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론회 지상중계 >
노동자 산재사망, 이득을 얻는 자가 책임지는 것이 정의다
토론회 : 원청 ․ 발주업체 책임강화 방안
토론회 기획의 변
지난 12월 13일 민주노총 중회의실이 붐볐다. 넓지 않은 곳이긴 하지만, 이어지는 하청․비정규노동자들의 산재사망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높아진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토론회 나흘 전 공항철도 인천 계양역에서 선로보수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노동자 5명이 열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엄동설한의 겨울밤, 자정이 넘은 시각에 작업에 투입되어 예고 없이 죽어간 5명의 노동자들. 열차가 온다는 것을 알기만 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란 점에서 이 사고는 충격을 주었다.
죽지 않을 수 있는데 왜 죽는가. 산재사망에 대한 문제의식은 여타의 죽음과는 좀 다른 것이다. 건강이 악화하여 사망하거나, 교통사고, 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우발적인 죽음은 모두 ‘막을 수 있었다’는 가능성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예측 가능성이나 시스템의 직접적 영향력이라는 측면에서 산재사망은 특별히 문제가 된다. 자본주의 안에서 기업의 경제활동은 효율적 관리시스템 하에서 계획, 실행, 평가된다. 따라서 일터에서 발생하는 노동자의 사망은 통제할 수 있는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비용과 시간 부담에서 노동자의 안전이 부차적인 고려대상인 경우에 사망과 사고가 발생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유사한 사망과 사고가 몇 년, 몇 개월을 주기로 계속 일어난다면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는 시스템이 사고를 부르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큰 시스템을 바꾸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 기업과 노동자의 관계가 바뀔 날까지는 말이다. 우리는 작은 변화라도 도모할 수 있다면 그 변화를 만들어서 죽음을 줄이거나 멈추게 하고 싶다. 게다가 자본주의를 경제원리로 하는 모든 국가가 여기, 이 나라 만큼 노동자를 죽게 만드는 것은 아니라 하지 않는가.
권력을 갖지 못한 계급의 딜레마일 것이다. 경제활동이라는 이름으로 건강과 생명조차 착취 대상이 되고, 다시 이를 경제손실액으로 계산하는 체제를 혐오하면서도, 작은 변화라도 쟁취하기 위해 체제의 핵심인 법에 호소해야 하는.
모순과 갈등 속에서 결국 우리는 몇 가지 법조항의 수정을 검토하게 된다. 그 결과가 이 날의 토론회이고, 토론회를 시발로 법을 개정하여 노동자 사망을 줄이기 위한 작은 운동에 나서기로 하였다. 선의가 있다고 법이 쉽게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정리 : 전수경 편집위원).
§ 원청 ․ 발주처 책임 외국 법안 비교 - 임상혁 / 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
12월 9일의 열차사고를 보면서, 옛날에는 시설수리가 정규직노동자의 업무였기에 시설노동자 사망사고는 큰 이슈가 되었다. 현재 아웃소싱이 많이 돼서 하청노동자가 많이 하고 있지만. 제가 올해 했던 연구가 있는데 화학설비 공장의 안전에 대한 것이다. 화학산업은 넓고 수많은 파이프가 지나가는데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수리를 하게 될 때, 작업하는 사람은 파이프에 어떤 물질이 지나가는지 전혀 모른다. 수리작업을 하는 이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유해물질 노출이 높다고 나온다. 철도사고 만이 아니라 병원에서 간병하는 노동자가 주사침 바늘에 찔렸는데 전염성환자인지 모르는 경우처럼 원청의 보호를 못 받는 사례는 무수하다. 어떤 위험물질, 위험행위에 대해 경고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독일은 여러 사용자에게 속한 노동자가 적절한 조치를 받고 있는지를 도급사업주에게도 공동책임을 지운다. 수급사업주가 적절한 지시를 하도록 위험 정보도 제공해야 한다. 위험정보를 서면으로 작성해서 보고하도록 하면서 서면 작성 시 이주노동자가 그 나라 언어로 이해하게 작성하라는 표현이 있다. 위험평가를 공동으로 실시하고, 일하기 전에 위험성평가를 보고하고 조치하도록 하고 있다.
영국은 원청이든 도급이든 사업주가 안전을 보장하게 되어 있다. 건설업에서 도급노동자를 보호하고 노동자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위험성평가에서 확인된 안전과 건강위험사항을 평가하고 전달할 의무가 있다. 도급사업주가 노동자, 사업영역이 다른 사람들, 작업 영향 다른 사람들, 잠시 와서 지나가는 사람들 포함하여 안전조치를 해야 한다.
§ 간접고용․하청구조에서 사망사고에 대한 법적 처벌결과 - 정해명 / 노무법인 삶 공인노무사
대기업의 산재사망 재판에 대형로펌이 들어가서 사법부 판단이 흐려지고 사망사고에 대해서 범죄라고 인식을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40명의 노동자가 죽은 사고가 1심에서 2년 6개월, 2심에서 벌금 2천만 원을 받았다. 회사대표는 무죄다. 7월의 이마트 사고역시 현생법상 발주업체가 고발대상이 아니다. 이마트는 전혀 책임을 안 진다. 3차 산업이 확산되는 구조에서 2차 산업 중심의 법조항으로는 책임을 물을 법이 없는 것이다. 도로교통위반도 벌금이 200만원인데 노동자사망에 벌금이 3백만 원이다. 합리적 핵심은 말도 안 되는 사고가 빈발하는데 왜 줄어들지 않는가이다. 현재 사업주 개념을 근로기준법의 사업주 개념을 넘어서 확장해야 한다.
§ 원청 ․ 발주업체 책임강화 방안 - 강문대 / 변호사
사고가 일어나면 형사민사책임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묻는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고 난 후 처벌을 정한 법이 아니지만 사고가 나면 보게 된다. 평소 처벌할 수 있는데 사망이 일어난 후에 책임을 묻는 것이다.
민사책임인 경우에도 하청업체는 돈이 없다. 도급이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지휘감독권한이 있는 수급업체 사용자에게 배상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 이번 공항철도 사고를 보면 안전과 직결된 도급은 금지하도록 범위를 넓혀야 한다. 지금 도급금지는 수은처럼 아주 구체적 규정을 두고 있는데 철도, 궤도안전, 건설 등으로 범위를 넓혀 도급을 제한하는 것이 예방책이 될 것이다.
형사처벌 강화에 대해서는 형사책임의 장단점이 있는데 책임을 정확히 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발주처 책임을 물을지, 무슨 책임을 지울지 구분해서, 이득을 얻은 자가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관여했던 안했던 무조건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형량실태를 추적해서 연구 작업을 해야 한다.
책임 있는 사업주에게 책임을 지워야 한다.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지 입법적 결단이 필요하다. 특별법 형태를 고민할 있다. 환경범죄, 보건범죄도 처벌에 대한 특별법이 있다.
§ 토론 1 - 최명선 / 민주노총 노동안전국장
위험한 작업에 대해서 도급금지하는 조항을 확대해야 한다. 최근 사례를 보면 조선업에서 비파괴검사가 다단계로 내려가서 안전조치 없이 위험작업을 하고 사망에 이른 사례가 있다. 몇 가지 위험작업에 대해서 도급을 금지할 근거가 있다. 유해작업 도급 금지를 어떤 범위로 어떤 업종까지 확대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노동자 사망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은 책임범위 갖고 있어야 처벌근거가 된다. 원청의 책임을 강화한다는 것은 현재 법에서 서비스업이 빠져있는데 서비스업을 넣어야 한다. 이는 보건복지서비스, 병원, 교육 등 전체적으로 서비스업 으로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 토론 2 - 조기홍 / 한국노총 노동안전국장
40명 노동자가 사망해도 벌금 2천만 원, 4명이 사망해도 200만원 벌금이 현실이다. 도급금지 관련해서 하청, 도급, 위탁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 본다. 자본이 더 확대하려고 할 것은 당연하다. 사망사고가 일어난 도급업무, 중대사고가 일어난 업무는 도급을 금지하는 실질조치가 마련돼야 한다. 정규직노동조합의 요구도 정규직노동자가 하청노동자를 같이 보고 정규직과 하청노동자의 보호방안을 같이 만들어야 한다.
§ 토론 3 - 박종국 / 건설노조 노동안전국장
건설업을 보면 1년에 700명이 사망하고, 2만 명이 사고를 당한다. 심각하다고 느끼지만 일용직 비정규직이 대부분인 건설노동자에게는 산재보다 고용, 임금 체불이 문제이다. 건설현장 산재는 시민의 생명까지 위협한다. 지난 12월 일어난 신길동 천공기 전복 사고가 그러하고, 2008년, 2009년 버스정류장에서, 민자 역사 건설현장에서 시민들이 사망했다.
신길동 천공기 사고를 보면 4단계의 하청구조를 거쳐 사고가 났다. 신호수, 안전관리자를 배치하지 않았고, 3인 1조 근무를 해야 하는 일을 혼자 다했다. 아웃소싱하고 특수고용노동자는 산재처리도 안 된다. 발주처 역할이 중요하다. 제철소는 현대나 포스코가 발주처다. 대기업정유사, 정부, 공기업인 한전, LH공사 같은 공룡과의 싸움이다. 건물이 고층화되면서 사고도 대형화한다. 5명이 사망한 여의도 국제금융센터는 서울시가 발주처였다. 건설현장의 장비는 시공회사가 대기업이어도 하청, 외주, 임대하기 때문에 원청 책임이 적용되지 않고, 사고가 나면 개인이 떠안아야 한다. 4대강 공사할 때 굴삭기가 전복됐는데 근로복지공단은 굴삭기 기사에게 산재치료 받은 돈을 내놓으라고 구상권을 청구했다.
건설현장 노사협의체에 발주처가 참여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2009년 의정부 경전철 사고에서 원청인 GS건설은 무죄를 받았다. 노동자 사망에 대해 사회가 갖고 있는 온건한 태도, 일하다 보면 죽을 수 있지 하는 생각에 대해서 문제제기 되어야 한다. 건설현장의 사망만 봤을 때 10년간 7천여 명 죽었지만 처벌받은 건수는 7건이었다.
§ 토론 4 - 박두용 / 한성대 교수
왜 발주처, 원청기업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 과거에는 발주자, 원청기업이 관리하던 영역이 분사, 도급이 늘어나면서 위험관리를 하도급에 넘기고 위험은 취약계층에 떨어진다. 위험 전가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발주업체, 원청이 개입하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렵다.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한다. 발주, 원청기업의 책임에 대해 현행법을 생각하지 않고 짚어보면 두 가지 고민이 있다.
하나는 사회정의에 맞느냐 하는 것이고, 하나는 사고예방효과 측면에서 책임과 권한에 대한 것이다. 원청기업의 안전 책임범위에 대해서 말하자면, 타인과 근로계약을 맺을 때 천부인권을 침해하는 계약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안전조치를 하지 않는다는 것에 동의하고 계약을 맺는다 해도 성립이 안 되는 것이다. 시간과 장소에 통제권을 갖는 사람이 건강과 생명을 침해하는 계약을 할 수는 없다. 임금지급의 책임과 안전의 책임이 있는 것이다.
사업주와 노동자 사이의 논리만이 아니라 타사업장을 사용하는 사업주에도 확장이 가능하다. 시간과 장소에 통제권을 갖는 원청 사업주나 발주자가 그가 사용하는 하도급사업장에 대해서도 안전책임이 발생한다. 사회에서 누군가는 위험한 일을 해야 하고 누군가 이득을 보고 있다면 이득을 보는 자가 위험을 관리해야 하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경제이득을 취하는 자가 위험관리하는 것이 맞다. 환경 오염자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처럼. 우유팩의 수거 책임은 우유회사에 있는 것이다.
이번 공항철도 코레일 사고를 보면 코레일을 원청이든 발주자로 보고 지배 관할하는 모든 사업장에 대한 안전책임을 명시해야 한다. 법제화가 되든 안 되든 검토가능하다고 본다. 어떤 책임을 중요하게 볼까가 중요하다. 안전에서 가장 쉬운 근원적인 첫 단추에 대해서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 사업주가 위험을 파악하고 인지하는 것이다. 인지는 알려주는 것을 포함한다. 알고 있었나 모르고 있었나가 핵심이다. 이번 사고에서 코레일은 몰랐다고 하는데 모르면 더 처벌받아야 하는 것이다. 몰랐다는 변명은 죽어도 좋다는 법리와 같다. 지금은 모르고 있었다고 하면 빠져나가는데 사업주는 알고 있어야 한다. 원청과 발주자에게도 같은 논리를 적용해야 한다.
§ 자유토론 - 임준 / 노동건강연대 집행위원장
정치적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의 위기이고, 노동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급격한 정책 변화에 맞물려서 2012년 이후 전략을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운동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을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 자리에 민주노총 한국노총이 왔는데 사고의 전면적 전환이 필요하다. 오늘 이후 별도 작업을 제안하면서, 노동자 사망에 대해서 시민사회에 노동단체가 문제를 던질 준비를 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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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확대가 결혼 연령을 늦추거나 안 하는 비율을 높인다는 언급에 대해 여성 비정규직은 결혼 후 파트타임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성비정규직과 임금 차이가 없어지면서, 예전에는 여성의 미혼 비율이 높지 않았는데, 남성처럼 결혼하지 않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여성 비정규노동자는 결혼하지 않고 부모와 사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도 한국처럼 특수고용노동자가 있는가?특수고용이라는 말은 일본에 없다. 노동자 내지 자영업자이다. 노동자가 싸우지 않으면 모두 자영업자로 분류되고, 사회보장제도의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한국은 네 가지 특수고용에서는 산재가입을 할 수 있는데, 일본은 특별가입으로 자기 돈 내고 자영업자 형태로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전에는 보험설계사, 레미콘운전사가 노동조합에 속했지만, 요즘에 와서는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판례가 생기고 있다. 독립자영업자라고 하면서 사용자 지위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자가 소송을 제기하고 싸운다. 노조 만들고 인정하라, 노동자성 있으니까 산재 보상하라고 소송하는 것이다.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다. 비정규직 연봉 200만 엔이면 일본 내에서 어느 수준인지 가늠이 안 된다일본의 생활보호 제도는 지자체마다 약간 차이가 있는데 교토의 경우 30세 부부와 2살 아기의 최저생계비가 한 달에 22만 엔 (약 300만 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연 200만 엔 (약 2,700만 원)이면 혼자 살기도 어렵다. 부모와 같이 살아야 겨우 살 수 있다. 부모가 사망하면 집에 있을 수가 없어서 노숙자 되는 젊은이도 있다. 결혼하지 못하고 부모가 사망해도 국민연금 받으려고 신고 안하는 젊은이도 있다. 2007년 여야가 역전된 것에 비정규노동자 증가가 영향을 미쳤나?계기가 되었다. 파견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비정규고용이 늘어나면서 신자유주의 정책에 국민이 더 이상 못 참겠다고 선거로 선택한 것이다. 민주당, 사민당, 국민신당 세 야당에서 파견법 개정이 쟁점이었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기업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처럼 일본에 유사한 판례가 있나?비슷한 판례가 없다, 2008년 4월 마쓰시다 사건이라고, 현대차하고 비슷한 사건이 있었는데 오사카고등재판소에서 이겼으나 대법원에서 작년 12월 패소했다. 2008년에 금융위기 이후 파견노동자들이 많이 해고당했다. 60건 정도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데 다 개인들이 제기한 해고무효 소송이다. 일본 파견법에서는 한국처럼 2년 이상 사용하면 직접고용이다,라는 조항이 없다. 원청의 지휘를 받았다는 증거가 있으면 정규직이라고 주장하는 한국 대법원 판결을 보고 우리는 용기를 받았다. 일본도 한국처럼 노동조합 운동을 탄압하는가? 노조가 힘이 있을 때, 사업장에 활동가가 있을 때에도 그런 일은 일어난다. 이를테면 공산당 활동가를 사찰, 미행한 사건이 있었다. 기업이 노동자의 퇴근 후와 휴게시간에도 계속 감시했다. 기업의 감시는 불법이다 소송을 해서 노동자가 이겼다. 기업이 감시한 것은 직장에서 인간관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대법원 판결로 확정했다. 노동조합이 모든 노동자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이 있는가?금속노조 구호 속에 ‘총고용’이라는 말이 들어 있다. 고용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그에 병행하여 임금 쟁취 투쟁이 있어야 한다. 제일 나쁜 조건에 처한 노동자를 대변하면서 전체 임금을 인상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이탈리아 노조를 보면 노동조합이 활동가 단체이지만, 일단 파업에 돌입하면 노조원 수의 5, 6배가 동참하고 그 협약은 전체노동자에 적용된다. 지금은 고용불안정이 확산되어 있기에 일을 하고 있어 실업율은 줄어들었지만 빈곤율은 늘어나는 역설적 상황이다. <2> 미국의 노동안전보건 운동 일시: 11월 5일 오후 4시-6시 장소: 성수노동자건강센터 교육장 통역: 박준규 (건강과 대안 상임연구원)
이 날 강연을 맡은 찰스 레벤스타인 (Charles Levenstein)은 현재 매사추세츠 주립대학 로웰 캠퍼스(UMass Lowell) 보건환경 대학원 석좌교수이고, 크레이그 슬래틴 (Craig Slatin)은 같은 대학원의 교수입니다. 두 분은 노동자 건강의 정치경제학, 노동 환경 정의에 관련된 연구를 주로 진행해왔으며, 보건의료노조, 교원노조와 함께 현장 활동도 활발하게 해온 활동가이기도 합니다. 레벤스타인 교수는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노동자였지만 아들은 노동자가 되지 않기를 바랐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일찍이 사회운동에 참여했고, 대학교수가 되기 전에는 노동조합연맹의 수석경제학자로도 일했다고 합니다. 슬래틴 교수는 대학 중퇴 후 육류 생산 업체의 운송 노동자로 일하다가 노동환경과 안전보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어 뒤에 소개할 COSH 그룹을 찾게 되었고, 그 곳에서 활동하던 중에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보건대학원을 진학하고 나중에 교수가 되었습니다. 두 분은 그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에서 노동조합과 보건의료 전문가 집단, 또 지역사회 환경운동 그룹이 함께 하는 안전보건 운동에 대해 소개해주었습니다. 안전보건과 관련된 노동자들의 조직적인 행동은 광산노동자들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후 산별연맹들이 안전보건 문제를 주요 이슈로 다뤄왔지만, 다들 알고 있는 것처럼 노조운동의 쇠퇴는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도움이 되었던 것은 미국직업안전보건청 (OSHA)의 ‘뉴디렉션 (new direction)’ 프로그램입니다. 이는 1970년대 후반에 시작된 것으로 안전보건과 관련하여 전문가나 활동가, 노동조합 간부들을 교육하는데 자금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는 안전보건 교육과 활동가 양성을 물론 기초적인 노동자 조직화 사업 등에도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에 들어 레이건 행정부가 집권하고 직업안전보건청에 반노동 인사를 책임자로 선임하면서 이 기금은 노조보다는 사업주가 받아가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1986년에 시작된 ‘유해 폐기물 처리 노동자 훈련 프로그램’입니다. 미국 전역에 매립된 산업폐기물 처리를 위한 슈퍼펀드 (superfund) 법과 연계하여, 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훈련 프로그램이 마련되었고, 이를 통해 노동자들의 안전보건 교육을 진행할 수 있었다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노동안전보건 운동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축은 전문가들입니다. 미국 공중보건협회 (American Public Health Association, APHA)는 공중보건 전문가들의 가장 큰 단체로, 주로 대학에 재직하는 연구자들로 구성된 학회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여기의 직업안전보건 분과는 196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주로 기업에 고용된 산업의학 의사들이 주축을 이루었지만, 이후 60년대 좌파 운동을 경험한 진보적 성향의 의사들이 분과를 장악하면서 다른 공중보건 전문가들과 노동계와 연합을 구축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분과는 현재 안전보건 전문가들과 노동계를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록 학회는 1년에 한 번 열리지만, 메일링리스트를 통해 주요 이슈들을 지속적으로 공유하면서 토론의 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레벤스타인 교수가 예전에 이 분과의 수장을 맡기도 했었다고 하네요. 국내 언론에는 매우 인색하게 다뤄졌지만, 공유정옥 씨가 반올림 활동의 공로를 인정받아 상을 받게 된 것이 바로 이 분과입니다. 공중보건협회는 전문가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는 공간이기에, 사회적으로나 학술적으로 무시하지 못할 지위가 있어서 캠페인 활동에 유효한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합니다.
중요한 또 다른 주체는 ‘안전보건 연합 (Coalitions for Health and Safety, COSH)’입니다. 지역사회 풀뿌리 운동의 성격을 가진 것으로, 60-70년대 미국 민권운동의 영향 속에서 성장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70년대 중반, 시카고 지역에서 처음으로 COSH가 설립된 이래, 여러 지역으로 이 운동이 퍼져나갔다고 합니다. 매사추세츠, 뉴욕, 필라델피아, 코네티컷 등 여러 주로 COSH 운동이 퍼져나갔습니다. COSH 그룹들은 참가하고 있는 단체들 성격이나 지역 특성들이 다양한데, 이를테면 레벤스타인과 슬래틴 교수가 속해있는 MassCOSH (매사추세츠)는 보건의료 전문가와 노동조합이 주요한 활동의 축이고, 뉴욕 COSH는 강력한 노동조합들이 핵심 세력이며, 코네티컷은 ‘뉴 디렉션’ 프로그램의 영향을 통해 지역사회 주민단체와 연계를 조직했고 특히 히스패닉 이민자들의 참여가 활발하다고 합니다. 활동의 내용이나 방식들이 다양하기는 하지만 대체로 전문가들, 노동조합, 지역사회, 환경운동 단체들이 함께 연합을 구축한다는 것은 공통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뉴저지 주에서는 주민들의 산업 공해에 대한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적 소송을 하기도 했고, 실리콘 밸리에서 사용되는 유해 화학물질에 대한 노동자 교육, 혹은 정보공개 투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뉴욕 COSH는 가장 규모도 크고 활동도 왕성한데, 지난 세계무역센터 테러 사건 당시, 사고 현장의 먼지 실태와 노동자들의 건강문제를 공개함으로써 뉴욕타임즈에서도 이를 다루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캘리포니아 COSH 같은 경우, 노동조합의 조직력이 약화되면서 현재 대학이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또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국 단위의 공통 캠페인을 전개하기도 합니다. 오바마 행정부로 바뀌면서 노동부와 OSHA에 개혁적인 인물이 수장으로 임명되었기에 COSH 운동에도 활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있다고도 합니다. 현재, 미국에서 주목해야 할 새로운 움직임은 ‘노동자 센터 (Workers' Center)’입니다. 이는 전통적인 의미의 노동조합이라고는 할 수 없는, 새롭고 자발적인 형태의 노동자 결사체인데 전국에 100개, 보스턴에만 이미 6군데가 세워졌다고 합니다. 주로 이주노동자들이 참여하고 있고, 특히 남미에서 이주해온 좌파운동의 경험이 있는 노동자들이 적극적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건강문제 뿐 아니라 노동권과 관련된 다양한 상담 활동, 조직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들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진화하고 발전해나갈지는 알 수 없으나, 발표자 두 분 모두 낙관한다고 하셨습니다 (하긴, 낙관이 없었다면 어떻게 그 오랜 동안 꾸준하게 사회운동에 헌신할 수 있을까요?)이후 질의응답과 토론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오바마의 집권, 그리고 이어진 중간선거에서의 공화당 승리 같은 정치적 변화가 노동자 건강권 운동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두 교수는 누가 정권을 잡을까 평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층에서 무엇이 일어나는지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하며, 여기에서 싸움과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우리가 봐야 할 것은 민중의 투쟁이고, 어렵긴 하지만 변화의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답변이었습니다.또한, 한국사회에는 낯선 방식인 환경운동과 노동조합 운동의 결합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1970년대 후반에 환경정의 (environmental justice) 개념이 대두하면서, 자동차 노조의 훈련프로그램에서 이 문제를 처음 다루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사실, 환경주의자들이 어떤 조치를 취하게 되면 그것이 해당 사업장에 속한 노동자들에게는 해가 되는 경우가 있고, (이를테면 유해 사업장 폐쇄로 인한 일자리 상실), 노동조합에서는 조직 유지를 위해 중요한 환경문제임에도 외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둘은 함께 가야 합니다. 이를테면 산업폐기물 처리와 환경복원을 위한 기금인 슈퍼펀드의 경우, 다른 방식, 이를테면 ‘노동자 슈퍼펀드’를 마련하여 유해산업에 종사하다 해고된 노동자들의 지원프로그램이 생겨나야 한다는 것이지요. 슬래틴 교수는 이를 ‘정의로운 전환’이라고 부르며, 산업구조의 이행 과정 자체가 정의롭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흔히 환경운동이 엘리트그룹에 의해 주도되는 경향이 있고, 일상적인 환경오염은 중요하게 다루면서 막상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문제나 고용의 권리는 심각하게 다루어지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두 분은 가장 유명한 ‘시에라 클럽’과 함께 지역연대운동을 구축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환경 문제는 엄연한 계급 문제이며, 노동자들의 권리와 그 문제로 인해 영향을 받는 지역사회가 함께 운동해야 할 과제라는 것이 이 분들 주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