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1 유럽방문기
베를린 런던 헬싱키, 노동자를 존중하는 사회를 가다
박혜영 / 노동건강연대 상근활동가
" 2013년 6월, 노동건강연대 주영수 대표와 회원 등 5명의 직업환경의와 노동건강연대 박혜영 활동가는 유럽을 방문했습니다. 베를린, 런던, 헬싱키 이 세도시를 경유하며 공부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베를린의 산재병원, 런던의 무상의료와 그 안에서의 직업재활 프로그램, 도시하나가 커다란 공공기관과 같은 헬싱키의 산재예방정책, 그리고 이 세 나라를 관통하는 공공의료 및 복지서비스를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유럽으로 떠나기 전날 밤, 새벽에 받은 전화 한 통은 누군가의 죽음을 알리는 것이었다.
새벽 올림픽대로에서 공사를 하던 중 사망을 했고 유가족들은 이런 일이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고 했다. 누구든 일하다가 사고로 혹은 질병으로 사망할 수 있다. 그리고 보통의 가족은 그런 일을 처음 겪는다. 일을 하다가 큰 사고를 당하거나 사망을 했다면 그 불안한 심정 중에 최소한 치료나 보상의 문제는 안심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수많은 산재사망을 접해왔던 내게 왜 이제야 이런 의문이 들었는지 모를 일이다.
잠을 못 이룬 채 유럽에서 무엇을 보고 와야 하는 것인가 생각했다.
#1. 건설로 분주한 베를린
공항에서 숙소로 향하는 택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을 보며 숙소에 도착했다. 짐을 풀고 찾아간 식당 옆 건물엔 공사가 한창이었다.
<사진 1. 도착한 첫날 찍은 베를린의 비계사진
무너지지 않도록 견고하게 만들어진 비계, 고무판까지 달려있다. 떨어질 수도 없구나!>
비계를 저렇게 튼튼하게도 지을 수 있나 싶다. 서울의 너덜너덜한 비계들이 떠올랐다.
일행이 한마디 덧붙인다. 한국의 추락사는 보통 비계를 설치할 때도 많이 일어난다고 한다. 비계를 빨리 만들어야 공사를 시작하니 그 때 재촉을 많이 한다. 이러나저러나 추락사 1등이다. 그날 밤 한국 포털사이트에 뜬 추락사 기사를 보았다. 출장 내내 한국의 산재사망사고 소식을 계속 보았다.
<사진 2 베를린 산재병원 가는 길의 한 공사장. 한 사람이 서는 높이가 주황색 발판이다.
맨 위 칸 가운데에 검정색이 사람이다. 그 중간에 2개의 봉을 덧댐으로써 추락사고를 방지하고 있다.>
독일 산재보험의 중심, 베를린 산재병원
동베를린 시내외과 한적한 곳에 자리 잡은 병원, 입구부터 압도되고 말았다. 산책로가 보이고 많은 환자들이 산책을 하고 있다.
<사진3. 베를린 산재병원의 첫 인상. 위로는 헬기가 보인다.
뒷쪽으로 들어가면 아주 넓은 정원과 각종재활시설 등이 갖추어져 있다. >
∎ 독일의 ‘산재전문의사’제도
- 산재환자는 모두 맨 처음에 한해서는, 어떠한 의사에게도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이후 산재전문의사(DA)의 처방에 따라야 한다.
- 독일 전체에는 609명의 DA가 있으며, 병원마다 1명씩 정해져 있다.
- 베를린 지역의 경우 9,500여명의 의사가 있고, 이 가운데 DA가 150여명 있다.
∎ 동베를린 지역에 소재하고 있는, UKB (Unfallkrankenhaus Berlin)
- 1997년에 설립된 베를린의 산재병원은 연인원 22,300명 입원환자와, 65,000명의 외래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20개의 진료과를 가진 병원이다.
- UKB의 경우는 ‘기본과’ 외에 ‘일반내과, 심장내과(심장질환진료), 신경외과, 이비인후과, 두경부외과, 신경과(stroke진료)’ 등이 있음.
- 일반병상(한곳의 regular ward를 방문)의 경우, 1인실 4개, 2인실 12개, 4인실 2개가 있었고, 병실마다 독립적인 목욕,화장실이 설치되어 있다.
- 1년간 병원의 총 수입은 1억7천만 유로(=2,550억원). 일반보험에서 1억1천만 유로(=1,650억원), 노동자보험에서 6천만 유로(=900억원)를 받고 있음.
<사진4. 병원은 숲으로 둘러쌓여있고, 노동자들은 한적하게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사진 5. 재활치료공간 - 산업재해 노동자의 재활이 특화되다보니, 그 명성으로 맨체스터 소속 등 유명 스포츠선수들도 재활치료를 받으러 이 병원을 찾는다고 한다. >
<사진 6. 산재병원 실내체육관 - 다양한 장애를 입게 된 노동자들이 어울어져 스포츠재활을 할 수 있게 한 쪽에는 스포츠용 휠체어 등이 준비되어 있다.>
독일의 경우, 전체 병원들 중에서 55%가 ‘적자’인데 반하여, 보통의 산재병원들은 흑자를 보고 있으며, 그렇게 해서 남게 되는 수입액은 직원드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하거나, 시설과장비를 구입, 건물을 신증축함으로써 재투자하고 있다. 이 병원 역시 '비영리병원'으로써 수익을 어떻게 내냐는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노동자보험에서 치료비를 지불하고, 일반 건강보험에서도 치료비를 지불하기 때문이다. 수익을 내는데 역량을 집중 할 필요가 전혀 없다.
<사진 7. 베를린 산재병원의 헬기장. 노동자가 다치면 헬기가 뜬다. 하루 평균 4회 운행한다.
모든 산재병원의 기본 모형이 헬기 1대와 이착륙시설이다. 엘리베이터를 통해 곧장 응급실로 간다. >
산재 사고시 노동자를 이송하는 전용 헬기가 있다. 추락이나 급성심근경색 같은 급한 환자가 생기면 곧바로 헬기가 뜬다고 한다. 얘기를 나누는 중에 헬기가 이륙한다. 최고급시설이 갖춰진 중환자실과 재활치료 공간, 일반 대학병원보다 훨씬 수준 높은 병원을 보았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가 생각났다. 산재를 감추려고 하청업체의 트럭에 실려 공장을 나간 노동자는 응급조치를 받지 못해 사망했다.
#2. 무상의료의 나라 영국, 새로운 고민조차 매혹스러워
런던은 입국심사가 까다롭다고 했다. 일행 중 한명이 우리가 만나기로 한 교수의 이름을 말하는 순간 너무도 손쉽게 입국이 되었다. 다른 심사도 없었다. ‘무상의료시스템 NHS(National Health Service)과 블랙교수’ 를 언급했을 뿐이었다. 공항 입국심사 노동자의 호의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나중에 알았지만 블랙교수는 현재 영국의 NHS에서 아주 중요한 인물이다.
떠나기 전 한 모임에서 영국 굴뚝 노동자의 고환암 이야기를 들었다. 지름 46cm정도의 영국의 좁은 굴뚝을 청소하는 사람은 어린이. 어린 굴뚝청소부들은 굴뚝에 잔뜩 묻은 검댕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는데, 물이 귀했던 당시 옷을 빨기 어려워 작업할 때는 맨몸이었다. 물로 대충 검댕을 씻어냈던 아이들의 고환주름에는 검댕이 늘 묻어있어 이들이 나중에 고환암에 걸리게 되었다. 최초로 밝혀진 직업병이었다. 굴뚝청소부들은 굴뚝 밑으로 떨어지거나 주인이 피운 연기에 질식해서 죽기도 했다.
영국에 머무르는 내내 오래된 건물로 눈이 갔고, 굴뚝들을 보며 비참한 직업병의 역사를 떠올렸다.
<사진8. 좌측 그림, 영국의 굴뚝청소부 (http://fyeah-history.tumblr.com) /
우측 그림, 굴뚝청소부의 작업 모식도 (wikipedia)>
<사진9. 런던의 오래된 건축물, 어김없이 아주 작은 굴뚝이 있다>
과로는 금물입니다
일정에 제약회사 방문이 포함돼 있다. 기업복지 시스템과 국가 무상의료시스템이 어떻게 조응하고 있는지 관찰하는 자리. 다양한 건강프로그램 설명을 듣다가 멈칫했다.
나의 질문은 이랬다. “이 회사에서도 상사와 하급자의 관계에 따라 일의 양 등이 건강에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 실제 어떤가요?”
“하급자가 일을 열심히 하면 상급자가 그를 불러다가 일을 열심히 하지 말라고 합니다. 너무 많이 일을 하면 당연히 건강에 영향을 주니까요”
이윤을 추구하는 곳이기에 어느 정도 걸러들어야 하고, 확인할 수 없는 말이긴 하다. 그래도 잠시 멍해진다.
런던 거리 풍경
<사진 10. 네 개 사진의 공통점, 형광조끼.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형광조끼를 입고 있다. 아침에 숙소에서 나올 때 본 출근하는 노동자들이 입고 있던 형광조끼를 보면서 한 회사에 다니는가보다 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주차관리인도, 무언가 점검하는 노동자도, 자전거로 이동 중인 노동자도 여기저기 형광조끼를 입은 노동자들이 많이 보였다. -이 네장의 사진은 한 자리에 서서 뱅뱅 돌면서 찍은 사진이다- >
Welcome to the Education Centre!
영국의 무상의료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 설명과 그 안에서 직업재해와 재활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알아보는 자리에 7, 8명 되는 담당자가 동석을 하였다. 무상의료 시스템 내에서 노동자는 일을 하다가 다치면 산재신청 따위 없이 당연히 무상으로 치료를 받는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뒤통수 맞은 느낌이다.
<사진 11 . 가이앤 세인트토마스 병원 교육센터와 그곳에서 만난 영국의 유명인사 블랙( Dame Carol Black, Principal of Newnham College Cambridge 교수. 무상의료 시스템에서 중요한 사람이다. 영국의 모든 일정은 이분의 소개로 이루어졌다>
영국의 무상의료 시스템을 보자. 영국 국민 혹은 영국에 6개월 이상 거주하는 자는 일반의사(GP, Geneal Practitioner)를 찾아간다. 이 곳에서 1차로 진료를 한 후 필요하면 2차로 필요한 의료기관으로 가게 된다.
<사진12 . 영국의 무상의료 시스템>
내 병을 알기 위해 여기저기 병원을 찾아 헤매고, 병원비로 가족 생계가 무너지는 일은 없다. 무상의료 시스템 역사를 보면, 도입 당시 노동당 총리는 의사들의 반발에 대하여 ‘의사들의 입을 금으로 채웠다'고 고백할 정도로 대타협을 했다고 한다. 이후 계속해서 늘어나는 재정부담으로 새로운 정권이 서비스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국민적인 반발이 일어나면서 60년 동안 제도의 부정적인 면을 계속 수정해 왔다. 집도 사고 생활도 해야 하는데 의료라도 나라가 해주니 좋다는 영국 국민의 인터뷰가 떠오른다.
이제 직업 관련된 부분을 보자. 이번 방문을 통해 현재 무상의료시스템이 새로운 과제에 도전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핵심은 ‘직업재활’ 이다. 일반 직업보건 시스템은 크게 4가지로 나눠지는데, 병원, 일반의, 공중보건시스템, 예방적 직업보건 프로그램 이다.
우리가 방문했던 ‘가이 앤 세인트 토마스 병원(GSTT, Guy's&St.Thomas' Hospital)’에서 4번째의 시스템인 예방적 직업보건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직업보건서비스(Core Occupational Health Services)의 내용을 보면,
① 피고용자 건강보호 (Employee Health Protection)
② 고용 중 건강 유지 (Health Maintenance in Employment)
③ 노동 생활의 개선 (Improving Working Lives)
④ 위탁사업체에 대한 조언 (Advice to the Trust)
⑤ 수련과 교육 (Training and Education)
⑥ 연구와 개발 (Research and Development)
같은 프로그램들이 포함되어 있다.
구매력이 있는 대기업들은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모두 ‘구매(계약)’하여 서비스를 제공받고, 영세 기업들의 경우는 이 중에서 일부만 구매하여 직업보건관리를 하고 있다.
기업의 규모나 재정이 충분한 경우에는 자체적으로 ‘예방적 직업보건서비스 인력 및 조직’을 구성하여 관리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국가나 정부의 각종 법적인 요구사항이나 권고사항 등에 적극적으로 호응하여 다양한 내용으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중요하게 볼 지점이 있다. 영국의 기업살인법이다. 산재를 막기 위해 기업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2008년에 만들어진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Corporate Manslaughter and Corporate Homicide Act)’은 제정 당시에도 영국 내에서 논란이 있었으나 중요한 건 산재사망이 급감했다고 사실이라고 한다. 그 법을 공표하는 자체로 예방의 효과가 충분했다는 것이다. 강력한 처벌에 대한 반대급부로 기업이 자발적으로 사고예방 시스템을 강화했다. 처벌건수가 몇 건인가를 따지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NHS의 새로운 실험, ‘Fit-For-Work’
<사진13. NHS의 새로운 실험, ‘Fit-For-Work’>
조금이라도 더 알려주려고, 다양한 담당자들이 오고가며 긴 프레젠테이션을 해 주었다. 많은 이들을 위한 꼭 필요한 시스템이 NHS 내로 편입되고 그를 위한 실험을 하고 있는 자들의 긍지를 엿볼 수 있는 시간, 그런데 Fit For Work란?
영국 사람들은 일하다가 다쳐도 그냥 병원 가서 치료를 받는다. 예산은 국가에서 부담한다. 산재보험 자체가 없다. 그러나 대다수의 국민이 노동을 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의 질병 등은 직업과 관련이 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된 최근 통계로는 ‘노동시장에서 질병으로 인한 결근에 대한 통계(Sickness Absence in the UK Labour Market 2012)’가 있는데, 위와 같은 통계 등을 통해 직업과 NHS를 연결시켜 현재 영국은 NHS시스템의 질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직업적 치료와 재활을 통해 국민들이 일터에 빠르게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의도로 만들어진 모형이 ‘Fit-For-Work’다. 핵심은 ‘조기개입(early intervention)’을 통하여 건강하고 활발한 ‘직업으로의 복귀(Return to Work)’를 꾀하는 것인데, 이를 위하여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있다. - 2010년부터 11개 지역에 ‘Fit-For-Work’ Team을 구성하여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우리가 방문한 팀 역시 11개 팀 중 하나로 Leicester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사진14. 긴 시간동안 Fit-For-Work 모형에 대해 열정적으로 소개해준 팀의 활동가들>
환자가 아파서 일반의(GP)를 찾아 갔을 때, 소견상 일에 대한 적합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GP는 해당 환자를 Fit-For-Work팀으로 보낼 수있다. 15명이 한 팀으로 특히 Leicester 지역의 경우 중소영세 사업장(SMEs(Small and medium-sized enterprises))을 주요 사업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렇게 연계된 환자는 ‘Fit-For-Work’ Service (FFWS)를 받게 된다. 이 서비스를 수행하는 팀은 특별히 코어팀(Core team)이라 불리우는데,
① 4명의 사례관리자(4 Case Managers, 대상자를 매주 만나고, 동기를 부여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필요시 사업주를 면담하는 등, 모든 문제에 대해서 지원함)
② 1명의 직업보건간호사(1명의 Full-Time-Equivalent OH Nurse)
③ 1명의 일반의(General Practioner, 1주일에 2일 근무함)로 구성되며,
코어팀의 주요 역할로는,
① 피의뢰자(clients)에 대한 요구도 평가(Health Needs Assessment, HNA)
② 일반의(GP)와의 의사소통(communication)
③ 각종 자원들(Education Retraining, Musculoskeletal, Multi access centres-home and personal interventions, Workplace interventions, Psychological therapies)과의 네트워킹 등이 있다.
특히, 사례관리자(case manager)가 연계해주는 주요개입(main intervention) 내용으로는, 근골격계 증상치료(Musculoskeletal treatment), 정신건강치료(Mental health therapy), 중개/협상(Mediation/negotiation), 학습(Learning/new skills), 부채문제/법적문제/주거문제/개인문제(Debt/legal/housing/personal), 지지/신뢰형성(Support/confidence building), 이직/구직지원(Help to leave job/new work), 통증관리(Better treatment/understanding of my pain) 등이 있다.
발표를 맡았던 한 사례관리자는 담당 환자에게 밀착하여 상담을 하고 생활을 파악하는 활동이 감정노동이 많다고 말해주기도 했다. 한 사람의 거의 모든 어려움을 파악하고 함께 해결해야 하는 일 아닌가. 한국으로 치면 사회복지사 역할인데, 특별히 자격증 등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고, 관련 전공을 했다고 한다. 이런 서비스를 무상의료 제도 아래서 받게 되는 영국 노동자들이 부럽다.
이 프로그램을 위하여 NHS에서는 전산 ‘Fit Note'를 개발하고, 일반의들(GPs)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프로그램과, 11개 지역에서 조정자(Co-ordinators) 시범사업을 시행하였고, 일하는 사람들의 건강과 안녕을 위한 국가센터(National centre)를 구축하였다.
<사진 15. 영국의 현재 무상의료 시스템에 대비하여 본 새로운 모형>
* 출처 : Black. Working for a healthier tomorrow. 2008. p78
‘Fit Note’는 일반의들(GPs)이나 다른 의사들이 ‘해당 환자의 일에 대한 적합성(fitness for work)’에 관하여 정보나 조언을 제공하는 도구이다.1) 참고로, 이 도구는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의 역할 또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① “다음의 조언에 따를 경우에 환자들이 일에 적합할 수 있다”거나, “일에 적합하지 않다”고 조언한다.
② 환자의 작업 복귀를 도와주기 위한 ‘통상적인 접근방식을 표시하는 체크박스’를 이용하여, 환자의 기능적 상태들에 관하여 코멘트를 해 줄 수 있는 여지가 있다.
③ 의사에 의해서만 작성될 수 있으며, 내용에 대하여 전화를 이용한 자문도 가능하다.
④ 환자들은 이 ‘Fit Note’를 자신의 ‘일에 대한 적합성’, ‘상병수당’ 그리고 ‘기타 수당’ 등의 근거로서 사용할 수 있다.
⑤ 이 ‘Fit Note’는 질병에 이환된 첫 6개월 중에서, 일단 3개월의 기간만을 책임져 준다.
NHS의 새로운 시범사업을 불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영국 무상의료 60년의 역사를 떠올린다. 자본주의국가 영국의 사회주의적 복지시스템. NHS를 지켜낸 영국 국민들이 존경스럽다.
#3. 우연히 밤을 샜다, 해가 안 졌다. 핀란드
비가 왔다. 찬 공기를 맞으며 도착한 헬싱키. 생각보다 도시는 알록달록하지 않다. 2012년 년 <세계 디자인 수도> 라던데…. 트램을 타고 저녁을 먹으러가는 길, 백야라 어두워지지 않는다. 그제서야 눈에 유모차가 자꾸 들어온다.
<사진16 헬싱키 트램, 유모차가 많다>
접이식 의자는 사람이 앉았다 일어나면 바로 벽에 붙는다. 유모차가 오면 누구든 일어나 자리를 양보한다. 애 키우면서 대중교통으로 다니는 걸 보니 자꾸만 보게 된다. 헬싱키에 있는 내내 나는 그렇게 탑승하는 유모차마다 인사를 나누었다.
러시아와 스웨덴 사이에서 침략의 고통을 겪은 나라. 해방을 선언하고 어디보다 혼란스러웠던 작은 핀란드는 노사정의 끈질긴 대화와 사민당의 집권으로 급속히 복지국가의 선두에 선다.
핀란드 노동자들 좋겠다 무상의료에 예방시스템까지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핀란드의 산업보건연구원(Finnish Institute of Occupational Health)을 찾아 나섰다. 핀란드 역시 무상의료의 나라이다. 건강문제(산업재해나 직업병 포함)가 생겼을 경우, ‘치료서비스’는 1차적으로 일반의사(GP)가 제공하며, 필요시 상급기관(병원)으로 의뢰하거나 병원을 옮겨 집중적인 의료서비스를 받는다.
직업과 관련된 치료와 지원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큰 틀에서 보자면, 핀란드는 직업성 사고나 질병으로 인한 치료는 누구에게나 무상의료이다. 다만 직업에 대한 건강서비스 등에 대해서는 형평성의 문제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규모가 있는 회사일수록 자체적으로 직업보건서비스를 노동자에게 시행하고 있으나, 영세규모 사업체나 자영업자처럼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는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보건소를 찾아간다. 회사에서 투자를 하며 직업보건서비스를 키워가는 곳과 보건소의 서비스 수준은 다를 수 밖에 없기에, 이 문제는 핀란드에서도 고민으로 남겨져 있다.
자세히 보도록 하자.
① 지방자치단체(municipalities) 수준으로, 지역보건소(Municipal health centre)가 중심에 있으며 해당 보건소가 자영업자, 농부, 영세한 사업장들에게 직업보건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이다. 전체 사업장의 61%, 피고용자의 32%, 직업보건서비스 단위(OHS units)의 29%가 이 수준에 위치하고 있다. 이 경우에는 주로 최소한의 필수적인 직업보건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는데, 이는 기초직업보건서비스(BOHS, Basic Occupational Health Service) 전략에 근거하고 있다.
② 사업장내 직업보건서비스 단위(OHS units)를 직접 운영하는 경우로서, 보통 큰 기업들이 스스로 인력과 재원을 동원하여 자신의 직업보건관리를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형태이다. 전체 사업장의 1%, 피고용자의 15%, 직업보건서비스 단위(OHS units)의 26%가 여기에 위치하고 있다.
③ 기업들이 바깥의 직업보건서비스 단위(OSH units)와 협약(Joint)을 맺어 사업장 보건관리를 시행하는 방식이다. 전체 사업장의 3%, 피고용자의 5%, 직업보건서비스 단위(OHS units)의 6%가 여기에 위치하고 있다.
④ 기업체가 사적인 의료센터(Private medical centre)와 계약하여, 서비스를 제공받는 모형이다. 이 경우에는 기업체가 서비스 내용을 선택·구매할 수 있으며, 기업체의 재정적 능력에 따라서 서비스 수준이 결정될 수 있다. 이 모형으로 인하여 핀란드의 직업보건서비스 제공수준과 내용의 불균등성이 커지고 있다. 전체 사업장의 36%, 피고용자의 48%, 직업보건서비스 단위(OHS units)의 39%가 이런 모형을 채택하고 있다.
‘사적인 의료센터(Private medical centre)’ 모형 쪽으로 전환된 사업장, 피고용자, 직업보건서비스 단위들이 많아졌고(특히, 큰 기업들이 자체관리 모형에서 많이 전환하였음), 그 경향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이에 공적인 지원체계의 강화를 통한 직업보건서비스 형평성 제고가 사회적으로 주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헬싱키에서 만난 반가운 사람
산업보건연구원(Finnish Institute of Occupational Health) 방문 중에 우리 일행이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한국 사람이다. WHO에서 일하는 김록호 선생이다. 한국의 직업병 운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활동가인 김록호 선생을 핀란드에서 우연히 만난 후배의사들은 흥분했다.
핀란드 복지를 견학하러 왔던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과 함께 한 시간을 통해 그 사회 보건의료체계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었다.
‘도덕적 해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핀란드 공무원들
<사진17 핀란드 산업보건연구원. 예상보다 더 멋진 보험제도>
출퇴근시간을 스스로 정하고 하루에 정한 시간을 일한다는 핀란드 사회보험청(Finnish Social Insurance Institute, KELA)으로 갔다. 유명한 건축가가 설계했다는 청사 건물. 하나하나 예사롭지 않았다. 디자인과 역사가 깃든 기념물이 공존했다. 사회보험청이 갖는 자부심이 전해졌다. 바로 시작된 프레젠테이션. 직업재활의 세계는 한국에서 보던 것 그 이상이었다. 세금을 많이 내는 나라 국민들이 그 혜택을 한껏 누리고 있다고 할까?
<사진 18. 사회보험청(KELA) 내부 멋진 건물이다>
핀란드의 직업재활과 관련된 시스템은 다양한 주체가 운영한다. 사업체에 고용되어 있는 피고용자가 ‘재활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하는 경우에는 ‘산재보험회사(Insurance company : 우리나라의 근로복지공단과 같은, 사업주에게 보험료를 징수하여 운영하는 비영리기관, 모두 7개가 있다)’가, 건강상 문제가 있는 실업인구(unemployment with illness)의 경우에는 ‘노동부(Ministry of Labour)’가, 그 외에 나머지 상황에 있는 사람들(앞에 포함되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인구집단-노인인구- 등)의 경우에는 ‘사회보험청(Finnish Social Insurance Institute, KELA)’이 재원을 지원한다. ‘교육훈련 조직(Education and training organizations)’과 ‘재활서비스 제공자들(Rehabilitation service providers)’이 ‘재활요구(client & health care)’를 관리한다.
특히 직업재활서비스 제공과 관련된 ‘개념적 접근 프로세스’는 매우 인상적인데
① 접근단계(Access phase)에서는 ‘어떻게 서비스로 유입시키는가?’
② 초기단계(Initial phase)에서는 ‘이 서비스가 이 대상자에게 바로 지금 필요한가?’
③ 목표와 계획 수립단계(Establishing the goal and the plan)에서는 ‘이 대상자에게 어떠한 직업이 필요한가?’
④ 실행단계(Implementing phase)에서는 ‘이 계획이 실제생활에서 작동할 수 있는가?’
⑤ 업무단계(In the job phase)에서는 ‘이 일이 이 대상자에게 적당한 일인가?’
⑥ 결정단계(Decision phase)에서는 ‘어떻게 그 직업으로 들어가게 할까?’
를 결정하는 체계적인 접근전략을 갖고 있다.
<사진 19. 프로세스 네트워크 관점에서 본 재활 (Rehabilitation as a processual network)>
이를 위하여, 사례관리시스템(‘Job coach’ 사례관리자 배치)을 운영하고 있는데, ‘Job coach’는 위 여러 단계들 중에서 재활 대상자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제기하는 문제에 대하여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① 사회복지사와 함께 초기 인터뷰(Initial interview)를 하면서, 대상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job coaching의 유용성을 평가하고, 초기 목표를 설정,
② 어떻게 직업을 얻나 계획하는 단계(Planning how to get to work)에서는, 직업재활과정의 목표, 여러 직업에 대한 정보, 직업실험을 해 볼 곳을 물색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며,
③ 추후관리 단계(Follow-up)에서는, 대상자의 직업실험을 지원해 준다.
④ 필요할 경우 심리전문가의 도움(Psychologists research)을 받아서 대상자의 인지기술, 학습기술, 개인적 자원 평가를 통해 도움을 준다.
한 사람의 직업 재활을 위해 배치되는 잡 코치는 오랜 시간 동안 한 사람의 새로운 삶을 함께 고민해준다. 이쯤에서 한국에선 당연히 나왔을 질문이 머릿속을 맴돈다.
“도덕적 해이에 대한 대처는 어떠한가요?”
순간 침묵이 흘렀다.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분위기였다. 더 자세히 묻는다. “일부러 재활을 받기 위해 아프다고 하거나 일을 그만두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요?”
신중하게 돌아온 대답은, 만약 그렇다면 그가 왜 거짓말을 했는지 원인을 분석해서 함께 해결해야겠지요? 복지는 불쌍하거나 도와주고 싶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다. 시스템에 속한 동등한 국민으로써 당연히 국가에서 제공받는 서비스는 국민을 존중하고, 사회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울타리를 만들어준다.
밤 아홉시가 넘으면 술을 안 팔아? 뭐 이런 일이 다 있어!
문화 충격은 곧 수다로 이어진다. 우린 궁금한 것도 많고 싶은 말도 많았다. 저녁을 먹으며 나눈 대화는 여전히 모자랐고, 맥주 몇 병 사들고 숙소에 돌아가 오늘의 일을 마저 정리하기로 한다. 편의점에 들른 우리는 황당한 소리를 듣는다.
“맥주는 안 팔아요. 법 위반이에요.”
다시 한번 들은 말을 확인한다.
“법이요?”
“네 법으로 9시 넘으면 마켓에서는 술을 못 팔게 되어있어요.”
그 때 우린, 전혀 억울하지 않았다. 다만, 그 정책에 담긴 함의를 찾아내느라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내내 대화를 나누었다. 술집에서는 마실 수 있지만, 편의점 등에서 따로 술을 팔지 않는다는 사실은 핀란드가 국민건강증진을 위해 염분섭취를 제한했던 정책이 있었다는 사실과 맞물려 대단하다는 말 밖에 없었다. 돌아오는 길, 광장에서 병맥주를 들고 술을 마시는 젊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젊음은 누구도 이길 수 없다며 즐거운 마음으로 숙소로 향했다.
헬싱키 벼룩시장 단언컨대 벼룩시장 중 최고봉!
한국으로 떠나는 날. 비행기 시간은 점심. 그냥 돌아갈 수는 없었다. 인터넷을 뒤져 벼룩시장이 열린다는 한 창고를 찾았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벼룩시장을 물으니 자신도 벼룩시장으로 간단다. 팔뚝에 커다란 문신이 새겨진 남성이었는데, 함께 한 일행은 무작정 따라가도 되냐고 묻는다. 어쩔 수 있나? 결국 그를 따라나서 걷기 시작했다. 우리가 걷고 트램을 타고 30여분동안 왔던 길을 고스란히 되돌아 걷는 코스였다. 매주 다른 곳에서 벼룩시장이 열리고 자신은 매주 그 곳을 찾아간다고 친절하게 말해주었으나, 왜 우리 숙소 근처로 가지?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따라가 보니 숙소 옆. 커다란 컨벤션 센터가 통째로 벼룩시장이 되어 있었다.
<사진 20. 매주 일요일 열린다는 헬싱키 벼룩시장은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주어진 1시간 반 동안 절반도 못 돌았다. 아기자기한 온갖 그릇과 백야를 견디게 해주는 커튼이 유난히 많았다.>
1유로에 작은 가방하나를 사고, 1유로에 꼭 맞는 운동화를 하나 샀다. 국화꽃그림 액자도 1유로에 하나. 3유로를 가지고 대단한 쇼핑을 하니 기분이 좋다. 북유럽 특유의 도자기 접시를 들었다 놨다 하며 고뇌의 시간도 보냈다. 유난히 많던 아이들의 옷과 장난감, 식기류와 커튼, 상상하는 모든 것이 있는 그 곳에서 오래도록 핀란드 사람들의 삶을 느끼고 싶었으나, 비행기는 기다려주지 않았다.
한국에 도착하니 아침이다. 짧은 여정이 꿈이라도 꾼 듯 얽혀 있다. 노동자의 자살 소식이들린다, 한국에 돌아온 느낌이 이런 건가.
페이스북에 여정 중간 중간 글을 올릴 때, 지인은 그 나라의 역사와 시스템을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난 이 세 나라를 자세히 모른다. 역사를 더 알고 싶고 제도의 맥락이 궁금했다. 한정된 시간에 다 알긴 어렵지만, 그 사회는 사람을 죽게 내버려두진 않는다는 것.
부러웠다. 우리는 더 대화를 해야 하고 우리의 일터와 사회를 자세히 관찰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을 존중하고 소중히 하는 시스템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사진 20. 함께 걷는 길 베를린 산재병원 가는 길>
1) Fit Note allows GPs and other doctors to provide more information and advice on a patient’s fitness for work - Advise that patients are "may be fit for work taking account of the following advice" or "not fit for work" / - Has space for comments on the functional effects of a patient's condition with tick boxes to indicate common approaches to aid a patient's return to work / - Can only be completed by a doctor, and allows telephone consultations / - Patients can use as evidence of their fitness for work, for sick pay and for benefit purposes. / Only cover a period of three months during the first 6 months of illness.
지난 3월 19일에 (구)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열린 보건의료단체연합 주최 [보건의료진보포럼]에서 특수고용노동자, 사내하청노동자, 요양보호사, 병원노동자와 함께 하는 “무상의료와 노동 - 한국노동자의 삶과 복지” 좌담회를 열어, 노동 현장에 대해 잘 모르는 학생들에게 임금, 안전, 환경, 복지 등 다양한 부분에 대해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퀵서비스 노동자가 위험한 일을 하면서도 사회보험에서 전혀 보호를 받지 못하는 현실, 생활임금을 벌기 위해 밤에도 일하고 일요일에도 일을 해야만 하는 자동차 사내하청노동자의 이야기는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특히 퀵서비스를 이용하실 때 ‘빨리 가주세요’ 라고 하는 말은 그 노동자에게 위험하게 일하라는 말과 같다는 호소가 청중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좌담회에서 오간 이야기들은 <이야기의 힘>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정책국은 최근 복지담론에서 빠져있는 산재보험 개혁방안을 연중 토론하기로 하고, 3월 25일에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세미나실에서 첫 정책 토론회를 열어 “산재보험개혁과제와 개혁의 우선순위”를 검토하였습니다.
* 그림 1. 정책토론회 모습
이상윤 정책국장은 산재보험의 적용범위에서 제외되어 있는 특수고용노동자를 비롯하여 가난한 자영업자에 대한 보호를 산재보험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또한 산재보험 이용의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추기 위해 신청절차를 폐지하고, 의료기관이 분류하는 제도를 제안했습니다. 산재보험에 대한 토론은 계속됩니다.
4월 19일(화) 저녁 8시, 노동건강연대 사무실에서 4월13일~18일 <후쿠시마원전사고 한일조사단>으로 일본에 다녀온 스즈키 아키라 노동건강연대 활동가의 방문보고와 주영수 대표의 특강이 있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건강피해를 발표한 주영수 대표는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이 말하는 기준치 이하의 방사선은 건강영향을 주지 않는다거나 안전하다는 주장에 대해, 기준치는 무의미하며 방사선량이 낮아도 인체에 대한 피해는 나타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경우 기준치가 계속 낮아져왔는데, 한국정부는 건강피해를 걱정하는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은 채 안전하다는 홍보만 했다는 것입니다. 이날 특강에는 노동건강연대 신입회원과 노동조합에서 참석하여 늦게까지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 그림 2. 특강 참석자들의 모습
4월19일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준), 진보정당을 비롯하여 2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하는 “2011 따끈따끈 캠페인”이 선포식을 갖고 캠페인단을 발족했습니다. 노동건강연대도 ‘노동자의 건강권 수호’라는 주제를 가지고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캠페인단은 100만에 이르는 간병요양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은 물론, 필수적인 의료기본권의 일부로 자리매김한 간병요양 서비스 질 개선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을 전개할 계획입니다.
* 그림 3. 캠페인에 참가한 간병노동자들
4월 25일 광화문 소라광장에서 “산재사망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캠페인단” (노동건강연대, 매일노동뉴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 민주노총, 진보신당, 한국노총)이 최악의 살인기업 시상식을 진행했습니다.
* 그림 4. 살인기업 시상식에서 회견문을 읽는 강문대 공동대표
노동건강연대 이서치경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시상식은 양대 노총의 발언과 “최악의 살인기업 및 특별상 선정 결과 발표”와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강문대 노동건강연대 대표가 회견문을 낭독하면서 마무리되었습니다.
건설업
제조업
1위 대우 건설 13명2위 현대 건설(주)11명3위 GS 건설 9명4위 포스코 건설 8명5위 대림 건설 7명
1위 대우조선해양 5명1위 현대제철 5명 2위 삼호조선 4명 2위 동국제강 4명
* 특별상 : 이명박 대통령 - 4대강 공사 사망 책임 2009년 8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총20명의 노동자가 사망
* 그림 5. 작업화 위에 놓인 추모의 국화꽃
* 그림 6. KBS 1라디오 [열린 토론]
산업재해로 현재 하루 평균 6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데 이는 OECD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입니다. 최근에는 신종 직업 관련성 질병도 크게 늘어, 산재예방과 보험제도 개선을 위해서 획기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산재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 보호를 위해 보험적용 대상과 기준을 완화해야 하고, 질환이나 사고의 업무 기인성에 초점을 맞춘 보상지침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제기에 따라 [KBS 열린 토론]은 산재예방과 보험제도 개선을 위한 과제에 대해 토론을 제안했습니다. 이같은 토론주제가 선정된 것에는 노동건강연대를 비롯한 노동조합과 단체들의 활동이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토론회에는 박두용 (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 한성대학교 기계시스템공학과 교수), 우기영 (근로복지공단 요양부장), 임성호 (한국노총 산재보험국장), 임우택 (한국경총 안전보건팀장), 임준 노동건강연대 집행위원장(가천의학전문대학원 교수)이 참여했습니다. 관심있는 분은 토론회 전문을 다음 주소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kbs.co.kr/radio/1radio/kbsopen/interview/index.html
[성명]
한나라당 방안으로는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산재보험 실질적 적용 확대 불가능하다
한나라당 정책위 산하 빈곤퇴치 태스크포스팀은 지난 3월 20일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산재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간 산재 위험이 큼에도 불구하고 산재보험 적용에서 배제되었던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산재보험 적용을 추진한다는 사실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방안대로 추진된다면 실질적으로 제도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뿐더러 오히려 재정 부담의 불평등을 증가시킬 위험이 있다.현행 제도 내에서도 보험설계사, 콘크리트믹서트럭 운전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등의 특수고용 노동자는 산재보험 적용을 받고 있다. 그러나 다른 노동자와 달리 이들은 산재보험료를 사업주와 50:50 부담하고 있어 실제 적용률은 10%도 되지 않는 실정이다. 다른 노동자들은 보험료를 100% 사업주가 내고 있는데, 이들은 보험료의 반을 자신이 부담해야 하니 경제적 부담 때문에 아예 본인들이 적용 제외 신청을 한 까닭이다. 그러므로 특수고용 노동자 산재보험 적용을 위해서는 이 제도가 먼저 고쳐져야 한다. 특수고용 노동자도 다른 노동자와 같이 보험료 납부 부담 없이 산재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다른 노동자들처럼 사업주가 산재보험료를 100% 부담한다는 전제 아래 현재 산재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화물트럭 운전사, 덤프트럭 운전사, 퀵서비스 노동자, 대리운전 노동자, 병원 간병 노동자 등의 모든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해 산재보험 적용 확대가 이루어져야한다. 위와 같은 전제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채 대상 확대만 이루어진다면 그 효과를 내기 힘들다. 당연히 이들도 다른 특수고용 노동자들처럼 경제적 부담 때문에 적용 제외 신청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한나라당 태스크포스팀은 특수고용 노동자 산재보험 적용을 유도하기 위해 사업주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옳은 방향이 아니다. 사업주가 100% 책임져야 할 산재보험료를 국민의 세금으로 보조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어 사업주를 보조하겠다는 발상으로 어불성설이다. 해당 노동자를 사용하고 있는 사업주가 져야 할 책임을 왜 국민들이 져야 하는가?산재 위험이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산재보험 적용이 배제되어 있는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산재보험 적용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당위에는 한나라당도 동의하는 듯하다. 하지만 차별 없이 실질적으로 산재보험 적용이 이루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한나라당 방안으로는 안 된다. 다른 모든 노동자와 같이 특수고용 노동자도 사업주가 100% 산재보험료를 부담하는 체계로 산재보험 적용이 이루어져야 한다.
2011. 3. 21 노동건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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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방사능낙진예보, 한국정부는 비를 맞지 말 것과 불가피하지 않은
야외활동 자제권고를 내려야 한다
- 교육당국은 초등학교 휴교령 고려 및 야외활동 자제 권고해야
오스트리아 기상지구역학 중앙연구소(ZAMG)는 7일 한국 중부지역 상공에서 시간당 3마이크로 시버트의 방사능낙진이 있을 것으로 예보했다. ZAMG는 유엔의 위임을 받아 미국과 일본, 러시아 등 전 세계 관측망을 동원해 방사성 물질 누출량과 이동경로를 분석하는 기관으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 (CTBT) 준수 여부를 감시하는 기관이다.그런데 정부기관과 대한의사협회 등은 현재 방사선 수준은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학계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기준은 이와 전혀 다르다. 예를 들어 미국 보건성은 (U.S. DHHS, Public Health Service Agency for Toxic Substances and Disease Registry) 전리방사선의 예방에 대해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노출되면 해롭다고 가정해야 한다"고 분명한 지침을 내리고 있다.전리방사선량에 대한 연구들에 의하면, 전리방사선은 무역치선형(NTL)모델(아무리 적은양이라도 위험하며 노출되는 양에 비례하여 위험성이 커지는 질병모델)이 적용되어야 하며, 이는 적은 양이라도 노출되면 그만큼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전미연구평의회에 의하면 연간 100 mSv의 전리방사선에 노출되면 100명당 1명이 평생 암에 더 걸린다는 것이고 이는 연간 1 mSv에 노출되면 인구 10000명당 1명이 암에 더 걸린다는 결론이다.(전미연구평의회 2006, National Reserach Council. Health Risks from Exposure to Low Levels of Ionizing Radiation: BEIR VII -. Phase 2 Committee to Assess Health Risks from Exposure to Low Levels of Ionizing Radiation). 한국 전체 인구가 연간 1 mSv의 전리방사선에 노출되면 평생 5,000명이 암에 더 걸린다는 것이다. 매우 적은 양이라도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부와 규제당국의 의무인 까닭이 이것이다.지금 한국정부는 낙진이 '무시할만한 양'이리고 말한다. 그러나 ZAMG에 의하면 내일 한국의 중부지방에서는 시간당 0.3마이크로시버트의 낙진이 예상된다. 이를 연간 노출량으로 계산하면 2.628 mSv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러한 낙진이 연간 지속되면 한국인구 중 평생 12,600명 이상이 암에 걸릴 수 있는 양에 해당한다. 이를 1/100로 줄여 잡는다 하더라도 한국에서는 126명의 암환자 발생가능성이 있다. 이는 결코 무시할만한 양이 아니다. ZAMG가 0.3마이크로 시버트까지 예보를 하는 까닭이 이것이다.또한 만일 내일 비가 내린다면 그 비는 대기 중 방사선 물질을 한꺼번에 몰고 지상에 떨어지질 수 있어 그 위험성이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어린이들, 임산부들의 경우 전리방사선은 위험하다. 어린이들은 커가는 상태이므로 세포분화상태가 활발하고 이는 전리방사선이 분화되는 세포를 주로 공격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어린이들의 경우 방사선에 노출되면 훗날 수십 년 동안 암에 걸릴 위험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우리는 이에 따라 한국정부가 전국민에게 내일 비를 맞지 말고 불가피하지 않은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권고를 내릴 것을 촉구하며 특히 교육당국은 사전예방원칙에 의거하여 최소한 초등학교 학생들의 휴교령 고려를 포함하여 야와 활동에 대한 자게권고를 즉시 내릴 것을 촉구한다.우리는 또한 한국정부가 사전예방원칙에 의거하여 방사능 낙진정보를 제대로 공개하고 이에 따른 국민행동지침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에서도 1 mSv이하의 노출환경에서도 노출경로에 대해 주기적으로 검사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ICRP 2007 권고) 국민의 불안을 줄이는 방법은 정부의 안전하다는 말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확한 정보의 제공과 그에 따른 대비책 제시에 있다고 우리는 믿는다.
2011.4.6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기자회견문]
노동자 죽이는 4대강 사업 중단하고,
건설기업에 대한 특단의 대책 마련하라
- 국제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최악의 살인기업을 선정하며
2011년은 산업안전보건법이 제정된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노동자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독자적인 법이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지난 1981년 12월 31일 산업안전보건법이 제정되었다. 하지만 지난 30년간 노동자들의 지속적 투쟁에도 불구하고 법은 법대로 현실은 현실대로인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2010년 한 해에만 노동부 공식 통계상 2,200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죽었다. 이는 여전히 OECD 국가 중 1위다.4월 28일은 국제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이다. 전세계적으로 매년 220만 명, 하루에 5,000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기업의 무분별한 이윤 추구 행위 때문에 희생되고 있다. 한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공식적으로 한국은 '산재 왕국'이다. 노동부의 공식 통계상 하루에 6명의 노동자가 죽어갔다. 노동자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법 어기기를 예사로 하고 있다. 정부가 법을 어기고 있는 사업주를 제대로 지도, 감독하고 있지 않고, 불법 사업장을 엄하게 처벌하고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이번에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된 대우 건설은 죄질이 좋지 않다. 대우건설은 현재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어 공적 자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0년 한 해 동안 총13명의 노동자를 죽게 만들어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되는 불명예를 얻었다. 대우 건설은 최근 여러 가지 이유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대우건설 사례는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생각지 않는 기업은 비윤리적 기업이라는 사실을 웅변해 주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다. 산업은행이 하루 빨리 대우건설 지분을 매각하려 서두르는 동안 죄 없는 건설 노동자들은 예방 가능했던 사고로 죽어가야만 했다. 실적만을 생각하는 과도한 기업 운영이 노동자 생명과 건강을 앗아간 것이다.2011년 특별상을 수상하게 된 4대강 공사와 이명박 정부도 마찬가지다. 빠른 시일 내에 실적을 내려는 조급증은 너무 많은 노동자의 생명을 앗아갔다. 2011년 4개월 동안에만 총12명, 공사 개시 이후 총20명의 노동자가 이 사업 현장에서 죽어갔다. 이는 산재 사망률이 최고로 높다고 하는 건설업 평균 사망률보다도 3.7배나 높은 것이다. 그야말로 4대강 공사가 ‘死대강’ 공사임이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지적이 일자, 공사의 책임자라는 장관은 사고의 책임을 노동자 개인의 부주의로 돌리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건설기업 임원이 이러한 행태를 보여도 이는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일이다. 그런데 건설기업의 무책임을 감독하고 시정해야 하는 정부 장관의 입에서 ‘노동자 실수로 인한 사고’ 운운하는 말이 나오고 있으니 참 한심한 정부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정부가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어떻게 건설기업을 감시하고 감독하여 산재를 줄일 수 있겠는가?원칙적으로 모든 산재는 예방가능하다. 사람이 실수하더라도 사고가 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산재 예방의 기본이다.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환경과 구조를 만들어 놓고 노동자 실수 운운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다. 건설 현장에서 어쩔 수 없이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면, 왜 유럽 주요 나라 건설 현장에서는 사고가 적은 것인가? 문제는 한국 노동자의 ‘안전 불감증’이 아니다. 한국 기업과 정부의 노동자 생명과 건강에 대한 책임 회피, 속도 경쟁, 실적 위주의 관리와 운영이 문제인 것이다.이대로는 안 된다. 부실 경영과 실적 위주의 경쟁으로 온갖 비리와 국토 훼손의 온상이 되어버린 건설기업에 대한 감시와 개선이 필요하다. 어느 기업보다 더 많은 노동자들을 죽게 만들고 있는 건설기업의 비윤리성과 무책임이 시정되어야 한다. 한편, 정부는 이러한 건설기업의 이윤만을 위한 것일 뿐, 국토를 훼손하고 노동자를 죽이고 있는 4대강 공사 강행을 재고해야 한다. 얼마나 더 죽고 다쳐야 이를 그만둘 것인가? 4대강 공사는 물과 땅과 동식물뿐 아니라 사람도 죽이고 있다.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건설기업이 체질을 바꾸고, 정부가 의식과 관행을 바꾸지 않는 이상, OECE 국가 중 산재사망률 1위의 오명을 씻기 어렵다. 국제 산재 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건설기업과 정부는 건설기업 이윤에 덧칠된 피의 외침을 들어야 한다.
2011. 4. 25노동건강연대, 매일노동뉴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진보신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야간노동 없애자는 유성기업 노동자의 요구는 정당하다- 정당한 파업에 공권력을 투입한 이명박 정부 규탄한다
이명박 정부는 2011년 5월 24일 오후 4시에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농성장에 기어이 공권력을 투입하여 노동자들을 강제해산하였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요구는 무리하기는커녕 정당한 것이었고, 교섭 상황 역시 예년과 특별히 다를 것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성기업 사업주는 공격적 직장폐쇄를 단행하였고 정부는 이들을 공격하였다.유성기업 사업주와 노동자는 지난 2009년 수십 년 간 지속된 주야 12시간 교대제를 폐지하고 심야노동이 없는 “주간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 실시를 합의하고 2011년 시행을 약속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주는 갑자기 합의 이행에 난색을 표명했다. 이는 곧 현대자동차 사측의 압력에 의한 것임이 드러났다. “현대차/기아차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 전 유성기업 노사 합의 이행 불가”라는 현대자동차의 지배 개입이 있었던 것이다.현재 한국에서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야간 노동을 최소화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다. 장시간 노동과 과중한 야간 노동은 생산성 향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해치고, 노동자 삶의 질과 가족 관계를 악화시킨다. 교대 근무와 야간노동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고, 그 질병으로 사망할 위험도 높아진다. 피로 누적, 수면 장애, 위장 장애, 일과 관련된 사고의 증가 등도 교대 근무와 야간 노동의 결과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 정신심리적 병리 증상과 질병이 증가하는 것도 큰 문제다. 야간 노동이 증가하면 정상적인 사회생활과 가족 관계가 어려워져서 노동자의 삶의 질이 하락하고 가족 관계가 파괴된다. 오죽하면 고용노동부조차 이러한 상황을 인정하고 2011년 한 해 동안 ‘좋은 일터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이야기하고 있겠는가?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요구는 지극히 정당하다. 이와 같이 정당한 요구로 합법적 집단 행위에 돌입한 노동자들을 공권력을 동원해 강제해산한 행위는 절대로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므로 경찰은 유성기업에 배치된 경찰을 철수하여야 한다. 더불어 명분없는 공권력 투입을 결정한 경찰청장을 파면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가 완료된 후, 유성기업 사업주는 유성기업의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에 대해 다시 성실히 교섭에 임해야 한다.
2011. 5. 25 노동건강연대
고용노동부(장관 박재완)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사장 노민기)에 따르면 지난 4월 12일 남동산업단지(인천 소재)를 시작으로 시화산업단지(시흥 소재), 하남산업단지(광주 소재) 등 3개 영세사업장 밀집공단에 「근로자 건강센터」가 본격 운영된다. 이들 「근로자 건강센터」는 이 지역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 소속 노동자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주치의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근로자건강센터」는 지역 내 기반을 둔 대학병원의 전문의와 간호사, 작업환경 전문가 등이 상주해 노동자 건강관리에 관한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건강․질병에 관한 상담, 직무스트레스 및 근무환경에 대한 상담, 건강진단 결과 사후관리, 업무적합성 평가, 근골격계 질환 및 뇌심혈관질환의 예방 등 각종 업무상질병 예방과 관련된 건강증진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근로자건강센터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모든 업종의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 노동자가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특히 평일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9시까지 운영되며, 주말에도 필요 시 문을 여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함으로써 바쁜 노동자들이 퇴근 이후에도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아울러 사업장에서 상담이나 교육을 신청할 경우에는 사전에 예약을 받아 방문 서비스도 제공한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3개소를 시범 운영한 후 2015년까지 23개소를 추가로 설치해 더 많은 노동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영세사업장 밀집 지역에 ‘노동자건강센터’를 설립하여 운영하자는 제안은 운동 진영이 꾸준히 제기해오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건강센터가 보다 효과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와 노동조합의 참여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재의 모형은 그러한 필수 요소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듯하다. 향후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문제 제기와 견인이 필요하다.
고용노둥부가 지난 5월 6일 2011년 1/4분기 산재 통계를 발표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1/4분기 산업재해자수는 21,260명으로 전년 동기(23,426명) 대비 2,166명(9.2%) 감소했다고 밝히며 정부의 산재 예방 노력이 실효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통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알 수 있지만, 업무상 사고 사망자 수와 업무상 사고 사망 만인율은 전년 동기에 비해 늘었다. 이는 실제로 산업재해가 작년 동기에 비해 더 은폐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지표다. 최근 고용노동부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정책 및 지도, 감독은 산재를 예방하기는커녕 산업재해 은폐에만 기여하는 것이 아닌지 궁금한 대목이다.
구 분
2011. 3월말
전년 동기
증 감
증감율(%)
ㅇ 사업장 수 (개소)
1,598,378
1,505,238
93,140
6.19
ㅇ 노동자 수 (명)
14,258,532
13,816,509
442,023
3.20
ㅇ 재해자 (명)
21,260
23,426
-2,166
-9.25
․사고성 재해자 수
19,557
21,434
-1,877
-8.76
․사망자 수
524
521
3
0.58
․업무상 사고 사망자 수
350
307
43
14.01
ㅇ 재해율 (%)
0.15
0.17
-0.02
-11.76
ㅇ 사망 만인율
0.37
0.38
-0.01
-2.63
․업무상 사고 사망 만인율
0.25
0.22
0.03
13.64
사용자가 산업재해를 내고도 보고를 하지 않거나 노동자 산업안전보건 교육을 하지 않는 등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하면 즉각 과태료가 부과된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을 5월 19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사업주와 노동자의 안전보건 의식을 함양하고 법 준수 풍토를 정착시키려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시 시정기회를 한차례 부여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해왔다. 이에 따라 사용자가 산업재해를 보고하지 않다가 적발되면 즉각 3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2차 적발 시에는 600만원, 3차 이상 적발 시에는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산재를 거짓으로 보고하다가 적발되면 1000만원, 안전 및 보건 관리자를 선임하지 않다가 들키면 500만원의 과태료가 즉각 매겨진다.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준수 풍토를 만들기 위해 과태료 부과 제도를 개선했다. 그간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은 위반해도 되는 법으로 인식해 온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법 이행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처벌을 강화하고 처벌을 효율화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작 이러한 제도가 실제로 기능하게 하는 것이란 측면에서 과태료 개선 정책이 실제 효과를 낼 것인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산재장해노동자가 사회복귀를 위해 직업훈련을 받지만, 3명중 2명은 훈련과 무관한 직종에 취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훈련 중 별도 수입이 없어 생활고를 겪을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법에 보장된 교육기간 1년을 채우지 못한 때문이다.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윤조덕 박사는 <노동리뷰> 2011년 5월호를 통해 발표한 “산재근로자 직업훈련 실태”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처럼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직업훈련을 마친 산재노동자의 취업직종과 훈련직종 사이의 연관성은 40% 미만에 불과했다. 산재판정일 1년부터 3년 이내 장해자를 대상으로 한 '예산사업'의 경우 훈련후 직업복귀자 1182명중 35.9%(424명)만 연관성 있는 직종에 취업했고, 나머지 64.1%(758명)는 아무 관련성 없는 직종에 취업했다. 2008년부터 도입된 직업재활급여사업의 경우도 직업복귀자 343명중 62.4%(214명)은 관련 없는 분야의 직업을 구했다. 이는 장해노동자가 직업복귀를 위해 훈련을 시작하지만, 도중에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직업훈련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윤조덕 박사는 “독일의 경우 법적으로 훈련기간을 2년 보장하고 있고, 노동자들도 이 기간 기숙생활 등을 하면서 충분히 훈련을 받기 때문에 대부분 훈련분야에 취업한다”며 “우리는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직업훈련수당을 지급받기 때문에 충분히 훈련을 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예산사업으로 직업훈련을 받은 산재노동자 1인당 평균훈련기간은 월 2.4개월로, 2009년에 비해 0.4개월 줄었다. 직업재활급여에 의한 직업훈련도 평균훈련기간이 2.6개월로 2009년(3.1개월)보다 0.5개월 감소했다. 산재노동자의 직업훈련 중단자 비율도 증가세다. 예산사업 직업훈련 중단자 비율은 2008년 5.5%에서 2009년 24.8%, 2010년엔 20.6%를 나타냈다. 직업재활급여의 경우 2009년 1.4%에서 2010년 9.5%로 증가했다. 직업훈련을 중단한 이유로는 △ 출석미달 (31.9%) △ 취업 및 자영업 (27.2%) △ 건강악화 (9.7%) 등이었다.
현행 산재 노동자에 대한 재활 시스템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부족하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부는 물론이고 운동 사회내 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양질의 일자리가 문제되고 있는 현실에서 산재 예방과 산재 노동자의 원직장복귀는 무엇보다 중요한 일자리 정책 중 하나다.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요구된다.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는 비주류다. 자영업자를 포함한 노동인구가 2천 4백만 명, 임금노동자 1천 7백만 명, 그 가족까지 포함하면 한국 사회구성원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주류로 인정되었던 적이 없다. 사회구성원의 절대 다수가 노동자인데 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까?
현재 한국 사회는 비정규, 소규모사업장 노동자, 이주노동자, 청년실업자를 포함한 광범위한 산업예비군을 한 편으로 하고,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 전문직, 관리직 등이 다른 한 편으로 분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허구적 의식이든 물질적 기반에 근거하든 후자는 임금소득 뿐 아니라 이자, 배당, 지대 이익의 사소한 일부를 자본과 공유하면서 소위 중산층을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노동자로 구분되는 것을 거부한다. 생산 및 소비 과정에서 단지 공간의 차이만 존재할 뿐 본질적 차이가 없다고 강변해도, 중산층은 이미 노동자와 섞임을 싫어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그러한 존재로 인식되는 것을 싫어한다. 이러한 노동의 분할이 노동자 건강문제에도 그대로 작동된다.
7-80년대 국가 주도형 산업화는 국가주의 담론에 기초한 생산담론을 산업역군의 논리로 정형화하고 모든 노동자에게 건강은 단지 생산을 위해 희생해야 할 도구쯤으로 각인시켰다. 다시 8-90년대 재벌주도의 경제체제는 전근대적 생산담론에 덧붙여서 근대적인 실행과 구상의 분리를 생산과정에 내재화하여 정규직 노동자를 전체 노동자에서 분리시켜 중산층으로 격상(?)시켰다.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생산을 위해 희생해야 할 도구 정도로 사회적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전략을 추구하였다. 더욱이 신자유주의 세계화 담론의 확산을 통해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노동의 유연화로 표현되는 자본의 구상을 현실화하였다.
그래서 이제 사회구성원의 다수를 점하는 노동자라는 이름은 단지 통계 분류상으로만 존재하게 되었다. 실제로는 임금만으로 먹고 살고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층과 노동자임에도 노동자로 받아들여지기를 거부하는 중산층으로 양분화 되었다. 8-90년대 저항적 노동운동의 존재는 이러한 흐름에 강력한 저지선으로 작용했지만 1997년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담론적 우위를 넘겨주면서 상황이 완전하게 역전되었다.
그러나 전 지구적 질서로 확대되어 가던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쉼 없는 자본의 욕망을 충족시켜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자본의 내재적 축적 위기와 중산층의 몰락 속에서 또 다른 위기가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위기는 중산층 전체를 체제 내화할 만한 물리적 기반을 채 갖추지 못한 한국 사회에서 더 큰 구조적 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그 위기는 중산층을 포함한 전체 노동자의 건강 위기로 표출되고 있다.
현재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노동자의 건강 문제는 화석화된 산업재해 통계로 읽혀질 수 없다.
연간 2천명이 넘는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있다는 통계조차도 한국 사회에서 구조적으로 은폐되고 있는 산업재해의 문제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010년 사고로 산재보험을 청구한 산재보험 손상환자 수는 9만여 명이다. 그러나 산재로 사고를 당해도 산재보험이 아닌 건강보험으로 이전된 환자 수는 2006년 한해만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정도로 규모가 크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현재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동자 건강 문제의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에선 직업병이라는 생각을 하지도 못하고, 인정도 되지 않지만, 외국에서는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근골격질환이나 천식 등 직업성질환자를 모두 포함할 경우 그 크기가 어느 정도일까.
산업재해 또는 업무상질병으로 특화된 노동자 건강문제 뿐 아니라 건강 수명이나 삶의 만족도 등과 같이 건강의 총합으로써 노동자 건강 수준을 고려해볼 때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 건강에 대한 배제와 차별은 상상을 초월한다.
최근 활발하게 이루어진 연구 덕택으로 소득계층이나 교육수준에 따라 건강수준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상당부분 밝혀졌는데, 명확하지는 않지만 생산과정 또는 노동의 변수가 이를 매개하거나 강화하는 핵심적 경로와 요인이라고 주장해도 크게 틀린 주장이 아니다.
태어난 계급과 출신 학교가 노동과정의 위치와 고용의 지위를 결정하고, 결정적으로 건강의 차별과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노동과정의 위험 요인은 모든 노동자의 위험이 아닌 것처럼 이해된다. 비정규직 노동자로 상당한 수준의 건강 위험이 이전되면서 건강의 차별이 구조화되는 것이다.
노동과정에서 (고용형태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상대적 자율성의 차이는 정신건강의 차이를 가져올 뿐 아니라 혈관과 내분비계에 영향을 미쳐 신체적 건강의 차이를 가져온다.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과 (기업 내부 건강프로그램 등) 자본에 의한 지원체계 역시 차별을 구조화한다.
그런데, 이러한 상대적 차이는 생산과정 및 노동과정 전반에서 노동자 일반의 건강 수준을 악화시키는 공통적인 건강의 위험요인과 결합하여 자신의 문제를 노동의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위험은 절대적․상대적으로 중첩되어 있는데, 마치 위험이 중산층이 아닌 일부 (하층) 노동자에게 국한된 것처럼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실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건강 격차가 노동자의 건강문제를 상대화하는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더욱이 실업 등으로 노동과정에서 제외된 노동자의 건강 문제는 과거 노동과정의 산물에 기초했다고 하더라도 적용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제외되어 있다. 또한 전 지구적으로 진행되는 자본의 이동이 노동자의 주기적인 대량 실업으로 이어지면서 자살, 심혈관계 질환, 암 등 직업병이 실업 상태의 노동자와 가계의 심각한 위협으로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누구도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노동의 분할과 건강의 차별적 구조화는 노동자 건강보장제도를 시민적 권리와 노동자 권리를 분리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현재 한국 사회의 노동자 건강보장제도는 시민적 권리의 획득을 의미한 건강보험제도와 노동자 권리의 획득을 의미한 산재보험제도로 구분되어 있다. 중산층으로서 시민은 합리적 의료이용과 본인부담만 전제한다면 건강보험의 보편적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전제만 인정한다면 건강보험 내에서 의료이용의 차별을 느끼지 않을 수 있고, 보편적 시민으로서 연대감도 맛볼 수도 있다.
반면 생산과정 및 노동과정의 유해요인으로 인해 불건강에 빠진 노동자는 심각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노동자는 시민적 권리로서 건강보험의 보편적 적용을 받을 것인지, 아니면 시민적 권리를 부정하고 노동자의 선택적 권리인 산재보험으로 보장받을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 그림 1. 산재보험적용의 절차는 노동자로 하여금 권리에 대한 접근을 포기하도록 만들만큼 복잡하다
노동자의 선택적 권리는 최소한 법적인 의미에서 의료비용의 본인부담은 발생하지 않지만 매우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다. 노동과정에서 본인의 건강을 앗아간 유해요인을 떠올리고 이것과 질병 간의 관계를 스스로 증명해내야 한다. 노동자개인이 전문가 집단에 의한 검증의 절차를 거쳐 질병판정위원회라는 최종적인 판정의 심판대에 올라가야만 노동자의 권리로써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게 된다.
이처럼 노동자에게 건강보장제도란 생산과정 및 노동과정에서 발생하는 건강 문제에 대하여 노동자성을 벗어던지라고 강제하는, 노동자의 권리를 포기하도록 만든 제도이든가, 아니면 매우 선택적인 절차를 통해 노동자의 일부만 노동자의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만드는 자기 분열적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현행 건강보장제도 하에서 건강에 대한 시민적 권리가 노동자 권리의 확장과 발전으로 전취된 것이 아니라 반대로 노동자의 권리를 약화시키는 도구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치명적인 독이다. 시민의 건강권을 대표하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이 진료비 할인제도 수준일 뿐 진정한 의미의 보험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것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이렇게 시민의 건강과 노동자의 건강이 분리되고 노동과정 문제가 은폐되어 있는 현행 건강보장제도를 그대로 둔 채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만을 의미하는 무상의료 전략은 현실의 노동자 건강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생산과정 및 노동과정에서 발생하는 건강문제와 소비과정 및 재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건강문제를 구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는 노동과정의 문제로 이해해야 한다. 노동권과 구분되는 시민의 권리로 무상의료를 규정하는 한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또는 복지 담론은 노동자 복지와 무관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현실적으로 산재보험제도의 개편 없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는 산재로 인한 임금 및 소득 손실의 보장을 담보해주는 휴업급여가 배제될 수밖에 없다. 노동자의 권리를 배제하는 시민의 권리가 보편적 복지 담론으로 포장된다고 할 때 노동자 복지는 보편주의에 기댄 최소주의 접근을 한다는 비웃음과 노동자 권리의 배제라는 현실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복지담론은 분배의 문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서 생산관계 및 생산과정의 문제에 대해선 침묵하는 경향이 크다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이러한 한계는 건강에 대한 노동자의 권리를 시민적 권리의 보조물 정도로 취급하는 사회구조 속에서 더욱 크게 부각된다.
노동자 건강 문제에 대한 관점을 정립해야 한다. 노동자의 보편적 권리를 시민의 권리와 결합하는 복지 담론을 전개하지 않는 한, 더 나아가 분배를 넘어서 생산과정과 노동과정에 대한 민주성확장과 노동자 참여의 조직화를 논의하지 않는 한, 복지국가담론은 중산층을 노동자로부터 분리하고 시민권을 노동권으로부터 분리함으로써 지배력을 강화하고자 한 자본의 전략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복지국가 담론이 아니라 사회연대국가 노선 등에 대한 총체적인 토론이 필요하다. 이러한 담론이 생산과정 및 노동과정에서의 건강결정요인 문제를 포괄할 수 있는지, 건강문제의 주체인 노동자가 건강 문제를 어떻게 인지할 수 있고 해결구조에 참여할 수 있는지, 그 안에서 노동자의 알권리와 사전예방의 원칙이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현재의 문제가 일시적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전개되는 자본의 운동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투쟁만으로 노동의 분할에 따른 노동자 건강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온라인을 통한 부불노동이 생산과정에 깊숙하게 편입되어 있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하는 잣대가 불명확해지고 있다. 정규직의 고용불안이 강화되어 전통적인 중산층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있는 상태에서 정규직화 투쟁을 통한 중간계층의 강화 전략은 올바른 노선일까. 실행과 구상, 정규직과 비정규직, 중심부와 주변부, 시민권과 노동권의 분리로 대표되는 전략에 반하는 적극적인 저항전선을 구축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요구하는 싸움이 동일노동 동일조건을 요구하는 싸움으로 발전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노동자의 권리를 포괄하지 못하고 건강에서 시민적 권리와 노동의 권리가 분리되어 제도화 되어 있는 상황을 극복하지 못한 채 시민적 권리에 초점을 맞추어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만을 주장하는 복지담론이 노동자의 권리를 충분하게 담아내기는 어렵다.
산재보험 개혁을 통해 노동자의 권리를 시민적 권리로 확장하고 노동자의 보편적 건강보장제도로서 건강보험과 산재보험을 통합적으로 재구축하는 노동자 복지전략이 필요하다. 재분배에 국한된 복지담론을 뛰어넘어 노동과정 및 생산과정의 불평등과 차별에 대해서 저항의 물꼬를 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