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산재예방에 대한 논의가 대부분 산업안전보건법의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위와 같이 사전조치는 ‘예방적 차원’으로, 사후조치는 ‘피해자 구제’의 차원으로 접근하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산재예방 대책을 사전조치에 국한시키고 사후조치에 대한 부분을 간과하거나 무시하는 일반적인 오류를 낳게 된다. 또한 사후조치를 사전예방과 연계시키기 위하여 취지나 목적이 본질적으로 다른 산재보상보험법과의 연계방안을 강구하게 된다. 산재보험료율을 개별사업장의 산재율과 결부시키려는 시도나 주장이 이러한 예에 해당한다. 이러한 시도는 산재보험제도가 산재예방이라는 차원이 아니라 피해자의 보호와 구제를 목적으로 사전예방과 다른 차원의 제도적 장치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반적 오류라고 판단된다. 피해자의 보호와 구제 그리고 사회안전망이라는 큰 테두리에서 문제를 보지 못하고 사전예방강화라는 관점에서 산재보험료율을 개별사업장의 산재율과 무리하게 결부시킴으로써 실익도 크지 않으면서 제도의 본질적 측면을 손상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예방대책은 산재 피해자에 대한 사후대책의 상대적인 개념이 아니며, 시간적 전후 개념으로 구분되는 것도 아니다. 즉, 예방활동은 사건 전․후의 개념이 아닌 일상적, 지속적 활동이다. 따라서 예방은 사전예방측면과 사후조치 및 그로 인한 예방활동 강화를 모두 포함한다. 예방대책을 사후적인 구제대책과 구분한다면, 산재발생 시점이 아니라 주요 대상과 목적이 무엇인지에 따라 구분해야 할 것이다. 사후 구제대책이 피해자를 주요대상으로 한다면 예방대책은 가해자 또는 책임자를 주요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른 것이다. 따라서 이제 사전예방과 사후보상이라는 논리에서 벗어나 예방과 보상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보자. 예방에도 사전예방-사후예방이 있고, 보상에도 사전보상과 사후보상이 있다. “사전예방과 사후보상이라는 논리에서 벗어나 예방과 보상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보자. 예방에도 사전예방-사후예방이 있고, 보상에도 사전보상과 사후보상이 있다.” 사전예방이란 현행의 산업안전보건법이 전형적인 예이다. 물론 산업안전보건법은 지나치게 명령지시적인 규제(command control regulation)로 되어 있는 점과 기술기준적인 문제로 되어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는 하지만 이 문제는 차후에 다시 논하기로 한다. 모든 사업장에서 (산재사고가 발생하던, 하였던, 하지 않았던) 일상적인 노동과정에서 사전에 취해야 할 안전보건상 의무조치를 규정하는 것이 사전 예방법인 산업안전보건법이다. 사후예방이란 문법적으로는 어폐가 있을지 모르지만 산재사고가 발생한 이후에 정부가 개입하여 다시는 그러한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함으로써 예방을 도모하는 것을 말한다. 말하자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과 같다. 만약 소를 잃었다면 반드시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는 말이다. 사후예방조치는 사고조사와 적절한 처벌을 가함으로써 사업주로 하여금 사전예방의무를 보다 충실히 이행하도록 강제하는 매우 중요한 시스템인 것이다. 사후보상에 대해서는 현재 제기되고 있는 ‘직업병 인정기준’ 또는 ‘선보장-후판정’과 같은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기는 하지만 사후보상이라는 개념자체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전보상이라는 말은 틀림없이 어감이 이상하게 들리거나 생소하게 들릴 것이다. 사고로 사망 또는 신체에 손상을 입었거나 직업병에 걸린 경우에는 사후보상을 받는다. 그러나 직업병에 딱 걸렸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몸이 상당히 불편한 경우 또는 그러한 노동환경에서 계속 일할 경우 직업병에 걸릴 가능성이 매우 높은 작업장에서 일하는 경우, 어떠한 형태로든 일정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면 이는 사전보상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가장 흔한 예가 명백한 위험작업에 대한 위험수당 또는 생명수당이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주제에 대해서는 엄청난 논란이 있을 것이다. 일단 여기에서의 논의는 사전보상을 실시해야 한다거나 하지 말아야 한다는 논의나 주장을 펼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일단 여기에서의 논의는 예방과 보상은 그 차원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산재예방을 위한 정책은 사전예방이라는 미명아래 산업안전보건법으로 국한시키고 산재사고이후의 논의는 오로지 보상에만 관심이 집중되는 노동안전보건정책과 노동계의 투쟁에는 오류의 함정이 있다는 점을 말하려는 것이다. 그 동안 우리나라의 노동안전보건 정책과 제도는 사전예방과 사후보상이라는 사고체계를 바탕으로 이루어져 왔다. 문제는 이러한 형식의 사고체계가 실효성 있는 산재예방정책의 도입을 오히려 가로막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동안전보건 문제에 대한 사회정책적 개입방식을 ‘예방대책’과 ‘피해대책’이라는 개념으로 재구성할 필요성이 있다. <표 1>은 이와 같은 인식체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다. 사회질서를 바로잡고 규율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법체계는 민법과 형법이다. 그러나 사회가 발달하면서 전통적인 민법과 형법만으로는 다양성과 전문성 또는 특수성을 지닌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비효율적이거나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수많은 법들이 생겨나게 되었는데 이러한 법을 보통 특별법이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도 그 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법들은 모두 정부가 헌법을 집행하기 위하여, 즉 국가의 기본적 의무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하여 제정된 법이므로 보통 행정법으로 분류하며 기능적인 측면에 따라 상법, 노동법 등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각 개별법에 처벌조항을 두고 있어 형법적 요소도 지니고 있으므로 넓은 의미의 형법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 동안 우리나라의 노동안전보건정책과 제도는 사전예방과 사후보상이라는 사고체계를 바탕으로 이루어져 왔다. 문제는 이러한 형식의 사고체계가 실효성 있는 산재예방정책의 도입을 오히려 가로막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동안전보건 문제에 대한 사회정책적 개입방식을 ‘예방대책’과 ‘피해대책’이라는 개념으로 재구성할 필요성이 있다. 이러한 형식적 체계의 구분을 통하여 산재예방 수단을 검토하면, 산재예방 정책이나 수단을 강구함에 있어서 논의구조가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체계 안에 국한되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