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 많이 발생한 사업장 164곳 공개
고용노동부는 지난 8월 5일 산업재해율이 높거나 사망사고 등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한 사업장 164곳을 발표하였다. 이번에 발표한 사업장은 ① 2010년도 산업재해율이 규모별 같은 업종의 평균재해율을 넘는 사업장 중에서 상위 10% 사업장(상시 근로자 150명 이상인 사업장으로 재해자 2명 이하 제외): 135곳 ② 2010년도에 2명 이상 사망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으로 사망만인율(연간 상시근로자 1만명 당 발생하는 사망자수로 환산한 수치)이 규모별 같은 업종의 평균 사망만인율 이상인 사업장: 17곳 ③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최근 3년간 산업재해 발생 보고의무를 2회 이상 위반하여 사법조치 또는 과태료를 부과받은 사업장: 6곳 ④ 2010년에 중대산업사고가 발생하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사법조치 또는 과태료를 부과받은 사업장: 6곳 등이다.
이에 한진중공업, 금호타이어,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이 산재 다발 업체로 공개되었고, SK에너지, 포스코,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등이 사망사고 다발 사업장으로 공개되었다. 하지만 이번 집계는 하청 노동자 재해를 하청사업장으로 집계하여, 상대적으로 원청 사업장 노동자의 재해율 및 사망자수가 낮게 집계된 문제가 있다. 앞으로는 이러한 문제가 시정된 공표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앞으로 청소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모든 업종의 사업주는 휴게실·샤워실 등 위생시설 설치에 협조해야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안을 지난 8월 25일 입법예고했다. 사업을 도급하는 자는 업종과 관계없이 수급인에 소속된 근로자를 위해 위생시설(휴게실, 세면·목욕시설, 세탁시설, 탈의시설 등)을 설치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거나, 도급하는 자가 갖춘 위생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한편, 영업 비밀을 이유로 사용 화학물질의 유해성을 근로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아 근로자 건강보호가 소홀히 되지 않도록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작성할 때에는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제2호에 따른 영업비밀이라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화학물질의 구성성분 및 함유량을 반드시 기재토록 했다.
이는 그간 청소 노동자들이 쉬거나 씻을 공간도 없이 일하고 있는 열악한 노동 환경에 대한 해결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반영된 것이다. 한편, 사업주가 ‘영업비밀’을 이유로 노동자에게 제대로 된 화학물질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실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한 화답 성격이다. 이 개정안은 특별한 이견이 없으면,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데, 이 개정안의 시행으로 청소 노동자의 열악한 상황이 개선될지, 그리고 화학물질에 대한 노동자의 알 권리가 충족될지 추적 검토가 필요할 듯 하다.
특수고용 노동자에 산재보험 적용 확대, 사내하청 산재로 원청에 집계
정부와 여당이 지난 9월 9일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은 저임금 근로자에 대해 사회안전망과 복지를 확충하고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주요 내용은 내년 하반기부터 정부가 저소득근로자에게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보험료를 연간 1인당 25만원 지원하고, 기업주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을 차별하면 최고 1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 등이다.그런데 여기 안전보건과 관련된 내용도 포함되었다. 택배 기사와 퀵서비스 기사 등 특수고용 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 확대, 원청 업체가 산업재해 예방 조치를 강화하도록 원청 업체의 재해율 산정시 사내하도급 업체의 재해를 포함, 원청 사업주의 사내하도급 업체에 대한 산재예방 조치를 현행 건설·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확대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특수고용 노동자 산재보험 적용 대책에서 드러나듯 그것이 노동자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채, 오히려 이들의 노동자성을 부정하여 실질적으로는 오히려 해가 되는 방향의 정책이 되지 않을지 우려된다. 향후 제도화 과정에서 면밀한 검토와 개입이 필요할 듯하다.
지난 6월 23일, 서울행정법원은 근로복지공단을 대상으로 한 故 황유미 씨와 故 이숙영 씨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인 유가족들에게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했던 노동자들의 백혈병 발병 사례들 중 처음으로 업무로 인한 질병발생을 인정받게 된 것이다.
노동자들의 근무력과 질병 경과
이들은 삼성반도체 기흥사업장 3라인에서 확산 및 습식 식각 공정에서 근무하는 동안 벤젠, 포스핀, 신너, 2-메톡시에탄올 등 에틸렌글리콜 류의 화합물, 산화에틸렌 등에 노출되었다. 또한 더미 웨이퍼에 대한 디캡 (decap) 작업을 하면서 벤젠, 산화에틸렌 등에 노출되었고, 다른 공정에서 발생한 유해물질, 특히 광학현상 공정에서 사용된 벤젠, 임플란트 공정에서 사용된 아르신, 아르신이 화학반응을 일으켜 발생한 삼산화비소 등에도 노출되었다. 뿐만 아니라 임플란트 공정 베이에 설치된 가속이온주입기 앞을 지나다니면서 방사선에도 노출되었으며, 이에 더해 3교대 근무를 하면서 수시로 생체리듬을 깨는 야간근무, 초과근무 등을 수행함으로써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 등 다양한 발암성 작업환경 위험요인들과 과로 등에 복합적으로 노출되었다고 할 수 있다.
사진. 근로복지공단에서 연좌농성 중인 피해 노동자 가족 (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작업환경 측정과 역학조사 결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2007년 9월에 삼성반도체 기흥사업장 3라인을 대상으로 작업환경을 측정한 결과에서는, 벤젠, 톨루엔, 크실렌, n-부틸아세테이트, 2-에톡시에틸아세테이트, 2-메톡시에탄올, 2-헵타논, 에틸렌글리콜, 인산은 모두 측정되지 않았고, 아르신은 측정되지 않거나 흔적(trace)만 있는 것으로 측정되었으며, 불화물은 최고 노출농도가 매우 낮은 수준으로 측정되었다고 보고했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3라인 9개 베이에서 측정·평가가 이루어졌으나, 화학물질 수준은 매우 낮은 편이었고 발암성 물질로 알려진 벤젠과 아르신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방사선 노출평가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의뢰에 따라서 한일원자력주식회사가 2007년 12월에 시행했다. 근로자가 1일 8시간 동안 피폭될 수 있는 최대 피폭선량을 산출한 결과, 5개 지점 중 4개는 자연방사선 미만 수준, 1개는 시간당 2.4 uSv로 연간 주당 40시간 씩 50주를 근무한다고 가정했을 때 총 4.8 mSv 정도에 노출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참고로, 일반인 연간 선량한도는 1 mSv). 당시 이러한 조사결과를 전체적으로 평가한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역학조사 평가위원회의 의견을 살펴보면, 위원 13명 중에서 3명이 이들의 사망에 업무관련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출했고, 1명은 업무관련성이 있다는 증거도 없으나 명백한 반증도 없다는 의견을, 9명은 업무관련성이 낮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 후 2008년도 1월초부터 12월말까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국내 전체 반도체 사업장을 대상으로 근로자 역학조사를 시행했다. 인사코호트와 고용보험 코호트 자료를 활용하여 표준화 사망비와 표준화 암등록비 등이 계산되었고, 전반적으로 암사망이나 발생등록비가 일반인구집단보다 낮게 추정되었다. 하지만 여성근로자의 비호지킨 림프종 표준화 암등록비가 2.67배(95% 신뢰구간은, 1.22~5.07) 높다는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한편 2009년 6월경 반도체협회로부터 자문의뢰를 받아 서울대학교가 5개월 동안 ‘반도체 사업장 위험성 평가’를 수행했다. 당시 감광공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감광제 벌크(액체용액)에서 미량이지만 벤젠이 검출되기도 하였고, 이온 주입과정에서 아르신 가스와 부산물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들은 백혈병의 원인물질들로 알려진 것들이다.
판결의 주요 내용
재판부의 이상의 근거들을 검토하여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현대 의학에서 백혈병의 위험인자가 명확하게 규명된 것은 아니지만, 벤젠, 1,3-부타디엔, 산화에틸렌 등 일부 화학물질과 전리방사선이 백혈병의 발병 원인으로 알려져 있고, TCE, 포름알데히드 등도 백혈병을 발병시키는 의심인자로 보고되었으며, 또한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경우 비록 그 화학물질이 백혈병을 발병시킬 수 있다는 점이 의학적으로 증명된 바가 없다 하더라도 그에 의한 백혈병 발병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역학조사 결과에서 반도체 사업장 여성 근로자의 백혈병 관련 표준화 사망비나 표준화 암등록비의 신뢰구간의 폭이 넓어 그 결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 하더라도, 일반 국민보다 표준화 사망비나 암등록비가 높다는 점은 이들의 백혈병 발병에 작업환경이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추정을 뒷받침한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비록 이들에게 발병한 급성골수구성백혈병의 발병경로가 의학적으로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들이 기흥사업장 3라인에서 근무하는 동안 각종 유해화학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급성골수구성백혈병이 발병하였거나 적어도 그 발병이 촉진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이들에게 발병한 급성골수구성백혈병과 그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판결의 명과 암
이번 판결에서 상당히 전향적이었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① 인정된 질병의 종류가 급성골수구성백혈병(AML)이라는 점 (급성림프구성 림프종과 비호지킨 림프종은 불인정), ② 故 황유미 씨의 경우 잠복기가 1~2년 정도로 짧게 추정됨에도 불구하고 인과성이 인정된 부분, ③ 노출평가결과 명확한 발암성 요인(Group I)인 벤젠과 전리방사선 외에도 발암성 가능요인(Group IIA)인 TCE 등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언급을 했다는 점, ④ 역학조사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음에도 표준화사망비의 상승을 인과적 판단에서 언급한 점 등이다. 이는 기존의 직업성 암 판결에 비추어 볼 때 매우 진전된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이 긍정적이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함께 행정소송이 이루어진 나머지 세 건의 사례들에서는 원고와 피고 (실제로는 피고라기보다 보조참고인인 삼성반도체) 사이에 팩트(fact)를 둘러싼 주장들이 대립하는 가운데, 일방적으로 피고 (실제로는 보조참고인)의 주장이 ‘채택’됨으로써 유해요인의 인과성은 차치하고 노출 과거력 자체를 상당부분 인정받지 못했다.
산재, 특히 업무상 질병을 둘러싸고 이러한 상황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재현될 수 있다. 드물지만 노동자들에게 우호적인 증거가 채택되는 경우도 생길 것이고, 많은 경우 사법부의 ‘양심적이고 자유로운, 정보에 기반한’ 판단에 따라 여태까지 그래왔듯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판결들이 내려지게 될 것이다. 산보연의 역학조사 보고서는 작업과의 백혈병 사이의 인과성을 확정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었지만, 바로 그 보고서를 근거자료로 법정이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는 점은 반대의 상황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따라서 개별 사례에서 업무 연관성 판결을 이끌어내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를 노동자 입증책임으로 정해놓은 산재보험 체계, 법원이라는 가장 보수적인 정치적 기구,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게 학술적 판단의 대상이 되어야 할 ‘인과성’의 확정 권한까지 부여한 현행 행정소송 제도를 넘어서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퇴근길의 전철에는 자리가 없다. 서서 자리가 날 때 까지 기다려야 한다. 에어컨 바람에 시원하지만 그래도 한 시간 이상을 서서 가는 것은 고단하다. 전철을 타자마자 재빨리 객차 안을 스캔해보지만 역시 자리는 없다. 그렇다면 누가 먼저 내릴지 눈치 봐서 그 사람 앞에 서 있는 것이 좋다. 서울 벗어나기 전에 내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양수리를 지나 양평까지도 가는 장거리 승객도 섞여있으므로 이들을 구별해내는 것은 편안한 퇴근길의 핵심이다. 어떻게 구별해낼까? 옷차림으로는 알 수 없다. 소지품과 핸드폰 사용행태로도 구별이 힘들다. 이럴 때엔 종아리를 보면 알 수 있다. 종아리에 모기 물린 자국이 많은 사람. 이들을 피해야 한다. 내 다리와 같은 유형의 사람은 시골에 살 가능성이 높다. 반면 아파트와 도시 내에 사는 사람들은 희고 깨끗한 종아리를 갖고 있다. 이런 사람들을 찾아 그 앞에 서있으면 얼마안가 자리가 날 확률이 높다. 두 번째 여름을 나면서 터득한 방법이다.
여름의 시골은 곤충의 천국이다. 이놈들은 가리는 곳도 없고 크기와 힘에 있어 도시의 것들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우리 집의 여름 군식구들을 소개해볼까 한다.
방충망을 치고 모기향을 피워도 늠름히 집안을 장악한다. 시골의 모기는 검은 얼룩 띠와 무시무시한 침을 갖고 있는 산모기라 서너 군데를 한꺼번에 물릴 경우 오한과 발열, 두통을 선물한다. 물린지 사나흘 지나면서부터 고름이 차기 시작해 한 달 가량 가려움증과 진물로 고생하게 한다. 일주일쯤 지나면서부터 물린 부위가 검게 변하여 여름이 끝나갈 무렵엔 종아리와 팔뚝은 얼룩덜룩해진다. 간혹 축사로부터 날아온 쇠파리도 집안에 들어오는데 작년에 TV보다 발바닥을 쏘였을 때엔 기절할 만큼 아프고 가려웠다. 뇌가 멈춰버려, 일주일가량은 무언가에 대해 차분히 생각을 한다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름을 모르기에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으나, 대략 십 여종의 날벌레가 대략 3,4백마리 부엌에 산다. 저녁에 형광등을 켜놓고 설거지를 하고 나면 벽과 천장의 흰 벽지 위에 까맣게 붙어있다. 처음엔 약도 뿌려보고 향도 피워보고 했으나, 이젠 그냥 내버려둔다. 수명이 짧아 다음날 아침에 가보면 대부분 죽어 바닥에 떨어져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며칠 동안은 잠잠하다. 음식을 하는 동안 아주 가끔은 종아리 피부에 붙어있는데 그러고 나면 아주 작은 모기자국 같은 것이 생기는 것으로 봐서, 사람의 피부를 무는 것은 모기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날아다니는 것이 많아서인지, 거미도 많다. 콩알만 한 거미부터 손바닥만 한 대형거미까지 벽 모서리마다 잔뜩 거미줄을 쳐 놓는다. 이른 아침 현관문을 열고 마당을 가로질러 가는 길은 밤새 거미가 쳐 놓은 거미줄의 정글을 빠져나가는 것과 같다. 신기한 것은 새로 지은 거미줄일수록 탱탱하고 신선하다는 것이다. 아침햇살에 은색으로 반짝이며 손으로 만져도 끈적이지 않을 만큼 매끈하다. 손끝으로 살짝 튕기면 ‘덩~’하는 소리가 날 것 같다. 힘 좋은 큰 거미는 마당과 이쪽과 저쪽을 가로지르는 집을 지어놓기도 하는데 그 크기가 어마어마해서 감탄스러울 정도이다.
이층의 주인아주머니는 거미줄을 보는 족족 빗자루로 뜯어버리지만, 나는 절대 뜯지 않는다. 거미줄에 잔뜩 걸린 모기와 날벌레를 보면 거미가 고마울 뿐이다. 그래서 집안의 거미줄도 건드리지 않고 놔두는 편인데 보기는 좋지 않다. 집안에도 거미가 많아 TV를 보고 있으면 꽤 큰 놈이 천정에서부터 내려와 눈앞에서 흔들흔들 할 때도 있다. 세어보지는 않았으나 집안에서 우리와 같이 기거하는 거미의 숫자는 대략 30여 마리로 추정된다.
밤에 불을 끄고 누우면 집안은 일순간 소란스러워진다. 형광등이 꺼지면 깜짝 놀란 풍뎅이와 나방이 불빛을 찾아 요란을 떨며 날아다니기 때문이다. 이놈들의 특징은 시끄럽다는 것이다. 그러면 집안에서 같이 사는 고양이들의 뜀박질이 시작된다. 벌레를 잡기위해 푸다닥거리며 온 집안을 뛰어다닌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면 마룻바닥에는 여지없이 나방을 비롯한 무엇인지 알기 힘든 벌레들의 잔해가 흩어져 있다. 제일 보기 싫은 것은 귀뚜라미의 잔해이다. 여러 번 산채로 잡아 창밖으로 내보내 주지만, 고양이들에게 잡히는 것들이 더 많다.
청개구리신기한 일이다. 봄부터 여름까지 부엌에 꾸준히 들어오는 청개구리들. 도대체 어떻게 들어오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들어와서 싱크대 위의 양푼이에 떡~하니 올라앉아있거나 쌀독 항아리 뚜껑에 앉아있다. 아침마다 부엌에서의 첫 번째 하는 일은 개구리를 잡아서 창밖으로 내보내는 일이다. 그러나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똑같은 자리에 앉아 있다. 동화에 나온 개구리 왕자도 아니고, 도대체 어디로 들어오는지. 말이 통한다면 꼭 묻고 싶다. 그리고 가끔은 청개구리 대신 맹꽁이(?)처럼 생긴 커다란 떡두꺼비가 부엌뒷문 방충망 밖에 앉아 부엌 안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도 있다. 우리 집 부엌에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건지. 그래도 청개구리는 우리 집에 들어오는 것들 중에 가장 점잖고 의젓하여 좋아하는 편이다.
밤에 산책 나가면 집 앞 길가에서 볼 수 있다.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인지 작년보다는 보기 힘들다. 길 옆 으로 개울이 나 있는데 그 개울가 뽕나무 근처나 피마자 나무 덤불주변에서 볼 수 있다. 시골의 날아다니는 곤충 중에서 가장 귀하고 신기한 벌레들이다. 작고 수줍은 푸른 불빛을 보면 매번 감탄을 하게 된다.
집안 보다는 마당의 풀밭에 바글바글 거리며 살고 있다. 잔디마당을 가로질러 가면 2,30마리의 방아깨비를 볼 수 있는데 사람 발자국소리에 놀라서 이리저리 풀쩍거리며 뛰는 모양을 보고 있으면 발밑이 어지러워 걸음을 떼기가 힘들다.
마당에 빨랫대를 놓고 빨래를 널고 있노라면 방아깨비와 여치 등이 빨래 위에 앉아 있기도 하다. 처음엔 속옷 등에 벌레가 앉아 있으니 꺼림칙하였으나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대신 빨래를 갤 때 조심해야 한다. 소맷단 같은 곳에 이러저러한 벌레가 붙어 옷장 서랍 안으로 같이 들어가게 되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반면 사마귀는 주로 신발장의 우산에 붙어산다. 우산 손잡이에 앉아 있다가 비 오는 날 우산을 꺼내려고 하면 무척 귀찮은 듯 천천히 비켜나준다. 마당의 다른 벌레들이 녹색인 것에 반해 사마귀는 색도 검붉고 크기도 커서 좀 징그러운 구석도 있으나 움직임이 느려 구경하는 재미가 있기도 하다.
옆집이 꿀벌을 친다. 그 집 마당과 뒷산까지 해서 벌통이 서른 개 가량 되는 모양인데, 그렇다 보니, 자연히 집 주위에 벌이 많다. 원래 벌을 별로 안 무서워해서 상관없지만, 집안으로 들어오거나 하면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긴 하다. 지난겨울에 먹다버린 몇 가지 채소의 씨가 땅에서 싹을 틔워 지금 부엌 뒷문밖에는 참외와 수세미, 호박 등이 넝쿨로 자라고 있다. 여름 내내 노란색 꽃을 피워대니 당연히 꿀벌도 모여들었다. 그래서 부엌 뒷문 밖은 항상 꿀벌들이 윙윙대는 소리로 요란하였다. 노란 수세미 꽃에 동골동골 꿀벌이 앉아서 부지런떠는 모습을 보는 것이 여름 내내 재미였다.반면 말벌은 귀엽지도, 재미있지도 않는 존재이다. 건물 벽과 지붕 처마 밑, 마당의 싸리나무 사이 등등에 수시로 벌집을 지어놓고 떼로 모여 산다. 꿀벌에 비해 크기도 크고 발도 흉측하게 길어 날아다니는 것을 보면 음흉한 느낌이 드는데 말벌에 대한 편견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지난번에는 추석을 앞두고 마당의 나무와 화초들을 대거 가지치기 하면서 나무에 붙어있던 말벌 집을 빗자루로 떼어 버렸다. 벌집의 크기도 작고 말벌도 몇 마리 안 되 길래 그냥 툭 쳐서 떼어 버렸다. 그러고 내쳐 주변 가지를 정리하는데 말벌에 두 번이나 쏘인 것이다. 처음 쏘인 것이라 병원을 갈까말까 했는데 다행히 멀쩡했다. 오히려 그날 모기에 물린 곳이 더 붓고 곪아버렸다. 말벌보다 모기의 침이 더 독할 수도 있나보다.
그 외 나비와 잠자리, 매미 그리고 기타 등등, 이런저런 벌레들과 한동네서 살고 있다. 원래 이름도 모르는 벌레라서 봐도 눈에 딱히 들어오지는 않는 많은 곤충들과 함께. 그리고 아파트등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이름을 말하기도 싫은 해충들까지. 처음에 이사 와서 옆집 아주머니에게 ‘벌레가 많아요?’하고 물었더니 많다고 답해주셨다. ‘어쩔 수 없어, 시골은.’이라는 설명과 함께. 작년에 워낙 벌레 때문에 고생한지라, 올해 여름을 맞아 새롭게 조치를 취했다. 우선 방충망을 스텐레스 방충망으로 바꿨다. 값이 일반방충망에 비해 두 배로 비싸지만 큰맘 먹고 투자하였다. 그리고 모기퇴치 액을 사서 고무장갑 끼고 방충망에 덕지덕지 발랐다. 술에 약한 나는 그날 밤에 약 냄새에 취해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그것도 모자라 건물 외벽에도 퇴치 액을 뿌려두었고 창 아래 화단에도 잔뜩 뿌려주었다. 그 덕분인지, 아니면 올해 비가 많이 와서 곤충번식에 애로점이 있었는지 아무튼 올해 여름을 무탈히 나고 있다. 여전히 벌레는 왕성하지만 그래도 노래가사처럼 ‘별 일 없이 잘 살고 있다’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여긴 시골이고, 여름엔 곤충의 세상으로 변하는 것을 어찌 하겠는가. 참아내고 살아야지.
저 자: 신디아 로빈슨 (Cynthia F. Robinson), 패트리샤 설리번 (Patricia A. Sullivan),
지아 리 (Jia Li), 제임스 워커 (James T. Walker)
논문제목: 1984-1998년 미국 여성에서 직업성 폐암.
출 처: 미국산업의학회지 (American Journal of Industrial Medicine)
2011년 54호 102-17쪽
이번 호에는 2011년 미국산업의학회지(American Journal of Industrial Medicine)에 실린 논문을 소개하려고 한다. 이 논문은 1984년부터 1998년까지 15년간 폐암으로 사망한 미국 여성들의 직업을 분류하여 여성들에서 폐암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큰 직업이 어떤 것들인지 살펴보았다.
암 치료기술이 매우 발전하기는 했지만, 폐암은 발병 후 5년 후 생존률1)이 15%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매우 치명적인 암 중의 하나이다. 미국암학회에서는 2006년 전체 여성 암 사망자 중 29%가 폐암으로 사망하여 그 비중이 가장 크다고 보고했다.2) 더 큰 문제는 남성에서 폐암 사망률은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하고 있지만, 여성의 폐암 사망률은 적어도 2004년 시점까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널리 알려지고, 보건 당국에 의한 금연 정책과 각종 캠페인들이 적극적으로 펼쳐지면서 일반인들은 흔히 폐암이라고 하면, 흡연만이 유일한 원인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직업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폐암을 유발할 수 있다. 현재까지 알려져 있는 직업적 폐암 위험요인을 간략히 나열하면, * 먼지 (석면, 이산화규소, 나무먼지), * 금속 (크롬, 비소, 니켈, 카드뮴, 납), * 다핵방향족탄화수소 (디젤엔진 배출물질, 조리용 기름, 흡연, 용접 흄, 기타 연소 부산물 등), * 방사선 (라돈, 이온화 방사선), * 일부 유기용제 등이 있다.
미국의 사례에서 흥미로운 점은 1978년부터 1997년 사이 건강영양조사 결과 여성 흡연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간 동안 여성 폐암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흡연에서 폐암 발병에 이르기까지 20년 이상이 걸리므로, 흡연률의 변화가 바로 폐암 발병의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은 치명적인 질병인 폐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금연 정책뿐 아니라 폐암을 유발할 수 있는 직업적인 유해 요인에 대한 노출을 줄이는 것도 필요함을 시사한다. 저자들은 이와 같은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하여, 특히 미국 여성 노동자들에서 직업적 노출과 폐암 사망 사이의 관련성을 보는 연구가 현재까지 매우 부족하다는 결론에 따라 이 연구를 수행하였다고 밝혔다.
미국의 사망진단서에는 사망자의 친척이 고인이 생전에 가장 오래 종사했거나 일생동안 종사한 직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이 정보는 표준 직종 분류와 표준 산업 분류에 따라 구분하여 전산 정보화된다. 이 작업에는 미국의 모든 주가 다 참여하는 것은 아니며, 50개 주들 중 27개 주가 참여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이들 27개 주에서 수집된, 1984~1998년의 15년 동안 사망한 여성 457만여 명의 사망 기록을 이용하여 본 연구를 수행했다. 자료에는 사망자의 직업과 주요 사인 이외에도 사망 시 연령, 성별, 인종에 대한 정보가 있었다. 연구자들은 인종에 따라 결과를 나누어, 백인, 흑인과 히스패닉으로 구분하여 제시했다.
통계분석은 비례사망분석이라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를 간략히 설명하면, 먼저 비례사망비(PMR, Proportionate Mortality Ratio)라는 것을 구하는데, 이는 특정 직업군에서 폐암으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전체 직업군에서 폐암으로 인한 사망자 비율로 나눈 후 100을 곱하여 얻는 값이다.
비례사망비 = 특정직업군에서 폐암 사망자의 비율 / 전체 직업군에서 폐암 사망자의 비율 x 100
따라서 특정 직업군이 전체 직업군에 비해 유달리 폐암 사망자의 비율이 높다면, 비례사망비의 값은 100 이상이 나오며, 그 정도가 심할수록 더욱 큰 값을 가지게 된다. 이 지표가 100 이상으로 유의하게 높은지는 몇 가지 종류의 통계 방법을 이용하여 검정했다. 또한 다른 코호트연구와 국민건강영양조사 등에서 관찰된 직종별 흡연률과 흡연자들의 폐암 사망률 등 외부 자료를 이용하여 간접적인 방법으로 흡연의 영향을 보정한 비례사망비를 계산했다. 저자들은 실업자, 파트타임 노동자, 가사노동자, 가정주부, 직업 또는 산업이 불분명한 경우는 분석에서 제외하였다고 밝혔다.
그림. 본문에 소개된 1984-98년 27개 주의 직업성 사망자 수
연구기간 동안 사망한 여성은 457만여 명이었으며, 이 중 21만여 명(백인 19만 4천여 명, 흑인 1만 8천여 명, 히스패닉 1천 5백여 명)이 폐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 직업을 업종별로 구분했을 때, 건설업, 운수업, 소매업, 농업, 임업, 어업, 간호/개인돌봄 산업(nursing and personal care industry) 등에서 다른 업종에 비해 여성 노동자가 폐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높았다. 한편, 직종별로 구분했을 때는 정밀 기계 생산직, 경영직, 기술직, 관리직, 전문가 직종에 근무한 여성 노동자가 폐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높았다.
연구자들은 본 연구의 주된 목적이 폐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직업적 노출 요인에 대한 가설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이에 따라 폐암의 비례사망비가 높았던 주요 직종과 업종에 근거하여, 가능한 폐암 발생 유해요인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생산직 여성 노동자에서 폐암의 비례사망비가 높았는데, 업종별로 구분하면, 기계공, 수리공, 박판공 (sheet metal worker), 전기공, 전기기구 조립공, 펀칭공, 프레스공, 금속가공공, 플라스틱 기계 운전공 등이 해당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에서 높았는데, 그 중에서도 라디오, 텔레비전, 통신기계 제조업, 인쇄출판업, 전기 기계 제조업 등이 두드러졌다. 이러한 업종들은 이전의 유사한 연구에서도 폐암 사망 위험이 높다고 보고된 바 있다. 노출 가능한 폐암 유발 위험물질로는 석면, 비소, 비스(클로로메틸) 에테르, 6가 크롬, 니켈, 니켈 화합물, 다핵방향족탄화수소, 라돈, 염화비닐, 아크릴로니트릴, 베릴륨, 카드뮴, 포름알데히드, 아세트알데히드, 실리카 (규소), 콜타르, 코크스로 배출물질, 합성 유리섬유, 간접흡연 등이 의심된다고 하였다.
이외에도 운수업 부분에서는 트럭 운전과 버스 운전, 대중교통 운전업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의 폐암 비례사망비가 높았다. 가능한 유해요인으로는 디젤엔진 배기가스에 포함된 다핵방향족탄화수소 (PAH), 운송수단 내부에서의 간접흡연, 브레이크 라이닝에 포함된 석면 등을 꼽았다.
경영 및 관리직종, 기술직종, 전문가 직종 등에서는 공무원, 컴퓨터 업무, 비서, 도서관 사서 등의 다양한 사무직 여성 노동자에서 폐암의 비례사망비가 높았다. 언뜻 생각하기에 의외의 결과로 보이기도 하지만, 사무직 여성 노동자에서 폐암의 위험 증가는 유사한 여러 연구들에서도 관찰되었던 사실이라고 저자들은 언급했다. 이들 직종에서의 가능한 위험요인으로는 실내근무에 따른 라돈 노출, 간접흡연 등이 있으며, 작업장 내부 또는 가까이에 위치한 사무실의 경우 사무직 여성 노동자라도 작업장의 폐암 유발물질에 동시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보건의료직종에서는 간호사, 의사, 방사선 기사, 임상기사 등의 직종에서 높았으며, 이는 방사선, 포름알데히드 등 폐암 유발물질에 노출되는 것을 원인으로 추정했다.
마지막으로 서비스업종에서는 도소매업, 부동산업, 가죽 및 신발가게 점원, 주유소 등에 근무한 여성 노동자에서 높았다. 각각 취급하는 물질에 발암물질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과 석면, 디젤엔진 배출물질, 분진, 간접흡연 등을 가능한 위험요인으로 언급했다.
연구자들이 스스로 지적한 연구의 한계점은 다음과 같다. 친척이 제공한 정보로 사망자의 직업을 분류하는 과정에서 분류가 부정확할 수 있으며, 또한 한 사람이 일생동안 여러 직업을 가질 수 있으나, 본 연구에서는 그 중 가장 오랜 기간 종사한 직업 하나만을 이용했다는 문제점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미국 전체는 아니지만 27개 주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장기간 동안 대규모의 사망자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있다.
미국 남성을 대상으로 분석한 기존의 연구는 전체 폐암 중 6~17%가 흡연 이외의 직업적 위험요인 노출과 관련 있다고 추정했다. 또한 여러 종류의 직업적 폐암 위험요인에 노출되는 사람들이 흡연을 하는 경우에는 직업적 위험요인 노출 없이 흡연만 하는 경우에 비해 폐암 발생률이 훨씬 높다는 연구결과가 다수 알려져 있다. 연구자들은 치명적인 질병인 폐암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남녀를 막론하고 직업적 노출 위험요인들이 노동자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꾸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본 연구는 2011년 미국산업의학회지에 출간된 최신 논문이며, 검색엔진인 구글이나 펍메드(Pubmed)에서는 초록만 확인할 수 있다. 원문은 대학교 도서관/의학도서관 등에서 확인 가능하다.
<끝>
1) 암 진단 시점으로부터 5년이 지난 후 환자가 살아있을 확률을 일컬음
2) 한국의 2010년 사망통계에서도 여성에게서 사망률이 가장 높은 암은 폐암이었으며, 그 다음으로 위암, 대장암의 순이었다.
한국에서 성적 괴롭힘, 공식적으로는 ‘성희롱’으로 번역되는 'sexual harassment' 는 일본에서 ‘성적 짓궂은 짓’으로 번역되다가 요즘은 영어의 일본식 발음으로 표현하거나 줄여서 “세쿠 하라”라고 말한다. 이 글에서는 부적절한 표현이지만 한국에서 공식적으로 쓰이는 용어인 ‘성희롱’으로 쓴다.1)
2010년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에 있는 전국의 노동국 고용균등실에 요청된 성희롱 상담은 총 11,749건이었다. 고용균등실은 남녀 균등 대우 확보, 직장생활과 가정생활 양립 지원, 파트타임 노동 대책 등을 추진하는 기관이지만 상담의 절반은 성희롱에 관한 것이다. 반면 성희롱이 산재로 인정된 사례는 2004-2009년 사이에 22건에 불과하다.
이러한 가운데 후생노동성은 2011년 6월 전문가회의를 열어 성희롱으로 정신질환에 걸린 노동자가 산재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기준과 운영 수정을 요구하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 배경에는 성희롱에 시달린 한 여성의 투쟁이 있었다.
“성희롱 인정 길 넓힌다” 올해 가을에 설립할 ‘퍼플 유니온’에 대해 논의하는 사토 씨(중앙)와 고야마 위원장(우) (출처: 2011.06. 28 홋카이도신문)
사토 카오리 씨는 통신업계 대기업이 만든 계열사인 파견회사 직원이며 모회사인 통신회사에서 신입사원 교육을 담당하는 파견노동자였다. 교육 강사로 일하던 2003년 말부터 상사의 성희롱이 시작되었다. 메일로 ‘고백’이 오고 식사나 여행을 같이 가자는 끈질긴 권유가 계속되었다. 심지어 손에 입을 밀어 붙이는 등 상사의 행동은 점차 심해졌다.
사토 씨는 ‘성희롱’이라는 단어는 알고 있었지만 해고가 될지도 모르는 불안 속에서 그저 상사를 피하는데 급급했고, 상사의 행동과 ‘성희롱’은 연결시키지 못했다.
사토 씨는 상황을 눈치 챈 동료의 권유로 병원 정신신체의학과에 갔고, ‘적응 장애’ ‘강박성 장애’ ‘우울병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다.
사토 씨는 교육 강사 업무를 그만두었다. 이 업무를 그만 두면 가해자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희롱은 점점 더 심한 괴롭힘으로 변해 갔다. 가해자가 걸어오는 내선 전화, 감시 행동으로 사토 씨 정신상태도 악화되었다. 그러나 생활을 위해 일 자체를 그만둘 수는 없었다.
사토 씨는 생각다 못해 용기를 내어 원청회사에 상담을 했지만 아무 대응도 없었다. 변호사에게 상담했지만, ‘증거가 없다. 소송을 권유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의료기관에서는 ‘왜 싫다고 안 했어요?’‘상담할 수 있는 친구는 없어요?’라고 추궁당했다. 산재를 신청하려고 간 기관에서는 ‘성희롱의 산재 인정은 어렵다’고 창구에서 단념시키려 했다.
도움을 요청한 모든 곳에서 거절을 당하고, 사토 씨는 병원 접수대에서 본 성희롱 상담전화에 전화를 걸었다. 상담전화를 받은 지역여성노조인 “홋카이도 여성 노조”만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2006년 사토 씨는 퇴직 직전에 여성노조에 가입하고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회사와 교섭을 진행하면서 2007년에 산재 신청을 했다.
산재는 불승인이었다. “사업주에 의한 성희롱 상담 시스템이 기능하고 있었다. 동료도 상사에게 주의했다”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형식적인 회사 상담 창구가 기능을 했다는 것이다.
재심사청구에서는 심리적 부하강도가 3급으로 수정되었지만, 발병 전 6개월 동안 상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각되었다. 사건 발생 직후 상담하기 어려운 성폭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뿐 아니라, 후속하는 여러 문제들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었다.
2010년 1월, 사토 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성희롱 산재 불승인에 대한 행정소송은 일본에서 첫 사례였다. 여성노조는 성희롱 상담사례를 모아 후생노동성, 국회위원, 관료들에게 산재 인정기준 개선을 호소하면서 전국 노동조합 조직들과 함께 집회를 개최했다.
정부는 2010년 11월, 판결 전에 산재 인정 방침을 밝혔다. 결국 2011년 3월, 원처분청이 산재를 인정하게 되었다. 동시에 후생노동성은 전문가회의를 열어 성희롱 산재 인정기준에 관한 검토를 시작했다. 6월 28일자로 발표된 전문가회의 보고서를 토대로 후생노동성은 연내에 새로운 성희롱 산재 인정기준을 고시할 예정이다.
사토 씨는 올해 가을에 성희롱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퍼플 유니온” 설립을 도쿄에서 준비하고 있다.
그림 3. 2011년 7월 5일자 홋카이도 신문 “성희롱 산재 인정기준 후노성 재검토, 고용의 불안정함도 고려” “정신질환 판단 대상에 ‘6개월’의 벽”
1999년 제정, 2009년 일부 개정
1. 업무 상외 판단
정신장애 등 업무 상외는 정신장애의 발병 유무, 발병 시기 및 질병명을 밝힌 위에
① 업무에 의한 심리적 부하
② 업무 이외의 심리적 부하
③ 개체 측 (個體側) 요인 (정신장애 병력 등)
에 대해 평가하고 이들과 발병한 정신장애와의 관련성에 대해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2. 판단 요건
업무 상외 판단 요건은 아래와 같다.
(1) 대상 질병에 해당하는 정신장애를 발병하는 것.
(2) 대상 질병 발병 전 대략 6개월간에 객관적으로 해당 정신장애를 발병시키는 우려가 있는 업무에 의한 강한 심리적 부하가 인정되는 것.
(3) 업무 이외인 심리적 부하 및 개체 측 요인에 의해 해당 정신장애를 발병한 것을 인정되지 않는 것.
3. 업무에 의한 심리적 부하 평가
(1) 평가 방법
정신장애 발병 전 대략 6개월 동안에 ① 해당 정신장애 발병에 관여했다고 볼 수 있는 어떠한 사건(일)이 있었는지. ② 그 사건(일어난 일)에 동반하는 변화는 어떠한 것이었는지.에 대해 직장에서 심리적 부하평가표를 이용해 업무에 의한 심리적 부하 강도를 평가하고 그들이 정신장애를 발병시키는 우려가 있는 정도의 심리적 부하 여부를 검토한다.
단 사건(일어난 일)에 동반하는 변화를 평가할 때 일의 양, 질, 책임, 직장의 인적/물적 환경, 지원/협력 체제 등에 대해 검토하는 것. 특히 항상적인 장시간 노동은 정신장애 발병의 준비 상태를 형성하는 요인이 되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업무에 의한 심리적 부하 평가 때 충분히 고려한다.
(2) 정신장애를 발병시키는 우려가 있는 정도의 심리적 부하에 대한 판단
업무에 의한 심리적 부하가 정신장애를 발병시키는 우려가 있는 정도의 심리적 부하로 평가되는 경우란 별표1의 종합평가가 “강”으로 되는 경우로 하고 구체적으로는 아래의 경우로 한다.
① 사건(일어난 일)의 심리적 부하가 강도“Ⅲ”이고 사건에 동반하는 변화가 “상당 정도 과중한 경우”
② 사건(일어난 일)의 심리적 부하가 강도“Ⅱ”이고 사건에 동반하는 변화가 “상당 정도 과중한 경우”
(3) 특별한 사건(일어난 일) 등에 대한 취급
아래와 같은 상황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별표1에 의거하지 않고 종합평가가 “강”으로 된다.
- 생사에 관한 사고에 조우 등 심리적 부하가 극도인 것.
- 업무상 상병에 의해 요양중인 자의 극도의 고통 등 병상 급변 등
- 생리적으로 필요한 최소한도의 수면 시간을 확보할 수 없는 정도의 극도의 장시간 노동
4. 업무 상외의 판단
업무 상외의 구체적 판단은 아래와 같다.
(1) 업무에 의한 심리적 부하 이외 특별한 심리적 부하, 개체측 요인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이자 업무에 의한 심리적 부하가 별표1의 종합평가가 “강”으로 인정될 때에는 업무 기인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2) 업무에 의한 심리적 부하 이외 심리적 부하, 개체적 요인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업무에 의한 심리적 부하가 별표1의 종합평가가 “강”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도 업무 이외의 심리적 부하, 개체측 요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이들과 발병한 정신장애와의 관련성에 대해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단 업무에 의한 심리적 부하의 종합평가가 “강”으로 인정되는 경우이자 아래 가 및 나의 경우에는 업무상으로 판단한다.
가. 강도”Ⅲ”에 해당하는 업무 이외인 심리적 부하가 인정되지만 극단적으로 큼 등의 상황에 아닌 경우.
나. 개체측 요인에 현저한 문제가 없는 경우.
“정신장애 산재인정 기준에 관한 전문 검토회 - 성희롱 사안에 관한 분과회”는 2011년 6월 28일 보고서를 발표해 성희롱 특유의 사정을 고려해 산재인정기준 개정과 조사에 대한 유의사항을 제언했다.
정신장애 산재 판단지침에서는 직장에서 일어나는 여러 스트레스를 Ⅰ~Ⅲ 등급까지 3단계로 평가하는 “심리적 부하평가표”에 정리하고 그 평가에 의거해 업무에 기인한 정신장애로 인정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
“심리적 부하평가표”에는 성희롱에 관한 항목은 사건 (일어난 일) 유형 분류 속 ‘대인관계의 트러블’에 구분되며 구체적인 사건(일어난 일)으로서 ‘성희롱을 당했다’라는 항목이 하나 있다. 이 항목에 대한 심리적 부하 강도는 Ⅱ에 해당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 같은 유형에는 ‘심한 짓궂은 짓, 괴롭힘 또는 폭행을 당했다’ (Ⅲ), ‘상사와의 트러블이 있었다’ (Ⅱ), ‘동료와의 트러블이 있었다’ (Ⅱ), ‘부하와의 트러블이 있었다’ (Ⅰ) 등이 열거되어 있다.
검토회 보고서는 ‘성희롱을 당했다’에 대한 평균적 부하강도를 ‘Ⅱ’로 하면서 ‘Ⅲ’ 등급으로 수정하는 요소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것을 제안했다.
심리적 부하강도를 ‘Ⅲ’ 등급으로 판단하게 하는 구체적인 수정 사례
(1) 특별한 사건
심리적 부하가 극점에 해당하는 것
강간이나 본인의 의지를 억압해서 행해진 외설행위 등 성희롱.
(2) 강도를 ‘Ⅲ(강한 심리적 부하)’로 수정하는 사례
행위의 태양이나 반복 계속의 정도
- 가슴이나 허리 등에 대한 신체적 접촉을 포함하는 성희롱이자 계속해서 이루어진 행위.
- 가슴이나 허리 등에 대한 신체적 접촉을 포함하는 성희롱이자 행위는 계속되어 있지 않으나 회사에 상담해도 적절한 대응이 없어 개선되지 않았거나 또는 회사에 상담 후 직장의 인간관계가 악화된 사안.
- 신체 접촉이 없는 성적인 발언만의 성희롱이자 발언 속에 인격을 부정하는 것을 포함하고 동시에 계속해서 이루어진 사안.
- 신체 접촉이 없는 성적인 발언만의 성희롱이자 성적인 발언이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동시에 회사가 성희롱으로 파악해도 적절한 대응이 없고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사안.
(3) 강도 ‘Ⅱ’이지만 심각성에 따라 ‘Ⅲ’에 수정해야 할 유의 사례
- 가슴이나 허리 등에 대한 신체적 접촉을 포함하는 성희롱이지만 행위가 계속되지 않고 회사가 적절하고 신속히 대응해서 발병 전에 해결된 사안.
- 신체 접촉이 없는 성적인 발언만의 성희롱이자 발언이 계속되지 않는 사안.
- 신체 접촉이 없는 성적인 발언만의 성희롱이자 복수 이루어졌지만 회사가 적절하고 신속히 대응해서 발병 전에 행위가 종료한 사안.
평가 기간은 발병 전 약 6개월
병발하는 일에 대한 고려
- 행위자로부터의 희롱
- 피해 신고를 계기로 행위자나 동료로부터의 괴롭힘이나 희롱.
기타 유의 사항
- 피해자가 근무 계속이나 성희롱 피해 경감을 위해 할 수 없이 행위자에게 영합하는 것처럼 행동할 때가 있어도,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다고 안이하게 판단하면 안 된다.
- 피해자가 피해 직후 상담 행동을 취지 않아도 단순히 심리적 부하가 약하다고 판단하면 안 된다.
- 의료기관에서 처 진료 때 성희롱 사실을 호소하지 않는 것만으로 심리적 부하가 약하다고 판단하면 안 된다.
- 행위자가 상사이고 피해자가 부하인 경우, 행위자가 정규직이고 피해자가 비정규직 노동자인 경우 등, 행위자가 고용관계 상 피해자에 대해 우월적인 입장에 있는 사실은 심리적 부하는 강해지는 요소가 될 수 있다.
1) 영어 harassment는 ‘침략, 괴롭힘’의 뜻을 지니는 반면, ‘희롱’은 ① 말이나 행동으로 실없이 놀림, ② 손아귀에 넣고 제멋대로 가지고 놂, ③ 서로 즐기며 놀리거나 놂 등 (국립국어연구원, 표준국어대사전), 가벼운 놀림이나 상호 즐김의 뜻을 내포하고 있다. 성희롱이라는 번역어 자체가 한국사회 젠더 감수성의 부족을 드러낸다.
2008
2009
2010
2011 - 1/4분기
전체
256
220
195
201
남성
4
3
여성
252
217
192
198
표. 통계청 지역별고용조사에 따른 ‘가사 및 육아 도우미’ 노동자의 규모 (단위: 천명)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일본도 한국 못지않은 장시간 노동으로 이름을 떨쳤던 나라이다. ‘과로사’ 발음 그대로 Karoshi 라는 영어단어가 생겨날 정도였다. 하지만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이래 다양한 노동자 보호장치가 마련되었는데, 이 글에서는 그 대책들을 살펴보고 현실에서의 적용은 어떠한지 현지 방문 면담 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1972년 일본에서는 근로기준법에 해당하는 ‘노동기준법’에서 안전보건을 분리시켜 ‘노동안전위생법’을 만들었다. 이때부터 심야업 종사자에 대한 건강검진이 제도화되었다.
특정업무 종사자 정기 건강검진 제도
특정업무 종사자에 대한 검진이 정해지면서 심야업도 그 범주에 포함되었다. ‘특정업무’에는 고온 업무, 저온 업무, 방사선노출업무, 식물성/동물성/광물성 분진 업무, 이상기압 하 업무, 진동 업무, 갱내 업무, 중량물 취급 업무, 소음 업무, 납/수은/비소 등 유해물 업무, 병원체 오염 업무 등이 있다.
이러한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에 대해 사업주는 해당 업무에 배치전환 시, 혹은 매 6개월마다 정기 건강점진과 같은 항목의 건강검진을 실시해야 한다 (위반 시 50만 엔 이하의 벌금).
이 특정업무 검진과 별도로 분진, 유기용제 등 유해요인에 의한 건강영향을 조기에 발견하고 파악하기 위한 특수건강검진이 별도로 정해져 있다.
심야업 종사자 건강검진의 내용
심야업에 해당하는 시간대는 오후 10시부터 익일 오전 5시를 말한다. 과거 6개월 평균하여 한 달에 4회 이상 이러한 심야 시간대에 종사한 노동자는 검진을 받아야 한다.
검진 항목은 일반 검진과 같은 내용이다.
1. 병력, 업무력 조사
2. 자각증상, 타각증상 유무 검사
3. 키, 몸무게, 시력, 청력 (1,000 4,000Hz) 검사
4. 흉부 X선 검사 및 객담 검사
5. 혈압 검사
6. 빈혈 검사 (Hb, RBC)
7. 간기능 검사 (GOT, GPT, γ-GTP)
8. 혈중 지질 검사 (LDL 콜레스테롤, TG, HDL-콜레스테롤)
9. 혈당 검사
10. 뇨 검사 (당, 단백)
11. 심전도 검사 (안정 시)
12. 복위
* 흉부 X선 검사는 1년에 한 번.
** 키, 객담, 빈혈, 간 기능, 혈중지질, 혈당, 심전도는 의사 판단으로 생략 가능.
심야업 종사자의 자발적 검진
심야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늘어나면서 건강에 대한 불안도 높아지자, 노동자가 스스로 받은 검진 결과도 인정하고 사업주가 사후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제도가 2000년 4월부터 시행되었다. 이 제도 하에서, 검진 결과 제출 후 사후 조치에 대해서는 사업주에게 실시 의무가 있지만 검진을 받을지 여부, 그리고 결과 제출 여부는 노동자에게 맡겨져 있다. 이 때 검진 비용을 노동자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제도 이용 촉진 목적으로 비용 지원 제도가 마련되었다. 이 지원제도를 이용한 노동자는 2007년도에 2,485명이였다. 연령대를 살펴보면, 50대 34.7%, 40대와 30대가 24.2%였고, 독립행정법인 노동자복지기구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용자의 79.8%가 건강상 불안 해소에 도움이 되었다고 대답했다. 이 지원제도는 국가 재정 점검으로 2010년에 종료했다.
심야업 검진의 실태
표1~표3은 2005년에 후생노동성이 실시한 “노동안전위생 기본조사” 결과 중 일부를 보여준다. 전국에서 10명 이상 상시고용 사업장 약 1,200개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이들 10명 이상 상시 고용 사업장에서 심야업에 종사한 노동자 비율은 총 15.0%로 나타났다 (표 1).
표 1. 사업장 규모별 심야업에 종사한 노동자 비율
사업장 규모
심야업 종사 노동자 (%)
1,000명 이상
20.6
500-999명
17.8
300-499명
17.3
100-299명
21.0
50-99명
11.7
30-49명
13.3
10-29명
10.5
15.0
산업별로 살펴보면, 심야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있는 사업장의 비율은 34.1%이며, 운수업이 55.5%로 가장 높고, 전기/가스/열공급/수도업 46.0%, 음식점/숙박업 43.9% 순이다. 심야업 종사가 있다고 대답한 업계 비율은 5년 사이에 10.4포인트 늘어났다. 자발적 검진 결과를 제출한 노동자 비율도 운수업, 전기업에서 높았다 (표 2).
표 2 심야업 종사 노동자 유무 및 자발적 검진 현황
단위: %
업종
심야업
종사자 있음
자발적 검진 결과를 사업주에게 제출한 노동자 있음
건설업
18.9
1.6
제조업
25.2
6.9
전기/가스/열공급/수도업
46.0
15.1
정보통신업
26.4
5.8
운수업
55.5
16.6
도매/소매업
36.0
1.0
음식업/숙박업
43.9
4.4
서비스업
38.4
4.3
2005년 계
34.1
5.0
2000년 계
23.7
5.4
한편, 자발적 검진 결과를 제출받은 사업장 중 심야업 종사 횟수를 줄이거나 배치전환 등 사후조치를 강구한 노동자가 있는 사업장 비율은 전체 19.2%로 나타났다. 심야업 종사자 비율이 높은 전기/가스/열공급/수도업에서 0%인 이유는 불분명하다.
사후 조치(심야업 횟수 감소, 배치전환 등)를 강구한 노동자가 있는 사업장 비율
심야업 종사자가 늘어나는 추세에 있지만 후생노동성은 그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해마다 건강검진 실시 사업장과 노동자 수는 파악하지만 심야업 종사자에 대해서는 분명한 통계가 없다. 심야업 검진에 대해서는 일단 법적 규제가 존재하지만, 검진 결과가 노동자 건강 유지나 증진에 얼마나 기여하며 현장에서 어떤 갈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면담에 응한 후생노동성 담당자도 알지 못했다.
“과로사” 인정 기준 개정 - “과중 노동” 대책 마련
2000년 7월 일본 대법원은 자동차 운전기사에 관한 행정소송 판결에서 업무의 과중성 평가에서 만성 피로나 취업 양태에 응하는 여러 요인을 고려하는 판단을 내렸다. 이 판결에 기반하여, 2001년 12월 후생노동성은 발병 전 6개월 동안의 장기간 피로 축적을 고려하는 새로운 과로사 인정 기준을 만들었다. 종래 발병 전 1주일의 부하를 인정기준으로 삼았던 것을 개정한 것이다.
새로운 인정 기준 책정을 위해 전문가위원회가 구성되고 보고서가 제출되었다. <뇌/심장 질환 인정 기준에 관한 전문 검토회 보고서>가 그것이다 (2001년 11월).
이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결론 내렸다. “장기간에 걸친 장시간 노동이나 그에 의한 수면 부족에서 비롯된 피로 축적에 의한 건강 영향에 대해 ① 발병 전 1개월 내지 6개월 동안, 1개월에 대략 45시간을 초과하는 시간 외 노동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는 업무와 뇌/심장질환 발병과의 관련성이 약하지만, 대략 45시간을 초과하고 시간 외 노동시간이 길수록 업무와 발병과의 관련성이 서서히 강해진다. ② 발병 전 1개월 동안 대략 100시간 또는 발병 전 2개월 내지 6개월 동안 1개월 당 대략 80시간을 초과하는 시간 외 노동이 인정되는 경우는 업무와 뇌/심장 질환 발병과의 관련성이 강하다.”
노동자의 스트레스와 과중 노동 대책
일본 사회가 경제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경제활동의 국제화, 규제완화에 동반하는 산업구조 변화가 급속히 진행되었다. 기업 간 경쟁 격화, 능력주의/성과주의적인 임금/처우 도입, 노동시간의 장단 양극화 속에서 노동자의 60%가 일에 대해 강한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다.
2003년, 업무에 의해 명백한 과중 부하로 뇌/심장 질환이 산재 인정된 건수는 312건이었다. 또 업무에 의한 심리적 부하를 원인으로 정신장애 발병, 혹은 정신장애에 의한 자살이 산재로 인정된 경우가 108건이었다.
후생노동성은 2002년에 “과중 노동에 의한 건강장애 방지를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사업주로 하여금 노동자 건강 확보를 추진하도록 새로운 대책들을 실시했다. 이때부터 “과중 노동”이라는 단어가 후생노동성에서 쓰이게 되었다.
장시간 노동자에 대한 의사에 의한 면접 지도
2006년 4월, 노동안전위생법이 개정 시행되면서 50명 이상 사업장에서 장시간 노동자에 대한 의사 면접 지도가 의무화되었다. 그리고 2008년 4월부터는 50명 미만 사업장에서도 면접 지도 실시가 의무화되었다.
사업주는 노동자의 시간 외/휴일 노동시간에 따라 아래와 같이 면접 지도를 실시해야 한다.
① 시간 외/휴일 노동시간이 한 달에 100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자로서 신청을 한 사람에 대해서는 의사에 의한 면접 지도를 확실히 시행해야 한다.
② 시간 외/휴일 노동시간이 한 달에 80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자로서 신청을 한 사람에 대해서는 의사에 의한 면접 지도를 실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③ 시간 외/휴일 노동시간이 한 달에 100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자 또는 한 달에 80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자 내지 6개월 평균 한 달에 80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자에 대해서는 의사에 의한 면접 지도를 실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④시간 외/휴일 노동시간이 한 달에 45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자로서 건강에 배려가 필요하다고 인정된 사람에 대해서는 면접 지도 등 조치를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강제력이 떨어지는 제도화
장시간 노동자에 대한 의사 면접 지도는 한 달에 100시간 초과 노동자에 대해서, 그것도 신청한 노동자에 대해서만 의무화되어 있다. 100시간에 미치지 못하는 장시간 노동자에 대한 의사 면접 지도는 강제력이 없다. 이 부분은 법제화 과정에서 경영계에 반발 때문에 후퇴한 것이다.
의사 면접 지도 실시 상황 (2010년)
2010년에 장시간 노동자에 대한 의사 면접 지도를 실시한 사업장은 총 16.6%이었다. 2005년 조사에서 100시간 초과 노동자 비율은 13.4%, 이 가운데 면접 지도를 받은 노동자 비율은 8.6%이었다.
면접 지도를 실시하지 않은 이유의 약 80%는 대상자가 없었다는 것이다. 대상자가 있어도 면접 지도를 실시하지 않은 이유를 살펴보면, 300명 미만 사업장의 70%, 300명 이상 사업장 100%가 노동자 신청이 없었다는 것이다 (표 3, 그림 6).
표 3. 사업장 규모별 면접 지도 실시 현황
면접지도를
실시하지 않았다
면접지도 미실시 이유
대상자 없었다
대상자 있었지만 안했다
50명 미만
2.4
13.7
86.3
50-299명
26.3
27.6
72.4
300명 이상
47.0
40.0
60.0
20.1
79.9
대상자 있었지만 면접지도 미실시 이유
한편 현장에서 산업보건의사로 면접 지도를 담당하는 의사에 따르면, 대기업의 경우 의무 규정에 상관없이 장시간 노동자에 대해 일률적으로 의사 면접 지도를 실시하는 사업장이 많다고 했다. 이는 만일 장시간 노동자가 쓰러져 민사소송이 이루어지는 경우, 그 동안의 전례들을 볼 때 기업이 패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건강검진 실시는 기업이 해야 하는 안전(건강) 배려의무 이행의 일환으로 민사 판례에서 자리잡고 있다.
건강 우려되는 시기를 놓치는 면접 지도
현장의 산업보건 의사는 이 제도의 또 다른 문제점을 지적했다. 면접 지도가 필요한 시기, 즉 장시간 노동에 의한 건강 상태가 우려되는 시점에 면접지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면접 지도의 기준은 한 달 100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이 시간 계산은 장시간 노동을 한 다음 달에 집계가 된다. 그리고 의사에게 면접 의뢰가 이루어져 실제로 장시간 노동자와 면접을 하는 시점은 약 두 달 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의사 면접 지도는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대책에 불과하며 근본적으로 노동 시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