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 환경 지역 건강이 만나는 현장을 찾아
문제가 일어난 지점에서 문제와 씨름하며 태어난 석탄화력 반대운동
- 유종준 당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대 담: 전수경 / 노동건강연대
녹취록: 이주연 / 시민건강증진연구소
당진으로 유종준 사무국장을 만나러 가는 길, 고속버스로 한 번에 가는 길을 기차를 타고 광명역에서 내려 버스로 탈아 타는 방법을 택했다. 광명역은 거대한 역사안에 문을 연 상가보다 닫은 곳이 많다. 역사 안은 아침인데도 조명을 꺼놓아서 컴컴했다. 버스를 조금이라도 덜 타고 싶어서 택한 길인데 그 효과는 미미하지만, 거대하고 텅 빈 건물의 기억은 꽤 오래 갈 것 같다. 당진터미널에 내려서 유종준 사무국장을 만난 곳은 터미널 1층, 당진비정규노동센터.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은 소식지 발송으로 분주하여 이 곳에서 만나자고 하신다. 비정규센터의 활동가, 대표님까지 반겨주시고 우렁쌈밥도 대접해 주셨다.
유종준 사무국장은 지역에서 환경운동하기, 지역에서 환경운동가로 살아가기에 대하여 유쾌하게, 힘있게 이야기해 주었다. 느릿느릿한 듯 느껴지지만 사실관계와 관조하는 유머가 교차하는 입말의 재미에 빠지게 한다. 재미나게 들었을 뿐인데 교육효과는 아주 컸던 강좌 같았다고 할까. 그 현장으로 가서 운동이 태어나고 자란 그 지점에 대하여 들을 때 토론회보다 기자회견보다 더 깊고 더 근본적인 대안과 정치가 생산되는 지점을 배운다. 자주 잊게 되는 이 진실을 유종준 사무국장이 다시 일깨워 주었다.
세계 2,3,4 위 석탄화력발전소가 태안, 당진, 보령에
전수경) 당진 석탄화력발전소 주변 지역의 암 발생률이 높다고 하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주민들의 현재 상황이 어떤지부터 여쭤볼까 싶어요. 지역사회 안에서 이 문제가 어느 정도의 크기와 비중으로 다뤄져 왔는지, 그 동안의 활동도 궁금합니요.
유종준) 매우 큰 비중으로 다루고 있어요. 2013년도 환경부 조사 결과, 전국 시군구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에서 당진이 1등을 했어요. 당진이 1등이고, 포항 남구, 광양, 그 다음에 울산, 여수, 이 순위더라고요. 당진이 이렇게 많은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이유가 뭐냐, 하나는 석탄화력 발전소, 또 하나는 제철소, 현대제철이 있어요. 작년도, 올해도, 사업장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순위가 쭉 나오잖아요? 1위부터 5위까지가 다 석탄화력발전소예요. 당진화력이 4등, 현대제철이 7등. 10등 안에 당진이 2개가 들어갔어요. 엄청난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거죠. 제철소는 10위권에 현대제철, 포스코 포항, 포스코 광양 세 개가 들어가 있어요.
제철소들이 철광석을 외국에서 수입해서 석탄과 같이 연소시켜서 쇳물을 뽑아내서 고품질의 철을 만드는 거예요. 철광석과 함께 석탄을 많이 사용하죠. 1위부터 5위까지 석탄, 석탄이 많은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거죠. 10위권 내 업체 중 8개 업체가 석탄을 사용해요. 5개는 화력발전소, 3개는 제철소. 이 정도로 대기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고 있는 거고요.
전국에 석탄화력발전소가 61개 있어요. 그 중 30개가 충남에, 전국 석탄화력발전소의 절반이 여기 있는 거예요. 재작년에 당진화력 9, 10호기 완공되고, 작년에 태안화력, 보령화력 9, 10호기도 다 완공이 됐거든요. 당진 10개, 보령 10개, 태안 10개. 이게 어느 정도냐면 세계에서 가장 큰 석탄화력발전소가 중국에 있는 다탕발전소예요. 내몽고 쪽에 있고, 태안, 당진, 보령이 세계 2, 3, 4위 그만큼 많은 대기오염물질을, 막대한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거고요. 고스란히 지역주민들의 피해로 올 수밖에 없는 거예요. 과거에는 공해 그러면 석유화학단지 이런 걸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나온 걸로는 가장 많은 대기오염은 석탄화력발전소, 두 번째는 제철소. 3등은 시멘트 공장, 4등은 석유화학단지. 충남이 1위, 30%예요, 경남이 2등. 2등이 15% 두 배예요.
문제는 그동안 지역주민들의 건강피해가 어떻다 최근에야 조사가 들어갔지 옛날에는 조사를 하지 않았어요. 잘 모르는 거예요. 발전소 주변에 있는 교로2리 마을에서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조사를 한 거예요. 발전소가 생기고, 송전을 한 후에 사람들이 암에 걸리고 죽어가고 이러니까, 어떻게 된 건지 집계를 한번 내 본 적이 있어요. 교로2리 한 마을에서 99년도에 발전소가 가동한 이후 지금까지 24명의 암 환자가 발생했어요. 그 중에 13명이 돌아가셨고 11명이 투병 중이죠. 이러다 보니까, 충남도에서도 건강영향조사를 실시하고 있고요. 문제는, 다른 지역과 비교를 해야 하니까 시간이 걸리고 있어요. 이쪽 지역 주민들이 사회심리적 스트레스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고, 요중 비소, 체내 중금속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요.
봄철 되니까 미세먼지 걱정이 많잖아요. 미세먼지도 당진이 가장 많이 배출해요. 대기오염물질 순위로 따지면 포항 남구가 1등이더라고요. 당진이 2등. 문제는 당진이 배출한 것 중에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이 있어요. 이건 압도적으로 1위예요.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은 공기 중에서 광화학 반응을 통해서 2차 미세먼지로 바뀌거든요. 이거는 PM10보다 PM2.5가 더 많아요. PM10보다 PM2.5가 입자가 더 작기 때문에 위험하거든요. 2차적으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훨씬 많고 위험하기 때문에 더 큰 피해를 끼치는 거죠.
반대해도 자꾸만 들어오는 발전소, 당진시장은 광화문에서 단식농성
전수경) 석탄화력이 이렇게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충남에 대형 발전소가 세 개나 있다는 건 몰랐어요. 서울 쪽으로 전기를 보내려고 하는 거잖아요? (그렇죠, 그 이유 때문이죠) 발전소 세 개가 건설되는 동안 지역사회 대응은 어땠나요?
유종준) 당진은 90년대부터 건설하기 시작했고요, 완공된 건 99년, 가동되기 시작했어요. (최근이네요?) 보령화력은 더 오래 됐고요. 한 84년부터, 태안은 당진과 비슷할 거예요. 처음에는 발전소가 들어오는 게 심각한 문제인 줄 몰랐어요. 전혀 몰랐거든요. 환경운동하는 사람들도 몰랐어요, 실제로 석탄화력이 들어와서 싸우면서 자료를 보니까. 어떤 사업장, 어떤 시설보다도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거예요. 그래서 다른 무엇보다 우선시해서, 중요시 여기고 싸워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전수경) 발전소가 들어설 때까지, 건설될 때까지는 특별히 개입하지 못했고요?
유종준) 처음에는 잘 몰랐어요. 1호기, 2호기 들어올 때만 해도 위험한 줄 몰랐고, 물론 몇몇 사람들이 반대 했었는데, 조직적으로 대응도 못했거든요. 발전소가 처음 들어올 당시만 해도 환경단체도 없었어요, 마을 주민들 몇 분이 반대하다가 그냥 좌절하고, 1, 2호기 들어오고 3, 4호기가 들어왔어요. 1, 2, 3, 4호기를 겪어보니까 피해가 너무 심하거든요. 석탄분진이 계속 날려요. 마을에 떨어져요. 빨래도 제대로 못 널고, 지붕이나 창틀에 항상 석탄 가루가 날리거든요. 지역주민들이 못 참겠다, 더 이상 안 되겠다고 했죠. 그때 5, 6호기가 또 들어온다는 거예요. 반대 운동을 열심히 했죠,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해서, 그래도 강행을 해요, 정부가. 그 다음에 7, 8호기가 또 들어온대요. 반대하는 대책위를 만들어 막 싸웠죠. 그래도 또 강행을 해요, 정부가. 그 다음에 9호기, 10호기를 또 만든대요. 또 막 반대했는데, 이것도 또 강행을 했어요. 9호기, 10호기를 또 만들었어요.
그런데 여기에 또 민간 화력발전소가 들어온다는 거예요. 지금은 당진에코파워, 과거에는 동부화력이라고 했어요. 동부건설이 동부그린이라는 발전소를 지으려고 했던 거죠. 시민들이 더 이상 못 참겠다, 범시민대책위를 구성해서 8년간 싸웠어요. 범시민대책위는 어느 정도냐면, 진보, 보수를 다 망라해서, 시민단체, 환경단체뿐만 아니라 보훈단체, 우익, 보수단체까지 다 포함되어 있어요. 새마을부터 시작해서 막 그냥. 상임위원장이 자유총연맹 회장이예요(웃음).
그런 이야기하잖아요, 사람들이 환경 운동하는 사람들 보고 ‘빨갱이 나와!’ 발전소 반대운동 하는 사람한테 이야기하잖아요, ‘야 내가 자유한국당 충북도당 부위원장이다!’(웃음). 그럴 정도로 보수적인 분들도 위원장으로 있고, 공동위원장 중에 상당수는 읍면 개발위원장을 맡고 있어요. 시민단체도 많이 들어가 있고요.
2016년 7월에 서울에서 일주일 단식 농성도 한 적 있어요. (당진 시장이 서울 와서 하셨던 거죠?) 시장이 단식하니까 다 지지방문 오더라고요. 깜짝 놀란 게 천막으로 군복 입은 할아버지들이 오는 거예요. ‘어버이 연합이구나, 이거 큰일 났구나’ 했는데, 이분들이 천막으로 오더니 플래카드를 확 펼치는데, ‘시장님을 따라 석탄화력발전소를 끝까지 막아 내겠습니다’ (웃음) 월남전 참전 전우회더라고요. 여기부터 시작해서 상이군경, 해병전우회까지 찾아와서 지지하고. 그때 정말, 당진 시민이 하나로 똘똘 뭉쳐서 반대운동을 하게 된 거였죠.
막아냈어요. 2017년 12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당진에코파워는 LNG로 전환한다, 또 하나는 울산과 음성으로 각각 (발전소를) 둔다. 당진에코 싸움 8년만에막아냈어요.
전수경) 동부화력, 그러니까 민자 발전소를 막아내신 거죠. 지역사회 안에서, 교로 2리 그 시골 마을의 문제가 아니라 적어도 당진시 전체는 이것이 절박하고 실제로 모두가 자기 문제로 받아들이는 거네요?
유종준) 그렇죠. 몇 번 부침이 있었거든요. 그만큼 피해가 심각하다는 걸 느꼈고요. 발전소의 오염물질이 그 마을에만 떨어지는 게 아니거든요. 당진은 말할 것도 없고 수도권까지, 북한하고 중국까지 가거든요. 그만큼 많은 피해를 일으키는 거죠.
전수경) 민자 발전소를 막아낸 거고, 현재 건강영향조사 결과를 기다린다 그럴까, 그런 과정이네요 (계속, 매년 하고 있어요). 성과가 있었네요. 이 사이에서 당진환경운동연합이 만들어진 과정을 좀 말씀해 주시겠어요?
유종준) 당진환경운동연합은 초창기에는, 발전소를 몰랐으니까 싸우지도 못했고요. 90년대, 1996년, 97년 당시에 당진의 환경 현안은 중부권 특정 폐기물이 입주하려는 문제가 있었고, 성문 국가산업단지에 유공. 지금의 SK석유화학단지가 들어오려고 했거든요. 석유화학단지가 공해 업체니까, 그 반대운동을 했어요. 결국은 IMF가 터지면서 SK 쪽에서 포기를 한 것 같아요. 그 대책위원회가 모였죠. 이긴 걸 축하하면서, 이기긴 이겼는데 시민대책위원회가 끝났다고 해산하고, 또 뭐 하면 그때 또 위원회를 할 수는 없지 않냐, 해서 상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환경단체를 만들자고 한 거죠. 어떤 환경단체를 만들어야하나? 녹색연합도 가보고, 환경운동연합도 가본 거예요. 지역조직을 갖고 있는 데가 환경운동연합이잖아요. 당진 환경운동연합을 건설하게 됐죠. 99년 9월 9일. 외우기도 쉽게, 구구절 (웃음). 9월 9일 창립을 했어요.
창립하면서 반 이상을 석탄화력 싸움을 했어요. 99년에 우리가 창립했는데 딱 그때 완공이 됐거든요. 그때부터 발전소, 제철소. 현대제철, 전에는 한보철강이었어요, 한보철강, 환영철강. 이런 제철소는 어떻게 하냐 하면, 고철을 갖다가 고압의 전기를 이용해서 녹이는 거예요. 거기서도 오염물질이 꽤 나오고 분진도 날리고 하는데, 고로는 고철을 녹여서 전기로 쇳물을 뽑는데, 공장용 철근 이런 거 만들고요, 품질이 낮은. 철광석을 들여다가 석탄을 이용해서 쇳물을 뽑는 고로는 고품질의 철을 뽑아요, 자동차 강판 같은 거 만드는 데 쓰죠. 현대그룹에서 한보철강을 인수해서 여기에다 제철소를 세우겠다, 추진했던 거죠. 반대운동을 했는데 결국은 현대제철 들어오게 됐죠 (웃음).
전수경) 현대제철도 일자리를 만들고, 대기업이 들어오는 거라서 보통은 환영하는 분위기이고, 석유단지나 산단이 문제는 심각하지만 그것이 지역사회를 먹여 살린다는 것도 부정하기 어렵잖아요. 노동과 환경 사이에서 지역사회 여론은 어떤가요?
유종준) 현대제철은 들어올 때 갈등이 많았어요. 포항이나 광양 같은 곳을 다녀보니, 환경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했죠. 현대제철이 들어온다고 할 당시에, 서울대 백도명교수가 한 거였는데, 광양에 있는 포스코 공장 주변 주민들 건강조사 결과가 나왔거든요. 청소년의 호흡기 질환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나왔어요. 광양에 갔었거든요. 딱 가보고 어떤 느낌이냐면, 더 이상 제철소를 먹거리로 보지 않는구나, 환경문제가 심각하구나, 반대해야겠다 생각했죠. 당시에도 찬반은 있었어요, 지금 보면 현대 제철이 지역 경제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에요. 고용 인력이 많아요. 현대제철이 고용하는 인원만 1만 2천명, 1만 명이 넘어가요. 절반이 비정규직인 게 문제기는 한데.
제철이 들어오면 연관 산업단지가 들어와요. 철광석을 갖고 온던가 부산물을 가공하던가,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있는 편이거든요. 사실 당진이 다른 지역보다 성장하는 지역이예요. 인구도 늘어나고. 충남이 1인당 GRDP라고 하죠, 1인당 지역내 총생산이 울산 다음으로 2등일 거예요. 울산이 1등, 충남이 2등이예요. 충남 내에서도 보통 아산, 당진, 서산의 GRDP가 굉장히 높은 편이죠. 큰 역할을 하는 게 현대제철이에요. 그만큼 환경문제도 크지만요.
거기에 비하면 화력발전소는 고용 인력이 1천 명밖에 안 돼요. 상당수가 비정규직이고요. 고용 창출이 크지 않고, 연관 산업도 거의 없어요. 연관 산업이라고는 플라이 애쉬(fly ash)라고 해서 우리말로는 비회, 석탄재를 가공해서 시멘트 원료로 공급하는 그런 업체만 들어오죠. 당진과 똑같은 규모의 발전소가 태안도 있고 보령도 있는데, 그 지역들은 성장하는 지역이 아니잖아요. 태안은 지역경제 죽겠다고 난리고, 보령도 그런데. 석탄화력을 유치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말은 맞지 않는 말이에요.
전수경) 발전소 고용이 1천 명 정도라 하면, 비정규직은 어떤 직종에서 있나요? 현대제철도 비정규직 사망 사고가 해마다 여러 건씩 나잖아요. 그런데 정규직도 지역사회 주민이고, 비정규직도 지역사회 주민일까요? 외지에서 온 분들이 아니라, 지역에서 고용된 분들일까 궁금해서요.
유종준) 당진화력은 현대제철처럼 비정규직이 많지 않아요. 현대제철은 공정의 일부를 하청 주는 방식으로,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편이고요. 당진화력은 청소, 경비용역들이 비정규직이죠. 발전소 안에 협력업체들이 서너 개 있고. 거기는 협력업체 정규직, 저희는 비정규직이라고 주장하는, 노동자들이 있죠. 현대제철도 외지 분들이 대부분이고. 어쨌든 와서 사니까 지역주민이 되는 거죠.
야적장에 뚜껑없이 쌓여 있는 석탄
전수경) 뉴스영상을 보니까 거대한, 그게 석탄인가요? 위가 그냥 뚫려있더라고요. 거대한 산처럼. (야적, 야적, 시커먼 거) 그게 발전 원료인가요? 지역으로 날아다닌다는 거잖아요?
유종준) 육상에 탐스럽게 쌓아놓은 걸 보셨으면 그건 저탄장이예요. 석탄 원료를 쌓아놓는 거죠. 바람에 비산돼서 주변에 떨어지는 거죠. 바람이 심한 날 많이 떨어져요. 발전소에서는 그걸 떨어지지 말라고 살수를 해요. 물을 뿌리는데, 그것도 표면경화제라는 걸 넣어서 뿌리거든요. 자기들은 표면경화제를 뿌려서 안 날린다는데, 안 날리긴 뭐가 안 날려, 그대로 다 날리더라고요. 물을 뿌리고 방풍림을 해도 날려요.
전수경) 그게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야적장에 있나요? 아니면 외국 어디는 밀폐되어 있다 이런 건가요? 그러니까 비용 문제로 야적장에 있다는?
유종준) 비용 때문에. 당진화력도 전체가 다 야적을 한 것이 아니라, 9, 10호기는 밀폐형으로 되어 있어요. 1호기부터 8호기는 야적되어 있는 거죠. 우리가 계속 요구하거든요. 다 밀폐를 해라. 비용도 많이 들고 그걸 짓는 동안 어디다 쌓아놓으라는 말이냐 하면서 안 된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미세먼지 때문에 전국이 난리가 났잖아요. 주범으로 석탄화력이 지목되면서 작년에 대책을 내놓았어요. 1조원 들여서 2024년 정도까지 모두 밀폐형으로 하겠다 약속했죠.
전수경) 지역주민들 건강문제가 나오는 주원인이 그 야적장의 미세먼지 인가요? 아니면 별도로 발전소 안에서 따른 오염원이 있는 건가요?
유종준) 사실 분진은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오염물질인 거고. 분진도 물론 건강에 좋을 리는 없죠, 그보다는 발전소에서 나오는 미세먼지가 더 해롭다고 보시면 될 거예요. 거기서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도 나오잖아요. 공기 중에 광화학반응을 통해서 2차 미세먼지가 나오니까. 그것이 주민들이 호흡하게 되는 거거든요.
또 하나는 석탄재를 매립을 하는데, 일부가 바다로 배출이 돼요. 그래서 중금속이, 조그마한 생물들이 먹을 테고 작은 물고기, 큰 물고기 먹으면서, 발전소 주변 주민들이 체내 중금속 농도가 높아요.
전수경) 체내 중금속이 높은 것은, 물고기를 섭취하는 문제인가요. 기술적으로 밀폐할 수 있는 것도 처음부터 발전소 측에서 몰랐던 것이 아니라 비용 문제로 그냥 넘어가려고 했던 거고.
유종준) 두 가지가 되겠죠. 저탄장이 바람에 비산되면서 일부는 육상에 날아가고, 일부는 바다로 떨어지죠. 석탄가루가 직접 바다에 떨어지기도 하고, ‘회처리장’에서 원래는 차수막을 해서 밀폐해서 밖으로 못 나가게 하거든요. 이게 완전하지 못해요. 많이 터져있고 밖으로 유출되거든요. 해양생태계가 오염되면서 사람 몸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거죠. 현대제철이 들어올 때도 철광석하고 석탄을 야적을 하는데, 주민들이 반대하니까, 방법을 찾다가 대만에 있는 제철소가 밀폐형 돔을 씌운 걸 본 거예요. 그렇게 하자 해서 현대제철이 돔으로 다 씌웠죠. 철광석하고 석탄을 다 돔으로 씌웠어요. 당진화력도 이야기가 나올 거 아니에요. ‘야 현대제철은 하는 데 너희들은 왜 안 해’ 얘기가 나오니까 당진화력도 9호기, 10호기부터 밀폐형으로 하기 시작한 거죠.
전수경) 중금속 관련해서 물고기 섭취하는 거, 이런 것도 규제나 관리가 있는 건가요?
유종준) 물고기를 먹지 못하게 하려면 거기에 있는 중금속 농도를 재야 할 것 아니에요? 한 마리 잡아서 재보면 높지 않거든요, 한 마리 먹는다고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고. 꾸준히 오랫동안 섭취하니까 그 지역 분들이 더 높은 거죠.
전수경) 그러면 어장에 대한 규제나 관리가 되고 있는 게 아니고 중금속이 높게 나오는 원인은 그것일 거라고 추정하시는 거죠?
유종준) 추정하는 거고요. 여기는 방조제가 막히면서 어업이 다 끝났어요. 옛날처럼 막 그물로 잡는 게 아니라 낚시나 맨손 어업 일부 하는 정도죠.
전수경) 환경부가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서나 주민건강을 위해서 행정력이 미치거나 규제하는 영역이 있는 건가요?
유종준) 국가에서 발전소를 규제하는 것은 대기물질과 관련해서, 일단은 대기환경을 규제하고 있는 거잖아요. 대기환경이 충남도에서 볼 때는 규제가 너무 느슨하다,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여기고, 배출허용 기준을 더 강화했어요. 대기환경정책법을 보면 도지사가 국가 기준보다 더 엄격하게, 환경기준과 배출허용 기준을 적용할 수 있어요. 충남도가 조례를 만들어서 배출허용기준과 환경기준을 더 강화한 거고요. 정부에서 논의하는 게 뭐냐면, 수도권 같은 경우 대기오염 총량제를 실시하고 있잖아요? 대기오염 총량제를 하면 사업장마다 할당량을 주는 거예요. 할당량을 넘어가면 패널티를 부과하는 거죠. 그렇게 수도권 대기오염 총량제를 실시했는데,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온 거예요. 여기만 하면 뭐하냐. 충남에 있는 발전소에서 나온 대기오염물질이 서울로 가는데, 지금 충남권, 울산, 포항, 이렇게 문제가 되는 곳까지 대기오염 총량제를 확대하는 것을 정부가 추진하고 있어요.
전수경) 먼지가 날아오는데 서울 하늘만 막고 맑게 할 수는 없는 거니까요, 주민 암 발병이 높다는 호소에 대해서는 정부가 개입하거나, 정부 태도가 달라진 게 있나요.
유종준) 지역주민 건강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별 관심 없고, 별 예산도 안 들이고. 충남도에서 예산을 들이고 조사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게 1~2년 해서 될 게 아니에요. 장기추적 조사를 해야 하거든요. 이런 대기오염이나 수산물에 의한 중금속 오염 같은 경우는 짧은 시간에 되는 게 아니라 장기간을 두고 농축되고 인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장기 추적조사를 실시하고 있어요.
전수경) 충남도에서는 예산을 들여서 하고 있지만, 발전소 운영하는 한전 측의 입장이나 중앙행정부의 입장은 어떠한가요? 주민들의 암 발병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연관이 없다거나, 연관이 없을 것이다, 라는 거군요.
유종준) 연관성이 없다, 입증을 해 보라는 거죠. 주민들 보고. (지금도 그런가요?) 연관성 없다, 입증해 봐라.
전수경) 한전에서는 뭐라고 하나요? 한전과 산자부의 책임 회피와 별개로 충남도가 기획하고 예산을
들이는 것이고, 이것으로 이득을 보는 한전과 발전 산업에 대해서는 충남도가 돈을 들이고 있다고, 그렇게 말할 수 있나요?
유종준) 발전소가 책임을 지지 않는 건 맞고요. 이런 건 있어요, 발전사가 책임을 진다는 것은 아까 말한 저탄장 하고, 대기오염물질 저감 장치 확대하겠다는 거고요. 건강영향조사와 관련해서는, 한전 쪽에서 충남도가 송전선로 주변지역 주민들의 건강영향조사를 한번 해보자, 해서 충청도가 하는 건데. 원인자 부담의 원칙에 의해서 한전이 돈 내라, 협의를 진행했는데 이게 잘 진행이 안 됐나 봐요.
당진에서 만든 전기는 서울로 간다
전수경) 지금 문제 중에 송전탑과 관련된 이슈가 별도로 있는 거죠?
유종준) 그럼요. 밀양에서 765kV 갖고 싸우잖아요. 그것이 당진에 제일 먼저 생겼어요.
전수경) 석탄화력발전소와 송전탑 이슈는 별개로 가나요? 아니면 같이?
유종준) 같이 가요. 우리 대책위 이름이 <당진시 송전선로 ․ 발전소 범시민대책위원회> 예요. 원래 송전선로로 출발했는데, 송전선로가 이렇게 많은 이유가 뭐냐면 발전소 때문에 생긴 거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발전소까지 넣어서 싸우고 있는 거죠.
전수경) 지중화 사업이 경기도 쪽은 되지만 여기는 계속 지상에 송전탑을 세우는 방식으로 하고 있다는 기사를 봤는데, 여전히 그 상태로 가나요?
유종준) 그동안 그랬는데, 대책위원회를 구성해서 싸우면서 지중화율을 많이 얻어 냈어요. 아직 공사가 들어간 건 아니고요. 지금 이슈가 되고 있는 송전선로 노선이 2개가 있거든요. 북당진에서 신탕정까지 가는 345kV 송전선로가 하나 있고요. 당진화력에서 신송산까지 가는 345kV 송전선로가 있는데, 이중에 오래된 게 북당진-신탕정 3, 4호 같은 경우 한전에서 제일 처음에는 지중화 절대불가, 기술적으로도 안 된다 그랬어요. 뭐라 그러니까 3.5km 해주겠다, 그래도 안 된다 싸웠더니 5.8km 내주겠다고 해요. 주민들은 더 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거고요. 당진에서 신송산 가는 송전선도 5.7km는 지중화해주겠다 그러고 있어요. 우리가 거기에 만족할 수 없으니까 더 늘리라고 싸우고 있는 거죠.
전수경) 송전탑 아래 마을주민들 건강 문제가 중요한 이슈이고, 그 문제가 교로2리의 암 발병처럼 송
전선하고 관련한 것이죠?
유종준) 그렇죠. 교로2리 마을 같은 경우가 문제가 심각하다 생각해서 시정하려고 했고요. 신당진 변전소가 당진시 정유면에 위치하고 있거든요. 어떤 곳인가 하면 낙후한 시골 지역이예요, 농촌. 공장도 없고 그냥 ‘깡촌’인데 신당진 변전소가 거기 있는 거예요. 변전소라는 건 버스터미널이라고 생각하면 되요. 변전소가 있으면 온갖 송전선로가 다 거기로 모여요. 가장 시골지역인데 철탑이 제일 많아요. 정유면 같은 경우도 역시 암이 많다 보고되고 있죠. 저희도 대응을 하고 있고요.
전수경) 변전소가 있는 마을처럼 화력발전소가 있는 곳, 송전탑과 고압선로가 지나는 곳, 이런 마을이 당진 안에서도 더 낙후된 시골이고 노년층이 많이 산다, 저소득층이 산다 이런 공통점이 있나요?
유종준) 그렇죠. 발전소는 무조건 바닷가로 가요. 바닷가로 가기 때문에 경치 좋은, 어촌마을로 가는 거죠. 시내와 떨어져서, 외진 곳으로 가는 거죠. 변전소도 가능하면 인구가 많은 곳보다는 시골로 가려고 하죠. 민원이 좀 덜한 곳으로.
전수경) 밀양이 싸울 때도 ‘왜 이 땅을 밟고 전기가 서울까지 가야 되나’ 물었던 것처럼, 당진에는 전기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데 서울 수도권에 필요한 전기가 여기에다 건강피해를 떨구고 간다, 이렇게 보시나요?
유종준) 당진이 전력 자급률이 300%를 넘어요. 전기를 만들어서 다 수도권으로 보내는 거죠. 당진화력 전기를 당진 사람들이 안 써요. 전량 서울로 보내는 거예요.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수도권을 위해서 희생시키는. 중국, 한국이 석탄발전소가 많잖아요, 유럽이나 미국 같은 곳은 빠져 있잖아요. 미국이나 캐나다 같은 나라들은 특정 지역에 발전소를 몰아서 지을 수 없어요. 주민들이 가만히 안 있거든요. 그런데 여기는 특정 지역에 발전소를 몰아서 짓고 서울까지 장거리 송전하는 거예요. 수도권하고 가까이 있으면 수도권 시민들이 뭐라고 하니까, 가능한 떨어뜨려서 장거리 송전하는 거죠. 그러니까 발전소 집중화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는 거고요, 두 번째는 장거리 송전으로 인한 송전선로 문제가 생기는 거죠. 장거리 송전을 하게 되면 어떤 문제가 있냐면… 765kV 송전을 해야 하거든요. 765kV 송전선로는 지중화가 안 되요. 무조건 철탑으로 가야 해요. 그 피해도 있는 거죠.
전수경) 서울에서는 미세먼지를 아침마다 체크하면서, 승용차를 제한하든가, 노약자 외출을 자제하라든가, 전쟁처럼 난리가 나요. 오랫동안 발전소 옆에서 싸우고 있는 분들 입장에서는 불공평해 보일 것 같아요.
유종준) 당진이나 충청권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서 사업을 한 적이 없거든요. 정부가 신경도 안 썼고,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 사업을 하느라고 무지하게 많은 돈을 때려 부은 거잖아요. 재작년에 감사원 감사 결과로, 그렇게 때려 부어봤자 원인은 거기 있는 게 아니라 충남에 있다, 그런 나온 거거든요. 그때부터 사람들이 석탄화력발전소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거죠.
전문가는 없고, 자료는 영어, ‘석탄화력실무’를 보면서 공부
전수경) 서울, 중앙의 환경운동은 보통 원전에 대해서 굉장히 관심도가 높고 탈핵운동도 활발한데요. 큰 환경단체들이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던 이유가 있나요?
유종준) 석탄화력이 얼마나 피해가 큰 지 알려지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석탄화력발전소가 문제를 일으킨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핵발전소는 피해가 크기 때문에 집중해 왔던 거죠. 석탄화력은 신경을 안 썼어요. 처음에 저희들도 운동할 때 굉장히 외롭고 힘들게 했어요. 도와 달라 해도 도와주는 사람도 없고.
외롭게 싸워서, 가장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전문가가 없어요. “탈핵” 하면 전문가 누구누구 생각나잖아요. 부를 만한 사람이, “석탄화력” 하면 부를 사람이 누가 있어요? 전문가가 없어요. 토론회를 하려면 전문가가 없으니까 미치는 거야. 그러면 생각 할 거 아니에요? ‘전문가 없으면 까짓 것 내가 공부해서 하지’ 그런데 자료도 없어요. 공부를 해야 하는데 자료가 없는 거야. 자료를 찾은 게 ‘석탄화력 실무’라고 해서 발전소 직원들이 보는 거. 발전소 직원용이잖아요.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보는 거예요, 너무 전문적이어서 무지하게 어렵더라고요. 그걸로 막 공부하고 했어요.(결국 급한 사람이 전문가가 되신 거네요) 그렇게 됐어요.
전수경) 석탄화력 공부하면서 건강과의 연관성, 지역주민 암 문제 같은 건 처음에 어떻게 연관 지어서 문제를 제기하게 되셨어요?
유종준) 우리나라 자료보다 외국 자료가 먼저 있어요. 외국에서는 그런 자료들이 계속 나왔거든요. 석탄화력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 수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미국에서만 연간 1만 3천 명, 유럽에서 1만 8천 명, 놀란 게 뭐냐면, 2013년도인가 호주에서 열린 ‘태평양 석탄반대네트워크’라는 NGO 모임을 간 적이 있거든요. 우리나라 환경단체들은 별 관심이 없는데, 그린피스부터 시작해서 외국 단체들은 석탄에 대한 관심, 연구, 전문가가 엄청 많더라고요. 눈이 휘둥그레졌죠. 자료도 엄청나게 많고요. 자료 중에 하나를 봤는데 영어로 쓰여 있어요 (웃음). 제 영어실력으로는 그거 보려면 몇 주는 걸릴 거야 (웃음). 중국에서는 석탄 연소로 조기사망자가 매년 25만 명이 나온대요, 매년. (시 하나 인구네요) 중국도 대기오염이 심각하잖아요. 사실 원인이 석탄이예요. 석탄 발전소도 문제고, 난방을 석탄으로 하거든요. 그래서 문제가 되는 거죠. 옛날 런던스모그 사건 있잖아요. 겨울에 석탄을 땐 거예요.
전수경) 원전은 묵시록처럼, 암울한 미래와 연관지어서 지식인들, 전문가들이 관심이 많은 편인데, 석탄 역시 현재 진행형이군요. 19세기에나 썼을 것 같고, 석탄이 환경문제이고 건강문제를 유발한다는 것을 저는 관심을 못 가졌네요. 한국에서는 지금 서울 아니고 당진이, 당진환경운동연합이 석탄화력 운동에 대해서 중심이 되어있군요.
유종준) 그렇지 않아요 (웃음). 저희들이 하다 보니까 호주에도 갔다 오고 자료를 보고 저자한테 연락해서 다음 해에 국제 심포지엄도 열었어요. 없는 돈 끌어 모아서 한국 사례 발표도 하고 그랬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환경운동연합 중앙에서도 관심을 갖고 그린피스에서도 관심을 가진 거예요. 한국그린피스가 특히 큰 역할을 했어요. 제가 그랬잖아요, 미국은 1만 3천 명, 유럽에서는 1만 8천 명, 중국에서는 25만 명. 그럼 한국은? 그게 궁금했거든요. 그린피스에서 자료가 나온 거예요. 큰 도움이 됐죠. 석탄 피해가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환경운동연합 중앙에 에너지 교육팀, 그린피스에 석탄전문 캠페이너가 따로 있어요. 석탄에 대한 활동도 많이 진행했죠.
미세먼지 대책을 세우려면 정부가 관리할 수 있는 석탄화력발전소가 정답
전수경) 지금 건강문제, 조기사망 문제가 석탄화력에서 굉장히 결정적이고, 건강영향을 입증하는 것이 석탄화력 증설을 반대하는 키워드가 된다고 볼 수 있나요?
유종준) 석탄발전소가 전국에 60개가 있어요. 가장 심각한 게 미세먼지일텐데, PM10, PM2.5 이게 자동차, 사업장, 발전소에서 오는 건데 발전소 60개는 정부가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LNG발전소도 있는데, LNG보다 석탄화력이 싸니까 석탄은 24시간 365일 돌려요. 기저부하라고 하죠. LNG는 항상 돌리는 게 아니에요. 전기가 부족할 때만 돌려요. 여름, 겨울 이렇게 전력 피크시 LNG발전소 가동률을 더 올리면 되는 거예요. 그러면 대기오염물질을 많이 줄일 수가 있어요.
자동차는 전국에 몇 대가 될까요? 미세먼지의 주원인은 대형화물차예요. 대형화물차하고 경유버스가 될 거거든요. 일반 승용차는 2부제 해서 막을 수 있다고 치고. 대형화물차는 어떻게 막을 거예요? 생계인데요. 버스도 마찬가지고. 방법이 없거든요. 사업장도 마찬가지예요. 전국에 몇 개나 될까요. 수 천, 수 만개 될 텐데 관리가 안 될 것 아니에요?
제가 보기에 미세먼지 발생량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석탄화력발전소예요. 배출원 관리가 쉬워요. 투자를 통해서 오염물질을 줄일 수 있고, 대체할 수 있어요. LNG가 있으니까요. 미세먼지를 효과적으로 줄이고 대처할 수 있는 핵심 열쇠는 석탄화력발전소예요.
전수경) 대기오염 규제에 대해서, 석탄화력발전소와 미세먼지의 관계는 덜 본 것 같아요. 한전이 궁금한데요,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유종준) 정부가 문제죠. 문제의 근원을 따라가면 당진도 밀양도, 산업자본에게 값싼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서 모든 사건이 다 발생하는 거예요. 산업계가 값싼 전기를 이용해서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경영하거든요. 떼돈을 버는 거예요. 그 피해를 주민들이 보는 거죠. 값싸게 산업용 전기를 공급한다니까 쓰지 않아도 될 전기를 쓰는 거예요. 과소비를 막 해. 전기 수요가 늘어나겠죠. 정부는 ‘전기수요가 늘고 있네, 수요에 맞추려면 공급을 해야겠네’ 발전소를 건설하는 악순환이 되어온 거죠.
전수경) 지금 이야기하신 대기업, 산업을 굴리는 대기업들의 필요에 의해서 약자이면서, 아주 시골의 주민들에게 암이 생긴다 이렇게 주장할 수 있는 거군요. 활동하실 때는 그런 부분을 많이 주장하시나요?
유종준) 산업자본에 값싼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게 본질적인 문제인데, 그 이야기를 하면 전기요금 인상 이야기가 나와요. 정부로서는 뜨거운 감자거든요, 전기요금 인상이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기 때문에, 환경단체도 조심스러워 하는 게 있어요. 그런데 인상해야 해요. 지금처럼 값싼 산업용 전기를 막 쓰다가는, 가정용 전기는 좀 인상해야 해요. 산업용 전기는 훨씬 더 인상해야 하고요, 그렇지 않으면 지금 말씀드리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어요.
전수경)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해서 시민사회나 정부나, 전면적으로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린 적은 없지 않나요?
유종준) 산업용 전기는 인상한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이야기만 나오면 산업계에서 반발하죠. 국제 경쟁력이 떨어진다, 적자 쌓인다, 그러니까 쉽게 못하죠. 정부도 이야기를 잘 못하고 있고요. 정부의 의지가 중요한데, 정부가 잘 못하고 있어요.
전수경) 산업자본에 대한 전기 공급인데, 실제로 이것을 운영하는 기업은 한전이니까, 한전하고 싸움을 만들거나 논쟁을 하는 것은 어려운 건가요?
유종준) 한전은 그냥 회사에요. 정부가 중요하죠, 한전 마음대로 전기요금을 할 수 는 없잖아요. 정부가 하라는 대로 할 뿐이죠. 송전선로가 이리로 가냐 저리로 가냐는 한전하고 말할 수 있는데, 근본적인 문제는 한전하고 말 할 게 아니에요. 전기요금 인상은 산업자원부가 키를 가지고 있죠.
전수경) 원전 같은 경우에는 한수원에서 집요하게 원전 건설을 계속 하려고 해요. 자기 조직의 이해가 있기 때문에, 일자리도 그렇고. 신고리 공론화 과정을 보면 알 수 있죠. 석탄화력 역시 한전 내부에서 일자리가 걸린 일이기 때문에, 정부와 산업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서 더 그런 것은 아닌가 싶어서요.
유종준) 그런 것도 있죠, 물론. 석탄화력발전이 전기요금 문제나 환경 문제를 이야기하면 발전소 증설이나 유지에 문제가 되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계속 반발하죠. 그래도 희망을 갖는 건 뭐냐면, 발전산업 노조가 있어요. 석탄화력발전산업노조. 한수원에도 노조가 있잖아요, 대응 방식이 정 반대였어요.
신고리 5,6호기 때 갔었거든요. 신고리 5,6호기 백지화를 위해서 울산에 가서 집회를 하고 있는데, 저 쪽에서 노동가요가 들리면서 사람들이 깃발을 들고 오더라고요. ‘아 우리 편이구나’ 했는데 우리 편이 아니더라고요, 한수원 노조. (조합원들 1인당 10만 원씩 벌금물린다는 소문이, 그 날 집회에 안 나오면) 어휴,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탈석탄에너지 전환을 발표했잖아요. 발전산업 노조는 ‘동의한다, 탈석탄으로 가야 한다’ 이렇게 동의했어요. 그 때 정부가 셧다운을 발표했잖아요. 발전소를 한시적으로 3개월 가동 중단하겠다고. 이러니까 발전산업 노조에서 동의한다, 발전소로 인한 주민들의 건강, 국민 건강, 미세먼지 피해를 보면 탈석탄으로 가는 게 맞다, 재생에너지로 가야한다 이러면서, 표현도 ‘애틋하게 동의한다?’ 마음 아프지만 동의한다 이렇게 나왔어요. 감동적이었어요.
노조가 자기 일자리 날아갈 지도 모르는데 석탄화력 발전소를 탈석탄으로 가는 것에 대해서 동의한다고 내놓은 거예요, 한수원 노조와는 다르게. 이렇게 다를 수 있나.
전수경) 그렇군요, 발전노조 같은 경우에는 연대한다고 볼 수 있네요. 중요한 걸 알았네요.
유종준) 발전산업 노조는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직접적으로 지역주민과의 연대는 아직 어렵지만 충분히 가능하다고 봐요. 우리가 당진에서 싸웠던 당진에코파워가 SK에서 하려던 거니까, 전기는 국가 기간산업이고 공공성이 높은데, 민간에서 들어오니까 반대했어요. 그래서 연대해 왔죠. 민영화반대, 사회 공공성이라는 측면에서.
노인회장님이 직접 그린 암발병자 조사표
전수경) 원전과 석탄화력, 두 노동조합의 다른 행보까지 돌아봤습니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교로2리 암 환자 분들 상태나 치료비용은 어떤 식으로 해결하고 있나요?
유종준) 자기가 하는 거죠. 어디다 요구하려고 해도 입증을 하라고 하잖아요. 당진화력도 그렇고.
전수경) 신문에 많이 나오긴 했지만, 주민 개개인에게는 변화가 없는 상태군요. (그렇죠) 그분들 성별, 연령대가 주로 어떻게 되시나요?
유종준) 교로2리도 그렇고 노인들이 많죠. 대책위 구성하고 싸울 때도 노인들이 나오세요. 노인 부장님들, 노인회 회원들이 중심이죠.
전수경) 그분들 치료비, 요양비, 장례비, 모든 것이 개인이 알아서 하는 거예요?
유종준) 그렇죠. 건강영향조사만 충남도에서 하는 거고. 암이나 질병이 의심되고 있는데 입증을 못하
니까 개인이 부담하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충남도에서 하는 조사는 문제가 있어요. 일단 예산이 너무 적어요. 연 3억. 샘플을 가능한 많이 확보해야 인과관계를 밝힐 수 있거든요. 주민들 몇 명이 아프다고 하면 인과관계를 밝히기가 어렵잖아요. 많은 주민들을 정밀하게 장기 추적조사를 해야 인과관계를 밝힐 수 있거든요. 그만큼 예산을 더 확보해야 하는데, 예산을 확보하지 않는 거예요. 우리가 정말로 화나는 게 뭐냐면, 지역자원 시설세라고, 원전에만 부과되던 게 얼마 전부터 화력발전소에도 부과됐어요. 제일 처음에는 0.26원 Kw당. 지금은 Kw당 0.3원까지 올라갔어요. 매년 백억 넘는 예산이 충남도와 시군에 들어와요. 그 많은 예산을 LED전등 교체하고 LNG배관가스 이런 데 쓰더라고요. 발전소로 인해 피해 보는 지역주민들 건강과 환경에 우선 써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전수경) 그게 발전세라고 하는 것인가요?
유종준) 정확한 명칭은 ‘지역자원시설세 화력발전분’ 이라고 하는데요, 그냥 화력발전세라고 부르죠.
전수경) 암 발병률이 높다고 언론에 보도는 되지만, 실제로는 과학적으로 입증이 안 된다고 결론이 날 수도 있잖아요? 옛날 얘기지만, 미나마타병처럼 분명한 것도 기업이 처음에는 부정했는데, 여기처럼 추적조사가 필요한 상황은 인과관계를 밝히기 더 어렵잖아요. 충남도가 여론을 무마하려 조사하는 걸까요?
유종준) 그런 건 아닌 거 같아요. 충남도와 당진시가 처음에는 발전소 편이었죠, 주민들 편이기 보다는. 지역 지원금도 나오고 세금도 나오니까 도나 시는 좋아했을 거 아니에요? 그런데 피해가 심하고 문제를 일으키니까 시나 도도 화력발전소가 문제가 있다고 보고 탈석탄 에너지 전환을 선언하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충남도가 건강영향조사를 보여주기 식으로 할 것 같지는 않아요. 도지사 의지는 확실한데 공무원들이 예산을 제대로 하지 않더라고요. 부족해요.
전수경) 지역 안에서 건강문제에 대한 주민 설명회나 주민교육이 이루어진 적이 있나요?
유종준) 단국대가 맡아서 하고 있거든요. 의대 교수하고 연구진이 가서 마을 회관에서 문진하고, 만나 뵙고 건강 조사하고 조사결과 보내드리고 그렇게 했죠.
전수경) 그런데 교로2리의 암 발병이 많다, 석탄화력과 연관이 있다고 처음에 치고 올라온 순간이 있나요? 구체적인 계기가 있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유종준) 8년간 당진에코파워 싸움을 하면서 교로2리에 마을대책위원회가 구성됐거든요, 오랫동안 싸우니까 언론사도 오고, 대학, 외국에서도 와요. 오면 제가 모시고 교로2리로 갔죠. 주민들 이야기도 듣고, 그러다 보니까 지역주민들도 자료도 모으고, 노인회장님이 일일이 한 거예요. 표로 이렇게, 손으로 그려서, 몇 년부터 누구누구, 누가 죽고, 지금 투병 중인 사람은 누구 그걸 하셨더라고요. 노인회장님이 자체적으로 조사해서. 어떤 할머니들은 이름도 몰라서 누구의 처 이렇게. 제가 사진 찍어서 다시 표로 만들어 드리기도 했죠.
그랬더니 JTBC에서 표를 갖다가 어떻게 했냐면, 마을 사람들 아무개가 어디 사는지 알잖아요. 위성사진을 놓고 같이 띄웠어요. 아무개 집은 여기, 아무개 집은 여기, 이렇게 주소를 찾아서 찍었더니 발전소에서 765, 154 송전로가 지나가는 사이에 집중적으로 사망자가 나왔더라고요. 큰 도움이 됐죠.
전수경) 당진에코파워 반대운동 하시면서 주민들 만났을 때 주민들이 이미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거군요.
생산력의 발전이 진보라고 믿던 운동권이 환경주의자로 거듭나다
전수경) 이야기를 마무리해야 할 시간인데, 개인적인 거 여쭤 봐도 될까요, 처음에 어떻게 환경운동에 뛰어 드셨나요, 어떻게 석탄화력발전 전문가가 되셨어요?
유종준) 환경운동 전에 일하던 직장은 지역 신문사였어요. ‘당진시대’ 라는 지역 신문사인데, 한겨레신문을 모델로 시민주를 모아서 만든 신문사거든요. 지역 문제를 고발하고 개선하기 위해 기자로서 일을 한 건데, 주로 많이 다루는 영역이 발전소였어요. 당시 당진화력 5, 6호기가 들어올 예정이고, 당진시에서 받기로 했다는 것을 처음 안 것이 저였을 거예요. 의회 방청하다 보니까 예산안에 올라간 거예요. 당진화력 5, 6호기 특별지원금이 딱 예산안에 포함된 거예요. 지역에서는 반대하고 있는데, 당진시는 이것을 받겠다는 얘기잖아요. 이거 보도하면서 범시민대책위가 구성이 됐죠. 가장 큰 현안이 계속 환경 문제였어요. 석탄화력발전소, 제철소. 그러다 보니까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환경운동연합이 만들어지니까 창립멤버로 참여했어요.
특히 가슴이 많이 울렸던 것이 언제냐면, 2000년이었을 거예요, 도법스님 강연회를 당진에서 했는데 그 강연회에서 충격을 받았죠, 처음 듣는 소리가 많았어요. 우리가 지나치게 이원론적인 세계에 살았다, 주체와 대상을 이분법적으로 보는 세계관을 가졌다, 환경운동연합의 환경도 적합한 단어가 아닐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환경이란 것은 주체를 둘러싼 외부 세계의 객관적 실체라고 정의하잖아요. 사람을 위한 쾌적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서 하는 게 운동이냐, 자원이 유한하고 우리가 자원을 소모하다 보면 끝나는 건데, 에너지가 대표적이겠죠. 화석연료를 사용하게 되면 언젠가 고갈되고,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생태계까지 문제를 일으키는 건데, 이게 제대로 된 삶이냐, 이야기하더라고요.
그 설명이 충격적으로 다가왔어요. 저는 진보적 운동을 쭉 하고 살았어요. 20살 이후로. 진보란 앞으로 나아간다는 뜻이잖아요, 그래서 역사가 발전했다고 생각하잖아요. 그 근저는 생산력, 생산력의 발전을 질곡하는 낡은 생산관계가 문제였던 거고, 계급투쟁이죠 이게. 생산관계를 깨고 새로운 생산관계를 만들어 내는 것이 진보적인 운동이라고, 결국 운동이 발전하면 생산력이 발전하고 과학기술이 발전해서 풍요롭고 자유롭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거죠, 생산력이 이렇게 발전할 수가 없다는 거예요. 20대부터 가져왔던 세계관이 와르르 무너지는 거였어요. 절대적인 신념 같은 거였는데 무너졌던 거죠. 내 운동에 대해서 돌아보고, 환경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진 거죠.
지역 신문기자가 사회문제를 지적하고 고발하는 역할을 하는 건데, 한 발 떨어져서 객관적인 관찰자로서 해야 해요. 내가 피가 뜨거운 사람이라 그게 무척 어려웠어요. 내가 5월 광주에 있었다면, 내가 기자였다면 카메라 들고 있었을 것인가? 같이 총을 들었을 것 같아. 좀 더 실천적인 활동을 해야겠다.
전수경) 문제가 있는 곳에서 그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싸우는 사람이 전문가가 되는 사례라고 할까, 그걸 보여주시는 것 같군요.
유종준) 정말 힘들었어요. 배울 데도 없지, 전문가 좀 소개시켜 달라고 하면 돌고 돌아서 저한테 와요. 내가 전문가래. 자료라도 내 놓으라고 하면 우리나라는 없고 그린피스라고 외국에 있대요. 다 영어잖아, 구글 번역기로 돌리래요, 한국말이긴 한국말인데 대체 무슨 소리인지.(웃음)
전수경) 한국의 학자들, 의사, 환경운동가들 관심이 지역, 석탄화력, 주민건강 이런 문제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겠군요.
유종준) 어려웠어요. 그래도 호소하고, 환경 운동하는 사람들 불러다가 토론회 하면서 전문가들도 관심이 높아졌어요. 환경운동 하시는 분들, 대기오염, 기후변화 전공하는 분들도 석탄화력에 대해서 관심 갖고 공부하면서 전문성이 높아졌어요.
전수경) 오늘 대화 마무리하면서 여쭤 볼게요. 문재인 정부 들어서 변화, 발전소 자체를 폐쇄할 수는 없지만 변화가 감지되고 있나요?
유종준) 물론입니다. 탄핵을 통해서 문재인정권이 일찍 들어섰기 때문에, 당진에코파워를 막는 데 큰 힘이 됐어요. 탄핵이 되고 대선이 5월로 잡혔는데 4월 초에 갑자기 산자부에서, 내내 미루고 있던 전원개발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서 당진에코파워 건을 심의 의결한 거예요. 장관이 승인하면 모든 승인 절차가 끝나는 거예요. 난리가 났죠.
문재인 정부 들어서고 나서 탈석탄, 탈원전, 에너지전환 이야기 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때 발표한 9개의, 현재 건설 이거나 계획 중인 석탄화력 발전소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했어요. 결국 당진에코파워 2개는 LNG로 전환하고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걸로 했고 나머지 7개는 그대로 건설하는 걸로 됐죠.
아쉬운 점은 있는데, 문재인 정권은 탈석탄, 탈원전으로 가는 건 분명한 것 같아요. 물론 속도는 굉장히 느리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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