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배우는 노동인권⑦] 50년 맞은 산재보험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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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보험으로 치료를 받는 노동자는 행복한 편에 속할지도 모릅니다. 법률적으로는 1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지만, 모든 노동자들이 다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산재보험은 건강보험과 달리 사업주의 자진 신고로 적용 대상이 정해집니다. 또 산재 보험료 전액을 사업주가 내고 있어서, 전체 취업자 가운데 실제 적용 대상이 되는 노동자의 비율은 매우 낮습니다. 물론 사업주가 신고를 하지 않고 산재보험료를 내지 않았더라도, 법률상으로는 노동자가 산재신청을 하면 적용을 받을 수 있습니다.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이유로 산재보험에 가입해주지 않는 사업주가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정규노동자가 치료를 받게 되면, 본인이 산재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몰라 신청을 하지 않거나, 사업주가 꺼린다는 점 때문에 스스로 산재 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지난 5월 말 학교급식실에서 일하던 여성노동자가 끓는 물에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던 중 합병증으로 사망하셨습니다. 산재보험을 받긴 했지만 산재보험에서 내주지 않는 개인부담치료비가 너무 많았습니다. 하반신에 심각한 화상을 입었지만 피부이식은 산재보험이 안 되고, 나머지 치료도 갖가지 규정으로 개인이 내야 할 돈이 늘었습니다.몇 해 전 가스폭발 사고로 전신 화상을 입은 노동자가 피부 이식 등에 들어가는 치료비를 회사가 제대로 보상해주지 않아 3년 동안 수천만 원이 넘는 치료비를 부담했다는 신문기사가 난 적도 있습니다. 치료비로 빚을 얻게 된 노동자의 집이 가압류되고 가족이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노동자들이 산재보험을 통과하더라도 경제적 고통을 겪는 것은 비슷합니다. 소득을 보전해주는 휴업급여는 임금의 70%정도이기 때문에, 실질소득은 거의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게다가 치료비가 늘어나면서 가정이 빈곤해지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납니다.저임금 소규모사업장의 노동자들은 대부분 맞벌이 가구입니다. 그런데 배우자가 다치게 되면 간병을 하느라 가계의 실질 임금이 큰 폭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일부 대기업들은 단체협약에서 산재 이후 소득 보전에 관한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만, 대부분의 중소 사업장 노동자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때문에 산재를 입은 후 가계소득이 급격히 후퇴하고 빈곤해지는 것을 막지 못하고 있습니다.사회보험 제도는 가능한 많은 사람이 이용하기 쉽게!노동자가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원인이 무엇이든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일을 못해 소득이 줄어든다면 소득 손실에 대해 보전을 받아야 합니다. 필요한 치료와 재활을 충분히 받고 일터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는 아프고 다친 이유를 엄격하게 평가하면서 치료할 권리, 건강할 권리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평가 기준도 자의적인 잣대로 운영하면서 보장의 수준을 차별하고 있습니다.노동자들이 쉽게 보장을 받을 수 없으니, 노무사, 변호사의 도움을 받게 되고 이로인한 노동자들의 경제적 부담도 커집니다. 여기에 보험을 받게 해주겠다고 브로커, 사기꾼까지 가세할 정도라니, 이 제도가 과연 사회보험이라 할 수 있을까요.이렇게 복잡한 제도운영은 건강할 권리를 평등하게 보장한다는 복지의 측면에서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이미 북유럽 국가들에서는 불건강으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가 동일하다면, 그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동일하게 사회보험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보편주의 원칙을 산재보험에도 적용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해결 방안은 다음 기사에서 더 자세하게 다뤄보겠습니다.
산재보험료 할인제도, 정말 좋은 걸까... 하청 노동자 산재는 원청이 책임져야
기분 좋은 광고를 발견했습니다. '산재보험료를 할인해 드립니다.' 글씨체가 눈에 띕니다. '할인'해 준다면 웬만하면 그 조건을 채우고 싶은 게 인지상정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그 조건과 사회적 의미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올해는 산재보험이 만들어진 지 50년이 된 해이기도 한데, 정부는 어떤 의미로 이 제도를 운용할까요?
올해부터 시행되는 이 제도의 이름은 '산재예방요율제도'입니다. 사업주와 노동자가 함께 현장의 위험요인을 발굴하고 제거하는 재해예방활동을 확산하기 위함이라고 그 취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특히 이 제도가 시행되는 대상을 제조업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한정한 이유에 대해, "전체 재해자수 중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재해자수가 약 80%를 차지하고 있고, 50인 이상 사업장과 50인 미만 사업장의 재해율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다"라고 설명합니다. 실제 50인 미만 사업장의 재해율 통계를 보면, 전체 재해율 중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해마다 조금씩 증가함을 알 수 있습니다. 대책이 필요한 상황임은 공감합니다.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이 제도의 시행방안으로 '4시간의 재해예방교육'을 이수하고, 사업장의 산재예방계획을 수립·제출하여 재해예방활동으로 인정한 것에 대해 산재보험료율을 10%~20% 인하해 주도록 하고 있습니다(사업주 교육 받을 시 10%, 위험성 평가 시 20%의 산재보험료 할인이 적용됩니다. 두개 다 충족할 경우, 높은 20%로 적용됩니다). 4시간의 교육과 계획서 제출만으로 할인을 해준다니, 매우 할 만합니다.하지만 이 제도에는 큰 허점이 있습니다.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시 요율 인하를 취소하는 요건입니다. 요건이 '중대재해 등'이기 때문에, 2명 이상의 중상 또는 1명 이상의 사망 등 중대재해가 이에 속합니다. 그 밖의 '등'이 적용되므로, 아무런 설명이 없는 이상 사업장에서 산재신청 자체를 안하게 될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확률이 큽니다.
하청노동자의 죽음, 원청이 책임져야 합니다이 제도가 입법예고되기 전 2011년 말, 노동건강연대에서는 한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노동자 산재사망, 비정규·하청 노동자가 더 많이 죽는다'는 주제로, 원청, 발주업체의 책임강화 방안에 대한 토론이었습니다. 그 해 이마트에서 질식한 네 명의 하청 노동자를 비롯, 인천공항철도 선로작업을 하던 하청 노동자 다섯 명의 사망 등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한국사회에서 50인 미만의 위험한 사업장 대부분은 원청-하청 구조로 묶여 있고, 그 구조에서 산재사망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실제로 가장 큰 이윤을 얻고, 형식과 비용을 총괄하는 원청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철도 사망사고가 나기 열흘 전, 철도공사는 인력이 모자라니 추가로 도급을 하겠다는 발표를 합니다. 정규직을 채용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채용된 분들이 원청 노동자와, 혹은 기존의 다른 하청 노동자들과 제대로 된 업무 소통을 못했음은 분명합니다. 5명이 한꺼번에 열차에 치였다는 그 사실 하나만 봐도요. 이런 부분은 당연히 그 사업을 총괄하는 원청이 져야 할 책임입니다. 이런 일들은 하청 노동자를 쓰는 대기업이라면 비일비재합니다. 그 토론회 이후 발생하는 대형 산재사망사고의 대부분은 원청 대기업 혹은 공기업 아래의 소규모 하청회사 소속 노동자들이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화재 사고 기억하시나요? 4명의 사망자는 하청노동자였습니다. 노량진 수몰사고 기억하시나요? 울산에서 열 명이 넘는 사람이 물에 수장되었을 때도, 그들은 모두 하청노동자였습니다. 건설의 하청구조는 한국의 건설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럼 제조업은 어떨까요? 가장 위험하다고 소문난 사업장은 조선소입니다. 대부분 2-3차 하청으로 구성되어 전체 하청 노동자의 수가 원청 소속 노동자의 수를 훨씬 넘어서고 있습니다. 사망 사고가 나면 필연적으로 하청노동자가 죽습니다. 위험한 업무가 가장 먼저 도급, 하청화 되고, 버려집니다. 2012년, 목포에서 큰 사고가 났을 때, 6차 하청업체에서 일한다는 한 노동자는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누가 저 위에서 떨어지면요? 수건으로 빨리 피 닦고 일해요. 우리는 그 회사랑도 다르고, 원청이 올 때만 살짝 숨어 있죠. 아, 노동부에서 와도 숨어 있고."
작년, 재작년 한국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사업장은 현대제철이라고 꼽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한 회사에서만 1년 반 동안 10명이 넘게 사망했는데, 그들 모두 하청노동자였습니다. 텔레비전에 나온 한 노동자의 인터뷰가 생각납니다."무조건 빨리 해라, 빨리 끝내야 한다, 공기 바쁘다, 공기 단축해야 한다..."할인해 준다고 진짜 안전해질까? 위의 예를 든 사례들은 기본적으로 원청의 지휘 아래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업장들이 50인 미만으로 분류됩니다. 이 사장님들은 정말 안전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걸까요? 원청이 만들어놓은 공간에, 전기전문가, 무슨 전문가 하면서 들어가면, 그 사람들의 안전을 하청회사 사장이 진짜 책임질 수 있는 건가요? 지난 7월 30일, 태안화력에서 바다로 추락해 사망한 27세의 전기 작업을 하던 노동자의 가족은 그럽니다. "위험한 곳이라고 원청 사람들도 안들어가는 데를, 거기 그물망만 있어도 살았을 텐데, 거기 구명조끼라도 비치되어 있으면 살았을 텐데..."국립현대미술관 화재(원청 GS건설)로 지하에서 4명이 죽고 나서 그에 대한 법원 결과가 나왔습니다. 원청 GS건설 현장소장에게 벌금 1500만 원, 안전과장, 안전관리과장 기소유예. 현장 담당자들이 안전수칙을 준수하는지 점검을 안 했고, 현장 노동자들에게 화재 등 안전교육도 안시켰으며, 위험 예방 안전조치도 안했다고 위중한 잘못을 했다면서, 그렇게 4명이나 죽였는데, 고작 벌금 1500만 원입니다. 한 사람당 400만 원도 채 안됩니다. 다 잘 지켰으면 살릴 수도 있었는데, 이정도면 살인 아닌가요? 대기업이 내기에는 가뿐한 비용이니 안전관리 비용보다 쌉니다. 우리 사회도 대충 시간이 지나면 잊습니다. 여전히 하청에겐 위험한 일을 떠맡게 하겠죠. 대한민국 50인 미만 사업장의 하청노동자들은 그렇게 위험으로 내몰리지만, 아무도 그 위험 구조에 대해선 무거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는, 원하청 구조는 나 몰라라 한 채, 작은 사업장에 사고가 많이 나니 안전교육을 받고 계획서를 제출하면 산재보험료를 깎아 주겠으니 재주 있으면 할인 받으라고 합니다. 유체이탈식 화법이 정부 각계 부처로 퍼지나 봅니다. 이제 크고 작은 사고들은 더더욱 은폐되겠지요. 할인 조건을 채워야 하니까요. 기존에도 노동자들은 궁금해 했습니다. 내가 산재신청하면 회사에 손해 입히는 거 아니냐고 꼭 질문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후유증 생각하시고, 나중을 위해서 산재보험으로 하라고 해도, 결국 해고될까봐 산재신청도 못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회사에게 더 좋은 핑계가 생겼습니다. 산재보험료 할인율 20% 달성을 위해, 아파도 참으라고 으름장을 놓겠지요. 어느새 할인받지 못하게 되면 그 책임은 모두 산재 신청하는 노동자에게 떠넘기게 되겠지요. 그렇게 크고 작은 사고들이 가려지고, 사람이 죽어야 그 폐혜가 밝혀지는 일이 더 심해지게 생겼습니다. 작은 위험이 계속 드러나야 큰 사고를 방지할 수 있음을, 우리는 세월호를 통해서 배울 수 있었는데 말이죠. 정부는 산재보험료를 할인해 준다는 명목으로 사업주들에게 안전 교육을 시키고 계획서를 쓰게 하면 정말 '사망'이 줄어든다고 믿는 걸까요? 안전교육은 필요합니다. 신규로 사업자 등록을 낼 때 반드시 듣게 하는 방법도 있고, 1년에 한 번이나 분기별로 한 번 등 정기적으로 듣게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이익과 결부되는 순간, 반드시 부작용은 따르게 되어 있습니다. 기업은 윤리조직이 아니라 이윤을 위한 조직이니까요. 이미 산재 은폐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실제 다친 사람들의 통계도 어그러져 있습니다. 산재보험료는 그것대로 내고, 비용은 비용대로 들이며 회사에서도 이중 지출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산재사고는 적은데 사망은 왜 많냐며 국제적으로 망신을 사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산재를 신청해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어야, 큰 사고를 예방하고 불필요한 지출도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산재 은폐를 더욱 가속화 시키는 제도라니요. 법을 어겨도, 사람이 죽어도 원청이나 하청에도 구속이나 심각한 처벌은커녕, 가벼운 벌금, 그마저도 적은 마당에, 산재보험료까지 할인을 해줍니다. 요즘은 큰 산재사고, 화학사고 등이 발생하면 기업의 대표이사들이 나와서 사과도 합니다. 회사가 잘못하고 있다는 걸인정하는 거지요.그런데, 제도는 뒤에서 봐주고 또 봐줍니다. 기업하기 참 좋은 나라입니다. 산재보험 50년 특별 행사로 이런 멋진 행사를 기획한 고용노동부, 그동안 존재감도 없으셨는데 역시 '고용부' 답습니다. 사장님들, 고용노동부로 연락하세요! 교육 4시간만 듣고, 계획서 내면 돈 깎아준다고요!그리고, 2014년도 여전히 50인 미만 사업장의 재해율이 높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노동건강연대 박혜영 활동가입니다.
글 원본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22784
노동건강연대 회원 / 김명희
지난달 22일, 삼성전자 영국법인이 자사 스마트 폰에 얼음물을 쏟아 붓는 '아이스버킷 챌린지' 영상을 공개했다. 자사 제품의 방수 기능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적지 않은 누리꾼들이 삼성전자가 선의의 이벤트를 상품 홍보에 '악용'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필자가 이 소식과 영상을 접하고 느낀 감정은 조금 다른 종류의 착잡함이었다. 루게릭 병은 운동신경만을 침범하는 퇴행성 질환으로,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모른다. 발병 자체가 드물기 때문에 역학 연구를 하기도 쉽지 않다. 원인 규명을 위한 연구가 절실하고, 이것이 바로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통해 연구비 모금을 독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나마 지금까지의 연구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이 병이 유전 요인과 환경 요인의 상호작용에 의해 촉발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 환경 요인으로는 납 등 중금속, 독성 화학물질, 유기용제, 전자기장 노출 등이 반복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전자기장에 노출된 전기공, 산화납에 노출된 실험실 노동자가 루게릭 병을 직업병으로 인정받은 사례가 있다. 미국 IBM 노동자들의 사망 자료를 분석했던 한 연구는, 구체적인 위험요인을 규명하지는 못했지만 소속 남성 노동자들의 루게릭 병 비례 사망비가 일반 인구에 비해 유의하게 높다는 점을 확인한 바 있다. 2012년, 필자는 루게릭 병 환자의 산재 소송과 관련하여 과거 연구들을 검토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다. 당사자인 L씨는 2006년부터 다리에 기운이 빠지고 이유 없이 넘어지는 경험을 하다가 증상이 심해지면서 2009년 10월, 당시 36세의 나이에 루게릭 병을 진단받았다. 그는 1992년부터 2006년까지 약 15년 동안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일했던 반도체 설비 엔지니어였다. 가족 중에 루게릭 병을 앓았던 사람은 없었고, 발병 연령도 평균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젊었으며, 담배도 피우지 않았다. 환자와 가족들은 업무 연관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반올림'의 도움을 받아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 급여를 청구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역학조사 결과를 토대로 산재를 불승인했다. 이어진 행정소송에서도 원고 측은 패소했고, 당사자들이 항소를 원하지 않으면서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필자는 역학(어떤 지역이나 집단 안에서 일어나는 질병의 원인이나 변동 상태를 연구하는 학문) 전공자로서 개연성을 '추정'할 뿐, L씨의 루게릭 병이 삼성반도체 근무 때문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원래 과학의 세계에 확신이란 존재하지 않는 법이다(과학적 추론의 조심성을 엉뚱하게 악용하는 산재보험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여기에서 언급하지 않겠다). 그럼에도 삼성전자의 아이스버킷 챌린지 광고는 분명히 불편하다. 자사 노동자의 루게릭 병이 업무로 인한 것인지 밝히려는 애타는 노력에는 묵묵부답하더니만, 전 세계 루게릭 병 연구를 위해 호기롭게 스마트 폰에 얼음물을 퍼붓고 기부를 하는 그 모습이 말이다. 삼성전자의 기부 행위 자체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그리고 이번 이벤트가 악의적 뻔뻔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다만 삼성전자가 꼭 알아주었으면 하는 게 있다. 그들 사업장에서 일을 하다가 병에 걸린 노동자들 역시 삼성이 돕고 싶어 하는 희귀난치성 환자들 중 한 명이라는 걸. 기업의 사회적 공헌은 자사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예방의학박사입니다.
산재보험 50년과 삼성 반도체 노동자 첫 산재 인정 판결
지난 8월 21일, 7년 만에 딸과의 약속을 지킨 아버지가 있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LCD 부문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날 서울고등법원은 삼성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두 명의 노동자(고 황유미씨, 고 이숙영씨)에 대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산업재해를 선고했습니다.
현대제철 아르곤가스 질식사 사건 2심 판결 앞두고 판사에게 보내는 탄원서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작은 사회단체에서 일하는 활동가입니다. 저는 주로 대기업의 산재사망 사고를 모니터링하고 산업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여러가지 활동을 합니다. 그 중에는 사망사고가 난 대기업을 고발하는 일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가 이런 일을 하는 이유는, 그동안 산재사망 사고가 발생한 기업이 제대로 처벌받은 적이 없었고(2011년 4명의 하청 노동자가 질식사했던 이마트 프레온가스 질식사 사건에서는 고작 벌금 100만 원이 부과되었습니다), 그런 상황이 일터를 더욱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아르곤가스에 질식되어 사망한 노동자들, 책임질 기업은...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글이 실림과 동시에 재판부로 보낼 예정입니다.
[거절된 산재②] 학교 급식실 조리실무사 김OO씨
학교회계비로 인건비를 지급하는 노동자를 '학교회계직'이라고 한다. 30여 직종이 학교 회계직으로 학교에서 일한다. 급식 관련 직종이 6만6천여명으로 가장 많고 교무 일 하는 분이 1만5천여명, 돌봄전담사가 8500여명 특수교육이 7800여명 정도 된다. 과학, 전산, 사서, 사무, 돌봄, 영양사, 조리사, 조리원, 배식보조…. 학교에서 일하는 교직원 86만5천여명의 42%에 이르는 이 분들은 비정규직으로 일한다.정부는 학교에 비정규직이 너무 많다는 비판이 일자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점차 무기계약직을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무기계약직은 고용은 안정될지 몰라도 정규직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정규직과 같은 대우를 해주지 않으면서 언론에 선전할 때는 정규직처럼 말한다."채용했다고 마음대로 계약을 해지해도 되는 건지, 계약만료라고 학교에서 자르고. 제일 나쁜 법들은 공공기관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적은 보수에 갈등까지 깊어지고. 2010년 전에는 7일 이상 병가를 쓰면 그만둬야 했어요. 지금도 바로 알아서 그만두긴 하죠. 급식이 유기농이 많아지면서 우리 일도 많아졌어요. 벌레도 있고, 직접 만들어 먹이는 걸 좋아하니까. 떡갈비 같은 것도 냉동이 아니라 직접 만드는데 인력은 그대로니까요. 교육감이 선생님들 업무경감 시겨주겠다고 하지만 우리는 학생 150명당 한 명이 밥을 해요. 학생이 1000명이면 우리가 열 명도 안돼요. 열 명이라도 되면 좋게요? 일을 시작하던 2004년에만 해도 우리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인사하는 애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요. 선생님들은 우리를 '아저씨, 아줌마, 여사님'이라고 부르면서 떡심부름, 과일심부름, 차심부름을 시켜요. 학교에서 아이들을 이렇게 가르쳐서 내보내면 어떻게 하나요. 저 중학교 때 허름한 옷을 입은 아저씨가 화단 일을 하고 있어 제가 '아저씨'라고 불렀는데 나중에 보니 사회선생님이셨어요. 그때 사회선생님이 저보고 말하셨어요. '학교에선 모두가 선생님인 거야'라고요." 10년 일하다가 얻은 병, 이게 산재가 아니면... 저임금을 받고 일했지만 김씨는 행복했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아이 손을 잡고 학교에 가는 것도 좋았다. 그렇게 10년을 일했다. 엄마를 자랑스러워 했던 아이가 점차 '엄마 일이 선생님하고 다르구나' 하고 느끼게 될 만큼 시간이 흘렀다. "어느 날 국솥을 닦으려고 하는데 팔이 잘 안 돌아가더라고요. 작년 봄인데… 한의원 다니고 통증클리닉 다니면서 1년을 견디다가 겨울에야 병원에 갔어요. 올 봄 4월에 수술을 했는데 산재를 신청하려니, 각종 서류와 증언까지 이렇게 필요한 게 많은지 몰랐어요. 내가 겁없이 한 거죠. 남편이 산재신청 서류를 보더니 '산재가 뉘집 장난인 줄 아냐, 겁대가리 없이 종잇값도 안 나오고 차비도 안 나오겠다'고 하더라고요. 10년 급식노동하면서 온 병인데, 이게 산재가 아니면 이 나라는….병원비가 몇 백이 나왔는데 다인실에만 있었는데도 60%가 비급여예요. 산재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다 구비했고, 학교 도장 찍어서 내기만 하면 되요. 그런데, 산재신청 한다니까 행정실이랑 관리자가 서로 '니가 해라' 미뤄요. 그냥 서류 작성하는 건데 그래요, 보고 올리는 거. 조리실 스테인리스에 여기저기 부딪쳐서 멍자국이 많아요. 목욕탕에 가면 가정폭력으로 오해받을 만큼 멍이 생겨요. 우리가 청소, 천장 청소, 다 닦거든요. 스테인리스 시설들이 반짝반짝하도록 닦는 것도 우리고. 화상 치료도 많은데, 다 개인치료로 하죠. 일 시작하고 초기에 화상을 입었는데 영양사가 '학교에서 일하다 데었다고 말하지 말아 달라'고 전화하더라고요. 서류 보고도 해야 하고, 귀찮으니까. 산재가 나온 학교는 노동부에서도 나오고 (근로복지)공단에서서도 나와 집중적으로 괴롭혀요. 같이 급식실 일하는 사람들 가운데 아프고 수술한 사람이 많아요. 산재 내본 사람은 없죠. 그래서 궁금한지 전화해서 '산재 어떻게 됐어?' 물어봐요. 내가 '기다려봐' 이러고 있어요." 김씨는 아직 산재서류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인터뷰 중에 김씨는 학교와 '대치중'이라는 말을 했다. 김씨에게 이 문제는 비단 돈이 아닌, '급식실 노동에 대한 존중'을 걸고 싸운다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김씨는 아이들에게 밥해주는 이 일을 사랑한다고 했다. 남들에게 밥해주는 것을 좋아하는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한 거란다. 학교와 '대치중'인 김씨의 용기는 '일에 대한 사랑'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학교, 정부, 관료들은 김씨의 산재신청을 방해하지 말라.
기사원문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49440#dvOpinion
[거절된 산재③] 대학 청소노동자들... "잦은 순환 근무, 산재 발생률 높아져"
산재보험이 생긴 지 올해로 50년입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일터는 달라진 게 없어 보입니다. <오마이뉴스>는 <노동건강연대>와 함께 기획 '거절된 산재'를 통해 열악한 노동 현장의 실태를 짚어봅니다. [편집자말]
단풍이 오는가 싶더니, 벌써 잎이 다 떨어진 나무가 보인다. 단풍이 한창이었던 지난 10월 23일, 서울의 한 대학 캠퍼스에 들렀다. 햇살은 따끈하지만 바람은 축축해 낙엽 냄새가 난다. 경비실 유리문에다 대고 "환경미화원분들 찾아왔는데요, 노동조합 사무실 어디있는지 아세요?"라고 물었다."민주노총이요?" 저기 OO대 지하로 내려가봐요."
지하2층 주차장 깊숙한 곳, 가스파이프가 지나는 천장 아래 노동조합 사무실이 있다. 낮 12시의 캠퍼스를 통과해 당도한 땅 밑 공간, 주차장 쪽에서 오는 차 냄새 때문인지, 현기증에 아찔하다. 빛도 바람도 없는 밀폐의 공간, 바깥 세상과는 다른 활기가 있다. 빨강 티셔츠에 비슷한 머리 길이, 한결같은 뽀글머리 스타일, 20명이 넘는 아주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 목요일 점심에 노동조합 사무실에 모인다. 이날은 짬을 내서 천연비누 만들기를 하는 날이다. 점심시간 한 시간을 알차게 쓰신다. 강사님을 중심으로 서서 설명을 들으며 재료를 섞는 모습이 실험실마냥 진지하다. "산재 신청하고 복직... 노조 없었으면 잘렸다"
"의대 있다가 대학원으로 오니까 좀 편해졌어, 의대 있을 때는 아휴...""인문대로 옮기니까 요새 뭔 통폐합인가 대자보가 붙고, 학과 구조조정 한다고 난리야."자연대, 미대, 정문… 들리는 단어마다 학교를 아끼는 마음이 묻어난다. 학교 구속구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사랑하는 이들이 왜 학교의 정식 구성원은 될 수 없는 걸까?"제가 여기 온 건요, 산재신청 하신 분들이 있다고 해서 이야기 듣고 싶어서 왔어요, 노동자분들이 산재 하려고 하면 걸려서 못하는 게 많잖아요.""여기, 여기 두 명이 산재했어... 어여 가서 얘기해."비누만들기를 마친 분들이 각자의 반찬통을 들고 자리를 뜬다. 오후 일을 하러 갈 시간이다. 최근 산재신청을 하셨다는 미화원 A, B씨 두 분이 내 앞에 바싹 마주 앉았다. 조금 늦게 가셔도 되는 분들도 함께 했다. A : "지난 봄, 계단을 닦는데 걸레질 하면서 내려오다가 발을 헛디뎌서 새끼발가락에 금이 갔어요. 입원을 6주나 했는데, 처음엔 그렇게 다친 줄도 모르고 저녁까지 일을 했어요, 한의원도 가고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발가락에 금이 갔대요. 사실 조금 아픈 건 참고 일해야지. 옆구리 결린다거나, 감기 같은 건 그냥 참고 일해요. 이거 산재한 것도 노조가 없었으면 잘렸지. 우리 애 잔치도 있고 산재 안 하려고 했는데 42일이나 입원을 하니까(비용이 만만치가 않아서)…."B : "5월에 출퇴근 지문 찍고 나오는데 돌에 걸려 넘어졌어요. 일어나서 절둑절둑 거리며 차를 타러 나왔지. 지하철 두 정거장 타고 내리는데 다리가 안 움직이는 거야. 정형외과가 보여서 갔더니, 원장이 산재인지도 안 물어봐. 어디서 뭐 하다 다쳤는지도 안 물어보고. 그저 다친 것만 보는 거야. 뼈에 금이 갔대. 소장한테 전화하니까 며칠 쉬다 와서 일할 수 있겠냐고만 물어보더라구. 처음에 간 그 정형외과는 또 산재 환자는 안 받는 병원이래요. 그래서 인터넷 찾아보고 산재되는 병원으로 옮겨서 산재 신청을 했어요. 근데 내가 퇴근 지문을 찍고 나오다가 넘어졌잖아. 근데 그걸 증명할 수 있는 증인을 세우라는 거야. 그래서 증인을 세워 산재를 했다니까. 한 달 반 동안 병원에 있으면서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속병이 났어요. 지금은 다시 일하러 나와서 이틀 하고 하루 쉬면서 일하고 있어요. 다 노조가 있었기 때문이지. 치료는 더 해야 하니까 내 돈으로 한의원 다니면서. 치료 더 해야 하는데 회사에 미안하니까 나왔지.다친 자리에서는 경황이 없어 상황이 기억이 잘 안 나요. 일단 다치면 119를 불러야 돼요, 그래야 기록이 남고 증언이 남겠더라고."얘기가 마무리돼 가는데 뒤에 앉아 듣고 있던 분이 두 팔을 들어 손을 들어 보여주신다. "이거 봐요, 이게 열 손가락이 다 튀어나왔잖아." 열 손가락 마디마디가 툭툭 나와 있고 딱 봐도 아프고 딱딱한 뼈의 느낌이 느껴진다. "15년 동안 꽃밭 호미질 하고, 교문 밖에 눈치우고 얼음 깨고 하면서 손가락이 이렇게 된 거야. 의사한데 보여줬더니 의사가 '부지런히 주무르세요' 이러더라고. 열손 관절이 아프고 뼈가 튀어나오는데 그때는 엄청 아팠거든, 걸레 쥐어짜고 얼음 깨고 호미질 하고 눈치우고… 무릎에도 물이 차서 2년 동안 물을 네 번이나 뺐는데 퇴행성 관절이래. 산재에서 뭐가 되는 것이요? 쑤시고 그런 건 뭣도 없고, 팔 부러지면서도 일하는데 뭐. 산재가, 정부에서 돈을 주잖아요. 그래서 산재하면 불이익이 있어요. 나랏돈 먹기가 쉬워요? 글자 하나만 틀려도 못 받는데... 신청서도 내가 직접 써서 내야 하고. 노조에 물어봤더니 '관절은 안 돼요' 이러더라고. 어깨 허리 팔목이야 만날 아픈 거고."노동자의 산재신청, 아직도 갈 길이 멀다"노조가 생기고 나서 왜 그런지 인사 이동을 자주 해요. 그런데 낯선 곳을 가면 자꾸 다쳐요. 노하우가 생기고 파악해야 되는데 근무처가 자꾸 바뀌니까 산재가 자꾸 생겨. 현관에는 일 잘하는 사람이 해야 되는데, 어디가 위험하고 어디는 어떻고 그런 걸 알아야지." 노동조합이 생기고 나서 일 년에 한 번씩 담당공간을 바꾼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숙련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어느 모퉁이를 돌 때는 부딪치는 걸 조심해야 하고, 어디는 미끄러질 수가 있고, 어디는 넓으니까 힘의 배분을 어떻게 해야 하고, 일하는 순서를 어떻게 짤 것인가 등등을 일하는 사람이 통제해야 하는데 익숙해질만 하면 다른 건물로 가라고 하니 나오는 소리다. 같은 곳에서 오래 일할 경우, 노조 조합원이 늘어날 게 두려워서 그러는 거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그런데 관리자들은 오히려 "노동조합이 생기고 나서 학교 밖에 눈 치우는 일, 꽃밭에 호미질 하는 일도 없애고 대우도 좀 나아졌는데 노조 생기고 나서 왜 자꾸 사고가 나냐?"고 묻는다. "이동하면 더 힘들다고, 다친다고 말해줘도 그렇게 그렇게 한다니까."산재를 하신 두 분 모두 뼈에 금이 가는 사고였기에 산재보험으로 치료를 하셨다. 노동자들은 노조가 없었으면 산재를 신청하는 것도, 복직을 한 것도 불가능한 일이었을 거라고 입을 모은다. 그래도 아직 갈 길이 멀다.오전 4시에 일어나 식구들 밥을 해놓고 출근해서 자연대, 인문대, 의대 할 것 없이 15년간 청소노동을 했어도 열손가락 뼈 마디마디가 튀어나오거나 무릎에 물이 차는 것은 "나이 들어서 그런 거"라는 말 밖에는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하 2층에서 지상으로 올라온다. 저 멀리 집게와 자루를 들고 오후 일을 시작하고 있는 노동자 뒤로 햇살이 눈부시다.
덧붙이는 글 | - 전수경 기자는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입니다.
<작은책> 2014. 12월호 에 실린 원고입니다.
인터넷에 ‘산재’ 라고 쳐 보세요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산재는 그냥 일하는 사람들 노동하는 사람들의 일상에 씨줄날줄 엮여있는 수많은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법’, ‘심사’, ‘진단서’, ‘유해물질’, ‘의사’, ‘노무사’, ‘변호사’ 이런 딱딱한 말들은 사실은 산재의 진실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산재 보상을 둘러싼 법제도가 어찌나 산재를 밀어내려고 하고 안 해주려고 하는지, 산재보험을 받기가 너무 어려우니까 ‘산재보험 받는 방법’ 이 무엇이냐 아우성이거든요. 그래서 저런 어려운 말이 산재의 전부인 것처럼 굳어져 버렸습니다. 의사 찾아가서 진단서 받는 방법부터 서류 쓰는 방법, 무슨 필름 찍고, 증거 확보하고, 증인 세우고 하는 방법을 돈 받고 상담해주는 직업이 생긴 겁니다. 인터넷에서 산재라고 쳐보세요. ‘상담’, ‘보상’, ‘등급’ 같은 말이 주루룩 올라옵니다. 일하다 아프고 월급 안 나오고 마음 약해진 사람들 등쳐먹는 공무원, 브로커도 해마다 단골 뉴스로 나오고요.
그러나 산재보험은 사회보험이라는 사회 복지 제도의 하나고, 유럽같은 선진국에서는 산재보험을 받으려고 하면 우리들처럼 복잡한 절차가 없습니다.
지난 10월에 이런 사고가 있었어요. 경주에 있는 잠시 쉬고 있는 낡은 월성 원자력 발전소가 있습니다. 여기서 바닷물 들어오는 펌프에 뻘 제거 작업을 하려고 잠수사가 물속에 들어갔는데 5분만에 소식이 끊어졌습니다. 펌프가 네 대가 있었는데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좀 멀리 있는 펌프를 켜고, 바로 앞에 있는 펌프는 “꺼 달라”고 했습니다. 발전소 직원은 “원래 다 켜놓고 일했다”면서 들어가라고 했습니다.
잠수사는 일을 시작하신지 5분만에 가동 중인 펌프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흔적만 좀 남아있을뿐 시신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고 후에 보니 멀리 있는 펌프를 켰으면 되었고, 잠수사 바로 앞의 펌프는 바로 끌 수 있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30년 넘게 일해 온 국가공인자격증을 가진 잠수 전문가, 대학 스쿠버다이빙 동아리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후배 잠수사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던, 중2, 고3 두 아이의 아버지가 세상에서 사라졌습니다.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가슴 아픈 사고였기에 기사를 읽고 놀란 분들이 많았고 며칠 사이에 계속 언론에 나왔습니다. 고3아들과 후배 잠수사들이 부산에서 서울 강남의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건물 앞에 올라왔다고 해서 만나러 갔습니다.
외진 바닷가,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어난 사고의 진실을 알린 것은 운동조직이나 언론사 기자가 아니라 동료 잠수사들입니다. 한 사람의 생명이 찰나에 사라졌는데 사과도 책임도 지지 않고, 그저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리며 사고를 덮으려는 원자력발전소 관리자들에게 화가 나 자료를 만들고 사고 개요를 정리해서 방송국, 신문사, 인터넷에 보냈습니다. 큰 방송국들은 연락이 오지 않았고 <뉴스타파>라는 인터넷 방송국이 연락을 해 오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이 사고는 ‘월성 원전 하청노동자 사망’ 이라는 제목을 달고 언론에 나왔습니다. 산재사고, 직업병이라는 사회 현상은, 사람 좋게 웃던 옆집 다이버 아저씨의 죽음을 ‘노동자 사망’ 이라는 익명의 사건으로 무정하게 표현합니다. 원자력 발전소의 하청구조, 위험한 일을 도맡아 하는 비정규직, 책임지지 않고 덮으려는 원청 공기업… …. 노동자의 사망이나 직업병은, 사회적 배경을 정확하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긴 합니다. 그런데 사고가 나는 사회구조를 강조하다 보니 사람의 일이라는 것, 이웃의 어느 가족에게 일어난 갑작스런 슬픔이라는 것을 잊게 만듭니다. 나와는 상관없는 곳에서 험한 일을 하던 익명의 가난하거나 운 없는 ‘인부’, ‘작업자’, ‘근로자’에게 일어나는 일로 여기도록 만들죠.
들은지 좀 오래된 얘기입니다. ‘영국의 어느 신문은 사고로 노동자가 죽으면 “오늘 열 살, 여덟 살 두 아이의 아빠이자 다정한 남편이었던 마이클이 죽었다” 이런 식으로 기사를 쓴다 는 겁니다.
산재로 치료받기가 어려운 이유는 산재보험을 주려고 만든 것이 아니라 안 주려고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1960년대 박정희 군사정권이 들어서고 얼마 안돼서 산재보험이 시작됐습니다. 탄광 매몰 사고 같은 큰 사고가 일어나면 기업도 사회도 힘들어지니까 500명이 넘는 기업은 산재보험에 들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로부터 50년 동안 건설 공사 현장, 조선소, 제철소 같은 위험한 일은 물론이고 지금은 백화점 화장품 판매 노동자, 카페 알바까지 일하고 급여 받아서 생활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산재보험에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일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단순 부상만이 아니라 몸과 마음에 입는 병도 늘어가는데 산재로 치료한 사람의 수는 제자리이거나 줄어듭니다. 정부는 이걸 산재가 줄었다고, 해마다 무슨 목표를 달성했다고 자랑해요. 해마다 8~9만 명의 일하는 사람들이 산재로 치료한다는 산재보상 통계가 나오는데 그 뒤에 100만 명 정도의 일하다 다친 사람들이 산재보험이 아니라 그냥 건강보험으로 산재를 치료했다고 나옵니다.
일단 노동자만 1천5백만 명이라고 했을 때 3백만 명 정도는 아파서 산재로 치료받는 게 정상이라고 하더라고요. 산재보상금 덜 주면 근로복지공단은 실적이 좋아지고 기업들이 좋아하겠죠. 아까 유럽이야기 잠깐 했잖아요,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산재보험이냐 건강보험이냐 잘 안 따집니다. 아픈 이유가 무엇이든 공공의료에서 아주 싸게 또는 무료로 치료해주고 입원을 하게 되면 공공의료에서 휴업수당도 줍니다.
아파서 일을 못하면 그 자신이나 가족에게 돈이 필요할 것은 당연하니까요. 직업 재활이 필요하거나 직업병 조사를 해야 할 일이 있으면 그때 별도의 직업건강시스템으로 갑니다. 우리나라는 산재보험으로 인정을 받으면 치료비 휴업 급여가 나오지만 인정을 못 받으면 아픈 사람이 치료비 생계비 재취업 다 해결해야 하니까 2~3년씩 재판까지 하면서 산재보험 통과하려고 정부랑 싸웁니다. 사회복지가 잘 되어 있으면 그럴 일이 없습니다. 산재보험을 쉽게 만들어서 일하는 사람들이 아프면 치료비 휴업수당 같은 보장을 잘 해주면 그게 사회복지이기도 하죠.
산재를 의학 과학으로 따져서 심사하고 통과시킨다는 생각은 바보같은 생각입니다. 사람의 몸이 정해진 기준대로 병이 나는 게 아니잖아요. 내가 감기에 걸렸을 때 어디까지가 체력 탓이고, 차가운 날씨 때문인가요. 아프고 힘들면 그 사람을 사회보험료로 치료해주고 생활비도 보존해주자고 사회구성원들이 약속하면 되는 겁니다.
그 사람의 죽음, 대체 누구의 잘못인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월요일 아침 울산에 내려왔다. 현대중공업 ‘일산문’ 앞에 두 대의 차가 서 있다. 한
대의 봉고차에는 “4대 요구안 쟁취, 원청 현대중공업 교섭촉구, 산재사망 책임자 처벌”, “하청노동자의 죽음 앞에 현대중공업은 사죄하고 노동 3권 보장하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다른 한 대의 1톤 트럭 위에는 농성장이 차려져 있다. 하청노동자들이 많이 드나드는 길목에서 농성하는 이들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다. 지난 한 해 동안 이들의 동료 10명이 현대중공업에서 일을 하다 목숨을 잃었지만, 기업은 더 안전한 일터를 만들자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외면했다. 하청노조와의 교섭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책임지는 이 하나 없다는 현실이 이들을 길거리로 내몰았다.이들이 지난해 한 해 갑자기 위험해진 것은 아니다. 노동자들은 계속해서 죽고 있었고, 그와 동시에 다치는 사고들은 물밑에서 은폐됐다. 창사 이래 얼마나 많은 사고와 사망이 켜켜이 쌓여 있었을까. 피에 톱밥을 뿌려 놓고 다시 일했다는, 옆에서 누가 죽어도 2시간 만에 일을 시켰다는 그곳이었다. 세상이 지켜보고 있었지만 이런 일은 무심하게 계속됐다. 2012년 12월 어느 날 한 노동자가 트럭에 실려 응급실로 갔고, 결국 사망했다. 심근경색이었다. 노동자들을 인터뷰해 보면 당시만 해도 다친 노동자를 트럭으로 운반하는 일이 흔했다고 한다. 짐짝 그 자체였던 거다. 추적 60분에서 다뤄진 이 내용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으로 남아 있다. 2013~2014년 울산 건강권대책위원회·금속노조·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는 산재 은폐를 적극적으로 조사해 250여건의 은폐를 밝혀냈다. 그래도 그뿐이다. 6만명이 넘는 현대중공업을 담당하는 산업안전 근로감독관이 한 명이라는 슬픈 현실이 앞에 놓여 있다. 산재를 은폐하는 것은 범죄지만, 이 사회는 범죄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렇게 작은 사고들이 가려지고, 고쳐지지 않아 큰 사고가 뻥뻥 터진다. 사람이 죽는다. 신기하다. 시간이 흐르고 세상이 발전하고 잘살게 됐다는데.2013년 5월 당진 현대제철에서는 5명의 하청노동자가 사망했다. 밀폐된 공간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아르곤가스에 질식해 숨졌다. 얼마 전 그 사건의 책임자였던 부사장에 대한 2심 판결이 있었다. 1심에서 판사는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판결이 확정되면 구속을 시킨다고 했다. 판결문을 읽다 보니 이상했다. 이러다가 2심이 되면 집행유예 판결이 나오는 게 아닌가 싶었다. 2심 법원에 탄원서를 보냈다. 집행유예는 안 된다고,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중요한 판결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2심 판결은 집행유예였다. 그 판결 결과를 받으면서 동시에 현대제철의 다른 사망에 대한 고발 결과도 나왔다. ‘혐의 없음’이었다.살인과 산재 사망은 뭐가 다를까. 어느 정도 안전장치와 안전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일을 시키는 기업, 안전예산은 뒷전인 기업, 같은 기업에서 일어나는 연속된 산재사망, 어쩌면 예견된 죽음이다. 경향성도 뚜렷하다. 대기업은 위험한 일은 전부 하청을 준다. 사고가 나면 반드시 하청노동자가 희생된다. 그 대기업 앞마당에는 무재해 깃발이 휘날린다. 꼭 흉기를 휘둘러야 살인인가.한 해에 2천명 정도가 일을 하다 죽는다. 꿰어 맞춘 듯 2천명 선으로 고정돼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망률 1·2위를 다툰다. 사망자는 전 세계 최고치인데, 다친 사람의 통계는 매우 낮다. 한국에서 10명 죽는 동안 1명만 죽는 영국보다 다친 사람이 적다. 마법 수준의 통계다. 외국 연구자들은 반드시 한 번씩 물어본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요?” 그러게 말이다. 상담이 오면 사람들은 “제가 산재처리를 하면 회사에 어떤 불이익이 있나요?”, “산재 신청하면 해고당하는 거 아닌가요?” 이 질문부터 한다고 답해 준다. 스스로 가리고 묻어 버린 아픔이 이따금 더 큰 슬픔이 돼 돌아온다. 2015년은 어떻게 바뀔까 생각하기도 전에 연말과 연초를 아울러 큰 사고가 앞다퉈 터졌다.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질소가스에 질식해 하청노동자가 죽었는데 LG디스플레이에서 보란 듯 같은 이유로 하청노동자가 죽었다. 현대제철이 생각난다. 또 높은 사람은, 원청회사는 책임지지 않게 되는 건가. 이것부터 궁금하다. 2014년은 되돌아보기도 버거울 정도로 큰 상처였는데, 보듬고 정비할 여유도 주지 않는다. 후퇴하고 더 위험해지는 게 아닌지 의심마저 든다. 그러다 보니 유독 대체 누가 무엇을 책임져야 안전한 사회가 되는 걸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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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7월 1일, 마석 모란공원에서 열린 '2012 산재 사망 노동자 합동 추모제'. 문송면 묘역에서 추모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 오른쪽이 문송면의 수은 중독이 직업병임을 인정받기 위한 모든 과정을 함께했던 문송면의 형 문근면 씨다. ⓒ일과건강
[라포르시안] 지난 2월 중순 20대 파견노동자 세 명이 메탄올 중독으로 산재승인을 받았다. 메탄올 중독은 잘 알려졌고,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진단과 치료를 잘 할 수 있는 질병이다. 하지만 실수나 자살 목적으로 음독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작업장에서 메탄올 증기를 흡입해서 중독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임상 의사들뿐 아니라 직업병 전문가들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필자는 최근 메탄올 증기 흡입에 의한 급성 중독 사례를 확인하였고, 혹시라도 이러한 사례가 또 다시 발생하다면 의사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보를 제공하고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최근 메탄올 중독을 진단받은 이들은 공통점이 있다. 첫째, 환자들은 CNC 가공업체에서 휴대폰 버튼용 알루미늄 가공 기계를 조작하거나 제품의 치수를 재는 일을 하면서 금속가공시 발생하는 열을 식히는 목적으로 분사되는 메탄올에 호흡기 또는 피부로 노출되었으며, 그 노출량은 기준치의 10배 이상으로 추정된다. 둘째, 몸살기운과 같은 증상이 먼저 있다가 인근 병원을 방문해서 혈액검사를 하고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하며, 심지어 다시 회사에 복귀해서 근무를 계속하기도 했다고 한다. 셋째, 12시간 주야간 맞교대를 했는데, 야간근무 중 두통, 어지러움, 구토 등의 증상이 발생했지만 자고 일어나면 좋아질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아침 퇴근 후 잠들었다가 증상이 급격히 악화되어 응급실에 내원하였다. 넷째, 응급실에서 시행한 검사 상 대사성 산증이 확인되고 혈액투석 치료를 시행하였다. 다섯째, 환자들은 의식이 떨어진 상태라 정확한 과거력 및 직업력 청취가 어려운 상황에서 메탄올 중독을 의심하기가 어려웠다.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료진, 특히 부천, 인천, 시화, 반월, 구미, 천안 등 관련 업종 밀집지역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의사 선생님들께 다음과 같은 내용을 기억해주십사 부탁 드린다. 첫째, 임상적으로 메탄올 중독이 의심되는 환자가 있다면, 즉 원인불명 대사성 산증, 음이온 차(anion gap) 및 삼투압차(osmolar gap)의 증가가 나타나면, 메탄올 취급 직업력을 확인해야 한다. 환자는 의식이 저하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니 보호자로 부터 어떤 공장에서 일했는지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보호자들은 무슨 일을 하는지까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 회사에서 어떤 일을 얼마나 했는지를 물어보아야 한다. 한편 이번 집단 발생한 환자들은 수개월 일한 뒤에 발생한 경우도 있었고, 며칠 만에 발생하기도 하였다. 둘째, 독성 뇌병증, 시신경병증에 부합하는 소견이 있는 지 살펴보아야 하며, 대사성 산증의 교청을 위한 혈액투석과 함께 메탄올에 대한 해독제 투여를 고려해야 한다. 메탄올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대사산물인 개미산이 독성을 갖는 것이며, 해독제는 무수 알콜, 포메피졸, 엽산 등으로 알려져 있다. 셋째, 원인적 진단 및 산재보상에 대하여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에게 상의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번 메탄올 중독 환자는 본원 신장내과 류동열 교수가 협진을 의뢰하면서 확인이 되었다.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들은 유해물질 노출 상황을 추정하고 유해물질 노출을 생체 내에서 분석하는 방법에 대해서 조언을 줄 수 있고, 환자에게는 산재보상에 대해서 상담을 할 수 있다. 교과서적으로 혈중 메탄올을 측정하면서 치료 효과를 보면 좋겠지만 불행히도 국내에서 분석이 가능한 기관은 없다. 현재 소변중 메탄올 분석이 가능한 민간기관은 씨젠 의료재단이 유일하다. 휘발성을 고려해 소변을 튜브에 90%이상 담아 밀폐한 후 냉장 보관해서 의뢰한다. 만약 CNC 가공업체에서 일했다면 소변중 알루미늄 분석도 같이 의뢰하도록 한다. 알루미늄은 휘발되지 않기 때문에, 노출상황을 추정하고 원인적 진단을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에 메탄올 중독으로 혈액투석을 실시한 후의 환자들의 소변에서 상당량의 알루미늄이 검출되었다. 넷째, 관할지역 노동지청에 신고한다.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와 협진이 가능하다면 현재 고용노동부가 운영 중인 급성 직업병 감시체계를 통해 사례가 보고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주치의가 직접 전화하는 수밖에 없다. 근로감독관이 해당 사업장에 찾아가서 확인하고, 조업중단, 작업환경측정, 임시건강진단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추가 피해자를 막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첫 환자를 진료했던 신장내과 교수가 "다른 사람은 괜찮을까요?" 라고 물었고, 필자는 그 이야기를 듣고 전화기를 들어 고용노동부에 신고를 했었다. 공단지역에서 외래 진료를 하는 의사분들과 공유하고 싶은 내용이 있어 몇 자 더 적는다. 첫째, 두통, 어지러움, 구토를 호소하는 경우 직업력을 꼭 확인하길 권한다. 환자들은 보통 "회사다녀요"라고 답변을 한다. 생산직인지 아닌지, 사용하는 화학물질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화학약품을 쓰지 않는다고 답변할 수도 있다. 환자발생 사업장에서 일했던 20세 여성은 '처음에는 물인 줄 알았어요' 라고 이야기 했었다. 특정 회사를 다니지 않고 인력파견업체를 통해서 CNC 가공업체를 전전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공정이나 사용물질을 정확하게 알지 못할 수도 있다. 둘째, 일과 관련된 문제이든 아니든 일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프다고 생각되면 일단 몸이 좋아질 때까지 출근하지 않도록 당부해야 한다. 단, 환자들이 아파더라도 출근하지 않으면 일자리를 잃을지 모르는 사람이란 점을 염두에 두고 대화를 하기를 바란다. 노동자들이 의사에게서 제일 듣기 싫은 말은 일을 그만두라는 것이라고 한다. 환자는 마음속으로 '그러면 일당은 누가 주냐'고 묻거나 아니면 알았다 하고 진료실을 나가서 바로 출근할 수 있다. 이는 비단 메탄올 중독 뿐 아니라 근골격계질환, 뇌심혈관질환 등 모든 직업병에 공통 사항이다. 원인을 불문하고 아프면 쉬면서 치료를 받거나 회복을 도모하고 나서 다시 일해야 한다는 것을 꼭 설명해주시기를 빈다. 실제로 이번에 메탄올 중독으로 진단받은 노동자들은 아픈데 참고 일했다. 같이 일했던 사람들 중 아파서 결근한 사람이 두 명 있었는데, 그들은 메탄올 영향으로 추정되는 증상은 있지만 중독에 이르지는 않았다. 셋째, 직업과 관련된 문제가 의심이 될 때는 환자를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에게 의뢰해주기 바란다.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들은 흔히 특수건강진단을 주로 하지만 환자의 직업과 관련된 건강문제에 대해서 그 위험를 평가하고, 질병의 예방과 관리에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다. 만약 병원에 직업환경의학과가 없다면 가까운 지역의 근로자건강센터에 문의하는 것도 방법의 하나이다. 이는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지원하는 공공 보건의료기관으로 전화(1577-6497)를 하면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에게 자문을 받을 수는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메탄올 중독뿐 아니라 노동자들이 일과 관련되어 아프다고 할 때 진료를 하는데 참고가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 참고자료
[성명] 20대 청년 노동자들의 눈멀음 사고로 박근혜 대통령이 깨달아야 할 것
http://old.laborhealth.or.kr/action/41526
긴급토론회> 삼성전자 하청업체 메탄올 중독 사건의 시그널 - 청년 노동자들의 시각 손상 사건이 의미하는 것
http://old.laborhealth.or.kr/41669
계속되는 현대중공업 산재사고, 이유와 대책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대형 기업들의 구조조정,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에서 이달 들어서만 근로자 3명이 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올 한 해 기준으로는 벌써 다섯 번째 발생하는 사고였다고 합니다.창사 이래 처음으로하룻돌안 전면 작업을 중단할 정도 까지 심각한 상황이라고 하는데 , 왜 이런 사고가 자꾸 반복되고 있는지 노동건강연대 박혜영 노무사 연결해서 말씀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박혜영 노무사님
안녕하세요 박혜영입니다
이른 아침 고맙습니다. 산재사고가 상당히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데 어떤 사고 였습니까.
사고 내용을 좀 소개해주시겠습니까?
예 사고 내용이 좀 말씀드리기 좀 민망한데요, 예를 들어 안전펜스가 없어서 바다에 떨어져서 돌아가시거나, 4톤 정도 되는 물체가 힘을 못이겨서 떨어져서 아래 계시던 분이 돌아가시거나 뭐와 뭐 사이에 끼시거나 이렇게 돌아가셨어요
아이고 이 아침에 참 말씀 듣고 머릿 속으로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이야기들인데요,
근데 제가 좀 얼핏 듣기엔 말이죠, 이런 사고들은 산업화 초창기에...어떤 그 재래형 사고 같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근데 현대 작업장에서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이해가 잘 안 되는 군요.
사실 이 정도 상황이면 현대중공업의 무관심 그 자체가 이유가 아니었나 이런 생각이 좀 드는데요, 예를 들면. 위험을 제거하는 행위들이 기업 내에 존재하는데 이걸 의무로 안 보고 비용으로 생각하고 있는 거에요. 안전펜스를 설치하거나, 아니면 위에서, 위라는게 건물 몇 층 높이...뭐 이런 되게 높은 곳에서 물건이 떨어져서 돌아가시지 않게 하려면 튼튼한 벨트를 쓴다거나 이런거거든요. 그리고 하청업체가 매우 많기 때문에 하청업체 사이의 일정을 조율해준다거나 어떻게 보면 당연히 해야될 투자 같은 건데 비용으로 보는 것이죠.
얼핏 듣기에도.... 바다에서 작업을 한다던가, 좀 위험도가 있는 현장에서 작업을 할때에는 최소한의 비용이 든다 하더라고 위험을 제거할 수 있는 매뉴얼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요?
어 그럼요...있어야 정상인데
그럼 이 매뉴얼이 제대로 없고 지켜지지 않는다 이런 말씀이신가요?
예 그리고 현장에서 이야기 들어보면, 빨리빨리 하라 그런다. 그 담에 뭐 옆에서 저쪽 업체에서는 저런일 하고 이 업체에서는 이런 일 하고 이게 막 섞이는데 조율 안 해준다. 뭐 이런 이야기들이 계속 들리는 거죠
예를 들어 공기를 단축시기거나 이런데서 무리수를 두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군요
그렇죠.
그렇다면 이런 사고가 발생했을때 책임소재 부분인데요 회사측에서는 어느 정도의 책임을 분담하고 있습니까
아,..현대 중공업 본사를 본다면 그 동안 사실 아무 책임도 안 져왔다고 볼 수 있는데요. 예를 들면 올해 이런 일이 처음 일어난 게 아니라 2014년에도 일주일에 한 분 씩 돌아가셨었는데, 그때 당시 저희가, 노동건강연대가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를 고발을 했었어요. 근데 그 판결이 작년 11월에 울산지법에서 있었거든요. 그 때 결과를 보면 현대중공업이 벌금 1500만원 ,대표이사 무죄, 이렇게 나왔거든요. 근데 이게 몇 명이 돌아가셨는데, 사실 저희는 일 하다가 사망을 하면 그 사건이 위험을 만든 최고 책임자나 기업이 저지른 살인이다 이렇게까지 보고 있는데, 그냥 단순하게 보면 그냥 시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살인은 굉장히 중대한 범죄로 처벌을 받잖아요. 근데 지금 한국사회에서 기업에 의한 이런 살인은 사실 용인되고 있는게 아닌가. 그게 현대중공업이 아무런 책임도 안 지게 하는..그렇게. 작용한게 아닌가 생각을 하는거죠
노동건강연대에서는 회사 측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판단을 안 하시는 것 같은데
그렇죠
문제는 이런 사고가 계속해서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그렇다면 앞으로도 이런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아니겠습까?
그럼요
이런 환경속에서 일하는 근로자분들의 노동의욕이랄까요 이런 것들이 좀 많이 저감될 것 같구요 회사 분위기 자체도 좋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같이 일하시던 분이 돌아가시는 것이잖아요. 일은 해야되고 그 자체로 오는 압박이 얼마나 심할까 상상을 해보시면 될 것 같아요.
현대중공업측에서 안전전담요원 숫자를 증원하겠다 예산도 좀 투입해서 위험요인 제거하겠다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들었는데 변한 게 전혀 없습니까
그게 2014년에 사고가 계속 발생하니까 내 놓은 대책이었는데 그때 저희가 질의서를 보냈어요. 돈을 이렇게 투자한다는데, 돈을 어디다 쓸거냐, 근데 현장에서는 바뀐게 없다고 이야기를 하시고, 저희가 질의설를 보낸 후에 아무런 답을 못 들었죠
그러면 예산을 3천억을 투자한다고 했는데 그 3천억 예산은 어디로 간 것인가요?
아마 쓰신 분들은 알고있겠죠
아하...이 부분이 그러면 애초 이야기 한 것 처럼 위험요인을 제거하는 데 쓰인 것 같지는 않다라는 말씀으로 들리는군요
예 저희는 그렇고 실제 물어봤을때 대답도 안 해주셨고
아 이부분에 대한 명쾌한 회사측의 답변이 없었습니까
예 전혀 없었고 공개질의서를 보냈었거든요.
자 그렇다면 지난 20일에 이 사고 이후에 작업을 중단하고 대토론회를 했었다면서요 안전대토론회, 이때 어떤 부분이 논의 된 것입니까 이런 이야기 포함해서
앞으로 누가 돌아가시거나 큰 사고가나면 해당 사업부의 성과 등급을 조정을 한다던가 아니면 그 일을 하던 하청업체를 계약을 해지하겠다던가 그런 내용들인데요...
저는 엄청 놀란게 이게 위험한 구조를 만들고 공간을 짜고 사고를 유도했던 장본인 분들이 막 으름장을 놓고 있는 것이잖아요
오히려
네. 작년에 현대중공업에서 하청업체 총무 한 분이 자살하셨는데 엄청난 압박에 시달렸던거죠 산재를 은폐를 하거나 하는 압박들. 이런 압박을 하는게.. 하청업체 계약을 해지시키고 성과등급을 낮추고 이렇게 하는 압박들이 실제 현장에서 위험을 제거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들이 드는거죠. 더군다나 이제 현장에서는 실제 일을 하시는 하청노동자 분들은 우리가 위험을 가장 잘 알고 있지 않겠냐, 실제 이 논의에 우리를 참여하게 해달라 이런 이야기를 하세요 우리가 얼마나 위험한지 이야기를 해주겠다
아..듣기에 굉장히 합리적으로 들리는데요
예..근데 무시하는 거죠. 현장에 답이 있지 않은가 싶은데 그게 잘 안 되는 상황이에요
그렇다면은 지난 안전대토론회에서도 뾰족한 대책이 안 나왔다는 이야기인데 어떤 대책이 우선되어야 할 까요.
예를 들면 현장에 계신 분들이 많이 움츠려들어 계시잖아요. 완장차고 들어오는 거 말고, 하청 업체 없애자는 거 말고.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거 자체가 저는 또 다른 위험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이 좀 들어요
압박이 좀 작용을 해서요
네 그리고 아까 말씀드렸듯이 당사자분들의 이야기도 빠져있고. 그래서 그 부분들을 중요하게 여기는 대책이 만들어져야 되는게 아닌가 이게 첫 번째가 아닌가 생각이 들고요
마지막으로는
일단 위험을 제거하는 일은 비용이 아니라 명백하게 투자다, 이게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앞으로 기업 지금도 어려운데 사실 더 어려워질거다. 왜냐면 뭐...외국의 투자자나 선주사들이 여기 되게 위험하고 사람 죽이는 조선소다 이러면 껄끄럽고 그렇잖아요. 그래서 이런 부분을 좀 염두에 두셨으면 좋겠고, 실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실효성이 전혀 없을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꼭 드리고 싶어요
예 하실 말씀이 참 많으실 것 같습니다만은 지금까지의 대응이란 게 종합적으로 봤을땐 왼쪽 다리가 가려운데 오른족 다리를 긁은 셈이 아니었나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더 읽을 기사
"현대중공업 산재, 근본적 문제는 사내 하청구조"
http://www.nocutnews.co.kr/news/4582455
<신동호 시선집중 인터뷰>
2016년 3월 28일
메탄올-수은중독, 후진국형 산업재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신동호: 최근 부천 그리고 인천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메탄올 중독사고 때문에 시력을 잃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들 모두가 20대 청년 노동자라서 그 안타까움이 더 했습니다. 하청공장에서 일하던 중에 이런 일을 겪었는데요, 문제는 피해자들이 정작 자신들이 만지고 있는 화학약품이 독성물질이라는 것도 모르고 일을 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례를 대표적인 후진국형 산업재해로 바라보고 있는데 문제는 이런 사례가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기 때문에 짚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노동건강연대 이상윤 대표님 이십니다.
신동호: 메탄올이 이렇게 시력을 상실하게 할 만큼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만큼 특별히 위험한 물질입니까 어떻습니까
이상윤: 메탄올은 사실 일반인들도 잘 아는 물질이죠. 흔히 공업용 알콜이라고 알려져 있는 물질인데 굉장히 오래된 물질이고 유해물질은 맞지만 관리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아서.
신동호: 게다가 이것이 관리가 까다로운 신종화학물질은 아니잖아요, 그렇죠?
이상윤: 그렇죠. 굉장히 오래전부터 쓰이던. 그리고 우리가 화학 실험시간이나 이럴때 중고등학교 실험실에서도 쓰이는 물질이기 때문에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동호: 자, 그렇다면 관리가 그렇게 특별히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지금까지, 새로운 물질도 아닌데 이런 사건이 생기게 된 이유가 어디 있을까요?
이상윤: 시스템에 굉장히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후적 사건인데요. 아주 기본적인 안전조치 조차 안 한거죠. 근데 이와 같이 기본적인 안전조치 조차 안 한 것이 두 가지 문제가 있는데, 첫 번째는 이 노동자가 전부 다 불법파견 노동자라는 거죠, 그러다보니까 사업주가 누가 우리사업장에 와서 무는 일을 하는지 조차도 잘 모르더라구요.
신동호: 아 그럼 인력과 그들의 업무 자체에 대해서 파악이 안 되어있다?
이상윤: 전혀요. 오늘 일하다가 어떤분들이 그만두면 다음에 또 인력 파견업체가 누군가를 또 파견하고 그러니까 인력관리가 전혀 안 된 거죠. 그리고 두 번째는 그분들 입장에서도 한 6개월정도 일하다가 또 따른 업체로 가고 그러니까 내 사업장에서 무슨 물질을 쓰는지 조차 관심도 없었고. 이런 시스템 내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신동호: 구조적인 문제를 두 가지를 말씀해주셨는데 인력관리 소홀 측면은 그렇다 하더라도 글쎄요, 사전에 하루를 일한다 하더라도 유해물질을 다루게되면 이 유해물질의 독성이라던가 관리방법 그리고 피해 우려 상황에 대한 교육은 필요한 것 아닌가요 ? 이게 전혀 현장에서는 안 되고 있습니까?
이상윤: 법적으로는 하게 되어있죠. 근데 법은 완전히 유야무야 된 것 이구요, 실제 이번에 확인해보니까 전혀 아무런 교육도, 정보제공도 없었고, 심지어는 환기시설이라든지 보호구 지급이라던지 안전조치 조차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신동호: 이렇게 특별관리물질에 대해서 안전교육이라던가 관리가 전혀 되어있지 않다. 통풍장치도 안 되어있다. 이런 경우에는 처벌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이상윤: 지금 현재 시스템 내에서 처벌은 과태료 정도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근데 과태료 수준이 몇 백만원 수준이기에.
신동호: 기업주로서는 이게 그렇게 큰 부담이 없는거군요
이상윤: 그렇죠, 차라리 과태료 맞고 그대로 일하는 게 낫다 그런거죠. 사실 불법이 횡행하고 있는거죠
신동호: 사실 유해물질의 경우에 저강도로 오래 노출되는 경우는 있었습니다만 이렇게 급작스럽게 노출돼서 실명에까지 이르는 사고 이게 사실은 선진국에서 찾기 힘든 사례 아닙니까?
이상윤: 굉장히 부끄러운 사례죠. 사실 국제사회 GDP규모로 12이 11위 되는 한국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국제사회에 알려진다면 굉장히 부끄러운 그런 사고구요. 경제수준이 훨씬 떨어지는 베트남이나 이런 동남아시아 제조업 ...핸드폰 부품 생산이 특히 삼성전자 같은 경우는 베트남에서 생산이 많이 되고 있는데, 베트남에서도 이런 사례가 있었는지 저희가 확인을 해봤는데 전혀 없다고 합니다. 베트남보다도 못한 사고가 발생한거죠
신동호: 참 우리 사회에서 왜 이런 구멍이 나있는지 참 안타까운데요. 이번에 그 원청업체기업들을 상대로 공개 질의서를 보냈다고 들었습니다. 질의서 내용은 어떤것들을 담고 있습니까?
이상윤: 저희가 가진 문제의식은 아까 말씀드렸지만 첫 번째 문제는 불법파견문제이지만, 두 번째 문제는 대기업의 하청업체에 대한 원가 후려치기, 흔히 갑질 이라고 하는 문제가 여기에 개입되어 있다고 보는겁니다.
신동호: 예. 불공정 거래가 있었다는 말씀이군요.
이상윤: 그렇죠. 사실은 원가에 못미치는 단가에 계약하다보니, 이 기계 원래는 메탄올이 아니라 에탄올을 쓰게 되었있는 기계거든요. 에탄올은 이제 우리가 마시는 술에 들어가 있는 알콜인데 이거는 상대적으로 유해성이 덜한거죠.
신동호: 음용가능 물질이구요
이상윤: 그렇죠. 근데 그 사업장 입장에서 메탄올을 쓴거는 메탄올이 에탄올에 비해 3분의 1 정도가 싸거든요.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서 더 유독한 물질을 사용한 것이고, 그래서 이 사건이 발생한 것인데 업체 입장에서는 유독한 물질로 바꾼 이유는 대기업이 원가를 후려치니까 그거에 맞추기 위해서는 이 물질밖에 쓸 수 없었다.
신동호: 에탄올을 써서는 도저히 경영이 안 된다는 거죠.
이상윤: 예 도저히 수지타산이 안 맞는거죠. 그래서 저희가 대기업에 요구한거는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느냐 이에 대한 책임이 당신들한테 있는 것 아니냐, 법적인 책임까지는 없겠지만 사회적 책임을 느껴라 라는 공개질의를 한거죠
신동호: 그러면 답변은 들었습니까?
이상윤: 네 답변은 왔는데요. 이 발생한 하청업체가 3차 하청업체인데요 대기업의 1차 하청 업체는 아니고, 1차 하청업체까지는 신경을 쓰겠다. 근데 3차 하청업체까지는 힘들다. 그런 점들을 고려해달라 이런 답변을 받았습니다.
신동호: 시스템적으로 구조의 문제를 많이 지적하셨는데 2차, 3차까지 내려가면 원청업체에서 실질적으로 통제하기가 어렵다는 부분, 이 부분이 역시 구조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가될테구요 이런 사고가 재발되지 말라는 법이 없는거군요
이상윤: 그렇죠.다른 것보다 문제는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이 안 되고 있고 그 부분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부족하다보니 이런 문제들은 계속, 메탄올이 아니더라도 계속 비슷한 유해물질들에 의한 중독사건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큰 문제죠
신동호: 예 , 잘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죠. 고맙습니다.
이상윤: 예 , 고맙습니다.
신동호: 예 , 지금까지 노동건강연대 이상윤대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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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청년 4명 메틸알콜 실명, 파견노동의 덫인가 시스템의 부재인가 http://old.laborhealth.or.kr/action/41740
- 긴급토론회> 삼성전자 하청업체 메탄올 중독 사건의 시그널 - 청년 노동자들의 시각 손상 사건이 의미하는 것
http://old.laborhealth.or.kr/action/416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