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노동자는 다양한 음식업종에서 인간의 노동력 재생산 뿐만 아니라 삶의 유지 자체에 필요한 최종 먹거리를 직접 생산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조리’라는 일이 사용가치를 생산하는 존엄한 ‘노동’으로서 인식되기 보다는 ‘여자나 하는’ 부엌의 허드렛일로 여겨져 평가절하되고, 조리노동자는 ‘식당 아줌마’라는 호칭 아래 이미 냉엄한 노동시장에 편입되어 자본의 이익에 착취당하고 있는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이 잊혀져 왔다. 따라서 노동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음은 물론 작업환경 및 그 유해성에 대한 평가 또한 미미하며, 이에 대한 연구 및 관심도 매우 드문 실정이다. 한 조리노동자의 노동사례를 들어보자.
... 아침 6시에 일어나 아이들 깨워 아침 먹이고, 학교 보내고 대충 집 정리하고 서둘러 출근합니다. 출근해서 작업복에 위생모 쓰고 장화신고 긴 앞치마를 두르면 땀이 비 오듯 흘러내리기 시작합니다...... 뜨거운 물에 손톱은 세포가 죽어 물이 차 빠지고, 화상의 위험에 항상 노출된 환경에서 무거운 장화를 신고 하루 종일 일하다 보면 발톱이 검게 죽어 새로 가는 고통도 느꼈습니다. 날씨가 무더워지면 조리실 내부의 온기와 습도는 살인적인 사우나가 됩니다. 어두침침한 조명 때문에 시력이 저하되고, 화상의 위험에 늘 노출된 환경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무거운 짐을 나르고 들면서, 출근해서 끝날 때까지 쉴 틈 없이 일하고 있습니다. 온몸에 멍이 들어가면서 한달 꼬박 일해 받은 월급은 약 60만원정도, 유치원생 원비 내고 큰아이 학원비 내고 나면 내 손에는 빈 월급봉투와 허탈만 남게 됩니다...(하영숙, 학교급식 조리종사원의 건강 및 작업환경 개선 토론회집에서)
... 아침 6시에 일어나 아이들 깨워 아침 먹이고, 학교 보내고 대충 집 정리하고 서둘러 출근합니다. 출근해서 작업복에 위생모 쓰고 장화신고 긴 앞치마를 두르면 땀이 비 오듯 흘러내리기 시작합니다.
..... 뜨거운 물에 손톱은 세포가 죽어 물이 차 빠지고, 화상의 위험에 항상 노출된 환경에서 무거운 장화를 신고 하루 종일 일하다 보면 발톱이 검게 죽어 새로 가는 고통도 느꼈습니다. 날씨가 무더워지면 조리실 내부의 온기와 습도는 살인적인 사우나가 됩니다. 어두침침한 조명 때문에 시력이 저하되고, 화상의 위험에 늘 노출된 환경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무거운 짐을 나르고 들면서, 출근해서 끝날 때까지 쉴 틈 없이 일하고 있습니다. 온몸에 멍이 들어가면서 한달 꼬박 일해 받은 월급은 약 60만원정도, 유치원생 원비 내고 큰아이 학원비 내고 나면 내 손에는 빈 월급봉투와 허탈만 남게 됩니다...(하영숙, 학교급식 조리종사원의 건강 및 작업환경 개선 토론회집에서)
최근 사회적으로 비정규직 노동 문제에 관심이 증대하는 가운데, 전국여성노동조합에서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영양사, 급식조리노동자, 사서, 과학실험보조원)의 차별철폐 투쟁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열악한 노동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조리노동자의 노동조건 및 작업환경의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 판단하여 노동건강연대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은 학교급식 조리노동자들의 건강문제를 조사해보기로 결정하였다. 그간 학교급식의 문제점 및 대안을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에서 접근하는 시도들은 많았으나, 정작 그 음식을 만들어내는 조리노동자들의 노동과 건강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거의 없었던 것은 물론이다.
조사는 크게 설문조사와 인간공학적 평가로 구성되었다. 2003년 7월 중 학교급식 조리노동자 8명과의 예비면접조사를 통해 설문지 초안을 만들고, 8월 중 예비조사와 노조 및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여 설문지를 수정․보완하였다. 초등학교 학교급식 조리노동자와 비노출군인 전업주부를 대상으로 2003년 가을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또 근골격계질환의 위험도를 평가하기 위해 2003년 11월 경기도 지역의 일개 초등학교 조리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인천대학교 노동과학연구소의 후원을 받아 인간공학적 평가도 실시하였다. 다음은 그 조사결과를 요약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학교급식은 1990년대 들어 급격한 증가를 보이기 시작해 2002년 9월 현재 급식률은 전체학교의 94.6%에 이르고 있다. 학생수로는 한창 성장기에 있는 학생(초, 중, 고, 특수학교) 전체의 83.1%인 약 650만명이 학교급식을 이용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육체적 노동을 통해 식사를 실질적으로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이들이 바로 학교급식 조리노동자로서 조리사와 조리보조원이 이에 해당된다. 학교급식 조리노동자의 수는 2002년 현재 전국적으로 약 56,000여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학교급식 조리노동자들의 하루일과를 간단히 살펴보자. 아침 8시-8시30분 사이에 출근해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그날의 음식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받은 뒤 음식 전처리, 조리에 들어간다. 11시-11시 30분 가량 되면 각 학급에 점심식사를 배식할 준비에 들어가고 점심시간이 시작되는 12시-12시 20분까지 배식을 끝낸다. 그러고 나면 20-40분 가량 조리노동자들에게도 점심식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온다. 그나마 여건이 좀 나은 노동자들은 점심식사 후 잠깐이라도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서서 점심을 먹고 먹자마자 바로 일을 시작하기도 한다. 점심식사 후 식판, 밥판, 국통, 반찬통 등을 수거하고 설거지, 뒷정리를 한다. 오후 4시-4시 30분사이 간단한 위생교육 등을 하고 일과를 마치게 된다.
초등학교 단독조리 급식학교의 규모별 필요인력을 조사한 강명희(1995)의 연구에 의하면 400식 이하의 경우 4.1-4.8명, 401-700식에서는 6.8-8.2명, 701-1000식에서는 9.7-13.5명, 1001-1500식에서는 11.1-14.9명, 1501식이상에서는 10.9-13.3명의 조리노동자가 적정한 인력인 것으로 제시되었다. 그러나 실제 규모별 평균 조리노동자수를 보면, 전체 급식의 80%이상을 차지하는 701식 이상의 규모를 가지는 학교들에서 필요 인력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조리노동자가 근무하고 있었다(그림1).
한편 서울시 교육청에서는 위 연구의 필요인력보다 적은, 학생 200명당 1명의 학교급식 조리노동자를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조리노동자 일인당 평균 급식인원수가 200식을 초과하는 학교도 37.5%에 달해 인력문제가 심각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인력 수준으로는 최소한의 필요한 휴식시간도 보장받을 수 없고 노동강도는 자연히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이는 곧 학교급식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학교급식 조리노동자들에게 사고 및 질환의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가장 기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학교급식 조리노동자들의 일당임금은 약 28,500원, 급여일수는 일년의 2/3에도 못 미치는 약 233일이었다. 일일 노동시간은 평균 7.6시간이었고, 휴식시간이 있다는 응답이 80.6%에 이르렀으나, 휴식시간이 언제냐는 질문에 거의 대부분이 점심시간이라고 응답해, 점심시간 이외의 휴식시간은 보장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학교의 조리환경에 대한 질문에서 학교급식 조리노동자들의 75%이상이 소음, 고열, 다습한 환경이 심각하다고 응답하였다. 본 조사기간 중 일개 학교를 대상으로 측정한 소음수준도 평균 77dB-90dB 수준으로 소음에 대한 적절한 조치 및 감시가 필요함을 시사하였다. 면접조사 과정 에서 ‘일 몇 년 하다보면 귀가 먹먹한 게 잘 안 들린다’ 라고 학교급식 조리노동자 분들이 말씀하시는 것으로 미루어 실제 소음성 난청이 발생하고 있을 개연성이 크다.
스팀작업시 배출되는 수증기와 음식 조리시 발생하는 수증기로 인하여 식당은 매우 다습한 환경이다. 이러한 환경은 조리시 발생하는 고열과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땀띠 등의 피부질환을 유발시킬 수 있다. 또한 조리시에는 기계 및 기구의 사용이 많기 때문에 화상, 절상 등 사고의 위험이 상존하게 되며, 항상 물기가 있는 식당의 바닥도 미끄러지는 사고의 한 원인이 된다. 일부 시설이 낙후되고 오래된 작업장의 경우 조명이 어두운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피로감을 누적시켜 사고를 부르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Karasek 모형을 이용한 직무스트레스의 측정에서 조리노동자의 직무재량도 값은 50.0점으로 조사되었다. 이 값은 한 연구를 통해 조사된 우리나라 노동자 직무재량도 평균값에 비해 약 8점 가량 낮은 수치로서, 학교급식 조리노동자의 경우 업무에 있어 재량도가 매우 낮음을 시사한다. 정신적 직무요구도는 38.4점으로 참고치 평균값에 비해 5점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학교급식 조리노동자의 스트레스 수준을 주영수 등(2003)의 연구에서 조사된 국내의 다른 직업군과 비교해 보았을 때, 서비스 관련 단순노무자, 고객서비스 사무 종사자, 운전원 및 관련 종사자보다 직무재량도는 낮으면서, 컴퓨터 관련 준전문가 등에 비해 직무요구도는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결과로 볼 때, 학교급식 조리노동자는 직무재량도는 낮고 직무요구도는 높은 전형적인 ‘직무긴장도가 높은 군’으로 평가할 수 있다(그림2).
직무스트레스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서 사회적 지지는 20.4점으로 조사되었다. 사회적 지지는 상사에 의한 것과 동료에 의한 것으로 구성되는데, 상사에 의한 지지는 참고치에 비해 낮게 조사된 반면, 동료에 의한 지지는 높게 나타나는 특징을 보여주었다. 특히 직무불안정성은 우리나라 비정규직의 직무불안정성 점수인 5.7점보다 2.5점 이상 높은 점수를 보여주어 학교급식 조리노동자의 직무불안정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낮은 사회적 지지와 높은 직무불안정성은 직무스트레스를 더욱 가중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그림2. 직업군에 따른 직무요구도와 직무재량도의 분포
(02 행정 및 경영관리자, 03 일반관리자, 12 컴퓨터관련 전문가, 13 공학 전문가, 15 교육 전문가, 21 과학관련 기술종사자, 22 컴퓨터관련 준전문가, 23 공학관련 기술종사자, 25 교육 준전문가, 26 경영 및 재정 준전문가, 31 일반사무 관련 종사자, 32 고객서비스 사무 종사자, 44 보안 서비스 종사자, 51 도소매 판매 종사자, 71 추출 및 건설 기능 종사자, 72 금속, 기계 및 관련 기능 종사자, 73 기계설치 및 정비 기능 종사자, 74 정밀기구, 세공 및 수공예 기능 종사자, 81 고정기계장치 및 시스템 조작 종사자, 82 기계 조작원 및 관련 종사자, 83 조립 종사자, 84 운전원 및 관련 종사자, 91 서비스 관련 단순노무 종사자)
학교급식 조리노동자에서 지난 1년간 사고의 발생율은 34.2%였으며, 전업주부에 비해 위험성이 7.86배나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수치는 조선업 등 금속산업 사내하청 노동자, 골프장 경기보조원에 비해서도 높은 것이다. 이는 일차적으로 앞서 언급했던 고열, 다습, 소음, 위험한 기계 및 기구, 미끄러운 바닥 등 작업환경에 기인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원인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학교급식 조리노동자에 일찍 관심을 갖고 현재 많은 연구들과 대책들이 진행 중인 일본의 경우, 사고가 다발하는 원인으로 일하는 사람의 주의력 저하를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주의력 저하’가 결코 ‘주의력이 원래 부족한’ 어떤 한 사람에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무리 주의력을 열심히 유지하자고 해도 피곤해지면 점점 저하되고, 결국 주의부족 상태가 된다. 인간은 그러한 동물이라고 단언하는 학자도 있다. 그러므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주의력이 저하되는 원인이 되는 피로가 급격히 쌓이는 것을 방지하도록 적절한 노동강도를 유지하고, 피로를 회복시킬 수 있는 휴식시간을 적절하게 설정하고, 기계는 주의력이 떨어질 때에도 충분히 안전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또 만일의 경우 위험을 피할 수 있도록 기계에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는 노동강도가 높은 국내의 학교급식 조리노동자들에게도 반드시 환기되고 적용되어야 할 대안이다.
학교급식 조리노동자가 겪는 사고의 특성을 살펴보면, 우선 사고내용으로는 화상이 45.4%로 가장 많았다. 화상을 당하는 부위는 팔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손, 다리 순이었다. 화상 다음으로는 등/허리 등이 삐끗하는 것으로 16.8%를 차지하였으며, 바닥에 미끄러지는 사고가 12.6%로 뒤를 이었다. 그 외에 자상 또는 절단, 끼임 등의 사고가 있었다.
1인당 사고빈도는 지난 1년간 1-2회가 69%로 가장 많았으나, 3회 이상도 31%로 나타났다. 사고가 난 경우 중 병․의원에서 치료를 받은 경우는 48.9%였으며, 치료비는 75%가 본인이 부담한다고 응답하였으며, 학교부담은 13.6%, 산재보험처리는 9.1%로 조사되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산업재해 처리실태에 대한 한 조사(한국산업안전공단, 2001)에서 산재보험 적용이 18%인 것에 비하면 이것은 매우 낮은 수치이다. 더군다나 사고성 재해에서의 산재보험 처리가 9.1%이므로, 상대적으로 산재처리가 더 까다로운 질병까지 감안하면 전체 사고와 질병에서는 산재처리율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현재까지 근무하는 동안 작업 중 다친 경우에도 산재보험처리를 하지 않은 이유에서는 가벼운 사고여서라는 대답 다음으로 32.3%가 산재신청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워서라고 응답하였다. 이는 현행 산재인정체계가 근로복지공단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하고, 재해당사자인 노동자에게 입증 책임이 부과되며, 인정기준 또한 협소하여, 산재보험의 이용에 있어 노동자들에게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학교급식 조리노동은 불편한 자세, 반복작업, 중량물 취급 등 근골격계 질환의 위험성이 높은 작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인간공학적 평가에 따르면 전체 17개의 작업 중 7개의 작업이 매우 위험정도가 높은 작업이고, 9개의 작업이 상당한 정도의 위험작업, 1개의 작업이 비교적 안전한 작업으로 평가되었다.
인간공학적 요인 뿐만 아니라 노동강도 또한 근골격계질환을 유발하는 중요한 위험요인으로 보고되고 있다. 현재 학교급식 노동자처럼 부족한 인력으로 일정한 시간 안에 정해진 분량의 일을 하게 되면, 시간당 더 많은 노동이 필요하게 되고 이것은 자연히 동일한 시간에 근골격계에 더 많은 부담을 주게 되므로 근골격계 장애를 유발하게 된다. 또 근골격계의 긴장을 적절하게 풀어줄 수 있는 휴식시간이 보장이 되지 않는 것, 근무긴장도가 높은 점 등이 근골격계 질환 유발을 가중시키는 셈이다.
실제 학교급식 조리노동자에서 근골격계 장애에 대한 감시가 필요한 근골격계 자각증상 호소자는 54.3%, 근골격계질환 의심자로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한 사람은 26.2%로 조사되어 근골격계 장애의 위험이 매우 높은 직종으로 조사되었다. 전업주부에 비해서도 근골격계질환은 4.89배 위험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
학교급식 조리노동자의 근골격계 질환은 손/손목. 어깨, 등/허리, 팔, 팔꿈치 순으로 주로 상지와 허리에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근골격계 증상 때문에 병․의원에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약 58%가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하였으나, 치료에 효과가 있었는냐는 질문에는 약 37%가 치료를 받아도 효과가 없었다고 응답하였다. 이는 작업에 기인한 근골격계 증상의 경우 의학적인 치료만으로는 그리 큰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점을 드러내준다고 할 수 있다. 약 10%는 근골격계 증상으로 인해 조퇴, 결근, 휴직을 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학교급식 조리노동자의 피부증상은 47.2%가 호소하였으며, 이는 전업주부에 비해 3.22배 위험성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질병명을 알고 있는 경우 가장 많은 것은 자극성접촉성피부염(28.9%)이었고, 땀띠(22.2%), 알레르기성접촉성피부염(17.8%) 순이었다. 이는 업무 내내 물과 접촉할 가능성이 크고, 그밖에 각종 세척제 등에 노출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국외의 연구에 의하면, 조리노동자의 피부질환의 경우 40-46%가 자극성접촉성피부염, 약 25%가량이 알레르기성접촉성피부염으로 보고되고 있다. 반면 본 조사 결과 땀띠가 22.2%로 피부질환 중 두 번째를 차지하였는데 이는 위생작업복을 입은 채 고온다습한 작업환경에 노출된 결과로서, 고온다습한 작업환경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얼마나 미비한지 확인할 수 있다.
학교급식 조리노동자들이 호소하는 피부질환의 부위는 손/손목, 팔, 등/허리, 다리 순이었다. 증상으로 많은 것은 아프다(39%), 가렵다(22.1%), 얼얼하다(17.2%) 등이었으며, 징후로는 피부가 벗겨지고 두꺼워지는 태선화(30%), 발적(18.8%), 두드러기(18.8%) 등이었다. 피부질환 때문에 병․의원에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약 55.1%가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하였으나, 치료에 효과가 있었는냐는 질문에는 근골격계질환과 유사하게 약 39%가 치료를 받아도 효과가 없었다고 응답하였다. 이 역시 직업관련성 피부질환의 예방 및 치료에 작업환경 및 노동조건과 관련된 개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2004년 2월 진행된 ‘학교급식 조리종사원의 건강 및 작업환경 개선 토론회’에서 노동건강연대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은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대책이 필요함을 주장하였다.
- 필요인력 수준으로 인력을 충원하여 노동강도를 낮추고, 적절한 휴식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 정규직화 및 정규직과 같은 처우를 보장하여 직무불안정성을 해소하고 병가의 사용을 보장해야 한다.
-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이 현실화 되어야 한다.
- 사고나 질환을 예방할 수 있도록 작업환경이 개선되어야 한다.
- 향후 초등학교 외에 위탁급식운영이 많은 중,고등학교에 대해 실태를 조사하고 대책이 마련되어아 한다.
- 조리노동자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와 대책마련이 되어야 한다.
모쪼록 이 조사결과를 통해 학교급식의 문제 일면에 조리노동자의 가려진 고통이 있음이 드러나고, 나아가 학교급식 조리노동자의 건강권을 확보하는데 일조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하루하루 쉬지 않고 밥을 짓는 ‘식당 아줌마’들이 ‘조리노동자’로 당당히 자신을 드러내는 날이 오기를 고대해 본다.
안녕하세요? 저는 언론노조 서울경인지역인쇄지부 조합원 임미진입니다.
노조활동하면서 노동안전보건활동은 우선순위에서 밀려왔습니다.
특히나 기업노조가 아닌 지역노조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 이유들은 다른 것들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장시간노동과 영세함, 고용불안 등의 근로조건의 열악한 환경과 인력, 재정, 광범한 지역, 다양한 업종 이라는 지역노조활동에서의 어려움이 한몫을 하는 것들입니다.
실제로 우리 노조에서도 ‘노동안전부분이 중요하지 않다’는 라기 보다는, 지금의 우리노조의 상황에서 시급하고 중요한 것을 생각하면 ‘현장조직 강화와 확대’라는 측면과 ‘근로기준법도 지켜지지 않는 근로조건에 대해 어떻게 바꿔나갈까’에 촛점이 맞추어지다보니 노동안전활동이라는 것에 대해 커다란 산재사고 이상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바꾸게 해준 기회들이 있었습니다. 먼저 ‘성수동식구들’이란 모임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성수동식구들’은 노동건강연대 / 민주노총서울본부 / 서울지역제화노조 / 서울경인지역인쇄노조 / 성동건강복지센터 의 활동가들로 구성되었는데 영세사업장이 모여있는 성수동 지역에서 함께 활동하자는 뜻에서 붙인 이름입니다.
또 하나는 ‘성수동식구들’과 함께 만든, 포지티브 「POSITIVE(Participation Oriented Safety Improvement by Trade Union Initiative)」활동 즉 ‘노동자의 손으로 작업장을 바꾸는 노동안전활동’인 것입니다.
2003년 2월에 노동건강연대가 제안하고, 민주노총 서울본부, 영세사업장이 몰려있는 성수동지역에서 활동하는 성동건강복지센터의 준비로 일본에 있는 ‘전국노동안전위생센터연락회의’ 단체의 영세사업장 활동가인 토야마 나오키 씨를 초청해 ‘포지티브’ 활동을 소개한다고 하였습니다. 노조의 영향이 많이 미치는 큰 공장에서의 사례가 아니라, 노조를 만들기 어려운 작고 영세한 사업장에서의 활동들을 소개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영세사업장에서 활동을 했을까?’ 라는 궁금함과 ‘우리 같은 지역노조가 관심을 가져야할 지점이구나!’ 생각하고 몇몇 관심 있는 조합원들과 상근간부들이 참석하였습니다.
사진과 설명을 들었지만 ‘우리도 가능할까?’ ‘실제 어떤 영향과 결과가 있을까?’ 등등 다양한 의견이 있었습니다. 특히 토야마씨가 말한 ‘노동조합의 사명은 노동자의 목숨’이라는 것은 아주 강하게 남았습니다.
이후 그럼 우리도(지금의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와 우리 노조) 우리의 상황에 맞게 직접한번 해보자! 라는 의견을 모았습니다.
우선은 각 노조별로 ‘작업장에서의 노동안전과 내 몸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수 있게 사전 활동을 하고 사람들을 조직해서 2박3일은 못해도 토요일 오후라도 활용해서 포지티브활동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1) 우리노조에서는 우선 상집회의에서 포지티브활동을 소개하고 ‘작업장에서의 불편한 점과 노동자가 노동안전측면에서 개선한 사례, 일하면서 내 몸에 불편한 점’ 등을 게시판토론을 하였습니다.
2) 5월13일에는 노동건강연대를 불러 인쇄노동자의 ‘신나는 일터 건강한 몸 만들기’란 주제로, 조합원을 비롯한 일반 인쇄노동자들을 초대하여 ‘내 몸에서 아픈 곳이나 불편한 곳 2~3가지, 작업장에서 개선했으면 하는 부분과 개선된 사례’들을 적어내는 방법으로 게시판토론회를 가졌습니다.
토론회 결과 인쇄일을 하는 사람들이어서 소음, 근골격계질환, 복지부분, 유기용제로 인한 영향들로 몸들이 불편해하고 아픈 곳들이 비슷하구나! 알게 되었고, 관련해서 질문과 답변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서 옵셋인쇄 일을 하면서 잉크와 기계세척 등에서 사용하는 유기용제로 인해 음주단속에 걸린 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분은 이후에 노조에 가입하였고 지금은 시작단계이지만 노동안전 소모임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3) 5월 17일 토요일 5시부터 성동건강복지 센터에 모여들었습니다. 다른 지역노조들도 비슷한 상황이긴 한데 우리노조 조합원들은 토요일 5시면 사실 모이기 힘든 시간입니다. 아직도 토요일에 7시 넘어서까지 일하는 곳이 많거든요. 그래서 많은 조합원들이 참여하기보다는 조합간부, 특히 지역모임의 장, 그리고 관심 있는 조합원 5명이 참석했습니다.
물론 잘 알아서라기 보다는 ‘도대체 어떤 활동인지 해보자’라는 생각이 더 컸을 겁니다.
먼저 이 활동을 위해 다시 한국에 온 토야마씨 로부터 활동 설명을 듣고, 체크리스트를 갖고 제화공장인 ‘우연실업’에 들어가서 현장을 보면서 설명들은 대로 체크하고 돌아와서, ‘잘된 노동안전 사례’와 ‘가장 쉽게 먼저 바꿀 수 있는 것’ 들을 그룹토론하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재미있었고, 포지티브활동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알게 되었고, 인쇄사업장이 아니어서 모두들 아쉬워했습니다. 그럼 우리 인쇄 같은 경우는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등 여러가지 과제들을 안게 되었습니다.
4) 인쇄노동자들과 게시판토론회결과 ‘보호구를 착용하자’란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토론회 때 나온 질의에 홈페이지에 답변을 계속 올려준 노동건강연대 산업의사의 소개로 보호구 전시회에 갖다왔습니다. 노동건강연대의 상근자와 함께 소음에 대응할 수 있는 귀마개와 호흡기, 유기용제용 장갑 등의 견본들을 가지고 왔습니다. 인쇄사업장에서 쓸만한 적당한 보호구가 없음에 많이 아쉬웠습니다.
5) 지역에서의 이런 노동안전 활동을 통한 연대활동이 2003년 11월 4-6일, 11-13일 성수동과 을지로 지역에서 진행된 거리집중선전전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습니다.
대부분의 10인 이하 사업장에서 지켜지지 않는 근로계약서 쓰기를 화두로 해서 ‘근로조건 개선은 근로계약서를 쓰면서부터’란 주제로 인쇄노동자들이 제일 많이 다니는 길목을 잡아서 노동상담과 건강상담을 진행했습니다.
이 기간 중 노동건강연대 산업의사가 나와서 건강상담을 하였고, 성동건강복지센터의 주관으로 진행된 ‘무료건강검진사업’ 신청을 받았습니다. 이날 거리에서 받은 신청서와 조합원들 해서 46명이 신청하였고, 26명이 검진을 받았습니다.
또한 ‘성수동식구들’과 함께 ‘인쇄노동자 살림수첩’을 제작하여 건강상담을 받은 사람과 현장방문 할 때 살림수첩을 나눠주기도 하였습니다.
살림수첩에는 ‘인쇄와 관련된 정보’ ‘근로기준법’ ‘산재관련 법’ ‘고용보험제도’ ‘근로자복지기본법’ 그리고 인쇄일 하면서 내 몸에 영향을 주는 물질과 예방방법에 관한 ‘인쇄노동자 건강 찾기’ ‘인쇄노조 소개’ 및 ‘사회단체와 취업알선센터 등 의 연락처’를 실었습니다.
6) 지금은 시작단계이지만 노동안전과 관련하여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이 모임에는 노동안전과 관련하여 평상시 관심이 많았던 정OO 조합원과 게시판토론회에 참여했던 박OO 조합원이 함께 하고 있는데, 우선은 보호구 전시회에서 가져온 귀마개 등의 보호구를 써보고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보호구가 워낙 귀찮고 불편하다는 평가가 나와 작업장에 직접 가서 바꿔볼 수 있는지 체크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11월 24일 월요일 저녁에 체크리스트를 들고 인쇄공장에 들어갔습니다. 그 사업장은 2교대인데 밤에 근무하는 조합원이 있어서 함께 체크하였습니다. 다시 체크리스트를 가지고 이야기하기로 하였습니다.
마무리하며
노동조합의 사명은 노동자의 목숨이라는 생각을 가지면서 모든 것이 새롭게 보였습니다.
관점을 어떻게 가지느냐에 따라 노조활동에 생기가 돌고 달라집니다.
포지티브활동을 하면서 인쇄현장을 다니며 노동자들이 작업장을 바꾼 사례를 찾아 사진을 찍었습니다. 현장을 무수히도 다녔지만 노동안전에 대해 보는 눈이 달라졌음을 알았습니다. 또한 이러한 사례들은 노동자들의 지혜로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또한 아주 훌륭한 현장 조직 활동가는 가장 쉬운 쟁점(고리)에서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그 지점에서 시작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게시판 토론을 하면서도 알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내 몸의 불편하고 아픈 점을 이야기했을 때 너도나도 이야기했고 비슷한 점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확인해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한 가지를 이야기하자면 영세사업장이 많고 지역적으로 몰려있다면 이 활동을 활용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지역이 몰려있어서 근접해있는 조합원들이 평상시 현장을 오가면서 굳이 훈련할 수 있는 날을 정하지 않고서도 체크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노조에서도 당장 포지티브활동을 하기 어렵다면 작업장에서 노동자들이 바꾼 사례들을 찾아보는 것부터 시작하면 어떨까요?
[참고]
1. 인쇄노조 조합원 노동안전보건 게시판 토론회(5.13) 결과
내 몸에 아픈곳이나 불편한 곳을 두,세가지씩 적어 내는 방법으로 진행했는데,
우선 내몸에 불편한곳을 묻는 질문에는
허리, 다리, 어깨와 관절의 통증을 호소하는 이른바, '근골격계질환'이 가장 많이 나타났고, 그 뒤를 이어 장시간 노동에 따른 피로의 누적과 시력저하, 그리고 유기용제 취급 등으로 인한 피부질환 등으로 나타났다.
작업장에서 개선했으면 하는 부분은
편안한 작업자세를 갖을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할 부분이 지적되었고, 작업공간의 협소함으로 인한 운반과 보관, 그리고 동선의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되었다.
또한 소음과 유기용제등 유독성 약물의 취급 개선, 먼지 비산잉크 등으로 인한 공기오염을 정화시킬 수 있는 방법, 작업 후에 청결히 씻을 수 있는 세면장이나 화장실 시설의 확보가 가장 필요하다고 하였다.
2. 지역노조와 함께 하는 노동안전보건활동 하루 프로그램 - 포지티브훈련- (5.17) 평가
인쇄노조 참가자들의 이야기입니다.
박O천
실제 체크리스트 하러 방문한 공장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그 이후 어떻게 바뀌었는지 성과를 듣고 싶다. 이런 활동이 궁금해서 참가했는데, 인쇄공장에서도 실시하여 실제로 바꾸면 좋겠다.
최O현
노동안전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고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쇄의 대부분은 영세하고 작은 공간이고 임대하기 때문에 내부를 안전시설과 관련하여 바꾸는 것이 쉽지 않는데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할 수 있겠다
공장 내에서 바꾸어갈 수 있는 계기를 주었다. 안전활동 교육은 필요하다.
김O란
규모, 임대면에서 차이가 있어서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유기용제 등 경각심을 주어서 건강하게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실천을 할 수 있는 교육이었다.
성수, 을지로, 업종별로 구분해서 해보면 좋겠다. 주기(한달정도이든)를 잡아서 장기적으로 활동했으면 좋겠다. 인쇄사업장을 가보지 못해서 아쉽다.
고O호
내 직장만이 아니라, 노동자 전체연대의 관점에서, 다른 업종을 포괄해서, ‘노동자의 안전과 관련하여 무엇을 헤쳐나가야 하는지’를 주변의 여러 노동자들과 함께 알아보는 자리였다.
이번 한번이 아니라 여러 번 할 수 있다면 노동자끼리 머리 맞대고 생각할 수 있겠다.
노동자들이 발전적 전망을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연대 고리를 만들었다.
여유있게 여러 사업장에 가서 포괄적으로 했다면 좋겠다. 일회적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하는 것이 의의가 있겠다. 조금만 생각하면 지혜롭게 안전하게 일할 수 있다. 능동적,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는 계기가 되었다.
임O진
우리는 현재 인쇄현장을 장악하고 있지는 않지만, 우리의 상황에 맞게 이후 적용시킬 수 있겠다
인쇄현장을 다니면서 노동안전에 대한 보는 눈이 달라졌다.
보호구 착용과 관련한 설명 홍보는 노조에서 당장이라도 실천할 수 있는 사업이다.
노동안전 측면에서 자료수집이라도 할 수 있는 작은 소모임부터라도 시작하면 좋겠다
학생들의 여름방학, 겨울방학과 노동자는 아무런 상관이 없지요. 아니 상관이 있다면 노동자들의 자녀들이 방학일 때 ‘내 아들이, 내 딸이 방학이구나’ 하거나 ‘아이들의 방학에 무얼 해줄까’하는 정도일 것입니다...
그러나 <건강한노동세상>의 노동안전보건학교를 참가하는 동지라면 학생들의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기간이 되면 해야 할 또 하나의 것이 있지요.
새벽같이 출근하여 하루종일 작업장에서 일하고 피곤한 몸이 되어 지쳐있지만 그래도 배움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현장에서의 더 많은 활동을 위하여 노동자들은 학교에 참가합니다. 바로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공부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올 겨울방학에도 <건강한노동세상>의 노동안전보건학교는 지역의 건강권에 관심있는 동지들의 참가로 힘차게 시작되었습니다.
노동안전보건학교란?
노동안전보건학교는 <건강한노동세상>에서 노동자 건강권에 대한 집중적인 교육의 기회를 갖기 위해 인천지역에서 2001년부터 시작한 교육사업으로 겨울과 여름 2차례에 걸쳐 진행되고 있고, 겨울에는 심화학습으로 10주간의 학교를, 여름에는 교양강좌로 4주간에 걸쳐 학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노동안전보건학교가 어느덧 자리를 잡아 이제 벌써 7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7기가 될 때까지 굉장히 많은 수강생들이 거쳐 갔는데, 1기부터 7기까지 한번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참가한 동지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학교가 인연이 되어 노동자의 안전보건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게 된 동지들도 있고, <건강한노동세상>의 회원이 되어 자신들의 작업장을 넘어서 지역의 안전보건 활동에, 전체 노동자들의 건강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결합하는 동지들도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도 <건강한노동세상>의 노동안전보건학교가 인연이 되어 지금의 상근자로 활동하게 되었는데요. 예전에 한 사업장의 보건관리자로 있다 누군가 가르쳐 주는 것 없이 혼자 고민하며 사업장의 보건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난감했었던 적이 있었고, 산업재해 처리조차 할 줄 몰라 쩔쩔 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일했던 사업장의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건강권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고, 오직 회사가 지시하는 정도의 업무만 할 수 있었죠.
그 시기에 저의 답답한 현실을 해결해 준 단체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건강한노동세상>의 전신인 <인천산업사회보건연구회>로 만나 노동안전보건학교 2기를 참가하게 되었고, 학교에서 공부하며 노동자들의 건강권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지켜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 저는 이 단체에서 상근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지금도 노동안전보건학교를 통해서 노동자들의 건강권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고 또 중요성을 깨닫게 되는 동지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안전보건학교가 주요한 교육사업으로 굳건히 자리잡기까지 많은 동지들이 열의와 관심으로 지금껏 쉬지 않고 꾸준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교육사업을 꾸준히 진행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러한 열정으로 지역의 노동자들이 주축이 되어 초기에는 20명 정도가 꾸준히 참가하다 점차 가까운 서울지역 동지들이, 그리고 다소 먼 거리에 있지만 충청권에 있는 동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기수가 더해질수록 참여하는 수강생들도 점차 늘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5기가 시작되기 전에 충청지역에서는 수강생들의 요구로 충청지역 노동안전보건학교를 총8강의 내용으로 진행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노동안전보건학교가 정말 많은 동지들의 관심으로 진행이 되었을때에는 교육관에 모두 들어갈 수가 없어 강의실을 옮겨야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참 행복한 고민이었죠!
그 동안에 노동안전보건학교에서의 교육내용을 살펴보면 직업성 근골격계질환에 관련한 교육(노동안전보건과 근골격계, 작업장 속에서 들여다본 근골격계, 근골격계 질환의 의학적 의미와 관리방안, 근골격계질환의 관련법규의 해석, 현장에서 대처해야 할 내용, 노동강도 및 작업환경 평가방법의 적용, 예방프로그램 등)이 가장 많았고, 그 외에 산재보상보험법과 실무, 산업안전보건법의 활용, 직무스트레스의 원인과 예방기법, 작업독성학, 작업장의 분진관리, 건강검진이나 작업환경측정에서의 노동조합의 역할, 산업안전보건위원회 활동, 노동조합에서 산안활동가의 자세 등 그 외에 다양한 교육주제를 가지고 노동안전보건학교를 진행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처음으로 7기 노동안전보건학교에서는 노동조합에서 산안간부를 맡게 되거나 처음 결합하는 동지들을 위한 교육의 내용과 1기부터 계속적으로 참여한 동지들의 교육내용을 조금 달리하여 좀 더 진전된 고민을 할 수 있도록 따로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노동자들의 건강권에 관한 요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지 않지만 이제껏 진행해왔던 노동안전보건학교를 통해 새로운 시도와 함께, 보다 진전된 노동안전보건활동의 고민들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요즘 노동자건강권 단체들이 점차 교육에 대한 내용들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또 진행하고 있고 일회적인 교육을 넘어 점차 안정적인 고민의 틀로 가져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한 그루의 나무가 열매가 맺기까지 오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듯이 노동안전보건학교도 노동자들의 건강할 권리,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만들어 가기 위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교육내용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할 것입니다.
많이 지켜봐 주시고 또 격려해주세요.
1917년 구소련이 하루 8시간 노동을 최초로 채택하고, ILO에서는 1935년에 1주 40시간 노동을 제47호 조약으로 발호하였습니다. 노동시간단축의 역사는 노동자들의 인간다움 삶 쟁취의 역사라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ILO에 의한 보편성은 이미 세계의 상식이 되어 있고 여기에 기반을 둔 나라들은 좀 더 나은 인간적인 삶을 구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제기준은 뒷전으로 하고 세계의 상식이라 할 수 있는 주40시간을 지난 2003년 8월에 채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한국이 ILO에 가입한 시기가 1991년이므로 세계의 보편적 상식이라 할 수 있는 주40시간노동을 한국이 대놓고 무시해왔던 기간은 무려 십수년입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한국은 산재왕국이란 오명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연간 2,500시간에 이르는 장시간노동으로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하여 이로 인하여 산업재해가 다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OECD 국가중 연간노동시간이 2,000시간을 상회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2002년도 OECD 주요국 연간노동시간
한국이 주40시간제를 채택하기 약 5개월전 프랑스는 주35시간 법을 통과시켰다고 합니다. 우리의 노동법이 선진국 수준으로 볼 때는 아직도 ‘정체(停滯)’ 그대로의 상황일 수 있습니다.
애초에 주5일제 도입논의는 IMF외환위기 이후 정리해고법제화와 함께 일자리나누기(work-sharing)차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했고, 차일피일 미뤄져오다가 정부안이 작년 8월에 법제화된 것입니다. 정부안이 통과되다보니 오히려 개악된 부분 또한 많습니다.
개정된 내용으론 우선 법정근로시간이 주44시간에서 주40시간으로 단축되었으며, 월차유급휴가를 아예 삭제하고 연차유급휴가를 대폭 축소하였습니다. 또한 여성노동자의 경우 월1일의 유급생리휴가를 무급화시켰으며 노동자 건강을 훼손할 위험이 높은 변형근로시간제를 확대하였습니다. 주40시간으로의 단축을 제외하곤 개악된 법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자본의 대표격인 경총에선 지침을 발표하였는데, 주당 근로시간 상한을 초과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주5일은 7시간, 1일은 5시간 혹은 1일 7시간 15분, 격주 주휴 2일제 형태등을 제시하면서 기형적인 40시간제를 도입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주40시간으로의 법정근로시간단축은 연속된 2일간의 휴무 보장을 통해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고자 하는데 있으므로 경총의 위와 같은 기형적 주40시간 지침은 자의적인 아전인수격 해석에 불과합니다.
어떻든 주40시간 즉 주5일제는 장시간노동으로 병들어 가고 있는 한국노동자들에겐 분명 유익한 것임엔 분명합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저임금 상태의 대다수의 한국노동자들이 이틀간의 휴일을 선택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왜냐하면 주40시간으로 노동시간이 단축된 만큼 임금이 저하되는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근로기준법은 부칙에서 사업주의 임금보전의무를 명시하고 있긴 하지만 강행규정이 아니라 훈시규정에 불과하다고 이미 해석을 내린 바 있습니다.
또한 주5일제를 전면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연도별로 사업장 단계에 따라 실시하기 때문에 50인 미만의 한국의 대다수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에게 있어서 주5일제는 아직 요원하기만 합니다. 이렇듯 한국의 노동현실을 무시하고 형식적으로 도입한 느낌을 지울 수 없긴 하나, 주5일제가 실질적으로 적용될 경우 근로시간단축은 분명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완화시켜 노동자 건강권 쟁취에 이바지할 것임엔 틀림없을 것입니다.
주5일제는 산업재해와 직업병의 감소를 도모하고 여가와 문화생활을 즐길 여유를 제공하여 노동력의 재생산 재충전에 기여하고 삶의 질을 개선시킬 여지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하기 위해선 일정요건이 전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임금보전의 문제와 여가를 영위할 수 있는 사회복지 인프라의 구축, 재교육차원의 자기개발의 기회 제공을 위한 교육시스템 구축등 사회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만일 이러한 기반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5일제를 시행한다면 70%에 육박하는 중소영세사업장의 대다수의 노동자들은 저임금을 모면하기 위하여 시간외 및 휴일근로를 선택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또한 자본의 노동착취는 여전할 것이며, 개악된 근로기준법 내용을 이용하여 주5일제를 무색하게 만드는 기형적 형태의 변형근로시간제를 운용할 것이 분명합니다.
IMF이후 대대적으로 단행된 구조조정이후 한국의 노동현실은 비정규직 양산으로 대표되는 고용불안 문제와 살인적인 노동강도강화로 인한 산업재해 급증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매년 2,700여명이 노동현장에서 목숨을 잃고, 약 8만명이 죽거나 다치거나 병들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주5일제가 명실공히 산업재해와 직업병 감소를 도모할 수 있도록 충분한 휴식을 제공하고 과로에 노출되지 않도록 실시되려면 고용안정의 문제 또한 연동해서 보장되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주5일제가 현실적으로 제대로 운용되기 위해선 임금삭감없이 적용되어야만 하며 사회복지 및 교육 인프라의 구축 , 그리고 무엇보다 고용안정이 기본적으로 전제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제반 여건 위에 시행되는 주5일제야말로 노동자 건강권을 확보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노동자 산재사망이 너무 처참하다.
날마다 기계에 깔려 죽고, 공사장에서 떨어져 죽고, 폭발사고로 타 죽는 노동자 소식이다.
진해의 STX조선소에서 일하는 27살 젊은 비정규직 아빠는 어린이날 일하러 갔다가 기다리는 두아이들 곁으로 다시 돌아가지 못했다. 청소용역업체 소속으로 기아자동차에서 일하던 67세의 늙은 여성노동자는 공장안에서 차에 깔려 죽었다.
살기 위해, 가족을 위해, 없는 살림 비정규직으로 일해서 한푼이라도 보탤려고 일하러 간 곳이 전쟁터였고 무덤이 될 줄이야.
최소한의 안전조치만 했어도 안 일어날 수 있을 사고가 반복해서 일어나는데도 사업주는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정부의 역할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날마다 전해지는 노동자 산재사망 소식보다, 지난해 산재사망자가 12% 이상 증가했다는 보도보다, 우릴 더 분노케 하는 것은, 노동자의 죽음 앞에 반성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전혀 보이지 않는 정부의 태도이다.
반복적이고 악질적인 산재사망에 대해서는 사업주를 형사처벌해야 한다고 노동건강연대는 몇 년 전부터 주장해왔다. 캐나다나 호주에서 이미 통과되었거나 입법과정 중에 있는 ‘기업살인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외국의 사례는 각국의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이해되어야 겠지만 공통적으로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기업주에 책임을 물어야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흔히, 자유시장경제체제 속에서 기업의 활동이 가장 철저하게 보호된다고 알려진 미국에서도 이런 사회적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2003년 민주당의 존 콜진 의원은 '부당한 죽음에 관한 책임법 (Wrongful Death Accountability Act)'을 제안했는데, 그 내용은 안전보건법률의 고의적인 위반(wilful violation)에 의한 산재사망에 대하여 사업주의 처벌을 형법상 살인에 준하는 수준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의 처벌기준을 강화하자는 것이었다.
뉴욕타임스는 2003년 12월, 특집 「노동자가 사망하였을 경우」를 3회에 걸쳐 연재하면서 사업주 형사처벌의 필요성을 생생한 사례와 수많은 인터뷰를 통해 입증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특집기사에서 미국 직업안전보건청(OSHA)이 지난 20년 동안, 기업주가 ‘고의적으로‘ 안전보건 제도를 위반해 일어난 1200건의 노동자 산재사망에 대해 90% 이상 형사 고발을 하지 않았다고 폭로하였다. 이 특집기사는 결론적으로 현재의 안전보건제도에 대한 인식전환과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아래의 순서로 앞으로 3회에 걸쳐 연재될 특집기사를 통해 미국사회에서 산재사망과 관련된 최근의 흐름과 그 밑에 깔려있는 문제의식을 살펴보고자 한다. 무제한적인 비정규직 확산과 기업활동에 대한 규제완화, 친자본적인 정부정책 속에 오늘도 8명씩 죽어 가는 우리의 처참한 현실을 이제는 깨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 뉴욕타임즈 특집 「노동자가 사망하였을 경우」연재순서>
부검에서 확인되었듯 패트릭 월터스의 사망은 사고 직후 바로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2002년 6월 14일, 3m 깊이에서 하수구 배관 공사를 하던 중에 그는 쓰레기 더미와 진흙 속에 파묻혀 버렸다. 배관공의 도제로 일하던 22살의 패트릭은 진흙더미에서 탈출하려고 버둥거렸으나 헛수고였다. 진흙들이 그의 가슴을 채우기 시작하였고, 엄청난 무게가 서서히 가슴을 조이고, 끝내 더 이상 숨을 쉴 수 없게 되었다.
패트릭의 어머니, 미첼 마트는 비통해했다. 그는 단 하나뿐인 자식이었다. 이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그녀는 들을 수도, 숨쉴 수도, 움직일 수도 없었다. 어머니는 곧바로 패트릭의 부인 크리스탈에게 전화를 했다. 크리스탈은 “위층으로 뛰어올라가 아이를 끌어안고 ‘어떻게 이 사실을 설명해야 할지’ 생각해야 했다. 검시관이 왔을 때 어머니는 패트릭이 산채로 파묻힐까봐 두렵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검시관은 금속상자 같은 안전장비 없이 깊은 갱으로 들어간 상황을 아쉬워했다.
1989년 같은 뫼브스배관 회사에서 또다른 죽음이 일어난 적이 있다. 상황은 거의 같아서, 갱도는 깊었으며, 안전상자는 없었고, 산채로 매몰되었다. 회사는 법적인 하자가 없다고 하였으며, OSHA(Occupational Health and Safety Agency 미국 직업안전보건청(오샤)) 에게는 안전조치를 취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전교육 없이, 숙련되지 않은 노동자를, 보호장치도 없는 3m 깊이의 갱으로 내려보낸 것은 범죄나 다름없다. 안전에 관한 법률을 의도적으로 위반한 연방범죄이다. 이 사건을 기소하려 했다면, OSHA는 먼저 사법부의 판례들을 참고하여야 했다. 그러나 참혹한 사고였음에도, OSHA는 지극히 의례적인 조치만을 취하였다. “안전장치 없음. 갱도 파손. 매몰사고”라는 기록하는 모습은, 가족들에게 그저 사소한 일을 다루는 관료들로 비춰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모든 갱은 죽음의 늪이 될 수 있다. 갱도의 벽은 언제라도 무너져 내릴 수 있다. 깊이가 깊어질수록, 토양이 젖어있을 수록 위험은 더욱 커진다. 수 많은 사람들이 매년 갱도에서 사망하거나 다치고 있다. 연방 안전법에서는 1.5m 이상 깊이의 갱 작업에서는 특별한 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벽면은 경사가 안전각도를 유지하거나 버팀목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안전상자를 사용할 경우에는 상자가 붕괴 압력을 견딜 수 있도록 견고해야 한다. 또한 “적임자” - 갱작업의 안전에 대해 훈련을 받은자 - 에 의해 갱도를 사전 검사한 후 작업을 시작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는 기본적인 갱도 안전을 유지하지 않았다. 회사는 안전 위원회를 열지 않았으며, 3개월 이상 안전관리자도 두고 있지 않았다. 이 회사에서 안전관리자로 근무한 적이 있는 로버트는 자신의 실제 임무는 “매우 낮은 안전수준”을 제공하는 것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2년간의 근무기간 동안 갱도안전에 대한 어떠한 교육도 기억할 수 없다며 씁쓸해하였다.
신시내티 OSHA 책임자인 머피는 13년전에 발생한 끔찍한 사건을 잊지 못하고 있다. 1989년, 패트릭처럼 경험이 많지 않은 노동자 클린트는 하수구 배관을 위해 3.6m 깊이에서 흙을 파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바로 뒤에서는 굴착기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경사면의 안전각도도, 버팀목 설치도 지켜지지 않았고, 안전 상자도 없었다. 갱의 벽면이 붕괴될 때 클린트는 갱안에 무방비로 놓여있었다.
머피는 당시에 클린트 사망 사고에 대해 매우 격분하였다. 회사는 1984, 1985, 1986년 세 차례에 걸친 경고를 무시하였다. 회사는 어떠한 안전장치도 구입하지 않았으며, 안전교육도 하지 않았고, 달랑 700 달러의 벌금을 납부할 뿐이었다. 머피는 클린트가 회사의 고의적인 안전규칙 위반으로 사망했다고 확신하고 있다. 결국 이 사건은 1만4천 달러의 벌금형으로 마무리되었다. 그 후 회사는 안전장비구입과 안전위원회 설치를 약속했지만, 이 약속은 흐지부지 되었다.
신시내티 북쪽 40 마일 거리에서 하수도와 상수도 배관작업이 실시되고 있었다. 이 공사의 책임자는 케러였다. 케러가 굴착기를 이용하여 땅을 파내면, 패트릭은 여느 때처럼 파이프를 자르고, 연결하는 작업을 이어서 하였다. 케러는 스며드는 빗물 때문에 걱정이 됐었다고 한다. “갱안에 물이 차면 안전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왜죠?” “모든 것이 불안정해지기 때문이죠.” 케러는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 알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 오래 전 10시간의 안전교육을 받은 적이 있으나, 최근 6년 동안은 단 한번의 안전교육도 받은 적이 없으며, 안전조치와 관련한 어떠한 사항도 그는 기억하지 못하였다.
공사시작 둘째 날 밤새 내린 비로 갱은 빗물이 가득 고여 있었고, 그것을 퍼내고 나서야 작업은 시작되었다. 오후에 3m 갱이 드러났고, 거기에는 어떠한 안전장치도 없었다. 굴착기가 방향을 바꾸면서 흔들리기 시작했고, 갱도의 벽이 무너져 내리면서 굴착기도 미끄러져 내렸다. 케러는 외마디 비명조차 지를 수 없었다. 그 순간 흙 덩어리가 패트릭을 덮쳤다.
패트릭의 시체를 끌어내는데 7시간이 걸렸다. 사장은 몰랐다고 변명하였다. “회사는 매우 훌륭한 안전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아무도 안전결함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았다.” 일상적인 갱 작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회사측은 좀더 상세히 알고 있어야 한다고 머피는 말한다. 머피는 오랫동안 OSHA의 기소권을 강화할 필요성을 느껴왔다고 한다.
“어떤 기업이 세금을 포탈하면 그 회사는 중죄로 처벌됩니다. 기업이 노동자의 생명을 앗아갔을 때 왜 우리는 처벌하기를 두려워하는 것입니까?”
오랜 기간 그는 동일한 규정을 어겨서 동일한 결과를 초래하였는데도, 적은 벌금만을 내는 회사들을 수없이 보아왔다. “당신은 그들을 감옥으로 보내야 했다”고 하자, 그는 몇 가지 문제들에 대해 언급하였다. “OSHA에 있는 어느 누구도 이런 고소사건에 휘말리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다소 복잡하였다. - 역량 부족, 평판이 나빠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사법부가 이런 사건을 다루기 꺼려한다는 집단적 믿음, 기소하더라도 서류만 수북히 쌓이고, 수년씩 지체되면서, 계속적인 심리만 이어질 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OSHA는 노동부 법정 변호사의 승인없이는 사건에 대한 기소를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노동부 법정 변호사의 사무실을 사건을 흡입하는 “블랙홀”이라고 야유하고 있다. 그곳에 들어간 사건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데, 특히 회사의 입김이 강력한 사건의 경우에 사건을 무마하는데 더욱 열심히라는 것이다.
“이 사건들을 기소하는데 있어서 OSHA의 가장 큰 문제점은 우선 내부의 사람들과 싸워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번 패트릭 사건의 경우는 너무 심각했기 때문에 시카고와 워싱턴의 실무자들을 설득할 수 있었고 OSHA의 말을 빌리자면, “상당한 처벌”을 내릴 수 있었다. 벌금은 10만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머피는 덧붙이기를 “이러한 처벌은 상당히 드문 경우다. 워싱턴의 몇몇은 동의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고 전한다.
“커다란 아픔이 하나의 동심원을 만들었습니다” 패트릭 월터스의 이복누이 제니 멘즈는 말하였다. 가족들은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밝히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모든 가족이 함께 했다. OSHA의 홈페이지에서 멘즈는 중대재해 조사 과정을 발견하였다. 하나의 문구가 관심을 끌었다. “형사 소추 고려 중”. 그러나 아무도 이것을 어떻게 진행시켜야 하는지는 몰랐다. 그들은 대중매체 리스트와 법률 전문가 리스트를 만들었다. 증인으로 요청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질문 리스트도 만들었다. 사고 현장으로 가서 패트릭을 구하고자 했던 이들을 포함하여 건설노동자들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가족들은 친구와 이웃이 자신들의 혐오와 분노의 깊이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신의 뜻, 사고, 운명’ 등으로 사고를 묘사함으로써 가족들의 마음을 상하게 만들었다. “내 아들은 죽임을 당한 겁니다” 아버지 제프 월터스는 말했다. 사장은 아들을 죽게 만들 의도가 없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들의 죽음이 무책임한 행동의 결과로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고 주장하였다. “누군가 사람을 죽였다면 그는 감옥에 가야 합니다.”
그러나 누가 사장에게 책임을 묻겠는가?
아들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그들은 찰스 셸턴의 명함을 발견하였다. 그에게 전화하여 메시지를 남겼다. 또한 인터넷에서 론 헤이스에 의해 설립된 ‘슬픔을 함께 하는 가족들’이라는 지지 그룹을 발견하였다. 론 헤이스의 아들은 10년 전에 곡물 저장소에서 일하다 사망하였다. 헤이스씨는 강도 높게 OSHA를 비판하였다. 그러나 그는 OSHA의 책임자인 존 헨쇼를 친구로 여기기도 했다. 헨쇼씨는 그를 국가직업안전보건 자문위원회의 위원으로 지명하기도 하였다. 헤이스씨는 작업 중 사망한 이의 가족으로부터 일주일에 몇 통씩 전화를 받고 상담을 한다. 2002년 8월 1일에 제프 월터스가 우연하게 신시내티에 갈 일이 있었기에 같이 만나 저녁을 함께 하였다. 제프 월터스와 론 헤이스는 그 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들은 만나자마자 연대감을 느꼈다. 둘 다 배관공이었다. 아이들은 둘 다 팻이라 불렸고 어려서 죽임을 당했다. 헤이스가 말했다. “회사가 고의로 법을 어겼다는 증거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법무부가 이 사건을 조사하도록 만들기 힘들 겁니다” 그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OSHA는 매우 적은 수의 사건만을 고의적이라 분류하고 그보다 훨씬 적은 사건만 기소하였다. 가족들에게는 사건에 대한 지식이 필요했다.
아버지는 셸턴씨를 찾아 갔다. “사장에게 대항하기 위해서 고의적인 범법 행위에 대한 증거가 필요합니다. 사장은 이미 한 사람을 죽였고 이번에는 패트릭을 죽였습니다.” 셸턴씨도 그의 분노에 일정 공감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은 중요한 동맹군을 잃었다. 2002년 8월 2일에 빌 머피가 OSHA에서 정년 퇴임하였고 더 복잡한 문제가 생겼다. 머피 의 후임자가 선정될 때까지 그의 업무를 대신 맡게 될 세 명 중 한 명이 사장과 친분 관계가 있었다. 사장과 친분이 있는 그 담당자는 상관에게 모든 조사가 잘 끝났다고 보고하였다. 상관에 따르면 그는 사건을 묘사하고 설명한 뒤, 고의적 범법 행위를 패트릭 월터스의 죽음 건 외에 다른 한 건에만 적용시킬 것을 권유하였다. 또한 이 사건을 조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한다. “그는 사건에서 손을 떼고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고 상관은 말하였다. 그 상관은 OSHA 신시내티 지부가 다른 비사망 재해는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패트릭 월터스 건에 대해서는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도 발견했다. 그는 그 사건을 공론에 부칠 것을 요구했다.
그러는 동안 사장은 변호사를 고용하였다. OSHA가 기소한 피고인들을 곤경에서 구해내는 데 일가견을 가진 변호사였다. 변호사의 임기응변은 머피가 정년퇴임하자마자 곧 발휘되었다. 변호사는 그 사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머피와 사장의 점심식사를 주선하였다. 머피는 일 년에 5천 달러의 연봉을 받으며 사장의 직업안전보건 관련 컨설턴트가 되어 노동자를 교육하고 안전에 대하여 자문해 줄 수 있다고 제안하였다. 머피씨는 월터스 사건에 대해서는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하였다. 그러나 자신이 고용되면 회사가 OSHA으로부터 존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사장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족들은 셸턴씨의 태도에서도 변화를 감지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점점 방어적이 되어갔고, OSHA가 형사 책임을 묻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감독관에 의하면 사장이 안전조치를 충실히 이행할 것을 약속하였다고 하였다.
가족들은 마지막 희망을 론 헤이스에게 걸고 있었다. 헤이스는 8월말에 OSHA 책임자인 존 헨쇼를 만나, 패트릭 월터스 사건에 대한 사진과 설명 자료를 보여주며 이야기하였다. 또한 같은 22살의 노동자로서 사망한 클린트 달리 사건도 설명하였다. “그는 ‘끔찍한 일이군요.’라고 말했다. ‘맞아요, 이들은 기소되어야 해요. 저는 당신을 믿습니다.’라고 말했다.” 헤이스는 이 사건이 단지 월터스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이러한 비극을 멈추게 하려면, 보다 많은 사건이 기소되어야 하며, 뫼브스 배관회사를 기소하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주장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통사정을 하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헤이스는 말했다. OSHA 책임자는 확답을 주지는 않았다. 그는 월터스 가족이 좋은 검사를 만나는 행운을 가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였다. 헤이스는 낙천적으로 생각했다. 가장 큰 장애물은 OSHA의 관료주의였다. 그는 OSHA의 책임자 헨쇼에게 희망을 걸고 있었다. 가족들 역시 2002년 10월 9일, OSHA가 계속 조사하고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고, 기대를 걸고 있었다. 편지는 “안전한 작업장을 만들기 위한 책임을 지고 있는 우리는 노동자들의 죽음을 누구보다도 가슴아프게 생각합니다” 고 쓰고 있었다.
2002년 11월 26일, 크리스탈은 남편이 죽은지 6개월이 지나서야 OSHA로부터 조사 결과를 통보 받았다. 그녀는 그것을 천천히, 주의 깊게 단 한 마디 말을 찾으며 읽었다. ‘고의’라는 단 한 마디 말. OSHA는 두 가지 범법 행위를 언급하였다. 하나는 패트릭 월터스를 죽인 참호였고 다른 하나는 OSHA가 2주전에 조사를 시행한 참호였다. 회사는 몇 가지 심각한 안전 조치를 위반하였다. 회사는 노동자에게 적절한 교육을 시행하지 않았고, 적임자에게 정기적인 검사도 받지 않았다.
게다가 OSHA는 회사가 각각의 참호에서 고의적 범법 행위를 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붕괴에 대비한 보호장치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다. 그것은 클린트 달리를 죽인 고의적 범법 행위와 같은 것이었다. “고의적 범법 행위에 대한 증거를 얻었어요! ” 한 바탕 소란 후에 소식이 모든 가족에게 전해졌다. OSHA의 통보는 수개월에 걸친 노력의 산물이고 사고가 우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증명해 주는 것이라고 가족들은 확신하였다. 이제 OSHA는 사건을 법무부에 송치하도록 압력을 받을 것이고, 법무부는 기소하도록 압력을 받을 것이다. “우리는 필요한 모든 것을 얻었다.” 아버지는 말했다.
그러나 이는 11월 27일 회사의 변호사와 OSHA의 감독자인 데니스 콜린스가 4페이지짜리 협약에 서명함으로써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회사가 법정 공방을 벌이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OSHA 조사 결과에서 “고의적”이란 단어를 삭제하는 데 동의하였다. OSHA는 그 부분을 “분류되지 않은”이란 표현으로 고쳐버렸다. 이는 기업변호사의 말장난이었다. 회사는 연방 안전보건법을 “고의로” 위반하였다는 딱지가 붙는 것에 대하여 불쾌해 했다. 그래서 변호인은 당근을 제시했다.
만일 OSHA가 “고의적”이란 단어를 “분류되지 않은”이란 표현으로 바꾼다면 회사는 보다 많은 벌금을 낼 용의가 있고 안전보건 조치를 충실히 이행할 의지도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 최근에 OSHA는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경우에는 벌금을 9만 달러에서 5만 4천 달러로 40%나 깎아 주었다. 대신 회사는 참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OSHA의 교육을 30시간씩 이수하고, 2년에 한 번씩 참호를 검사하는 자문관을 채용하는 데 합의하였다.
사장은 인터뷰에 응하기를 거절하였다. 그러나 사무실에서 나눈 짧은 대화에서 사장은 가족들에게 회사의 안전 경영에 대해 변호하였다. 사장은 가족들이 회사를 기소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것을 알고 있지만 OSHA는 형사 소추에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은 어떤 사업주보다 노동자의 안전을 더 고려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러한 사실은 순식간에 가족들의 마음을 무너뜨렸고 좌절감에 빠뜨렸다. 고의적 범죄 증거도 없고 형사 소추도 없었다. 모두들 공통의 의문사항이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결정이 내려진 것일까? 왜 우리들의 의견은 듣지 않았는가? OSHA 책임자, 존 헨쇼는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일까? 사장은 미꾸라지처럼 빠져 나오고 정부는 그것에 공모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패트릭을 죽인 범죄 행위에 왜 “고의적”이란 단어를 삭제한 것인가? “OSHA가 사망재해에 대하여 더 무거운 벌칙을 주는 조항이 직업안전보건법에 없다는 사실이 문제다.” 패트릭의 어머니는 말하였다.
그렇다. OSHA는 사망자가 발생해도 그 사건에 벌금을 더 물릴 수 없다. 그러나 회사가 형사상 책임을 지도록 법무부에 요청할 수는 있지 않은가?
진실을 밝히기는 쉽지 않았다. 노동부 대변인인 에드 프랭크는 OSHA가 뫼브스 회사를 형사 소추하지 않기로 한 결정과 관련하여 아무 기록도 없다고 말했다. 그 사건에 관계된 공무원 중 시카고 OSHA의 지역책임자인 코노스 씨만이 인터뷰가 가능했다. 그와 정년퇴임한 머피와의 인터뷰와, 다른 기록들을 참고로, 당시에 어떤 결정이 어떻게 내려졌는가를 밝히는 작업은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OSHA의 마지막 결정은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 시카고 지부에서는 이 사건이 매우 극악무도한 범죄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사장은 형사 소추를 피할 수 있었다. OSHA는 회사로부터 추가적인 감시와 훈련에 대한 약속을 받아냈기 때문에 “긍정적인 해결책”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코노스씨에 의하면 신시내티 지부의 공식 권고가 도착하였을 때 그것은 사장의 이웃이며, 머피의 후임자였던 직원이 권고한 내용과 비슷했다. 첫 번째 건에만 고의적 범법 행위를 적용시킬 것을 권고했지만, 그 보고서에서조차도 두 건 모두에 심각한 벌칙(벌금 10만1500 달러)을 줄 것을 권고했다고 한다. 이는 헨쇼씨의 감사 결과 밝혀진 것이다. 코노스씨에 의하면 시카고 지부에서는 신시내티 지부의 이러한 권고에 반대하였다. 그들은 패트릭 월터스를 죽인 범죄는 분명히 고의적이라고 확신하였다.
법적으로 고의적 범죄란 사업주가 안전보건법에 대하여 “고의적인 무시”나 “명백한 무관심”을 보인 경우를 의미한다. 코노스씨와 동료들은 회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맹백한 무관심을 입증할 증거를 찾았다고 한다. 그러나 시카고 지부는 회사가 고의적으로 직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하여 노동자를 죽였다고 결정하지 않았다. 또한 그 사건이 심각한 벌칙을 부과할만한 사건이 아니라고 결정해 버렸다.
벌금은 10만1500 달러에서 9만 달러로 경감되었다. 법무부에 형사 소추를 하는 것도 기각되었다. 코노스씨와 동료들은 신시내티 지부를 설득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런 것들은 언제나 협상에 의해 결정되죠.” 그는 말했다. 최근에 노동부의 변호사는 기본 원칙이라고 부르는 권고안을 회람하였다. 사업주가 비슷한 범죄 행위를 한 경력이 있거나 안전 조치를 무시한 경력 있는 경우 등, 사업주에게 문제가 있는 사건을 법원으로 송치하는 데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코노스씨에 의하면 뫼브스 회사는 이전에도 문제를 일으켰던 적이 있다. 그는 사장이 노동자들이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OSHA는 사장이 같은 종류의 위반을 되풀이하는 것은 안전조치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하여 기소하지 않았다.
“이 사건의 비극은 이것이 명백히 예방가능했다는 사실입니다.” 코노스 는 말했다. “회사가 법을 잘 지켰다면 그 젊은이는 죽지 않아도 됐습니다. 지금이 제대로 된 상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가족들은 새로운 계획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민사 소송을 통하여 회사를 망하게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는 소송에서 승리하여 얻은 보상금으로 OSHA에 대항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다. “나는 꼭 할 것이다. 워싱턴으로 가서 지금부터 죽을 때까지 OSHA에 대항하여 싸울 것이다.” 아버지는 말했다. 그들이 승리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오하이오의 산재보상법에 의하면 회사의 부주의로 인하여 패트릭 월터스가 사망하였을지라도 광범위한 민사상의 면책 특권을 회사에게 허용하고 있다.
소송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주 법원까지 가서 회사가 “고의적인 범법 행위”를 행했음을 증명해야 한다. 여기서 또다시 OSHA의 결정이 회사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사고조사 결과에 “고의”라는 단어가 빠졌기 때문에 회사의 고의성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론 헤이스에 의하면 아무도 제프 월터스의 계획을 막을 수 없다. 헤이스는 “패트릭의 아버지는 여생을 고생하며 보낼 것이다. 첫째로 아들이 죽임을 당했기 때문이고, 둘째로 정부가 그를 배반했기 때문이다. 분노가 지속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패트릭의 어머니 역시 복수심에 불타 있다.
배경
2001년 3월 20일 부시 대통령은 -그의 최초의 법률적인 행동으로서- 미국 직업안전보건청(OSHA)의 인간공학 기준을 폐지하는데 서명하였다. 이 중요한 노동자의 안전장치는 무려 10년에 걸쳐 작성되었으며 2000년 11월에 발효되어 사업장에서 일어나는 엄청난 재해를 예방하는데 한몫을 하리라고 기대되었던 것이다. 어떠한 종류의 인간공학적 조치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거대 기업의 눈치를 살펴온 공화당과 부시행정부는 노동자 보호 장치를 말살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지난 3월 의회에서 인간공학 기준의 폐지가 검토되고 있을 무렵, 노동부 장관 Elaine Chao는 ‘반복 긴장성 장애는 중대한 문제이다’라고 언급하면서, 만약 그 기준이 폐지된다면 노동부는 ‘재해 발생이전에 노동자의 보호 수단을 강구하도록 사업주를 강제할 수 있는 새로운 규정의 제정을 포함한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포괄적인 접근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러나 노동자를 보호하기는커녕, 부시행정부는 기업 부속의 지휘본부로 돌변하여, 인간공학 기준의 입법 반대자였던 Eugene Scalia를 노동부의 최고 변호사로 선임하였다. 그 후 1년의 시간이 지나 또다시 180만 명이 재해를 당하였으나, 부시행정부는 여전히 무규제를 내용으로 하는 인간공학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부시행정부의 인간공학 계획은 노동자들을 십년 전 보다 못한 상태로 되돌리는 과거를 향해 후진하는 것이다.
• 부시 행정부의 인간공학 계획은 인간공학적 위험에 대해 노동자를 보호할 새로운 기준을 전혀 담고있지 않다. 오히려 자발적인 조치에 머물러,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주요한 위험이 예방될 필요가 있는지의 판단을 고스란히 사업주가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 이 계획은 부시1세 행정부 시절의 보호 조치들과 비교해서도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것이다. 이 계획은 강제적인 기준은 아예 없으며, 오로지 자발적 기준-아직까지 하나의 사례도 확인된 바 없는-만을 포함하고 있다. 그 나마의 강제적인 ‘요소’는 고위험 산업은 적용되지 않도록 피해가고 있다. 계획의 주요한 골자는 위험을 교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위험에 대한 적응을 보조(compliance assistance)하는데 그치고 있다. 계획은 또한 작업 관련성 근골격계질환에 대해 연구할 새로운 자문위원회를 제안하면서, 엄연한 국가 연구기관인 NIOSH( )를 외면하고 있다. 더불어 부시행정부는 OSHA의 집행비와 훈련비, 1천만달러와 NIOSH의 연구비 2천8백만달러를 삭감하려 하고 있다.
• 자발성에 기초한 접근 방법은 매년 180만명의 노동자들이 근골격계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에 의해 실패가 입증되었다. OSHA에 의하면 단지 1/3의 사업주들이 근골격계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을 추진하였다. 1999년에 제안된 OSHA의 인간공학 기준은 그 서문에 나타난 대로 ‘인간공학 기준의 공표는 지금까지 방치되었던 위험에 대해 일부의 사업주와 OSHA의 주도하에 의무적 기준을 덧붙인 것’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다.
• 인간공학 기준에 대한 발효를 거부함으로서 부시 행정부는 다시 한번 기업들과 한편에 섰으며, 국가의 가장 중대한 노동자 안전 보건 문제에 대해 눈감아 버렸다.
근골격계 질환은 미국의 작업장 안전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 인간공학적 위험에 의해 야기되는 근골격계 질환은 매년 180만명에게서 재해가 일어나는 현재 겪고 있는 가장 심각한 사업장 안전보건 문제이다. 노동통계국에 의하면 반복작업과 무리한 동작으로 인해 휴업이나 결근을 하는 노동자가 매년 60만명에 달한다. 국립 과학원(National Academy of Sciences)은 이러한 질환이 야기하는 재해 비용이 해마다 450~540억 달러에 이른다고 발표하고 있다.
• 근골격계 질환은 대부분의 산업에서 증가중이다. 1998년에서 1999년 사이 노동통계국은 근골격계 질환을 포함한 노동재해율이 증가하는 산업은 절반이상이며, 여기에는 고기포장업, 식품 판매업, 건물관리업, 컴퓨터 및 데이터 처리업, 그리고 병원업 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 근골격계 질환으로 인한 여성 노동자들의 고통은 더욱 극심하다. 여성은 전체 노동력의 절반이 안되며, 노동재해의 1/3 이하인데도 수근관 증후군의 경우 2/3이상이 여성이며, 보고된 건염의 61%가 여성이라는 사실은 그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강력한 과학적 증거들은 작업관련 요인이 근골격계 질환을 일으킨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 2001년 국립과학원과 국립의학연구소는 ‘근골격계 질환과 작업장’이란 레포트에서 인간공학적 위험의 노출은 근골격계질환을 유발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위원회의 조사결과 작업장과 근골격계 질환의 발생 사이의 연관성을 지지하는 증거들이 역학, 생체역학, 조직생리학, 작업장 중재전략에 대한 연구에서 풍부하고도 일관되게 확인되었다.”
• 아울러 많은 의료와 보건문제 전문단체들이 그러한 과학적 증거들은 확고하며 OSHA의 인간공학 기준은 필요한 것으로 재차 확인하고 있다. 이러한 단체들을 열거하면 American College of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Medicine, the American Industrial Hygiene Association, the American Public Health Association, the American Association of Occupational Health Nurses 등이다.
근골격계 기준이 발효된 주와 다른 국가의 경험은 그 규제책이 타당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 부시 행정부가 인간공학적 위험을 규제하는 것은 아직은 섣부르다고 주장하고 있을 당시에도 이미 다른 국가의 정부는 행동에 나서고 있었다. 브리티시 콜럼비아, 알버타주와 마찬가지로 캘리포니아와 워싱턴 주는 인간공학 기준을 채택하였다. 유럽에서는 EC가 나서서 1990년 이후 수작업과 컴퓨터 사용에 대한 부호규정을 의무화하였으며 지금도 그 밖의 인간공학 위험까지 적용범위를 확대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출처 : AFL-CIO SAFETY AND HEALTH FACT SHEET(AFL-CIO Homepage)
번역 : 기명(노동건강연대 회원)
해고는 남겨진 노동자들의 건강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연구자들이 경고하고 나섰다. 핀랜드에서의 연구에 의하면 자신의 부서가 심각한 정리해고를 경험한 경우에는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위험이 두배로 증가한다는 것을 밝혔다. 심각한 정리해고는 18% 이상의 감원이 진행된 경우로 결근 역시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영국 의학 잡지(British Medical Journal)에 실린 이 논문을 통해 연구자들은 사업주와 산업보건 담당자는 ‘직업 불안정’이라는 위험에 대해서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헬싱키 대학의 연구자들은 1991년과 1993 년 사이의 정리해고에서 고용을 유지한 22,430명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결근과 사망율을 7년 동안 조사하였다. 그들은 인원감축 이후 남겨진 직원들의 건강악화는 스트레스에 의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남겨진 직원들은 직무 요구와 불안정은 커진 반면 인원감축 이전과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의 책임 연구자였던 Dr Jussi Vahtera를 비롯한 연구진은 이러한 직무 환경의 변화가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을 포함한 건강문제를 유발시키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BMJ에 기고된 논문에 덧붙이기를 “정책결정자, 사업주, 그리고 산업보건 전문가들은 정리해고는 건강에 대한 중대한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라고 하였다. 영국노총(TUC)의 사무총장은 “이 보고서는 우리가 줄기차게 주장해온 실업과 해고는 그것을 모면한 사람을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비극적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입증해주고 있다.”고 말하였다. 또한 해고가 불가피한 경우라면 “대상 노동자들에게 사전에 미리 알려야하며, 빠른 시일내에 새로운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하며, 직장에서 해고를 면한 노동자들에게도 지원을 해야만, 대규모 고용 상실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비극적 결말을 원하지 않는 사업주들이라면 인원감축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즉각 노동조합과 긴밀하게 협조해야 한다.”
Brendan Barber, TUC General Secretary
출처 : BBC news. 2004.2.23
번역 :
미국엔 좋은 차를 탄 사람 순서대로 출근한다는 말이 있듯, 성공한 사람들의 아침은 부지런하다. 새벽 3시에 기상하는 빌게이츠, 아침 7시30분이면 업무를 시작한 잭 웰치 전 GE 회장 등 세계를 움직이는 CEO들은 하나같이 "아침형 인간" 이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해 뜨기를 재촉했다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 회장을 비롯해 우리나라 1백 대기업 CEO들의 평균 기상시간은 5시54분,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새벽 5시에 기상한다. 뉴스에서 들려오는 기업인이나 정치인들의 숱한 조찬 모임 역시 아침형 인간들이 만들어낸 문화다... - ‘성공을 부르는 아침형 인간의 조건’ (중앙일보. 2003.12.28.)
이 본원적 축적에 대해 자본주의 이데올로그들은, 자연법 철학자들이 국가의 출현에 관해 이야기했던 것과 똑같이, 자본의 출현에 관한 교훈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았습니다. 처음에는 독립적인 노동자가 존재했는데, 그는 아주 정열적으로, 지능적이고 경제적으로 노동하여 저축하고 교환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지나가는 가난한 사람을 보면, 노동을 시키고 음식을 먹여주는 식으로 도왔습니다. 이 관용의 대가로 그는 자신의 수익을 증대시킬 수 있었으며 증대된 재화를 갖고 동일한 방식으로 다른 불쌍한 사람을 도울 수 있었습니다. 이로부터 노동, 절약, 관용에 의한 자본의 축적이 유래합니다. - ‘마키아벨리의 고독’ 루이 알튀세르
유행이라는 것이 늘 그러하듯 남들 다하는데 나만 하지 않으면 왠지 뒤쳐지는 느낌이 들게 만든다. 특히 이러한 유행은 언론이나 방송매체를 통해서 더욱 강화되기 때문에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항상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살아간다. 어떤 패션, 어떤 말, 어떤 직업, 그리고 심지어는 어떤 학문 등등
이 중에서 최근 유행하는 말 중에 ‘아침형 인간’이라는 것이 있다. 사람이 평생을 사는 동안 1/3 이상을 잠으로 보내게 되는데, 이렇게 허송 세월을 보낼 것이 아니라 한시라도 덜 자고 열심히 생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정도로 이해가 된다. 즉 이 유행어의 함의는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먼저 잡는다’는 속담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아침형 인간’이 왜 주목을 받게 된 걸까? 요즘 사람들이 늦잠을 많이 잔다거나 회사나 학교에 지각을 훨씬 더 많이 한다는 통계조사결과가 나온 것도 아닐텐데 말이다. 한 가지 특기할만한 것은 ‘아침형 인간’을 얘기할 때는 빼놓지 않고 나오는 예가 배로 재벌 총수들인데, 다시 말해서 통상 사회적으로 성공을 한 사람들의 사례를 소개한다는 것이다. 어느 회사 CEO는 몇 시부터 일어나서 일을 시작한다든지, 또 어떤 정치인은 몇 시부터 일어난다든지 등등. 예컨대 사회에서 소위 성공이라는 것을 한 사람들의 생활을 분석해보니 평범한 사람들과 어떤어떤 점이 다르더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그 사람들처럼 ‘아침형 인간’으로 살면 경제적으로 성공을 할 수 있다는 얘긴데... 말처럼만 된다면야 이건 보물지도에 비할 바가 아닐 것이다. 없을 지도 모를 보물지도를 찾는 것보다야 힘들지만 부지런히 살면 누구나 다 재벌이 될 수 있다면 그 얼마나 눈이 번쩍 뜨일 일인가?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필자의 기억이 맞다면, 고등학교의 등교시간은 오전7시30분이었던 것 같다. 더 빨리 등교를 해야 하는 일류학교(?)도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전국의 모든 학생들이 비슷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새벽3시에 일어나는 빌 게이츠에 비한다면 늦잠을 자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고등학생들의 평균 취침시간을 생각한다면 결코 늦잠을 자는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 전국의 모든 학생들은 이미 ‘아침형 인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학생들에게 똑같이 일류대학 입학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아침형 인간’으로 3년을 꼬박 살아도 말이다.
‘아침형 인간’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성공에 대한 일종의 신화이다. 거창하게 표현하면 어떻게 부자는 탄생하는가에 대한 자본주의적 표현 방식이다. 따라서 신화는 진실이 아니다. 다만 우리에게 진실의 일면을 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할 뿐이다.
‘아침형 인간’처럼 부지런한 사람들이 게으른 사람들보다야 경제적으로 잘 살게될 가능성이 많다. 그런 점에서 진실의 측면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부지런한 사람들이 재벌만큼 잘 살게 되지는 않는다. 여기서 우리는 맑스가 「자본」에서 본원적 축적을 설명하면서 ‘자본의 출현’에 대한 자본주의 이데올로그들의 부자와 가난한 자에 대한 도덕적인 설교에 대해서, 소위 본원적 축적 과정에서 이루어진 약탈, 도둑질, 가혹한 세금에 관한 이야기, 토지로부터 쫓겨나고 농지가 파괴되어 거리로 내몰린 영국 농민층의 폭력적인 토지수탈에 관한 이야기 등의 예를 통해서 비판하고자 했던 점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결국 가난한 자들이 부자들에 비해서 부지런히 일하지 않고 게을렀기 때문에 부자가 되지 못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꼭두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정신 없이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노동자들은 어쩌면 이미 ‘아침형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얼마나 더 일찍 일어나야 진정한(?) ‘아침형 인간’이 될 수 있을까? 그럼 결국 잠도 포기하라는 말인데... 이게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생각을 해보더라도 ‘아침형 인간’으로 사는 것은 대다수 노동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면 처음에 했던 질문, 그러니까 갑자기 ‘아침형 인간’이 왜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뭘까? 필자는 수많은 우리나라 노동자를 숨가쁘게 몰아세우고 있는 이 ‘아침형 인간’이라는 이데올로기의 연원이 진지함과 성실함이라는 윤리적 의무감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진지함과 성실함’ 자체에 불순한 의도가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노동자들로 하여금 현재도 충분히 진지하고 성실함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강조되는 ‘윤리적 의무감’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인간을 인류학에서는 ‘호모 사피엔스’(생각하는 인간)라는 학명으로 부르며, ‘호모 파베르’(제작하는 인간)라 부르기도 한다. 전자는 고전적․계몽적 이상을 상징하고 있으며, 후자는 자본주의 체제가 낳은 경제 우위의 관점을 대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호모 루덴스’(노는 인간)는 인간이 그리고 노동자가 ‘생각하고 일만 하는 기계’가 아님을 얘기하고 있다. ‘아침형 인간’을 이야기는 하는 사람들에게 필자는 한번이라도 이렇게 얘기하고 싶다. ‘일찍 일어나는 벌레가 빨리 잡혀먹는다’고...
당신은 왜 읽는가?
이는 매우 난감한 질문이다. 그리고 이는 매우 복합적인 질문이다. 우리들은 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읽는다. 그 읽음의 대상은 책, 신문, 디지털화된 텍스트, 그리고 영상 매체에 걸쳐 있다. 읽음의 대상을 책으로 한정짓는다해도, 영상 매체의 전방위적 공격이 시작된 이래로 ‘책의 죽음’이 논의되고, 그 논의의 객관적 근거도 무시 못할 상황인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에 시달리며 책을 읽는다. 텔레비전, 비디오, DVD, 영화 등 영상 매체의 물결이 범람하는 가운데 그것에 익숙해진 우리도 끊임없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당위에 굴복한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권, 아니 적어도 한 달에 한 권의 책은 읽어야 하지 않을까’하고 생각하며 온라인 서점이나 오프라인 서점을 찾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러한 ‘강박관념’의 구조는 언제부터 형성된 것일까?
저자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그 기원을 이른바 ‘근대’로부터 찾는다. 연대기적으로는 1920-30년대를 지칭하는, 저자에 표현에 따르면 ‘현재와 직접 이어져 있는 한편 미래를 예견하게도 하는 그런, 아주 연緣 두꺼운 과거’인 이 ‘근대’는 현재의 우리를 이해하기 위하여 필수적으로 통과해야 할 관문이다. 저자는 이 ‘근대’로부터 ‘독자’가 탄생되었고, ‘근대’의 어떠한 특징적 양상들이 ‘배워야 한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현재에도 존재하는 한국인의 정신 상태를 낳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근대를 통과하면서 한국인들은 엄청난 문화적 격변을 겪게 되었다. 봉건적이고 전근대적인 문화는 서양과 일본에서 수입된 자본주의적이고 근대적인 문화에 단시일 내에 자신의 자리를 내어 주게 되었다. 세상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였고 그것을 이끌어 가는 힘은 새로운 미디어였다. 대중은 새롭게 등장한 책과 연극, 영화 등의 미디어를 수용함으로써 세상의 변화에 적응해 나갔고 그 변화를 이끌어 나갔다. 저자는 이러한 문화변동의 중심에 ‘책읽기’가 존재했다고 주장한다. 특히 저자는 그러한 책읽기의 중심이자 첨단으로서 ‘소설 읽기’를 제시한다. 근대 독자의 형성은 곧 소설 독자의 형성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위와 같은 문제 설정 아래 먼저 근대 독자 형성의 문화적 조건을 꼼꼼하게 되짚어 본다. 저자는 그러한 문화적 맥락으로 네 가지 항목을 제시한다. 첫째, 구활자본 소설을 통해 전개된 문자 문화의 대중화, 둘째, 문맹과 한국어와 일본어를 공용하는 이중언어 상황의 문제, 셋째, 독서와 ‘시각적 현대성’의 성립 문제, 넷째, 연애편지 쓰기로 대표되는, 급격히 사회화하던 ‘글쓰기’ 문화가 그것이다.
그 다음으로 저자는 근대의 독자들이 위와 같은 조건 속에서 어떠한 책읽기 패턴을 보였는가를 방대한 자료를 근거로 실증적 재구성을 시도하였다. 그 결과 몇 가지 특징들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1920년대의 독서가 근대적 의미를 획득해 나가는 과정에서 ‘기능’과 ‘오락’으로서의 독서 영역이 확대되어 갔다. 한편 ‘사회주의’와 관련된 책들에 대한 독서가 늘어감과 동시에, 족보의 발간 증가와 ‘정감록’ 독서 인구의 증가 등 ‘비동시적인 것의 동시성’이 나타나는 양상을 보였다. 그리고 점차 일본어로 된 소설을 읽는 인구가 많아졌다.
한편 위와 같은 조건과 양상 속에서 일정한 독자층이 형성되고 분화되었다. 대표적으로 근대적 대중독자와 엘리트적 독자층이 등장하게 되었다. 그리고 여성, 학생, 노동자, 인텔리겐차 등이 각자의 특수한 상황 속에서 구별되는 독자층을 형성하게 되었다. 이러한 독자층의 분화에는 감각의 육성과 소설 수용 양식의 제도화 과정이 중요하게 작용하였다. 1930년대를 거치면서 이른바 ‘문단’이라는 것이 생겨나게 되었고, 이들을 중심으로 고급문학/대중문학의 이분법이 자리잡기 시작하고, 선별과 배제의 매커니즘에 따라 문학사적 정전을 구성하는 과정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계몽적 지식인으로서의 작가상과 무지몽매한 우중으로서의 독자상이 형성되기에 이른다.
‘대중’ 혹은 ‘다중’이 주목받고 있다. 소리 없는 다수 혹은 무지몽매한 우중으로 생각되던 대중들이 자신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월드컵 경기 때 붉은 악마와 더불어 나타난 한국의 대중은 미선이․효순이 추모 촛불 집회, 탄핵반대 촛불 집회에 이르기까지 뱀이 꿈틀대듯 이리저리 요동치며 자신의 존재를 유감없이 과시하고 있다. 대중의 존재에 대한 주목은 비단 이러한 정치사회적 측면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문화적 측면에서도 작가와 텍스트에 중점을 두던 오랜 전통에서 벗어나, 수용자 혹은 대중의 자발적 수용 행위에 관심을 기울이는 일련의 시도들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대중이 단순히 작가의 의도에 따라 감동하고 계몽당하는 존재가 아니라, 텍스트를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변용하는 주체적 존재라는 인식의 전환에 근거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 전환에 따라 당대의 문화적 현실을 분석하기 위하여 주목하는 문화 현상도 변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에서 주된 관심의 대상은 이른바 ‘고급문화’가 아니라 ‘대중문화’이다. 아도르노, 호르크하이머 등 프랑크푸르트 학파에 의해 자본주의적 질서를 정당화하고 대중을 우민화하는 것으로 비판당한 대중문화는, 그것이 담고 있는 내용과 형식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주체적으로 수용하여 변형하는 대중의 능동적 행위로 인하여 복권된다.
이 책의 주된 관심도 ‘근대적 대중독자’의 탄생에 맞추어져 있다. 이전 시대와 다르게 엄청난 규모로 늘어난 대중독자의 탄생과 형성, 그것이 한국 근대 문화의 제조건을 형성하는 동력이자 결과였다는 것이다. 문맹률의 감소로 말미암아 ‘농투성이 무지랭이들과 장돌뱅이들, 개 잡고 소가죽 벗기던 이들, 심지어 그 자식들까지 학교 문 앞을 기웃대고, 그러다 급기야 모든 사람들이 책이란 걸 읽고, 나아가 글줄까지 긁적거릴 줄 알게 된 일종의 개벽’이 일어난 후 ‘문자의 독재’가 시작되었고 근대적 대중독자가 광범위하게 형성되었다. 이들은 ꡔ춘향전ꡕ 등의 고전소설에서 ꡔ혈의 누ꡕ 등의 신소설을 거쳐 ꡔ무정ꡕ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을 감동시키는 소설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였고 저자들과 소통하였다. 근대의 작가들은 특유의 선민의식을 바탕으로 계몽주의적 경향을 강하게 띠었으나, 이 시기 대중독자들은 자신들 나름대로 소설을 읽으며 감동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삶을 조직해 나갔다는 것이다.
근대에 형성되기 시작한 고급소설/대중소설, 고급독자/대중독자의 이분법은 현재에도 낯설지 않다. 많은 평론가들과 작가들이 이른바 고급소설의 몰락에 우려를 표명하며 ‘문학의 위기’를 말한다. 그 와중에 대중들은 새롭게 등장한 인터넷 소설, SF 소설, 판타지 소설 등에 열광하며 이를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린다. 평론가들과 작가들의 한탄과 근심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은 자신의 소설 선택과 즐기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현재에 익숙한 이와 같은 문학장의 포즈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근대에도 문단이란 것이 형성된 이후로 이러한 우려가 되풀이되어 왔다. “도대체 고급문예라는 것이 뭐냐? 어떤 흥행극단에서는 희곡이라는 말을 알 수가 없어 그냥 ‘희극’으로 이해하기로 했다는 시대, ‘적的, 화化’가 남발되다 못해 「창피적的」이라는 말까지 사용되는 이 현하의 경성에서, 도대체 고급문예라는 것은 어떤 것이냐? … (중략) … 「사랑의 불꽃」이라든가 「사랑의 불거웃」이라든가는 현대 조선문단의 일류문사들이 기고를 하였다고 써 있다. 문사! 문사! 일본말로 「시모노세끼」가 어떠하냐. 정말로 창피한 일이지, 어떤 얼어죽을 문사가 그 따위의 원고를 다함께 쓰고 앉았더란 말이냐”고 일갈하는 시인 홍사용의 한탄은 전혀 현재에도 낯설지 않다.
근대로부터 형성된 이러한 거대한 골은 해소될 수 있는 것일까? 아니 해소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이러한 상황에서 저자는 대중의 손을 들어주는 듯 하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대중은 브라운 운동을 하는 아메바이며 신비한 카오스 그 자체’라고 말하며, 서설에서 ‘독자는 주체인 작가가 생산한 작품과 그 의미를 수용․소비하는 역할만 맡는 것이 아니라, 문학작품을 읽는 사회적 행위를 통하여 의미의 실현이나 재창출에 기여하는 또 다른 주체’라고 언급하면서 대중 독자의 역할을 긍정한다. 그러나 그러한 긍정이 전면적 긍정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저자는 ‘대중은 무식하지도 유식하지도 않으며, 고상하지도 비루하지도 않다. 오히려 독자는 자기에게 주어진 지평 내에서는 언제나 가장 성실하게 텍스트를 읽고, 권위에 근거하여 자신이 선택한 텍스트를 신비한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며 대중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바라볼 것을 권유한다. 이러한 문제에 정답을 제시하기란 난망한 일일 것이다. 아니, 오히려 정답이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대중독자를 무지몽매한 우민으로 치환하여 교육하려는 계몽주의적 태도나, 대중독자를 전면적으로 긍정하여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정당화하려는 대중추수주의에서 벗어나, 대중의 긍정성과 부정성을 실증적으로 파악하려는 저자의 시도는 공감되는 바가 크다. 그러나 ‘대중, 그들은 왜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책을 읽게 되는가? 대중의 움직임이란 과연 분석될 수 있는 것일까? 과감하게 ‘아니다’라고 대답하는 것도 이와 관련된 진리의 한 부분을 보여주는 일임이 분명하다’고 언급하는 곳에서 보여지는 바, 대중의 역동은 늘 사후적으로 분석하여 해석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인식의 일단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되지 않는다.
한편 이 책은 이른바 ‘문단’의 긍정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든다. 얼마 전 한국에서 몇몇 평론가들과 작가들에 의해 ‘주례사 비평’, ‘패거리 문학’의 폐해가 적극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이들은 현재 한국 문단의 폐쇄성과 연고주의를 지적하며, 이러한 상황이 역량 있는 작가와 작품의 발굴에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들은 당시 ‘문단 권력’의 존재를 제기하며 이의 발전적 재구성 내지는 해체를 주장하였다는 측면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문단 권력의 문제는 작은 것이 아니다. 우리는 어떠한 책을 읽는가? 문단 권력은 우리의 선택에 직접 간접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은가? 저급/고급소설의 구분, 통속/대중/순수소설의 구분, 명작과 평작의 구분 등 실로 많은 선별과 배제의 과정이 이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우리는 이러한 기준에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종속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저자는 현재의 이러한 문단 권력의 형성이 근대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1930년대를 거치면서 문단 내에서 다양한 형태로 상징 투쟁이 벌어졌고, 그 와중에 문단의 헤게모니를 장악한 이들이 이른바 ‘문학사적 정전’을 구성하고 ‘문학사’를 서술하며 독자들에게 배타적인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문단 권력 형성의 구조를 분석하면서 독자들에게 부여된 평가의 기준이 초월적인 것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문단 권력의 존재 자체에 대해서는 어떤 가치 평가를 내리고 있지 않다.
어찌 보면 문학사를 서술하고 문학사의 정전을 구성하는 하나의 규준으로서 ‘문단’의 존재는 필연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러한 문단의 선별과 배제의 매커니즘에 영향을 받아 대중의 책 선택이 이루어지는 것 역시 피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이 증명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이러한 문단 권력의 헤게모니는 결코 초월적인 것이 아니다. 문단 권력은 끊임없는 상징 투쟁의 결과로 대중의 일정 정도의 승인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형성된 것이다. 그러므로 문단이 폐쇄회로에 갇혀 내부적 에콜만을 강조할 때 이러한 문단권력은 와해될 수 있다. 결국 권력은 대중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