
대한방사선방어학회.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국내방사선 영향. 토론회 자료. 2011.4.6.
오스트리아 기상지구역학중앙연구소 (ZAMG)
하미나. 일본 원전사고와 방사선노출의 건강영향. 원전사고와 시민건강 토론회 자료집(2011.3.28.) / 환경보건포럼 자료집(2011.4.15.)
1) 참고로, 방사선량을 설명할 때는 SI 단위로서 Sv(시버트)가 가장 대표적으로 사용되는데, 이는 등가선량(dose equivalent)과 유효선량(effective dose)의 단위이다. 특히 유효선량은 인체에 미치는 방사선 영향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신체의 조직 및 장기에 따라서 방사선 영향이 각각 다르므로 등가선량에 조직가중치를 고려하여 산출한다(예전 선량단위였던 rem으로 계산하면, 100 rem이 1 Sv에 해당한다). 그러나 Sv 수준의 단위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기에 매우 큰 값이어서 통상적으로 그의 1/1000 에 해당하는 mSv 단위를 사용하고 있다.
2) 54,000Bq/kg × 0.05kg/일 × 365일/년 × 2.2×10-5mSv/Bq (방사성 요오두 내부 피폭 환산계수) = 21.7 mSv/y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