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1 위험은 불평등하다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10년을 함께 하는 기업들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우정사업본부 현대중공업 삼성물산 대림산업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사조산업 SK건설 원진레이온 한국철도공사 현대산업개발 현대자동차 두산건설 대우조선해양 동부건설 유성엔지니어링 현대제철)
지난 10년간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20대 기업 명단입니다.
노동건강연대 편집국
대우, 현대, GS, LG...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대기업들이 줄줄이 적혀진 위의 표는 역대 최악의 살인기업의 명단이다. 우리 사회는 단 하루에만 5~8명 이상의 노동하는 사람들이 그들이 하는 일로 인해 그 삶을 잃어가는 나라다.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은 왜 하죠?
- 기업이 저지르는 ‘살인’에 대한 책임을 사회적으로 묻고 싶습니다.
2006년 4월, 국내 노동단체들은 “산재사망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캠페인단(노동건강연대, 매일노동뉴스, 민주노동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만들고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시작한다. 2015년, 올해로 10년째를 맞고 있는 이 행사는 왜 기획 되었을까?
처음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시작한 2006년 당시, 한 해 평균 2500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일을 하다가 죽고 있었고, 다치는 사람은 통계에도 제대로 잡히지 않고 있었다.
산업화가 진행되던 시기 많은 노동자들이 목숨을 바치면서 일을 해 왔다. 고속도로를 건설하다가 죽고, 건물을 올리다가 죽고, 배를 만들다가 죽었다. 전국에 우후죽순 세워진 공단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은 병에 걸리면서 물건을 만들었고, 그 노동자들은 수출의 역군이 되었다. 역사에 아무런 기록도 남지 않은 죽고 병든 사람들의 희생을 발판으로 기업은 날로 성장했고 어떤 기업은 세계로 그 무대를 옮길 만큼 경쟁력이 강해지기도 했다.20
출처 : 고용노동부, 2012년 산업재해 현황분석 책자 재가공
- 블로그 자료로 본 한국, 한국인
(http://plug.hani.co.kr/data/textyle/1734973)
세상은 점점 살기 좋아지고 세련되어졌지만, 이상하게도 일을 하다가 사망하는 사람은 줄어들지 않았다. IT 강국이라는 멋진 표현과, 산재사망 OECD 1위의 타이틀이 공존했다. 여전히 이 사회는 일을 하다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상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이미 영국,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산재사망은 70% 이상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쏟아내었고, 일을 하다가 죽는 일을 막기 위한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었다. 그 결과 산재사망은 기업에 의한 살인이라는 인식에 이르렀고, 영국, 호주 등 몇몇 나라는 ‘기업살인법(Corporate Killing Law)’을 제정해 제대로 산재사망을 예방하지 않고 죽음에 이르게 한 기업을 ‘살인죄’로 처벌하기에 이른다. 비슷한 시기 한국에선 상징적인 처벌이 있었다. 이마트에서 4명의 하청 노동자가 질식한 사건에 벌금 100만원을 부과한 것이다.
아직 한국 기업이 안전을 챙기기에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말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말이 전 세계를 휩쓸어 한국의 대기업들이 홈페이지와 홍보물에까지 들어가는 세상에 모순됨이 있다.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가르치는 교과서에서 가장 첫 번째 항목으로 지목하는 책임은, 바로 그 기업을 구성하는 ‘노동자에 대한 책임’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살인을 저지르고 있다는 주장은 그야말로 파란이었다. 국민을 먹고 살게 해주는 버팀목이라 여겨졌던 기업이 살인을 저지르고 있다니.
그러나 잠깐만 생각해보자. 추락, 끼임, 화재, 질식과 같은 사고는 예방이 가능하지 않을까? 새로이 지어 올리는 아파트 구조물에 떨어지지 않게 하는 비계 시스템이 있다면? 똑같은 아파트를 건설하더라도 독일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떨어질 일이 없고, 한국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수도 없이 떨어져 죽고 있다면?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 공사(시공사 GS건설) 당시 있었던 폭발 사고를 떠올려보자. 공기단축을 위해 용접과 도장작업을 동시에 시켰다. 빈 공간을 가득 매운 인화성 가스가 용접 불꽃에 폭발했다. 지하공간에서 일하던 하청노동자 4명이 사망했고, 수십 명이 병원에 실려갔다. 동시에 GS건설은, 건설현장에 붙어있던 건설사 로고를 떼어내고 있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난 후진적 사건이었다. 원청에서 일정 관리를 체계적으로 해서 두 작업이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최악의 살인기업’을 사회로 불러낸다. 어떤 기업이 ‘살인기업’인지를 사회적으로 공표함으로써, 기업에는 그 책임을 묻고 앞으로의 사고를 예방하도록 경고를 하며, 정부에는 제대로 된 처벌을 하게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최악의 살인기업은 어떻게 선정되는가
매년 4월 28일, 세계 110여개 나라에서는 ‘세계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 행사가 열린다. 13개 나라는 국가가 공휴일로 지정해 온 국민이 함께 일을 하다가 사망한 노동자의 넋을 기리고, 미국에선 매년 대통령이 성명을 낸다. 미국을 만들고 세운 노동자들의 희생을 잊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한국에선 노동조합과 단체들을 중심으로 살인기업선정식과 각종 추모 행사가 열린다. 유독 일을 하다가 돌아가신 노동자가 켜켜이 많은 나라지만, 아직까지 국가에선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있다.
최악의 살인기업을 선정하는 기준은 지난 10년 동안 매우 엄격했다. 해가 쌓일수록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행사장소에 기업 인사팀 관계자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행사 며칠 전부터 어디가 1위인지 묻는 연락이 오기도 한다. 자신들이 가진 통계와 일치하지 않는지 꼼꼼히 따져보기 때문에, 그 기준은 매우 중요하다.
* 선정기준
노동부가 매년 산재보험 자료를 근거로 집계하는 ‘사업장별 산재사망자 현황’을 바탕으로 한다. 한 해에 2천명이 넘는 노동자가 사망하기 때문에, 기업별로 분류하는 작업을 거친다. 하청노동자가 사망하는 경우라도, 사망한 장소를 신고해야 하기 때문에 원청 대기업을 알 수 있다.
* 다단계 하청구조가 여러 단계인 경우 정확한 원청기업을 알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것이다. 또한 산재보험 처리를 하지 않는 교통사고 사망 등에 대해서는 통계에 잡히지 않으므로 집계되지 않는다.
2010년부터는 건설부문과 제조부문으로 나누었다. 건설업 노동자의 사망이 압도적으로 높아 제조업과 분류를 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매년 ‘최악의 살인기업’과 함께 수여되는 특별상은 지난해 가장 상징적이지만 순위에 들어가지 못하는 기업 등을 선정했고, 2012년부터는 온라인 투표를 통해 선정하고 있다.
2012년 살인기업 선정식 특별상 온라인 투표 페이지
- 백혈병 문제 등 직업병으로 산재사망 통계에 안잡히는 삼성이 1위를 차지했다.
세월호와 최악의 살인기업 10주년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했다. 기업과 정부가 꾸준하게 키워왔던 위험은 이제 일터에서 모든 곳으로 확장되었다.
세월호 참사 1주기인 2015년은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10해가 되는 해였다. 지난 10년치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산재사망 50대 기업과 시민생명을 위협한 기업을 선정했다.
순위
기업
사망자수
1
현대건설
110
10
SK 건설
53
2
대우건설
102
12
원진레이온
50
3
GS 건설
101
13
한국철도공사
47
4
우정사업본부
75
14
현대산업개발
45
5
현대중공업
74
현대자동차
6
삼성물산(주)건설부문
69
16
두산건설
44
7
대림산업
62
17
대우조선해양
39
8
롯데건설
61
18
동부건설
38
9
포스코건설/건설일괄
59
19
유성엔지니어링
37
사조산업(오룡호)
현대제철
* 지난 10년 산재사망 20대 기업
다음 10개의 기업은 노동자와 시민을 사망에 이르게 한 상징적인 기업들이다.
지난 10년, 어떤 기업이 우리를 죽게 하고 위험에 빠트렸는지 확인해보시길.
특집 1 위험은 불평등한다
우리는 왜 그들을 고발해야 하는가?
유 성 규 /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
2011년 7월 2일. 이마트 지하 기계실에서 노동자 4명이 질식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 노동자 중에는 학비를 벌기 위해 휴학 중이던 대학생도 포함돼 있었다. 그는 1년 내내 청바지 한 벌로 살아도 한마디 불평도 않던 착한 아들이었다. 그 착한 아들과 작별 인사도 미처 하지 못한 어머니의 슬픈 목소리가 방송을 통해 흘러나왔다.
더 이상 이런 아픔을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누구든 무엇이라도 해야만 했다. 이런 절박함에서 산재 사망에 대한 사업주 고발 운동이 시작되었다. 고발 운동을 시작하면서 누구도 거창한 성과나 눈에 띠는 변화를 기대하지 않았다. 산재 사망은 하루도 쉬지 않고 일어나고 있었고, 그 책임을 져야할 사업주들이 면죄부를 받고 거리를 당당히 활보하는 것은 오늘 내일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것 하나만은 분명했다. 사업주들에게 면죄부를 남발하는 노동부, 검찰, 법원에게 누군가는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자는 것이었다. 사실, 산재 사망이 발생해도 책임지는 자는 없는 현실이 연일 반복되고 있었지만,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은 그 영문조차 제대로 몰랐다. 부실한 수사를 해도 무죄를 결정해도 비판받지 않는 상황에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지향하는 노동부, 검찰, 법원이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산재 사망을 야기한 많은 기업들을 고발했지만, 그 결과는 예견했던 대로 실망스러웠다. 기업의 부실한 관리에 기인해 노동자가 죽었음이 명백했으나 벌금형이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마저도 기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대기업 원청이나 최고경영자들은 처벌을 피해가기 일쑤였고, 하청이나 중간관리자들만 처벌되는 경우가 많았다. 고발을 계속할 것인지에 대한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산재 사망은 굳이 우리가 고발하지 않더라도 어차피 노동부가 조사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불필요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회의와 논쟁 속에서 고발은 계속되었다. 노동부 조사 과정에 고발인으로 출석해 고발의 취지와 시민사회가 주시하고 있음을 주지시키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솜방망이 처벌이 동일하게 반복되었지만 과거와 달리 노동부와 검찰의 법 논리상 문제점을 확인하고 비판했다. 고발인으로서 기소이유와 불기소이유를 통보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작은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2012년 8월 LG화학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다이옥산이 담겨있던 드럼통이 폭발해 20대 노동자가 그 자리에서 사망했고, 사고를 당한 7명의 노동자가 차례로 목숨을 잃었다. 청주지방법원은 상무를 비롯한 관리자들에게 징역형(집행유예)을 선고했고, 기업에 대해서도 3,000만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검찰이 기소하지 않아 비록 처벌 대상에서 대표이사는 제외되었지만, 그 처벌 수위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었다.
“대기업은 새로운 재료를 경쟁적으로 생산하고 이익을 추구하기에만 급급하였고 새로운 공정에 관하여 엄격하게 안전 점검을 하거나 안전 수칙을 세우고 관련 교육을 하는 부분은 소홀히 하여 위와 같은 엄청난 희생이 따르게 되었는바, 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앞으로는 사람의 생명과 신체를 최우선적으로 보호하려는 노력을 하고 개발과 경쟁 논리에 무고한 생명을 희생시키지 않기를 기원한다.”
청주지방법원 2013.4.11.선고 2012고단2521 2013고단409(병합) 판결
당시 재판부는 판결을 내리면서 아래와 같은 엄중한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판결문의 문장을 그대로 옮겨본다.
최근에는 이 보다 진일보한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2014년 4월 현대미포조선의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1명이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울산지방법원은 하청업체 대표뿐만 아니라 원청인 현대미포조선 대표이사에게도 징역형(집행유예)을 선고했다. 산재 사망이 발생해도 원청 대표는 아예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처벌되더라도 벌금형에 그쳤던 그간의 처벌 관행에서 크게 벗어난 판결이었다.
<표> 과거 유사 사건 형량과 현대미포조선 사건 형량 비교
사건번호
피해 규모
판결 결과 (형량)
광주지법 나주지원
2011고정248
1명 사망
하청 대표자 벌금 150만원
원청 건축부장 벌금 250만원
창원지법
2011노756
하청 현장소장 벌금 300만원
하청 회사 벌금 300만원
원청 현장소장 무죄
원청 회사 무죄
울산지법
2011고단2571
하청 사업주 벌금 300만원
원청 사업주 벌금 300만원
인천지법
2011고단2202
하청 사업주,
원청 현장소장, 원청 회사 각 벌금 1000만원
2011고정578
하청 현장소장, 하청 회사, 원청 현장소장 각 벌금 300만원
2015고단295
하청 대표 징역 6개월 (짐행유예 2년)
하청 회사 벌금 500만원
원청 대표 징역 4개월 (집행유예 1년)
원청 회사 벌금 500만원
주) 정해명, 간접고용․하청구조에서 사망사고에 대한 법적 처벌결과 고찰, 노동건강연대 정책토론회, 2011의 표와 새로운 내용 합쳐 표를 재구성
물론, 이 같은 변화들이 그간의 고발 운동의 결과였다고 평가하는 것은 아전인수(我田引水)격의 해석일지 모른다. 그러나 고발인들이 자신들을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노동부, 검찰, 법원에게 매우 신경 쓰이는 일이었음은 분명하다. 기소 이유가 되었든 불기소 이유가 되었든 고발인들이 그 내용을 꼼꼼히 읽어보고 비판할 것이란 부담이 상당했을 테니 말이다. 이러한 부담과 불편함이 작은 변화에 일조했음은 분명하다.
노동부, 검찰, 법원에 일종의 믿음을 주어야 한다. 항상 누군가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누군가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예의주시하고 있고, 누군가 그들의 불기소 이유서를 꼼꼼히 검토하고 있으며, 누군가 그들의 판결문을 차분히 모아놓고 살펴보고 있다는 믿음. 이러한 믿음이 쌓여야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지향하는 노동부, 검찰, 법원은 비로소 움직인다.
하기에, 우리는 계속 그들을 고발해야만 한다.
* 이 글은 <노동자 건강의 법과 현실> 이라는 강좌의 내용이다. 산재와 직업병에 대해서 법적인 인정기준을 알고, 보상받는 방법론에 대해서 아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이 번 강좌는 그 이면의 정치사회적 맥락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하였다.
1강 에서 의학적 의료적 건강담론이 사회적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
2강에서는 노동운동과 노동자건강권 운동의 관계
법이 가르쳐주지 않는 것들, 굴뚝청소부와 미친 모자장수
제가 재야연구소에서도 일하고, 정부에서도 일해 보고 이제 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일하게 되었다. 법에 대해서는 법학개론만 들은 사람인데 법조인들 앞에서 강의를 하게 되었다(웃음). 근래의 동향부터 얘기해보겠다. 세월호 사건 이후 세 개의 법안이 통과되었다. 안전을 다시 보려고는 하는데 좌충우돌 하는 상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안 내놓고 있다, 사실 실정법 속에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대표적으로 좋은 법이다. 법의 철학과 원칙을 외국 에서 베낀 거라 내용이 좋다(웃음). 세월호 사건이 그냥 일어난 게 아니다. 일련의 큰 사고들이 있어 왔다. 그리고 뻥 터진 거다. 저는 그 시작을 2012년 8월 LG화학 공장 폭발사고로 본다. 주목받지 않은 사고인데, 다이옥산 이라는 인화성 물질, 이것을 OLED 만들 때 추출 회수하는 것인데, 다이옥산 증기가 인화성 물질이라 폭발할 수 있다. 대기업인 LG 마저도 제대로 못해서 폭발이 일어나고 11명이 돌아가셨다. 후속보도는 그 기업에 지역도서관에 책을 기부했다는 이야기가 후일담으로 나오더라. 2012년 9월 구미 휴브글로벌 불산누출 사고가 일어났다. 5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2013년 1월 27 삼성불산 누출사고가 일어났다. 여론도 악화되었다. 우리 사회는 더 큰 사고가 일어나서 앞의 사고를 잊게 한다, 앞의 기업들은 얼마나 좋아할까. 사람들은 이걸 노동안전의 문제로 받아들이나? LG 사건은 망각했고, 구미는 환경문제로 받아들였다. 삼성도 환경안전의 문제로 봤다. 삼성과 대중 모두 노동안전의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환경안전의 문제가 없진 않지만 기업, 노동안전의 문제다. 우리 사회의 안전논의, 정상인가. 최근 많이 나오는 이름, 하인리히 법칙은 사고의 법칙이다. 사고가 발생하는 매커니즘에 대한 최초의 과학적 이야기이다, MAJOR INJURY 1이 있을 때 MINOR INJURY 29, NO INJURY ACCIDENT가 300 이라고 정리했다. 이건 75,000건의 산재를 분석한 거다. 1931년에 출판했는데, 미국 산재보험이 민영보험인데 책 쓴 사람이 보험사직원이었다. 이 사람은 (학자가 아리라) 돈을 벌려고 쓴거다. 사고를 바라보는 과학적 법칙이 최초로 산업재해로부터 나왔다. 안전은 어느 부처에서 해야 할까. 국민안전처? 거기서 뭘 하겠나, 국민이 들어갔으니 국가보단 나은 것 같지만, 구조를 중심으로 하겠다는 거다. 비전문가들은 안전으로 퉁치지만 예방은 전혀 다른 거다. 잘못된 조직이다.
이렇게 모을 것 같으면 여기에 예방하는 조직들도 가져다 붙여야 한다. 실제 예방 업무는 20개 부처에서 다 한다. 안전을 나눠보자. 해상안전 교통안전 환경안전 식품안전 노동안전 제품안전 시설안전 이것들이 다 독립적으로 있나. 겹쳐 있다. 법은 적용범위가 서로 있는데 상충 안 되게 하려고 하지만 모든 곳에 들어가는 감초 “안전”이 있다. 노동안전이다. 생산의 지점에서 이루어지는 것들, 그 겹치는 지점, 자본주의는 생산을 하기 때문에 모든 위험은 생산에서 나온다. 노동안전은 하인리히가 드러내주기도 했지만 제1의 피해자이기도 하고 비율도 높고, 모든 불안전 상태를 가장 먼저 보는 사람이기도 하다. 최근 동향은 이 노동안전을 쏙 빼놓고 한다. 일부러 빼는데 한 몫 하는 곳이 정부, 그 중에서도 바로 노동부다. 심지어 판교 환풍구사태도 노동부는 관계당국이 된다. 피해자들이 야근을 했기 때문에. 산재 여부도 논란이 된다. 노동부가 거기 갔다. 감독관이 갔다. 노동부가 관계당국이 아닌 것처럼 행동한다. 경제부처인양 행동한다. 문제가 터지면 책임져야 하니까 하지 않는다. 영국이나 미국처럼 노동자안전 관련 정부기구가 독립해야 움직일 수 있는데, 그렇게 할 생각조차 안하고 있다. 그게 핵심적 문제다. 노동안전은 역사가 가장 오래된 안전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시작부터, 사회법의 시작이다. 노동법 중에서도 실은 노동안전이다. 노동법 역사를 말하면 안전의 원칙이 도출된다. 유럽의 안전법들이 그렇게 입안이 되었고 철저한 원칙이 있다. 놀라울 정도로. 노동법의 역사는 다들 아실텐데, 최초의 노동법은 공장법이다. 1833년 공장법을 말하는데, 이 때 근로감독관을 최초로 임명했다. 앞서서 최초의 노동법은 1799년 단결법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건 단결금지법이었다. 사실 노동법이 아니다. 1824년에 단결금지법을 금지하는 법안이 나온다. 1802년의 법이 하나 있다. 구빈원이 거리에 있는 부랑아들을 강제 수용해서 강제노동을 시켰다. 교도소였다. 어린 아이들은 일을 더 시켰다. 아이들을 대공장에서 가혹하게, 16-17시간 일을 시켰다. 헬스(환기-주로 면공장이라) 모럴(교회 갈 시간이라도 주고 일을 시켜라)는 법이다. 사실 노동안전보건법이다. 아이들이 죽거나 병든 것이 이때가 처음은 아니다. 1776년 국부론이 나오는데 국부론이 나오기 1년 전에 최초의 직업성 암이 밝혀진다. 굴뚝청소부. 왜 굴뚝 청소가 갑자기 필요해졌을까. 산업혁명 영향으로 이 때부터 가정에서 석탄을 때야만 했다. 석탄 질이 나빴다. 부산물도 유독하고. 당시 기차가 달리고 철강, 엄청난 고열을 필요로 하는데, 나무가 좋은 연료였지만 다 써버렸다. 석탄도 많고 하니, 코크스 오븐 방법을 개발해서 석탄을 쓰기 시작한다. 당시 영국 굴뚝의 지름 평균 46센치. 굴뚝 청소부가 드나들었고, 어린 아이 여야만 했다. 이 아이들에게 질병이 생겼는데, 무슨 암이었을까. 고환암. 피부암에 속하고, 숯검댕의 피부노출이 극심하게 되면서 고환 밑이 변색되고 사마귀가 나면서 암이 되고, 전이가 일어나서 매우 고통스럽게 죽는 병이다. 1775년 퍼시벌 포트 라는 외과의사가 밝혀내는데, 당시 굴뚝 청소부에게는 폐암이 더 많았을 건데, 그 때 고환함을 진단했고, 국회의원으로써 국정감사를 했다. 1788년에 가서 굴뚝청소부 법이 만들어진다. 몇 살 이하 어린이는 굴뚝에 올리지 말자고 했다, 8살이다. 고환암은 양반이었다. 청소하는데 불을 때서 불에 타죽거나 질식으로 죽는 게 비일비재했다고 한다. 독일은 같은 시스템에서 안 걸렸다는데, 갑옷을 입혀서 피부노출이 안 되었다고 한다. 이게 최초의 노동안전보건법이다. 1788-1802년 이 때 만들어진 노동법이 다 노동안전보건법이다.
<사진. 좌측 그림, 영국의 굴뚝청소부 (http://fyeah-history.tumblr.com) /
우측 그림, 굴뚝청소부의 작업 모식도 (wikipedia)>
산재보상법을 보자. 그 사이 노동시간에 대한 법이 만들어지고, 1884년에 보상법이 최초로 나온다, 독일 비스마르크가 어떤 사람인가. 빨갱이 사냥꾼이다. 극렬 우파가 보상법을 왜 만들었을까. 유럽의 공산주의 유령에 노동자들이 마음을 빼앗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산재법을 만든 거다, 공산주의에 감염되지 않도록, 산재는 체제를 위협하는 것이었다. 아무런 보상도 없이 팔 잘리고 목숨을 잃는데 이건 아니다 싶었던 거다. 노동자들은 공제회를 만들었는데, 비스마르크는 이걸 자기 걸로 한 거다. 산재는 체제를 위협했다. 여담을 하자면 <레미제라블>도 산업재해 때문에 일어났다. 왜 빵을 훔쳤나. 누나를 도와야했다, 누나는 엄마 같은 존재였는데 부모가 일찍 돌아가셨으니까. 아버지의 직업은 가지치기 노동자였는데 나무에서 떨어져 죽었다, 보상을 못 받았다. 배경은 1800년대 초다. 그래서 레미제라블이 성립이 된다
여기 보면 산재 얘기 많이 나온다.1847년 안데르센, <성냥팔이 소녀>. 스토리는 간단하지만 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나. 섣달 그믐날 성냥 팔던 소녀가 얼어 죽는 얘기. 안데르센 평전을 보면, 성냥팔이 소녀가 그려진 판화를 선물 받았다고 한다. 당시 풍속화에 굴뚝 청소부도, 성냥팔이 소녀도 등장한다. 그림을 보면 턱이 무너져 있다. 성냥 공장에서 쫓겨난 아이들이다. 쫓겨날 때 먹고 살라고 성냥을 준거다. 당시 성냥이 엄청난 유해물질, 인이다. 노란 인을 썼는데, 이걸 먼지처럼 마셨다. 뼈가 제일 약한 곳부터 녹아내린다. 그게 바로 인턱. 대표적 직업병이다. 이 소녀들은 이 병으로 죽었다는 얘기다. 과도한가? 안데르센이 받은 판화에 인턱 인 아이가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본다. 일본의 어른들을 위한 안데르센 해석 책에도 이 말이 나온다. <이상한나라의 앨리스> 를 보면 다 상상 속의 인물, 그 중 실존인물이 하나 있다. 실제로 당대 영국에 많았던 사람, 직업병의 당사자, 매드 해터, 미친 모자장수라고 번역이 되는데, 모자 장수는 모자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쫓겨난다. 왜 미쳤을까. 모자를 만들 때 양가죽에서 털을 제거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데, 어떤 물질에다가 담그고 양털을 끓여야 한다. 무두질이라고 하고, 태닝이라고 한다. 그 물질은 신경독성이 있는 중금속, 수은이다. 수은이 사람을 미치게 한다. 미백효과도 있다. 앨리스에 나오는 매드 해터는 실존인물이다. 그 동네에 모자공장이 많았다. 사고는 얘기꺼리도 안 된다. 너무 많았기 때문에. 고전을 읽어라. 찰스 디킨스의 이야기는 보고이다. 그런 예가 허다하다. 원칙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이런 이야기를 했다. 성냥팔이 소녀들이 죽어가고 1908년 황인이 금지되고, 빨간 인이 대체물질로 개발됐다.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법 37조에 금지물질, 맨 위에 있다. 역사가 묻어있다. 1919년 ILO가 탄생한 해인데, 이 때 8시간 노동이 기준이 되는데, 저는 1944년 필라델피아 선언이 중요하다고 본다.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 안전보건과 관련된다. 노동은 인격과 분리할 수 없다. 인격의 기초는 생명이다. 자유권도 건강 생명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그 원칙을 천명한 사건이다.
1974년 영국 안전보건 관련 법들이 통합되면서 만들어진 안전보건법의 원칙이 있다. 첫째, 권한과 책임의 일치를 분명하게 한다, 특히 생명을 좌우하는 안전보건에선 더 그렇다. 둘째, 사전예방의 원칙이다. 보호구를 먼저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하거나 위험을 없애는 것이 우선이다. 셋째, 사고는 우연히 일어나지 않는다, 98%의 사고가 막을 수 있는 재해라고 한다, 2%만이 천재지변에 가까운 사고라는 것이다. 공식문서에도 inccident라고 쓴다. 넷째, 양립불가의 원칙이다. 안전규제가 여기저기 다를 수 없다는 말이다. 이 원칙이 법에 담겨있다. 이 법은 1989년 EU가 산업안전의 원칙으로 선언하면서 유럽전역에 퍼지고 여기서 위험성평가가 나온다. 일본이 유럽의 스탠다드를 따르면서 한국 법에도 들어온다. 이런 점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을 보겠다. 산업안전보건법은 1981년에 제정되고, 90년 전면 개정되었는데 그사이엔 법실효성이 없었다. 1953년 안전보건이 근로기준법에 들어가고, 1961년에 대통령령으로 안전보건규칙이 만들어졌다. 90년 개정에는 문송면, 원진 사건이 있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1장은 총칙, 2장에 안전보건관리체제가 나오는데 이게 조직이다. 아까 말했듯이 권한 책임이 일치되어야 한다, 2장에 13조 안전보건관리책임자 14조 관리감독자 순서로 책임이 큰 순서로 나오는데,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국민의식 운동을 할 것이 아니라 조직이라는 것이다. 의식은 개인의 문제로 보는 거 아니냐. 법은 조직으로 되어 있다. 총칙에도 책임소재라는 말이 명확히 들어가 있다. 책임소재라는 말이 들어가는 데가 두 개의 법, 산업안전보건법과 식품법이 있다. 책임의 소재는 누구에게 있냐, 법률 주어가 85% 이상 사업주다, 왜 사업주인가, 사용자가 아니라. 사용자가 더 넓은 개념인데, 사업주는 법인이 되는 거다. 조직이 움직여야 하는 법이라고 저는 해석한다. 사업주가 처벌 대상이 된다.
사법처리와 행정처분, 행정처분은 과태료이고 사법처리가 많은데 이걸 사업주가 받는 거다. 피의자가 법인이 되는 거다, 그럼 행위한 사업주 사람은 어떻게 되나 양벌규정이 들어간다. 이번에 검찰이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 기업 처벌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게 법인이다. 대부분 형법이 개인으로 되어있는데 자본주의 시대에는 조직이 일을 저지른다. 책임을 분산시키고, 법인이 책임을 져야 하는데 법인은 감옥을 갈수가 없다, 벌금을 낼 수 있는데 지금 산업안전보건법에 1억 이하로 되어 있다. 66조2가 최고 형량인데 삼성도 1억, 5인사업장도 1억이다. 그래서 삼성은 사내하도급을 쓰고 거기서 사람이 죽으면 최고형량이 1천만원이 된다. 영국, 미국은 고의성이 농후하고 반복적이면 1000만 달러 이상으로 되어 있다. 삼성이 1998년 괌공항 리모델링 공사 하다가 한국노동자 1명이 사망했을 때 860만 달러 벌금을 받았다(현재 환율 기준 93억 정도). 그렇게 혼이 나고 나서 삼성건설은 좀 달라지긴 했다. 하여튼 법인이 책임자다. 이런 위계를 산업안전보건법은 명확히 하고 있다. 그 아래조항들은 기술법이다. 법령집이 두껍다, 행정규칙이 72개인 법이 있나. 지침까지 합치면 캐비넷에 다 들어가지도 않는다.
대단히 복잡하면서도 영양가가 없다. 노무사도 포기하고 시험 본다. 변호사는 이 법 이름을 듣지도 못했을 거다. 법조인이 없으니 법이 개발되겠나. 개악이 이루어진다. 산업안전보건법이 기술법이라고 알고 있는데 실제로 1,2장이 제일 중요하다. 책임소재가 다 나와 있다. 시시콜콜한 3,4장에 관심을 갖고 있어서 큰일을 그르친다. 감독관을 보자면 산업안전근로감독관이 따로 300명 정도 되고 일반 근로감독관이 1200명 정도 있다. 300명의 산업안전근로감독관은 113개 조항을 다 활용하고 있고, 근로감독 15년을 한 감독관도 늘 새롭다고 말한다.(웃음) 내용이 많아서 어렵다. 감독관은 늘 300명이다. 이중 행정직이 50%다. 이분들은 대부분 5년 미만이다. 암담하다. 제가 17년째 이 일을 하고 있어도 사업장에 가면 암담한데 여긴 늘 새로운 업종을 봐야 하고 내가 못 보던 라인을 봐야 하는데, 서류만 보고 하는 실정이다. 조직과 인력 문제가 있다.
감독관이 하는 일은 예방업무와 조사업무인데 예방업무는 감독, 조사업무는 재해조사. 감독은 정기 수시 특별감독이 있다. 행정대상은 계획을 짜서 감독한다. 사법조치, 행정조치 있는데 2012년부터 즉시 과태료 행정을 시작하니 구글에 산업안전보건법 검색도 폭주하더라. 산업안전보건법은 상당부분 과태료다. 90년 이전에는 사법조치였는데 사법조치가 너무 어렵다, 일도 10배 더 많다, 증거채증부터 시작해서 어려운 작업이다. 실효성이 없다. 과태료는 죄도 아니고 일도 적다, 과태료가 많아졌다.
감독을 하려면 모니터링 시스템이 있는데 산재보험 가입하면 시스템에 올라간다, 영국은 사업자등록 내고 동시에 안전보건청에 등록을 한다. 우리는 산재보험 가입을 안 하면 통계추계가 안 된다. 원칙이 없다, 생각이 없다. 법은 잘 되어 있는데 행정을 잘못하는 대표적 사례다. 한국 행정의 문제가 또 뭐냐면 감독대상을 선정할 때 전년도 재해율을 갖고 한다. 얼핏 생각할 때는 재해가 높으면 감독을 받아야 상식적으로 보이지만 보험을 타먹은 죄로 ‘너 때문에 감독이 왔잖아’ 이렇게 된다. 산재보험이 무과실이고 사회보험인데 이게 두려운 대상이 되어 버린다. 미국은 산재가 민영보험이라 개별사업장이 산재 얼마나 타 먹는지 알수 없다. 통계는 표본사업장을 통해 수집한다. 사고가 있는데 누락하면 패널티를 세게 간다. 개별 사업장을 타겟팅 안 하고 위험업종을 추려서 무작위 감독을 나간다. 산재보험 타 먹었다는 낙인이 없고 보고를 소홀히 하는 문제는 덜 발생한다. 안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보고하지 않는 문제는 한국이 가장 심각하다. 한국 사고율이 만인율 1.23명 정도 된다. OECD 1~2위다. 재해율은 0.57%. 독일이 3%다. 우리가 재해율이 12%가 되어야 한다. 더 심한 곳이 건설이 다. 왜 더 심화되냐 하면 산재보험과 산업안전보건법이 밀착되고 자료도 공유되면서 감독 문제가 일어난다. 건설산업에 환산재해율이 있고, 국토부 법에는 재해율 갖고 시공감액기준이 있다. 이게 분명이 대규모 업체의 재해, 중대사고를 줄이기는 했으나 언더리포트를 많이 발생시켰다. 국가를 상대로 하는 계약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어마어마하게 관심을 갖는다. 사망사고가 나면 곱하기 10으로 환산되는데 대법원 가서 무죄가 되면 없는 일이 된다. 대기업이 변호사 사서 끝까지 가는 이유다. 대기업이 이걸 따라하는데 하도급사 신임도 평가를 이걸로 한다. 하도급사
가 절대로 보고를 안 한다. 이게 더 큰 문제를 야기하는 거다, 나쁜 관행을 국가가 그만두지 못하니까, 원칙적으로 잘못되었다.
또, 산업안전보건법이 산재보험이랑 너무 밀착되어 있다, 보상은 자유롭게 돼야 하는데 이게 막히고, 안전을 한다는 명목 아래 노동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산재를 산재로 얘기해야, 실제 우리 규모를 알아내는 게 중요하다, 지금 1년 산재가 10만명 수준으로 나오는데 이건 현실이 아니다, 근로환경조사 해 보면 연간 250만명이 산재라고 나온다, 문제의 규모조차 우리는 모르고 있다.
산재보험법 이름도 업무상재해보상법으로 바뀌어야 한다, 산재는 훨씬 폭이 넓다, 그 중 인정 받는 게 적을 수도 있고, 산업재해는 격의 없이 리포팅 될 수 있어야 한다. 감독도 그렇게 맞추어 가야 한다. 이렇게 안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산재가 많은 건 알지만 Not In My Desk, 나 나가고 나서 하라는 거다. 언제 해야 할까. 청와대에서 결심해야 한다, 문제를 드러내고 출발하자 해야 한다.
* 참고
[유럽방문기]베를린 런던 헬싱키, 노동자를 존중하는 사회를 가다
http://old.laborhealth.or.kr/38115
특집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산재사망
일하다가 사망한 하청노동자 왜 자살이라 하나
지난 4월 26일, 한 하청노동자가 작업 도중 사망했다. 목격자 없는 죽음. 2014년 4월까지의 현대중공업 그룹 7번째 사망자였다. 그런데 사업장 안에서 죽은 그에게 붙은 사인은 ‘자살’.
유족과 동료 노동자들은 의문이었고 억울했다. 평소 어떠한 자살 징후도 없었다. 자살 징후가 있는 것이 반드시 그런 결론을 내리게 되는 것도 아니다. 정씨가 일하던 그 어둡고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쇠먼지 가루 날리던 작업현장에는, 정씨의 친조카와 외조카도 함께 일을 하고 있었다. 친조카는 곧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이러한 사정이 아니더라도, 특히 정씨가 속해있던 물량팀 팀장을 비롯한 동료들은 정씨의 죽음에 의문을 제기했다.(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의 50% 이상이 물량팀 소속이다) 경찰조사는 ‘자살’의 원인을 밝히는데 초점을 두고 있었다. 정씨의 문자, 진료기록, 금융기록을 살폈다. 어쩌면 당연히 했어야 하는 조사이겠지만, 사고 현장에 대한 검증과 고인에 대한 부검이 꼼꼼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경찰 조사를 받던 동료의 진술서를 살펴보면, 자살을 단정하는 경찰의 질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여러 의문을 가진 상태에서 정씨의 사고는 ‘자살’로 수사 종결이 된다. 그리고 자살의 증거로는 오로지 개인의 사정만이 쓰였다. 살펴보자면,
1. 정씨의 문자 - 언젠가 부인과 다툰 적이 있는 상태에서 나누었던 대화가 그 증거가 되었다. 문제는 그 대화 이후 다시 정씨 부부는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한다는 문자를 주고 받았다는 것이다. 그 부분은 고려되지 않았다.
2. 연체된 핸드폰 요금 등 - 다 합해 200여만원 정도의 부채가 있었으나, 부채발생 며칠 후 바로 정리되었다. 정씨의 신용상태는 매우 양호한 상태였다.
3. 정신과 병력 - 누구나 쉽게 정신과 병력이 있으면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단정짓는다. 그러나, 곧 치유가 되었고, 사망시점까지 아무런 병력이 없었다.
경찰이 제시한 이 세 가지 자살 근거에 대해 유족과 현대중공업 하청지회는 “여느 가정에서 흔히 있는 정황들뿐이다. 일상적인 정황들을 가지고 자살로 결론 낸 것이다. 이런 게 자살의 근거라면 대한민국에서 목격자 없는 죽음은 모두 자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라며 동료들이 제기하는 의문에 대해 합당한 근거 제시를 할 재수사를 촉구했다. 그렇게 긴 싸움이 시작되었다. 부인 김씨는 일주일에 한 번 울산으로 내려와 1인 시위를 하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남편이 어떤 일을 했었는지를 자세히 알았다는 부인 김씨는,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 싶었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어찌해야 할지,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지도 몰랐지만, 남편을 이렇게 보낼 수는 없었다. 경기도 성남이 집인 그녀와 정씨 사이에는 연기자를 꿈꾸는 중학생 딸과, 공부 고민이 한창인 고등학생 아들이 있다. 김씨가 일주일에 3-4일 동안 1인 시위를 하러 가면, 아빠를 잃은 아이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보내고 있다. 자살이라고 믿을 수 없는 수많은 정황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 김씨도, 아이들도
아주 단순한 사건 개요만 보면 이렇다.
10월 17일, 국회에서 이 사건이 다뤄진다. 자살이 아니라는 증거가 너무도 많다. 동료들이 그동안 주장하던, 몸에서 쇳가루가 너무 많이 발견 된 것이 이상하다는 내용을 경찰이 새겨듣기 시작한다.
- 사망사고 전에 이미 상당한 탈진상태에 있었고,
- 초고압의 호스에서 쏟아져 나오는 쇳가루에 맞아서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으로 보이는 점
- 몸에 패인 상처의 위치와 모양, 옷과 마스크에 난 흔적, 옷 속에서 발견된 다량의 쇳가루가 보이는 점
- 사고현장이 발견되고 2-3분 후 현대중공업의 안전관리요원이 현장에 와서 현장사진을 찍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동부경찰서뿐만 아니라 울산경찰청이 이 사진을 확보하지 않고 수사하고 있는 점 을 고려하여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해가 지나고 2015년, 아직도 부인 김씨는 현대중공업과 경찰서 정문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형사와의 통화에선 곧 결과가 나온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 참고자료
1. 현대중공업 산재발생에 관한 의견서 (A Report On Workplce Injuries at HHI- Hyundai Heavy Industrues) : http://old.laborhealth.or.kr/40217
2. 기자회견 : "증거인멸과 목격자 증언 묵살된 재조사! 유가족은 울부짖는다!"
경찰은 즉각 재수사에 나서라! http://old.laborhealth.or.kr/39910
"해가 바뀌고 2015년 1월 30일,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 다시 한번 고 정범식씨 이야기가 다뤄집니다.
(다시보기
http://program.sbs.co.kr/builder/endPage.do?pgm_id=00000339666&pgm_mnu_id=3983&pgm_build_id=&contNo=cu0390f0024800)
이 두 프로에서는 울산동부경찰서의 수사과정과 결과에 대해 전문가의 분석을 들어 의혹을 제기합니다. 유족도, 울산 지역의 건강권 단체도, 그리고 노동건강연대도, 이 합리적 의심을 믿었습니다.
2월 27일, 유족과 울산지역 건강권 대책위가 경찰청에서 면담을 했습니다. 재수사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결과는 다시 자살. 합리적 의심에 대한 어떠한 검증도 없었습니다. 2번의 방송에서 10명에 가까운 전문가가 이건 자살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지적된 부분에 대해서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3월 10일, 다시 국회. 유가족, 애초에 국회에서 문제제기를 했던 진선미 의원과, 울산에서 올라온 하청노동자들과 산재추방운동연합 활동가, 노동건강연대, 기업인권네트워크, 민주노총이 모였습니다. 대체 왜 이렇게 되었냐고 물었습니다. 부디, 경찰이 첫 수사의 잘못을 덮기 위한 행위를 멈추고, 제대로 이 사건을 바라보고 수사하길 바랍니다.
(기자회견 자료 다운받기 20150310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고정범식씨 사건 기자회견문(국회).pdf )
(관련기사 : 정범식씨 사망사건 "남편은 말없지만 몸이 진실 말해" http://www.usjournal.kr/News/69367)"
3. 2015년 5월 29일, 근로복지공단에 고정범식씨 산재보험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