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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겨울호
특수고용직 노동자에게 산재보험을 제대로 적용할 ...
며칠 전 TV에서 국민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는데, 기회가 닿으면 이민을 가겠다는 응답이 50 % 정도 나왔다고 한다. 방송을 보면서 ‘나는 어떨까?’ 생각했다. 한국사회의 지긋지긋한 면면이 떠오르면서 몸서리가 쳐졌다. 비정규직법안을 둘러싼 저 막돼먹은 정치놀음들, 아파 치료받다 자살하는 노동자들, 유산과 성폭행의 위협에 시달리면서도 어두운 골목길을 다녀야 하는 학습지 여성노동자들... 차마 나도 이민 가버려야지 하는 생각은 못했지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는 얘기가 언제 내 입에서도 나올지 몰라 새삼 두려웠다. 고개를 저어 생각을 떨쳐버리며 떠올린 얼굴들은 박대규, 서훈배 같은, 건설운송노조위원장과 학습지노조위원장 참 맑은 눈빛에 선한 목소리의 주인공들. 국회 앞 투쟁의 가장 앞에서 매일 싸우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었다. 정작 당사자들은 저렇게 싸우는데 이민 타령을 하는 내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 요량이었나보다.
1. 특수고용직 노동자, 그 서러운 이름
정부와 자본의 신자유주의 확대의 과정에서 일부 노동자들은 노동자가 아니라는 판결을 받고 모든 권리를 상실해 버렸다. 우리는 그들을 특수고용직노동자라고 부르며, 정부는 특수업종종사자라고 부른다. 자본의 이익을 위하여 기본적 권리조차 보장되지 않는 상태로 내몰리는 노동자들은 생계의 위협, 고용안정의 위협으로부터 상시적 고통을 당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그리고 일하다가 다치거나 죽어도 산재보상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고, 의료보험료도 모두 내 돈으로 내야 하는 등 사회적 보호의 사각에 놓여 그 고통은 더욱 더 심각해져가고 있다.
마치 먼 세상에 있는 얘기와도 같다. 아니면 애초 그런 직종이 따로 있었던가 싶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은, 우리 주변의 일상적인 얘기가 되어버린 것이 특수고용직노동자이다. 지금은 민주노동당에서 비정규직 관련 업무를 보고 있는 광진구위원장 해삼 형을 따라 제화노동자들을 만나러 다닌 적이 있었다. 4~5년 전쯤 일이다. 당시 유인물에는 소사장제를 하지 말자는 호소가 담겨 있었다. 이제야 우리는 특수고용직노동자라고 부르지만 당시 주변에 흔한 이름들이 소사장이었다. 제화 뿐 아니라 의류업노동자들에게서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이제 그런 소사장들이 넘쳐나다 보니 사회 문제가 되었고, 이름도 지어졌다. 서러운 이름, 그것이 특수고용직노동자이다.
2. 특수고용직노동자 산재보험 적용 논의과정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노동자였다가 노동자성을 강요에 의해 ‘울며겨자먹기’로 상실하게 되었고, 이 때문에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다가 받지 못하게 되는 과정을 겪는다. 화물, 덤프, 레미콘 노동자들로부터 최근 파업을 한 서울의류산업노조의 루치아노최 노조 같은 경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문제는 이들이 원래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던 대상자들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원치 않게 산재보험 적용에서 제외되었다는 점이다. 산재보험이 사회보험으로서, 사회안전망으로서 기능하는데 있어 중요한 사실 중의 하나는 얼마나 그 사회의 취약계층을 보호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산재보험은 생계걱정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에게 ‘당신은 사업주’라며 산재보험에서 제외하는 파렴치한 행위를 거리낌 없이 자행하였다. 그리고 산재보험에 적용시켜준다면서 임의가입으로 해버리는 덕에 고스란히 노동자의 부담이 되도록 만들어 버렸다. 즉, 우리나라의 산재보험은 특수고용직노동자들에게 있어서 사회안전망으로서의 기능을 전혀 수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과 논의과정이 처음부터 임의가입을 상정하지는 않았으며, 계속 변화하는 과정을 겪어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엇이 정부입장, 또는 정부와의 논의과정에서 부족했는지 읽어보자.
1) 2000년까지 노동자성은 전반적으로 인정하는 추세 유지, 그러나...
“노동부는 지난 2000년 10월 '근로자에 준하는 자'라는 개념을 신설해 시행령으로 임금보호, 해고제한, 산재보험 적용 등 노동법을 일부 적용하되 퇴직금, 근로시간, 휴일과 휴가 등 관련조항은 적용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개선안을 마련한 바 있다. 이 때만 해도 특수고용직에 대한 노조법상 노동자성 인정은 당연하고,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할 것인가'가 쟁점이었다. 이에 따라 보험모집인을 뺀 특수고용직은 노조법상 노동자성이 인정돼 1999년부터 노조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러나 정부 입법안은 후퇴를 거듭해 노동자성을 부인하고 있으며, 법원은 근기법상 노동자성은 물론이고 노조법상의 노동자성을 부인하는 판결을 내놓고 있다.” (박수경, 노동과세계, 2004)
위 글에 따르면 2000년까지는 근로기준법의 전면적용 또는 일부 적용 등이 논의주제로 되어 있었을 정도로 노동자성의 전면부인은 생각도 못한 일이었다. 2000년 10월 노동부가 발표한 대책에 대한 당시 신문기사를 참고해보자.
“노동부는 내년 2월까지 노동개혁을 마무리 짓기 위해 모성보호 관련 제도 개선 등 11개 과제를 최근 선정했다. 김호진 장관은 이를 위해 김상남 차관과 실․국장 9명으로 노동개혁추진단을 구성했다. 노동부는 노동계와 경영계 관계자 등 30명 이내로 노동개혁평가단을 이 달까지 구성한다. (중략) 비정형근로자 보호대책 수립 =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학습지 교사나 골프장 캐디, 보험설계사 등도 빠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임금근로자처럼 근로기준법을 일부 적용받게 된다. 민법상 도급, 위임 등의 형태로 노무를 제공하는 특수고용관계 종사자를 보호키 위해 근로기준법에 "근로자에 준하는 자"라는 개념을 신설한다. 사업주가 이들에 대해 정당한 보수를 지급하지 않거나 합당한 이유 없이 해고하지 못하도록 규제한다. 산재보험 혜택도 제공한다. 다만 퇴직금이나 근로시간, 휴일, 휴가에 관한 규정은 현재처럼 적용하지 않는다. 수개월의 근로계약을 연속 체결해 총 근로계약기간이 1년이 넘은 근로자는 전원정규직근로자로 간주하며 근로계약 최장기간을 현행 1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방안도 재경부, 산자부와의 협의를 거쳐 계속 추진한다.(한국경제, 『노동개혁 11개 과제 내년 2월 마무리... 연말 중간점검』, 2000. 10. 10)”
하지만, 이미 이 때부터 “근로자에 준하는 자”라는 개념이 노동부내에 도입됨으로써 이후 “유사근로자” 등 “사업주-근로자”라는 전형적 이분법적 구분을 “사업주-유사근로자-근로자”로 전환하여 고용불안을 확대하려는 음모적 정책이라는 비난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2) 2001년 노사정위원회로 공이 넘어가다
2001년 국정감사자료집을 보면, 국회에서는 정부에게 2000년 10월 세워진 정책이 왜 집행되지 않는지 추궁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2000년 “노동자에 준하는 자”라는 정책은 노사 양쪽의 비판에 부딪혀 추진되지 못한 것이다.
○ 학습지교사, 골프장 캐디 등 특수고용관계 종사자에게 “근로자에 준하는 자”의 개념을 도입하여 근로기준법 일부규정을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 노사단체 모두 이에 대해 반대하고 있으며
- 법 논리적으로도 특수고용관계종사자 관련내용의 근로기준법 포함 가능성 여부, 보호
내용의 논리적 타당성 및 운용상 실현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어
- 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임
출처 : 2001년도 국정감사결과 시정․처리요구사항 및건의사항에대한처리결과보고서, 국회, 2002
실제로 2001년 5월 28일 노사정위원회의 경제사회소위원회 40차 회의에서는 노사 간의 입장차이가 커 합의된 안을 도출하지는 못하지만, 다음과 같은 논의가 이루어졌다고 정리되어 있다.
※ 특수고용형태
<기본방향>
○ 특수고용관계의 총체적 상황 및 다양한 특수고용형태간 근무환경의 차이점 등에 관한 정확한 실태파악이 선행되어야 한다
○ 특수고용형태에 대한 근로기준법상 특별한 규율의 필요성 및 여타 관련법의 적용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한다
<검토사항>
○ 특수고용관계의 규율과 관련하여 다음 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였다
- 판례의 해석론에 맡기는 방안(현행)
- 근로기준법의 부분적용 방안
○ 근로기준법의 적용 여부와는 별도로 고용안정 및 근무환경의 개선을 위해 사회보험, 노동조합법 등의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였다
※ 사회보험의 적용방안
<기본방향>
○ 비정규직에 대하여 사회보험의 확대적용 및 실효성 확보방안을 강구한다
○ 현행 사회보험의 상이한 운영을 정비하고 노동관련법과의 적용 일관성을 제고한다
<검토사항>
○ 사회보험의 확대적용과 노동관련법과의 일관성 제고를 위해 다음의 사항을 검토하였다
- 각 사회보험의 적용대상 확대 방안
- 통일적 규율방식
- 비정규직 유형에 따른 적용특례방안
3) 2002년 5월 6일 노사정위원회의 “비정규근로대책에 관한 1차 합의“
이 당시의 합의내용은 이러하다.
노사정위 비정규특위는 2002. 5.6. 특위 발족 후 9개월 반만에 비정규통계, 근로감독 그리고 사회보험적용 등 세 부문에 걸쳐 노사정간 비정규근로 대책에 관한 제1차 합의를 도출한 바 있는 데 특수형태근로와 관련하여서는 통계와 사회보험적용에 있어 다음 두 가지 사항이 포함된다.
첫째, 통계분류방식에 있어서 비정규근로를 국제기준에 의한 고용형태별 분류와 우리나라의 노동시장내 고용실정을 감안한 분류 등 두 개의 범주로 구분
▶ 비정규근로를 1차적으로 ① 한시적 또는 기간제근로, ② 단시간근로, ③ 파견․용역․호출 등으로 구분 함. 이 세 번째 그룹에는 통계청 분류방식에 따를 때 특수형태근로를 의미하는 ‘독립도급’이 포함되는 것으로 이 세 번째 부분은 그 이외에도 재택근로와 사내하청 등 노동시장의 변화와 함께 지속적으로 비정규근로로 분류할 수 있는 그룹을 포함할 수 있는 예시규정이다.
▶ 두 번째로 위의 그룹에는 속하지 않으나 근로기준법적용이 안되고 사회보험 등에서 누락되어 사회적보호가 필요한 근로계층을 ‘취약근로자’로 분류하고 이에 대한 보호방안도 마련토록 한다고 합의하였다.
둘째, 특수형태근로와 관련하여 제1차 합의의 중요한 의미는 사회보험과 관련 “특수형태근로자 중 「업무상 재해로 인하여 그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 자」에 대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 적용방안을 강구한다”고 합의하였다.(이호근,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산재보험 적용을 위한 논의경과․주요쟁점․관련판례)
이호근은 위의 글에서 공익위원의 입장에서 향후 중요한 갈림길이 발생하게 될 것을 예측하고 있다. 첫째, 이후 논쟁은 사업주-노동자의 이분법을 지킬 것이냐 아니냐의 방향이 핵심을 이루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둘째, 특수고용직 노동자에 대해 우선보호 또는 보호대상의 개념이 형성되었으며, 보호의 확대라는 식으로 사회보험적용이 논의될 것이라는 점이다. 즉, 두 가지의 주제가 구분되기 시작하며, 마치 독립적 논의체계와 대안이 마련될 수 있는 것으로 정리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허위적 구분일 수밖에 없으며 개별적으로 제도개악이 가능한 방식이라는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4) 2003년의 논란
노동부는 2003년 3월 19일에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하여 2005년 1월 1일 이후 산재보험을 확대 실시할 것이라고 보고한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적용방안은 2003년부터 노동연구원에서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2003년 국정감사에서는 또다시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산재보험 적용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다. 특수고용직노동자들에게 2001년부터 산재보험을 적용하겠다고 해놓고서 왜 아직도 대책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 노동부는 이렇게 답변한다.
산재보험적용방법, 보험료부담주체 등에 대하여 노사간 첨예하게 대립(노동계는 강제가입․보험료 사업주 부담, 경영계는 임의가입․보험료 자기 부담 주장)하고 있어
- 03년에 산재보험적용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한 바 있고,
- 04년 상반기 중에 적용방안을 마련하여 04년 하반기부터 입법추진할 계획임
출처 : 2003년 국정감사 노동부본부 <시정처리요구사항>
한편 노동연구원 연구의 핵심은 보호의 필요성(즉, 산재가 얼마나 발생하고 있는가), 보호의 방식에 집중되게 된다. 노동연구원의 연구결과들은 노동자성 인정 여부와 상관없이 산재보험적용방안을 연구하는 것이 얼마나 큰 한계를 가지는지 그대로 보여준다. 2003년의 경우 주로 산재실태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으나, 2004년에는 적용과 징수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일반 사업주로 임의가입시킬 경우의 방안까지 마련되는 것이 특징이다.
5) 2004년 하반기 법개정
결국 이러한 논의와 연구가 진행되던 차에 2004년 10월 19일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 징수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됨에 따라 노동부는 2005년부터 화물지입차주, 개인택시 등을 자영업자 신분으로 산재보험 적용하기로 결정한다. 노동부는 2003년도만 해도 경영계만 임의가입을 요구한다고 해놓고서 경영계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노동부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거세게 항의하지 않을 경우 다른 업종의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에 대한 임의가입을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 특수고용직 노동자 산재보험 적용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비정규법안이 05년을 넘겨버렸지만, 06년 떠오를 이슈 중의 하나로는 특수고용직노동자들의 문제가 남아 있다. 그리고 산재보험법 개정이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산재보험개혁의 요구는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노동자들과 관련한 내용 또는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 관련한 내용이 크게 배치되지 못하고 있었다. 주로 산재승인과 관련하여 산재인정기준 싸움에 집중된 것이 사실이다. 그 이유는 노동자건강권쟁취투쟁 진영과 특수고용직노동자 및 중소영세비정규직노동자 사이의 내용적 연대가 매우 부실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화물지입차주 노동자들의 산재보험 임의가입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법개정조차 수수방관하는 과오를 저지르게 되었다고 본다.
사회안전망으로서의 산재보험이 특수고용직노동자들을 임의가입형식으로 수용하는 사회는 “이민가고 싶은” 나라에 불과하다. 그렇지 않은 나라를 만들려면, 힘없고 돈 없는 노동자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려면, 특수고용노동자들은 노동자로서 당당히 산재보험 적용을 받아야 한다. 이제부터 우리가 할 일을 제안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싸움의 논리를 확실히 하자 : 산재보험 전면적용
우리나라 총 취업자 중에서 산재보험 적용율은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요구를 분명히 내걸고 사회적으로 알려내야 한다.
첫째, 산재보험으로부터 제외된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비롯한 1000만명의 노동자들을 산재보험 적용으로 보호하라.
둘째,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는지조차 잘 모르는 비정규중소영세노동자들이 산재보험을 보다 쉽게 적용받을 수 있는 정책대안을 마련하라. (민주노동당 개혁입법)
2)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 징수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의 독소조항을 삭제하자.
노동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법률 시행령 개정을 사과하고, 시행령의 지입차주를 사업주로 보는 조항을 삭제시킴으로써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에 대한 임의가입 정책을 백지화하도록 투쟁해야 한다.
4. 마치며
버젓이 큰 회사에 다니지 못하는 노동자라서 차별을 더 많이 받고, 정당한 권리를 빼앗기는 사회라면 희망은 없다. 아직 한국사회는 희망 없는 가진 자의 사회일 뿐이다. 새해벽두부터 이민을 얘기한 방송사도 웃기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사회의 현실이라고 생각하니 가슴 한구석이 쓰라려 한숨지을 때마다 화끈거린다. ‘이민을 원하는 사람 50%’란 그만큼의 위기지표라고 할 수 있을 테다.
구조조정과 노동강도 강화로 근골격계 직업병과 심혈관계 직업병이 증가하고, 규제완화 때문에 예방가능한 재래형 사고들이 넘쳐나서 사람이 꾸준히 죽어나가고,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에게서 더 많은 산재가 발생하고, 1000만명의 노동자가 산재보험으로부터 적용이 제외되는 것들도 또한 위기지표가 아닐까? IMF이후 본격적 신자유주의에 의해 한국사회가 소수 잘사는 자들이 주인인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새해 우리가 쟁취할 희망은,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노동자로서 온전히 산재보험적용을 받는 것임이 당연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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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겨울호
산재보험제도 개선과 관련된 쟁점들
1. 누적된 산재보험제도의 문제점
산재보험제도는 산업재해 노동자에게 양질의 진료서비스를 제공하여 원상회복과 빠른 시일 내에 업무 복귀, 산재로 인한 생계 보장 등이 가능하도록 운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노동부의 이제까지 산재보험제도 개선방향은 적용 대상자 확대와 산재 인정기준의 개정 측면으로만 진행되었으며, 선심성 보험행정에 의해 현금보상(휴업급여 및 장해급여 중심의) 중심으로 운영되어 오면서 요양기간의 장기화, 보험수지 적자, 산재로 인한 장해자의 증가 및 업무복귀율의 저하 등 대표적인 문제점이 누적되어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점의 배경에는 노동부의 산업재해에 대한 정책 부재, 근로복지공단의 산재보험제도의 관리운영의 잘못(요양관리 소홀 등)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지고 있다. 산재보험제도 관리운영상의 문제는 산재보험제도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점을 제기하는 수준으로 노동계에서는 산재보험과 관련된 민원 및 현장투쟁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으며, 경영계에서는 산재보험 민영화가 공공연히 제기되기도 하였다. 산재보험제도의 누적된 문제점으로 인해 노동부는 2004년부터 산재보험제도발전위원회와 산재보험혁신팀을 운영하며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었다.
산재보험제도의 대표적인 문제점
- 요양기간의 장기화 : 1년이상 장기요양환자가 2000년 12,511명에서 04년 23,842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4년 평균 17.6% 증가.
- 보험수지의 적자 : 보험급여(요양급여, 휴업급여)의 증가로 인해 지출이 급격하게 증가, 반면 사업주가 내는 평균 보험요율은 감소하여 03, 04년도 보험수지 적자 발생.
- 산재로 인한 장해자의 증가와 업무복귀율의 저하(평균 40% 복귀율).
2. 04년 제1차 산재보험제도 발전위원회
2004년 6월부터 12월까지 제1차 산재보험제도 발전위원회를 구성하여 그 결과를 2004년 12월 15일 토론회를 통해 발표하였다. 요양과 보상분야의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 연금수급자가 매년 누적적으로 증가하는 현실을 볼 때 산재보험 책임준비금이 과소평가되어 있어 적정 책임준비금을 확보하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도출할 필요성 제기
- 산재보험과 국민연금, 자동차보험과 중복 급여의 소지가 존재하므로 병급 조정이 필요함.
- 현행 개별실적요율제도는 정확한 과거 손해액을 추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개선이 필요함
- 현행 정신질환은 표준화된 업무처리규정이 없고 지사나 자문의의 판단에 따라 승인이 결정되므로 업무상 정신질환에 대한 실태 파악과 인정관련 실무지침서 마련이 필요함
- 현행 뇌심혈관질환 인정기준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며 과학적 근거가 입증된 내용으로 인정기준을 개정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됨
- 요양승인 전까지 장기간 소요됨에 따라 요양처리 절차의 단축 및 최초요양 신청서식의 개정 필요
- 산재보험 지정의료기관제도의 개정 및 질관리가 필요하며, 지정의료기관내 의료전달체계 확립이 제기됨
1차 산재보험제도 발전위원회 운영결과는 2004년 12월 15일 노동부와 한국노동연구원 주최의 공개 토론회를 통해 발표되었다. 토론회에서 산재보험의 정책책임자인 노동부 노동보험심의관이 산재보험제도 발전의 지향점에 대해 주제 발표하였으며, 각 분야의 연구결과가 제시되고 관련 학회장과 국회의원(김영주, 배일도, 단병호), 관련 단체(경총, 민주노총, 한국노총)가 모두 토론자로 참여하여 산재보험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공개적인 논의가 이루어 졌다. 1차 산재보험제도발전위원회 결과와 공개토론회는 다양한 분야에서 산재보험제도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이러한 문제에 대해 사회전체에 공론화하였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그러나 누적된 산재보험제도의 문제점이 단지 6개월의 연구로 인해 밝혀지고 해결될 수는 없었으며, 제시된 연구결과도 산재보험제도의 단편적인 문제점을 드러내는 수준으로 제시되어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도출하지 못한 한계를 가진다.
3. 2005년 노동부의 제도개선 추진방향
2004년도 산재보험제도 발전방안 토론회에서 제기된 문제점과 한계로 인해 노동부는 2가지 방향으로 산재보험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한다. 첫 번째는 외부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2차 산재보험제도 발전위원회 재구성 및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을 중심으로 산재보험혁신기획단을 구성하여 제도혁신방안을 마련하고자 하였으며, 두 번째는 근로복지공단을 중심으로 ‘찾아가는 서비스제도’를 도입하여 요양보상업무를 개선하고자 하였다. 이글에서는 제도발전위원회의 주요 개선방안과 노동부의 개선일정에 대해 소개하고 간략하게 평가하고자 한다.
1) 05년 2차 산재보험제도 발전위원회의
제2기 산재보험제도 발전위원회는 16명의 외부전문가를 중심으로 05년 4월에서 11월까지 운영되었으며, 제도발전위원들이 아래 표와 같은 과제에 대해 책임연구원으로 연구용역을 진행하여 개선방안을 제안하는 것으로 운영되었다.
이중 요양과 보상 부분의 주요 제도개선 방안을 각 주제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뇌심혈관질환 인정기준 개선방안
- 뇌심혈관질환 인정대상을 현행 7개 질환 외 질환에 대해 인정기준에 해당하는 경우 인정
- 시행규칙은 일반적 기준만 제시하고 구체적 기준은 내부 업무처리지침으로 규정
- 유해인자에 “과중한 업무”를 포함
- 인정기준에 업무수행성이 아닌 업무기인성에 의해 판단하도록 개정
② 진폐환자 요양실태 및 합병증 인정범위(3년 연구 중 1년차 연구결과)
- 진폐 진단시 방사선 사진의 소견뿐만 아니라 환자의 병력과 상태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수 있도록 개선
- 심폐기능에 대한 장애판정기준 개선
- 진폐 합병증 범위 및 요양관리체계의 재검토
- 현행 입원위주의 요양제도 재검토
③ 요양관리 절차 개선방안
- 의료기관의 재해신고 의무 부여 : 산재 노동자가 의료기관에 첫 진료를 시작한지 24시간 이내 근로복지공단에 재해신고
- 현행 최초요양신청서를 주치의 최초요양신청서와 사업주 재해보고서를 분리 : 주치의 최초요양신청서를 근로복지공단과 사업주에게 각각 송부하고 사업주는 요양신청서 확인 후 재해보고서 제출
- 관행적인 요양연기 신청제를 없애고 주치의 진료계획서로 대체
- 요양승인 전까지 근로복지공단이 산재지정의료기관에 대해 진료비 지불보증 및 진료비용 대부제도 마련
④ 산재지정의료기관 운영실태 평가 및 전달체계 개선방안
- 산재의료기관 지정은 원칙적으로 통원치료는 의원급, 입원치료는 병원급에서 분담
- 외부기관에 의한 산재지정의료기관 평가제도 운영, 단기적으로 소규모 의원 및 병원급부터 시행
- 의료기관 전달체계 개선 : 수술치료, 급성기 집중치료 병원은 종합전문요양기관, 종합병원, 병원 중 특화된 일부 병원에서, 급성기 이후 산재재활 및 요양서비스를 특화할 수 있는 재활요양병원 등으로 전원
⑤ 산재보험 급여체계 개선방안
- 휴업급여의 대기기간 확대적용 : 현행 3일에서 14일로 연장
- 휴업급여 지급기간의 설정 : 최고 2년 등, 휴업급여 지급기간을 넘어서는 치료가 필요한 경우 임사장해연금을 도입하여 지급함.
- 휴업급여 기간 중 취업활동의 부분적 허용
- 휴업급여 수급기간 동안 사회보험제도의 당연 적용, 보험료부담은 피재근로자와 산재보험이 각각 절반씩 부담
- 요양종료 후 재활급여 신설
2) 05년 산재보험제도 개선안 공론화 과정과 개선 일정
05년도 제도개선안은 각 과제 연구용역계약시에 관련 단체와의 의견수렴을 위해 연구자들이 개별적으로 토론회를 실시하도록 계약되었다. 이러한 계약에 의해 연구가 종료되기 직전에 각 연구자들이 준비하는 공개토론회가 산재보험제도발전위원회 주최의 명의로 적용징수 부분 05년 11월 1일, 요양부분 11월 4일, 재활 11월 9일, 보상 부분은 11월 11일에 진행하는 것으로 추진되었다. 이러한 부분은 연구자들이 개선안을 제출할 때 사전에 의견수렴이 이루어지는 긍정적인 측면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토론회는 각 연구자들이 준비하여 진행하는 토론회이며 토론 결과도 연구자들의 결과에 반영되는 수준에 머물러 제1차 제도발전위원회와 같은 노동부가 주최하고 참여하는 공식적인 토론회와는 차이를 가진다. 연구자들의 토론회가 그나마 공론화 과정을 가지기 위해서는 주무부서인 노동부 산재보험과에서 공식적인 토론자로 참여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토론회에 노동부는 참여하지 않았다.
산재보험 토론회 진행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11월 4일 요양부분 공개토론회 진행 중에 진폐 관련 단체의 집단행동으로 인해 토론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중간에 중단되는 일이 발생하였는데, 문제는 진폐관련단체의 집단행동의 이유와 이러한 집단행동 이후에 계획된 보상과 재활부분의 공개토론회를 취소한 노동부의 결정이었다.
진폐 관련 단체의 집단행동의 배경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토론회에서 주장된 주요 이유는 연구당사자가 빠진 상태에서 노동부와 진폐 관련 단체간에 연구와 관련된 개별적 협상이 있었고 진폐관련 단체는 연구자에게 노동부와의 협상결과대로 이행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가져 토론회 장소에서 집단행동으로 표출된 것이었다. 연구의 진행은 연구자의 주관과 책임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며, 절차와 과정에 문제가 없다면 용역의 주관기관이 노동부는 연구과정에 대해 관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노동부는 연구당사자가 빠진 상태에서 관련단체의 요구에 응하는 오류를 범했다. 또 다른 문제는 관련 이해단체의 집단적 항의를 문제 삼아 이후 발표 예정인 재활과 보상 부분의 공개 토론회를 취소하고 공개토론회 방식이 아닌 관계자 간담회 형식으로 소수의 실무자만 참여하여 진행되는 모양을 보였다. 산재보험제도는 관련 단체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될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공개적인 의견수렴이 중요하게 대두되나 노동부는 쉽게 공개토론회를 취소하는 방식으로 결정을 하였다.
연구자들의 자체적 의견수렴이 종결된 이후 알려진 노동부의 제도개선 일정은 2006년 상반기에 관련단체 담당자들간의 간담회 형식으로 의견수렴을 하고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으로 구성된 산재보험혁신기획단에서 개선안을 조정하여 산재보험심의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06년 하반기에 산재법을 개정하겠다고 계획을 밝히고 있다.
개선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연구자들에 의해 제안된 개선안에 대해 충분한 논의과정이 없으며, 또한 노동부 주최의 공개토론회와 같은 공론화 과정이 없다는 것이다.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된 2차 제도발전위원회는 각자 개선안을 제출하면서 해산된 상태이며, 서로 다른 연구자들이 제안한 개선안에 대한 토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연구자들에 의해 제안한 개선안과 이중 노동부에 의해 취사선택되어 추진되는 제도개선안은 사전에 공개되고 노동부 주최의 공개토론회를 통해 의견수렴이 이루어지는 것이 원칙이나 알려진 노동부의 추진일정은 이와는 다르게 계획되어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노동부가 공개적인 공론화 과정을 하지 않고 여전히 산재보험제도 개선을 밀실 행정으로 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주고 있다.
4. 산재노동자를 위한 제도개선을 위해
04년과 05년에 구성되어 운영된 산재보험제도 발전위원회는 경제학, 보험학, 사회복지학, 의학 등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가 참여하여 이제까지 누적된 산재보험제도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각 부분에 대해 개선방안에 대해 사회적으로 공론화시키고 산재보험제도에 다양한 전문가가 참여하게 하여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제출하게 하는 등 긍정적인 부분이 존재한다.
그러나 산재보험제도의 문제점은 이러한 제도개선만으로 해결될 수는 없다. 산재가 발생되지 않게 사업장의 산재 예방대책이 효율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며, 부득이하게 산재가 발생되면 발생초기에 집중치료와 회복기의 의료 및 재활서비스, 조기 원직복귀를 위한 지원 서비스 등 산재요양 서비스가 적절하게 지원되어야 한다. 이러한 요양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진 상태에서 미비한 제도개선이 되어야 올바른 제도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다. 합리적인 요양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산재보험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급여제도와 장기요양 감소를 위한 제도개선에만 집중하는 경우 산재 노동자의 고통은 더욱 커지며, 회복이 안 된 상태에서 산재보험의 테두리 밖으로 내몰리는 제도 개악이 될 수밖에 없다.
산재노동자의 요양관리는 산재보험제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이러한 요양관리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장기요양으로 인한 산재보험의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또한 장기적으로 산재보험의 적용확대(2004년 총 취업 근로자 2,255만 명이나 현재 산재보험 적용근로자는 1,060만 명), 재활서비스의 확대, 인정기준의 완화는 더욱 요원한 문제로 남는다.
2005년 10월부터 전면적으로 실시되는 근로복지공단의 “찾아가는 서비스” 제도는 산재요양관리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으로서 중요성을 가지며 산재보험의 지도감독 책임자인 노동부와 운영관리 책임자인 근로복지공단에 대해 산재요양관리를 책임지는 자세를 기대한다.
<각주>
1. 책임준비금은 이미 발생한 산재에 대해 장기적인 치료와 경제적 보상이 필요한 경우 이에 대한 미래 보상을 위해 적립해야 할 부채임.
2. 개별실적요율제도는 과거 손해액 경험치를 적절한 조정을 거쳐 기대 손해액과 비교한 후 과거 손해액의 수준에 대한 신뢰도를 고려하여 할인 혹은 할증을 하는 제도
3. 1차 산재보험제도 발전위원회의 위원 중 일부 위원만 바뀌어서 재차 구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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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겨울호
산재보험 재정 및 급여체계의 개악과 사회보장의 ...
1. 산재보험을 둘러싼 논쟁의 성격과 쟁점
2005년은 어느 때보다 산재보험제도 개혁에 대한 논쟁이 뜨거운 한 해였다. 2003년부터 ‘선승인 후보상’의 현행 산재보험제도를 ‘선보장 후평가’ 체계로 바꾸어야 한다는 노동자건강권운동진영의 주장이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의 산재보험법 개정안의 입법 발의로 모아지면서 제도 개혁에 대한 논쟁이 촉발되었던 시기였을 뿐 아니라, 정부 측에서도 2004년부터 산재보험제도발전위원회를 발족시킨 후 재정, 급여, 요양관리, 재활 분야에 걸쳐 방대한 연구결과와 정책대안을 제시하면서 제도 개혁을 둘러싼 이견과 쟁점이 형성된 시기였다.
그런데, 산재보험제도에 관한 논쟁은 매우 복잡한 논쟁 구도를 가지면서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과거의 경우 산재보험제도의 개혁을 노동자건강운동진영이 주장하면 정부가 수세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으로 논쟁이 전개되었던 것이 일반적이었다고 한다면, 최근 벌어지는 현상은 다양한 입장과 세력이 논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는 데에서 차이가 존재한다. 정부 측에서 기획하고 발족한 산재보험제도발전위원회만 하더라도 여러 입장이 혼재되어 있다. 재정과 급여 부분을 담당한 연구자 또는 위원의 경우 상대적으로 산재보험의 효율성을 강조하면서 사용자배상책임보험적 성격을 강조하는 경향으로 정책 대안을 제출하는 반면, 요양관리와 재활 부분을 담당하는 연구자 또는 위원의 경우는 사회보험적 성격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정책 대안을 제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입장이 제출되고 있는 것은 현재 산재보험이 처한 조건의 변화와 무관치 않다. 전반적으로 소득수준이 향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재율이 떨어지지 않고 있고 오히려 새로운 직업관련성질환이 증가함에 따라 산재보험의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그 첫 번째 조건의 변화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신자유주의 공세가 산재보험의 사회보험적 성격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도 주요한 조건의 변화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산재보험에 대한 신자유주의 공세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는데, 그 하나는 급여를 축소하여 재정 부담을 줄이거나 보험료 부담 방식을 바꾸어 대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다른 하나는 일부 보험 자본을 중심으로 산재보험을 민영화하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세 번째로 노동조건의 변화가 산재보험제도를 둘러싼 논쟁을 뜨겁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고용의 불안정성 심화와 노동자의 양극화, 그리고 노동자의 건강 불평등의 심화라는 노동조건의 변화라 하겠다. 영세, 비정규, 이주, 여성 등 사각지대 노동자의 건강문제가 지금처럼 심각하게 표출된 시기가 없었을 정도로 노동조건의 양극화와 건강의 양극화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더욱이 건강보험에 비해 급여 수준이 상대적으로 낫다는 것을 제외하면 선진외국에 비해 매우 후진적인 적용 범위와 보장성 수준을 갖고 있는 산재보험에 대한 노동자의 불만이 인내하기 어려운 한계 지점까지 왔고, 최근 근로복지공단의 권위주의적인 행태가 도를 넘으면서 산재보험의 직접적 수급권자인 노동자의 개혁 요구가 과거와 질적으로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도 산재보험이 처한 중요한 조건의 변화라 하겠다.
산재보험제도 개편에 대한 논쟁은 이러한 변화된 조건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치열하고 논쟁적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논쟁이 어떠한 지향과 가치체계를 갖고 있느냐가 관건적인 문제이다. 즉, 사용자배상보험적 시각에서 문제를 접근하느냐, 사회보험적 성격에서 문제를 이해하고 개혁 방향을 설정하느냐에 따라 근본적인 시각 차이와 정책 대안의 차이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특히 사용자배상보험적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볼 경우 보장성 후퇴를 포함한 사회보장 기능 약화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서 사용자배상보험적 시각을 명확히 하고 있는 산재보험제도발전위원회의 재정과 급여 분과의 면밀한 검토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2. 산재보험제도발전위원회의 재정 및 급여체계 개편안의 검토
(1) 재정
현재 확인할 수 있는 대략적인 입장은 책임준비금과 관련한 재정의 안정화 방안과 보험요율에 대한 입장으로 정리해볼 수 있다. 책임준비금과 관련하여 최근 발표된 자료를 보면, 현행 책임준비금 산출방식과 운영체계가 재해보상에 따른 실제 부채 수준과 거리가 존재하고, 책임준비금 규모를 과소평가함으로서 연금수급자 증가에 따른 기금의 부족현상을 초래할 수 있고, 장래에 보험요율의 급작스러운 증가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제도 변화를 제안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향후 5년 간 지급준비만을 고려한 수정부과방식 또는 부분기금화(부분적립) 방식에서 충족부과방식 또는 완전기금화(완전적립) 방식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최종 손해액 추정 및 미래 보험금 지급 패턴에 대한 추정을 통해 새로운 책임준비금 산정 방식을 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충족부과방식이 결국 민간보험의 원리를 사회보험에 동일하게 적용함으로써 향후 산재보험의 민영보험적 성격을 강화하려는 기본 구도를 갖고 있는 것이라는 비판적 시각이 노동자건강권운동 진영 내부에서 제기되었다. 일반적으로 민간보험회사의 경우 회사가 파산하더라도 이미 발생한 보험사고에 대한 최종적인 치료와 보상이 가능하기 위하여 최종 손해액을 계산하고 이에 따라 책임준비금을 마련해야 하지만, 사회보험은 기금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일정 부분 책임준비금을 확보하면 되는 것이지 기 발생한 산재에 대한 최종적인 보상액을 모두 기금화하는 것은 불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충족부과방식 또는 완전기금화를 주장하는 것은 향후 민영보험으로 전환하기 위한 장기적 포석이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보험요율에 대한 주장인데, 현행 업종별 요율산정 방식의 경우 업종별 요율의 기초율을 기초지급율(임금총액 대비 보험지급액)로 상정하지 않고, 소멸된 사업장의 보험지급액을 타업종으로 분산시킨 이후의 지급률을 기초율로 삼아 업종별 보험요율을 계산하고 있기 때문에 업종 간 위험율의 순위 자체를 왜곡시키고 기업 스스로 안전관리에 대한 유인을 가지지 못하고 있으며, 사회적 연대성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개별실적요율의 경우 경험요율의 반영 한도를 50%로 임의적으로 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방식에 의하면 우연한 대형사고로 인해 소규모 업체의 경우 고율의 보험료를 납부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업종 간 보험요율은 위험률에 따라 정해지도록 한 후에 일정수준을 초과하는 위험률을 분산시켜 주는 재분배 기능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타당하고, 개별실적요율에 있어서도 손해액 한도를 설정하거나 신뢰도를 고려해서 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하여 노동자건강권운동 진영은 기본적으로 보험요율이 위험률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행 산재보험제도와 차이가 없는 안이지만, 시물레이션 결과에서 업종 간 보험요율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일부 긍정적인 측면이 존재한다는 입장을 제기한 바가 있다. 그런데, 그나마도 작년 산재보험제도발전위원회 초에서 제기되어 오다가 작년 말 재정 분과 세미나 발표에서는 그 내용이 빠진 것으로 확인되었다.
(2) 급여
급여 부분에 대한 산재보험제도발전위원회의 주요한 문제의식은 현행 산재보험의 급여의 보장성 수준이 높고 비효율적이라는 데에 있다. 특히, 휴업급여의 비효율성이 높아서 장기요양 또는 도덕적 해이의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휴업급여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휴업급여의 경우 최초 요양 때 근로소득을 중심으로 재요양의 휴업급여를 산정하는 것이 잘못되었음을 제기하면서 재요양 직전의 근로소득을 중심으로 휴업급여를 산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또한, 사업주의 의무를 강화하고 재정안정화를 위해 휴업급여의 대기기간을 14일로 확대하고, 휴업급여의 지급기간을 2년으로 한정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형평성 문제를 줄이기 위해 임시장해연금제도와 휴업급여 수급기간 중 취업활동을 부분적으로 허용하자는 등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요양종결 등에 대한 공단의 직권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안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기본적으로 산재노동자의 보호라는 인식에서 산재보험제도를 바라본 것이 아니라, 사업주배상책임보험이라는 시각에서 산재보험제도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제기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기 때문에 휴업일수가 길어지는 문제를 산재노동자의 시각에서 고민하고 해결 대안을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의 한 측면인 재정 문제로만 인식하고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정책 대안을 제출하고 있는 것이다. 즉, 장기 요양의 문제를 단지 재정적 비효율성 문제로만 인식하기 때문에 장기 요양으로 인하여 기능 회복과 사회 복귀가 지연되고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산재노동자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휴업일수가 길어지는 현상을 산재노동자의 도덕적 해이만으로 해석하는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대다수 산재노동자가 장기 요양 및 재요양에 따른 고통 속에서도 어쩔 수 없이 장기 요양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음을 산재노동자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식할 수 있는 문제이다. 또한 장기요양이 발생하는 원인의 상당수가 공급자 유인에 의해 발생하고 있는데, 공급자 유발 수요에 대한 고려 없이 일방적으로 그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시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재활체계가 작동하지 않아서 최초 요양 이후 근로소득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재요양 직전의 근로소득으로 휴업급여를 산정하겠다는 안은 재활체계의 부재에 따른 책임을 산재노동자에게 전적으로 전가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장기요양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재활체계의 문제 등을 고려하지 않고, 또한 공급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산재노동자에게 책임을 묻는 방식의 급여체계를 개편하겠다는 정책은 산재보험의 보장성 수준을 근본적으로 약화시키는 부작용만을 낳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산재 이후 고용의 불안정성이 더욱 심한 비정규직 노동자와 영세소규모 사업장 노동자에게는 직접적인 압박과 고통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어 사회보장적 기능이 더욱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장해급여에 대하여 살펴보면, 장해등급의 판정을 신체기능의 손상이 아닌 근로능력의 감소에 따라 급여를 제공해야 한다는 일부 전향적인 정책안이 제출되고 있지만, 기본적인 문제의식이 현재 과도한 수준으로 제공되고 있는 장해급여 및 상병보상연금의 수준을 합리적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수적인 정책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주장이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려면, 현재 장해급여 수급대상자인 산재노동자가 산재 전후의 소득 변화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평가 없이 일부 몇 개 국가의 사례를 단순 비교하여 급여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것은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처럼 다른 사회보장 체계가 발달하지 않아서 산재노동자에게 제공되는 급여의 대부분이 산재보험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과 산재보험 이외에도 다른 사회보장 체계에서 제공되는 부가급여가 많은 선진외국의 상황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실제 산재노동자에게 제공되는 급여 또는 사회보장의 안전망에 대한 총체적인 접근이 없이 특정 측면만을 비교하는 것은 매우 비논리적인 접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산재보험에서 우리보다 훨씬 많은 급여를 제공하는 나라를 단순 비교하여 현재 산재보험의 급여 보장성이 취약하다는 논리를 제공하더라도 성립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금까지 제출된 문헌 등에 기초해볼 때 대다수 사회복지 관련 전문가들은 장해급여의 보장성이 매우 떨어지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언급 없이 중복급여에 의한 비효율성만을 제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하겠다. 이것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산재보험을 피재노동자의 안전망으로서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사업주책임보상보험으로서 가입자인 사업주의 재정적 부담의 경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 하겠다.
물론, 일부 국민연금 등 다른 사회보험과 중복되는 급여항목이 존재하기 때문에 급여 보장성을 향상시킨다는 전제 속에서 합리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산재보험이 ‘근로자의 재해 등으로 인한 근로기회의 손실 및 이에 따른 임금손실을 보상해주기 위한 보험’이기 때문에 ‘퇴직 후의 기간에 대해서 임금손실을 보상하는 것은 산재보험의 목적과 맞지 않는다’는 주장은 현재 산재보험의 급여의 종류와 내용에 기초해볼 때 근거가 없다. 이것은 결국 고령의 노동자가 산재에 따라 장해연금을 수령할 경우 퇴직 이후에도 계속 받는 것이 타당하지 않기 때문에 국민연금과 연계하여 지급을 결정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인데, 첫째, 현행 국민연금은 노후소득보장을 목적으로 한 것이지 퇴직 후 임금손실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둘째, 산재보험의 장해급여 역시 퇴직 유무에 따른 임금손실과 관련성이 없고, 오직 장애에 따른 근로손실 문제만을 고려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제기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논리면 직장을 갖거나 다른 소득원이 있으면 장해급여를 제한해야 한다는 논리도 성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복급여 문제는 현재 산재보험조차 급여 수준이 현실화되지 못하여 생활보장의 기능을 못하고 있는 상황과 국민연금의 급여 수준이 워낙 낮기 때문에 50% 차감 지급에 따른 실제적인 의미의 과다 지급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현실 적합성이 떨어지는 주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향후 일반 장애에 대한 급여 수준이 상승하여 산재 장해와 일반 장애의 급여 차이가 크지 않을 경우 장애인 복지정책이 통합적으로 전개되어 가는 과정에서 이러한 중복 급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기적 대안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3. 산재보험의 사회보장적 성격을 강화하는 것이 대안!
산재보험을 사용자배상보험으로 이해하고 그에 충실하게 될 경우 사회보장의 기능보다 산재보험 가입자의 사용자 배상 책임을 명확하게 하고, 재정의 안정화와 효율화를 달성하여 그 부담을 경감하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질 수밖에 없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산재보험제도발전위원회의 재정과 급여 부분에서 제출되고 있는 안이 이러한 시각에서 제출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산재보험 수급권자인 노동자의 권한과 보장성을 강화하는 방향보다, 사용자의 배상 책임이 불명확하고 재정 지출이 많은 것에 대하여 도덕적 해이로 단죄하면서 지출구조의 합리성을 핵심적 과제로 제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급여 측면에서 낮은 보장성 문제, 재활급여 및 체계의 부재, 비정규직 영세소규모 이주노동자 등 사각지대에 있는 산재노동자의 빈곤화 문제 등 훨씬 중요한 의제들이 많은데도 이를 다루지 않은 채, 요양의 장기화와 그에 따른 휴업급여 지급의 부당성만 부각시키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해법 역시 원인의 제거가 아닌 산재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논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특성에 기초해 볼 때 산재보험제도발전위원회의 재정과 급여 부분에서 제기하고 있는 정책 대안은 사회보험을 강화하는 방향과 거리가 먼 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산재’ 인정이 되지 않아 억울하게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재해노동자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산재 인정방식이 원인주의적 접근에서 결과주의적 접근으로 전환되고 사회보장 기능이 강화되어야 한다. 직업병 및 작업관련성질환의 경우 그 원인을 근로경력과 정확히 연결하여 인과관계를 짓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구조적으로 재해인정이 소극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원인주의 접근방식으로는 많은 재해노동자가 산재보험 급여에서 배제될 것이 자명하다.
선진외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산재보험의 최초 도입 과정에서 나타났던 사용자배상책임보험의 성격을 탈각시키고 사회보장적 성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산재보험제도를 전환하고 있고, 원인주의적 방식보다 결과주의적 방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추세다. 선진 유럽 국가의 산재보험제도를 보면, 적용대상도 노동자에서 전체 국민으로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보상재해 인정범위도 업무상재해에 국한하지 않는 등 포괄적인 재해보험에 접근하고 있다. 또한 보호수준도 재해에 대한 단순한 보상적 성격에서 벗어나 생활보장적 성격의 급여수준과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산재보험 도입 이전에 재해의 책임이 누구의 과실이냐를 따지면서 법정 소송으로 비화되던 것을 무과실책임주의에 입각한 산재보험을 도입함으로써 사회적 효율성을 제고하고 재해노동자에 대해 효과적 보호를 수행할 수 있었던 것처럼, 이제 업무상재해 여부와 관계없이 재해노동자를 보호하는 사회보장적 성격을 강화하여 사회적 효율성 및 재해노동자에 대한 포괄적이고 효과적인 보호를 가능하게 해야 할 시점에 도달하였다.
이러한 사회발전의 조건, 특히 산재노동자 및 노동자가 처한 조건을 생각해볼 때, 산재보험제도발전위원회의 재정과 급여체계 개편안은 매우 후진적인 개악안이라 할 수 밖에 없다. 아직 노동부가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제출하지 않고 있지만, 재정 부담을 내세워 상당 부분을 실제 정책으로 입안할 가능성이 상존해 있다. 노동부는 단기적이고 일면적인 이해에 기초하여 이러한 정책을 입안할 경우 수많은 부작용과 사회보장의 근본적 후퇴를 가져올 수밖에 없음을 직시하고 산재보험제도발전위원회에 제시한 재정 및 급여체계 개편안을 폐지해야 한다. 그리고 현실에서 경험하고 있는 노동자의 실질적 고통에 기반하고 사회보장적 성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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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겨울호
누구나 쉽게 치료받게 하라
들어가며
우리나라에 산재보험이 도입된 지 올해 들어 41년째이다. 그간 급여의 수준이 증가하고, 적용대상 역시 대폭 확대되는 등 산재보험의 외형은 다른 사회보장에 비해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 그러나 여전히 산재노동자들이 현실에서 겪는 어려움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바가 없다. 산재신청을 통해 직업병 승인을 받기가 여전히 힘들고 재활이나 작업복귀와 관련된 제대로 된 요양 역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산재보험을 개혁해 보고자 하는 노동보건운동진영의 대안 제시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제도의 개선과 산재노동자의 현실은 다른 방향으로만 가고 있는 느낌이다. 우리가 바라는 산재보상제도는 간단하다. 아프면 간단한 절차에 의해 누구나 좋은 시스템에서 열심히 치료받고, 건강한 몸으로 가능한 조기에 건강한(위험요인이 사라진) 작업장에 복귀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산재보험의 개선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에서 대안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만들어진 대안의 지향이 무엇이며, 누가 제도의 주도권을 쥐고 가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제도를 개선하는 것 자체를 무의미하다고 평가하거나, 제도적 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제도론적 접근”이라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대안이라고 제시한 내용이 현장의 노동자에게 또 다른 억압적 구조를 가지고 있거나, 보다 시급하고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못하거나, 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할 사안을 미뤄 두는 등의 현장의 노동자들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면, 이는 현장 노동자들에 의한 문제제기와 투쟁을 통해 수정되어야 한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제도적 개선 자체를 부정하고자 하지 않았다. 하이텍 투쟁에서 볼 수 있듯, 제도개선은 전문가들의 심포지엄이나 외국의 제도를 벤치마킹해서 내오는 것 이상으로 현실의 긴장을 통해 가져와야 한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그렇게 모아진 제도개선과 요구는 꼬여 있는 문제의 숨통을 트이게 할 것이다. 다른 어떠한 제도개선도 핵심적인 내용을 건드리지 못했기에 다시 새로운 문제로 계속되는 우회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핵심적인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현장 노동자들의 문제로부터 시작해 보자.
1. 간단한 절차에 관한 이야기
(1) 산재승인되기 전에 마음고생!, 몸도 고생!
치료가 필요한 질병의 발생으로부터 승인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근골격계질환을 비롯한 업무상질병(직업병)의 경우 한두 달은 기본이고, 3개월, 6개월 심지어 1년을 넘기는 경우도 많다. 산재를 당한 노동자는 우선 사업주날인을 받아야 한다. 명확한 산재임에도 이를 사업주가 그렇다고 인정해주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산재를 줄이고자 하는 사업주의 회유와 협박이 한차례 존재한다. 대부분의 산재노동자들은 이 과정에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고용에 대한 위협 앞에 아픈 몸은 뒷전이 되고 만다. 치료받기 위한 회사 측의 공상처리가 있지만, 결국 법을 어겨가며 불완전한 치료와 땜질식 처방에 자기 몸을 내 맡겨야 한다. 이를 이겨내고 산재신청을 하고 나서도 준비해야 할 서류가 산더미다. 산재당한 몸을 이끌고 서류들에 도장 찍어 가며 돌아다녀야 하고, 아니면 가족 중 누군가는 여기에 매달려 있어야 한다. 그러는 동안 치료는 뒷전이 되고 높은 자기부담비용으로 인해, 치료에 주저하게 되어 질병이 악화되는 경우도 많다. 산재승인을 위해서 노동자들은 높은 고가의 검사를 해야만 한다. 산재승인의 높은 장벽은 보다 객관적(?)이라고 알려진 검사를 하도록 강요당하며, 이러한 비싼 검사를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 객관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판단이 보류되거나 불승인이 된다. 치료의 방향에 별다른 차이를 가져오지 않는 비싼 검사들을 수행하는 것은 산재노동자 본인에게 더 큰 부담을 부여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요추부염좌, 요추부 추간판 탈출증이라는 병이 있다. 이 병은 흔한 직업성 근골격계질환이다. 이중 수술을 해야 하는 상태는 1%미만이다. 대부분 이 병을 앓고 있는 산재노동자는 물리치료, 약물치료 등의 증상완화치료와, 운동치료와 근육강화 운동을 통해 치료 하게 된다. 그러나 모두 비싼 MRI를 찍어야만 한다. 높은 산재승인의 벽은 불필요한 검사를 양산한다.
(2) 절차를 간단히 하기 위한 개선안
민주노동당의 입법예고 내용을 보면 “ 자신의 재해가 업무상 재해 여부를 인식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노동자를 진료한 의사 등에게 「산업재해분류기준표」에 따라 근로자의 상병이 업무상 재해인지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는 절차를 신설함” “의사 등이 노동자의 상병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경우 심사평가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기 전이라도 요양(치료)은 먼저 보장되도록 하였음”을 제시하고 있다.
산재미인식 노동자에 대해 폭넓은 적용의 기회를 주고자 하는 목적에서 발의된 의미 있는 제안이다. 또한 분류기준표라는 간단한 절차와 주치의의 직접 판단에 의해 승인과 치료가 이루어진다면 산재노동자에게는 고통의 반쯤은 덜 정도의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또한 주치의가 직접 직업병을 인정하고 이를 통해 우선적인 치료보장을 해주는 것 역시 이미 다른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다. 이런 절차에 의해 산재요양이 이루어진다면, 사업주 날인을 꼭 받아야 하는 제도는 폐지될 것이고, 이것은 가장 큰 장벽의 제거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 변화가 산재노동자들의 고통을 덜어 줄 것인지는 의문이다. 우선 주치의가 직업병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재해성질환의 경우는 가능하겠지만(현재에도 재해성질환의 경우, 승인 전이라도 치료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직업병의 경우는 주치의가 직업관련성을 판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이를 보완하기위해 표준화된 「산업재해분류기준표」를 만든다고 하지만, 이 역시 모든 질병에 대해 만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분류기준표를 작성하는 것이 쉽지 않고, 인과관계를 단순화하기 어려운 질병도 많다. 재해성 질환의 경우는 관련성을 평가하는데 문제가 없으며, 재해성질환에서 조차 산재임을 알지 못해 급여를 받지 못했다면, 위 제도의 실행과 함께 큰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현재 논란이 되는 대부분의 직업성질환의 경우 개정안에서 예를 든 수근관증후군처럼 명백하고 단순화하여 제시하기 어렵다. 또한 의사들의 적극성이 유도될 수 있을까하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현재 의사들의 진료행태가 매우 수동적이며 방어적인 상태에서 직업병인지 여부를 밝히기 위한 적극적인 진료행위를 할지는 미지수이다. 개정안이 실제 선보상의 의미를 갖는 부분은 관련성이 명확히 알려진 일부 재해성질환에 국한될 것이라는 판단이 든다. 위와 같은 기준표를 만든다고 했을 때, 어떤 방식으로 어떤 내용으로 만들 것이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판단되며 그 내용 역시 자본의 입장이 관철되지 않도록 막아야 함은 물론, 현장 노동자들이 고통 받고 있는 구체적인 현실을 잘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현재 제도 아래에서 위와 같은 절차의 개선에는 직업병승인기준의 완화 문제로 귀결된다. 직업병 인정기준의 장벽이 높다면, 이를 감수하며 선보상을 해줄 병원은 없으며, 설사 선보상을 해준다 한들, 직업병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이후 부담은 다시 노동자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3) 절차의 문제는 결국 직업병 승인기준의 완화, 건강보험의 보장성 문제
직업병인정기준이 현재처럼 쉽지 않은 높은 장벽이라면, 이들 직업병에 대해 선보상을 해주는 시스템을 만든다 하더라도, 이를 수행하는데 여전히 높은 장벽이 남게 된다. 의사는 직업병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는 경우, 본인부담을 요구할 것이고, 직업병으로 승인되기까지 건강보험을 적용한다 하더라도, 현재의 건강보험의 높은 본인부담률은 산재노동자들의 적극적인 치료를 방해 할 개연성이 크다. 선보상이 의미 있는 개선안이 되기 위해서는 둘 중 하나는 전제되어야 한다. 첫째는 직업병 인정기준의 대폭 완화를 통해 적극적인 치료의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다. 둘째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여, 설사 직업병 인정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건강보험을 통한 보장과의 차이가 크지 않다면, 치료를 하는 병원이나 산재노동자 모두 치료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직업병인지의 여부를 평가하는 작업이 질병의 예방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가 주된 개선의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직업병 여부를 밝히는 노력은 그 원인을 제거하는 것과 연결되는 과정이어야 하고, 이러한 과정과는 별도로 산재노동자들의 결과주의에 입각한 신속하고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 하이텍 노동자들은 그들의 정신질환이 직업병임을 인정받아야 한다. 그래야 직업병을 유발한 원인을 제거하고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또한 환자이다. 그들은 직업병 승인이 이루어지기 전이라도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실제 이것이 가능한 제도여야하고, 이를 위한 전제조건들을 요구하는 개선안이 되어야 한다.
2. 좋은 요양시스템에 관한 이야기
(1) 제대로 치료받고, 빨리 복귀하고 싶다!
산재노동자는 아픈 몸이 빨리 치료되고, 건강한 몸으로 빨리 일터에 돌아가기 원한다. 길고 긴 요양기간을 바라는 게 아니라 자기 몸이 낫기를 바란다. 제대로 된 치료를 해주지 못하는 현재의 요양제도는 요양의 장기화를 부추기는 산재노동자의 적이다. 잘못된 요양제도로 불필요한 치료를 받으며, 장기간 요양을 하는 현행 요양제도의 최대 피해자는 산재노동자다. 운동치료, 물리치료, 체력증진, 심리상담 등 포괄적 치료를 제공해 주는 요양제도가 현재는 없다. 제대로 된 치료 없이 산재노동자를 도덕적 해이로 몰고 있는 이데올로기 공세만 난무하다. 의료상업주의에 젖어 산재노동자에게 온갖 불필요한 치료를 자행하는 의료공급자의 도덕적 해이는 뒷전이다. 요양기관을 관리하고, 이들의 올바른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할 근로복지공단은 명확히 직업병을 갖고 있는 산재노동자에게도 불필요한 절차와 행정업무로 요양의 지연을 일삼는 것을 자신의 최대 업무로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보험자의 도덕적해이 역시 더 큰 문제이다. 그래서 “제대로 된 요양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산재노동자는 빨리 건강한 몸으로 자신의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
(2) 열심히 치료받기에 관한 이야기(열심히 치료하지 않는 노동자 이야기)
산재노동자의 도덕적 해이 논쟁이 올 한해 신문지상을 연일 매웠었다. 어떤 산재환자는 산재요양기간 동안 다른 직장을 다니다 고발당했고, 어떤 산재환자는 미리 사보험을 왕창 들어두어 산재 승인 후 엄청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의사와 짜고 진단서를 조작하고, 자동차사고 환자들처럼, 입원해 있어야 할 산재환자가 병원에 없다는 사실도 종종 보도된다. 실제 있는 일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비난 받아 마땅한 사람도 분명 있다. 그건 사기고, 범죄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사건을 산재노동자 전체로 일반화하려는 시도는 있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싶어 하는 산재노동자에게 부적절하고 불필요한 치료는 산재노동자의 치료기간을 늘리고, 직장복귀를 어렵게 하고, 질병으로부터 호전도 더디게 하고 있는 것이다. 잘못된 요양제도의 가장 큰 피해자 역시 산재 노동자인 것이다.
(3) 제대로 된 요양의 내용을 제안해야 한다.
특히 근골격계질환의 경우, 포괄적인 치료를 제공해주지 못하고 간단한 물리치료만 수행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깨가 아파서 산재요양을 하는데, 수술하는 것도 아닌데, 2달씩 입원을 시킨다. 두 다리가 멀쩡해서 걸어 다닐 수 있고, 하루 종일 환자를 위한 프로그램이 있는 것도 아닌데, 입원을 시킨다. 산재환자의 입원을 통해 병원수익을 유지하는 수많은 상업적 의료기관이 난무하고 있다. 산재노동자들은 의사의 말을 믿고 장기간 입원을 하고, 매일 같이 물리치료를 하지만, 그 병이 나을 리 만무하다. 의사는 산재노동자가 어떤 일을, 어떤 사업장에서 일을 하는지도 모를 때가 많다. 산재환자에 대한 요양의 질을 높이고, 요양의 내용을 관리 감독하여야 한다.
3. 작업복귀에 관한 이야기
(1) 오늘로 치료종결, 내일부터 12시간 잔업, 특근!!!
산재노동자에게 재활과 복귀를 위한 프로그램은 없다. 요양과정에서 약해진 몸을 이끌고 하나도 바뀌지 않은 작업환경으로 과거와 동일한 노동을 하러 이른 아침 두려운 마음으로 출근해야 한다. 약해진 몸은 과거의 자신이 아니다. 자신을 주시하는 눈초리가 느껴져 부지런을 떨어보지만, 돌아오는 건 재발과 부상뿐이다. 이런 산재노동자를 바라보며, 관리자는 “도대체 요양기간동안 뭘 치료했어?”라며 구박이다. 이런 현실이 두려워 복귀하기 싫었는데... 재활의 과정에서 과거의 몸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산재 전의 체력을 만들어서 작업복귀가 이루어져야 한다. 작업복귀는 심리적 지지 프로그램, 직장동료와 잘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만들어져야 한다. 또한 순차적으로 작업시간을 늘려갈 수 있어야 하고, 이를 급여에 포함시켜 제도적으로 보장해주어야 한다.
(2) 작업복귀를 위한 개선안
민노당은 “재해 노동자의 원활한 직장및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 재활급여를 신설”을 제안하였다. 재활급여를 신설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의료재활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의료재활의 내용에 원직장 복귀를 전제로 한 심리적 재활 혹은 치료, 신체적 재활, 치료적 작업복귀와 같은 구체적 급여내용이 제시되어야 한다. 또한 재활의 내용에 대한 구체적 안이 없다. 구체적인 내용을 마련하는 것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의료재활을 포함하여 구체적인 재활의 내용을 마련하고 이를 제안해야 한다.
(3) 건강한 작업복귀 프로그램 제안
그동안 집단요양투쟁을 벌여왔던 몇몇 사업장의 노동조합에서는 이제 건강한 작업복귀를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미 산재보험의 틀 내에서 보장되었어야 할 내용이고, 다른 여러 국가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내용임에도 제대로 된 프로그램 하나 없는 실정이다. 그나마 이런 사업장들은 이를 수행할만한 노동조합의 힘이 있고, 대기업들이다. 중소규모 사업장의 노동자들에게는 자체적인 프로그램의 마련이란 거의 불가능하다. 당연히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내용이어야 한다. 의료기관이 제대로 된 치료를 하도록 관리감독하고, 건강한 작업장 복귀프로그램으로 산재노동자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면 보험자 입장에서도 결코 손해 볼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려 할 것이다. 이제 누구를 위한 복귀프로그램이냐가 보다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맺으며
노동보건운동 제 단체들이 모여 산재보험제도 개혁 공대위(이하 '공대위')를 만든 것은 지난 2001년이었다. 공대위는 산재보험과 근로복지공단의 전면적인 개혁을 요구하였으나 현장 활동에 밀접하게 결합하지 못한 채 해소되었다. 그 이후 2002~3년의 근골격계 직업병 집단요양투쟁이 있었고, 이에 대한 자본의 역공이 전면화되기 시작한 2004년이 되자 다시 한번 민주노총과 금속연맹, 그리고 노동보건 제 단체들이 '근골격계 직업병 인정기준 폐기와 산재보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투위'(이하 '공투위')를 결성하여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공대위부터 공투위에 이르는 몇 년 간의 공동 활동 속에서도 산재보험 제도 개혁에 대해서는 노동보건운동 진영 안의 서로 다른 입장들이 좁혀지지 않은 채 남아있었다. 추상적인 수준에서 제도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은 있었지만, 매 시기 정세와 당면 실천 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따라 산재보험 제도 개혁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제도개혁 요구의 우선순위와 전술에 대한 입장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차이들을 극복하는 방법은 현장의 구체적인 고통을 함께 확인하고, 이를 '우리'의 요구로 조직해내는 사안별․지역별 연대와 공동 실천이었다. 바꾸어 말하면, 노동보건운동 진영은 연대와 공동실천을 통해 현장의 고통과 요구를 확인하고 나누어야 할 과제를 안고 있었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 이후, 여러 입장 차이는 물론이고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놓고 대중의 요구를 모으고 조직해야 한다는 과제조차 "당을 중심으로 한 입법추진"이라는 방식에 의해 일순간에 압도된 듯 하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실과 노동조합 상급단체 담당자, 그리고 진보적인 전문가들이 모여서 개정안을 만들어냈고, 그 나머지는 - 노동보건운동단체이건 현장 노동자이건 - 그 내용을 받아보는 입장, 선전할 대상이 되어버렸다. 현장의 요구와 참여를 조직하지 못하고 상층과 전문가에 국한되어 일을 추진해온 과정상의 한계는 분명하다. 개정안이 나온 지 몇 달이 되어가고 있는 지금도, 투쟁의 현장에서는 '산재보험 개혁하라'는 추상적 구호 이상의 구체적인 개정안 내용이 요구로 외쳐지지 않는다. 최근 '누구나 쉽게 치료받게 하라'와 '제대로 치료하라'는 주장으로 조금은 구체화되고 있지만, 아직 대중적인 요구로 자리 잡았다고 하기에는 이르다.
그렇다면 이 개정 법안에 활력을 불어넣고 이번 시도를 현장 실천과 투쟁의 성과로 자리매김하려면 우리는 현장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노동재해와 관련된 각 사안별 투쟁 속에서 각 투쟁들의 계기가 되었던 당사자들의 구체적 고통을 '누구나 쉽게 치료받게 하라'와 '제대로 치료하라'는 대중적 요구로 적극 조직해야 한다. 또한 그 요구들이 이번 개정안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혹은 덜 반영되었는지를 면밀히 검토하고, 부족하거나 넘치는 부분을 채워가야 한다. 끝으로, 제도 개혁은 상층과 전문가의 몫이고 현장 투쟁은 그 현장 활동가의 몫이라는 식으로 나누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제도 개혁에 활력과 현장성을 부여하는 것을 자기 과제로 삼아야 한다. 현장의 고통을 조금 더 확장된 요구로 조직해내고, 그 요구를 담아 제도 개혁의 내용과 과정에 현장의 실천적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바로 노동보건 활동가의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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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겨울호
민주노동당 「산재보험 개혁입법안」의 의미
1. 직업병인정투쟁에서 산재보험개혁입법까지
작년 8월25일, 단병호의원등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10인의 발의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혁입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비록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민주노동당의 산재보험법 개정안 제출은 큰 의미를 갖는 것이었다. 이 개정안이 20여년 간의 산재노동자들의 투쟁을 배경으로 하면서 그 투쟁 과정에서 형성된 노동자의 요구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산재보험 개혁입법안」발의를 통해 노동자 건강권운동은 사안별 투쟁을 넘어 노동자의 제도적 대안을 중심으로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투쟁을 시작한 것이다.
노동자건강권투쟁의 시작은 87년 노동자 대투쟁을 통해 민주노조가 건설되고 사업장 단위의 경제투쟁이 확산되면서 폭발하기 시작한 노동자의 권리의식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성장위주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손상된 노동자의 육체적․정신적 건강과 열악한 작업환경에 대한 분노가 폭발하면서 대공장을 중심으로 작업현장을 좀더 인간적인 것으로 만들고 직업병환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활동으로 나아간 것이다.
산재보상과 관련한 초기 투쟁은 보상수준의 향상, 적용대상 확대, 직업병 인정투쟁이 중심이었다. 수은, 크롬 등의 중금속 중독, 원진레이온 이황화탄소 같은 유기용제 중독 등 그동안 묻혀 있던 끔찍한 후진국형 산재실태가 알려지면서 우리 사회는 충격을 받았고 이들은 법적 보상을 받게 되었다. 그 이후 뇌심혈관계 질환(일명 ‘과로사’), 경견완장애, 근골격계질환 등이 보상받기에 이르렀다. 개별․사업장별 직업병 인정투쟁은 점차 법개정투쟁으로 나아갔고 재활과 예방에 대한 요구로 발전하였다.
한편, 87년 이후 지불능력이 큰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복지는 크게 확대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휴업급여, 장애급여 등에 대한 부가급여이다. 산재보상에 있어 이러한 기업복지의 확대는 부족한 공적보험의 한계를 보충해주는 긍정적 효과와 함께 노동자 내부 격차의 확대와 공적보험 개혁의 동기 감소의 결과도 가져왔다.
그간 노동자의 투쟁의 결과 제도적으로 산재 적용범위와 대상은 확대되었으나 현실이 반드시 개선된 것은 아니다. 산업구조와 고용형태의 변화 속에 과거 안전보건의 사각지대 외에 새롭게 발생하는 사각지대까지 더해져 산재보험의 사회보장적 성격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틈만 나면 제기되는 산재보험 민영화 논란에서도 알 수 있듯 자본과 시장주의 관료들은 산재보험의 신자유의적 재편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이러한 때 노동자건강권운동, 특히 업무상재해에 대한 치료권과 관련한 노동자들의 투쟁은 어떠해야할 것인가? 답은 산재보험의 사회보험적 성격을 강화하기 위한 전면적 개편안을 중심으로 전면적인 투쟁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런 고민 속에서 민주노동당의 「산재보험 개혁입법안」은 준비되었다.
2. 「산재보험개혁입법안」을 발의하기 까지
민주노동당의 여타 입법이 그러했듯 산재보험법 개정안 준비과정도 철저하게 노동, 사회단체와 공동으로 진행되었다. 이러한 과정은 민주노동당이 국회에 진출한 2004년 6월 이후 일관되게 고수해온 ‘거대한 소수 전략’의 일환이다. 즉, 300명의 국회의원 중 10명1) 에 불과한 민주노동당이 유의미한 정치세력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원내 뿐 아니라 원외에서 진보세력들을 조직하고 원외의 대중투쟁을 통해 국회를 압박하는 거대한 소수의 힘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각 부문에 걸쳐 활발한 활동을 펼치면서 한국사회 변화의 내용을 만들어가고 있는 노동․시민․사회운동의 투쟁의 성과를 정치적으로 엄호하고 민중의 정치적 힘으로 수렴해가는 역할을 민주노동당이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비정규직관련법 개악안」을 막아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권 보장․비정규직 남용 규제를 위해 민주노동당이 노동․시민․사회운동과 함께 「비정규직권리보장법안」을 중심으로 투쟁하고 있는 것은 대표적 예이다.
노동자의 건강할 권리, 치료받을 권리도 이런 과정 없이는 얻어낼 수 없다. 민주노동당의 「산재보험개혁입법안」도 민주노동당의 힘만으로는 국회 내에서 나머지 290명의 보수정당 국회의원의 벽을 절대 넘을 수 없다. 따라서 현질서의 근본적 개조를 추구하는 민주노동당의 의정활동, 민주노동당의 모든 활동은 현장에 뿌리박고 있는 운동세력과 굳건한 연대에 기반해야 하고 그것은 법안 발의, 법안 준비과정에서부터 지켜져야 하는 원칙이다.
「산재보험개혁입법안」을 준비하는 과정은 2004년 말부터 본격화되었다. 하지만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산재보험 개정 내용과 필요성은 그간 20여년간의 산재추방운동 속에서 이미 준비되어 온 것이었다.
2004년 말부터 2005년 초반까지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노동건강연대 등은 산재보험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공유하며 모였다. 이미 노동건강연대는 2001년 이후 ‘선보장․후평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산재보험제도 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만들고 민주노총등과 ‘산재보험제도 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산재보험제도개혁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민주노총도 상층 중심이긴 하였으나 산재보상과 관련한 사업이 이제는 제도개선까지 확장되어야함에 인식을 같이 하고 장기적으로 조합원 교육, 현안대응을 해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흐름은 민주노동당이 원내진출하고 독자적 법안발의권을 가지게 되는 변화와 만나면서 「산재보험개혁입법안」발의로 이어지게 되었다. 약 6개월간의 준비과정과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2005년 8월25일「산재보험개혁입법안」이 발의되었다.
3. 「산재보험개혁입법안」의 주요내용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고 함)의 개혁 필요성은 산재보험법이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를 보호하는데 부족하거나 오히려 장애로 작용하는 점이 있다는데 있다.
현재 산재를 당한 노동자가 산재보험을 적용받으려면 근로복지공단에 직접 청구하여 업무와의 관련성을 입증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산재노동자는 상병을 치료하는 데 온 신경을 써야 할 시기에 자신의 상병이 업무와 관련 있음을 입증하는데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그리고 그런 입증이 완료되어 근로복지공단(이하 ‘공단’이라고 함)으로부터 업무상 재해로 승인을 받기 이전에는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 업무상 재해로 승인을 받은 노동자도 요양 중 적절한 재활치료 및 재활서비스를 받지 못해 요양 종료 후 다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인지 극도로 불안한 생활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보험기금의 수지를 관리하는 공단이 업무상 재해의 승인 여부를 결정하고 있어 산재노동자로서는 공단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으로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민주노동당 「산재보험개혁입법안」은 △업무상 재해 인정 방식의 전환 및 평가 기관의 독립성 확보 △선보장 후평가 △재활급여 신설 등을 주내용으로, 현행 산재보험법 중 7개 조항에 대한 개정, 19개 조항 신설을 제안하고 있다. 「산재보험개혁입법안」의 주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보험급여의 종류에 재활급여를 새로이 추가하였고, 재활급여는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를 당하여 요양 중이거나 요양종료 후 재활이 필요한 근로자에게 지급되도록 하였다(안 제38조제1항제3호의3 신설 및 제42조의4 신설). 재활급여의 종류는 직업재활, 사회재활, 심리재활로 하였고 그 구체적 내용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였다. 현재 장해급여를 받는 노동자들 중 직업에 복귀하는 노동자의 비율이 약 55% 정도에 불과하고(표1.) 그나마 재해 전의 원직에 복귀하는 노동자의 비율은 약 40%에 불과하기 때문에 재활급여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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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요양기관을 법정화하여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산재노동자의 치료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였다(안 제40조제1항 및 제40조의3 신설). 현재 서울대병원, 세브란스 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강남성모병원 등 우리나라 유수의 대병원들이 모두 산재지정의료기관에서 제외되어 있는데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고 산재미인식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의사에게 산재 판단 의무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산재보험에 대해서도 건강보험과 마찬가지로 요양기관을 법정화해야 한다고 보았다.
셋째, 요양기관에서 노동자를 진료한 의사 등으로 하여금 ‘산업재해분류기준표’에 따라 노동자의 상병이 업무상 재해인지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였고, 요양기관이 노동자의 확인을 받아 요양급여신청서를 공단에 제출한 때에는 근로자가 직접 공단에 제출한 것과 마찬가지의 효력이 있는 것으로 하였다.
재해 노동자들 가운데는 자신이 당한 재해가 업무상 재해인 사실을 모르거나 그것을 아는 경우에도 그 절차를 잘 모르거나 사용자의 직간접적인 압력으로 공단에 요양신청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 있다. 그런 자들이 대부분 중소영세사업장 소속 노동자들이기 때문에 이 문제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에 환자가 자신의 질병이 업무상 재해인지 여부를 문의하지 않더라도 의사가 산재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였고, 업무상 재해의 인정 범위를 대폭 확장하여 산업재해분류기준표상 업무와 무관한 질병이 아닌 이상 일단 주치의의 판단에 따라 업무상 재해로 취급하도록 하였으며, 의사가 공단에 요양급여신청서를 제출하면 근로자가 요양급여신청서를 다시 제출하지 않아도 되도록 하였다. 미국, 독일, 캐나다, 일본 등의 경우 의사에게 산재 신고의무가 부과되어 있는데, 그 점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방식이 충분히 실현가능하고 의미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넷째, 요양기관이 노동자의 상병을 업무상 재해로 판단한 경우에는 근로자에 대하여 우선 요양급여를 실시하도록 하였다(안 제40조의5 신설). 현재 노동자가 당한 재해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여지가 많은 경우에도 공단의 승인이 있기 전까지는 산재급여를 지급받을 수 없다. 그런데 초기 치료비가 많이 드는 1주일 사이에 산재가 승인되는 비율은 절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업무상 질병의 경우에는 그 비율이 훨씬 적을 것이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산재를 당한 노동자는 처음부터 치료비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산재로 요양을 받은 환자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산재승인 전까지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답한 노동자의 숫자가 절반에 이른 것은 이런 문제점을 잘 드러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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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제도의 유용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나, 노동자가 산재임을 주장한다고 하여 바로 이런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요양기관이 산재로 판단한 경우에만 이런 혜택을 주기 때문에 남용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없고, 모든 보험급여를 처음부터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에 관한 요양급여만 보장하고 그 중 일부는 나중에 건강보험을 통해 구상하는 것이 보장되어 있어 재정부담액이 그리 많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충분히 실현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사고발생 시점부터 조사결과 통보 시까지 한시적으로 보험급여가 지급되고 있고, 일본의 경우 진료비 대부사업 및 공제사업을 통해 사실상 치료비가 우선 보장되고 있다. 산재왕국이라는 오명까지 쓰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산재노동자들이 사후적인 치료라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이 제도가 조속히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업무상재해 여부의 판단을 공정하게 하기 위해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평가원을 설립하도록 하였다. 재해노동자나 요양기관으로부터 요양급여신청서를 제출받은 공단은 7일 이내에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평가원에 그 결정을 요청하여야 하고 그 요청을 받은 심사평가원은 20일 이내에 결정을 하여야 하며 공단은 그 결정에 따라야 하는 것으로 하였다. 심사평가원이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기존에 공단이 하듯이 ‘업무수행성’과 ‘업무기인성’이라는 규범적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고 대신 산업재해분류기준표상의 점검 사항에 부합되게 판단하였는지 만을 기준으로 삼도록 하여 업무상 재해의 범위를 대폭 확장하였다. 이렇게 한 이유는 업무와 완전히 무관한 질병이 아닌 한 산재로 인정하는 것이 근로자 보호 및 산재보험의 사회보험적 성격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한 판단 권한을 공단이 아닌 심사평가원에 부여한 것은 보험기금을 관리하는 공단이 그 보험 수혜자를 임의로 선택하게 하는 것은 공정성 시비를 낳는 등 적절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단은 재활 관리 등 적극적 서비스 기관으로서 위상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현재 공단이 제대로 실시하지 못하고 있는 요양급여비용의 심사, 요양급여의 적정성에 대한 평가 등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해당하는 기구가 있을 필요성이 있다고 보았다.
여섯째, 산재법 제105조의4의 규정에 따라 임의로 보험에 가입한 중․소기업사업주를 제외한 보험가입자는 심사와 재심사를 청구하지 못하도록 하였다(안 제88조제1항, 제90조제1항). 현재 공단이 업무상재해로 승인한 사건에 대해 보험가입자인 사업주가 심사나 재심사를 청구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 법원이 사업주가 공단을 상대로 요양승인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인정한다는 점을 근거로 사업주의 이의신청을 인정하라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것이 광범위하게 인정될 경우 산재노동자는 산재신청을 할 당시부터 사업주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고 요양승인을 받은 이후에도 다시 이의절차에 개입하여 방어해야 하는 등 안정된 가운데 요양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주가 공단에 이의신청을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문으로 규정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4. 향후 과제
현행 산재보험법은 산업구조와 고용관계의 변화, 업무상재해 발생유형의 변화, 우리사회 인권의식의 변화에 발맞추어 변화해야 한다. 그 방향은 민주노동당의 「산재보험개혁입법안」으로 이미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는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정부는 산재보험 40주년을 맞아 대대적 개혁을 이야기하면서 실제로는 산재보험의 사회보험적 성격을 후퇴시키는 구상을 하고 있다. 경제활동인구의 절반도 포괄하지 못하고, 노동자 중에서도 소규모 건설노동자, 농업 종사자, 특수고용노동자 등은 배제된 산재보험의 근본적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산재보험의 대상과 폭은 아직 확대되어야 함에도 정부는 ‘기금안정’과 ‘노동자의 도덕적 해이’를 이야기하면서 산재보험의 폭을 더욱 엄격히 제한하려 하고 있다. 이것이 정부의 ‘산재보험제도발전위원회’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연구의 내용이며, 정부는 이 연구결과를 2006년 2월 경 발표한 후 정부입법으로 산재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산재보험을 축소시키려는 정부와 산재보험을 확대하자는 민주노동당의 한판 충돌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지난 11월 정기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노동당 「산재보험개혁입법안」을 제안 설명하였다. 이후 이 법안은 환경노동위원회 내에서 특별한 토론 없이 현재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로 넘어가 있는 상태다. 현재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인 이 법안은 정부 법안이 제출된 후, 4월 이후의 국회에서 병합 심리될 가능성이 높다. 같은 현실문제에 대해 다른 가치관이 대립한다는 점에서 비정규법안 경우와 비슷한 점이 많다. 우리는 이런 싸움이 얼마나 치열하고 장기적이며 따라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지 이전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이미 제출한 산재보험법 개정안의 사회적 필요성과 실현가능성을 설득할 수 있는 여론전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근골격계환자등 직업병 환자의 장기요양 문제’, 즉 ‘도덕적 해이론’에 대한 대응논리는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더불어 현재 산재보험의 사각지대에 대한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여 심각성을 제시하는 것이 민주노동당 「산재보험개혁입법안」의 필요성을 설득하는데 효과적일 것이다.
이러한 이데올로기, 정책적 준비와 함께 보다 중요한 것은 대중적 준비태세의 강화이다. 짧게는 2006년 한해, 길게는 2~3년의 기간동안 산재보험개혁을 둘러싼 역관계를 예상하면서 활동계획을 세워서 대응해나가야 한다. 어차피 산재보험개혁을 둘러싼 대립은 단시일 내에 종결되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는 것은 우리 입장에서는 바람직하지도 않다. 지금처럼 산재보험의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는 제도화는 지배세력의 의도대로 진행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2006년 한해의 활동은 ‘턱없이 부족한 산재보험’의 문제를 의제화 하는데 최대한 집중해야 한다. 여기에는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당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민주노동당은 정치영역에서 확보하고 있는 공간과 발언력을 최대한 활용해 산재노동자의 고통과 국가의 무책임을 부각해나가야 한다. 노동현장의 심각한 현실을 최대한 국회 안으로 가져오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노동조합은 조합원 교육 등을 통해 「산재보험개혁입법안」으로 요구를 모아내고, 이 문제가 조직의 주요한 과제가 될 수 있도록 내부합의를 거치는 과정이 필요하다. 현재 설치되어 있는 ‘산재보험공투위’를 재정비하여 올해 산재보험법안을 둘러싼 투쟁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각주>
1) 조승수 의원의 의원직이 상실된 현재는 9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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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겨울호
비정규 관련법안 논의 사항
1. 법안 제출 경위 및 내용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본격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1999년 말 경부터였다. 노동계는 그 직후부터 비정규법안을 논의하기 시작하여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각각 2000년 7월과 10월에, 그리고 여성단체연합과 비정규직 공동대책위원회가 각각 9월과 10월에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입법청원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이 청원안은 국회에서 잠자다가 16대 국회가 해산하면서 자동폐기 되었다.
그 후 17대 국회 들어 새로 국회에 진출한 민주노동당의 단병호 의원이 2004년 7월 12일 지금 ‘비정규 권리 쟁취 법안’으로 불리고 있는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제출하였다. 구체적인 법률안의 명칭은,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 법률안,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일부 개정 법률안,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폐지 법률안, △직업안정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다. 그 주요 내용은, 기간제 노동의 사용 사유를 제한하고, 단시간 노동의 남발을 규제하며, 파견제 노동을 폐지하고, 동일가치노동에 대해서는 동일임금을 보장하는 것이었다.
정부는 그 해 11월 8일 ‘비정규직 보호 법안’으로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 △노동위원회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제출하였다. 그 주요 내용은, 3년 이내에는 기간제 노동의 사용을 자유롭게 하되 그 기간을 초과할 경우에는 해고보호 조치를 취하고, 파견제 노동의 허용업무를 현행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대폭 확대하며,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고 불합리한 차별을 받았을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한편, 이 무렵 한국노총은 김영주 의원(열린우리당)을 통해 비정규직 관련 법안들을 청원하였다. 그 내용은 민주노동당의 위 각 법률안의 내용과 거의 동일한 것이었다.
2. 법안 심의 과정
위 각 법률안들이 처음 논의된 것은 2004년 정기국회에서였다. 위 각 법률안들이 모두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계류되었고 대체토론, 공청회 등이 이어졌으며 법안심사소위에까지 회부되었다. 당시 민주노총은 정부 법안이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면 총파업을 하겠다고 맞섰고 민주노동당은 이해당사자와 충분한 협의 없이 법안을 제정하는 것은 날치기라고 주장하며 법안심사소위를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였고 실제로 법안심사소위 회의실을 몇 차례 점거하였다. 그 결과 위 법률안은 그 해 정기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였고, 그런 양상은 2월과 4월 임시국회를 거쳐 올해 6월 임시국회까지 지속되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민주노동당은 법안심사소위에는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노사정 간에 대화 자리도 만들어져 지난 4월에는 집중적인 교섭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실질적인 성과는 없었고 다시 올해 정기국회를 맞았다. 11월에 들어 노사는 정부를 배제하고 대화를 하기로 하였고 그 대화가 11월 30일까지 이루어졌으나 역시 의미 있는 진전은 없었다.
12월에 들어서자 정부와 여당은 이번 정기국회 내에서는 반드시 정부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거듭 피력하면서 연일 법안 심사 소위를 개최하였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심사소위에 참가하여 정부 법안의 문제점과 민주노동당안의 정당성을 역설하면서 정부와 여당의 일방적 법안 통과를 저지하였으나, 핵심 쟁점이 아닌 부수적 쟁점에 대해서마저 끝까지 거부할 수는 없었고 마침내 2005년 12월 7일과 8일 이틀 간 핵심쟁점을 제외한 부수적 쟁점들에 대한 합의와 의결이 이루어졌다.1) 그 내용들은 주로, 단시간 노동자의 처우 개선에 대한 것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차별시정 절차에 대한 것으로서 애초 민주노동당안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현행보다는 다소 개선된 것이 주를 이루었다. 그 이후 핵심쟁점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강력한 저항 및 한나라당의 국회 등원 거부로 2005년 12월 20일 현재까지 법안심사소위를 비롯한 모든 의사일정이 정지되어 있는 상황이다. 향후 남아 있는 절차는 법안심사소위에서의 의결2)과 환노위 전체회의에서의 의결3) 및 법제사법위원회에서의 의결과 본회의에서의 의결이다.
3. 현재까지 의결된 내용 중 중요 사항
가. 기준 법안 선정
법안심사소위는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 당시까지 제출되어 있던 여러 비정규직 관련 법률안 중에서 정부 법안을 중심으로 비정규법안을 마련하기로 의결하였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그것을 다시 확인하였다. 그래서 현재 정부 법안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법안의 공방이 이루어지고 있다.
나. 단시간 근로자 관련 사항
(1) 정부안의 내용 및 의결 사항
정부가 제출한 법안 중 단시간 근로자에 대한 것은 단 2개의 조문에 불과하다.「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제6조와 제7조가 그것이다. 그 주요 내용은 단시간근로자에게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시키고자 하는 경우에는 당해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그 한도는 12시간으로 제한된다는 것이다. 통상근로자에 대한 초과근로는 노동자의 동의와 노동부장관의 인가를 조건으로 12시간을 넘어서도 허용되는 것과 대비된다(근로기준법 제52조). 단시간 근로자의 정의 및 그 외의 근로조건은 현행 근로기준법의 조항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으로 하였기 때문에(제21조, 제25조, 시행령 제9조) 위 법률에는 그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법안심사소위에서는 정부안이 그대로 통과되었다.
(2) 검토의견
단시간 근로자와 관련하여 법안 심사 소위에서 논란이 되었던 것은, 초과근로시간의 한도를 8시간으로 하는 문제, 법정근로시간 내에서라도 소정(약정)근로시간을 초과한 경우에는 가산수당(50%)를 지급하는 문제였다.
민주노동당은, 사용자가 단시간 근로 계약을 체결해 놓고 초과 근로시간을 확장하는 것을 통해 사실상 통상근로자와 동일하게 일을 시키는 것을 금지하기 위해서는 초과근로시간의 한도를 8시간으로 제한하고 법정근로시간 내에서라도 소정(약정)근로시간을 초과한 경우에는 가산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 논거는 통상근로자의 원칙적인 초과근로시간 한도가 12시간인 데 단시간 근로자의 초과근로시간 한도는 그보다 짧아야 한다는 것과 소정(약정)근로시간 초과분에 대해 가산수당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단시간근로자에 대한 초과근로 강요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일본은 2008년도부터 가산수당을 지급하기로 하였다. 법안심사소위에서는 이런 주장들이 모두 배척당하였다. 그런 상황에서 향후 단시간 근로자의 남용 및 초과근로의 규제가 제대로 이루어질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다. 파견 근로자 관련 사항
(1) 정부안의 내용 및 의결 사항
정부가 제출한 파견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현재 포지티브 방식4)으로 규정되어 있는 파견대상업무를 네거티브방식5)으로, △현행 2년인 파견기간을 3년으로 바꾸고, △50세 이상의 근로자에 대해서는 기간제한을 전혀 두지 않으며, △3년간 파견을 사용한 업무에 대해서는 3개월간 파견을 금지하는 휴지기를 설정하고, △파견기간 초과시 현재 고용의제6)인 제재조치를 고용의무7)로 바꾸고, △불법파견에 대한 제재조치를 명확히 규정하여8) 절대금지업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일정한 기간을 도과할 것을 요구하지 않고 발각 즉시 바로 고용의무를 부과하고, 그 외의 불법파견에 대해서는 3년의 기간을 도과한 것을 전제로 고용의무를 부과하는 것 등이다.
위 내용들 중 2005년 12월 20일 현재 법안심사소위에서 의결된 것은, △파견기간을 2년으로 그대로 유지하는 것, △파견기간의 제한을 두지 않는 대상을 55세 근로자로 상향조정하는 것, △휴지기를 두지 않는 것이다.
(2) 검토의견
파견제 근로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입장은 파견제를 폐지하는 것이다. 이것은 민주노동당이 처음부터 일관되게 유지해 온 입장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파견제를 현행 수준으로 유지시키고 개악하는 것을 저지하는데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리하여 파견기간을 3년으로 늘리려고 하는 정부 방침에 끝까지 반대하여 2년으로 그대로 유지시켰다. 그 와중에서 이번 개정안 중 그나마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되는 휴지기 조항삭제에 대한 의결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고령자에 대한 기간 제한 철폐도 정부는 50세를 기준으로 제시하였지만 민주노동당이 끝까지 반대하여 55세로 의결하였다. 결국 파견기간과 휴지기는 현행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였고(현행 법률에는 휴지기 조항이 없다), 55세 근로자에 대해서는 기간 제한을 적용하지 않기로 하였다.
휴지기가 없는 상태에서는 사용사업주가 파견노동자를 교체해가며 파견노동자를 사용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최소한의 제어장치도 없어진 것이다. 그 결과 상시적 업무에 대해서도 파견노동이 사용될 여지가 많아졌다. 고령자에 대해서는 기간 제한이 없어졌기 때문에 고령자를 파견노동자로 사용하는 업체도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런 저런 이유로 개정안 시행 이후 파견노동자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 와중에 불법파견이 판을 칠 수도 있는데 노동부가 과연 제대로 대처해 나갈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라. 차별시정 절차 관련 사항
(1) 정부안의 내용 및 의결 사항
정부가 제출한 기간제법 및 파견제법에는 차별시정조치가 포함되어 있다. 그 내용은, △사용자는 기간제근로자(단시간근로자, 파견근로자)라는 이유로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통상근로자, 사용사업주에 직접 고용된 근로자)에 비하여 기간제근로자(단시간근로자, 파견근로자)에게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차별적 처우를 받은 경우 노동위원회에 그 시정을 신청할 수 있으며, △그 경우 사용자가 차별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차별로 보고, △사용자가 확정된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최고 1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것 등이다.
현재 법안심사소위에서는 차별적 처우의 개념에 대해서만 합의하지 않았고 나머지 사항에 대해서는 모두 합의 의결하였다. 덧붙여 개정안의 적용시기를, 차별시정조치 외의 사항은 2007년부터 일괄적으로 적용하되, 차별시정조치는, 공공기관(사업장 규모를 묻지 않는다)과 3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서는 2007년 1월 1일부터, 300인 미만 100인 이상의 사업장에 대해서는 2008년 1월 1일부터, 1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2009년 1월 1일부터로 순차적으로 적용하기로 하였다.
(2) 검토의견
애초 민주노동당이 제출한 안은 동일가치노동에 대해서는 동일임금을 지급한다는 원칙을 명문화하는 것이었다. 이 원칙은 우리 법제에 이미 수용되어 있고(남녀고용평등법 제8조9)), 이에 관한 대법원 판례도 나와 있다.10) 외국의 경우 이 원칙은 거의 보편화된 것으로 통용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비정규법안에 위 원칙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은 정부의 차별시정 방안을 그대로 수용하였다. 그 이유는 △정부의 불합리한 차별적 처우 금지라는 방안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처음부터 배제한 것이라고 볼 이유는 없고(불합리한 차별의 내용을 확장하는 것을 통해 운용과정에서 충분히 그런 원칙을 실현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민주노동당 안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노동위원회를 통한 차별시정 절차가 법원을 통한 권리 구제 절차에 비해 노동자들에게 더 접근하기 쉽고 유리할 수 있으며(현재 해고 사건에 대한 노동위원회의 결정과 법원의 판결을 비교해 보면 이런 추정이허튼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차별 문제 해결이 워낙 다급하고 절실하여 한시라도 빨리 차별시정 절차를 개시하는 것이 필요하고, △현행법상으로는 고용형태의 차이에 따른 차별을 시정할 수 있는 장치가 아무 것도 없어 그 내용이 아무리 미흡해도 현행보다는 개선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은 차별시정 절차를 도입함에 있어, 그 신청권을 노동조합에게도 부여할 것과 차별을 행한 사업주에 대한 처벌규정을 마련할 것을 주장하였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리고 차별시정 절차의 시행시기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었다. 정부는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2009년도부터 적용할 것을 주장하였으나 민주노동당이 반대하여 위와 같이 절충되었다.
이제 차별시정 절차의 시행은 명확해졌다. 그렇지만 그것이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을 당장 없애주는 것은 아니다. 노동위원회가 불합리한 차별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인정하느냐에 따라 차별로 인정되어 시정되는 폭이 달라질 수 있고, 노동자 개인에게만 허용된 시정신청권이 제대로 기능할 지도 의문이기 때문이다. 해고와 동종업계 취업의 어려움이라는 관문을 뚫고 끝까지 차별 시정을 신청할 수 있는 노동자가 얼마나 될지는 두고 보아야 할 사항이다. 게다가 불합리한 차별로 인정되어도 사용자가 시정명령을 이행하기만 하면 그로 인해 당하는 제재나 불이익은 없기 때문에(애당초 지급해야 할 몫을 사후에 지급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추가적인 불이익이나 제재를 당하는 것은 아니다), 이 제도가 미연에 차별을 시정하는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는 추후 허점이 드러나는 대로 보완이 되어야 할 것이다.
4. 현재 남은 쟁점
가. 기간제 사용 제한
(1) 정부안의 내용
정부안의 내용은, 기간제 사용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되 일정 기간(3년)을 초과하여 사용하는 경우에는 해고보호 조항을 적용한다는 것이다.11) 그리고 몇 가지 특별한 사유12)가 있는 경우에는 그나마 그런 ‘기간 경과 후 해고보호 조항’도 적용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결국 그런 경우에는 영원한 기간제 노동자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2) 정부안의 문제점과 민주노동당의 입장
우선 정부안이 일정 기간 동안에는 기간제 사용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이것은 우리 사회에서 관행적으로 통용되어 온 ‘상시고용 원칙’ 및 우리 노동법제의 해고 제한 조치를 완전히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고용형태에 있어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는 기업은 고삐 풀린 망아지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정부는 일정 기간 경과 후에 해고 보호 조치가 작동되는 것을 기간제 제한 장치로 설명하고 있으나 그것은 기간제 제한 장치가 아닌 기간제 교체 장치에 불과한 것이다. 사용자가 기간제 노동자에 대해서는 기간제 노동자의 고용불안을 무기로 우월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고, 차별시정절차가 작동하는 경우에도 다소나마 싼 임금을 지급할 수 있으며, 기업의 사정에 따라 일상적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 있는데, 왜 기간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려고 하겠는가? 이건 합리적 사용자를 전제하는 한 물으나 마나 한 질문이다.
정부도 2년 단위의 기간 설정에 대해서는 그런 상황이 발생할 것임을 인정하고 있다. 정부가 법안심사소위에 배포한 자료에는 2년 단위의 기간 설정은, "(3년에 비해) 교체 사용의 가능성이 매우 높아져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불안을 촉진할 것“이라는 내용이 나오고 심지어 ”비정규직 다수가 집단화하여 정부에 고용대책 수립을 요구하며 사회문제화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표명되어 있다. 그러면서 노동부는 기간을 3년으로 하면 교체비용으로 인해 고용이 안정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설득력이 약하다고 할 것이다. 그 이유는, △일단 생산설비가 고도화 자동화된 지금 시기에 노동자의 숙련도가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 것이고, △기간제 노동자의 업무 난이도가 매우 높지는 않을 것이며, △3년 단위의 교체는 기업으로서도 충분히 감내할 만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2년 기간에 대해 우려한 내용은 3년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한편 경총이 최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기간 도래 후 기간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응답한 기업의 비율이 11%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바, 이것은 앞으로 발생할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한편 정부안이 마뜩치 않지만 그래도 현행 규정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으나, 이것은 적절치 않은 지적이다. 우선, 위 안이 현행 규정보다 진척되었는지 여부부터 살펴보면 그렇게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간제에 관한 현행 근로기준법 규정13)을 문언적으로 해석하면, 근로계약 기간은 1년을 넘을 수 없고, 1년이 초과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으로 의제’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에 바탕을 두면 위 안이 현행 규정보다 낫다고 할 수 없다. 다만, 대법원이 1996년까지는 위와 같이 해석을 하다가 그 이후로 달리 해석을 하고 있어14) 위와 같은 지적이 나올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즉, 이 달라진 해석에 바탕을 두면, 기간제 노동자를 몇 년간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위 안이 현행 규정보다 다소 나아지는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규정은 기간제가 지금처럼 820만명(김유선 소장 추산)에 이르러 그 규제 및 보호가 시급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기간 설정에 대한 일반적인 규정에 불과하기 때문에 기간제 노동에 대한 규제 규정이라고 할 수 없다. 즉, 현행 근기법상으로는 기간제에 대한 규제 규정은 없고 이제 처음으로 기간제에 대한 규제 규정을 만드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기간제 규정을 마련하면서, 현행 규정을 중심에 놓고 그 보다 조금 나은 안을 만들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대신, 기간제의 남용을 규제할 수 있는 적절한 방안이 무엇인가 하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럴 경우, 정부안은 기간제의 남용을 규제할 수 있는 안이 아니라 오히려 기간제를 양산하고 기간제를 ‘공식적인 고용형태’로 추인하는 안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안이 아닌 것이다.
이에 민주노동당은 애초부터 기간제 노동에 대한 사유제한을 주장하였다. 즉, 기간제 노동자를 사용할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기간제 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상시고용 원칙 및 우리 법제의 해고보호 조항에도 부합하고 노동자 보호에도 매우 유익한 안이다. 외국에서 이 안을 채택한 나라도 많이 있으며(프랑스, 스페인, 포르투칼 등), 인권위원회도 이 원칙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민주노동당은 당내외의 비판을 무릅쓰면서 애당초 4개이던 사유를 10개까지 확대하면서까지15) 정부와 여당이 이 안을 수용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현재까지 아무런 응답이 없는 상태이다. 사유의 범위는 다소 유연하게 설정할 수 있지만 이 원칙 자체는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민주노동당의 방침이기 때문에 향후 어떤 사태가 전개될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나. 파견허용업무 범위
(1) 정부안의 내용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정부가 파견대상업무에 대해 애당초 제시한 내용은 네거티브 방식의 전면허용이었다. 이것이 노동계의 저항에 부딪혀 좌절되자,16) 노동부는 최근 파견 대상 업무에 관한 규정을 변경하여 파견대상 업무를 시행령으로 정함에 있어 아무런 제한이 없도록 하였다. 노동부의 그와 같은 조치는 향후 시행령 개정을 통한 파견제의 광범위한 확산을 의도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2) 정부안의 문제점과 민주노동당의 입장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파견제 근로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입장은 파견제를 폐지하는 것이고 차선책은 파견제를 현행 수준으로 유지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파견대상업무를 현행보다 조금이라도 넓히는 것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파견제는 불행한 시대의 사생아이기 때문에 그 허용 범위를 줄여서 점점 폐지해 나가야 한다.
다. 불법파견시 제재 조치
(1) 정부안의 내용
파견기간 초과시 현재 고용의제인 제재조치를 고용의무로 바꾸고, 불법파견에 대한 제재조치를 명확히 규정하여 절대금지업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일정한 기간을 도과할 것을 요구하지 않고 발각 즉시 바로 고용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17)
(2) 정부안의 문제점과 민주노동당의 입장
민주노동당은 정부가 고용의제를 고용의무로 바꾼 것에 대해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노동부가 도대체 불법파견을 단속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알려진 것처럼, 고용의제는 불법파견을 행한 시점부터 사용사업주의 종업원이 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파견노동자는 불법파견을 당한 시점부터 청구시점까지의 임금 차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고, 사용사업주가 고용을 거부할 경우에는 부당해고의 진정을 하거나 구제신청을 제기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노동자 개인에게 어떤 권리가 부여되고 노동자는 그것을 토대로 사용사업주에 대항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고용의무는 말 그대로 노동부가 사용사업주에 대해 의무만을 부과하는 것이다.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 받게 되지만 그것을 납부하거나 납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용을 거부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고용절차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정부가 행할 수 있는 조치는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고용의무의 경우 정부가 직접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고용의무가 현행 고용의제보다 효력이 더 강한 것처럼 주장하고 있으나, 고용의제 상황에서는 노동부가 ‘부당해고’로 규율하여 구속수사까지도 행할 수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설득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 결국, 고용의무라는 것은, 불법파견에 대한 유효한 대응수단이 될 수 없고 고용을 강제할 실효적인 조치가 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불법파견을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민주노동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기간 또는 대상을 위반한 불법파견에 대해서는 불법파견을 행한 시점부터 직접 고용의제가 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라. 원청사용자성 인정 문제 및 특수고용형태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 문제
정부는 현재 원청사용자성 인정 문제 및 특수고용형태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안도 제출하지 않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이와 관련하여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의 근로자 및 사용자 개념을 확장하는 안을 제출해 놓았다.18)
현재 정부안을 중심으로 비정규법안을 다루고 있지만 이 문제에 대한 정부안이 제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최소한 이 문제들에 대해서는 민주노동당이 제출한 안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조만간 법안심사소위가 재개되면, 정부 법안에 추가하여 이 문제도 직접 다룰 것을 요구할 것이고 만약 불가피하게 이번 임시국회에서 그것을 다룰 수 없다면 향후 일정이라도 확정하자고 요구해 나갈 작정이다. 이 문제들은 우리 국회가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접근하는지를 판가름하는 시험지가 될 것이다.
5. 결론
국회 상황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연내에 비정규직 법안이 종결될 수 있을지, 사유제한이 수용될 수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아무 것도 예측할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정부안이 그대로 통과되어 시행될 경우 우리 사회는 점점 더 ‘참을 수 없는 고용의 불안함’에 몸서리를 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아름다운 노동은 남의 나라 이야기 일 것이고 노동운동 역시 전설 속 상황에 불과할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국회 입법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주장과 요구사항을 끝까지 유지하며 싸워 나갈 것이다.
<각주>
1) 민주노동당과 단병호 의원의 심의 전술은, △기간제에 있어서 사유제한과 △파견제에 있어서 파견의 범위와 시기 및 △불법파견시의 제재의 기본 원칙에 대해서는 결코 양보하지 않되, 나머지 차별시정 방안과 부수적 절차 문제는 그것이 아무리 미흡해도 현행 규정보다 개악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유연하게 접근한다는 것임. 이런 전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비판적 의견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차별시정 문제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가장 큰 관심사항이자 객관적으로도 절실한 문제이기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실행할 필요성이 있고, △현재 의회 구도상 부수적 문제들에 대해서까지 끝까지 최대치를 주장하기 어려우며, △우리의 핵심 주장을 대국민적 지지를 받으면서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기 위해서는 부수적 부분에 대해서만이라도 다소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성이 있고, △원내 정당으로서 정책의 실제 집행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어쩔 수 채택한 전술임.
2) 법안심사소위는 모두 6명의 의원으로 구성되어 있음. 열린우리당 3명, 한나라당 2명, 민주노동당 1명임. 위원회는 재적위원 5분의 1 이상의 출석으로 개회하고,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함(국회법 제54조).
3) 환노위 전체회의는 모두 16명의 의원으로 구성되어 있음. 열린우리당 8명, 한나라당 6명(이경재 위원장 포함), 민주노동당 1명, 자민련 1명임. 그 의결 방법은 소위와 동일함.
4) 허용되는 업무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그 외의 업무는 불허하는 방식
5) 허용되지 않는 업무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그 외의 업무는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방식
6) 기간초과시 사용사업주의 근로자로 간주하는 것임. 그럴 경우 개별 근로자는 사용사업주에 대해 부당해고 진정과 구제신청 및 미지급 임금 차액분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음. 결국 개별근로자가 구체적 권리를 가지는 것임
7) 기간초과시 노동부가 사용사업주에게 고용의무를 부과하는 것임. 사용사업주가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가 부과됨. 과태료를 미납할 경우에는 강제집행 절차를 통해 강제로 징수하지만 과태료를 내거나 내지 않은 상태에서 고용의무를 불이행한 경우에는 다른 아무런 제재조치가 없음.
8) 현행법에 불법파견에 대한 제재조치가 마련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상 대립이 있다. 즉, 기간초과시의 제재조치가 불법파견의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보는 입장과 그렇지 않다고 보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9) ①사업주는 동일한 사업내의 동일가치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10) 대법원 2003. 3. 14. 선고 2002도3883 판결
“동일가치의 노동인지 여부는 같은 조 제2항 소정의, 직무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노력․책임 및 작업조건을 비롯하여 근로자의 학력․경력․근속연수 등의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11) 열린우리당 안은 2년 초과시 무기계약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12) 1.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2. 휴직․파견 등으로 결원이 발생하여 당해 근로자가 복귀할 때까지 그 업무를 대신할 필요가 있는 경우
3. 근로자가 학업, 직업훈련 등을 이수함에 따라 그 이수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4. 고령자고용촉진법 제2조제1호의 규정에 의한 고령자 또는 동법 제15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준고령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5. 전문적 지식․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와 정부의 복지정책․실업대책 등에 의하여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
6. 그 밖에 제1호 내지 제5호에 준하는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
13) 제23조(계약기간) 근로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과 △일정한 사업완료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그 기간은 1年을 초과하지 못한다.
14) 현행 규정에 대한 대법원 해석(1996. 8. 29. 선고 95다5783)
- 1년 초과 계약 체결도 유효하다.
- 다만, 노동자는 1년을 초과하는 한 언제라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 계약기간이 종료되면(그것이 1년을 초과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근로관계는 당연히 종료된다.
15) <단병호 의원 제출 근로기준법 개정안>
제23조(계약기간) ①근로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으로 한다. 다만, 다음 각호의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1. 출산·육아 또는 질병·부상 등으로 인하여 발생한 결원을 대체할 경우
2. 계절적 사업의 경우
3. 일정한 사업완료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다만, 사업자가 동일한 목적으로 수행하는 사업은 하나의 사업으로 본다.
4. 그 밖에 일시적․임시적 고용의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
<이후 단병호 의원이 제출한 수정안>
제4조(기간제근로자의 사용) ①근로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으로 한다. 다만, 다음 각호의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1. 출산·육아 또는 질병·부상 등으로 인하여 발생한 결원을 대체할 경우
2. 휴직․파견 등으로 결원이 발생하여 당해 근로자가 복귀할 때까지 그 업무를 대신할 필요가 있는 경우 2,3,6,7,8,9가 새로 포함된 내용임
3. 근로자가 학업, 직업훈련 등을 이수함에 따라 그 이수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4. 계절적 사업의 경우
5.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6. 전문적 지식․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와 정부의 복지정책․실업대책 등에 의하여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
7. 수출 주문의 예외적 급증이 발생한 경우
8. 기업의 일시적 업무량이 증가한 경우
9. 안전조치를 위한 긴급한 작업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10. 그 밖에 일시적․임시적 고용의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
16) 열린우리당은 2005. 2. 네거티브 방식을 포기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천명하였다.
17) 열린우리당 안은 기간 초과시에는 고용을 의제하고, 불법파견시에는 2년 경과를 요하지 않고 바로 고용의무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18)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자라 하더라도 특정사용자의 사업에 편입되거나 상시적 업무를 위하여 노무를 제공하고 그 사용자 또는 노무수령자로부터 대가를 얻어 생활하는 자는 근로자로 본다.”
“근로계약의 체결 여부와 상관없이 당해 근로자의 근로조건 등의 결정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력 또는 영향력이 있는 자도 사용자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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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겨울호
현장의 힘
2003년 하반기, 일본에서는 가스탱크 폭발, 정유시설 휘발유탱크 화재, 타이야 제조공장 화재 등 일본의 대표적인 기업에서 중대재해가 계속되었다. 그 결과 재해원인 및 방지에 대해 “현장력”=‘현장에 있어서의 인재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노동안전 강화가 주장되기 시작했다.
일본의 사망재해 및 중대재해 발생상황
일본의 노동재해는 장기적으로 보면 감소되어 있지만 아직 해마다 노재보험을 신규로 적용받는 사람은 59만 명을 넘는다(2003년). 또한 휴업 4일 이상인 사상자수는 12만4천명이 된다(2004년).
노동재해에 의한 사망자수는 해마다 줄이는 수세이다.(표1) 업종별로 보면 건설업, 제조업, 육상화물운송사업에 사망자가 많다. 건설업이 전체 1/3, 3업종 합치면 66%-69%를 자치한다.(표2) 건설업 사망자는 감소․증가를 보인다. 비율로 보면 육상화물운송사업이 미증하고 있다.
전체 사망재해 사고유형을 보면 ‘교통사고<도로>’가 가장 많고 27-29%를 자치한다. 다음으로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추락, 전락’이 24-25%를 자치하고 두 가지 유형으로 50%를 넘는다. 업종별로 사망재해가 가장 많은 사고유형을 02, 03, 04년 순으로 보면, 건설업은 ‘추락․전락’이 가장 많고 42.2%, 45.1%, 43.8%를 자치한다. 제조업은 ‘감김․끼임’이 가장 많고 37.5%, 31.1%, 32.4%를 자치한다. 그리고 육상화물운송사업은 ‘교통사고<도로>’가 가장 많고 72.2%, 70.1%, 65.8%를 자치한다.
다음으로 동시에 3명 이상 노동자가 업무상 사상 또는 이병된 재해인 중대재해에 대해서 살펴보자.
중대재해는 1985년에 최소건수 141건을 기록한 이후 늘어나는 추세에 있고 2003년 249건, 2004년 274건으로 증가되어 있다. 특히 제조업에서 38건(03년)부터 64건(04년)으로 68.4% 증가되었다.(표3)
중대사고에 의한 사상자수는 2003년 1,720(사망자 90)명, 2004년 1,431(사망자 97)명이다. 2004년 중대재해의 내용을 보면 교통사고가 134건으로 가장 많고, 다음 중독․약상 49건, 화재․고열물 21건, 폭발 14건 순이다. 2003년에 비해 2004년이 중대재해가 증가된 요인인 제조업 사고 내용을 본면 교통사고 19건, 중독․약상 17건, 폭발 11건, 화재․고열물 10건이라는 순이며 각각 10건, 5건, 4건, 6건 증가되었다.
구조적인 요인이 초래한 현장력 저하
일본정부, 후생노동성은 잇따른 중대재해 발생을 맞아 2004년 3월 “대규모제조업에 있어서의 안전관리 강화에 관한 긴급대책요강”, 8월 “향후 노동안전위생대책에 관한 검토회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미 거듭되는 중대재해 발생에 대해 일본경제단체연합회 오쿠다 회장은 연두에 “구조조정에 지나치게 매진해서 현장력 쇠퇴를 간과해 오지 않는지 깊게 반성하고 재점검해 봐야 한다. 현장력 유지는 경영자의 책임이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검토회 보고서”는 노동현장의 변화에 관해 아래와 같이 분석한다.
① 기업의 생산양식 변화와 조직형태 변화 : 용역, 도급, 외부위택의 증대. 합병, 분사화 등 조직 재편.
② 노동자의 고용형태 다양화, 고용 유연화.
①, ② 상황 진행에 따라
③ 소속, 고용형태가 다른 노동자 혼재가 일반화.
④ 안전배려의무를 지는 사업주 범위가 애매하다.
⑤ 세대교체에 따른 안전보건에 관한 지식을 계승 못 하는 것에 의한 현장력 저하.
기업의 구조조정, 경비 삭감은 비정규직 고용을 초래하면서 현장에서는 하청․기간제․단시간노동자가 정규직노동자와 섞어 일하게 된다. 고용형태, 지휘명령 계통이 다른 노동자가 혼재하면서 사업주의 노동안전에 관한 책임이 후퇴한 면이 있다. 거기에 노동재해방지에 관한 지식과 기술을 가지는 고참노동자가 구조조정이나 정년으로 퇴직하면서 안전에 관한 지식기술을 인수되지 않고 현장의 인재력 떨어졌다는 지적이 있다.
이런 사업장에서 재해가 발생한다
또 후생노동성은 2003년 11월 대규모제조업사업장을 대상으로 안전관리활동에 관한 점검결과 재해발생율이 높은 사업장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① 사업장 정상 스스로 솔선하는 안전관리활동이 불충분하다.
② 사업장 정상이 안전관리에 필요한 인원․경험이나 경비에 대해 부족감을 갖고 있다.
③ 하청 등 협력업체와의 안전관리 연휴나 장조교환이 불충분하다.
④ 노사가 협력해서 안전문제를 조사․심의하는 자리인 안전위원회 활동이 저조하다.
⑤ 입사 후 정기적인 현장노동자에 대한 재교육이나 작업매뉴얼 검토가 불충분하다.
⑥ 설비․작업의 위험성을 평가하고 재해방지조처 실시가 저조하다.
여기에서 나온 재해예방 방안으로서 사업주에 의한 노동안전보건에 관한 방침을 분명히 하면서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정착, 사업장 내 자율적인 재해방지활동 추진이 제언된다.
교육 게획에서도 제외된 비정규직노동자
비정규직노동자는 노동안전 상에서도 정규직과 동일하지 않다.
노동환경조사(일본 후생노동성, 2001년)에 따르면 유해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 중에 교육/설명을 받은 적이 있는 노동자 비율은 정규직 65.6%에 비해 파트타임노동자는 39.9%이다. 그리고 파트타임노동자는 유기용제의 인화성, 폭발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비율이 50.4%(정규직 91.7%)이며, 취급상 주의사항 및 응급처지에 대해서는 69.3%가 모른다(정규직 46.2%). 또 MSDS에 관한 인식도92.0%가 모른다고 응답했다(정규직 71.6%).
이 조사에서 나타난 것은 파트타임노동자에 대한 정보다. 파견노동이 제조업까지 허가되면서 제조업의 38.5%가 파견노동자를 쓰고 있다. 또는 제조업에서 도급노동자가 있는 사업장 비율은 30.7%이다(“파견노동자실태조사결과 개요” 후생노동성,2005). 이러한 비정규직노동자에 대한 노동안잔교육이 얼마나 실시되어 있는지는 파트타임노동자에 대한 조사결과를 참고로 할 수 밖에 없지만 그다지 높지 않을 것이다.
노동자의 참여
사업장 내 자율적인 재해방지활동이라고 할 때 노동자의 참여가 없어서는 안 된다. 그것을 위해 안전위원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제안되어 있다. 그렇다면 현장에 있는 정규직노동자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인 안전위원회에서 어떻게 비정규직노동자의 참여를 조직할 수 있는지도 과제가 될 것이다.
(주) 본문 중 표는 후생노동성 노동기준국 안전위생부 “사망재해․중대재해 발생상황”에 의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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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겨울호
시계의 단면
브론즈, 100X77X150cm, 1977~84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 초현실주의 예술가 살바도르 달리는 회화, 조각, 패션, 영화, 보석 디자인 등 예술 전반에 걸쳐 천재적 환상과 상상력의 광기를 발산했던 예술가이다.
달리의 대표적 이미지 중 하나는 마치 치즈와 같이 부드럽고 녹아내리는 시계이다. 이와 같이 달리가 시계의 이미지를 제시한 것은 일상적이고 강박적 시간의 개념, 즉 이성을 기반으로 한 합리적이고 보편적 시간의 개념을 탈출함으로써 무의식과 비합리적인 개별적 시간의 개념을 노출시키고자 했기 때문이다.
또한 나뭇가지에 축 쳐져있는 이 시계의 형태에서 눈여겨 볼만한 것이 또 하나 있는데, 그것은 시계의 단면이 인간의 옆모습으로도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한 가지 이미지가 두 가지로 보이는, 즉 광인의 환상성을 보여주는 “편집증적 비판방식”을 사용한 것이다.
살바도르 달리는 1904년 스페인 피게라스에서 출생하여, 1989년 84세로 생애를 마칠 동안, 고갈되지 않는 놀라운 상상력으로 화가, 조각가, 디자이너, 시인, 영화감독, 수많은 스캔들의 창시자로서 초현실주의 그 자체인 예술가이다.
글쓴이 김지영은 이대 미술사학과 대학원 졸업 후,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 동신대 겸임교수,경기대 강사 등을 역임 후, 현재는 독립큐레이터로서 <반 고흐와 서양명작전>을 기획하고 있다.주요 전시기획으로는 <밀레전>,<사람을 닮은 책전>,<살바도르 달리전>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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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겨울호
1심 판결 뒤집기... 한판승!!
"권노가 한번 해보지" 사무실에 있는 안변이 서류를 던져 주며 말했던 것은 지난 2004. 10월 정도였다. 법률원에 와서 두 번째 사건이었으며, 나에게는 새로운 도전과제였다.
“무슨 사건인데요?”, “1심에서 강변이 하다가 나한테 줬는데 내가 잘못해서 진 것 같아.” 사무실에서는 변호사의 준말은 “변”이고, 노무사의 준말은 “노”라고 하는데, 어찌 “변”과 “노”는 찜찜한 준말임은 틀림이 없다. 물론 “변”이 더한 말이지만... 사실 노무사 일만 하다가 각종 법원용 서면을 작성해야 하는 것은 부담이었고 그것은 단순한 형식의 문제뿐만 아니라 그 실질적 진행과정을 책임져야 하는 스트레스였다.
1심 판결(서울행정법원 2004. 9. 21. 선고 2003구단7487판결)의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원고가 직무 수행 중 사고를 당하여 목과 어깨에 심한 통증이 발생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원고는 2002년 2월 14일 강남베드로병원에서 목 통증을 호소하며 진료를 받으면서 5~6년 전부터 제5~6 경추 디스크 증상이 있었다고 말하였고, 위 병원에서 경추 추간판탈출증, 경추부협착증의 진단을 받고는 수술은 받지 않은 채 그 후 같은 해 6월 8일까지 13차례에 걸쳐 경추부 근육조직 이완요법을 시행 받은 사실,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원고의 2002년 2월 14일자 MRI검사자료와 2003년 2월 3일자 MRI검사자료를 검토한 결과 2003년에 수핵 탈출의 정도가 더 심화되었는데, 퇴행성변화에 기인한 것인지 외부 충격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는 감정의견을 밝힌 사실이 인정되는 바, 이에 비추어 보면 이 상병은 결국 종전에 보존적 치료를 받았으나 완치되지 않았던 상병이 재발․악화된 것으로 보일 뿐이다”라는 것이었다.
사실 항소이유서는 굉장한 형식을 요하는 줄 알았던 나에게 항소이유서라는 말 자체가 부담이었다. 1심의 기록철을 살펴보니, 원고의 소장 및 감정촉탁신청서, 피고의 답변서, 강남베드로병원의 사실조회회신서, 서울대병원의 감정촉탁회신서, 피고의 참고준비서면이 철해져 있었다.
‘뭘 어떻게 해야 할까.’ 기록을 몇 번이나 본 이후, 사무실에 있는 “변”들에게 항소이유서를 쓴 게 있으면 달라고 하여 그 형식을 살펴보았다. 물론 산재관련 항소이유서는 아니라서 크게 도움은 되지 못했지만, 항소이유서는 1심 판결의 위법 부당성을 다투는 것이 초점이라 1심 판결문의 정확한 분석 및 비판이 선행되어야 함을 알 수 있었다. 이 밖에 민사소송법 책을 참조하여 항소이유의 간명한 게제방식 및 상고이유의 제한 사유 등을 공부하였다.
첫 번째로, 원고의 상병발생경위를 면밀히 살펴보았다. 물론 피고는 “원고에게는 이미 5~6년 전부터 목 부위의 통증이 간헐적으로 있어 왔고, 그 이후 2002. 2. 14. 경추간판탈출증과 경추부협착증 등의 진단을 받았으며, 2. 20부터 6. 8.까지 15번 정도의 치료를 받았으므로, 2002. 12. 26. 이후 진단된 상병 또한 기존 질병의 자연적 악화”라는 주장을 하였고 이것이 어쩌면 맞을 수도 있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철도검수업무를 한번도 유심히 보지 못한 나로서는 기존의 문헌조사 작업을 통해서 이를 찾아보려고 하였으나, 마땅한 자료가 없었다. 다시 원고를 불러와 당시 검수중 출입문 입구에 머리 부위를 부딪쳤을 때의 상황과 느낌 및 검수업무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들고 다양한 각도로 질문을 한 뒤, 노조 산안차장를 통해 2004. 9월에 발간된 “근골격계 조사보고서”를 입수할 수 있었다.
그 이후, 다시 상병발생경위에 대한 입장을 크게 두 부분으로 정리하였다. 원고와 같은 검수업무 종사자는 원래 목 부위를 구부려 열차 아래를 검수해야함으로 목 부위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과 “당시 출발검수로 인해 촉박한 시간에 맞추기 위해 열차 통로를 뛰어가면서 출입문 상단에 정수리 부위를 부딪쳐 욱하는 통증과 동시에 주저앉았다”라고 사실경위를 확정하여 주장하였다. 이는 산재서면 작성에 있어, 1차 분석방법인 “사실경위에 있어 상병발생 경위의 적합성”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원고의 상병명이였던 “목디스크”, 정확히는 “경추간판탈출증”에 대한 조사와 연구 작업을 시작하였다. 서적조사(정형외과학 등)는 기본이고 각종 인터넷사이트(특히 우리들병원 홈페이지) 자료 등이 유용하였다. 의학적 상병명에 대한 이해와 분석을 끝마친 이후, 상병명에 대한 논리전개의 방식을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정하였다.
일단, 원고가 2002. 2. 14. 경추간판탈출증으로 진단받은 것은 “연성 경추간판탈출증”이고, 후에 2002. 12. 26. 근무 중 머리에 충격을 받은 이후에 진단된 것은 “경성 경추간판탈출증”이라고 정의한 이후, 전자의 치료방법은 주로 보전적 치료에 국한되는 것이며, 후자의 치료방법은 직접적 수술방법이 사용됨을 각종의 자료를 구비하여 주장하였다. 이는 산재서면 작성에 있어서, 2차 분석방법인 “의학적인 면에 있어 상병발생 경위의 적합성”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로, 법리적 측면에서 원고의 상병발생 가능성을 고찰하였다. 각종 판례를 뒤져서 기왕증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을 간략히 제시하면서 논리를 전개하였다. 즉, “재해의 원인이 된 상병에는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또는 사고로 인하여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된 경우까지 포함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 상병과 업무수행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 조건을 기준으로 판단”(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두6811 판결, 대법원 2002. 5. 28. 선고 2002두1014 판결, 대법원 1996. 9. 6. 선고 96누6103 판결, 1992. 2. 25. 선고 91누8586 판결 등 참조)하여야 하며,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에 기인하여 입은 재해를 뜻하는 것이어서 업무와 재해발생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그 재해가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기존의 질병이더라도 그것이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 등으로 말미암아 더욱 악화되거나 그 증상이 비로소 발현된 것이라면 업무와의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보아야 한다.”라는 것이다.(대법원 1999. 12. 10. 선고 99두10360 판결, 대법원 1989. 11. 14. 선고 89누2318 판결 참조)
또한, “노화에 따라 나타나는 퇴행성병변이라고 하더라도 실제 업무 수행 중 발생한 사건 사고로 인하여 평소에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하던 기존 질병의 증상이 발현된 것이거나 적어도 급격히 악화된 것이라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2두2242 판결 참조)라는 것이 인용․정리한 판례의 요지이다. 이밖에 하급심 판결을 정리하여 제출하였으며, 이는 산재서면에 있어 3차 분석방법인 “법리적인 면에 있어 상병발생 경위의 적합성”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기왕증... 물론 과로사 케이스에 있어서 위험인자가 있을 경우 법원에서는 위험인자가 과로성 질환을 유발하였다고 판단함과 동시에 기존 위험인자가 과로․스트레스와 겹쳐서 유발․악화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이를 법률적 용어로 말하자면, 소위 상당인과관계설에 있어 “공동원인설”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판사들이 보기에는 자기 멋대로 판단의 유력한 근거가 되기도 한다. 이 사건에서도 마찬가지로 1심 행정법원 판사는 기왕증의 단순한 재발 수준이라고 본 것이었다.
2심에서 치열한 사실, 법률, 의학적 공방 끝에 고등법원 판사는 우리의 손을 들어주었다. 즉, “원고가 이 사건 사고 이전에 경추 추간판탈출증으로 치료를 받은 바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 이전에는 원고가 목이나 어깨에 별다른 통증을 느끼지 않고 정상근무를 하여 왔는데, 위 사고 이후 원고의 경추 부위에서 디스크의 신선한 파편이 발견되어 이것이 신경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 관찰되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상병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직접 입은 공무상 부상이거나, 적어도 원고의 기존의 질병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자연스런 진행 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되어 발생한 것으로 그 인과관계가 있는 공무상 질병이다” (서울고등법원 2005. 6. 22. 선고 2004누21304판결) 라고 판단하여 준 것이다. 이 항소심 판결이 대법원(대법원 2005. 9. 28. 선고 2005두8764판결)에 그대로 유지되어 또 하나의 판례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 덧붙이는 말 : 혹, 2004년 여름호에 실렸던 “젊은 국어교사의 불치병”이 생각나시나요. 선고일 전날 새벽녘에 지는 꿈을 꿀 정도로 잔득 긴장하고 있던 저에게 2004. 11. 30. 오전 10시 15분 그녀의 아버지로부터 울먹이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답니다. “고맙습니다. 이겼습니다..지난 2년 동안 가장 기분이 좋습니다...” 여러 사건을 하면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지금은 12. 21.까지 공단에서 항소 안 하길 기도(?)하고 있답니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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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겨울호
야만적인 부의 축적, 병들어가는 아시아
1980년대부터 전세계에 걸쳐 몰아치기 시작한 신자유주의의 광풍은 노동자의 삶에 대한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노동자들의 건강마저도 심각한 정도로 악화시키고 있다. 21세기가 되었지만 노동재해는 여전히 노동자의 생명을 앗아가는 주요 원인이다. 1998년 ILO의 통계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매년 약 200만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한다. 이것은 15초마다 1명의 노동자가 일을 하다가 사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선진자본주의국가와 초국적 자본에 의해 종속된 아시아 각국 노동자들의 건강은 더욱 큰 위험에 직면하여 있다. 신자유주의에 저항하고 아시아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매년 AMRC(Asia Monitor Resource Centre)의 주최로 ANROAV(Asian Network for the Rights Of Occupational Accident Victims,작업성재해 희생자의 권리를 위한 아시아 네트워크) 행사를 통해 아시아 각국의 노동안전보건 활동가들과 재해노동자들이 모여 국제적 연대를 강화하고 서로의 활동을 공유하는 자리를 갖는다. 올해 ANROAV 회의를 통해서 보고 된 아시아 각국 노동재해 문제와 노동자건강권운동에 대해서 개괄해보자.
아시아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지켜라 - ANROAV
현실에서 작업장의 위험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을 가진 나라는 많지만 법이 지켜지는 나라는 거의 없다. 얼마 되지 않는 산업안전감독관들이 수많은 기업들을 모두 감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IMF와 세계은행의 직접적인 압력 하에 있는 대부분의 개발 도상국 정부들에 의해서 도입되고 초국적기업들의 지도하에 있는 신자유주의 정책은 노동법률에서의 규제 완화를 이끌어왔다. 대부분의 아시아 경제는 ‘수입대체’에서 ‘수출주도형 성장’으로 전환해왔다. 생산품은 노동자들에게 더 적은 임금을 지불하고 노동자들의 안전에 거의 투자를 하지 않음으로써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대규모 실업으로 인한 풍부한 저임금 노동력의 이용가능성은 기업주들에게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에 투자하는 대신 아프고 다친 노동자들을 대체하는 것이 더 쉽도록 해주었다. 가족과 함께 배고픔으로 죽지 않으려면 노동자들은 위험한 조건에서 일하는 것 이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조차 산업 발전 과정에서 희생당한 죽은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은 쉽게 잊혀진다. 다치고 병든 노동자들은 간단히 무시된다. 우리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이러한 작업장의 냉혈 살인자를 막아 세워야 한다. 노동자는 성장을 위한 단순한 재료로 사용될 수 없다. 발전은 노동자의 생명과 신체의 대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 ILO는 노동안전에 관련된 많은 회의를 개최하지만, 그 회의들은 ILO의 8개 주요 회의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ILO가 노동안전보건을 핵심적 우선순위에 포함시키도록 할 때이다.
노동조합이 열쇠를 쥐고 있고 그들 중 다수가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지만,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노동조합은 노동안전보건을 최우선 과제로 보아야 하며, 임금과 같은 문제를 해결한 이후에 다루는 선택적 과제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단체협약은 더 나은 노동환경에 대한 약속을 포함해야 하고 어떠한 노동자도 위험에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 요즘은 신자유주의에 의해서 조합원이 감소하고 고용관계가 변화함으로써 노동조합에게 힘든 시기이다. 그러나 노동안전보건이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 사실 노동안전보건은 조직화를 위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우리가 조직화를 위한 새로운 길을 찾고 있는 이 시기에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은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
중국, 경제대국으로의 성장 뒤에 가려진 노동자들의 죽음
광부들의 죽음을 부르는 탄광
중국 탄광에서의 엄청난 숫자의 죽음에 대한 주의를 끌기 위해서, 몇 년전 ALU는 지방신문에 보도되는 중국의 탄광 사고에 대해 보고하기 시작했다. 아주 최근에 탄광사고는 매우 일반적인 것이 되었기에, ALU는 10명 이상의 사망사고에 대해서만 리스트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은 중국의 실제 사망자 수의 표면을 스크래칭 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2004년 11월, 특별히 기억할만한 두 개의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148명의 사망자를 냈고, 다른 하나는 166명의 사망자를 냈다.
2005년 2월 14일, 랴오닝성 푸신에서는 203명이라는 경악스러운 사망자가 발생한 중국공산당 집권 이래 최악의 탄광사고가 발생했다. 정부당국은 사태를 통제하는 것에 대해 너무도 무능하다. 조사가 시작되었고, 탄광에 대한 폐쇄명령이 내려졌다. 그러나 탄광에 투자해왔던 지방 관리들의 주장에 의해 조사활동은 무용지물이 되었고 탄광은 다시 열렸다.
중국의 탄광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끔찍할 정도로 열악하다. 마스크와 작업복도 없이 일을 하고, 맨손으로 캔 석탄을 광주리에 담아 좁은 탄광 입구로 기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폐증과 탄광 사고로 인한 사망은 보상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실정이다.
보석가공업과 규폐증
중국에는 보석가공으로 인한 규폐증(돌이나 모래의 미세한 가루가 폐에 쌓여 폐가 굳는 질병) 환자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열을 가하고 그라인딩과 구멍 내기 등의 작업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보석시장으로 유명한 홍콩의 자본이 중국으로 넘어가 값싼 중국노동력을 이용해 원석을 가공한다.
그러나 몇 달 못가 노동자들에게 규폐증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재빨리 문을 닫고 중국 내 다른 지역으로 이동, 공장 이름도 바꾸고 법인도 바꿔버린다. 그러면 재해를 입은 노동자들이 사업주를 찾을 길이 없어지면서 보상은커녕 치료비 없이 죽어간다. 여기에 한국의 자본도 가세하고 있으나 홍콩자본이 거의 10배를 넘는다고 한다.
중국 노동자와 홍콩 활동가들의 연대
중국도 보상에 관한 법이 있기는 있다. 그러나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에게로 책임을 돌리고 지방정부는 ‘모르겠다’고 외면하고 있는 상황. 노동조합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노동조합은 단지 또 하나의 행정기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노동자를 위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참석한 중국재해 당사자의 증언이었다.
이런 이유로 중국의 노동자들과 홍콩의 NGO단체들이 연계하고 있다. 홍콩의 자본을 추적하는 일을 홍콩의 NGO들이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NGO와 연결되는 중국 노동자는 아주 극소수에 불과하다.
태국, 버마인 이주노동자를 위한 노동안전보건교육
Snajiv Pandita (AMRC)
태국 매솟에서 버마인노동자들을 만나다
매솟은 버마에 인접한 태국의 도시이다. 이 곳에는 의류업, 건설업, 농업 등의 분야에서 약 10만명의 버마인 이주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옷공장에서의 노동조건은 매우 열악하다.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무권리 상태이다.
노동안전보건 교육은 방콕에 있는 AMRC(Asia Monitor Resource Centre), TLC(Thai Labour Campaign), 매솟에 있는 양치오노동센터에 의해서 조직되었다. 2005년 3월 26~27일까지 진행된 교육과정의 목적은 노동자들과 조직가들에게 직업 안전과 건강에 대해 소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그리고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직면하는 문제들을 규명하고 노동자들에게 작업장의 유해요인과 대처방법에 대해 알리는 목적 또한 있었다.
매솟지역 이주노동자들의 상태
이 교육에 참여했던 노동자들에 의해서 제기된 주요 문제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매솟 지역의 공장들은 버마 노동자들의 대다수가 공장부지 안에 거주한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또한 일터와 주거지 사이의 경계가 모호하다. 거주지역은 인구밀도가 높고 비위생적이다. 노동자들은 극히 비인간적인 좁은 거처에서 잠을 자야한다.
둘째, 대부분의 공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은 매일 12시간에서 16시간 일을 한다. 그들의 일과는 아침 8시에 시작되며, 오후 1시와 5시에 1~2시간 휴식을 취하고, 밤 10시 또는 자정에 일을 마친다. 성수기에는 때때로 새벽 5시에서 6시까지 일을 하고 2시간의 휴식 뒤에 다시 8시부터 일을 한다. 이주노동자들은 일반적으로 한 달에 두 번의 일요일만 쉰다.
셋째, 공장 내의 조명은 매우 열악하다. 원자재들은 매우 위험하게 방치되어 있다. 노동자들은 편물공정에서 무거운 중량물을 들어 올려야 하며, 섬유 먼지는 노동자들의 호흡기에 많은 문제를 유발시킨다.
넷째, 공장의 많은 노동자들이 결핵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열악한 환경시설과 복잡한 공장과 기숙사로 인한 위험이다. 바느질 공정을 제외하고 노동자들은 오랜 시간 불편한 자세로 일해야 한다. 일부 공장 안의 온도는 여름에 30℃를 웃돈다. 세탁공정에서 노동자들은 섬유를 세척하기 위해서 화학약품과 세정제를 사용하지만, 회사에서는 장갑과 같은 개인 보호구를 지급하지 않는다. 때문에 세탁공정의 많은 노동자들이 피부자극 등에 시달린다.
다섯째, 대부분 태국인들인 관리자들에 의해 버마 노동자들에 대한 학대가 이루어진다. 많은 관리자들이 버마 노동자들을 태국인과 다른 방식으로 취급해도 된다고 느낀다. 많은 공장에서 버마인 노동자와 태국인 관리자의 화장실은 분리되어 있다. 일부 공장에서는 심지어 버마인 노동자들과 태국인 관리자들이 마시는 물까지 따로 관리한다. 노동자에 대한 폭력은 큰 문제이다. 몇몇 경우에 노동조건의 개선을 위한 협상이나 노동자의 조직화를 시도한 노동자들은 해고되거나 추방당했다. 그리고 몇몇 경우에는 의문의 실종을 당했고 후에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안전교육의 내용
인간공학 - 참여자들은 노동 형태, 일하는 자세, 반복 작업과 그것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배웠다. 참여자들은 나쁜 작업자세, 중량물 운반, 반복적 작업의 사례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질문하였다.
화학물질 - 노동자들은 다양한 화학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효과와 경로에 대해서 배웠다. 그리고 소그룹으로 나누어 참여자들은 인간의 다양한 기관이 그려진 티셔츠 위에 의류공장에서 사용되는 주요 화학물질의 효과를 표현하는 'Toxid T-shirt' 활동에 참여하였다.
소음 및 기타 - 소음과 관련된 위험에 대해서 설명하였다. 그리고 역할극을 통해 성적 학대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또한 스트레스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스트레스 해소법, 작업장에서 전기의 위험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인도, 델리에서 하수도관리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의 상태에 대한 보고서
Pranjal Jyoti Goswanmi, CEC
Dr. Ashish Mittal, OHS-MCS
델리는 많은 양의 하수를 배출한다. DJB는 약 5600Km의 시내 하수관의 쓰레기 처리와 관리를 맡고 있다. 하수처리시설의 관리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Belder'라고 알려져 있다. 거의 5,500명의 Belder들이 DJB에서 일한다. 하수는 수많은 독성물질을 함유하고 있고 노동자의 건강에 대한 위험에 관련되어 있다. 노동조건 또한 해로운 물질들에 폭로되는 것을 극대화한다. 노동자들은 유해물질에 폭로되기 때문에 높은 사망률과 유병률로 고통받고 있다. 지난 2년간 33명의 노동자가 차단된 하수관에서 일하다가 사망했다. 그러나 인도에서는 하수도관리노동자의 노동안전보건 상태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다.
CEC(Centre for Education and Communication)은 하수도관리노동자의 안전보건과 그들이 겪는 비정상적인 건강상의 문제들의 관련성에 대하여 연구를 시작했다. DJB에 소속되어 일하는 200명의 Belder가 조사대상이었다. 연구를 통해 나타난 특징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서 Belder의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였다. 이것은 노동자들의 대부분이 60세인 정년까지 일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사에 응한 노동자들 중 14%만이 50~59세의 집단에 속해 있었다. 이 연령대의 노동자들 중 2명이 연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만성질환으로 사망하였다. 82명의 일용직 노동자들 중에서, 81.7%의 노동자가 6년 이상 일을 해왔고 14.6%가 10년 이상 동안 일을 해왔다. 118명의 정규직 노동자들은 일용직 노동자로서 상당 기간을 일한 후에 평생 고용의 상태가 주어졌다.
둘째, 노동자들의 59%는 한달에 10번 이상 지하에 있는 하수 맨홀에 들어가고, 그들 중 절반은 하루에 8시간 이상 일해야 한다. 지하 하수관에서 일하는 동안, 노동자들의 압도적인 다수가 다치거나, 눈에 자극을 느끼거나, 피부발진을 경험했다. 41명의 노동자들은 발작을 일으킨 적이 있었고, 24명은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었었다.
셋째, 모든 연령대에서 약 46%의 노동자들이 신체질량지수(BMI)에 의거할 때 저체중으로 나타났다. 37%는 정상적인 정도보다 헤모글로빈이 적었다. 65% 이상이 정상적인 백혈구 숫자에도 불구하고 산성백혈구 수치가 높았다. 소변검사의 결과는 신체의 기관계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이 일어났음을 보여줬다. 폐기능 검사에서 50% 이상의 노동자가 비정상이었다. 흉부방사선촬영 결과를 통해 노동자들의 호흡기 기능의 손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넷째, 노동자들 중 아무도 일하는 동안의 위험에 대해서 고용주와 공식적으로 의사소통을 한 적이 없었다. 아무도 응급처치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다. 응답자의 다수는 업무와 관련된 다양한 위험 요인의 존재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알고 있었지만, 예방법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안전밸트는 많이 사용하고 있었지만, 장갑․마스크․장화 같은 다른 안전보호구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필수적인 안전보호구의 공급조차도 필요한 양에 비해 부족한 실정이었다.
델리에서 하수관리노동자는 높은 발병률로 고통 받고 있고 그 증상들은 그들의 노동과 관련되어 있다. 비록 대다수의 응답자들에게서 어떤 치명적인 질병의 증상이 결정적으로 나타나지는 않더라도, 신체기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은 유해요인에 노출된 노동 때문이다. 그러므로 조기예방에 대한 강조가 무관심에 의해 희생되고 있는 많은 생명을 보호할 수 있다.
타이완, “나는 나의 아내와 딸을 RCA가 유발시킨 암에 빼앗겼다!”
Huang Hsiao-ling, TAVOI
RCA(Radio Company of America)는 1970~1992년까지 타이완에서 전자제품 공장을 설립했던 미국의 회사이다. 20년 넘게 RCA는 우물에 독성폐수와 유기용제를 쏟아 버렸고, 이것은 노동자들에게 각종 암과 종양을 유발했으며 지역의 물과 토양을 영구적으로 오염시켰다. 공장이 있던 장소에서 2Km 떨어진 곳은 지하수에서 위험 수준의 트리클로로에틸렌과 테트라클로로에틸렌이 검출되었다. 공장에서 일했던 2~3만 명의 노동자들 중 1,385명이 암에 걸렸고 2002년 현재 그들 중 218명이 사망하였다.
RCA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자주적으로 단체를 설립했다. 이들은 아직 직업병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의사들이 실시한 역학조사는 RCA 노동자들의 발암률이 평균적인 사람들보다 높지 않다고 한다. 이것은 매우 이상한 결과이다. 왜냐하면 다른 조사에서 물을 마시거나 목욕을 함으로써 화학물질에 접촉했던 그 지역 주민들에게서는 발암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심지어 공장의 오염된 공기에서 호흡했고 일하는 동안 유기용제를 만지기까지 했다.
2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암으로 사망했지만 업무 관련성은 인정받지 못했다. 이제 사건은 법정으로 갔고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RCA는 타이완 공장은 단지 자회사였을 뿐이며 RCA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 과로사와 과로자살
Sugio Furuya, JOSHRC
Karoshi(과로사)는 과로로 인한 죽음을 뜻하는 일본말이다. 일본에서 처음 사용된 이 말은 국제적으로 사용된다. 이 말은 1970년대부터 진보적인 전문가, 노동안전보건 활동가, 노동조합, 그리고 법률가들에 의해서 사용되어왔고, 1980년대부터 언론들은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과로사는 노동자들의 희생을 통해서 성취된 일본 산업성장의 모순을 반영한다. 또한 1980년대 후반부터 Karojisatsu(과로자살)이 일본에서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었다. 거품경제의 붕괴에 따른 합리화와 구조조정 하에서, 노동연령층의 자살률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일본정부의 직업병 목록에는 과로사와 과로자살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일본의 직업병 목록은 9개의 항목으로 나뉘어 있다. 1번 항목은 사고로 인한 질병을 규정하며, 9번 항목은 “기타 외관상 노동에 의해 기인한 다른 질병들”이라고 서술되어 있다. 따라서 목록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과로사와 과로자살의 경우는 보상가능한 직업병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보상을 받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중추신경계질환과 순환계질환에 대한 인정기준은 1961년에 처음으로 마련되었는데, 이 기준은 1번 항목에 의하여 사고로 인한 뇌심혈관질환을 다루려는 의도였다. 이것은 9번 항목에 의한 직업병 보상을 매우 어렵게 만들었고, 단지 노동자가 뇌심혈관질환의 증상 바로 전 혹은 당일에 ‘사고’를 겪었을 때에만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이미 병을 가지고 있던 노동자는 많은 경우에 보상에 대한 자격이 없었다. ‘사고’ 없이 ‘쌓이는 피로’는 어떤 직업병의 원인으로도 고려되지 않았다. 또한 산재보험법은 노동자가 의도적 행동에 의해 사망했을 때 정부는 보험급여를 지불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기에, 직업병으로 인정받은 과로자살은 단지 몇 건에 불과하다.
과로사와 과로자살의 직업병 인정을 위한 활동
JOSHRC(일본노동안전보건센터)는 1991년 지역 안전보건단체들의 네트워크로 설립되었다. 의학 및 법률 전문가, 변호사, 노동안전보건 활동가, 노동조합, 안전감독관 등으로 이루어진 스트레스성 질환과 산재보상에 대한 연구팀이 1985년에 구성되었다. 1988년에는 변호사들의 모임인 과로사 희생자를 위한 대책위원회가 설립되었다. 1991년에는 과로사 감시협회가 만들어졌다. 최근 몇 년간 대법원의 일부 판결을 포함하는 과로사와 과로자살 생존자들에 의해 제기된 법정소송은 정부가 인정기준을 향상시키도록 만들어왔다.
정책적 성과와 한계
첫째, 2001년 과로사에 대한 인정기준의 실질적 완화가 이루어졌다. (뇌심혈관질환의 발병 이전 1개월에서 6개월 내의) ‘피로의 축적’은 뇌심혈관질환의 발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노동으로 인한 지나치게 과중한 부담으로 고려된다. 연장근로시간에 대한 기준은 과도한 노동의 정도를 평가하기 위하여 만들어졌다. ‘정신적 스트레스’는 과도한 업무량에 기여하는 요소이기에, 그 정도의 측정을 위한 기준 또한 마련되었다.
둘째, 1999년 과로자살을 포함하는 정신장애에 대한 산재인정기준이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공식적으로 포함된 정신장애의 범위는 WHO의 국제질병분류(ICD)에 기초한다. 노동자의 정상적인 인지능력, 행동의 판단능력, 자살을 피할 수 있는 제약능력에 대한 유효한 훼손이 있었던 업무상의 정신장애에 기인한 심리적 상태로 촉발된 자살은 보상받을 수 있다.
셋째, 2001년 새로운 보상급여가 소개되었다. ‘2차 의료검진급여’라 불리는 이 급여를 이용할 수 있는 노동자들은 체중, 혈압, 혈당량, 혈중지방수치의 4가지 범주에서 모두 비정상으로 판명된 사람들이다. 또한 후생노동성은 과로에 의한 건강문제를 방지하기 이한 관리지침을 마련하였다.
이러한 성과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로사와 과로자살의 직업병 인정기준 및 절차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 노동자들, 희생자들, 생존자들의 권리를 신장하기 위한 활동이 필요하다. 또한 노동안전보건에 대한 더 많은 이해와 더 나은 사회경제정책이 필요하다.
이상 대표적인 몇 개 아시아 국가들의 노동재해 상황과 노동자건강권 활동에 대해서 개괄하여 보았다. 아시아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명은 크게 위협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아시아 노동자건강권 운동의 연대가 필요함 또한 절실히 느낄 수 있다.
신자유주의는 국경을 넘는 자본의 광기로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 이제 한 국가에서 일어나는 노동문제는 다른 모든 나라의 노동자들과 관련이 있다. 국경을 넘어 세계로 뻗어있는 노동착취의 연쇄를 끊어내지 못한다면 노동자의 생명을 집어삼키는 신자유주의를 막을 수 없다. 아시아 노동자들과의 연대는 지금 이 순간 노동자건강권운동의 당면 과제 중 하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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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겨울호
산재보험 지정의료기관 전달체계 구축방안
산재보험법에서 정한 산재환자의 신속한 치료와 보상 및 재활을 수행하기 위하여 1964년 7월 산재보험이 처음 시행되었으며 그 이후 현재까지 산재환자는 ‘지정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통한 현물급여’라는 방식으로 근로복지공단이 지정한 의료기관에서 요양치료를 받고 있다. 현재 산재보험 지정의료기관 제도의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는 사항을 간략히 요약하면, 지나치게 민간의료기관 중심의 자유경쟁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의료영역 중에서 급성기 치료에 대부분 집중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산재 환자의 요양 장기화 문제와 행정절차의 복잡성 때문에 대표적인 종합전문요양기관이 산재지정신청을 회피하는 것 등이다.
그동안 산재지정의료기관은 1995년 2,808개에서 2003년 5,566개로 급격한 양적 팽창을 이루었지만 상대적으로 제공되고 있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질 평가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 의료의 질은 여러 가지 측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흔히 의사의 기술적 수준에만 집중하여 의료의 질을 보려는 경향이 있으나 효율성, 접근성 등도 의료의 질의 한 측면으로 매우 중요하다. 현재 산재 환자들이 단기간에 손상에서 회복되어 직업 또는 사회에 복귀하는 것이 아니라 요양기간의 장기화와 그로 인한 요양비의 증가가 문제가 되고 있음을 볼 때 효과와 효율성 측면에서 본 산재의료서비스의 질이 낮음을 알 수 있다.
산재요양치료 장기화의 원인
요양치료기간의 장기화를 논할 때 많은 원인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의료전달체계의 부재로 인한 의료기관간의 기능분담이 없는 경쟁과 병원급 의료기관들의 급성기 병상 과잉공급으로 인해 병상 점유율이 떨어진 의원급 의료기관들이 산재환자를 입원시켜 요양을 장기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치료가 진행 중인 산재환자들의 회복 정도를 일정 시점에서 주기적으로 의학적 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 적합한 의료재활과정을 적용하는 곳은 드물기 때문에 이 또한 요양 장기화의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의료내적 측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의료외적인 측면이라고 판단된다. 산재환자의 요양시작부터 사회복귀까지 체계적인 사례관리체계가 부재하다든지 재활서비스가 획일화되고 선택의 폭이 좁으며 요양초기부터 재활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는 점과 그리고 요양이 종결된 이후 체계적인 직장 복귀 시스템의 부재로 인한 재요양의 가능성, 산재요양이 끝난 후 높은 실업률 등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특히 산재를 당한 이후 산재노동자들의 높은 실업률 때문에 산재환자들이 생계유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요양종결을 회피하는 현상도 요양 장기화 문제의 강력한 원인이 될 수 있다.
산재요양 현 실태
위의 그림 1을 보면 전체 산재요양자들의 요양기간을 볼 대 절대수치로 볼 때 6개월 미만의 단기 요양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6개월 이상의 장기요양자의 비율은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00년부터 2004년 5년간 산재요양자수는 33,125명에서 53,068명으로 60%가량 증가하였으며 같은 기간 전체 환자 중 1년 이상 장기요양자수의 비율은 38%에서 45%로 증가하였으며 절대수치로 볼 때는 12,511명에서 23,815명으로 90%가량 증가하였다.
단순 통계분석의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최근 요양환자수의 증가는 2000년에 비해 전체 재해자수의 증가와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에 재해율 지표의 경우는 요양환자수 증가와 관련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분모의 수가 일정하지 않고 변화하기 때문일 것으로 판단된다. 다시 말하면 재해율과 관계없이 재해자수가 늘어난 데 일차적인 원인이 있는 것이다. 또한 신체장해자수 지표를 볼 때도 2000년에 비해 약 70% 가량 늘었음을 알 수 있다. 같은 시기 전체 재해자수는 약 33%가 증가하였음을 볼 때 전체 재해자 중 신체장해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해마다 높아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신체장해자수가 많아지는 원인으로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으나 아주 근본적인 이유는 재해 강도가 그만큼 높아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
재해강도의 증가는 손상의 중증도가 높은 재해자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 결과 요양기간의 증가는 필연적인 귀결이라 할 수 있다. 장해의 중증도가 높아질수록 응급체계를 포함한 급성기서비스공급체계 및 재활체계의 구축이 매우 중요하게 부각될 수밖에 없다. 신속한 후송과 응급처치 및 급성기치료가 유기적으로 연계될 경우 ‘예방 가능한 사망’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선행 연구에 비추어볼 때, 산재 응급의료체계 및 급성기서비스공급체계의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산재로 인하여 발생하는 장애를 최소화하고 조기에 직장 및 사회에 복귀하기 위하여 산재재활체계의 구축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또한 업무상질환자수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데, 질환의 특성상 외래를 통해 발견되고 이후 산재요양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특성화된 일차의료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하게 부각될 것으로 판단된다.
산재의료전달체계의 필수 구성요소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산재의료전달체계의 구축이 필수적이라 하겠다.
○ 산재 발생 시 초기 응급의료체계의 구축
○ 적절한 시기에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급성기서비스공급체계의 정비
(산재보험지정 의료기관 전달체계)
○ 적절한 시기에 최선의 재활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산재재활체계의 정비
(의료, 직업, 사회재활 등 포괄적 재활서비스가 재활의 초기부터 제공되어야 함)
그러나 현실은 이러한 체계와 거리가 멀다. 의원이 의원으로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고, 급성기치료와 재활요양이 기능적으로 분화되어 있지 않고 있으며, 제대로 된 재활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는 등 비정상적인 산재 의료전달체계가 형성되어 있다. 그 결과 치료의 질을 포함하여 전체적인 산재환자의 요양의 효과 및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의원의 본래적 기능의 부재와 그 기능의 심각한 왜곡 현상이 대표적인 문제 중의 하나다. 주치의 또는 문지기 의사의 역할을 해야 할 의원에서 급성기치료 이후 장기요양서비스를 주로 제공하면서 제대로 된 재활서비스도 제공하지 못한 채 요양기간만 늘리는 데에 공헌(?)하고 있는 현행 의원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산재의료전달체계의 구축은 요원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는 다양한 문제와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특정 대안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각 의료기관의 역할과 기능을 법적 제도적으로 정립해야 할 뿐만 아니라 지불제도 등 재정적 기전을 마련하는 일 등 다양한 해결 기전이 통합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산재의료전달체계를 일반 의료전달체계와 통합적으로 가져갈 것인가, 아니면 독자적인 체계로 분리할 것인가에 따라 문제의 해법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방향 설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본 연구는 장기적인 발전 방향이 어떻게 가져가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에 대한 가치 판단을 배제하고, 제도 및 정책의 수용성에 초점을 맞추어 산재 의료전달체계 중 급성기서비스공급체계와 산재재활체계를 일반 의료전달체계와 독자적으로 가져간다는 전제 하에서 개선 과제를 도출하고자 한다. 다만, 응급의료체계는 독자적인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응급 상황의 특성상 맞지 않고, 현실성도 떨어진다는 점에서 통합적으로 가져가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본 연구는 급성기서비스공급체계인 산재보험 지정의료기관 전달체계 개선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산재보험 지정의료기관 전달체계의 중요성
우리나라는 진료기관을 1,2,3차 진료기관으로 구분하여 진료의뢰서를 통한 환자의뢰체계를 중심으로 한 의료전달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의료기관은 최소 설치기준만 있고 각 진료기관의 역할에 따른 일정 수준 이상의 제한 기준이 없어 의원에서도 병실과 고가장비를 보유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의료기관 간 기능분담이 없다. 의료인력 역시 동일하게 훈련받은 전문의에 의해 1차 진료와 3차 진료가 행해지고 있으며, 의원, 병원, 종합병원이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기보다 경쟁적인 관계에 놓여 있다.
산재 환자에 대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수준의 급성기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또한 산재환자의 사회 복귀를 위한 포괄적인 재활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산재 의료전달체계에서 급성기서비스공급체계와 재활체계가 유기적인 관련과 연계가 이루어져야 하며, 특히 급성기서비스공급체계 내에서 의료기관 간 기능분담과 상호협조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현행 일반 의료전달체계와 같이 환자가 의료기관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의원이 본래적 기능과 달리 입원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체계 하에서는 불필요한 의료기관 간 경쟁이 커질 뿐 아니라 질 낮은 요양서비스의 장기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새로운 대안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효과적인 의료전달체계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료기관 간 기능 분담이 필수적이므로 기존의 산재보험 의료기관 지정방식에서 탈피하여 의원급에서 입원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급성기병원이 치료서비스를 전담하도록 하고, 의원급 일차의료기관은 통원치료를 전담하도록 하며, 급성기 이후 산재재활 및 요양서비스를 특화할 수 있는 재활요양병원 등으로 기능 분담이 이루어져야 한다.
보건의료인력의 중요성
보건의료체계 운영을 위해서는 보건의료인력, 시설, 장비 및 물자 등이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나라 산재의료전달체계는 시설, 장비 및 물자 등의 물적 요건에 집중하여 관리되어 온 경향이 있다. 산재보험 지정의료기관 전달체계(이하 산재의료전달체계)가 효율적으로 원활히 운영되기 위해서는 물적 요건도 중요하지만 물적 요건을 이용해 제도가 원활히 운영될 수 있도록 잘 훈련된 보건의료인력을 필요로 한다.
산재는 대부분 손상(injury)으로 귀결되며 손상환자는 특성상 신속하고 효과적인 응급처치와 후송체계, 손상의 종류나 정도에 따라 가장 적합한 숙달된 의료 인력에 의한 신속하고 효과적인 수술이 재해근로자의 치료에 중요하다. 또한 이러한 치료와 함께 산재환자의 회복과 직장, 사회복귀를 도와줄 수 있는 재활체계의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사는 환자의 급성기치료만 관심을 두고 환자의 기능회복, 사회복귀나 재활에 대한 관심도는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된 이유에는 급성기치료 위주로 급속도로 발전해온 현대 의학의 특징, 의대교육과정의 문제, 행위별 수가체계로 인한 재활관련 의료서비스의 상대적인 가치의 저하 등이 원인으로 거론될 수 있다. 또한 업무상 질병의 경우는 그 질병의 진단 및 치료과정에서 작업환경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의사는 업무상 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핵심적인 작업환경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산재 환자를 치료할 때 담당의사 또는 주치의에 대한 적절한 수준의 교육을 통해 산재보험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습득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며, 급성기치료 이후의 재활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 요구되며, 재활과 연계를 위해 환자를 대리하여 보험자 또는 보험자의 대리인(사례관리자)과 긴밀하게 협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단기간에 모든 의사가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정한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에 합당하는 의사를 산재전문의사로 설정하여 산재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요구된다.
독일의 예, 우리나라와의 차이점
독일은 산재사고가 발생하면 응급의료체계에 의해 산재사고만을 전담하는 산재전문의사가 동원되어 치료를 행하므로 산재전문의사가 아닌 일반의사가 산재환자의 치료에 참여할 여지가 거의 없는 특징이 있다. 이렇듯 독일에서 산재전문의사(Durchgangs. Arzt. DA, 통과의사 또는 산재관리의사)는 산재보험 및 재활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독일의 산재전문의사는 대부분 산재 환자의 수술 등의 치료서비스를 주로 제공하는 사고외과 분야의 전문의가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
산재지정병원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산재 또는 업무상질병을 당한 환자가 의료기관에 접근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제한되어 있다. 이러한 접근성의 제한은 건강보험과 산재보험의 치료의 보장성에 차이가 크지 않은 독일의 경우 문제로 등장하지 않겠지만, 그 차이가 큰 우리나라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
그러므로 산재전문의사 제도를 도입할 경우 접근성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독일의 경우처럼 외과분야로 제한하지 않고 가능한 폭넓은 분야의 전문의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외과, 내과 분야의 전문의 및 피부과, 가정의학과, 산업의학과 전문의 등이 고루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산재전문의사는 1,2,3차 의료기관에 소속된 모든 의사가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접근성을 감안하여 1차 의료기관(의원급)에 소속된 의사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는 기제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산재전문의사의 역할
산재전문의사는 산재환자의 주치의 개념으로 운영되어야만 환자의 급성기치료에 있어서 연속성을 보장하고 재활과 연계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 위해 산재전문의사는 일정 지역 범위의 작업장과 계약을 맺어 작업장 주치의사의 역할을 수행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 때 산재전문의사는 자신이 주치의를 맡고 있는 작업장에서 발생한 산재에 대해 일차적으로 진료를 수행하며, 필요에 따라 적정한 수준의 의료기관으로 의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효율적 치료를 위해 산재전문의사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환자의 요구) 일정 기간 이상 환자를 임의로 바꾸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산재전문의사는 산재사고 또는 직업병 환자들이 치료를 받기 위해서 의무적으로 거쳐야 하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수준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의료전달체계의 문지기(gatekeeper)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므로 지역적으로 적절한 수의 산재전문의사가 적정하게 분포할 수 있도록 인력 수급이 이루어져야 한다. 응급의료체계에 의하여 후송된 병원이 산재지정병원이 아닐 경우는 적절한 조치를 받은 후 산재전문의사가 있는 산재지정병원(수술치료, 급성기집중치료 병원)으로 후송 또는 의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원급에 있는 산재전문의사는 환자의 치료 방향 뿐 아니라 치료병원을 결정하여 의뢰하고 주치의로서 환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산재전문의사는 산재보험을 대신해서 산재환자에게 적절한 의료서비스의 제공을 결정하는 대리자 역할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의원급 입원서비스의 단계적 폐지와 재활요양병원으로의 전환
산재관리의사는 의원이나 병원에 소속되어 있는 의사들로 지정하지만, 의원급의 산재관리의사는 원칙적으로 통원치료만을 인정한다. 의원급의 경우 수술 등 입원을 통한 급성기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 질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대부분의 의원급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입원서비스가 단순 요양서비스가 대부분인데, 산재의 경우 직업복귀를 위해 초기부터 집중적인 재활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비추어볼 때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의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기본적인 의료재활 시설 및 인력도 갖추기 어려울 뿐 아니라, 직업재활 및 사회심리재활 프로그램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내용을 갖추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의원급에서 입원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하겠다.
현재 많은 의원들이 산재환자를 위한 입원치료시설을 갖추고 입원 환자를 받고 있으나, 이를 단계적으로 폐기하고 통원 중심으로 전환하는 계획이 필요하다. 만약 재활요양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기관으로 전환하고자 한다면, 현행 산재보험 지정의료기관 전달체계와 별도로 구축되어 있는 산재재활체계에 편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경우 별도의 시설 기준과 인력 기준을 만족해야 하고 별도의 지불제도에 기초한 접근이 요구된다.
바람직한 산재보험 지정의료기관 전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통원 치료서비스의 제공 및 산재환자의 치료와 재활의 연계를 위한 각종 보고서의 작성을 통해 충분한 수입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산재환자의 통원치료는 원칙적으로 주치의로 등록된 의원급 산재전문의사의 외래를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수술치료, 급성기집중치료 병원
수술치료, 급성기집중치료 병원은 병원의 규모와 의료 인력의 전문성의 정도에 따라 분류하여 산재와 업무상 질환의 중증도에 따라 적합한 수준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반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분과 전문의를 사고로 인한 손상 분야의 수술 종류 및 경력에 따라 분류하고, 근무하고 있는 병원의 수준이 해당 수술을 원활히 시행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여 해당 산재전문의사와 병원을 선정하는 것이 좋다.
종합전문요양기관은 국민건강보험법상의 인정기준상 대부분의 산재환자치료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므로 모두 지정하는 것이 좋으며, 종합병원 및 병원은 수준별로 수술치료, 급성기집중치료 병원에 적합한지 여부에 대한 심사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일정 정도 이상의 인력, 시설,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전문병원제도 도입에 관한 연구’에서 제시된 전문병원의 지정요건 기준에 기초하여 치료재활 시설 및 인력 기준을 추가하여 구성하는 것이 타당하다.
산재재활체계와 연계
수술치료 및 급성기치료가 끝난 이후 집중치료를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환자 상태가 안정되면 인근 지역의 산재재활병원 또는 장기요양병원으로 전원할 수 있도록 한다. 질병의 종류나 중증도에 따라 수술치료, 급성기집중치료병원 표준 입원 일수를 정하고 환자의 상태가 일정 정도 이상 수준에 도달하면 자동적으로 전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준을 설정한다. 이는 종합전문요양기관 중 일부가 병상회전율의 저하로 인한 이익 감소를 이유로 산재환자를 받는 것을 회피하거나 산재지정병원 신청을 하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정책과제라 하겠다.
재활요양시설 및 재가서비스
산재 환자의 필요 및 요구에 부응한 적절한 서비스가 적절한 시기에 제공되었을 때만이 비용 대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수술치료나 급성기집중치료를 위해서는 수준 높은 시설, 인력, 장비 기준을 갖춘 큰 규모의 시설이 필요하나 대부분의 환자의 경우 치료 시작 15~30일이 경과하면 급성기집중치료는 필요 없는 정도로 상태가 안정된다.
현재 대표적 종합전문요양기관들이 산재병원지정을 회피하는 이유도 급성기집중치료기간을 경과하여 급성기병원에 입원할 필요가 없는 산재환자들이 장기간 입원하게 되어 병상회전율 둔화와 수익성 감소를 일으키는 이유가 크다. 이는 산재환자들을 위해서도 좋지 않은데, 급성기병원의 경우 포괄적인 재활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인력 및 시설이 매우 부적합하다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급성기병원에서 재활요양서비스가 제공될 경우 재활서비스의 질적 저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제공하는 요양서비스는 최소한의 의료재활(치료재활)마저도 제대로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하겠다.
급성기병원에서 집중치료가 끝난 후 별도의 재활요양이 필요치 않다면 통원치료를 받고 통원이 가능한 방식의 재활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연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집중치료 후 통원은 힘들고 재활요양을 전담하는 시설에서 서비스를 제공받을 필요가 있을 경우는 산재관리의사 또는 사례관리자의 의뢰를 통하여 재활요양시설(의료재활병원, 요양병원 등)로 전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재활요양의 궁극적 목적이 직업복귀와 사회복귀에 있다고 했을 때, 가능한 한 시설에 있는 기간을 최소화하고 재가재활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 효과적이라 하겠다. 현재 산재 환자의 상태와 조건에 따라 시설을 통한 재활서비스와 재가재활서비스가 적절하게 제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때 재가재활서비스가 산재 환자에게 결코 불리하지 않도록 절차와 기준 및 재정적 유인기전을 마련해야 한다.
권역별 산재보험 지정의료기관 전달체계 구축
일본의 경우 지정의료기관 운영에 있어 우리나라와 다른 특징적인 점은 47개로 구분되는 노동기준국 권역별로 지정이 되어 있어 상병근로자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권역별 지역 내에서 진료가 이루어지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권역별 지정의료기관 내에서 각 의료기관들이 일반병상, 요양병상, 재활병동으로 기능분화가 되어 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는 건강보험에서 구분하는 기능분화이긴 하지만 일본의 산재보험인 노재보험의 경우도 건강보험의 의료전달체계를 준용하여 의료기관 진료가 이루어지는 특징이 있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도 이전에 권역별 진료의뢰체계를 시행하였으나 진료권 제한이라는 취지로 폐지된 바 있다.
그러나 산재보험의 경우 요양과 재활을 효과적으로 연계하기 위해서는 산재를 당한 근로자가 거주지 또는 직장과 가까운 지역에서 요양을 받아야 효율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의 산재보험 지정의료기관을 서울/인천/경기, 대전/충남/충북, 강원, 광주/전남/전북,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의 6개 권역으로 나누어서 해당 권역 내에서 요양치료를 받으면서 적합한 직업, 사회재활을 실시하여 산재환자들의 직업, 사회 복귀율을 높여야 한다. 직업복귀를 위해서는 복귀초기 원직장이나 또는 타 직장과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나 요양기관이 장거리에 위치하는 경우 산재환자의 효율적인 요양 관리가 어려운 면이 있으므로 가능한 권역별 의료전달체계 확립이 필요하다.
맺는말
이상으로 산재요양전달체계 구축방안에 대해 기술하였다. 물론 지금까지 기술한 여러 가지 방안들이 단기간에 효과적으로 작용하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먼저 시설, 인력 등의 인프라가 부족하며 무엇보다도 현재 산재재활체계가 확립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산재재활체계를 통해서 산재를 당한 노동자들이 효과적으로 사회나 직장에 복귀하지 않고서는 장기요양의 문제를 발전적으로 완전히 해소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산재재활체계가 어느 날 갑자기 혜성처럼 수립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므로 이 문제만 탓하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 제도는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산재재활체계의 발전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의원급의 통원 치료와 주치의로서 산재전문의사제도를 도입하는 경우 산재요양치료가 한 의사에 의해 연속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적절한 산재재활체계가 갖추어진다면 초기에서부터 적극적인 재활치료와 연계하는데 적합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환자의 상태별로 수준에 맞는 의료시설을 단계적으로 이용하게 하여 불필요한 장기입원을 줄인다면 이 또한 재활체계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효과적인 재활체계의 존재와 산재환자의 치료 초기부터 사회 복귀까지 각 단계에 알맞은 재활 서비스를 공급해 주는 사례관리자 제도가 동시에 추진될 때에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적절한 재활서비스를 받은 적도 없이 치료효과가 더 이상 없기 때문에 요양을 중지한다는 결정은 산재요양서비스의 질 향상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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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겨울호
산재보험 사회재활의 활성화 방안
I. 서론
2001년도부터 시작된 제1차 재활사업 5개년 계획을 통해 재활분야의 양적 성장을 이루어왔고, 재활사업 분야에도 여러 가지 성과가 있었으나 현재까지 재활사업은 주로 의료재활과 직업재활에 집중되고 있다. 사회재활은 산재근로자의 사회통합을 촉진하기 위한 재활분야의 핵심적인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산재보험 재활분야에서는 소홀하게 다루어져왔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보면, 사회재활에 대한 별도의 언급은 없으며, 단지 근로복지사업의 일환으로 운영할 수 있는 포괄적인 근거만이 명시되어 있다.
사실 중요한 점은 사회재활이든 산재근로자복지사업이든 용어보다는 산재근로자의 사회통합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사회재활이란 용어를 통해 전문적인 재활의 한 영역으로서 구분하고 법적으로 사회재활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노재보험에서 별도의 사회재활분야를 구분하기 보다는 노동복지사업의 범주 내에서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재근로자복지사업 또는 사회재활의 개념과 범주가 명확하지 않아 각 개별사업의 목적성과 정체성에 혼란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직까지는 산재보험 내에서 사회재활이 매우 미흡한 수준이지만 재활분야의 서비스 패러다임이 사회통합과 자립생활 등 사회 환경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향후 사회재활의 비중과 중요성은 매우 커질 것으로 예상되며, 사회재활의 개념과 범주를 명확히 하는 작업 역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에서는 산재보험 재활분야에서 산재근로자 복지사업 및 사회재활의 중요성을 검토하고 독일의 사회재활에 대한 소개와 시사점을 도출한 후 향후 산재근로자 사회재활의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제시하였다.
II. 산재보험 사회재활의 개념과 의의
1. 산재근로자 복지사업의 개념과 범위
우리나라에서 산재근로자 복지사업이란 용어는 별도의 명확한 규정이 없이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관련 부처 공무원이나 연구자, 공단 관계자 등 사이에서 요양급여, 의료재활과 직업재활을 제외한 장학사업 등 재해근로자와 유족의 복지증진을 위한 사업으로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산재근로자 복지사업에는 생활정착금대부사업, 대학학자금 대부사업, 산재장학사업 등을 포함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보면, 산재근로자 복지사업은 근로복지사업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근로복지사업은 산재근로자를 위한 재활사업과 재해근로자와 유족의 복지증진을 위한 사업과 기타 근로자의 복지를 위한 사업까지 포함시켜 매우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산재근로자 복지사업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78조를 근거로 한다. 제78조 제1항 제1호를 보면, 노동부 장관은 근로자의 복지증진을 위해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의 원활한 사회복귀를 촉진하기 위한 의료 또는 외과후 처지에 관한 시설, 의료재활 또는 직업재활에 관한 시설의 설치ㆍ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2호에는 장학사업 등 산재근로자와 그 유족의 복지증진을 위한 사업, 제3호에는 기타 근로자의 복지증진을 위한 시설의 설치ㆍ운영사업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우리나라의 산재보험 재활사업은 산재보험법상에 재활사업에 관한 별도의 항목을 두고 있지 않고 근로복지사업의 일환으로 의료재활과 직업재활 시설을 설치하고 운영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2. 산재보험 사회재활의 개념과 범위
재활(Rehabilitation)의 어원은 라틴어인 habitas(to make able 혹은 to make fit again)에서 유래한 것으로 "할 수 있다"는 의미로서 장애인의 신체적․심리적․직업적 잠재능력을 최대한으로 회복시켜 장애 이전의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재활의 영역은 의료재활․직업재활․교육재활․사회심리재활으로 구분되며, 사회재활 영역을 심리재활과 별도로 구분하기도 한다.
사회재활의 초점은 장애인 개인의 내적 잔존능력 및 잠재력을 향상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장애인의 물리적․사회적 장애를 제거하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사회재활의 범주는 광범위하며 다양한 서비스를 포함한다. 예를 들어 장애인의 사회적응을 증진시키기 위한 서비스들, 재가 장애인의 생활을 위해 필요한 각종 지원서비스, 장애인 이동권, 접근권 등을 증진시키기 위한 서비스 등까지 포함하여 매우 포괄적인 의미로 사용한다.
한편, 우리나라 산재보험체계 내에서는 사회재활이란 용어는 전문가나 실무자들 사이에서 사용되고 있으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는 사회재활이라는 용어가 별도로 명기되어 있지 않고 제78조 근로복지사업의 일환으로 제3항의 “기타 勤勞者의 福祉增進을 위한 施設의 設置․운영사업” 규정을 근거로 사회재활사업수행의 여지를 두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선 사회재활사업은 근로복지사업의 일환으로 수행되고 있는 셈인데, 현재 사회재활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는 사업은 사회적응프로그램과 산재근로자 자녀캠프 등이다.
결과적으로 현재 산재보험법상으로 볼 때는 산재근로자 복지사업의 범위가 더 넓고 그 하위개념으로 의료 및 직업재활사업과 일반 대부사업 및 유족의 복지사업, 기타 복지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 관련 공무원이나 전문가들 사이에서 산재근로자 복지사업은 의료재활, 직업재활과는 명확히 구분되고 사회재활과는 서로 중복된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사회재활의 개념은 정확한 규정이나 합의 없이 산재근로자 복지사업과 때에 따라서는 같은 의미로 또는 하위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의 이러한 개념상의 혼란은 현재처럼 사회재활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큰 문제가 될 것이 없겠으나, 향후 사회재활사업이 확대되고 법정 급여로 발전될 경우 사회재활의 범주와 내용에 대한 개념 정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3. 산재보험 사회재활의 중요성과 의의
최근 장애의 개념이 사회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정의되고 있고, 재활의 궁극적 목적이 사회통합이나 자립생활 등을 지향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과거 장애를 개인의 능력에 국한하고 재활의 목표를 신체능력의 향상, 직업능력의 향상에 국한하였던 것과는 매우 다르다.
최근 들어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여 재활의 영역은 개인의 잔존능력 및 잠재력을 최대화하여 이전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과정일 뿐만 아니라 장애환경을 제거할 수 있도록 장애인 개인 또는 가족, 나아가 지역사회를 지원하는 지속적인 노력까지도 포괄적으로 포함하게 되었다. 더불어 이러한 포괄적인 재활과정에서 사회재활의 중요성 또한 점차 증대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산재근로자 복지사업과 사회재활의 개념은 의미를 볼 때, 용어를 사용하는 영역에서의 차이일 뿐 실질적인 사업내용은 다르지 않다는 점은 앞서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외국의 경우도 각 나라마다 제도와 법상에서 규정한 용어가 다르지만 실제 제공되는 서비스는 상당부분 유사성이 있다. 독일에서는 법적으로 사회재활이란 용어를 통상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일본의 경우는 노재복지사업이란 명칭으로 노재보험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별도로 지칭하고 있으나, 일반 장애인 체계에서는 사회재활이란 용어를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 장애인복지체계에서는 사회재활이 하나의 독자적인 재활영역으로 구축되어 있고 재가 장애인들을 위한 핵심 사업으로 간주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산재보험법을 보면 사회보험으로서 주로 징수와 보상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고, 근로복지사업 내에 의료재활과 직업재활을 명기하고 있으나 별도의 재활분야를 인정하기 보다는 산재근로자를 위한 복지사업의 일환으로 명시하고 있다. 반면 사회재활은 별도의 용어로 표현되지 않고 기타 근로자 및 유족의 복지증진을 위한 사업으로 명기되어 있을 뿐이다. 이러한 현실은 아직까지 우리나라 산재보험체계 내에서 사회재활 영역에 대한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증거이다.
현재 산재보험 재활사업 5개년 계획의 추진으로 사회적응프로그램과 같은 사회재활사업이 시행되고 있으나, 현재 재활사업분야에서 사회재활의 비중은 매우 적고 필수적인 영역이라기보다는 임의로 제공되는 부가적인 서비스로 간주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사회재활은 심리재활과 함께 산재근로자의 재활과정에 있어 단순한 신체기능회복과 직업복귀를 넘어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함에 있어 필수적인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재활의 독자적인 서비스로서의 기능과 더불어 의료재활과 직업재활을 원활하게 제공하는 데 있어 보조적인 기능 역시 매우 중요하다.
산재근로자의 사회통합은 우선적으로는 의료적 치료를 통한 장애의 최소화와 잔존능력의 최대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직업을 통해 경제적인 독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직업재활서비스가 필요하며 동시에 산재근로자의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회재활서비스들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자립생활훈련, 정신건강 및 임파워먼트 향상 프로그램, 사회적응 프로그램, 주택개조, 가족지원 등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활동함에 있어 필요한 기본적인 지원들로서, 이러한 지원들이 없다면 진정한 사회통합은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III. 독일의 사회재활사업 사례와 시사점
1. 독일의 사회재활과 시사점
1) 독일의 사회재활 사업 현황
사회보험법전 제7권 제1조 제2항에 의하면, 산재사고 및 직업병이 발생하면 산재근로자의 건강과 수행능력을 가능한 모든 수단을 통해 회복시키는 것이 산재보험 관장자의 의무로 되어 있다.
독일 사회재활을 위한 급여는 사회보험법전 제7권 제39조에 규정되어 있으며, 재활상담원을 투입하여 산재근로자들이 자신에게 제공되는 사회보험급여를 적절한 시기에 포괄적이고 신속하게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으로 규정되어 있는 내용은 차량에 대한 보조, 주거지에 대한 보조, 사회교육학적ㆍ심리학적 보호, 가계지원, 여행경비, 의사의 보호 하에 그룹으로 이루어지는 의사처방에 따른 재활스포츠, 재활성공의 달성과 보장을 위한 기타의 보험급여 등이 있다.
3) 시사점
독일 산재보험 사회재활 서비스의 현황을 검토한 결과,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첫째, 다양한 사회재활 서비스가 법적 규정을 근거로 제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사회재활 서비스가 산재근로자의 사회복귀에 있어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체계적으로 지원하려는 의사를 반영한다.
둘째, 사회재활내용을 보면, 산재근로자의 사회복귀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재활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사회복귀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업들을 다양하게 시행함으써 실질적인 사업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셋째, 사회재활의 지원이 합리적인 근거나 지침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불필요한 지원을 하지 않고 있으며, 지원이 필요한 대상자를 합리적으로 선정하여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택개조사업의 경우 장애인에게 적합한 주택적응을 평가하고 산출할 때 연구소 규격을 근거로 활용하거나 건축가에 의해 산정된 계획서나 비용을 근거로 한다.
넷째, 사회재활서비스의 제공은 재활상담원의 충분한 상담에 따라 지원한다는 점이다. 이 때 재활상담원은 단순히 신청을 받고 자격여부만을 가려 제공하는 수동적인 역할이 아닌 산재근로자가 필요한 서비스를 파악하여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케이스 메니져(case manager)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다섯째, 의료재활이나 직업재활과의 관련성 속에서 통합적인 계획을 가지고 지원함으로써 실효성을 높이고자 한다는 점이다. 사회재활의 기능은 독자적인 재활의 기능 이외에 의료재활과 직업재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활용될 수 있는데, 차량보조급여나 여행경비지원 등은 의료재활이나 직업재활을 용이하게 하는 대표적인 사회재활 서비스이다.
여섯째, 사회재활 서비스의 효과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지원범위가 필요하다면 포괄적으로 설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개인의 일상생활 및 독립생활을 위해 주택개조나 간병인을 위한 거주 공간 확보를 위한 비용까지 고려하고 있다. 또한 여행경비 지원 시 동행인에 대한 비용도 지원한다. 이러한 지원형태는 제공자 측면에서 지원하기 보다는 산재근로자가 실질적으로 생활을 영위함에 있어 필요한 항목까지도 인정해 줌으로써 이용자 측면의 편이성을 높이고, 사업의 효과성의 최대화한다는 측면에서 시사점이 크다.
일곱째, 산재근로자가 의료 및 직업재활을 수행하기 위해 가계를 돌보기 어려울 때 가족원의 보호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지원은 산재근로자의 재활과정에 있어 가족유지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실질적인 지원으로 함으로써 산재근로자가 적극적으로 재활과정에 참여하도록 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결국 이러한 가족의 지원은 산재근로자 재활사업의 실질적인 효과성을 높일 수 있고 긍정적인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중요한 사업으로 판단되며,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IV. 산재근로자 사회재활사업 활성화 방안
1. 산재근로자 복지사업 및 사회재활의 개념과 범위 설정
산재근로자 복지사업의 범위를 명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 산재보험법 제78조에 명시되어 있는 내용은 산재근로자의 사회복귀를 촉진하기 위한 보험시설을 설치ㆍ운영에 관한 사업, 장학사업 등 그 유족의 복지증진사업, 기타 복지증진을 위한 시설의 설치ㆍ운영사업 등이다. 이 중 제1항에서 명시한 보험 시설은 요양 또는 외과 후 처리에 관한 시설, 의료재활 또는 직업재활에 관한 시설로 규정되어 있고 보험시설의 운영은 위탁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산재근로자복지사업은 주로 장학사업 등 그 유족의 복지증진사업 즉, 대학학자금대부사업, 장학금지원, 생활정착금 지원사업 등 주로 경제적 지원을 지칭하고 있다. 또한 의료재활사업의 경우 요양급여와 일부 혼동되어 사용되기도 하며, 사회재활의 세부사업 역시 소수의 프로그램만이 수행되고 있어 별도의 영역으로 구분되지 못하고 산재근로자복지사업의 한 유형으로 포함되기도 한다.
중요한 점은 산재근로자 복지사업이든 재활사업이든 산재보험 내에서의 명확한 개념을 정립하고 이에 따른 범위와 체계를 구축하고 이에 따른 다양한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산재근로자 재활사업과 복지사업을 하나의 개념체계로 통합하고 개념을 명확히 정의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 산재보험 재활서비스 전달체계의 구축
효과적인 재활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의료, 직업, 사회재활 서비스가 통합적으로 제공될 필요가 있으며, 이는 산재장애인에 대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사정(assessment)을 통해 가능하다. 현재 산재보험 재활서비스 체계는 의료재활, 직업재활, 사회재활이 각기 다른 기관에서 제공되고 있고 이를 이용하는 과정 또한 제한된 정보 내에서 산재장애인의 개별선택이나 선호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사회재활 프로그램의 경우 산재근로자가 선택하고 신청하면 제공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꼭 필요한 사람이 이용한다기보다는 정보에 많이 접한 경우 이용하고 있어 제공자나 이용하는 근로자 모두 프로그램의 효과성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효율적인 재활서비스 전달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재활서비스의 효과성을 최대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근본적으로 근로복지공단 본부의 재활사업부 기능을 확충하여 이를 관장하게 하고 재활상담원의 전문적인 사례관리를 통해 다양한 사회재활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제공해야 할 것이다.
3. 다양한 사회재활프로그램의 개발
재가 산재장애인의 사회복귀를 위한 다양한 사회재활서비스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일본이나 독일의 경우 주택개조지원, 자동차 대부, 여행경비, 자녀보호지원비 등 다양한 사회재활서비스를 통해 가정, 사회 및 직장복귀에 어려움이 있는 재가 산재장애인들이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있다.
이를 위해 사회복귀와 가정의 유지에 필요한 산재근로자들의 욕구를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다양한 사회재활 모형을 개발하고 산재보험시설 뿐만 아니라 위탁시설들을 통해서도 운영하는 등 접근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현재 위탁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사회적응 프로그램의 경우 각 기관의 역량에 따라 많은 편차를 보이고 있는데, 향후 산재근로자를 위한 몇 가지 모델을 개발하고 각 기관의 여건에 따라 이를 기준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여 효과성이나 효율성을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 향후 고려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재가 산재장애인을 위한 사회재활프로그램으로는 홈헬퍼 서비스, 사회적응 프로그램, 가족지원 프로그램 등이다.
4. 사회재활의 평가체계 구축
사회재활사업은 단기간에 명확한 효과를 산출하기 어려우므로 이를 감안하여 사업의 계획단계부터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프로그램 실시 후 성과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평가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현재와 같이 사회재활을 포함한 재활서비스를 실적 위주로 평가하는 방법은 재활서비스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므로 사업의 효과성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 따라서 재활서비스별 특성을 감안한 평가지표를 개발하고 이에 따라 평가할 필요가 있다.
- 참고문헌 -
근로복지공단(2004), 산재보험재활사업발전을 위한 독일산재보험총연맹ㆍ스위스 재해보험원 연수보고서.
윤조덕, 박수경(1998), 산재보험 재활 및 사후관리 강화방안(I)에 관한 연구.
이 현주 외(2004), 외국의 산재보험제도 연구 -선보장ㆍ후정산 제도를 중심으로, 한국노동연구원.
이 현주(2004), 산재근로자 사회적응프로그램 모델개발 및 접근방법 모색.
이 익섭 (1993), “한국장애인복지정책의 이념정립을 위한 고찰”, ‘93 한국사회복지학회 추계학술대회 자료집.
WHO. 2001. ICF: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functioning, disability and health, Geneva: Author. ICF OPEN FO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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