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살인’의 렌즈로 본 2017년 산재사망 통계
노동건강연대 기업살인법연구모임
노동건강연대는 2006년부터 매일노동뉴스, 민주노총, 한국노총과 함께 매년 가장 많은 산재사망자를 일으킨 ‘최악의 살인기업’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반복적인 산재사망의 심각성을 알리고 기업의 책임과 처벌 강화를 위해서다. <표 1>의 ‘수상자’ 목록을 보면 지난 12년간 한두 차례 이름을 올린 기업도 있지만, 대부분은 상위권에 반복해서 오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5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된 현대중공업은 잦은 중대재해로 2015~2016년 사이 세 차례의 안전실태 특별근로감독을 받았지만, 2017년에도 최악의 살인기업 1위로 선정되었다. 뿐만 아니라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등도 거의 매년 최악의 살인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표 1. 2006-2017 역대 최악의 살인기업
발표년도
1위
2위
3위
4위
5위
2006
GS건설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시온글러브
두산중공업
포스코
2007
현대건설
대림산업
삼성물산
롯데건설
SK건설
풍림산업
현대산업개발
2008
한국타이어
2009
코리아 2000
㈜송원오엔디
현대건설(주)
㈜유성엔지니어링
2010
경남기업
대우조선해양
서희건설
쌍용건설
2011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대림건설
현대제철
삼호조선
동국제강
2012
트레인코리아(이마트)
STX 조선해양
세진중공업
임천공업
TK케미컬
2013
한라건설
LG화학
휴브글로벌
아미코트
태영건설
㈜포스코(제조)
2014
천호건설
중흥건설
신한건설
한신공영
2015
한전KPS
두산건설
한국철도공사
2016
한화케미컬
한국철도시설공단
SK하이닉스
아산금속
고려아연(주)
2017
현대중공업(제조)
대림산업(건설)
2018
?
출처: 노동건강연대 홈페이지 (old.laborhealth.or.kr)
참고: 연도마다 순위 선정 방식에 차이가 있음. 예컨대 제조업과 건설업을 구분해서 순위 산출한 연도도 있음.
올해도 4/28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4월 25일에 2018년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이 열린다. 이에 즈음하여, 작년 한해 노동부가 집계한 중대재해 발생 현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 중대재해란 일터에서 발생한 ‘중대한’ 산업재해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다음의 세 가지 재해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사업주가 지방관서에 신고하고 지방관서는 노동부에 보고하도록 되어있다.
사망자가 1인 이상 발생한 재해
3개월 이상 요양을 요하는 부상자가 동시에 2인 이상 발생한 재해
부상자 또는 직업성질병자가 동시에 10인 이상 발생한 재해
● 어떤 업종에서 가장 많은 중대재해 사망이 발생했나?
2017년 한 해 총 810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사망했다 2017년 중대재해통계는 <2018최악의살인기업> 선정을 위해, 국회 한정애 의원실을 통해서 받은 자료를 분석하였다.-직업병이 아닌 사고로 인한 사망만을 말한다-. 매일 두 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숨진 셈이다. 산재 사망자의 55%인 446명의 노동자가 건설업 현장에서 숨졌다. 이는 건설 현장에서 매일같이 한 명의 노동자가 죽어 나간다는 뜻이다. 중대재해 부상 노동자는 총 91명. 제조업이 44%로 가장 많고, 36%는 건설업 현장에서 중대한 부상을 당했다.
● 중대재해 부상자보다 사망자가 더 많다?!
일하다 다친 노동자의 8배가 넘는 노동자가 일하다 사망했다. 일반적인 상식과는 다르다. 미국 트래블러스 보험사에서 일했던 하버트 윌리엄 하인리히는 1931년 자신의 책 <산업재해 예방: 과학적 접근>에서 중대재해 한 건이 발생하기 전, 29회의 경미한 사고, 300회의 사소한 징후가 나타난다는 것을 관찰했다. 이것이 그 유명한 ‘하인리히의 법칙’이다. 일터에서 발생하는 많은 사고들이 대개 공통 원인에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7년 한국의 중대재해 부상 노동자는 사망자보다도 훨씬 적다. 하인리히의 법칙이 틀린 것일까? 아니면 한국 사회가 이 법칙에 들어맞지 않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이러한 모순은 국제노동기구가 발표한 2015년 산재사망률 자료에서도 드러난다(표 2). 업무상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 수는 한국이 10만 명당 5.3명으로 OECD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높지만, 일하다 다친 노동자 숫자는 10만 명당 451명밖에 되지 않는다. 오히려 스페인, 스위스, 독일 등 한국보다 산재사망률이 훨씬 낮은 국가들에서 더 많은 노동자들이 일하다 다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 2. OECD 국가별 2015년 10만 명당 산업재해 사망자와 부상자 수
국가
산재사망자
산재부상자
그리스
0.9
122
독일
1.6
2,371
멕시코
8.2
3,134
스웨덴
1.0
682
스위스
4.6
2,390
스페인
2.1
3,241
슬로바키아
2.8
438
에스토니아
2.5
742
영국*
0.4
329
오스트리아
2.3
1,947
체코
2.9
1,028
터키
6.9
1,324
폴란드
684
한국
5.3
451
헝가리*
2.0
479
호주
1.7
1,055
출처: 국제노동기구통계 (https://goo.gl/tDvqkr); * 2014년 통계
만일 OECD 회원국들의 평균적인 산재 부상자 대(對) 사망자 비율을 한국에도 적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림 3>을 보면 한국이 산재 사망자는 많고 산재 부상자는 적다는 것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한국을 제외한 국가들 자료를 이용하여 산재 부상자와 사망자 수 사이의 관계를 함수로 간단히 만들고, 한국의 10만 명당 산재사망자 수인 5.3을 대입하면 부상 노동자 수는 1,927명으로 예측된다. 다른 국가의 특성이 한국에 그대로 들어맞는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451명은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라는 의미다.
<그림 > OECD 국가별 2015년 10만명당 산업재해 사망자와 부상자
처: 국제노동기구통계 (https://goo.gl/tDvqkr) 재구성
● 중대재해 특성을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보기
건설업과 제조업 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 수는 OECD 회원국들 중에서 가장 높다. 국제노동기구가 발표한 산업별 산재사망률을 보면, 건설업 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 수가 한국이 10만 명당 17.6명(2016년)으로 이스라엘과 멕시코에 이어 가장 많다. 건설업 산재사망률이 가장 낮은 스위스의 10배에 해당한다. 제조업 산재 사망자 수도 10만 명당 9.6명으로 가장 많다 (그림4와 그림5).
● 위험의 외주화: 일하다 더 많이 다치고 사망하는 하청 노동자
가장 많은 산재 사망자가 발생한 건설업의 경우, 사망 사고의 55%가 하청업체에서 일어났다(그림 6). 제조업 사망자의 경우 하청업체보다 원청업체 노동자의 비중이 높았지만 (그림 7), 중대재해 부상자는 제조업과 건설업 모두 하청 노동자가 각각 83%, 85%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러한 숫자는 건설업과 제조업에 만연한 원·하청구조가 노동자들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림 6> 업종별 중대재해 사망자의 원/하청 업체 구성
<그림 7> 업종별 중대재해 부상자의 원/하청 업체 구성
한편 건설 현장에서 숨진 노동자의 61%(271명)는 추락사로 사망했다. 제조업은 감김이나 끼임으로 사망한 노동자가 72명으로 가장 많았고(35%), 추락사망자가 30명(15%)으로 다음으로 많았다. 믿기 힘든 숫자다. 하지만 거리를 지날 때 흔히 마주치는 건설현장을 떠올려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비계 위를 곡예하듯 아슬하게 넘어 다니는 노동자들 모습이 낯설지 않다 (그림 8).
<그림 8 > 건설업과 제조업의 발생형태별 산재사망자수
마무리하며...
고용노동부가 2012년에 제작한 산재예방 캠페인 광고에서 사고로 추락한 노동자는 떨어져 박살나는 한 통의 수박으로, 기계에 끼인 노동자는 오징어로, 그들이 흘린 피는 토마토케첩으로 묘사되었다. 시민사회의 강력한 비판에 직면해서 광고는 중단되었다. 하지만 매년 300명이 가까운 노동자가 건설현장에서 추락해 숨지는 비현실적인 상황은 그리 변한 게 없다. 이렇게 매년, 비슷한 방식으로, 비슷한 규모의 노동자들이 다치고 죽는 것을, 우연히 노동자 개인들이 비슷한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가. 구조적 요인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반복되는 노동자 사망, 정부의 방관 아래 지속되는 ‘기업의 구조적인 살인행위’이다.
기획1 기업살인, 기업에 대해 더 많이 말하기
평판보다 이윤이 중요하다
-기업 살인이 멈추지 않는 이유
김명희 / 노동건강연대 회원
“기업 살인” 이야기를 할 때마다 듣게 되는 전형적 반응. “기업이 살인이라니, 너무 심한 표현 아니야?” 맞다. 그런데 표현이 심한 게 아니라, 표현 안에 담긴 사실이 심하다. 기업이 사람을 죽게 만드는 현실 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판매한다. 사람들이 생계를 꾸려 갈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세금을 내서 지역이나 국가 재정에 보탬이 되도록 한다. 뿐만 아니다. 혁신을 통해 기술과 사회 발전에 기여하기도 하고,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업의 존재 이유는 무엇보다 이윤을 얻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은 환경 파괴를 서슴지 않고 노동자를 부당하게 대우하고 때로는 시민이나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자본주의 발전의 역사는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규칙을 만들고 야수 같은 기업들을 길들여온 규제 발전의 역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멀리는 아동노동의 금지와 8시간 노동제부터 강제 산재보험의 도입은 몰론,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제조물책임법, 화학물질관리법과 각종 환경보호법규 등의 제정이 이를 잘 보여준다. 기업의 윤리와 자율적 실천만으로 작동하는 자본주의는 역사 상 실재한 적이 없고, ‘보이지 않는 손’은 자동이 아니라 의외로 손이 많이 가는 인공물인 경우가 다반사이다.
자본과 과학의 위험한 거래를 파헤친 책 [청부과학]의 저자로 국내에 알려진 역학자 데이비드 마이클스는 2009-2017년 동안 노동부 산업안전 차관보를 지낸 인물이기도 하다. 이론과 현장에 두루 해박한 그는 최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기고한 글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기업주들은 본인이 종업원들에 대해 마음을 쓰고 누구도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안전관리를 잘 하는 것이 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되고 회사에서 발생한 심각한 사고 때문에 평판이 나빠지는 것도 원치 않는다 한다. 기업주들은 그래서 자신들이 작업장 안전보건에 특별히 신경을 쓴다고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맞는 말이다. 하지만 마이클스는 자신의 오랜 경험에 비추어볼 때, 이런 말이 그럴 듯해 보이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산재 예방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작업장 안전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과 이윤 사이에는 항상 저울질이 이루어진다고 지적했다. 기업주들이 한편으로는 작업장 안전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 효율성과 매출 증대를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천명할 때, 안전 관리자와 현장 노동자들이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는 분명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은 한국사회에도 그대로 들어맞는다. 그리고 안전보건 비용과 이윤의 저울질에 사용되는 추의 무게가 심하게 불평등하다. 이윤 쪽의 추는 무겁지만 작업장 안전 쪽에 놓이는 추는 지나치게 가볍다. 누구도 일부러 노동자를 위험에 빠뜨리지는 않겠지만, 작업장 안전이 훼손되어도 혹은 노동자나 시민이 죽어도 그로 인해 초래되는 손해나 처벌이 미미하다면 굳이 신경 쓸 이유가 없다. 기업의 사회적 평판? 세상물정 모르는 소리다. 한 가지 사례만 들어보자. 2010년 GS건설이 시공사인 서교동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타워크레인 붕괴사고로 2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일이 있다. GS건설은 이미 2006년과 2009년에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된 적이 있고, 그 즈음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건설현장, 의정부 경전철 공사현장에서도 인명사고를 낸 전적이 있었다. 심지어 지난 2017년에 일어난 평택 자이아파트 건설현장 크레인 사고로 5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산재 때문에 GS건설의 평판이 나빠지고 수익이 줄어들었는지는 의문이다. 사고 노동자의 원혼이 깃들었을 그 아파트는 ‘서교자이 메세나폴리스’라는 세련된 이름의 핫플레이스로 거듭났고, 자이아파트는 여전히 아파트 브랜드평판 1위를 다투고 있다.
산재에 대한 기업의 처벌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그동안 노동건강연대가 사고 발생 초기에 기업을 고발했거나, 이후 사건 처리 경과를 모니터한 사례 중 두 가지만 살펴보자.
우선 지난 10년 동안 가장 대규모 인명피해를 냈던 산재 중 하나인 이천시 코리아냉동 화재사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건설 중인 냉동 창고의 화재로 무려 40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9명이 상해를 입었다. 전체 56명이 일하고 있던 작업장에서 4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다.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하청업체가 고용한 임시직 노동자였고, 13명은 이주노동자였다. 화재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지만, 일단 화재가 발생한 이후의 상황은 분명했다. 작업장 내부에는 단열재인 우레탄폼에서 발생한 유증기가 가득 차 있었고, 접착제와 페인트 등 가연성 소재는 물론 용접에 쓰이는 프로판가스통도 현장에 방치되어 있었다. 축구장 네 배 크기의 작업장이지만 냉동 창고 특성 상 수많은 격벽으로 분리된 채 창문이 없고, 출입문은 정면에 단 한 개밖에 없었다. 사업주는 오작동에 의해 공사가 중단될 것을 우려해서 화재경보기와 방화벽을 꺼놓은 상태로 작업하게 했고, 수도관이 동파할지도 모른다며 스프링클러의 물 공급도 차단해놓은 상태였다. 소방당국의 승인도 받지 않은 채 무단으로 설계를 변경했고, 감독기관에는 뇌물을 제공했다. 현장에 안전 관리자가 없었고 노동자들에게 안전교육이나 응급상황 안전훈련이 안 되었음을 물론이다. 정말 전형적인 ‘인재’라고 할 수밖에 없는 사고였다. 하지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과실치사상을 이유로 기업과 기업주는 각각 2천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졌을 뿐이다. 현장 감독자들은 8~10개월의 징역형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벌금 총액 4천만 원에 사망자가 40명이니, 한 명 목숨에 1백만 원인 셈이다.
복잡한 다단계 하도급구조를 가진 건설현장만의 문제는 아니다. 2012년 청주 LG화학에서는 폭발 사고로 인해 8명이 사망하고 3명이 크게 다친 일이 있었다. 회사는 처음 설계와 달리 구조와 작업절차를 변경했다. 인화성이 매우 높은 물질을 다루기 때문에 정전기만으로도 화재나 폭발이 발생할 수 있어 바닥에는 대전 방지용 페인트로 칠하고 대전방지 안전화와 제전복을 착용해야 하지만, LG화학은 값이 저렴한 불연재 페인트를 사용했고 대전방지 작업화는 지급하지도 않았다. 그러면서 안전 절차를 모두 지킨 것처럼 허위보고를 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엄청난 인명 손상을 초래한 결과는?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대해서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징역 1년, 생산팀장 금고 1년, 생산팀 계장 금고 6개월에 모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기업에는 벌금 3천만 원이 부과되었다. 2011년 LG화학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2조 6,819억 원과 2조 8,417억 원이었다. 기업이 선고받은 벌금은 하루 치 영업이익의 약 1/250에 해당한다.
1995년 괌의 삼성중공업 작업현장에서 노동자 한 명이 추락 사고로 사망했을 때, 미국 직업안전보건청은 안전조치 미비를 이유로 삼성중공업에 185만 달러(한화 약 19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같은 삼성중공업이지만, 2017년 5월 1일 거제조선소에서 크레인 전도 사고로 하청노동자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 ‘주신호수’ 한 명만 구속되고 사장을 비롯한 관리직은 입건되지 않았다. 게다가 작업이 중단된 기간에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휴업수당마저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서 말썽이다. 과연 최종적으로 어떤 판결이 날지 지켜볼 일이다. 괌에서 노동자 한 명 사망으로 냈던 벌금이 19억 원이었는데, 20년 동안 물가도 많이 오르고 6명이나 사망했으니 최소한 그보다는 벌금과 형량이 무거워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LG화학이 8명 사망에 3천만 원 벌금을 냈으니, 그보다 센 처벌을 받게 되면 삼성중공업으로서는 몹시도 억울할 것이다.
앞서 마이클스가 지적한 것처럼 기업의 산재 예방은 기업 평판이나 윤리적 원칙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기업 평판이 중요했다면 살인기업 선정식의 단골 수상자들은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기업들이 안전비용과 이윤을 저울질할 때 쓰이는 저울의 균형점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이 안전을 무시한 대가로 벌어들이는 이익보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와 처벌의 추가 더 무거워야 한다. 특히 중대 재해에 책임이 있는 사업주를 엄중하게 처벌해서 그들이 동료 인간으로부터 빼앗은 것이 무엇이었는지 ‘인간적으로’ 실감하도록 해야 한다. 기업이 저지른 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살인이다. 우리는 인간의 능력으로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위험, 감당할 수 없는 위험에 대해서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 중, 고도의 기술적 복잡성 때문에, 혹은 천문학적 비용 때문에 도저히 막을 수 없었던 노동자의 죽음이 있었던가?
이것이 바로 우리가 ‘기업 살인’ 중단을 외치며, 기업 처벌 강화를 주장하는 이유다.
* 참고자료
Park JE, Kim MH. Workplace fire – not a misfortune, but an avoidable occupational hazard in Korea. New Solutions 2015;24(4):483-494
Michaels D. 7 ways to improve operations without sacrificing worker safety. Harvard Business Review 2018 March
청주지방법원 판결: 2012고단2521, 2013고단409(병합)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판결. 2008고단53, 2008고단105(병합)
대담 문재인 정부의 노동행정 느낌과 진단
누구 편이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노동자에게 도움이 되나 -노동행정과 근로감독을 보는 눈
진행 : 김명희 <노동과건강> 편집위원장
대담 : 강태선 노동건강연대 회원, 산업보건학 박사정해명 노동건강연대 회원, 공인노무사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녹취록 : 이주연 /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정부 문서에 등장한 ‘노동자’ 표현의 느낌적인 느낌
김명희) 문재인 정부 들어선지 1년이 되어 가는데 여기에 맞춰, 새 정부 정책에 초점을 두고 최근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제가 봤던 어떤 대통령보다 일자리, 산재, 안전 이야기를 많이 했고, 노동부 차원에서도 시민사회 목소리를 들으려고 자리도 만들고 노력을 하는 건 고무적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과거정부의 유산이라는 게 있고, 정책의 흐름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아무리 개혁적이고 혁신적인 정부라도 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이런 우려가 있어요. 게다가 막상 노동단체들은 지지부진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지, 우선 정해명 노무사가 새 정부 노동정책과 관련해서 현장의 변화가 있는지 말씀해 주세요.
정해명) 노동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고 있구요, 저 뿐만 아니라 주변 노무사들도 얘기하는데 느껴진다고. 현장에서의 변화까지 이어지는지는 의문이 있지만 어쨌든 노동을 대하는 태도 자체는, 노동부에서 나오는 문건을 보면 ‘노동자’라고 표현되어 있어요. 저도 깜짝 놀랐는데, 법상 명칭은 근로자가 맞아요. 노동부에서 ‘근로자’라고 표현해 왔고 자연스러웠죠. 어느 순간에, 개헌 관련해서도 근로라는 단어를 노동으로 바꾼다는 얘기가 있긴 하던데, 짧은 순간이었지만 특별한 느낌이다...
김명희) 그렇군요. 분위기 말고 실제로 규제나 제도 측면에서는 어떤가요? 레토릭만 ‘노동 노동’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명) 사내하청이나 불법파견 건으로 노동부에 진정이나 신고를 하게 되면, 범죄나 이런 걸로 검찰에 고소․고발하는 경우에도 바로 움직이는 경우도 있고 묵혔다가 형식적으로 무혐의처분 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노동부도 마찬가지예요. 불법 파견으로 신고하면 뜸을 들이거나, 언제 감독 나간다고 사업주에게 통보하고 나가거나 해서, 그 사이에 자료 파기하게 하고 다 세팅된 다음에 나가서 문제없다고 면죄부를 주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이번에 안산에서 진정 넣은 지 2주 만에 근로감독관 4명이 조사를 하는 일이 벌어졌어요. 사전 통보 없이. 통보 없이 음주 단속하는 것처럼. 결국 불법파견 인정이 됐죠.
김명희) 이전 정부랑 똑같은 공무원이잖아요?
정해명) 똑같은 공무원이지만 상급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다르다는 거죠. 개인을 탓할 문제는 아니라고 보거든요. 아쉬운 부분은, 어느 정권이나 행정부에서 갖는 특징일 수 있는데, 공무원을 동원의 대상이나 정책 집행을 위한 돌격대 정도로 보는 경우가 있어요. 상반기 고용노동부의 가장 큰 이슈는 미투, 성희롱 문제가 아니라 ‘일자리안정자금’이예요. 작년 대비 최저인금이 인상되었으니까, 30인 미만 중소사업장 노동자 1명당 13만 원씩 3조원을 잡아가지고 이걸 빨리 집행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이슈에요. 매일 지청장들 화상회의도 해요. 1월에 실적이 안 나서 2월에 정말 심하게 쪼였대요. 소상공인이나 최저임금 인상 예산은 잡아놨잖아요. 반납하면 안 되잖아요. 1월에 신청 건수가 얼마 안 나왔어요. 이걸 빨리 집행하라고 장관부터 시작해서 난리가 나서 온 행정력을 집중해 가지고. 집행 기관이 근로복지공단이니까 근로감독관들한테 할당이 내려와요. 이거 빨리 하라고. 언론에도 기사가 났어요, ‘일자리 안정자금, 근로감독관 골병 든다’, 밤 10시에 팩스를 보내요. 중요한 일이고 좋은 취지일 수도 있는데. 그런 일에까지 동원하는 건 아쉽죠. 무슨 생각이 났냐 하면, 몇 년 전에 일자리 문제가 정책의제였을 때, 일자리 찾는다고 근로감독관들 동원한 거예요. 이들은 사업장에 근로감독을 나가거나 신고 사건을 처리하는 특별사법경찰관이에요, 구청이나 동사무소에 있는 분들은 아니라구요. 이 분들이 관할 사업장에 근로감독을 나간 게 아니라 일자리 찾으러 다녀요. 사람 구하는지 전화해서 물어보고, 점검 나가서 그런 거 찾는 거, ‘몇 명 부족하세요?’ 이런 일 하러 다녀요. 근로감독관 일이 많아요. 정말로 일이 많아서 영혼이 없게 되요. 탈탈 털려요. 저도 가끔 주말에 불려나가서 조사받고 그러거든요. 그런데 최근에 일자리안정자금 집행하는 일에 동원돼서, 자기 본업인 근로감독, 규제기관 역할을 못하고 있어요. 이 일을 해야 하는데 일자리안정자금 민원업무를 하고 있어요. 전임 정권이나 현재 정권이나, 좀 아쉽다 생각이 들죠.
김명희) 정부 기조의 변화가 기업한테 시그널이 되긴 되나요?
정해명) 저는 강하게 느껴요. 올해 초 가장 큰 이슈는 최저임금일 텐데 노동자들은 크게 체감하는 것 같지 않아요. 아직 급여나간 게 얼마 안됐기 때문에. 1월 급여가 2월에 나가잖아요. 사업주나 기업들은 당장 자기네 부담 인건비나 늘어나죠. 포털이나 언론에서 최저임금 인상됐다고 떠들고, 최저임금 일자리안정기금 플래카드가 동네방네 다 붙어 있어요. 사업주들이 상당히 민감해 하고 노동법 관련 이슈에 대해서 경각심이나 민감성이 훨씬 높아졌어요. 예전에는 직원이 20~30명 되는 회사에서나 관심을 가졌는데, 요즘은 10명 안 되는 회사에서도 미리 대응을 하려고 하고, 연차 수당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상담 건수가 많이 늘어났어요. 노동, 노동법 이슈가 대한민국 식탁에서 메인 반찬으로 오른 적 없었는데, 요즘은 메인 디시에요. 의정부에서 활동하는 노무사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예전에는 지청에 노동조합 면담을 요청하면 핑계 대면서 안 만나주는 경우도 많았대요. 요즘은 상당히 적극적으로 만나려고 하고, 이런 분위기. 아래까지 이 분위기가 내려왔는지는 몰라도, 장관이나 정부의 태도는 확실히 바뀐 것 같다는 거죠.
강태선) 최저임금 인상도 있지만 법정 근로시간 한도 52시간이 확정된 것도 중요한 이슈인 것 같아요. 하긴 원래도 52시간이었지만 (웃음). 물론 이번 정부 노력만으로 된 건 아니예요. 여야가 합의한 건데 마침 시기가 맞아떨어졌던 거죠.
정해명) 근로시간 단축 관련해서도 기업들이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영세사업장이나 저임금 노동자들의 경우, 공휴일 안 쉬는 회사가 꽤 많아요. 서울은 공휴일에 쉬는 분위기가 있죠. 특히 토요일, 주5일 일하는 회사들. 안산은 토요일에 일하는 회사가 상당히 많았어요, 서울하고는 좀 달라요. 서울은 병원이나 마트, 백화점 이런 서비스업은 공휴일에 안 쉬지만, 그 외에는 쉬는 회사가 많은데 다른 지역에서는 공휴일에 그냥 일하거나, 쉬기는 쉬되 연차에서 제외하는 경우가 많아요. 기업이 자율적으로 사규에 의해서 유급으로 할지 무급으로 할지 정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주당 근로시간 52시간 예외에 해당하는 회사들이 수두룩하고, 또 현실에서는 법 위반이 엄청 많아요. 그래서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은 52시간 규정 그 자체보다는 관공서에 적용되던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간주한 것이 파급효과가 훨씬 큰 것 같아요. 대기업은 공휴일에 원래 쉬기 때문에 그거 내줘도 잃을 게 별로 없어요. 하지만 영세사업장들은 인건비 부담이 커지겠죠. 영세사업장, 30인 미만 사업장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52시간 초과해서 일할 거예요. 노동부에서도 52시간 넘는 사업장에 대해서 크게 개입하지 않았어요. 노동자들도 문제 제기 안하고. 큰 회사들, 현대자동차라든지 이런 데는 근로감독들 해서 52시간 넘으면 신규채용해라, 이야기 할 수 있죠. 작은 회사들은 법정근로시간 52시간으로 줄어들었다고 해서 바로 줄이지 못해요. 그렇지만 뉴스에 많이 나오잖아요. 사업주들이 이걸 본단 말이에요. 시간이 몇 년 있으니까 준비해야죠.
공단을 돌아보면 작은 공장 사장님도 노동법 챙기는 분위기
김명희) 강태선 선생님 생각은 어떠신가요?
강태선) 노동 이야기가 어느 때보다도 이슈가 된 건 사실이에요. 미투도 노동 문제의 일환으로 볼 수 있거든요. 하지만 그렇게 보이지는 않죠, 당국도 그렇고 일반 시민들도 그렇고. 최저임금과 노동시간 문제가 공교롭게 같은 시기에 이슈가 되면서 사장님들이 긴장한 거는 맞는 것 같아요. 최저임금은 약간의 분노? 이런 걸 불러 일으켰죠. 일자리안정자금을 지원받으려면 4대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4대보험도 없이 일하는 것을 정상으로 보고 일자리안정기금은 결국 우리한테 손해다, 이렇게 생각하는 기업주도 많이 있어요.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일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주장인데, 그게 먹혀요. 그래도 이러니저러니 해도 최저임금 문제는 여론화가 많이 되어 있고, 긍정적인 쪽으로 가는 것 같아요.노동시간 문제가 같이 불거졌는데요.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가 공약을 했고, 대법원 판례를 앞둔 상황에서 여야가 합의를 할 수 밖에 없었어요. 도대체 몇 시간이 정상노동인 거냐, 사람들이 알아보니 68시간이고, 그나마 특례업종은 그 이상이 얼마든지 가능하게 만드는 근로기준법 59조가 있었죠. 작년에 버스 사고로 인해서 노동시간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 특례 업종이 있고, 심지어 버스도 여기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고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랐죠. 지난해 하반기에 그 이슈가 뜨거웠는데, 요번에 특례업종이 대폭 줄었어요. 29개 업종에서 5개로 줄었어요. 노동시간이 줄어든 것 자체는 장기적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논문을 찾아봤더니 노동시간이 60시간에서 40시간 대로 줄어들면 손상이 23% 감소하는 것으로 나와요. 질병도 만만치 않겠죠. 최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나왔는데, 이것보다 노동시간 단축 효과가 더 클 거라고 생각해요. 위험도라는 것은 위해(hazard)와 빈도(frequency)의 조합으로 결정되는데, 일단 빈도 자체가 줄어드는 거잖아요.
김명희) 노동안전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정책들은 특별한 점이 있나요?
강태선) 최저임금 때문에, 그것도 일자리. 일자리 정책에 근로 감독 쪽이, 안전을 포함해서 먹혀 있다고 봐요. 집행조직은 일자리 안정자금 집행에 동원되고 있고, 청년 일자리 지원 자금 4조 추경으로 한다고 오늘 나왔는데 거기도 동원될 것 같아요. 단기적일지라도 근로감독관들이 동원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봐요. 근로감독관이 힘이 있으니까 협조를 구하기에 좋아서 쓰는 건데, 감독 권한을 좋게 쓰는 게 아니거든요. 이렇게 권한을 쓰면 현장에서 사업주가 근로감독관을 쉽게 볼 수가 있죠. 아무리 급해도 원칙에 벗어나는 것이라고 봐요. 근로감독관을 일자리나 청년 지원 사업에 동원하는 것에는 전통이 있습니다. 규제와 행정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해요. 고용지원이라는 일도 하고, 근로감독도 하고 있거든요. 근로감독관들도, 지방 노동위원회까지 포함해서 기본적으로 정체성의 혼동이 있어요. 서비스를 하는 사람인지 규제하는 사람인지 조정하는 사람인지.
김명희) 원래 이 정부에서 근로감독관 1천 명을 더 뽑겠다고 했잖아요? 그렇게 안 되었는데, 그나마 이 정도라도 어디냐 라고 봐야 하나요?
강태선) 저는 이번 정부의 노동정책 중 가장 중요한 거라고 생각해요. 이번에 노동계에서 엄청 비판했잖아요. 왜 이것밖에 안 뽑냐고. 하지만 그동안은 요구도 안 했잖아요. 지난 10년 정권들은 근로감독관이 있는지도 몰랐을 걸요.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취임 후 처음 만난 공무원들, 아마도 2003년도 6월이었을 거예요, 검사들 만나기 전에 만난 이들이 근로감독관이에요. 청와대에 불러서 오찬을 같이했을 거예요. 역사적으로, 대통령이 근로감독관을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근로감독관을 불렀다는 게 의미가 있죠. 인권변호사이기도 했고. 2005년도에 근로감독관을 많이 뽑았던 거예요. 그때 한 600여 명을 뽑았죠. 기술직들도 30여명 들어왔고요. 일반 행정직 근로감독관도 역대 이렇게 많이 뽑은 적이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노동인권변호사였잖아요. 노동사건은 중재가 가장 필요한 분야거든요. 지금 보이는 남북 협상가의 능력을 여기서 갈고 닦은 게 아닌가 싶어요. 노동사건을 많이 했대요. 지금 근로감독관 정원이 1천 9백 명 정도고요. 일반 근로감독관이 1천 4백 명, 산업안전근로감독관이 4백 명대. 그러고 보니 두 정권 빼면 거의 의미가 없는 거네요. 근로감독관이 1950년대 후반에 처음으로 도청에 한두 명씩 들어왔다고 하니까... 소방공무원 늘이는 것에 대해서는 시민들 요구가 있지만, 근로감독관 증원은 생각하지 못하는 일이거든요. 그런데 신고 사건이 너무 많아졌어요. 신고 사건이 점점 늘어나는 거예요. 사전 현장 감독을 못할 지경이죠. 신고 사건이 대부분 임금체불. 그것만 감당하기도 힘든 거예요. 사전 현장감독을 하기 위해서 충원했다고 볼 수 있어요.
전수경) 정부를 대신해서 규제하는 사람인데, 사업장에서 근로감독관의 말발이 먹히나요?
정해명) 근로감독관 나오면 걱정하죠. 그게 다 돈인데요. 과태료, 임금체불 건드리니까. 아마 세무조사 다음으로 부담스러워 할 겁니다. 운이 없어서가 아니라 주기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시그널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인원이 많거나 노동자 수가 많거나 파견 관련된 곳은 1년에 한 번, 두 번 근로감독을 하더라고요. 어찌 됐건 거기 대해서 관심을 갖고 돈을 쓰고 하거든요. 무풍지대였다가 한 번 나와 가지고, 그런데 노동자가 신고를 해서 나오면 운이 없는 게 되는 거죠. 운에 달린 사건에 대해서는 대비를 하지 않잖아요.
강태선) 근로감독관을 많이 뽑는 건 반가운 소식이고 필요한 일인데, 노동부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까봐 걱정하죠. 신고사건이 폭주하고 있고, 그것도 처리하다 보면 뽑은 듯 만 듯 효과도 안 나타날까 봐 걱정하고 있어요. 신고가 40만 건 정도 되는데.
정해명) 갈수록 늘어날 겁니다. 젊은 세대는 인터넷으로 다 할 수 있습니다. 예전이면 그냥 넘어갔을 그런 상황도 말이죠. 하루 이틀 일하고 다음 날 월급 보내달라고 문자 보낸다는 거예요. 줘야죠, 당연히. 안 주면 신고하고 근로계약서 안 썼을 거니까 근로계약서 미작성으로 신고 들어가는 것도 많고. 노동자 감수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예요. 그러다보니 신고건 수는 갈수록 훨씬 더 늘어날 것 같아요.
강태선) 40만 건 중 송치 종결하는 경우가 약 9만 건 정도 되요. 일의 규모가 엄청 나죠. 그런 사건들이 참 힘든데. 신고 건수가 40만 건, 나가서 감독하는 건 3만 건 되요. 이게 노동부만 책임질 일은 아니에요. 임금체불 이유는 굉장히 다양한데 어떻게 구제할 것이냐, 노동부도 특단의 대책. 민사적인 것과 형사적인 것을 동원해서 빠르게 구제하는 조직적 수단, 행정, 사법적 수단을 강구하고 있고, 그런 것을 병행해서 근로감독관이 늘어나야 해결이 되겠죠. 양도 늘리고 효율성도 극대화하면서. 그게 지금 문제예요. 이 문제를 어떻게 할 거냐가 중요한데, 일자리나 청년지원 정책 때문에 근로감독 혁신이라는 과제가 제대로 갈지 걱정이예요.
정해명) 지금도 노동지청 민원실에 가면 ‘민관조정관’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노무사나 정년퇴직한 노동부 공무원 몇 분이 계세요. 이분들은 사건화 되기 직전의 문제들이 접수되면 사업장으로 전화를 하거나, 진정권이 안 될 만한 건을 종결시킨다거나, 근로감독관에게 사건을 넘기기 전에 설득하거나 무마시키는 일을 하기도 해요. 지청에 4~5명 정도 있어요.
강태선) 직장갑질119도 활동이 활발하잖아요. 근로감독관 행정에 불만 제기도 많이 있어요. 하지만 실상은 감독관은 임금 체불 민원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죠. 우리가 일본과 제도가 같은데 일본은 그렇지 않아요. 일본은 체불 사건이 이렇게 많지 않고, 체불액도 우리보다 훨씬 적습니다. 직장갑질119를 통해서 우리 노동인권 의식이 고양되고 근로감독에 대한 성토도 나오고 하는데, 쉬운 게 아니에요. 근로감독관이 힘들어서 자살하잖아요, 기술직인 산업안전근로감독관은 경력채용을 통해서 일부 뽑고, 60%가 일반 행정직이예요. 공무원 임용되는 배치는 원하는 순서에 따라 이뤄지는데, 노동부는 가장 밑이죠. 가장 선호도가 떨어져요.
정해명) 선호도는 떨어지는데 노동부가 지역마다 가진 관할 사무소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까 9급 일반 행정직 공무원이 되면 상당수는 고용노동부로 와요
강태선) 6천 명이니까요, 노동부가 중앙행정기관들 중 인력은 많지만 선호도는 가장 떨어지는 게 사실이에요. 이렇게 오는 분들은 노동법도 몰라요. 노량진 학원가에서도 3D라고 잘 알려져 있거든요, 노동부가. 와서 실체를 알게 되는 거죠.산업안전보건은 60%가 일반 행정직인데 요새는 신규 일반 행정직들이 많이 온다고 들었어요. 10년 전만 해도 경력 많은 근로감독관이 산업안전보건을 했어요. 당시에는 민원에 덜 시달렸으니까, 요즘은 안전에 대한 관심이 많고, 사업도 많고, 사건도 많아져서, 젊은 일반 행정직 공무원들이 산업안전보건을 하고 있어요. 하여튼 산업안전보건 감독관도 두 배 가까이 늘어났고요. 신고 사건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데 거기에 비례해서 근로감독관 수는 늘지 않고 있고, 근로감독관들의 노동 인권은 처참한 상태가 되고 있죠. 근로감독관들이야말로 여유가 있어야 하는 공무원이거든요. 그래야 다른 사람 노동인권도 생각하고 그러는데 지금은 내가 더 죽겠다 하고 있어요.
정해명) 일이 많아서 이 분들 주말에 나와요. 주말 근무도 네 시간까지밖에 인정이 안 되요. 주말에 자기 8시간 나와서 일했어요. 4시간 공짜 노동 했다는 거예요 그런데 노동자가 임금 못 받았다고, 연장 근무 수당 못 받았다고 신고를 했어. 그럼 ‘나도 못 받았어’ 이러는 거죠.
강태선) 일을 진짜 많이 해요. 근로감독관이 편해야 한다는 게 이런 거예요. 노동법도 전혀 몰랐던 사람들이, 처음부터 와서 엄청난 민원에 시달리고, 노동 인권 의식이 생겨나겠어요?
정해명) 담당하는 업무가 많다 보니까, 노동부에서 합의를 상당히 강하게 종용한다거나 사건을 종결시켜버린다거나 해서 실제 노동자들은 못 받는 돈이 생긴다는 거죠. 실제 많고요. 감독관 입장에서는 일이 워낙 많으니까 합의를 해서 쳐내지 못하면 자신이 송치해야 하잖아요, 100건 보고서를 어떻게 쓰냐고요, 워낙 사건이 많으니까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거고, 개인적인 대응 방법으로 사건을 빨리 종결시키거나 합의시켜버리는 거죠.
전수경) 정해명 노무사가 일하고 있는 안산은 그곳만의 사례집이 따로 필요한 것 같아요. 모든 노동행정이 무능하거나 사용주 편이라거나, 이렇게 이분법적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실제로 지역마다 다르다는 것을 충분히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요. 제가 직장갑질119에서 봤던 사례는 체불 임금하고 연결된 건데요. 사업주의 지독한 언어폭력에 시달리던 직원이 큰 맘 먹고 근로감독관에게 찾아갔던 거예요. 그랬더니 이런 건은 안 된다면서 임금 체불 없냐고 물어보더라는 거예요. 그런 사례는 더 있어요. 근로감독관이 체불 건 아니면 물리적․언어적 폭력은 실제로 개입하기 어렵다 해서 대실망하고 성토하신 거죠. 또 노동부에서 특별감독 나갈 사건을 알려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알려준 일이 있어요. 그런데 근로감독관이 회사에 전화해서 이러이러한 건으로 제보가 들어왔으니 가겠소, 그렇게 해서 제보한 분이 자기 신원이 노출되게 생겼다고 연락해 왔어요. 그러다보니까 근로감독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거죠. 노동행정 전체에 대해서 사람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개별적 사례를 일반화하고, 근로감독관 다 소용없고 장관 바뀌어도 다 소용없잖아,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죠.
강태선) 노동부도 갑질119 이전, 미투 이전에 조금씩 준비해온 것 같아요. 최근 그런 요구가 폭주하고 있는데, 기존처럼 임금 체불에 묻혀 있다 보니 다른 법에 대해서는 전문성이 떨어져있는 것도 같고요. 그런 것에 대해서 일해보지 않았던 거죠. 신분을 보호하면서 사업장을 감독하는 게 매우 중요한데, 그동안 임금 체불 중심으로만 일하다 보니까, 신고나 첩보를 접수하고 효과적으로 감독하는 것에 대해서 교육받지 못하고 있고요, 그런 것을 잘 생각하지 못해요. 미국 근로감독관의 70%가 컴플레인에 근거한 감독을 하더라고요. 컴플레인을 어떻게 수렴할 것이냐, 신원도 보호하면서 긴급하게 나가기 어렵다고 봐요. 그런 것들이 우리는 잘 개발되어 있지 않아요. 근로감독관이 악의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았겠죠. 워낙 바쁘니까 사업장에 우선 전화를 한 거죠, 개선토록 미리 조치를 하려고 했을 수도 있고요.
전수경) 그건 있는 것 같아요. 꼭 정부가 아니더라도 직장갑질119 상담 내용 중에 보면 공공기관 사내고충처리위원회, 성희롱상담소, 이런 것이 운영될 만한 큰 기관 노동자들이 이야기하는 사례를 보면 성희롱상담소도 실적 쌓기 용으로 접수를 받아줄 뿐이지 실제 해결이 안 되다고. 다들 겪어서 알고 있고, 노동 인권과 관련해서는 보고용이거나, 실적 쌓기용, 그래서 현장에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더라고요.
정부 사고조사 공개하라 요구하고, 교육 바꾸라고 요구해야
김명희) 이런 종류의 노동행정, 규제가 노동계의 관심이나 아젠다이기는 한가요?
전수경) 제가 일반적인 노동행정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근로감독관 충원 문제는 전혀 이슈가 아니고요 관심이 일도 없고. 노동안전만 보자면 노동조합들이 하는 노동안전은 노동부 행정의 하위파트너, 정부가 빵구내는 일을 알아서 대신 하고 있는 걸로 느낄 때가 많아요.
강태선) 안전보건 이슈는 산재보상을 받아주느냐 마느냐에 집중되어 있고, 민주노총 자체도 그 사업 비중이 너무 큰 거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전수경) 전에 당진 현대제철 사망사고 났을 때, 특별근로감독 때문에 지청에 간 적이 있어요. 거기 근로감독관 말이, 대공장에서 계속 산재사고가 나가지고 근로감독관이 다 차출되어 가지고 당진에 와 있다는 거예요. 사건들이 쌓여있다는 거예요. 그런 일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대공장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 결국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 손해를 보는구나 생각했어요. 민주노총은 영세사업장이나 4인 이하 사업장에 근로감독관 행정이 미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서 더 이야기해야겠죠.
강태선) 한동안은 고용노동부가 50인 미만 사업장을 중심으로 다녔어요. 그런데 50인 미만 사업장 감독 10개를 하는 거랑, 현대제철 3만 명을 열흘 동안 감독하는 거랑 차이가 크죠. 어떻게 전략을 세우고 효율과 효과를 생각하면서 감독 계획을 짜는 지가 중요한데요. 우리가 보통 1년 이상을 내다보지 못해요. 어떤 지표를 가지고 성과로 볼 건지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산재사고는 lagging indicator, 후행지표로 가장 늦게 나타나는 것이고, 그 사이에는 많은 왜곡이 가능해요. 그걸 갖고 감독 계획도 짜고 그랬는데, 그 부작용이 산재 은폐로 나타난 거잖아요. 재해 났다고 이듬해 감독점검 나가는 것이 산재은폐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아요. 이제야 재해율 지표를 갖고 감독하면 안 되겠구나 해서 덜 쓰고 있어요. 이제는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하는 시기에요. 사고 났다고 검경합동점검 나가고 이거 아니거든요.
김명희) 최종 결과 지표가 아니라 중간에 퍼포먼스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찾고 있는 단계라고 보면 될까요?
강태선) 우리가 goal setting rule, 혹은 goal-based rule이라고 해서 시시콜콜한 규정보다는 목표를 중심으로 자율적으로 사업장에서 이행하도록 감독하고 강조해왔는데, 이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제도화할 수 있는 역량은 아직 없어요. 그것이 과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쉽지 않은 과제죠. 오히려 뭘 해서 백점을 맞으라고 하면 하겠는데 (산재를) 제로로 만들라는 것, 안 보이는 것을 지표로 만드는 것은 어렵죠. 이번 정부가 잘 하는 것은 안전 이슈 중에 노동안전이 중요하다는 것을 대통령이 분명히 알고 있다는 거예요. (대통령만 아는 것 같아 걱정이지만) 2018년 1월 23일에 발표한 3대 안전 대책에 교통사고, 자살, 산재가 들어갔거든요. 산재가 마지막 단계에서 들어갔다고 하더라구요. 안전도 분야가 여러 가지 있잖아요. 예를 들면 지난 정부가 불량식품을 강조했었고. 사실 가장 중요한 안전이 산업 안전이에요. 노동자가 피해를 보기도 하지만 여파가 너무 큰 거예요. 산업안전이라는 게, 작년 7월에, 취임한 지 두 달이 안 된 상태에서 산재 메시지를 줬는데, 만만치 않은 메시지였죠. 원청 책임 강화, 국민 참여 사고조사 위원회. 그게 지금 논의되고 있어요. 사고조사가 중요하거든요. 초기 단계지만 국민참여 사고조사위원회 활동이 공개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많은 사고들을 겪었지만 그 전모가 공개가 안됐어요. 안전보건공단이 사고조사를 많이 하고 있어요. 안전공단이 중대재해 조사의견서를 써놓고, 기술력이 집적돼 있는 건데 그것을 아무도 못 보게 해놨어요. 노동부가 그렇게 하고 있어요. 노동부도 수사 자료라고 하면서 비공개로 묶어놨는데 산재예방 의지가 있다면 노동부가 이를 공개했어야 하는데 손 놓고 있었던 거죠. 사고조사위원회는 국민들 참여도 의미가 있지만 공개를 하는 것이 진짜 중요하거든요. 이전 것도 다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활용되어야 하거든요. 감독 전략을 짜는데, 그런 자료들을 활용하지 않았어요. 사고 조사, 그것의 공개, 이게 걸음마라고 생각해요. 걸음마를 뗐다,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시작을 했다는 데 의미가 있어요.
김명희) 지난 정부 때 파견이 확대되면서 메탄올 사건이 생겼고 중대재해도 계속 있었죠. 내일부터 당장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그동안 노건연이 집중해온 문제들에도 실질적인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하시나요?
정해명) 구조적으로 바뀔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하루아침에 이걸 바꾸면 공단 자체가 휘청거릴 거라서. 그렇지만 사용자들에 대한 시그널은 충분히 효과적으로 갈 것이다, 좀 무리가 있긴 했지만 양대 지침인 성과연봉제를 공식적으로 폐기한다고 선언했잖아요. 그런 것처럼, 예를 들면 최근에 불법파견 관련해서 ‘롯데캐논’이 문제인데, 대기업 공장들에서 비슷한 형태로 많이 하고 있거든요. 여기도 직접고용 하라고 나왔어요.
김명희) 예전에 불법파견 근로감독을 세게, 이벤트성으로 여러 번 했잖아요. 조치 결과를 보면 노동자 상당수가 ‘원하지 않아서’ 직고용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사건이 종결되더라구요.
정해명) 입법적 미비일 수도 있는데, 직접고용 하라고 했지 정규직으로 뽑으라고 한 거 아니거든요, 파리바게트 SPC 같은 경우, 상생기업 만들어서 반강제적으로 방안을 찾은 거죠. 법적으로 밀고 나가면 모 아니면 도, 리스크가 너무 크니까. 제빵사들 과반수 이상이 이쪽으로 타협한 것 같고, 직접고용이 되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합의가 나온 거 아닌가 싶어요.
김명희) 시그널 이상으로 불법파견구조가 바뀌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하시는 거네요. 그럼 중대재해 문제는 어떨까요? 국민참여 사고조사위원회를 통해 상당히 개선이 있을 거라고 보시는 건가요?
강태선) 모든 걸 사고조사위를 통해서 해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큰 사고의 경우 의미 있는 효율적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은 해요. 연구를 보면 비례하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범죄예방과 처벌이. 행정법 특성 상 벌칙을 산업안전보건법만 유독 높일 수 없는 걸로 보이고요. 이번에 좀 높아져서, 징역 또는 벌금으로 되어있고 징역을 늘린다고 해도 벌금에 상한이라는 게 있고 양벌규정 10억 이하로 노력은 한 거죠. 경제적 제재는 분명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것이 행정법에 벌칙은 아닌 것 같고요
김명희) 징벌적 손해배상 이런 건 아니고요?
정해명) 손해배상 법리 자체를 바꿔야 하는 문제가 있어요.
강태선)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있는 것 같고요. 입법 예고된 안을 보니까 제 13조에, 그게 좀 주목이 되는데 대표이사가 안전보건관리계획을 서명하고 이사회에 제출하도록 하는 게 있어요. 대표 이사를 책임의 당사자로 만든다는 것이고요. 입건할 수도 있고 최소한 참고인으로 불러서 책임을 묻는 거죠, 정부가,
정해명) 사망 사건의 다수는 50인 이하 사업장에서 발생하지만, 기업주 개인들은 사업하면서 평생 사망 사고를 얼마나 겪을까요? 한 번? 회사가 워낙 많으니까요. 현대 같은 대기업, 건설회사들이 살인기업 선정식 하면 1, 2, 3위. 순위도 돌아가면서 먹고. 그런 회사들은 산재사망사고라는 게 현실적인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영세사업자들은 사망사고가 나면 그냥 재수 없는, 운이 없는 거예요. 처벌이 높다고 해서, 내가 징역을 살 수 있어, 그래도 현실적 위협으로 다가오지 않을 것 같아요. 50인 미만 작은 사업장일수록 산업안전보건법 있는 줄도 몰라요. 무풍지대예요. 근로계약서도 겨우 쓰는데 요즘. 그런 데들은 사업주 의무이기는 하지만 국가 행정으로 지원하고, 조금 강하게 가서 지도도 하고 알려주기도 하고, 정수기 코디 같은 분이 오셔서 관리하듯이.., 돈이 많이 들겠지만. 재해가 상당히 많이 발생하는 업종, 산재가 많이 일어나는 업종 데이터가 있으니까, 그렇게 했으면 좋겠어요. 대신에 대기업 같은 경우에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거나 지속적으로 발생한다거나 하면 강하게 처벌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김명희) 노동부 전략 이런 것을 세우겠죠? 5개년 계획.
강태선) 사실 다 하고 있는데요. 공단의 지원보다는 감독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감독이 일정하게 억제 효과를 가지고 있는 가운데 공단의 지원도 수용률이 높아질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게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 감독이 제자리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말씀드린 대로 모색 중인데요, 조직적으로도 감독을 제대로 구상하려면 조직이 필요한데 일반 근로감독도 산업안전보건 감독을 전략적으로 고민하는 데가 없어요. 근로감독국, 근로감독청 등을 고민할 텐데, 산업안전보건도 근로감독이라는 걸 어떻게 효과적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인력 자체가 한두 명에 불과하죠. 인원을 늘리면 무엇보다도 광역에 담당 과를 하나 더 만들 것 같아요.
김명희) 그 과에서 하는 일은 전략 세우고, 트레이닝하는 게 되나요?
강태선) 광역감독과. 나름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좀 큰 사건들 맡아서 하고, 예전에 대응이 임기응변 식이었다면 좀 더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서 효과가 있다고 자평해요. 산업안전보건도 이제부터 시작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은 사업장만 찾아다니는 것은 임기응변이거든요. 상황을 깊이 들여다보고 왜 이런 사고가 났을까, 다른 나라 감독사례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퍼포먼스 기준과 목표 설정 전략을 세우는 거죠. 우리는 지금 안전난간 몇 cm 지켰나 수준의 감독을 하고 있어요. 효과적인 감독이라고 볼 수 없는 거죠. 감독관의 전문성, 그 다음에 감독 전략들이 잘 만들어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이 지금 조성되고 있는 거죠.
김명희) 보건의료 쪽을 보면, 정부가 어떤 안을 내놓거나 시민사회가 정부에 요구하는 것이 상당히 디테일한 편이거든요. 운동단체가 기술적 전문성이 있고, 오히려 가끔은 공무원들이 할 만한 일을 왜 시민사회가 하고 있나 생각이 들만큼. 그에 비하면 노동행정 쪽은 운동 진영 내에서 거의 사각지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요. 노동운동이 근로감독제도, 노동행정규제를 잘 감시하고 감독하고. 전수경) 전문성이 없죠. 개입전략이 없고, 정부를 향해서 요구하는 백 가지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어요. 보건의료 영역은 활동가 중에 전문가들이 많고 미시적 영역까지 다루지만, 노동 쪽은 민주노총이 전부 아니면 전무여서, 순위나 개입전략 같은 것이 없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기술적 의료적 전문성에 대한 관심이 과도하고, 노조교육도 그런 내용이 많죠.
정해명) 편식이 심해요. 노동조합법, 근로기준법은 돈 문제와 근로조건이 연관성 깊으니까, 그리고 산재보험법은 이거로 밥 벌어먹는 사람이 많으니까 민감하죠. 산재보험 처리나 이런 것에 대해서 상당히 디테일하게 이야기되고 있어요. 노동안전 쪽 분야는 전문가 풀도 많지 않고 노동조합에서도 변두리 이슈였던 게 사실이고, 주요 이슈가 안 되고 편식이 심한 편이죠.
강태선) 누구도 자기가 산재를 당할 거라고 생각을 안 해요. 긍정 편향이 있죠. 산재를 입었을 때는 아무리 동료라도 이해를 못하고. 입장을 달리 하고, 유족들은 조직되기 어렵고. 대부분은 아주 개별적인, 재해를 입은 사람들은 인종이 바뀐다고 이야기해요. 마치 인종차별처럼, 보편화되기 어렵죠. 재해율로 따지면 모두 드러난다고 할 때 2~3%라고 하는데, 이 정도면 대단히 높은 건데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죠. 이게 관건이죠. 임계점에는 아직도 도달하지 않은 것 같아요.
전수경) 영세사업장이 사망률이 높으니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사망을 줄이려고 하는 것은 맞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기업주 처벌을 강화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하청 노동자에게 위험을 전가함으로써 사망이 일어나는 것은 막자는 것이고, 정부가 할 일은 작은 공장들, 시설이 낙후한 곳에 대한 전폭적인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사회적인 운동으로서의 기업살인은 조금 다른 것 같고요. 철도현장에서 사고 발생했을 때, 철도노조는 국토부 김현미 장관이 현장에 가서 사고재발 방지 이야기를 하도록 했지만, 노조 활동가 분이 전화로 하소연을 하시더라구요. 선로보수 외부업체 노동자 사망했는데 원청 노조가 안 모인다는 거예요, 관심도 없고. 원청 노조는 자기 조합원 문제 아니면 관심을 안 갖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거예요. 대통령이 산재 줄인다고 하는데, 노동부 대책은 전과 다른 점이 없고, 실제로 안 줄어들 것 같다고 이야기 하더라고요.
강태선) 사망감소 50%는 쉽지 않을 거예요. 이제 걸음마를 뗐다고 생각해요. 국토부에서 건설기준진흥법 강화하고 국토부 사고조사위원회 상설화하고, 의정부 경전철 사고를 조사했어요. 조사위원들은 비상근인데 공개를 다 했어요. 이제 좀 달라지는 거죠. 이제 시작이고, 안타깝지만 획기적으로 줄진 않을 거예요. 근거 있는 전략이 나올 수 있는 배경일 뿐이지, 시행하고 몇 년이 지나야 줄어드는 것이지, 지금 뭘로 줄여요, 갖고 있게 없는데. 산업안전근로감독관이 400명인데, 억제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하거든요.
정해명) 제 기억에, 노무사 11년 하는 동안 제가 접촉했던 회사 중 사망사고가 발생해서 사고조사랑 처벌 이런 것 때문에 산업안전근로감독 받은 회사는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건설은 좀 다르지만. 일반 근로감독은 1년에 두세 번 정도는 나오거든요. 세무조사를 받으면 데이터가 신고 되고 탈탈 털린다, 공포가 있어요. 사업주한테 산업안전은 그런 중요도가 없어요.
강태선) 공포를 줘서는 효과가 안 나올 거예요. 세무감사는 잘 받아야겠다 대비를 할 수 있지만, 산업안전 근로감독은 견적이 안 나와요. 법 자체가 다양하고 내용도 많고, 감독관도 표준화되어 있지 않다 보니까 과태료 50만, 100만원 바치는 게 현재로서는 합리적일 수 있어요. 작은 데는 그게 관행이고 큰 데도 다르지 않아요. 교육도 너무 강조하고 있어요. 누구를 교육하라는 건지, 사업주가 책임져야 하는 건데 노동자 정신상태가 글러먹어서 그렇다고 보는 거잖아요. 잘못된 거죠. 특별안전 교육이 중요해요, 모든 업종을 망라해서 분기 6시간 교육해라, 이런 건 우리나라만 있어요. 교육 문제는 아닌데 말이죠. 너희 사업장에서 정말 중요한 게 뭐야, 그거 하면 인정해주는 거죠. 사업장에서 해야 하는 건 A인데, BCD 하고 있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수료증 받고 사인하는 거 의미도 없어요. 우리가 도로교통법을 일일이 다 알아서 운전하는 거 아니잖아요, 소기업은 지원, 대기업은 자율, 이런 거 일종의 도그마예요. 편견을 버리고 정확한 통계 가지고 일해야 해요. 지금 통계가 엉망이잖아요. 사실 통계 소스는 많아요. 근로환경조사, 동향조사, 국민건강영양조사... 이러면 산재통계도 개선이 될 것이고. 사고조사 공개와 데이터로 정책을 뽑아내야죠. 도그마에서 탈피해서.
정해명) 일자리안정자금 올해 집행하는 거 보면서, 정부에서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겠다, 생각이 들어요. 동네 골목마다 일자리안정자금 플래카드가 붙고 주민센터에 전담자가 앉아 있어요. 근로복지공단은 자기 일이니까 그렇다 치고, 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 고용보험 공단에서도 이 일을 다 하고, 일자리 안정기금 신청 창구가 있어, 전담자가 있어요. 3조니까. 안전과 관련된 문제도 의지만 있으면, 1년에 사망자가 2천 명인데, 이정도의 관심과 예산만 쏟아 부으면 잘 될 수 있겠다 생각이 들어요. 쉽진 않겠지만.
강태선) 정확한 말씀인데 우리가 지금 의지가 없어요. 그게 문제예요.
정해명) 최근에 느끼는 게, 산재사고 발생하면 보고해야 하잖아요, 안 하면 물어야 하는 과태료가 올랐어요. 신고 안하면 700만원, 이제는 알고도 신고 안 하는 사업주는 없을 것 같아요.
강태선) 일자리는 청와대에서 챙기는 거잖아요. 안전도 정부가 중요하게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제천이나 밀양 화재 등도 계기가 되었고. 그런데 이게 돈을 풀어서 되는 문제가 아니고 복잡한 문제거든요 시간도 많이 걸리는 문제고. 짧게 승부를 걸어야 하는 문제는 아닌데 계산을 하죠, 장기과제예요. 멈추지 않고 나가야 해요.
김명희) 그런 면에서 노동계가 적극적으로 요구했으면 좋겠다, 이런 거 하나 이야기해 주세요.
강태선) 노동계가 정부 ‘근로감독’을 ‘감독’했으면 좋겠어요. 제대로 하는지. 국회 국감 때처럼 근로감독 몇 개 했어? 이런 식의 얄팍한 감사가 아니라, 정말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을 위하는 방향으로 감독이 효과를 거두는 게 가장 중요하잖아요. 미국의 AFL-CIO는 1년에 한번 “TOLL OF DEATH”라고 하는, 직업안전보건청(OSHA)이 감독한 결과를 다시 감독하는. 즉 감사보고서를 발간해요. 감독 시간과 감독의 질까지 보는 거죠. 감독 숫자 늘리는 것만으로는 효과를 보장하지 못하거든요. 고용노동부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씀드렸는데, 실은 더 가깝게는 노총들이, 먼저 시작해야죠.
전수경) 노동조합 소속 노무사나 변호사들이 일이 많을 때는 조합원 상담이 먼저 아니냐는 말을 들었다고 해요. 조직에 속해 있는 사람들의 경우, 몇 명의 노동자에게 혜택이 돌아갔다, 이런 보고서가 나오기 어려워요. 자기 조직이 먼저고, 자기 조합원이 먼저고.
강태선) 이해는 가요. 정책비판은 하지만 감독 행정에 대한 이야기는 안 하더라고요. 감독 행정은 법률이 있고 사업장이 있고 노동자가 있을 때, 톱니바퀴가 되어주는 건 집행이거든요. 법이 바뀌어도 집행이 안 되면 사각지대고요, 사각지대가 없으려면, 감독관 수 늘리라는 게 가장 원시적인 주장이고, 집행에 좀더 신경을 써야 해요.
전수경) 작고 재밌는 것으로 시작을 해야죠, 법원 판결문이 여전히 공개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작은 문제 같지만 그게 알 권리, 민주주의 문제이기도 해서, 사고조사 보고서 같은 것에 대해서는 정보공개청구운동을 하든가 해야죠.
강태선) 판결문 공개가 안 돼서 가장 피해보는 영역이 아마 노동안전 쪽일 거예요.
정해명) 근로감독 보고서를, 사업장 이름 지우고 공개하면 되거든요, 칭찬 받으려고 정부가 보도자료 내는 것 하지 말고요.
강태선) 좀 더 디테일한 행정 공개를 해야 되요. 개인정보 가리고 얼마든지 공개할 수 있어요. 환경부가 화학물질 정보공개 하는 게 행정력을 들이지 않고 기업을 감시하는 방법이거든요. 효율적이에요. 일단 기초자료를 공개하면 그걸 가공해서 발암물질 지도 그림을 그리고, 배출 저감 계획을 보고 운동에 탄력도 받고요. 그건 공무원 수십 명 고용한 효과가 있는 거죠.
김명희) 밤늦은 시간인데 이야기 너무 많이들 하셨어요. 다들 할 이야기 없다고 하시더니만. 오늘 감사합니다.
(끝)
오랜 쉼 끝에 돌아온 [노동과 건강]을 반겨준 분들이 많았습니다.
온라인에 읽을 거리, 볼 거리가 넘쳐나는데도 [노동과 건강]을 좋아하고 기다려 주신 건 아마도 주류 미디어에 등장하지 않는 사람들, 듣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실 세계에서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노동자들, 묵묵히 현장을 지켜온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러면서도 우리가 해온 운동을 반성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독자들이 원했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1년 내내 중요하지 않은 시기가 없지만 노동건강연대에게 4월은 좀 더 특별합니다.
노동자 건강권 투쟁의 달이고, 4월 28은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입니다. 이를 기념하여 올해로 14년째인 최악의 살인기업 시상이 선정식도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노동과 건강] 봄호가 특집으로 “기업살인 ㅡ K 호러를 끝내자” 를 기획한 것은 당연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K팝과 K드라마가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면, 변함없이 높은 한국의 산재사망은 독특한 K호러 장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기획특집에는 다섯 편의 글이 실려 있습니다. 우선 지난 한 해 중대재해 현황을 살펴보고, 노동부가 산재 문제를 어떻게 노동자 책임으로 포장해 왔는지 검토한 후, 국내 상황에서 기업살인에 대한 처벌이 왜 강화되어야 하는지, 해외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탐색해 보았습니다.
산재가 발생한 후의 처벌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산업안전근로감독관으로 활동했던 강태선 회원, 안산 지역에서 노무사로 활동하고 있는 정해명 회원, 노동건강연대의 전수경 활동가와 함께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노동행정, 노동안전보건행정의 변화를 짚어 보았습니다. 아쉬운 부분도 크지만 확실히 ‘분위기’는 달라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의미있는 변화로 이어지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고, 노동계의 감시가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지난 한해 사람들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단어 중 하나가 ‘갑질’입니다. 특히 일터에서의 갑질 천태만상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놀라고 함께 분노했습니다. “직장갑질119”는 노동현장의 괴롭힘, 갑질 문제를 공론화하고 해결을 도모하는 새로운 방식의 활동이라 할 수 있는데요. 지상중계 코너를 통해 여기에 참여한 스탭들의 생생한 상담사례와 운동의 나아갈 길에 대한 속 깊은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작업장 바깥 이야기도 있습니다. 노동자에게 위험한 작업현장은 주변 지역에도 환경오염 피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가경제를 이끌어온 ‘산단’ 주변 주민들이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임지애 박사가 연구결과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또 수도권과 산업단지 전력 공급을 위해 화력발전소, 송전선로의 피해를 감당해 온 충남 지역의 상황을 당진환경운동연합 유종준 활동가의 입을 통해 전합니다.
책 소개 코너에서는 노동자 건강 연구에 막 발을 들여놓은 새내기 연구자 이주연 회원이 캐나다 노동자안전보건 연구의 대가인 캐런 메싱의”보이지 않는 고통”을 읽고 공감과 지성의 힘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세계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은 전세계 노동계가 기념하고 또 여러 국가에서는 공식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어 있기도 합니다. 국제적으로 어떤 캠페인이 벌어지는지, 각국 정부는 어떤 반응을 하는지 보이는지 찾아보았습니다. 특히 미국 오바마 - 트럼프 정부의 급격한 반응 변화가 눈에 띕니다. 한국에서도 대통령이나 총리가 나서서 산재 사망 노동자를 기리는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노동과 건강] 2018년 봄 호가 독자들 손에 도착할 즈음이면 편집위원회는 부지런하게 여름호 준비를 시작합니다. 더 나은 [노동과 건강]을 위해 독자들의 격려와 따끔한 지적 기다립니다.회원들의 기고는 당연히 두 팔 들어 환영합니다.
편집위원장 김명희
기획 기록하고 되짚다1
속 깊은 대화 :
앞이 보이지 않게 된 노동자들과 함께 한 1년
대담 참여자 : 김명희 / 편집위원,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상근연구원
박혜영 /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전수경 /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비가 내리던 지난 6월의 어느 날, 서울의 한 카페에서 노동건강연대 박혜영, 전수경 활동가들과 ‘메탄올’ 이야기를 나누었다. 청년 노동자들의 메탄올 중독사건이 세상에 알려진지 1년이 넘었다. 이 날도 두 활동가 모두 ‘다음 스토리펀딩’의 마무리를 장식할 토크 콘서트 준비에 정신이 없었다. 그동안 사건을 알리는 언론 인터뷰는 많이 했어도, 오랜 시간 차분하게 앉아 자신의 지난 활동을 돌아보고 이야기를 나눈 것이 처음이라고 했다. 이야기는 길어져서, 점심을 먹고 자리를 옮겨서도 계속되었다. 인터뷰는 편집위원인 김명희가 진행하고,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영펠로우 류한소가 기록과 정리를 맡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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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병원을 찾아갔던, 가서 만난 것
김명희: 이번 메탄올 사건의 발단부터 지금까지 가장 가까이에서 피해자들과 함께 이 문제를 다뤄왔는데, 뭐가 제일 보람 있었고, 제일 아쉬운 건 뭐였는지 얘기해주세요.
박혜영: 가장 보람 있었던 건, 무작정 병원을 찾아갔던, 가서 만난 것. 여섯 명 중 두 명은 병원에서 만났고, 두 명은 수소문도 하고, 트위터에 어떤 간호사가 올린 글 보고 쪽지 보내서 무작정 찾아가게 되었고... 하루하루 피해자 찾느라고 인터넷을 얼마나 뒤졌는지 몰라요. 두 명은 나중에 사무실로 제보가 온 건데요. 사실 처음에 엄청 경계를 하셨는데 일단 만나서 얘기를 들은 것. 가족이나 지인 이외의 첫 사람인 거라서. 뭐랄까, 사건으로 다가갔다기 보다는 인간의 삶으로 다가갔다고 그래야 되나? 그런 경험을 한 것 같아요. 흩어져있는 피해자들과 관계를 맺는 게, 활동하는 내내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는데, 계속 관계 맺음을 했어요. 그래서 더 자세한 상황을 세상에 알릴 수 있게 되었고, 피해자들도 서로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돼서, 그게 보람 있는 것 같아요. 아쉬운 건, 노동계에서 폭넓게 이 사건을 함께 대응하지 못한 것. 처음에는 뭔 상황인지, 어디서부터 풀어야 하는지 몰라서, 각자 대응하다가 굵직한 요구 같은 걸 못 만든 게 아닌가 아쉬움.
김: 제대로 대응을 못했단 건 어떤 거죠?
박: 피해 당사자들은 만났지만, 사건이 일어났던 인천, 부천 지역과 상황을 공유하고 무엇인가를 도모하는 일을 못했어요. 인천 지역은 건강권 운동을 하는 분들이 계셔서, 이 분들이 적극적으로 해주셨죠. 노동자들은 자기가 메탄올을 쓰는지조차 모르는데 메탄올 피해자 찾는다고...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부천은 그것조차 안했거든요. 그걸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상의할 수 있는 조직이 없었다고 해야 하나? 작년 10월 초에 추가 제보 들어오고 나서야 답답한 마음에 부천을 무작정 갔죠. 가기 전에 민주노총에 물어봤을 때, 부천 지역에는 조직이 없다는 대답만 들었고, 그래서 한국노총부터 찾아갔죠. 비정규센터랑 이주민 센터도 찾아갔어요. 이 사건을 알고 있는 데가 없더라구요. 그 때 후회를 했죠. 진작에 찾아왔으면 어땠을까. 물론 이 사건을 혼자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기는 했지만... 나중에, ‘누가 운 나빠서 눈이 멀었다며?’, ‘그런 일이 있었다더라’는 얘기가 공장 주변에 돌았다 하더라구요. 김영신, 전정훈 씨도 사건이 알려진 지 9개월 만에 알려지고, 현장이랑 멀리 있어서 그리 된 게 아닌가 싶어요.
“나 방송하면 피해자 줄일 수 있어요? 그럼 할래요”
김: 일로서 제일 어려웠던 건 뭐예요?
박: 기자들 상대하는 것 (웃음). 산업 담당 기자들한테 연락이 많이 와 가지고... 노동을 생판 모르는 기자들이 1부터 다 물어보니까.
김: 근데 그들이 왜? 노동 기자가 아니라?
박: 삼성 LG 얘기가 나와서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헤아려보니까 5~60명은 넘게 만난 것 같은데, 왜 힘들었냐면, 사건이 일어난 맥락을 설명해야 되니까. 노동재해의 역사부터 설명을 해야 했어요. 제가 1년에 몇 명의 노동자가 일 하다가 죽는지 아시나요 물으면 안다는 사람이 한 5% 되려나? 위험의 외주화 이런 말은 들어봐서 아는데, 사망은 정말 몰랐다는 거죠. 1년에 2천명이 죽는 거는. 파견노동에 대해서도 한두 시간 인터뷰를 해 가면, 기사에는 대기업 하청 문제만 나와요. 초창기에는 언론에 피해자 인터뷰가 제법 나갔어요. 당사자는 몸도 마음도 아프고 힘든데, 자꾸 인터뷰를 해야 한다고 연락이 와. 그래야 사람들이 관심을 보인다고. 힘겨워 하는 당사자 설득하고 같이 울고, 다독이고 또 가족들이랑도 양해 구하고, 한다 안한다 했다가 그 때 정말 마음이 힘들었죠. 가족들이 언론을 굉장히 꼼꼼하게 모니터링 하셨는데, 기사에 사실관계가 다른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거나 개인정보가 생각보다 많이 나가면 그걸 다 나한테 항의하세요. 기자랑 인터뷰 할 때 말씀하신 건데, 그거 고쳐달라고 나한테 뭐라고 하니까, 난 또 밤늦도록 기자들이랑 실랑이 벌이고, 고쳐지기도 하고 안 고쳐지기도 하고, 당사자들이나 가족한테 미안하고. 중간에 시사매거진 2580 촬영할 때, 아무도 인터뷰 못하겠다고 하고, 나도 공중파에 그렇게 나가는 건 지금 상태에서 많이 힘들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근데 갑자기 새로운 피해자가 나온 거에요, 이진희 씨. 그 날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이현순 씨한테 전화가 왔어요. “나 정말 하기 싫은데, 또 다른 피해자가 나왔다면서요? 내가 방송하면 더 피해자 줄일 수 있어요? 나 그럼 할래요.” 하는 거에요. 그날 전화통 붙들고 얼마나 울었는지..
네이버 기사에 댓글 다는 활동가
김: 그럼 본인이 활동가로서 성장한 부분은 뭘까요?
박: 이런 민망한 질문을... 저는 감성적인 사람이라서, 차분하게 정리하는 버릇은 생기긴 했어요. 자칫하면 관성에 따라 일하게 되는데, 이번 경험을 하면서 그걸 경계하는 훈련이 되었어요. 지식인 사회가 얼마나 편협한지를 깨닫기도 하고...
김: 아, 깨달음을 얻으셨군요.
박: 너무 부끄러웠어요, 진짜. 트위터, 우리가 보는 페이스북이랑 언론, 그 바깥의 세상을 맞닥뜨렸다는 생각이 들고, 편하게 운동했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반성을 하고...
김: 지식인 사회에는 뭐가 제일 놀라거나 실망한 거예요?
박: 지식인 사회는 일단은 이런 사건이 벌어지면, 평론을 먼저 시작하는 것 같애(웃음). 민주노총도 그렇고...
김: 민주노총이 지식인입니까?
박 : 글쎄요, 지식은 많죠. 그 지식이 현장이랑 괴리된 것 같아요. 처음 사건 터지고 같이 해보자는 제안을 기대했거든요. 우리는 당사자들이랑 관계가 있고, 현장 노동운동에는 현장의 감각이 있으니까. 그런데 민주노총 현장에서는 이 일을 몰랐고, 중앙에서는 어땠냐? 민주노총이 직업환경의학회, 한국 산업보건학회, 한국 직업건강간호학회랑 같이 국회에서 토론회를 개최한다면서 저한테 전화를 했어요. ‘토론회 할 건데 장소 좀 빌려봐 봐’. 그 황당함은 말로 못해요. 전문가들 모여서 토론회를 할 때인지 모르겠고,. 결국 토론회를 하더군요. 토론회에도 오라는 얘기조차 못 듣고, 포스터 보고 찾아 갔죠. 보고 있는데, 정말 저들이 이야기하는 것 때문에 사건이 발생한 건가? 예방책이라고 제시한 걸 하면 정말 예방이 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 분들도 충격을 많이 받았다고 하고, 여러 각도에서 분석을 했어요. 근데, 저들이 현장, 파견노동의 현장, 무정부상태인 그 현장을 정말 알고 있는 걸까 의구심이 들었어요. 또 파견 노동이 아니라 영세사업장 건강관리 문제, 메탄올 문제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동안 산업보건이라는 게 저런 식으로 되어 왔구나, 현실은 없고 서류만 있었구나. 토론회 다 끝나고 손들고, 피해자들은 이렇게 지낸다, 이거 좀 생각해달라, 이렇게 한 마디 하고 말았는데. 그 뒤로도 노동부에서 노동계랑 미팅을 엄청나게 했대, 한 달에 한 번 이상. 어떤 내용이 오고 갔는지는 지금도 몰라요. 들은 일이 없으니...
김: 그 노동계라 함은 민주노총?
박: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노동안전보건 담당자요. 그래도 피해자 문제는 내가 젤 잘 아니까, 상의도 하고, 다양한 각도로 하면 좋았겠지만, 그런 상의는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많이 아쉬웠어요. 좀 더 상의하고, 폭넓게 대안도 내서 현장을 더 들여다보는 활동을 했으면 어땠을까. 제가 사건 대응에 지쳐서 좀 휴식을 취하다가 9월 말에 전정훈 씨랑 김영신 씨 새로 제보받고 바로 기자회견 급하게 열었잖아요? 그리고 김영신 씨랑 같은 회사를 다니던 양호남 씨 누나를 만나러 수원에 JTBC 기자랑 가 있는데 민주노총에서 전화가 왔어. “내가 뭘 해야 되냐?” 이러는 거예요. 뒤늦게 부천 지역엘 찾아갔더니 이 사건에 대해서 아무도 모르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같이 선전전이라도 하자 했더니 유인물을 만들어 오라는 거야, 뿌려주겠다고. 지역에서 상의 해보고 의견을 내 보겠다, 이런 얘기가 나올 줄 알았어요. 우리는 지역 상황을 잘 모르기도 하고, 단순히 피해자만 찾는 것보다는, 파견 문제에 대한 문제제기나 행동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갔는데.
김: 그러니까 민주노총 라인 안에서도?
박: 응. 한국노총도 다를 것 없고, 지역 비정규센터도 몰랐어. 외국인 노동자 센터도 몰랐고. 그렇게 찾아다녔는데, 이 문제를 아는 데가 한 군데도 없었어요.
김: 신문에도 제법 나왔는데...?
박: 아니 한번이라도 얻어 걸려야 될 거 아니야. 얼마나 기사가 많이 나왔어? 시사프로그램도 다 나왔고. 저는 초반에 민주노총 중앙에서 부천이나 인천 쪽이랑은 이 문제를 가지고 상의를 했을 줄 알았어요. 그래서 추가 피해자는 진짜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나중에 부천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부천이나 인천 지역에는 없는 거냐 한탄을 했더니, “거기 찾아가 봐” 그래서 뒤늦게 찾아간 거야.
김: 만약에 유사한 일이 또 벌어진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죠?
박: 팀을 잘 꾸려야 된다. 관성적인 연대, 대책위 같은 거 필요 없고. 해서도 안 돼. 대책위 같은 건 하면 실무만 늘어나. 정말 끔찍해.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걸 찾아야죠. 지금 꾸리라 그러면 뭐 부천, 인천, 비정규센터 이런 데 찾아갈 것 같아. 안산 비정규센터도 포함하고, 파견 문제 하는 조직 포함하고. 하여튼 무슨 서울에 60개 조직 연대체, 이런 건 안 돼.
김: 기존에 하던 중앙 단위의 이런 게 아니라?
박: 서울에서 할 수 있는 역할도 있겠죠. 그런데 현장에서만, 지역에서만 알 수 있는 내용들이 있거든요. 지역의 정서와, 현장 상황 이런 것들. 그런 것들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싸울 수 있는 당사자도 한명이라도 더 생기고. 작년에 제가 네이버 지식인이나 언론 기사 중 파견, 메탄올 관련된 글들에 댓글을 달고, 혹시 유사한 피해자가 있는지 찾는 일을 했어요. 그 댓글에, 궁금한 게 있으면 전화 달라고 사무실 전화번호를 엄청 뿌렸거든요. 사고가 발생하고 몇 달 후에 사고 난 세 개 업체 중 두 개에서 일을 했다는 사람에게 전화가 왔어. 어떻게 알고 전화했냐고 했더니, “댓글에 전화하라고 써놓으셨잖아요” 하더라고요. 1~2월에 사고가 났는데 전화 온 게 5월쯤이었어요. 왜 이제야 전화했냐고 하니까, 자기는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는데, 같이 회사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지나가면서 누가 눈이 멀었다더라 이런 얘기를 들었대요. 그래서 검색을 해봤다면서 이것저것 물어보더라구요. 그 분은 저랑 다섯 번 정도, 한 번에 1시간 정도씩 통화를 했어요. 폐업한 업체가 어디 가서 다시 회사를 차렸는지, 노동환경은 어땠는지, 누가 어떤 방식으로 공정에 투입되는지 등을 자세하게 들었어요. 중간 중간에 계속 노동법에 대해서 묻는 거에요. 한국노총 노동상담소에도 실제로 찾아가셨고, 도움도 받았어요. 10월에 새로 피해자가 밝혀지고 나서, 그 분을 만나 또 새로운 이야기를 듣기도 했죠. 88년생인데, 고시원에서 어떻게 사는지 얘기도 듣고... 그 분은 결국 공장 일 그만 두고 건설현장에서 일해요. 건설현장이 일 하는 시간은 비슷한데 돈은 더 많이 줘서 그게 더 좋대요. 후배 활동가들이 이런 일을 하면, 현실을 제대로 알면서 그 일을 하는 사람들과 무언가를 도모하는 일을 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지옥문이 열린 걸 보는 듯했다
김: 전수경 활동가는 이 사건이 있는 동안 세월호 특조위, 말하자면 좀 바깥에 있었잖아요? 박혜영 활동가하고는 상황이 달랐을 것 같아요. 어떤 생각들을 했는지 얘기해주세요
전: 일단 엄청난 사건이라고 생각했죠. 이중 구조화된 노동시장 밑바닥에서 뭔가 지옥문이 열린 걸 보는 기분, 맨 밑바닥부터 무너져가는 시스템을 빨아들이는 지옥을 보는 것 같았어요.
김: 시민사회나 노동의 대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했어요?
전: 공무원 사회만 칸막이가 있는 게 아니라 이쪽도 칸막이가 있어요. 이게 소수 단체만이 아니라, 노동계가 같이 대응해야 될 일이었는데, 너무 전문주의적이고 기능주의적으로 칸막이를 쳐버린 것 같았어요.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전문가가 대응 과정이나 정부와의 대화 라인을 독점한다든가... 이 분야의 활동 시스템이 전문가 중심으로 되어 있고... 사실 메탄올 사건이 부천이나 인천 노동현장이 아니라 우리 같은 단체로 들어온 건, 우연히 초기 진료를 담당했던 전문가가 우리 회원이기 때문에 그리 된 것도 있지만, 지역에서 활동하던 일반노조, 노동 상담소, 지역 네트워크 이런 데가 작동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아요.
김: 현장에서 얘기가 들어온 게 아니라 병원의 진료현장을 통해서 왔죠.
전: 네. 지역별로 비정규센터들이 있고, 지자체 보조를 받으면서 운영되고 있는 곳도 많은데, 이곳들이 원래 지역 기반으로, 메탄올 피해자 같은 사람들을 만나고 권익을 보호하려고 있었던 조직일텐데... “공장마다 파견이 많더라, 서로 이름도 모르고 일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 이런 말 해주는 현장 활동가가 없었던 것 같아요.
김: 논의를 확대해 볼게요. 전수경 활동가는 세월호 특조위에서 안전과 관련된 포괄적 의제를 다뤘잖아요, 원전부터 시작해서 노동에 이르기까지. 그 2년의 과정을 거치면서 본인이 달라진 게 있나요?
전: 관점, 시각은 거의 변하지 않았어요. 전문가들의 밥그릇, 거기 맞춰서 셋팅된 관료, 공무원 조직. 이게 공고하게 자리잡은 상황에서 전반적인 사회적 의제와는 소통이 가로막히고, 전문적이고 기능적인 영역만으로 문제가 축소되었는데, 노동운동이 그걸 또 그대로 받아서 하다 보니 노동자 권리나 건강문제가 보편적 의제로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왔어요. 세월호를 보면서 안전, 건강이 민주주의, 정치 문제라는 생각이 더 강해진 것 같아요.
박: 특조위 가서 사회제도에 대한 시각이 더 강해진 것 같아요.
전: 산재보험이든 노동부나 안전공단이든 이런 데 유달리 관심이 많았던 이유는, 자기 권익을 보호할 조직이 없는 대다수의 시민들에게, 노동자들에게 가장 큰 변화를 주는 거니까. 그 안에서 밥그릇을 차지하고 있는 관료 행태나 관료에 기생하는 전문가들, 이런 사람들에 대해서 항상 관심이 많았죠.
김: 따뜻한 관심?
전: 서로 붙어먹고 사는 그 시스템을 깨뜨리고 다시 세팅할 수 있으면 좋겠다. 노동조합이 없는 대다수 90% 사람들에게 맞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너무 답답해 가지고 ‘차라리 산재보험을 없애고 다시 시작하든지’ 이랬더니 대표가 나보고 ‘왜 무정부주의자가 되어서 왔냐’고 하더라고.
김: 한국 남자들은 메타포를 이해하지 못해요 (웃음). 무정부주의에서 죽어나는 건 사회적 약자예요.
청년 담론에서도 배제된 생산직 노동자들
김: 이제 본격적으로... 이번 메탄올 사건에 여러 층위의 문제가 겹쳐 있는데 하나씩 원포인트로 이야기해봅시다.
박: 노동에 대한 사회적 습관, 사회적 무관심. 위험하고 힘든 노동은 그냥 이야기거리로 소비되고... 옛날 이야기 같지만 현실에서 엄연히 존재하는데, 사회적으로 발언권 없는 사람들로 계속 채워지면서 여기에 무심했던 이 사회. 습관이라면, 노동계도 너무 하던 대로만 하고.
김: ‘그러려니’ 하는 것?
박: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그럼 너네가 알아 와 봐 이런 식이거든요.
김: 전수경 활동가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가장 약한, 혹은 결정적 고리라면?
전: 최근에 한국사회 청년세대와 관련된 책들이 꽤 많이 나와 있더라구요. 혼자 사는 청년들의 라이프스타일, 사회적 기업... 청년 유니온이 최저임금 이야기를 다룬 책도 있기는 하지만, 이를테면《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의 그 ‘열정’에도 끼지 못하는 저학력 저소득층의 육체노동자, 현장 실습생들의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렵더라구요. 청년 담론에도 포함되지 못하는 정말 밑바닥 저수지에 있는 청년들, 아무런 문화자본도 없고 사회적 네트워크도 없는 그 사람들의 문제가 메탄올로 드러난 건데... 키워드 하나를 꼽는다면, 그거 같아요. 불평등.
김: 메탄올도 아니고 영세 사업장이란 키워드도 아니고.
전: 영세사업장, 5인, 50인, 300인 이렇게 나누는 건 정부가 관리하기 편하라고 만든 기준이고, 전문가들의 밥그릇도 더 많이 생기는 것이고. 50인 미만 사업장 관리한답시고 그걸로 계속 돈을 벌잖아요. 사업장 경계를 넘어서 그냥 흘러 다니는 육체 알바 노동자들, 실업자, 계절공. 이런 젊은 육체노동자들의 경우에는 규모별로 되어 있는 정부의 관리 제도가 아무런 힘을 못 쓰고 있잖아요. 정부가 이걸 영세사업장, 공장 문제로 보는 건 경로 의존성도 있고, 갑자기 흔들 수도 없는 상황이니까... 그래서 차라리 산재보험제도를 없애버리고 근로복지공단도 없애고 일반 보건의료체계로 흡수해서 개별 국민에게 접근하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그 사람들을 그나마 포착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박: 그리고 뭔가 되게 정형화돼서 사업체가 굴러간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어떨 때는 10명이 일하고 어떨 때는 100명 일하는데 어쩌란 말이야(웃음).
김: 상상의 지평이라는 건 굉장히 벗어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상병수당, 휴업 급여, 이런 문제만 해도, 공무원이나 대기업 다니는 사람들은 아파서 이틀 못나가도 월급이 깎이지 않잖아요. 그런 것에 대한 상상이 없는 거야. 휴업 급여가 왜 필요한 건지, 상병 수당이 왜 필요한지, 인식의 지평 안에 없어요. 책을 통해서 학습을 해도, 경험치가 따라오지 못하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파견 이슈 대신 메탄올
김: 정부 대응에서는 뭐가 제일 문제였나요?
박: 언론플레이를 너무 잘하는 거야. 기자들 불러놓고 엄청 설명해대고. 잘하고 있으니까 칭찬해 줄 건 칭찬해주라 그러더라구. 근데 우리가 왜 칭찬까지 해줘? 칭찬은 남들이 해주면 되지(웃음). 나는 이미 박근혜 때문에 화나 있었거든. 파견법을 확대하라 그래서. 나중에 메탄올 대책 보니까 짜놓고 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파견 문제가 완전 빠지고, 처벌에서도 그렇고. 노동부 담당자도 파견 문제로 볼 생각은 안 했어요.
김: 의도는 모르겠지만 프레이밍 자체가 물질 중심으로 축소돼 있었다, 그래서 그것이 이 문제를 엉망으로 만드는 데 고리 역할을 했다, 이렇게 보시는 거죠?
박: 총체적으로는 그렇죠.
전: 노동부 안에서는 이게 파견고용 문제로 가는 걸 막으려고 했을 텐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고용 정책의 실패나 파견제도로 가지 못한 게 있어요. 고용정책 실패로 확산되는 걸 막을 수 있게, 일주일 안에 소화기로 다 뿌려서 진화해버릴 수 있도록 도와준 셈이니까. 정부로서는 성공을 한 거예요. 당시 박근혜가 밀어붙였던 파견확대 문제로 전혀 옮아가지 않고 불을 껐으니까. 노동 쪽에서 파견 문제로 쟁점으로 만들었어야 하는데 그걸 못했어요.
김: 전문가 입장에서는 이걸 빨리 알려줘야 환자들을 찾아낼 수 있다, 이런 생각이지 이걸로 파견 이슈가 점화되는 걸 막겠다 이런 건 아니었잖아요.
전: 그렇죠. 그 문제는 전문가가 할 일도 아니고. 이쪽이 잡아채서 할 수 있는 역량이 없었던 거죠.
21세기의 전근대적 자본주의
김: 사측의 대응은 어땠나요?
박: 사측이 너무 많아, 이번 사건은(웃음). 일단, 파견사업주는 사고 대응한 게 일절 없었죠. 사고 당시에 산재 은폐하려고 했던 파견회사가 한 개 있었어요. 전정훈 씨한테 어차피 산재 안 되니까 몇백만 원 받고 합의하자고 거의 협박해서 합의서 받아갔죠. 파견회사들은 파견법 위반으로만 재판을 받았고. 이게 산업안전보건법상 문제가 됐으니까 사용사업주도 문제가 된 거죠. 사용사업주들은 각각 다른데 예를 들면 처음에 만났던 피해자들이 일했던 덕용 ENG에서는 ‘이렇게 위험한 걸 줄 알았으면 우리 가족이 다 나와서 일을 했겠느냐’ 이렇게 말하는데 거짓말은 아닌 거야. 그러니까 ‘피해자가 억울하니까 메탄올을 마셨다, 그거 말고는 설명이 안 된다, 자기가 십년 이상 이 일을 했고 이 업계에서 제일 오래된 사람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거죠. 사회적 이슈도 되고, 노동부도 찾아오고, 영업 정지 처분 내려지고 이러니까 사업주들도 겁이 나서 돈을 조금씩 줬죠. 당시의 병원비. 근데 어차피 산재보험으로 돌려받았어. 최근까지도 연락을 안 한 사업주들도 있고요. 미안하다고 초반에 병원비를 좀 내주던 사장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미안한 감정도 사라지고, 자기들도 억울한 마음도 들고 그러면서 연락도 뜸하게 되고, 민사 소송까지 들어가고 형사재판 받게 되니까 연락 뚝 끊겼죠. 그러다가 형사재판에 합의서가 필요하니까 다시 찾아오는 사장도 있어요. 합의를 하려고 돈을 얼마를 준다 그러고. 근데 금액이 너무 턱없이 작아요. 그러다 지난 10월에 피해자 2명이 더 나타났고 그제서야 부랴부랴 합의를 더 하네 이런 얘기를 했는데, 뒤로는 재산을 빼돌렸죠. 재산을 빼돌리느라 바빴을 거야. 기계가 한 대에 2~3억 정도 한다 그러는데 3개 사업장 기계가 50~70대 가량 있었단 말이야.
김: 그럼 100억이네?
박: 사업주들 두세 명이 동업을 하거나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서 했다고 했는데, 민사소송 들어가서 보니까 모두가 재산이 1원도 없어. 사업주들은 다양한 각도로 자기 살길을 찾았겠죠. 나중에 재판 가서 BK 테크 사장을 만났는데 자기 부모가 장애가 있다고... 누구보다 장애인 가족의 마음, 장애인의 마음을 잘 아는데 자기가 정말 재산이 없어서 그동안 연락을 못했다고. 합의해 달라고... 그러면서 돈도 한 푼 안 주고(웃음). 그 회사가 메탄올 사건 터지고 노동부 점검까지 하고 난 후에 사고가 난 곳이잖아요. 그런데도 연락 없이 지내다가 최근 형사재판 때문에 찾아오고 연락오고 했죠. 그래도 다른 사업주들은 피해자들한테 조금의 위로금이라도 중간 중간에 주곤 했어요.
김: 발주처들은 어때요? 대기업.
박: 일단은 이게 3차 하청이잖아요. 1차 하청한테 연락이 왔어, 처음에 사고가 나고 막 이랬을 때. ‘거기는 영세하고 돈도 없고 그래’ 그러면서 자기한테 애기하라는 거야(웃음). 그래서 우리가 요구안 내는 거 보시라고, 개별적으로 할 얘기 없다고 하고, 우리가 발주처에, 원청에 세 번의 질의서를 보냈잖아. 삼성이랑 LG는 하청의 안전관리를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고 해, 하청 계약 담당자만 있고. 산업안전 쪽 사람은 그냥 원청회사 관리만 할 뿐이지, 하청 기업의 위험에 대해서는 신경을 안 쓰는 거죠. 이번 사건이 발생했을 때 누가 이걸 담당해야 되냐 시끄러웠다고 하더라고. 그건 그들의 사정이고. 처음에 사건 터지자마자, 이게 3차 하청인데 왜 자꾸 원청한테 책임을 돌리냐 이런 댓글이 엄청 많았어요. 대기업이 만들어 놓은 견고한 원하청 구조가 빛을 발한 게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특별하게 그들이 눈에 띄게 대응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고 생각해요. 질의서 답변 내용을 보면 ‘1차 하청까지 우리는 책임진다’ ‘2, 3차 하청은 1차 하청이 알아서 할 일이다’ 이렇게 일관된 주장을 하고 있어요. ‘그러나 메탄올은 더 이상 쓰지 않는다.’ 여기도 메탄올 문제로 접근하는 거죠. 우리는 메탄올이 핵심이라고 주장하는 게 아닌데. 아직 피해자들에게 말 못한 게 있는데, 심장이 두근거려서. 원청 답변서에 물 90%에 식품첨가제가 함유된 메탄올 대체재를 개발했다고 써놨더라고.
김: 대기업들이 이렇게 하는 걸 가능하게 한 요인이 뭘까요?
전: 적어도 자본주의를 제대로 하려면 정부가 기업 간에 공정거래할 수 있게 관리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데... 저는 이 CNC 업무가 진짜 3차 하청인지도 잘 모르겠어요. 적어도 기록으로 관리되는 시스템에서 파악할 수 있는 정도의, 기업간 경제활동으로 잡힐 수 있는 그런 수준이 아닌 것 같아요. 세계 11위 경제규모를 갖고 있다는 나라에서, 1960년대 이후 산업화가 진행될 때 미처 정리되지 못한, 맨 밑바닥 노동이 지금까지 있는 것 같아요. 전자산업 공급망 측면에서 보면 관리되지도 않고 관리되기 어려운 데서 일어난 일들인데, 노동자 관리도 전혀 안 되고... 전근대적 상황이잖아요.
김: 어렸을 때, 그런 거 안 했어요? 라디오 부품 이런 걸 집에서 막 만들었거든요. 그러니까 공장에서 동네에 이걸 쫙 뿌려 가지고 그걸 집에서 손으로 조립해서... 푸댓자루로 가져다가 이렇게 했는데.... 이게 지금 기계가 2억이잖아요. 기계가 비싸서 가내 공업을 못할 뿐이지 기계가 만약 한 10만원이었으면 집에 나눠주고 옛날에 했을 그런 방식의 연장선상이 아닌가..
박: 지금도 공단지역에 많아. 푸댓자루 왔다갔다 해.
김: 그러니까 기계가 비싸서, 2억이라서 그렇게 못하는 거야, 그렇게 하고 싶은데 너무. 나눠주고 세척해 와라 이렇게 하고 싶지 않을까.
전: 이렇게 생산하는 방식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졌을 리가 없잖아요. 갑자기 재벌 그룹이 발명해낸 게 아니라 바닥부터 있던 걸 얘네는 어쨌든 이용한 거죠. 예전에 반월공단 이런 데 다녀보면 안전공단 지원금 받아서 공장에 보건관리 한다고, 공장마다 다니면서 사장들 혈압 재주고 커피마시고 나오고 그러거든요. 노동부가 그렇게 해왔는데, 이런 메탄올 같은 일이 터진 거죠.
전문가의 책임윤리란 무엇인가?
김: 전문가 문제는 두 가지로 지적했던 것 같아요. 하나는, 노동 분야가 취약했기 때문에 전문가가 주도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이건 전문가의 잘못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 두 번째는 실제로 전문가들의 대응이나 프레임이 잘못된 것. 사건 대응 과정에서 전문가, 학회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해 주시죠.
박: 사실 그들이 뭘 했는지 잘 몰라. 노동부랑 그들이 무슨 얘기를 했는지 모르기 때문에 그들이 뭘 잘 했다, 잘못했다 말할 수 있는 게 잘 없고.
김: 근데 전문 학회들도 노건연을 통해서 이 사건을 인지하고 여러 활동을 한 거잖아요? 근데 그것에 대한 피드백은?
박: 전혀 없었죠. 학회들은 초반에는 좀 떠들썩하더니 그 후에는 잘 모르겠어요.
전: 지난 30년 동안 한국사회에 개입하려고 했던 전문가들이, 이번 메탄올 사건을 보면서 어떤 책임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얼마만큼의 반성적 성찰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어요. 87년 이후에 현실을 바꾸자고 사회 각계로 나갔던 지식인, 전문가 영역 중에서 사실 현장과 접점이 있는 학문이란 게 몇 개 없잖아요. 고용구조나 노동시장 문제, 비정규직의 문제라고 뭉뚱그려 말하는 것을 넘어서 구체적으로 불평등, 차별을 드러낼 수 있는 영역이 이쪽이고 이런 접점을 가진 현장이 별로 많지가 않아요. 전문가들이 이렇게 현실을 알 만한 영역이 별로 없잖아요. 최저 임금 가지고 경제학자가 무슨 실천적 활동을 하겠어. 근데 이 영역은 지식인들이 현장으로부터 자기 성과를 빨아가고, 정부한테서 연구과제 따가고, 자기가 연구자로서 성장하고... 정부 관료로 가있는 이들도 많고.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현실을 착취만 할 뿐이지 바꾸지 못한 것에 대해서 참 마음 편하게들 있구나.
김: 다 같이 반성하러 갈까?
전: 책임감을 가진 전문가들은 없고, 현실을 착취하면서 자리를 잡은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성이 없는 것 같아요. 견제, 비판의 목소리도 없고. 제가 특조위에서 가장 열 받았던 순간 중 하나가 위원장한테 자문위원 임명장 받은 교수가 있어요. 그 사람이 마이크를 잡고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 엄청난 책임감을 느낀다, 다시 한 번 잘해보겠다’ 이렇게 말하는 거에요. ‘저 교수가 정말 책임감을 느끼면 세월호특조위 자문위원장을 또 하고 싶을까’
박: 너무 냉소적이야.
전: 안전이 개인 책임이다, 노동자 부주의론을 만들어왔던 사람들이 다시 자리를 차지하고, 그런 사람이 특조위 오는 걸 왜 못 막는지 생각해 봐야죠.
“홈페이지 보고 하세요”
김: 산재보험 이야기 좀 해 볼게요. 사실 이번에는 산재 승인이 되게 빨리 되었잖아요. 신청부터 재활 단계에 이르기까지 박혜영 활동가가 가장 가까이서 다 봤는데,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얘기해 주시죠.
박: 산재 신청하고 일주일도 안 돼서 승인 나오는 것 보고 황당했죠. 내가 지금 반올림 백혈병 사건 3년째 하고 있었잖아, 산재 신청만. 이 사건에 관련된 공단지사가 3개였는데 어디는 이걸 사고로 보고 어디는 질병으로 보고. 질병으로 분류하면 판정위원회를 열어야 되는 건데, 바로 승인이 나는 걸 보면서 이건 완전 운빨 아니냐, 당사자한테는 다행이었지만, 제도가 작동하는 방식이 이렇게 자의적이구나 불쾌했어요. 그리고 10월에 만난 피해자들의 첫 질문은 자기가 산재보험을 신청할 수 있느냐는 거였어.
김: 나도 해도 되느냐?
박: 초창기에 만났던 피해자들도 자기들이 산재보험 신청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못 믿었어요. 파견 제조업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들이 산재보험을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또 스스로 4대 보험 가입을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4대 보험을 자기가 선택하지도 않았는데, 내가 월급 좀 더 받으려고 산재보험을 안 들겠다 말했는데 이렇게 하면 죄 아니냐, 이런 질문을 하는 거에요. 설명을 해도 굉장히 주눅이 들고 의구심을 가졌어, 자기가 산재보험을 신청할 수 있다는 것에. 서류를 준비하면서 보니까 와, 이건 개인이 할 수 없는 일이구나, 신청이라는 장벽이 처음부터 작동하는구나. 정부는 신청서를 낸 것에 한에서만 주는 거지, 무엇이 더 필요할까, 당사자가 어떻게 해야 된다, 이런 설명은 일절 없고.
김: 신청서 낸 건 해주지만 추가적 정보를 더 주고, 이런 게 없었다는 얘기죠?
박: 전혀 없었고... OO씨 경우에는 자살 시도를 했는데 정신과 질환 추가 상병 신청을 해야 하잖아요? 신청을 했더니 근로복지공단에서 그냥 질병판정위원회를 연 거야. 자살시도를 했던 피해자를 불러다놓고 네가 정말 힘들었느냐를 캐물은 거지. 그래서 엄청난 모욕을 당하고 울다가 나온 거죠. 내가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게 비정상적인거냐, 죄를 짓고 있는 거냐,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김: 인정 받았지요?
박: 인정은 받았어. 그것도 역시 근로복지공단이 뭔가 여러 가지 고려를 했겠죠.
김: 정신과질환 인정받기 되게 힘들잖아요.
박: 나는 사실 그때 무슨 생각을 했냐면, 그래도 정신과입원까지 했고 이런 게 소식이 들어가면 근로복지공단에서 전화는 한 통 하지 않을까, 어떤 치료를 더 받는 게 좋지 않을까 조언해줄 관심 정도는 있지 않을까. 더군다나 이게 혼자 찾아간 사건도 아니고 사회적으로 많이 관심이 있었던 사건이니까. 피해자들이 계속 정신적 문제를 겪으니까 이 문제를 제도 안에서 풀어보자 싶어서 근로복지공단 홈페이지를 열어놓고 어떤 사업을 하는지 쭉 관찰한 다음에 어디 전화를 하면 되겠다 싶어서 전화를 여러 군데 돌렸어요. 근데《나, 다니엘 블레이크》가 되었어요(웃음). 두 시간 전화 연결, 어디로 돌렸다가 어디로 돌렸다가 결국엔 마지막으로 다시 지사로 갔는데 지사에서는 우리는 ‘그런 것’까지 다 못한다, 이런 대답을 받았고.
김: ‘그런 것’의 그런 건 뭐죠?
박: 예를 들면 ㅁㅁ씨 경우에는 근로복지공단 병원에 있으니까 병원에서 정신치료를 한다거나 재활이랑 연결시키는 게 있어요. 그냥 일반병원에 있거나, 입원해도 치료할 게 없어서 집에서 있는데, 이 사람들이 정신과 상담이나 치료를 받고 싶을 때 어디에 찾아갈 수 있는가, 그게 궁금했던 거죠. 뒤져보니까 찾아갈 데가 없더라구요. 근로복지공단 홈페이지에는 제도가 있다고 하는데, 현실에서 찾을 수는 없어. 나는 그나마 전문성이 있는 사람인데도 못 찾아냈고. 또 하나는 이제 시간이 지나면서 요양이 끝나고 장애로 넘어가는데, ‘요양 끝나면 장애급여 신청하세요’란 안내도 아무도 안 해줬어. 당사자들이 아무런 안내도 못 받는다면 장애 등급을 신청하는 건 불가능하더라구. 그래서 우리가 카톡방에서 요양기간 언제 끝나는지 서로 확인을 하고 먼저 끝나는 사람들부터 일단 장애 등급을 신청했는데 우여곡절이 많았죠. 병원을 계속 왔다갔다 해야 되는데, 맞물린 게 동사무소 장애등급이었어요. 동사무소 장애등급 받는 것도 또 신청을 해야 된다는 사실을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고 근로복지공단에서도 아무도 안 알려줬고. 피해자들이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으니까 동행할 사람을 제도적으로 확보하려면 동사무소 장애등급을 신청해야 되는데, 돌고 돌아 얽혀 있었어요. 그래서 결국 각자가 병원 원무과 돌아다니면서 해야 됐죠. 피해자 가족들은 다들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스케줄 맞추기도 힘들고, 내가 같이 가거나 친구가 같이 가서 장애등급 신청을 양쪽에 하게 되고.
김: 근로복지공단이랑 동사무소랑 서로 연락을 안 하나 봐요
박: 그게 화가 나... △△씨는 혼자 고군분투해야 되는데, 동사무소에 가서 “장애등급 신청하러 왔어요, 어떻게 하면 되나요” 하니까 “홈페이지 보고 하세요” 이랬대(웃음). “저 시각장애인인데요” 그제서야 얼굴 쳐다보고 책을 하나 줬다는 거야.
김: 책? 점자책?
박: 아니.
김: 그냥 책?
박: 응(웃음).
김: 아니 홈페이지 보는 거랑 뭐가 달라?
박: 장애인 복지관도 궁금하고, 궁금한 게 너무 많아서 물어봤지만 동사무소에서 제대로 아는 게 없어. CC씨한테 그 얘기를 듣고 화가 나서 같이 시청을 가자, 해서 인천 시청을 둘이 같이 갔어. 장애인 복지과를 찾아갔더니 “동사무소를 가셔야죠. 여기는 그런 것 안합니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 거지. 그래서 동사무소에서 이런 대우를 받고 왔다, 그랬더니 ‘원래 우리가 이런 거 안 해주는데’라며 또 책자를 줘.
김: 그 놈의 책(웃음)
박: 그 다음에 “동사무소 공무원 이름을 아느냐” 이렇게 물어봐. 그래서 계속 우리를 담당할 사람인데 고민에 빠졌지, 어쨌든 말을 했어. 왜 이렇게 연결을 안 해주느냐 했더니, 거기는 노동부 관할이고 여기는 복지부 관할이라 안 한다, 우리는 노동부가 당연히 해주는 줄 알았다, 이런 대답을 인천 시청 공무원이 했지. 그리고 나서 돌아 나오는데 동사무소에서 전화가 온 거야. “불편한 점 있으십니까?” (웃음) 지금 산재보험 장애등급을 신청하고, 지자체 신청을 동시에 했잖아. 두 개 다 연금이 나오는데 그 연금을 두 개 다 받는 게 아니라 두 개 중 하나를 선택해야 돼. 그런 걸 아무도 안 알려줘. 결론적으로 어떤 제도에 대해서도 한 번도 미리 들은 적이 없다, 연결고리도 없다.
김: 의료비 등 문제나 휴업급여는 어때? 산재보험도 비급여가 있지 않아요?
박: 네. 그건 개인이 내야 돼.
김: 부담이 얼마나 되는 것 같아요?
박: 일단 피해자들이 다 장애등급이 달라요. 병원에 있거나 완전 새카맣게 안 보이시는 분들은 간병급여가 같이 나오는데, 간병급여도 신청을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서 한동안 헤맸어. 급수가 다르고 액수가 차이가 나서. 비급여 치료를 받게 되잖아. 그 부분은 개인 부담으로 남아 있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치료가 많지가 않아요. 시신경은 손상됐고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에. 시신경 손상 이외의 뇌 손상 같은 경우에는 재활을 받아야 되는데 그래서 병원에 있는 분들 중심으로 비급여가 생기고 있죠.
김: 휴업급여는 잘 나오고 있어요?
박: 사람마다 다르고 마음이 아픈데, 회사가 미안하다고 일당을 많이 써준 데가 있고 그냥 있는 대로 써준 데가 있어서 휴업급여도 차이가 나요. OO씨는 앞이 안 보여 일을 못하는 건 같은데 조금 희미하게 보인다고 급수가 차이가 나서 연금을 못 받게 되고. 돈이 조금 나오고. 울분이 쌓이는 거야.
근로복지공단 어쩌지
김: 이 문제 해결하려면 산재보험제도 어떻게 해야 해요?
박: 진짜 그 생각 많이 들더라고. 근로복지공단 얘넨 대체 왜 있는 거야?
전: 지금 시스템으로는 안 되는데, 사회보험청이나 이런 게 있기 전에는 안 될 것 같아.
김: 왜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전: 근로복지공단은 기본적으로 자기네가 사업주 책임보험을 대행해준다고 생각하지 사회보험으로 생각을 안 하기 때문에. 공단이 왜 1주일 만에 산재승인을 해줬느냐, 이건 당연히 공단 판단이 아니라 노동부 판단으로 했을텐데, 산재나 이게 얼마든지 정치적 쟁점이 된다는 걸 알고 대처한다는 방증이잖아요. 쟁점으로 만들기 전에 힘 빼버리는 거지. 역으로 근로복지공단이 사회적 발언권이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무언가를 해줄 하등의 유인책이 없는. 해줄 이유가 없잖아요.
김: 그러니까 뭘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거예요?
전: 지금의 고용구조 하에서 산재보험 시스템으로 커버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근로복지공단 자체 개혁으로는 불가능한 영역이고. 노동정책으로는 안 될 것 같아. 사회복지 영역에서 이걸 빨아들이는 방식으로 완전히 바꾸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김: 구체적으로 산재보험과 건강보험의 통합, 이런 것을 생각하는 건가요?
박: 나는 그게 너무 절실하다고 생각해요. ㅁㅁ씨나 △△씨가 눈이 안 보이는데, 또 어떻게든 일을 해야 되는 사람들이니까 일자리를 구했어. 그러다가 나중에 또 아팠네? 그럼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해? 노동이 너무 파편화되서 지금 근로복지공단에서 이걸 감당하는 건 말도 안 되고 할 수도 없고....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어?
김: 일정한 정도의 보장성 확대, 이런 개혁이 이슈가 아니라 아예...
박: 아휴 보장성 확대는, 득 보는 사람이 어느 정도 될까? 산재보험 신청을 할 수 있다는 걸 아는 사람들 정도가 되겠죠. 공원에서 OX 퀴즈를 깔아 놓고 ‘내가 잘못하면 산재신청 못 한다’에 전부 다 O를 체크했거든,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다.
김: 내 친구 부모님, 산재 신청 포기했잖아. 가장 큰 이유가, 회사가 산재보험을 주는 줄 알고 계시더라고. 얘는 연구소에 있었으니까 지도교수가 사실은 사업주였단 말이야. 어떻게지도교수님한테 그러냐. 그게 아니라 나라에서 주는 거라고 설명했는데 그게 이해가 안 되시는 거야.
박: 너무 존재감이 없어, 산재보험이.
전: 경제활동인구를 2천만이라고 쳤을 때, 정규직 1/3, 비정규직 1/3, 자영업자 1/3 이렇게 놓고 보면, 산재보험이 거의 70% 가까운 사람들에 대해서 놓치고 있는 거에요. 새 판을 짜지 않으면 사실 개혁은 어렵다는 거죠. 그런데 양 노총이 이렇게 요구할 가망이 별로 없고, 피해 당사자들은 그 정도의 목소리를 낼 여력이 없고... 그래서 이건 위로부터 개혁해야 될 것 같은 생각도 들어요.
박: 댓글들 보니까 대기업 정규직들은 무상 의료 수준이라서... 그래서 완전 그냥 모르는 것 같아, 보상도 어렵고 치료도 어려운 세상을.
정부가 나서서 조직없는 노동자들 보호하라
김: 조금 근본적인 얘기. 위험의 생산 이야기를 해봅시다. 원청, 발주처에 대해서 윤리 경영, 사회적 책임 경영 이런 것을 가지고 가는 전략이 적절한 건지, 그들의 책임은 어디까지일까요?
박: 이번에 UN에서 영신 씨 발표하는 날 아침, 거기 세션 의장한테 삼성이 장문의 메일을 보내왔는데 자기들이 어떻게 개선을 했는지 그런 내용들이었대요. 그런 걸 보면 사회적 압력이 분명히 존재하는 건 맞는데, 딱 거기까지 아닌가 싶어요.
전: 현대 중공업 하청 노동자 사망 문제 가지고 선주사한테 압박을 가하는 활동을 했는데, 그 후에 현대중공업 사측이 달라진 게 없어요. 지불 여력이 되는 기업, 평판이 중요한 기업들한테만 극소수 노동자들이 보상 싸움 하는 게 현실이죠.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건 사실이고요. 책임투자 이런 이야기도 하지만,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투자자의 선의에 기대서는 사회가 바뀌지 않잖아요. 이런 활동이 나름 의미는 있지만 보완적이거나 부수적으로 활용되어야 하는데... 노자 간에 힘의 균형이 안 맞고 계속 지기만 하니까 조금 곁눈질을 해보는 거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해서 자본이 바뀌지는 않죠. 현대중공업 보면 노자간의 대립 구도조차 형성이 안 될 만큼 압도적으로 노동의 존재감이 없기 때문에, 그것을 자본의 선의에 기대서 해결할 수 있다면 사실 자본주의가 아니게 되는 거죠.
김: 원포인트 해결 고리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전: 지금 노동이 매번 깨지는 상황에서, 결국 정부의 개입밖에 기댈 데가 없다고 생각해요. 가장 많은 자원과 인력을 가지고 있는 거대조직이 정부인데, 그 정부에서 대다수 국민의 이해를 보호하는 방식의 경제개혁, 이런 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희망이 없을 것 같은데...
김: 사업장 근로감독 이런 게 아니라, 구조 자체의 개혁 없이는 해결이 안 된다는?
전: 구조 개혁 자체가, 지금은 적어도 위로부터의 개혁밖에 안 보이고. 노동운동이나 시민운동의 힘으로는 최소한의 공정한 자본주의조차도 한국사회에서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김: 성군을 만나야 되는 거야 우리?
전: 그런 것 같아. 되게 비관적이지. 어쨌든 지금 정부가 자원과 인력을 가지고 있으니 이걸 잘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 그것도 애매한 지점에 있는 것 같아. 그 활용이라는 게 현실에선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느냐면 ‘나 누구 국장 안다’ ‘나 누구 비서관이랑 친하다’ ‘그 사람한테 얘기해서 어떻게 하겠다’ 이런 건데, 이게 세력으로서 푸시해서 하게 하는 게 아닌 거잖아요. 그러니까 위로부터의 개혁도 말이 좋아 위로부터의 개혁이지. 아는 사람 통한 읍소. 상소문 쓰는 거랑 비슷한 거 같아요.
여전히 집단적 운동이 중요하다
전: 이번에 메탄올 보니까 노동부는 노동운동에서 집단적으로 대응할까봐 걱정했는데, 노동계는 집단적 대응의 기억을 다 잊어버리고 너도나도 전문가가 되어서 달려들었던 것 같아. 집단의 힘으로 투쟁하고 이런 건 없어졌는데, 동시에 하층, 육체노동자들을 스토리텔링으로 소비하는 것이 그 자리를 차지한 것 같아요. 가령 뭐 하청 노동자, 알바, 편의점... 인터넷 설치 기사가 살해당하고 편의점 알바노동자가 살해당하고... 사회적으로, 집단의 힘으로 푸는 게 불가능해지니까 스토리로 소비하거나 감성으로 소구하는 방식? 어떤 연대의 정신이 남아있는 거라고 볼 수도 있지만, 조직의 힘이나 집단의 힘으로 풀려고 하는 시도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 같아요.
박: 구의역 사건 같은 건 좀 다르잖아요.
전: 구의역 사건도 그렇지만, 알바 노조에서 시급 만원 제안했던 게 몇 년 후 대선 공약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면, 기존 조직노조가 아닌 곳에서 시작된 이슈를 나중에 조직노동이 받은 건데, 그런 거 보면 좋아졌다고 해야 하나? 구의역 사건은 집단의 힘으로 조직되었다기보다 스토리텔링의 힘이 컸다고 생각해요. 열아홉 살에 사발면... 빈곤 청년의 스토리텔링이죠. 그 후에도 지하철이나 철도에서 사고가 계속 나더라고요. 그러니까 구조를 바꾸는 건 확실히 집단의 힘이 있어야, 집단의 힘이 없으면 안 바뀌는 거죠.
박: 구의역 겪으면서 처음에는 스토리텔링이었지만 사회적 문제로 만드는 힘은 여전히 대중에게 있구나 생각했어요. 조직 노동이 뭔지도 헷갈려요. 노동조합으로 조직돼야만 조직된 힘인가? 사람들이 기존과 다르게 조직되어 움직이면 그게 조직된 힘인가? 구의역에서 사고가 나고, 옆의 노조 활동가에게 스크린도어 사건 세 번째라고, 이 문제를 어떻게 해야 될까 했더니, “그러게요. 우리 기관사들 힘들겠어요” 이래요. 사고 나면 기관사들 힘든 건 맞지만. 사람들이 구의역 오고 추모하고 포스트잇 붙이기 시작하니까 조직노동이 움직이기 시작한 거지. 그래서 뭐가 뭐를 견인하는가, 어떤 게 사회적 힘인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이 들었어요.
김: 앞으로 어떻게 해야 돼?
전: 우리는 불안정 노동자 이슈로 하는 노동단체로 활동한 지 꽤 됐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비는 영역도 있지만. 이제 불평등 문제에 조금 더 집중해서 새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박: 메탄올 사건 이후에 들어온 회원들을 보면, 정말 이것만은 막았으면 좋겠는데 이런 거 하는 데가 여기밖에 없더라 하면서 조용히 가입한 사람들이 있어. 이런 사람들이랑 같이 현실을 발굴하는...
김: 새로운 세대의 회원들이란 말인 거죠?
박: 연령대는 다양한데 그런 의미를 찾는 사람들이, 호객 행위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오는 걸 보면 그런 사람들을 더 만나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전: 이제는 진짜 하나 정도는 바꿔야 되지 않을까. 목소리 없는 노동자들이 자기도 모르게 좀 편해지는 거 하나를 꼭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마음이 되게 급한데, 5년 동안 하나 만들고 또 다음 5년에, 지금부터 10년 정도는 실제로 노동자들의 삶이 조금 나아지도록 만들어야 된다. 건강보험이든 산재보험이든, 하나 바꿔 내서 문해 능력이 있건 없건, 제도에 대해서 접근성 자체를 좋게 해주는 것을 하나 정도는 만들어줘야지 성과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실제로 노동자 민중의 삶을 좀 나아지게 해야 하는 거지.
김: 긍정적인 이야기로 마무리하려 했는데, 끝내 그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네요(웃음). 이만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