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정책국노트
- 이번 기획은 정책국 회원들이 관심있게 보고있는 주제를 모아 구성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직업성 암 실태 및 관리제도 개선 방향
강희태 / 노동건강연대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직업성 암이란?
직업성 암이란 직업적으로 발암물질에 노출되거나 발암물질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특정 직군이나 산업에서 증가하는 암을 말한다.1) 즉 직업성 암이라고 해서 비(非)직업성 암과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며, 다만 직업적인 원인으로 인해 확률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을 통칭해서 직업성 암이라고 하는 것이다.
국제암연구소(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 IARC)에서는 발암인자를 발암성의 증거에 따라 5개 그룹으로 분류하고 있다. Group 1은 인간에게서 발암성이 있는 인자들 (carcinogenic to humans), Group 2A는 인간에게서 발암성 가능성이 높은 인자들 (probably carcinogenic to humans), Group 2B는 인간에게서 발암성 가능성이 있는 인자들 (possibly carcinogenic to humans), Group 3은 인체 발암원으로 분류가 아직 불가능한 인자들 (not classifiable as to its carcinogenicity to humans), Group 4는 인간에게서 발암 가능성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 인자들 (probably not carcinogenic to humans)이다. 2013년 4월 10일 현재 목록에는 Group 1에 111가지, Group 2A에 65가지, Group2B에 274가지, Group 3에 504가지, Group 4에 1가지 인자가 포함되어 있으며2), 이 목록은 연구결과들이 쌓이면서 전문가 검토를 통해 지속적으로 수정되고 있다. 예를 들면 일주기 교란을 동반한 교대근무의 경우 연구결과가 쌓이면서 유방암을 유발할 수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되어 최근에 Group 2A로 등록되었다.
우리나라의 직업성 암 발생 수준
한국은 빠른 속도로 고령화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건강에서 암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통계로 살펴보면 2010년 한 해 동안 암 발생자수는 202,053명 (남자 93,039명, 여자 103,014명)으로 인구 10만 명당 304.8명 (남자 333.6명, 여자 297.0명)이 발생하고 있다. 2010년 현재수준으로 암이 발생한다면 사람들이 평균수명 (남자 77세, 여자 84세)까지 산다고 할 때 평생에 걸쳐 3명 중 1명 정도의 꼴로 암을 겪게 된다.3) 또한 암은 사망원인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2011년 한 해 동안 사망한 257,396명 중 암으로 사망한 사람은 71,579명 (전체 사망자수의 27.8%)으로 부동의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4)
이렇게 많이 발생하고 죽는 암 중에서 직업성 암은 얼마나 될까? 외국의 연구에 따르면 Doll과 Peto (1981년)는 암으로 인한 사망의 4%가 직업에 의한 것이라고 하였고, 암 예방에 대한 하버드 보고서 (1996년)에서는 암으로 인한 사망의 5%가 직업성 암이라고 하였다. 영국에서 나온 보고서 (2010년)에 따르면 전체 암 중 발암물질에 의한 것은 사망의 5.3% (남자 8.2%, 여자 2.3%), 발생의 4.0% (남자 5.7%, 2.1%)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하였다.5)
한국에서도 전체 암에서 직업성 암이 차지하는 정도에 대한 몇몇 연구들이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손미아의 연구6)와 김은아 등의 연구7)인데 발암물질에 어떤 것을 포함시킬 것이고 발암물질에 노출되는 집단을 어떻게 추산할 것인지 등에 따라 다른 결과를 보이고 있다. 손미아의 연구에 따르면 전체 암 중 사망의 8.48% (남자 11.57%, 여자 3.14%), 발생의 4.70% (남자 7.64%, 여자 1.42%)가 직업성 발암물질에 노출에 의한 것으로 추산하였다. 이에 반해 김은아 등은 암 사망의 1.7%, 암 발생의 1.1%가 직업성 발암물질 노출에 의한 것으로 추산하여 손미아의 연구보다는 직업성 암의 기여율을 낮게 잡고 있다. 이 결과를 한국의 암통계와 결합하여 계산하면 손미아의 연구결과를 이용하였을 때는 암 사망 중 6,100명 정도, 암 발생 중 9,500명 정도는 직업성 암일 것으로 추정된다. 상대적으로 낮은 기여율을 나타낸 김은아 등의 연구결과를 이용하였을 때도 한 해 동안의 직업성 암은 사망 1,200명 정도, 발생 2,200명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직업성 암으로 인정되어 산업재해보상을 받는 사례는 얼마나 될까? 이원철 등의 연구8)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9년까지 10년 동안 산재보상을 신청한 직업성 암은 1,933건이었으며 이 중 승인된 사례는 253건 (승인률 13.1%)으로 승인된 건수가 한 해 평균 25건에 불과하다. 손미아가 추정한 직업성 암 발생 건수 대비해서는 0.2~0.3% 정도에 불과하며, 상대적으로 기여율이 낮은 김은아 등의 연구결과를 이용하더라도 직업성 암 발생 건수 대비 1.2% 정도에 불과하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산업재해보상법을 적용받는 노동자 대비 직업성 암으로 인정받는 건수는 10만 명당 0.22명으로, 이는 12개 유럽 국가의 2006년 통계와 비교하였을 때 10만 명당 프랑스의 10.44명, 벨기에 9.86명, 독일 6.07명 등 인정건이 많은 국가는 물론이고 스웨덴 0.99명, 체코 0.89명 등 인정건이 적은 국가에 비해서도 한참 낮은 수준이며, 가장 낮은 스페인 0.39명과 비교해서도 절반 정도에 불과하였다.9)
우리나라의 직업성 암 관리제도 개선 방향
한국의 직업성 암 관리를 위해서는 크게 3가지 방향에서 제도개선이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첫째는 직업성으로 노출되는 발암물질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이고, 둘째는 직업성 암을 조기에 발견하여 빨리 치료하는 것이고, 셋째는 직업성 암에 대해서 적절하게 보상하는 것이다.
첫 번째 방향인 직업성 발암물질의 관리 및 통제는 노동자들이 발암물질에 가능한 적게 노출되도록 하는 것으로, 직업성 암 예방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사항이다. 직업성 암 예방을 위해서는 발암물질을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고, 사용해야 하는 경우라면 노출을 막을 수 있도록 충분한 보호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많은 노동자들은 본인이 발암물질을 사용하고 있는지조차 모른 상태에서 무방비로 발암물질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장기적으로 현재 시행하고 있는 작업환경측정을 넘어서 사업장별로 발암물질 노출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 및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직업성 암의 보상과 연계되어서 발암물질 노출에 대한 체계적인 데이터베이스도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방향인 직업성 암의 조기진단은 현재 특수건강진단과 건강관리수첩 제도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제도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의 직업성 암은 조기진단을 하기 위한 적절한 방법이 없다는 기술적인 문제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첫 번째 방향인 직업성 발암물질의 관리 및 통제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고 하겠다. 제도적인 다른 문제는 직업성 암의 상당수가 긴 잠복기를 가지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퇴직한 후에 발생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발견하기 위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건강관리수첩 제도가 운영되고 있으나 발암물질 중 일부인 14종에 한정되어 있으며, 그나마도 발급을 받아 건강검진을 받는 경우가 많지 않다. 발암물질에 노출되었던 퇴직 노동자들에 대한 추적관리에 대해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세 번째 방향인 직업성 암에 대한 보상 문제는 최근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건 등을 거치면서 이슈가 되고 있는 부분이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우리나라의 직업성 암 인정건수는 실제 발생 추정건수에 비해 턱없이 적은 상황이다. 이는 직업성 암인지 인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재한데다가 직업성 암이 의심되더라도 산재로 인정되기까지 그 절차가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직업성 암의 산재 인정 절차와 관련해서는 현재 발암물질에 대한 과거노출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 직업성 암의 산재 입증책임이 사업장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얻기 어려운 노동자 및 유가족에게 실제적으로 부과되어 있다는 점, 기업들이 발암물질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더라도 제재하기가 어렵다는 점, 직업성 암인지 조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 등 노동자가 직업성 암으로 인정받는데 걸림돌이 너무나 많다. 향후 직업성 암의 산재 인정 기준이나 절차 등에 대해서 지속적인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이유이다.
직업성 암에 대한 예방, 조기발견, 보상의 삼박자를 제대로 맞추려면 아직 우리 사회가 갈 길은 멀다. 하지만 시간을 들여 사회적 논의 과정을 통해 제도를 만들어나가고 재원을 마련해나간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일 때문에 암에 걸려 아프고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1) 안연순. 직업성 암의 최신 지견. 대한직업환경의학회지 2011;23(3):235-252.
2) International Agency for Reaearch on Cancer. http://monographs.iarc.fr/ENG/Classification/index.php
3) 2010년 국가암등록통계. 중앙암등록본부. 2011.
4) 2011년 사망원인통계. 통계청. 2012.
5) Rushton L, Hutchings SJ, Fortunato L, Young C, Evans GS, Brown T, Bevan R, Slack R, Holmes P, Bagga S, Cherrie JW, Van Tongeren M. The burden of occupational cancer in Great Britain. Br J Cancer. 2012 Jun 19;107 Suppl 1:S3-7.
6) 손미아. 우리나라의 직업성 암 부담연구. 국립암센터. 2010.
7) Kim EA, Lee HE, Kang SK. Occupational burden of cancer in Korea. Safety and Health at Work. 2010;1:61-8.
8) 이원철, 김동일, 권영준, 김형렬, 김인아, 유재홍, 김수근. 최근 10년간(2000년~2009년) 우리나라의 직업성 암의 산업재해보상 신청 및 승인 실태. 대한직업환경의학회지. 2011;23(2):112-121.
9) Eurogip. 직업성 암: 유럽의 산재 인정 현황. 국제노동브리프. 2013;4-24.
1. 대리운전 노동자의 현황과 업무형태
대리운전업은 1998년경부터 등장하여 급속하게 성장하였다. 초창기에는 매우 영세한 규모의 대리운전회사 위주였으나 2003년 이후 시장규모가 확대되어 현재는 수천 명의 기사를 둔 대리운전회사가 등장하였다. 2008년 현재 대리운전업에 종사하는 사람 수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우나 8만-10만 명 내외로 추정되고 있다. 이렇게 대리운전이 급속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대리운전회사는 사업자 등록만으로 영업을 할 수 있어 시장 진입이 수월하였고, 대리운전자들은 구조조정 등으로 실업자들이 양산되면서 자동차면허증만 있으면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일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별다른 규제 없이 시장이 성장하면서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났고 이는 대리운전 노동자의 근로조건 악화, 대리운전 사업주간 경쟁으로 인한 가격 덤핑으로 업종의 양극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게 되었다.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대개 오후 8시부터 근무를 시작하여 새벽 4시에서 6시 정도까지 근무를 한다. 대리운전업체와는 ‘도급계약’ 또는 ‘정보이용계약’ 등을 체결하고 PDA를 통해 제공된 콜을 먼저 잡는 사람이 오더를 수주하는 형식으로 일을 한다. 대리운전노동자는 회사와 계약한대로 수입금액의 20-30%를 정률제로 지불하며(일부에서는 정액제를 시행하는 경우도 있음), 그 밖에 콜 프로그램 사용료, 자동차보험료, PDA 요금료, 전화통화료, 이동 시 교통비 등도 지출해야 한다.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보통 하루 평균 4-8건의 대리운전을 소화하면서 월평균 100-150만 원 정도의 수입을 얻고 있다.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현재 근로자로서 인정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대리운전 노동자가 본인 의지에 따라 다양한 대리운전회사와 계약을 맺고 근무를 할 수 있으며, 출퇴근 시간이나 장소도 자유로운 등 통상적인 노동자와는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산재보험 등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대리운전회사가 프로그램에서 오더보기 금지(락)를 걸면 일을 할 수 없는 등 근로종속성도 있기 때문에 통상적인 자영업자들과도 다른 지위를 가지고 있다.
2. 대리운전 노동자의 건강문제
오종은의 조사에 따르면 업무수행 중에 재해를 경험한 사람은 21.6%로 나타났고 재해의 형태는 교통사고(45.2%), 타박상/삐임(39.8%), 기타(14.5%), 골절(14.0%) 순으로 사고와 관련된 항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사고 및 질병에 대한 치료비 처리 방법은 건강보험처리 27.1%, 가입된 민간 상해보험처리 25.8%, 자동차보험 처리 25.3% 순으로 나타났다.
위의 조사에서도 나타나듯이 대리운전 노동자에서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건강문제는 교통사고이다. 따라서 대리운전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자동차보험 가입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재 자동차보험사들이 대리운전보험의 수익률이 낮다는 이유로 이들의 보험가입을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영세 대리운전회사에 소속된 대리운전 노동자는 보험가입이 사실상 어려워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현실이다. 또한 대리운전보험 가입 관리는 회사가 대행을 통해 일괄적으로 하고 있는데 일부 업체의 경우 보험료 대행 및 수납 과정에서 이행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리운전보험은 그 구성에 따라 대인, 대물 등 피해자에 대해서 보상하는 내용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고 대리운전 노동자 자신이 다친 것에 대해서 보상하는 자손은 내용은 빈약한 경우가 있어 대리운전 중 다쳐도 자신의 돈으로 치료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3. 대리운전 노동자의 보호방안
현재 대리운전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열악한 노동조건은 상당 부분 근본적으로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 덤핑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공급과잉으로 인해 가격이 내려가면서 대리운전업체들은 대리운전 기사들을 다량 모집하면서 수수료를 여러 명에게 받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하지만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받을 수 있는 콜 수가 적어지면서 수입이 악화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대리운전회사를 설립하기 위한 규제를 강화하고, 대리운전 기사의 자격요건을 강화하며, 가격 덤핑을 막을 수 있는 표준요금제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대리운전 기사라는 직업이 다른 직업들에서 실패한 사람들이 최종적으로 가는 업종이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대리운전 기사의 자격요건을 강화하게 되면 아예 대리운전 노동자로도 진입을 할 수 없는 부작용에 대해서 고려해야 할 것이다.
대리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산재보험 가입을 유도하자는 논의가 일부 있었고, 여기에는 몇 가지 논쟁점이 존재한다. 우선 산재보험 가입 적용 방안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 그 방식에 따라 대리운전 종사자를 강제적으로 산재보험에 가입하는 당연적용 방안과 원하는 사람만 가입하는 임의가입 방안으로 나눌 수 있다. 사회보장 측면에서는 당연적용 방안이 이상적이다. 하지만 대리운전 노동자의 경우 상당수가 신용불량 상태로 자신들의 소득이 드러나기를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강제가입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종은의 조사에 따르면 대리운전 노동자 중 55.3%가 임의가입을 원하고 있었고, 특히 대리운전을 전업이 아닌 부업으로 하는 경우 임의가입을 원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 다음으로 보험료 산출 및 보상기준에 대한 논란이다. 대리운전자는 일정한 임금이 없기 때문에 정확한 소득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콜 획득을 측정하여 간접적으로 소득을 추계해 보험료를 산정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으나, 대리운전업체 및 프로그램사가 콜 획득수를 축소해서 보고하는 (사업주 측의)도덕적 해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리운전 제공시간에 대한 구간별 고시임금을 적용하거나 대리운전 노동자 평균임금을 산정해 적용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보험료부담 주체에 대한 논란이 있다. 기존의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경우 보험료를 노동자와 사업주가 1/2씩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리운전 노동자만 사업주가 산재보험료 전액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다른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보험료 부담 방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대리운전 노동자들의 경우에도 사업주와 노동자가 1/2씩 부담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현실적이다. 하지만 다른 특수고용 노동자들처럼 적용제외 신청을 적용하는 경우 회사가 PDA를 통해 업무 통제를 하고 금지(락)를 걸어 업무를 못 하게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적용 제외 신청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다른 업종보다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또한 많은 대리운전 노동자들이 하나의 회사가 아닌 중복된 업체에 등록되어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보험료를 어떻게 부과할 것인지 하는 기술적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이 글은 2010년에 유럽 직업안전보건청이 발간한 <유럽에서 직업안전보건을 향상시키기 위한 경제적 인센티브의 효과 평가> 보고서를 요약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업장 안전보건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감독과 벌칙이 우선되어야 한다. 감독과 벌칙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조건에서 경제적 인센티브는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보고서는 유럽적 맥락에서 직업안전보건 향상을 위한 유일하고 최고의 방법으로서가 아닌, 보완적 제도로서의 경제적 인센티브를 검토하고 있음을 염두에 두고 이 글을 읽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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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는 2007년 대비 2012년에 산재사고를 25% 줄일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EU의 사업장 건강·안전 규제를 각 국가 법률에 반영시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질적으로 노동자 건강과 안전을 향상시킬 수 있는 법의 집행이 필요하며, 특히 중소규모의 사업장에서 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감독과 벌칙 같은 방법으로 법을 따르도록 하는 직접적인 방법뿐만 아니라, 사업장 안전·보건을 향상시키고 유지하는 기업체에 대해 보상을 해주는 경제적 인센티브 정책도 도움이 된다.
보고서의 표지
이 보고서는 산업안전보건 인센티브의 효과와 관련된 기존 연구들을 검토하였는데, 그 연구결과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1) 사업체가 산업안전보건에 더 많이 투자하도록 만드는데 세금 감면은 효과적이다. 하지만 이 형태의 인센티브는 법인세를 납부하는 사업체에서만 효과가 있다 (즉, 공공기업이나 비영리법인에서는 효과가 없음). (2) 경제적 인센티브를 감시·감독이나 중재 프로그램에 연계시키는 것은 산업안전보건을 향상시키는 또 다른 유망한 방법이다. (3) 기업이 사업장 안전보건에 사용하는 금액에 비례하여 보조금을 제공하는 매칭 펀드(matching fund)는 산업안전보건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잠재적 방법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센티브는 기업이나 정부에 높은 행정비용을 초래한다는 단점이 있다.
한편 보험과 관련된 경제적 인센티브는 기업들이 산업안전보건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데 효과적인 방법이다. 개별 기업의 산재 발생률에 따라 보험료를 가산하거나 경감해주는 ‘경험요율(개별실적요율)’의 효과를 평가한 연구들을 검토한 결과, 이 제도가 보험 청구 건수를 줄여 준다는 결론을 얻었다. 하지만 이 방법은 기업이 보험료 상승을 막기 위해 산재를 은폐하도록 노동자들에게 압력을 가한 결과라는 비판도 따르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사회보장 제도는 주로 조세에 기반하는 비버리지 방식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를 포함한 11개국에서 채택)과 보험을 근간으로 하는 비스마르크 방식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대부분의 기존 동유럽 국가들을 포함한 16개국에서 채택)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산재보험 제도는 국가가 운영하는 독점 체계 혹은 사적인 경쟁 시장 체계로 구분된다.
몇 개의 EU 국가들(덴마크, 에스토니아, 그리스, 스페인, 영국)에서는 보험에 기반한 인센티브(예를 들면 보험요율과 관련된 인센티브)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 국가에서 보험료 가산은 위험도 구분에 따라 정해지며, 이 경우에는 사업주들이 산업안전보건에 관심을 갖게 할 만한 경제적 동기가 별로 없다. 다른 EU 국가들(벨기에, 불가리아, 체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폴란드, 포르투갈, 핀란드)은 보험료 가산이 산재 사고율에 따라 책정되는 (이른바 경험요율) 경제적 인센티브를 지니고 있다.보험 관련 인센티브를 통해 사업주들이 산업안전보건에 투자하도록 만드는 또 다른 방식으로는 사전에 정해진 모델에 따라 산재 예방 노력을 기울였을 때 보상하는 방법이다. 이런 접근법은 독일과 네덜란드 등에서 활용된다.
EU 국가들에서 산업안전보건 영역의 세금 관련 인센티브는 매우 드물다. 반면에 산업안전보건을 위한 자금 지원은 거의 모든 EU 국가들에서 시행되고 있다. 자금(보조금, 교부금)은 관련된 물건과 도구의 구입에서부터 산업안전보건 관리 체계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활동에 대해서 지급되고 있다.
이론적으로, 보조금 제도, 조세 관련 인센티브, 비(非) 금전적 인센티브는 모든 EU 국가들에 적용이 가능하다. 경험요율 또한 경쟁적 시장이나 독점 시장 모두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향후 산재 예방을 위한 노력(예를 들면 교육이나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투자)에 자금을 제공하는 방법은 제도별로 적용에 차이가 있다. 독점적 시장의 경우, 보험 회사가 투자를 한 만큼 산재 청구가 줄어들어 이득을 얻기 때문에 적용에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경쟁적 시장의 경우, 사업주가 보험 제공자를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따라서 한 보험사가 예방 활동에 투자를 한다 해도 그 이득이 경쟁 보험사에게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선뜻 투자를 하기 어렵다. 경쟁적 시장에서는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기업체와 보험사 간에 수 년 동안 장기 계약을 맺도록 하거나, 혹은 보험자들이 분담하여 공동의 예방 자금을 조성할 수도 있다.
인센티브 참여 기업과 비참여 기업의 산재율 비교 그림 (보고서 111쪽)
경제적 인센티브가 산업안전보건의 향상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조건들을 충족시키는지 검토해보아야 한다.
1. 인센티브는 산재율 같은 과거의 결과에 대해서 보상할 뿐 아니라, 향후 산재와 건강문제를 줄이기 위한 예방 노력들에 대해서도 보상해야 한다.2. 인센티브는 모든 규모의 사업체에게 개방되어야 하며, 특히 중소규모 사업체들의 특별한 필요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3. 인센티브는 사업주들의 참여를 유발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해야 한다.4. 사업체의 예방 활동에 대해 명확하고 즉각적인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5. 참여하는 사업체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기관 모두의 행정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명확한 인센티브 수여 기준이 존재해야 하고, 그 기준은 가능하면 적용하기 쉽도록 설계되어야 한다.6. 많은 사업체들을 대상으로 인센티브 제도가 시행되는 경우, 명확한 기준을 가진 보험이나 조세에 기반한 인센티브가 가장 효과적이다. 7. 특정 영역에서 혁신적인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보조금이 가장 효과적인 인센티브 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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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유럽에서 산업안전보건을 향상시키기 위해 활용되고 있는 경제적 인센티브 제도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한국에서도 개별실적요율을 적용하는 산재보험제도, 클린사업장 등 경제적 인센티브 제도가 일부 시행되고 있다. 이들 인센티브 제도가 산업안전보건 향상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보완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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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간절히 간절히 / 임준 , 노동건강연대 집행위원장
2011년 노동과건강 연중기획은 노동자 건강과 안전에 대한 사업주 책임이 불분명하여, 안전과 건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노동자 문제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관련하여 지난 가을호에서는 사내하청 노동자와 용역 노동자 등 이른바 간접고용 노동자의 안전보건 문제를 살펴보았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번 겨울호에서는 '특수고용' 노동자의 안전보건 문제를 살펴본다.
사실 이들은 과거에는 노동자 신분이었지만 사업주의 방침에 따라 개인 사업주로 내몰린 이들이다. 한편, 사회 변화에 따라 새롭게 생겨나고 있는 직업군인데, 이에 대한 사회적 관계나 제도가 이를 따라가 주지 못해 제도권 밖에 존재하며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사실 이런 특수고용 노동자의 형태와 종류는 매우 다양하고 많다. 그리고 그 조건과 양상이 직종별로 달라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원칙과 제도를 만들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에 최근 산재보험 적용과 관련되어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세 직종의 예를 중심으로 특수고용 노동자의 안전보건 문제를 살펴보았다.
일반론이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어찌 보면 단순한 측면도 있다. 이들 특수고용 노동자도 다른 노동자와 같이 '노동자'라는 사실이다. 이것을 전제로 해결의 실마리를 풀면, 어렵고 복잡해 보이는 특수고용 노동자 문제도 쉽게 해결될 수 있다. 쉽게 해결될 일을 '특수'하게 해결하려다 보면 문제가 더 복잡해질 수도 있다. 이들의 안전보건 문제도 '특수'하게 해결할 일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간병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방안과 건강문제 / 정해명, 공인노무사, 노동건강연대 정책위원
택배노동자의 건강과 산재보험 적용 방안 / 임형준,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노동건강연대 정책위원
대리운전 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 / 강희태,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노동건강연대 정책위원
한 해가 가면 10대 사건, 올해의 인물, 올해의 가수, 올해의 고사성어 등 한해를 톱아볼 수 있는 '이벤트'를 벌인다. 이러한 결산 이벤트는 결산 주체의 시선과 선호를 그대로 들어낸다. 방송국의 각종 대중음악 시상식은 힘 있는 연예 기획사와 프로그램 시청률를 고려하여 미소년소녀 떼창 가수들을 시상대에 세운다. 각종 일간지들마다 선정하는 히트상품은 광고주를 위한 배려가 듬뿍 묻어난다. 미국의 '타임'지가 시위자들을 2011년의 인물로 선정한 것이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켰지만, 여기에도 '시민'이 존재할 뿐 '노동자'는 존재하지는 않는다. 아랍 민주화투쟁이나 유럽의 투쟁에서, 또 미국의 투쟁에서 노동자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도 말이다. <노동과 건강> 편집위원회는 우리의 방식대로, 노동의 눈으로 2011년을 돌아보고자 한다. 노동, 환경, 정치, 국제에서 지난 한 해 어떤 일이 있었고 노동자와 민중의 삶에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되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위원회 공동 집필>
슬픈 21세기 노동의 자화상 - 유성규, 노동건강연대 편집위원회, 공인노무사
그 날 이후 세계가 변했다 - 후쿠시마의 노동자들 - 스즈키아키라,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지난 해 내가 들은 가장 정치적인 말 -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노동자들은 싸운다 - 고통과 혼돈의 국제사회
레드카펫 없는 극장, 1895일의 주인공들에게 바쳐진 영화를 보다
기륭비정규직 투쟁을 이끈 유흥희 - 전수경 / 노동건강연대
한미 FTA는 노동자 권리를 침해한다 / 박노준, 공인노무사
지연 게임 : 화학산업의 규제 회피 전략 / 임형준,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노동건강연대 정책팀
"월급도 적은 데 일하러 오는 의사라면 의식있는 의사입니다."
- 텐묘 오시오미 선생
노동자 산재 사망, 이득을 얻는 자가 책임지는 것이 정의다
2011년 11월 11일 (금) 대전에서 개최된 대한직업환경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는 <전자산업의 건강문제>라는 제목의 심포지엄이 열렸다. 한편 다음 날인 12일(토)에는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반도체,전자산업 노동건강권과 환경정의 국제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들 행사는 반도체, 전자산업 관련한 건강 및 환경 문제에 대한 국내 첫 공식학술행사이자 국제심포지엄이었다. <노동건강연대>와 <프레시안>은 이들 행사에 참석 차 내한한 테드 스미스(Ted Smith)와 웬링 투(Wenling tu)를 만나 전자산업 노동환경정의 문제의 핵심 이슈와 국제 동향을 들어보았다.
테드 스미스는 현재 <기술의 사회적 책임을 위한 국제운동 (ICRT, International Campaign for Responsible Technology)>의 코디네이터이며, <실리콘밸리 독성물질 방지연합(SVTC, Silicon Vallye Toxic Coalition)>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웬링 투는 대만 국립정치대학 공공행정학과 부교수로서 현재 <지구공민기금회(CET, Citizen of the Earth in Taiwan)>의 이사로 활동중이며 <대만환경행동네트워크(TEAN, Taiwan Environmental Action Network)>의 설립자 중 한명이다. 이들은 국내에서 번역출간된 [Challenging the Chip(세계 전자산업의 노동권과 환경정의)(메이데이 2009)]의 공동 저자들이기도 하다. 인터뷰는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인 김명희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연구원이 진행했다. 글은 2부로 구성되며, 1부는 테드 스미스, 2부는 웬링 투와의 인터뷰를 각각 담고있다.
전자산업 노동자 건강권 운동의 산 증인, 테드 스미스를 만나다
대만의 전자산업 환경문제 연구자이자 활동가, 웬링 투를 만나다
업무관련성, 애정남이 필요해 / 이화평,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노동건강연대
중국 신세대 농민공들의 투쟁 / 박진욱,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노동건강연대
소비의 패턴을 바꾸는 것은 꽤 불편한 일 / 이서치경, 노동건강연대
'노동자건강의 정치경제학' 강독 후기 / 최승현, 공인노무사
<국경없는 마을>에 놀러오세요 / 박혜영,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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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너 누구냐 / 강문대, 변호사
시간의 주인이 되자 - 비표준적 노동시간의 정치경제학적 의미
/ 김인아,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대근무는 인간의 건강에 치명적이다 / 임신예,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경희대학병원 산업의학과
일본의 심야, 장시간 노동에 대한 현실과 대책 / 스즈키아키라, 노동건강연대
남은 이야기 : 어느 출장검진의사의 야간노동 / 김현주,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남들이 안 하는 것을 하는 게 제 일관성이죠"
주영수 대표를 만나다 /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복수노조와 교섭창구 단일화에 대하여 / 임치용, 공인노무사, 노무법인 참터 강원지사
ILO 가사 노동자 협약의 의미 / 박진욱,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일본의 성적 괴롭힘 산재 인정 기준 개정 / 스즈키 아키라, 노동건강연대
1984 ~ 1998년 미국 여성의 직업성 폐암 / 임형준,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벌레 세상, 참고살아야지 / 이서치경, 노동건강연대
분석 : 삼성반도체 노동자의 산재 1차 판결, 어떻게 볼 것인가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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