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영 노동건강연대 상근활동가
살아가면서 참 많은 죽음을 경험합니다. 누구 부모님은 병으로, 교통사고로 돌아가십니다. 스스로가 아닌 타인에 의한 죽음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을 죽이는 건 개개인만이 아닙니다. 사회구조와 불평등도 사람을 죽입니다. 회사도 사람을 죽입니다. 회사가 사람을 죽인다고 하니까, 대뜸 머나먼 이야기처럼 들리실지도 모릅니다. 돌이켜보면 공장에서 누가 일하다가 죽었다더라, 기관사가 투신자살을 했다더라, 건설현장에서 누군가가 떨어졌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갑자기 웬 죽음에 관한 이야기냐구요? 얼마 전 고용노동부가 산재통계를 발표했습니다. 2011년 통계치를 보면 업무상 사망자 수가 2114명입니다. 1년에 2114명이 "일로 인해" 사망했답니다. 하루에 6명꼴로 매일 매일 누군가가 일을 하다가, 자신의 일로 인해 사망을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심지어 산업재해로 인한 산재신청의 경우는 하루에 256건이나 됩니다. 산업재해를 신청해서 승인된 사람만 그러하다니까, 불승인되었거나 공상처리되거나 자동차사고 등으로 처리된 분들은 심지어 통계에서 제외됩니다.
하루에 6명씩 사망을 했으면 언론에 매일매일 누군가가 '일하다가' 사망했다고 이야기가 나올 법도 한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세상을 가꾸고 버티고 살아가는 이들의 일상적인 이야기는 기삿거리가 되기 쉽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노동자 4명 죽은 '이마트' 사고, 처벌은 벌금 100만 원뿐
그런데 올해 초 조선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며칠 상간으로 계속 들었습니다. 정말 뭐가 문제길래 저러나 싶어서 여기저기 검색을 해보니 조선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안전보호체계의 전무함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가장 심각한 것은 하청으로 가면 갈수록 더 열악한 업무를 하기 때문에 사고율, 사망률이 더 높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부산 녹산공단에서는 방사능 유출로 일하던 비파괴검사 노동자들이 줄줄이 백혈병에 걸렸다는 기사도 보입니다. 얼마 전에는 공황장애에 시달리던 지하철 기관사의 투신자살 소식도 들었습니다. 한국타이어의 집단 돌연사, 쌍용차 해고자들의 사망, '삼성 백혈병'으로 대표되는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사망 등에 이어 다수 노동자들이 사망 혹은 발병 리스트에 계속 추가되고 있습니다.
안전보호 시설만 제대로 되어 있었으면 죽지 않을 생명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보호설비에 투자를 좀 더 많이 하고, 일하는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신경 써준다면 그렇게까지는 되지 않았을 겁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노동자들이 사망하는 회사가 얼마나 형사 처벌을 받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희한하게도 이를 규정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인명사고를 낸 기업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규정이 없습니다.
그리하여 2008년 이천냉동창고 화재 때는 40명의 사망자가 있었지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전원 집행유예를 받았죠. 이마트 탄현점에서는 등록금을 벌려던 대학생 포함 4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는데, 발주업체 이마트와 해당 지점은 각각 1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을 뿐입니다.
'산재사망은 기업살인'이라는 인식... 우리도 필요하다
살인기업
기껏해야 벌금, 그것도 아주 미미한 벌금을 받고 면죄부를 받는 기업주들에게 무언가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사업주들도 일하는 노동자들의 안전을 생각하여 일터를 짓고, 신중하게 업무를 주지 않을까요? 안전조치, 안전시설 투자를 제대로 안 해서 사람이 죽는다면 그건 실수가 아니라 고의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제안하는 법이 있습니다. '기업살인처벌법'입니다.
많은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있지만, 그 처벌이 미미하여 산재사망을 실질적으로 단속할 수도 없습니다. 이미 영국에서는 산재사망사고는 기업의 살인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처벌을 강화할 새로운 형사정책을 만들어낸 바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환경범죄가중처벌법으로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가 반사회적 행위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습니다. 이제 일터에서의 산재사망도 살인이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이 다수 사망하는 상징적인 회사들은 물론이고 중소·영세 사업장, 하청노동자들, 특수하게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도 탄탄하게 제도로 보호해야 합니다.
일본에서 연구차 왔던 대학원(도쿄대학교 문화인류학)생과 산업재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작은 공장에서 사고가 나면 그 공장은 문 닫아야 한다고 합니다. 진실이 어떠한지는 모르겠으나 최소한 주변 사람들이 '그 회사는 참 나쁜 회사다'라고 말한답니다. 여론이 그 회사를 못 견디게 한다는 거죠. 그런데 왜 한국은 회사에 그렇게 너그러우냐는 의아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 친구에게 경제논리와 개발우선주의가 인권보다, 개개인들의 삶보다 중요하던 시기가 있었고 사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으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저도 씁쓸하기만 합니다. 우리, 건강식품 열심히 챙겨먹는 정성으로 이제는 일터에서의 안전과 건강도 챙겨보지 않을래요?
덧붙이는 글 | 박혜영 기자는 노동건강연대 활동가입니다.
* 기사 원문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713593
종이신문도 인터넷도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 소식들로 분주하다. 선거라는 이벤트는 본게임도 재미있지만 본게임에 올라갈 선수 선발을 둘러싼 쟁투가 더 흥미진진해서일까. 보수정당들의 후보 공천 쟁투가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올라오니, 욕하면서도 보게 된다는 막장드라마를 기다리는 심정을 알겠다. 생과 사를 가르는 잣대부터가 시빗거리가 되니 칼을 휘두르는, 이른바 ‘공천심사위원’들의 꿈자리도 편치만은 않을 것 같다. 공천 탈락자들이 뿜어내는 독기와 저주의 어휘도 야릇한 중독성이 있다. 오늘 저주를 퍼붓는 대상이 어제 그토록 갈망하던 그곳이었다는 기억은 이미 안드로메다로 보내 버렸다. 신속함과 용감성에 무릎을 친다. 역시 범인(凡人)은 정치한다고 나설 일이 아니런가.웃자고 한 소리지만 아주 틀린 말도 아니다. 생각 있는 일부 언론들이 선거의 내용을 채워 보고자 토론회다, 전문가 좌담이다 자리를 만들고 애를 쓰지만 밥벌이에 바쁜 국민들이 고된 하루 일과를 마치고 뉴스라도 챙겨 보려고 겨우 TV 앞에 앉으면 날이면 날마다 같은 선수들이 나와 입으로 치고받는 그림만 나오는 게 선거철 뉴스니 말이다.내가 일하는 단체도 일찍부터 올해 예정된 거대한 정치일정 속에서 한 점 존재감을 획득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관해 토론과 회의를 이어오던 차다. <정책요구안> 문건이 수차례 나오고 간담회·토론회·설명회가 열린다. 자리는 달라도 공통점은 마무리하는 시점에서의 한숨이다. 방대한 노동의제 안에서 건강권이니 산재니 하는 의제가 어디 옆구리에라도 걸칠 수 있겠는가 하는 무력감이다.산재니 건강권이니 하는 의제가 전문가들의 전문용어로만 서술되고 노조 안에서도 소수 활동가들의 영역으로 굳어진 데에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제도는 공급자 마음대로 설계돼 있고, 노동자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장애물과 지뢰밭이 곳곳에 있다. 장애물을 걷어내고 지뢰를 제거해야 노동자들이 들어갈 수 있는데, 장애물과 지뢰밭을 그대로 두고 요리조리 피해 가는 활동만 궁리하니 말만 어려워진다. 기자들 만나면 ‘너무 어려운 분야’ 라면서 취재를 회피하거나 아예 통으로 ‘기획도 해 주시고 기사도 써주세요’ 한다. 전문가도 아니요, 그저 노동문제의 일부이기에 일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런 상황에 화가 난다.사정이 이러하니 노동자 건강문제나 산재 문제가 어느 세월에 햇빛을 볼까 시름하던 차에 <2012 총선유권자네트워크>에 참여하기로 결정하고, 연대기구인 <노동자건강권공동행동> 이름으로 문을 두드렸다. “기억! 약속! 심판!” 슬로건 아래 총선에서 꼭 다뤄져야 할 이슈를 망라하는 자리다. 한미FTA 폐기·언론악법 폐지·4대강 재자연화·검찰개혁·남북관계까지 한국사회 쟁점이 다 들어와 있고, 활동 많이 하고 언론 많이 타는 덩치 큰 단체들, 연대기구들이 대부분 참여하고 있다. 섬마을 살다 서울로 이사 온 전학생 모양으로 잔뜩 기가 죽었다.내가 들고 간 의제는 두 개였다. 하나는 산재보험 개혁이고, 또 하나는 일명 기업살인처벌법(산재사망에 대한 기업처벌) 제정이다. 단체별로 조직별로 두세 개만 들고와도 수십 개가 되니 이를 압축하고 정리하는 회의가 계속됐다. 의제가 너무 많으면 집중점이 없어 총선 출마자와 유권자들에게 관심을 받기 어렵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고, 내 의제를 먼저 포기하겠다 할 수도 없다. 산재 문제는 노동카테고리 안에서도 위태로운 의제다. 비정규직·정리해고·노조법·최저임금에 이르기까지 어느 의제가 산재보다 우선하지 않겠는가. 결국 산재문제는 거의 막바지에 손도 써 보지 못하고 운명했다. 며칠 후 다시 열린 최종 회의에서 겨우 부활하긴 했지만 비장하고도 비굴한 심정으로 앉아 있던 그 자리를 생각하면 두 번은 사양하고 싶다. 왜 산재보험 개혁과 기업살인처벌법 제정이 총선의제가 돼야 하는가. 산재보험은 말이 사회보험이지 대다수 비정규직과 불안정 노동자를 배제하고 있다. 산재보험 혜택이 비정규직과 불안정 노동자에게 돌아가면 기업이 비정규직 써야 할 이유가 하나 줄어든다. 노동자가 조금이라도 안정감을 느끼는 것은 기업으로서는 참을 수 없는 굴욕이다. 산재사망에 대한 기업처벌을 획기적으로 강화하자는 기업살인처벌법은 기업들이 노동자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극적으로 보여 준다. 특히 많이 죽고 같은 원인으로 자주 죽는데도 원인을 제거하지 않는 것은 기업운영에 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일하다 죽는 노동자가 많다는 것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사회 전체가 무감각해지고 있다. 13일부터 총선의제 30개에 대한 정책 콘테스트와 유권자 투표가 진행된다. 해당 사이트(RememberThem.kr)에 접속한 뒤 유권자위원회 등록하시기 바란다. 소중한 한 표 부탁드린다.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박혜영
시화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밥을 먹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회사의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고충들에 대한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오고갔습니다. 대화 중 귀에 확 들어오는 질문이 하나 있었는데요,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이 전혀 지켜지지도 않고 눈치봐야 하는데, 장시간 노동문제도 중요하지만 그런 거 먼저 고쳐줘야 되는거 아니에요?"였습니다.
불현듯, 얼마 전에 서울 구로지역에서 진행한 '무료노동 이제그만' 캠페인이 생각나 소개를 해드렸습니다. 그러고는 다음 날 캠페인을 하고 있는 '노동자의 미래' 사업단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많은 사례를 상담하고, 제보받아 노동부 면담까지 마쳤다는 담당자분은 한층 고조되어서, 사업주들로부터 확인 전화를 참 많이도 받았고 자발적으로 시정되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물론 "니네가 뭔데 이런 걸 하냐"는 항의전화도 받았지만요.
그럼 노동자의 미래에 상담을 받으로 왔던 두 사람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콜센터에서 일하는 이희선(가명)씨의 출근시간은 오전 9시, 퇴근시간은 오후 6시입니다.
그런데 정식으로 전화받는 업무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해야 하는 이씨는 조금 더 일찍 출근해서 전화받을 준비를 하고, 정해진 퇴근시간인 6시까지 전화를 다 받고 나서는 그날 들어온 콜을 정리해야 합니다. 한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두 시간이 걸리기도 하는 그 일을 하면서, 이씨는 한 번도 연장근로 수당을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정리를 안 하고 가면 다음날 면담을 하거나 벌을 받습니다.
구로디지털단지의 번듯한 건물에서 일을 하는 박경호(가명)씨는 공장 생산직입니다. 교대제라 인수인계를 하는데 그 대기시간이 꼬이기 일쑤입니다. 그리하여 제대로 퇴근하기는 늘 어렵습니다. 또 업무 후 검수작업을 해야 하는 등 일상적인 연장근로가 이루어집니다. 한 달에 두 번 있는 대청소 날에는 2교대 근무자 전원이 아침에 출근하는데, 오후 근무자는 결국 4시간이나 일찍 나와야 하는 희한한 회사입니다.
제발... 버스 타고 퇴근하는 게 소원입니다
이 시점에서 저는 제 친구들의 무료노동 시간이 궁금해졌습니다. IT업계에 근무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보통은 연봉제 계약을 하기 때문에 야근, 철야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면서도 수당은 전혀 생각 못 한다고 늘 구시렁대던, 그래서 늘 피곤한 친구들입니다.
여의도의 한 증권사에서 일하는 안경하(가명)씨는 오전 7시 30분 출근, 오후 5시 퇴근입니다. 중간에 점심시간이 한 시간 반이라고 하더군요.
"말이 5시 퇴근이지 만날 5시 반에 퇴근해! 정규직들은 뭐 챙겨준다고 하던데, 우리 같은 사람들은 그냥 일하는 거지 뭐."(이 친구는 증권사로 파견 나가 있는 파견노동자입니다.) "야근은?"
"야, 진짜. 정규직들은 노조도 있고 하니까 야근을 하는 걸 그렇게 나쁘게 생각을 안 해. 수당 잘 챙겨 받거든. 근데 문제는 우리 같은 을, 병, 정들은 정규직들이 퇴근을 안 하면 눈치 보면서 그냥 있단 말야. 그러면 야근이지 뭐. 무료노동이시다. 나야 그래도 큰 회사에 파견 나와서 일하니까 생각보다 엄청 잘돼 있어. 물론 그렇게 퇴근시간 30분 늦추고 가끔씩 야근해주는 게 짜증나긴 하지만 어쩌겠냐. 나는 그래도 큰 회사라 좋은 편이야."
여기서 잠시 '갑, 을, 병, 정'이 뭔지 살펴보겠습니다. 한 사무실에 정규직 사원 '갑'을 비롯한 1차 파견계약직 사원 '을', 2차 파견계약직 사원 '병', 3차 파견계약직 사원 '정' 등이 함께 일합니다. 이런 식으로 '무, 기, 경, 신'까지 계속 재도급이 이어지면서 인건비는 싸지고 근무환경은 계속 열악해지죠. 이 사람들은 비슷한 업무를 함에도 한 사무실에서 이렇게 서열이 나뉘어져 일을 합니다.
갑을병정 관계는 "내가 지금 '정'인데 어떻게 식사메뉴를 정하냐?", "야, 감히 '무'가 어떻게 휴가를 쓰냐? 반차라도 쓰고 싶다" 하는 식으로 대화에 튀어나옵니다. 언제나 갑을병정 구조의 설움을 설파하던 한 선배가 이런 이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질문을 하거나 문제제기를 하면 개발량이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온다. X, 그냥 있는 대로나 할걸(갑에서 시작 을을 거쳐 죽 내려오다 보면 그렇다). 괜히 물어봤나. 이 정도 양이면 일주일은 족히 걸릴 만한데 일정상에는 이틀만 주어져 있다. 바로 모레 저녁에 모듈테스트를 할 거란다. 오늘도 6시 퇴근은커녕 11시를 넘길 것 같다. 그냥 어떻게 해서든 잘 마무리하고 싶고, 제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퇴근 하는 게 소원이 되어버렸다.
9시쯤 되니 관리자는 어깨를 두드리며 매우 안쓰럽고 미안한 표정으로 한마디 던진다. "늦게 되면 경비처리 해줄 테니까 새벽에 택시 타고 들어가요. 모레 테스트하니까 고생 좀 하구요, 아침에 늦으면 책잡히니까 좀 힘들어도 지각하지 말구요. 먼저 갑니다." 그리하여 어떤 후배는 한 달에 60만 원의 택시비를 청구했다.
장시간 노동이 문제라고? 법부터 지킵시다
메일을 보고난 저는, 전문직종에서도 무료노동이 얼마나 각양각색으로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일상생활에 얼마나 구조적으로 뿌리 박혀 있는지 다양한 사례를 관찰하고 고쳐야 하지 않을까 고민해봅니다.
참으로 갈 길이 멀다 싶었습니다. 법에 정해져 있는 근로시간은 왜 안 지켜질까, 노동부는 관리감독을 왜 제대로 안 할까 하는 원초적인 질문부터, 왜 사람들은 어쩔 수 없다며 일을 해주어야 하는가, 대체 이 나라에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범죄인가 등의….
근로시간은 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넘을 수 없고(근로기준법 제50조), 초과하는 시간은 연장근로로 가산 수당을 지급하여야 합니다(근로기준법 제56조). 업무에 밀접하게 관련 있는 행위, 예를 들어 업무 시작시점의 교대, 기계점검, 정리정돈이나 조례, 회의, 체조 등이 사용자의 지휘, 감독하에 의무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 근로시간으로 보아야 합니다.
또한, 작업이 끝난 후 기계 점검, 청소, 정리정돈 등의 뒤처리와 인수인계 등은 업무의 최종 부분으로 근로시간에 포함됩니다. 따라서 앞뒤로 10~20분, 심지어 30분에서 1시간 가량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함에도 근로시간으로 포함이 안 된다면 무료노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휴게시간(근로기준법 제54조,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주어야 하고, 휴게시간은 근로자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휴게시간은 업무로부터 해방된 시간입니다. 누가 나에게 뭐 하라고 시켜도 안 해도 되는 시간이지요.
그런데 여기서 헷갈리면 안 되는 개념이 바로 '대기시간'입니다. 대기시간이 눈 부릅뜨고 누가 일 시킬지 기다리는 시간일까요? 아닙니다. 통상적으로는 사용자의 지시에 응할 수 있는 일정한 장소 내에서 작업준비 상태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러니 휴게시간은 대기시간보다 훨씬 자유로운 시간으로 볼 수 있을 겁니다. 일에서 완전 해방되어, 시간과 장소 모두 일에서 떠나는 것이 보장되어 근로자가 이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상태, 이것이 휴게시간이죠. 그런데 우리는 휴게시간마저도 자유롭게 쓰지 못하고 살아가곤 합니다. 이제, 알았으니 어깨를 펴고 휴게시간은 당당하고 자유롭게 쉬세요!
정부는 장시간 노동이 OECD 국가 중 1위라며 오명을 씻어야 한다고 법을 바꾸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복지 이야기가 시대의 화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작 가장 기본적인 노동조건인 '근로시간'에 대한 규정마저도 지켜지지 않는 이 사회에서 대체 장시간 노동에 어떤 식으로 브레이크를 걸겠다는 것인지, 참으로 답답할 노릇입니다.
통계청이 2월 15일 발표한 2012년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50~59세 여성노동자의 고용률 증감은 2.3%p로 다른 모든 연령층의 고용률 증감보다 높았다고 합니다. 지난해에는 50대 여성 노동자의 고용율이 1993년 이후 최초로 전체 20대의 고용률을 넘었다는 뉴스도 있었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20대의 실업율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25~29세의 실업률은 6.5%로 전체 실업률 3.5%의 두 배에 가깝습니다. 게다가 실업률은 구직의 의사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된 지표라고 합니다. 구직을 단념하고 통계청 조사에 '쉬었음'이라고 답한 20대도 33만 명을 넘었다는군요.
일부에서는 50대 여성의 고용율 증가는 20대의 취업난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취업난으로 자식들이 수입이 없기 때문에 이를 뒷바라지하기 위해 일하는 50대 여성이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통계청 조사에서 '쉬었음'이라고 응답한 33만 명의 20대들에게 언론은 '무위도식'이란 꼬리표를 붙였습니다. 심지어 어느 경제신문은 "삶의 의욕 없는 20대를 너무 감싸고 도는 부모들 때문에 청년실업자가 늘고 있다"는 진단도 내렸습니다.
그렇지만 높아진 50대의 취업율에 비해 이들이 일하는 환경은 너무도 열악합니다. 가사노동의 연장선상에 저임금에 장시간 노동이 대부분입니다. 생계를 위해 일을 하지만 그 속에서 자기성취도 꿈꾸는 50대 여성들에게 현실의 벽은 너무 높습니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 역시 현실이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지난 2월 22일 서울 대학로에서, 요양보호사와 간병인 활동을 하고 있는 50대 여성과 20대의 취업준비생을 만났습니다. 그들에게 50대 여성의 취업률 급증이라는 통계 이면의 노동현실과 구직난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20대의 취업난은 50대 여성의 고용률 증가로
이건복(59)씨는 6년차의 베테랑 요양보호사입니다. 광진구의 '늘푸른 돌봄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그녀는 2008년에 요양보호사 제도가 생겼을 때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이씨는 "집안에서도 시어머니나 가족이 아플 때는 자신이 전담 간병사였다"고 자랑스럽게 말합니다.
간병인 이조순(54)씨는 젊어서부터 노인요양센터를 운영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IMF 때 남편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꿈은 포기했지요. 더 늦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에 2008년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답니다.
노인요양병원에서 1년 정도 일을 했는데 막상 일을 해보니 일이 너무 고됐습니다. 그러던 중에 지인의 소개로 국립대병원에서 간병사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씨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병원이라 일하는 여건이 낫겠지" 싶었답니다. 그러나 24시간으로 돌아가는 간병인 일은 가정을 버려야만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권오정(29)씨는 4년째 임용고사를 준비하고 있는 취업준비생입니다. 4년 전에 서울 소재의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기간제 교사 일을 하며 임용고사를 준비했습니다. 그렇지만 요즘은 기간제 교사 자리도 경쟁이 치열합니다.
어쩔 수 없이 학원강사 일을 하는데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3일 정도 강의를 해서 50만 원에서 많게는 80만 원 정도를 받습니다. 오정씨는 올해로 4번째 임용고사에서 고배를 마셨습니다. 올해는 마냥 시험준비를 하기에는 부모님 눈치가 보입니다. 몇 군데 기간제 교사 모집에 원서를 넣었지만 아직 연락 오는 곳은 없습니다.
성희롱도 비일비재... "손님 떨어진다" 쉬쉬
- 간병사와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어떤 일을 하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일하는 조건은 어떤가요?
이조순 "저는 큰 대학병원에서 간병사 일을 하고 있는데, 일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요. 일주일에 6일을 온전히 병원에서 숙식하며 일하죠. 그렇게 일하고 24시간을 쉽니다. 그리고 다시 일을 해야 해요. 주변에도 가장으로 일하는 간병사들이 많은데, 집을 계속 비우니까 아이들이 엇나가기도 해서 많이들 힘들어해요. 하는 일에 비해 너무 적은 보수도 불만입니다."
이건복 "가정에 방문해서 환자에 대해 모든 걸 돌봐줘야 해요. 환자에 따라서 영양식을 만들어줘야 하고 목욕시키고, 밥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다 하는 거죠. 폐쇄된 공간에 환자와 요양보호사 이렇게 둘이 있으니까 성희롱 문제도 진짜 많아요. 우리 센터는 비영리센터라 다르지만, 근데 이걸 센터에 얘기하면 손님 떨어진다고 그냥 참으라고 해요."
이조순 "이렇게 큰 병원인데도 쉴 공간이나 밥을 먹을 공간도 부족해요. 보통 일주일치 먹을 음식을 가져와 병원에 보관하면서 틈틈이 밥을 먹어요 간호사 선생님들도 사람이 많이 부족하다 보니까 바쁜 일은 우리가 많이 해주는 편이에요.
중환자 같은 경우 15분 마다 석션(수술 외적으로도 목에 낀 가래를 빼내주거나 음식물, 불순물을 빨아들여 빼내어 주기도 하는 의학용 기구)을 해야 하다 보니 잠시도 눈을 뗄 시간이 없어요. 보호자들도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하고요. 간병할 때는 밥 먹을 시간은커녕 제대로 쉴 시간조차 없어요. 환자 보호자들이 면회 올 때 '잠깐 나가서 쉬었다가 오라'는 경우도 있는데 쉴 공간도 부족하죠. 서럽죠."
이건복 "근데 더 기가 막힌 건, 우리나라 사람들이 집에서 일을 도와주다보니 이미지가 '식모'잖아요. 그러니 온갖 집안일을 다 시키는 거예요, 빨래, 청소, 설거지 이런 거는 양반이예요. 밥도 제대로 못 드시는 양반이 자식들 보내준다고 김치를 담그라는 거예요. 그런 집이 한두 집이 아녜요. 어떤 집은 농사일 시키는 사람도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김장철에 일하러 가기가 정말 싫어요."
천직이라고 생각했지만... "쓸모없는 자격증"
- 보통 50대 여성 노동자분들을 보면 음식점이나 가사 도우미 일을 많이 하시는데요 어떻게 이 분야로 오시게 된거죠?
이조순 "저는 원래 이 일을 하고 싶었던 사람이예요. 젊었을 때는 노인요양센터를 차리는게 꿈이었죠.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생기기 전에 노인복지사 자격증도 취득했죠. 그런데 막상 이 일을 하다보니까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이 아니더라구요. 병원은 그냥 영리목적으로만 간병사를 쓰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은 과연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해요. 좀 질렸어요. 여기 간병하는 분들 중 30년 일한 사람도 있는데 정말 그런 분들은 존경스러워요."
이건복 "저도 이 일을 천직이라고 생각했어요. 예전부터 주변 사람들을 잘 돌보고 그 일에 보람도 느끼고 했거든요. 그래서 간병 일을 하다가 요양보호사 제도가 생기자마자 이 일을 시작했죠. 우리 센터에서 일하는 120명의 요양보호사 중 60%가 자기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입니다. 대부분이 여성이고요.
이게 얼마나 웃기냐면요. 나라에서 '주부들이여 부업하라'라는 슬로건으로, 살림만 하다가 나이가 많아서 어디 가서 일할 곳 없는 주부들을 상대로 홍보를 했어요. 60만 원 정도를 내고 학원을 다니면 자격증이 나왔죠 그래서 요즘은 '한 집 걸러 요양보호사'라는 말도 있는데, 수요와 공급이 안 맞아요.
게다가 한 집당 하루에 4시간 이상 일을 못하는데 그래서 두 집을 다녀도 한 달에 100만 원이 안 돼요. 처음에 광고할 때 120만 원 정도가 보장된다고 했는데, 완전히 속았죠. 지금도 돈 들여 자격증 따놓고 써먹지도 못하는 사람이 많아요."
- 어려운 사람을 돌보는 보람도 느끼고 가계에 보탬이 되겠다 생각하고 시작한 일인데 가사노동의 연장선이네요
권오정 "어머님들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너무 힘든 직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희 어머니는 집안일만 하시다가 이마트나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셨어요 지금은 평화시장에서 옷을 파는데 워낙 경기가 안 좋아서 하루에 한 장 파는 일도 어려울 때가 있어요.
저희 아버지도 학교식당에서 급식관리 하세요. 어느 날은 제 핸드크림이랑 립글로즈가 사라진 거예요. 생전 화장품도 안 바르던 분이 물을 만지다보니 손이 터서 가져가신 거죠. 마음이 많이 아팠는데 어머님들도 만만치 않네요."
이력서 65개나 썼지만, 연락 오는 곳은 달랑 2곳
- 권오정씨는 취업준비가 잘 되시나요?
권오정 "저는 4년째 임용고사 준비를 하고 있어요. 학생들 가르치고 싶어서 사범대 들어간거니까 조금 늦어져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런데 임용고사라는 게 시험을 보면 4~5%만 합격되고 95%는 불합격이거든요.
저희도 졸업을 하면 2급 정교사 자격증이 나오니까 기간제 교사 일은 할 수 있어요. 임용고사를 준비하면서도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하긴 하는데 공부시간을 많이 빼앗기니까 걱정이죠, 공부도 하고 아르바이트도 해야 하니까 막막하죠."
이건복 "아니, 나머지 시험 떨어진 사람들은 어디로 가요? 너무 보기 안타깝다."
권오정 "여자들은 결혼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남자들은 학원강사 일을 하고요. 저도 아버지가 고생하시는 것 보고 마음이 아파서 올해부터 일을 해보려고 이번달에만 이력서를 65개나 썼어요. 임용고사만 바라보고 있으면 안 되잖아요. 방과후 학교에서 일을 했던 경력도 있어서 기대했는데, 달랑 2군데에서만 연락이 오더라고요. 어머니들도 '무늬만 자격증' 이야기 하셨는데, 제가 절실하게 느끼죠."
- 어머니 세대가 보는 청년 세대의 취업난은 어떠세요?
이건복 "사실 나는 10대 후반부터 바느질을 했어요. 그 시절에 노동권이 어디 있어요. 2일이고 3일이고 밤새워 일도 하고 뭐 복지라는 건 알지도 못했죠. 일자리가 있으면 무조건 일하고 훨씬 열악했죠. 아휴 말도 못해요.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그런 데 가서 일하라 그러면 안 하죠. 요즘은 학력도 높고 아는 것도 많잖아요. 근데 60을 바라보는 지금 저한테 다시 그렇게 일하라면 못해요. 아들한테도 '노느니 뭐라도 해라' 이렇게 얘기할까 하다가 결국 못하죠. 내가 겪어봤잖아요. 그게 얼마나 힘든지."
이조순 "맞아요. 저도 같은 마음이에요. 나같이 고생 안 시키려고 악착같이 애들 공부시켰죠. 그런데 공부한 만큼 실력을 써먹을 수 있는 일자리가 없어요. 제 조카도 취업 때문에 이력서를 싸들고 다니더라고요."
권오정 "평화시장의 옷먼지가 굉장히 심해요. 그래서 어머니는 '네가 일자리 구하면 관두겠다'고 말씀하세요. 부모님이 저 때문에 고생하는 것 같아서 다른 일이라도 구해야 하나 생각할 때도 있죠. 욕심을 부려서라도 내가 꿈꾸는 길로 계속 가야 할지 아니면 포기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는 시기인 것 같아요."
이건복 "20대와 30대의 차이가 현실에 타협할 것인가, 계속 나갈 것인가 결정을 해야 한다는 거예요. 30대로 갈수록 점점 현실하고 타협하더라고요."
서먹하던 공간은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며 정을 지닌 눈빛들로 가득 찼습니다. "타인을 돌보는 것이 좋아서 시작했지만 그 마음을 유지하게 어렵다"는 어머니들의 일터 이야기를 들으며, '이렇게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기 일에 즐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눈높이를 낮추고, 현실에 맞추라"는 대통령의 훈수보다 따뜻한 어머니들의 위로가 임용고사에서 4번을 낙방한 20대의 청년에게도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의 만남을 주선해주신 최경숙 희망터(병원노동자지원센터) 소장님은 "돌봄 노동은 불안정한 노동의 가장 극한이다"라며 "요양보호사와 간병사의 99%가 여성이고, 저임금에 노동권을 전혀 보호받고 있지 못하다"고 말씀하십니다. 50대 여성노동자들의 벌거벗은 노동현실에 가슴이 아픕니다. "남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어머니들의 착한 마음만 이용하는 저질의 자격증 제도와 열악한 노동조건은 시급히 개선해야 할 사안입니다.
최승현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삶)
지난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경제위기가 발생했던 즈음이었다. 언제나처럼 전화상담을 하는데, 그 이전과 조금 달랐다. 자살·과로사 상담이 유독 많았다. 그중에도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각각의 사연은 너무도 안타까웠다. 은행에서 일하던 분은 대출해 준 건설회사가 부도나자,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결국 그 충격으로 그 은행 노동자는 뇌출혈이 발생했다.한 노동자는 경제위기 때문에 구조조정 1순위에 들어 명예퇴직을 신청했다가 가족의 반대로 반려신청을 했다. 반려신청은 받아들여졌지만 지방으로 전직 발령을 받았다. 보복성이 짙었다. 결국 그곳에서 적응을 하지 못해 자살했다. 지점 확장 일을 하는 한 영업직 노동자는 경제위기로 업무실적이 안 좋은 것에 대한 스트레스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외국의 주가변동을 주시하며 대책을 세우는 일을 했던 한 노동자가 경제위기에 따른 과로와 스트레스로 뇌출혈을 일으키는 등 구체적으로 기억나는 사례만 이 정도다.자살 상담을 하다 나 스스로도 너무 우울해져서 도저히 참기 어려웠던 적도 있었다. 과로사 상담을 하고, 사건을 진행하다 근로복지공단 질병인정기준에 분통을 터뜨린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경제위기가 노동자들의 건강에 이 정도로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세상이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세상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기업은 경제위기 발생시 구조조정으로 노동자들을 위협하고,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강화시킨다. 노동에 대한 긴장감을 고조시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게 한다. 그리고 명예퇴직·정리해고 등으로 노동자 스스로 모멸감을 느끼게 하고, 생존의 위협에 시달리게 한다. 자살·과로질환이 발생하게 한다.(쌍용자동차의 여러 노동자들이 이렇게 죽어 갔다!)특별히 금융권 노동자들의 상담이 많았던 것은 나로서는 의외였다. 육체 노동자들이 오히려 과로질환이 많을 것 같았는데, 내가 경험했던 당시의 모습은 상식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다시 생각해 보면 내 돈도 아닌 큰돈을 빌려 주고, 되돌려 받고, 뻥튀기된 주식에 대해 분석하고 투자하는 것에 따른 위험은 컸다. 그것은 한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영역이 돼 버렸기 때문에 더 큰 스트레스를 받고, 더 과로해 스스로를 혹사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미 금융부문이 실물경제보다 더 커진 이상한 비대칭이 금융부문 노동자들에게 더 큰 부담을 주게 된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세계 경제위기가 미국을 지나 유럽 곳곳을 덮치고 있지만 아직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또다시 불어닥칠, 아니 아직 헤어나지 못한 경제위기에서 노동자 건강은 더욱 취약해지고, 노동권은 더 상실되고 있다. 경제위기 시대에 노동자 건강을 지키려면 노동강도와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 그것을 만들어 내려면 희망버스처럼 노동자·국민들의 단결과 연대의 힘이 필요할 것 같다. 또한 경제위기 시대에 손상된 노동자 건강에 대해 보상하려면, 입증책임 전환 등이 이뤄져 업무상재해에 대해 폭넓게 인정해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생존의 벼랑 끝에 몰린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낭떠러지에 떨어지는, 지금의 불행한 현실이 계속될 것이다. 경제위기 시대, 노동자의 건강권을 다시 생각해 본다.
- 신나 사용 공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병원에도 못가요
스리랑카 노동자 2명이 방문을 했습니다. 이곳은 경기도 안산 국경없는 마을에 위치한 '지구인의 정류장'이라는 곳입니다. 원래는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영화도 찍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들고 미래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곳에는 상시적으로 찾아오는 이들이 있으니, 일터에서 임금도 못 받은채 쫒겨나거나 상시적으로 폭력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입니다. 국적은 다르지만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네 이웃들이죠.
각설하고, 찾아온 인디카(가명)와 까머게(가명)는 한국에 온 지 1년이 된 20대 팔팔한 청춘들입니다. 그런데 뭔가 힘이 없습니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이들이 지구인의 정류장을 찾아온 이유를 들어보겠습니다.
반월공단에 위치한 공단에서 시트지를 만드는 일을 하는 이들은 매일매일 신나를 사용합니다. 물론 장갑도 끼고 마스크도 껴보지만 그 독한 신나를 하루에 9시간 이상씩 사용하니 몸에는 이상이 나타납니다. 이들의 손을 보니 무언가가 오도독 나있고, 여기저기 아픔을 호소합니다. 타지까지 와서 일을 해서 돈을 버는 일이 얼마나 낯설고 고되었을까요?
이들은 무언가 독한 약품을 사용하니 처음부터 불안했습니다. 결국 일을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날 무렵부터 머리가 너무 아프고 배가 아프고 여기저기 아프고 힘이 없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까머게는 몇 달이 지나 코피를 쏟기 시작했습니다. 너무도 무서웠을 겁니다.
한국말을 곧잘하는 인디카는 용기를 내어 병원엘 갔습니다. 그런데 회사의 이사는 다른 병원으로 가자고 하면서 병원 앞에서 기다리라고 합니다. "너무 고맙습니다!"라고 생각하면서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몇 시간이 지나도 결국 이사님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병원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회사 기숙사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결국 인디카는 나중에 다른 병원을 갔습니다. 그런데 그 병원에서는 모르겠다고 큰 병원을 가보라고 합니다. 젊은 인디카는 무섭기도 하고 서럽기도 합니다.
원래 다른 사람들도 다 코피나고 그런다고~ 그냥 일해!
코피를 쏟던 까머게는 한국말을 잘 못합니다. 인디카처럼 병원을 찾아가고 싶지만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회사에 이야기를 하니 원래 코피는 나는 거라고 그냥 일을 하라고 합니다. 까머게는 인디카에게 함께 병원을 가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리고 회사에 이야기를 했죠. 회사에서는 일이 바쁘고 사람도 없는데 두 명이 한꺼번에 나가면 회사가 안 돌아가니 가지 말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까머게는 머리도 아프고 코피도 나고 힘겨운 상황이지만, 병원 문턱에도 갈 수 없었습니다. 인디카도 병원에서 제대로 진찰을 못받았으니 이 둘은 회사에 하소연할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에서는 여기 공단에 외국인들 가는 산재병원이 있으니 거길 데려가 주겠다고 말했지만 결국 데리고 가지 않습니다.
작년 2월부터 일을 시작했던 인디카와 까머게는 계속 머리가 아프고 배가 아프고, 코피를 쏟습니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1월 말, 회사에 공장을 옮기고 싶다고 말을 합니다. 회사에서는 너희 계약기간은 3년이고 사람도 없으니 안 된다고 말을 했습니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던 인디카와 까머게는 하는 수 없이 일을 합니다. 계속해서 고민하던 인디카와 까머게는 2월 15일에 함께 일하던 상사와 동료들에게 고용지원센터를 찾아가겠다고 말을 했습니다.
고용지원센터는 우리를 도와주지 않을까요?
고용지원센터? NO! 불법지원센터!!
지난 2월 16일 아침에 고용지원센터를 찾아갔습니다. 이름은 알 수 없는 여성과 마주앉았습니다. 신분증을 주고,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간절하게 말했으나 한국말이 잘 나오지는 않습니다. "우리 아파요, 신나 써요, 머리 아프고 코피 나요. 무서워요. 회사 옮기고 싶어요." ID카드로 이들의 신분을 조사하던 여성은 "3년 계약이라 다른 회사가면 안 돼요. 회사로 돌아가세요"라는 차가운 한마디만을 던졌습니다.
그렇게 이들은 고용지원센터에 네 번을 찾아갔습니다.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가서 도와달라 하면 그냥 보내고, 도와달라 하면 또 그냥 보내던 고용지원센터, 그래도 믿었습니다. 그러던 중간에 회사의 이사가 고용지원센터를 찾아와 '무단이탈신고서'를 제출합니다. 무단이탈신고는 노동자가 사업주와 5일 이상 연락이 되지 않으면 강제로 출국시키는 제도입니다. 이 사람들은 그 회사 기숙사에서 숙식을 하면서, 회사의 관리자들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여러 차례 묻기도 하고, 4번이나 고용지원센터를 방문하여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소위 '고용지원센터' 에서는 당사자들을 무단이탈자들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조사관은 말합니다. '이탈'은 회사에 있다고 이탈이 아닌 게 아니라, '일을 안하면 이탈'이라구요. 이주노동자들은 이 제도로 보면 노예가 확실합니다. 말 안 듣는다고 그냥 이탈 신고서 내버리면 간단하게 불법이 되니, 이걸 빌미로 얼마나 많은 이주노동자가 숨죽이고 살아가고 있을까요? 고용지원센터에 4번째 찾아갔을 때, 담당자는 아주 상냥하게 말해줍니다.
"당신들은 불법이 되었어요. 당신들을 도와줄 곳을 알아서 찾아가세요."
5번째 이들은 지구인의 정류장을 찾아옵니다. 지구인의 정류장은 고용지원센터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왜 일방적인 사장의 신고만 가지고 접수를 받아주었느냐? 당사자들은 자신들이 미등록이 된지도 모르고 있었다. 왜 당사자들에게 통보조차 안하고 조사도 하지 않고 불법을 만들어버리느냐? "고 항의를 하니, 돌아오는 대답은 억울하시면 인권위원회에 제소를 하랍니다. 이렇게 쉽게 사람들을 불법을 만들어놓고, 인생을 이렇게 망쳐놓고는 억울하면 뭘 하라구요? 하...
"노동자들이 그런 제도를 대체 어떻게 알수 있어요? "하고 질문하니, 그럼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시라고 말합니다. 참 공무원스러운 대답입니다. 우와, 제가 노무사지만 웬만한 사람들은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뭔지도 모르고, 듣고 나면 감각적으로 그게 얼마나 사람을 피말리는 제도인지 알기에 웬만하면 참고 지냅니다. 억울해도 법은 일하는 사람들 편이 아니라는 걸 이미 잘 아는 사람들은 왠만하면 그렇게 피해가는 그런 힘겨운 제도입니다. 이 분들은 그 동안 계속 불법신세로 지내야 되는건가요? 역시 고용지원센터는 불법지원센터였습니다.
신나, 그거 나 아프게 하는데 직장 못 바꿔요?
이들을 이토록 일하기 힘들게 만든 신나 등 각종 화학물질들. 물론 압니다, 그런 거 못쓰게 하면 당장 공장 문 닫으라는 거냐는 답변이 돌아올 테지요. 알아요, 그래도 어느 누가 달갑게 그 약품들을 사용하면서 일하고 싶을까요?
그래도 최소한 몸이 아프고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들이 일 못하겠다고 하소연하는데 맘 좋게 내보내 줄 수는 없는 건가요? 아니 병원이라도 잘 데리고 다닐 수는 없었던 건가요? 그렇게 악독하게 본국으로 돌려보내려고 굴어야 했을까요? 이들은 단지 아프다고만 말했는데 말이죠. 물론 법을 잘 지켰다고 썩소를 날리며 비아냥대는 사장님이 떠오르긴 합니다만...
안산에는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공장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한 친구가 찍어온 도장공장 영상에는 옆에 신나 통이 어마어마하게 쌓여 있습니다. 온통 안 좋은 먼지투성이 공장에 또 환경은 얼마나 더러운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영상을 찍어온 친구는 나이 24살에 머리칼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뭉텅이로 머리칼이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 지구인의 정류장을 찾아온 이 친구들도 언제 이런 증상이 나타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병원을 가도 머리 아프면 진통제, 배 아프면 진통제 어디어디 아프면 진통제, 온통 진통제만 처방합니다. 그러니, 자신도 모르게 무단이탈자로 신고되어, 불법체류자로 손쉽게 전락하는 이들은, 아픔을 증명할 방법조차도 없습니다. 고용지원센터는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게만 이라도 해주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정말 이들은 노예처럼 살아가야 하는건가요?
고용허가제, 그 자체가 문제다
사실, 이러한 문제들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닙니다. 임금을 적게 받고도, 아프다고 말해도, 휴일에 쉬게 해달라고 말해도 사장들은 "이탈신고" 한방이면 노동자들을 불법으로 만들어 버리죠. 아마 쉽게 생각할 테죠 "내가 널 얼마든지 불법체류자로 만들 수 있다. 무조건 복종해." 일하는 사람들의 인생은 그들의 안중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권"이요? 말할 것도 없죠.
어디 그뿐인가요? 직장은 있는 동안 3번만 옮길 수 있고, 직장을 옮길 때는 사업주의 사인을 받아야 합니다. 얼마 전 상담한 한 캄보디아 노동자는 직장에서 쫓겨나면서도 사장한테 "싸인, 싸인, 월급, 싸인!"! 이 두 단어만을 외치다가 결국 사인도 못받고 쫓겨나서 지금 힘겹게 싸움 중입니다.
다문화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는 우리 사회는 열악한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얼마만큼 알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고용지원센터는 불법지원센터로 전락하고, 출입국 사무소는 인간사냥하는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아파도 일해야 하고, 얻어맞아도 일해야 하고, 한국말을 몰라 '당신'이라는 단어를 썼다고 건방지다고 쫓겨나는 세상입니다.
이 모든 행동의 근간에는 이주노동자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노예로 싼 값에 쓸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고용허가제)이 있습니다. 이 제도하에서 '직업선택의 자유, 쉬는 시간에 쉴 권리, 월급 제대로 받을 권리, 폭행 당하지 않을 권리, 이런 기본적 인권이란 없습니다.
제발 법을 현실가능하게, 최소한 인간으로 존중받게 만들어주실 수는 없는 건지, 불법으로 낙인찍혀 도망하다 떨어져 죽고, 컨테이너에서 불타죽는 상황이 반복되어도 눈과 귀를 가리고 있을 것인지 궁금한 하루입니다.
요양보호사의 업무는 대부분 육체적 힘을 필요로 하며, 반복적이고 근육과 관절에 부담을 주어 근골격계질환의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현재까지 이에 대한 실 태 조사도 부족하고 예방관리방안 및 정책에 대한 논의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 는 전국 노인장기요양기관 중 표본을 추출하여 근골격계질환 위험요인 조사와 더불어 증상 조 사를 실시하고 예방관리방안을 모색하였다. 조사결과 요양보호사의 근골격계질환 위험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입소시설 요양보호사가 방문요양 요양보호사보다 더 위험이 큰 것 으로 나타났으며, 허리와 어깨 부위의 근골격계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윤 과장/가천의학전문대학원남동길병원/직업환경의학과
연구 필요성 및 목적
2008년 노인장기요양 제도가 시행되면서 장기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 직군이 급격하게 증가 하였고,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요양보호사의 업무는 대부분 육체적 힘을 필요로 하며, 반 복적이고 근육과 관절에 부담을 주는 것이 많은데다가, 대부분의 요양보호사가 40∼50대 중년 여성으로 구성되어 근골격계질환 위험 부담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요양보호사의 근골격계질환은 개인 및 사회에 경제 적·보건학적 부담을 지움에도 불구하고 제도 시행 초 기에 따른 준비 부족 등의 이유로 이들의 근골격계질환 위험에 대한 평가와 예방관리방안 마련 등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요양보호사의 실태 조사에 기반하여 작업 위험도를 평가하고, 그러한 위험으로 인한 근골격계질환을예방하기위한방안을모색하였다.
연구내용 및 방법
현황 및 문제점 파악
연구진 회의 및 공개 세미나 등을 통하여 관련 문헌을 검토, 정리하였다. 요양보호사 집단, 시설관리자 집단, 방문요양기관 관리자 집단 등을 대상으로 기본 현황 및 요구도파악을위한초점집단인터뷰를실시하였다.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 위험도 평가 및 실태 조사
■위험요인자가평가표 개발 요양보호사에 대한 표적집단 인터뷰를 통해 주요한 위험작업과위험요인을파악하고, 이에근거하여요양보호사들의작업특성을반영한자가평가표를개발하였다.
■근골격계질환 위험요인 정밀 평가 주로 작업 자세가 문제되는 작업은 비디오 촬영을 실시 한 후 반복적인 리뷰를 통해 작업 자세를 관찰하고, REBA(Rapid Entire Body Assessment) 평가표를 이용한 자세 점수를 평가하였다. 환자의 체위 변경이나 이동 작업시요추부에가해지는디스크압력은요추1번과천 추 1번(L5/S1) 사이에 가해지는 부하를 3DSSPP(3D Strength Prediction Program) 방법을 이용하여 평가 하였다. 중량물 들기작업은 미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개발된 중량물 들기지수(NIOSH Lifting Guidelines) 를적용하여 평가하였다.
■근골격계질환 증상 및 관련 요인 조사 설문대상자선정은최대한모집단(2010년말기준, 요양기관소속요양보호사수는24만여명이며, 입소시설은3,751 개소, 재가시설은1만9,947개소)을대표할수있도록충화 무작위추출(Stratifid randomsampling)을시행하였다. 최종적으로는분석에부적합한설문지를제외하고시설요양 보호사는 501명, 방문 요양보호사는 442명 총 943명의 설문에대해분석을실시하였다.
연구결과
근골격계질환 위험요인자가평가표 개발
요양보호사들의 근골격계질환 위험요인 평가요소는 순간순간적인 힘이 문제되는 작업요소에 대한 빈도 평가와 작업 자세 및 반복성이 지속되는 요소에 대한 작업 비중평가의두가지로구성하였다.
이 자가평가표를 활용하여 943명의 요양보호사에 대해 위험요인 노출 특성을 조사하였다. 각각의 위험요인에 노출되는 비중이 작업시간의 25% 이상 혹은 1일 2시간 이상에 해당되는 경우를 주요 관리대상자로 보고 이 기준을 초과하는 작업자의 비중을 신체 부위별로 분석하였다. 그 결과, 시설근무자의 위험성 초과비율이 모두 높게나타났다[그림].
근골격계질환 위험요인 정밀 평가
■방문요양 방문요양은 교대제를 실시하는 시설과는 달리 교대작업에 대한 부담은 적으나, 집안 청소나 세탁, 설거지 등 의 집안 일이 부가적으로 발생하고, 환자의 상태나 집의 구조적인 문제에 따라 노동 강도가 달라지는 특징이 있다. 요양보호사 1인이 일정시간 동안 환자 1인을 돌보는 경우로 작업 속도나 휴식 등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요양보호사 혼자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하는 부담과 돌발상황에 대처하기가 매우 힘들다는 단점이지적된다. 기본적인 요양보호작업은 시설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작업환경과 조건에 대한 차이가 발생하고 있고, 이로 인해 해당작업별 노동 강도의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이와 같은 작업 특성을 고려하여 위험요인 정밀 평가대상작업을 선정하였으며, 해당작업에 대해 환자 특성(침상 및 와상환자, 치매 등)을 고려하여 반복적인 평가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대표적인 위험작업으로 분류된 작업에
대해 요약하면다음과같다.
먼저, 환자 이동작업은 식사 및 목욕작업 시 수반되는 작업이다. 방문요양의 경우 환자를 부축하여 세우거나, 바닥에서 휠체어로 이동하는 작업이 주로 이루어진다. 요추부에 가해지는 순간적인 힘이 문제되는 작업으로 평가되었다.
부분목욕의 처음 준비작업과 구강관리작업은 별다른 위험요인이 없으나 면도작업은 허리 및 무릎 부위의 작업 자세, 그리고 손목 부위의 부적절한 작업 자세와 반복성등이문제될수있다.
전신목욕은 작업빈도는 많지 않으나 가장 위험도가 높은 작업이다. 특히 목욕하는 과정에서는 15분 이상 쪼그린 상태에서 허리를 45°내외로 숙이거나 비트는 자세를 지속하게 되며, 환자를 이동할 때는 요추부에 가중되는디스크부하가안전기준(3400N)을초과하게된다.
침상목욕은 작업빈도는 많지 않으나 위험도가 높은 작업이다. 특히 머리감기기 및 상체 목욕 시 허리를 60°이상 숙인 자세를 지속하고 손목 부위에 지속적인 힘이 필요한 작업이다. 또한 목욕하는 과정 중 수차례에 걸친 체위 변경작업이 있어 요추부에 가중되는 디스크부하가매우크다.
■입소 시설요양
시설마다 차이가 있지만, 입소 시설 요양보호사의 경우 요양보호사 1인이 담당하는 환자 수가 많고, 시간 단위로 정해진스케줄을따라야하는만큼요양보호사들의 심적 부담이 매우 높다. 통상작업시간(낮시간 근무)을 기준으로 출근시부터 퇴근까지 대표적인 작업을 정리하였다. 그리고 작업 특성을 고려하여 위험요인 정밀 평가대상작업을 선정하여, 해당작업에 대해 시설 특성, 환자 특성(침상 및 와상환자)을 고려하여 반복적인 평가를 진행 하였다. 그 결과, 대표적인 위험작업으로 분류된 작업에 대해요약하면다음과같다.
체위 변경작업은 요양보호사들이 빈번하게 수행하는 작업 중의 하나이다. 설문 조사결과, 시설 요양의 경우 1 일 평균 14회 정도 반복되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순간적인힘을필요로하는위험한동작이발생한다.
환자 이동작업은 주로 목욕 및 화장실 이용 시 수반되는 작업이다. 시설 요양의 경우 환자를 부축하여 세우거나, 침대에서 휠체어로 이동하는 작업이 주로 이루어진다. 요추부에 가해지는 순간적인 힘이 문제되는 작업으로평가되었다.
트레이를 활용한 환자 목욕작업은 위험도가 높은 작업이다. 특히 목욕하는 과정에서는 허리를 45°내외로 숙이거나 비트는 자세를 지속하게 되며, 환자를 이동할 때는 요추부에 가중되는 디스크 부하가 (61kg 환자기준) L4-L5는 3770N, L5-S1은 3851±285N의 압력으로 계산되어안전기준(3400N)을초과하게된다.
휠체어에서의 전신목욕은 목욕하는 과정에서는 허리를60°이상 숙이거나 비트는 자세를 지속하게 되며, 환자를 이동할 때는 요추부에 가중되는 디스크 부하가 안전기준(3400N)을초과하게된다.
요양보호사 근골격계질환 설문 조사결과 근골격계 자각 증상 설문에 응답한 전체 요양보호사는 총 943명이었다. 그 중 시설 요양보호사는 501명이었 고, 방문 요양보호사는 442명이었다. 직업과 관련하여 근골격계질환 자각 증상이 적어도 1주일 이상 지속되거나 혹은 지난1년동안 1달에 1번이상 발생한 경우를 증상호소자로 분류하였다. 근골격계질환 자각 증상 설문에 응답한 전체 요양보호사 중에서 이 기준에 따라 적어도 한 부위 이상에서 증상호소자로 분류된 빈도는 전체 943명중925명(98.1%)으로나타났다.
전체 요양보호사에서 증상호소자의 빈도를 신체 부위별로 살펴보면 허리와 어깨가 각각 84.9%와 84.3%로 높았고, 그 다음으로 손 / 손목 / 손가락(77.5%), 다리 / 무릎(75.6%), 목(69.9%), 팔 / 팔꿈치(69.5%) 순이었다. 요양보호사 형태별로 비교하면 입소시설 요양보호사의 증상호소율이 방문요양 요양보호사의 증상호소율에 비해높았다. 근골격계 증상호소율을 최근 조사된 타업종과 비교하 면, 요양보호사가 타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근골격계질환증상호소율을보이고있음을알수있다.
요양보호사 근골격계질환 예방관리방안
법 제도적 측면에서 개선사항을 살펴보면, 현재 요양시설은 산업안전보건법상‘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으로 분류되어 안전보건관리 체제, 안전보건관리규정, 안전보건교육, 관리책임자교육 등의 법 조항 적용대상이 아닌 상태이다. 이들의 안전보건 위험이 크므로 이들의 안전보건관리 의무와 관련된 업종 분류가 개선되어관련법이적용되도록하는것이필요하다.
행정사항 개선 등의 방법으로, 요양보호사 근골격계질환 예방관리를 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입소시설 요양보호사의 경우 CLEAN 사업을 활용하여 시설 개선이 이루어지도록 적극적인 행정을 펼 필요가 있다. 한편, 근로자 건강증진 활동비용 지원사업을 요양시설에도 적극적으로 홍보하여, 이 비용으로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 조사나 예방관리교육 등 예방관리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필요도 있다. 요양시설 관리자나 사업주에게 산언안전보건법 준수 의무를 고지하고 교육하여 이를 준수하도록할필요도있다.
요양시설의 특성상 시설 자체적으로는 근골격계질 환 예방관리를 위한 의학적 관리 프로그램을 실시하 기 힘든 조건이다. 따라서 근로자건강센터를 설립하여 이곳에서 요양보호사 근골격계질환에 대한 의학적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 하다. 입소시설에 적합한 근골격계질환 예방관리 가 이드라인을 제작하여 보급하고, 이를 활용하여 자체적인 예방관리활동이 되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교육할 필요도 있다.
법 제도적 측면에서 개선사항을 살펴보면, 현재 요양시설은 산업안전보건법상‘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으로 분류되어 안전보건관리 체제, 안전보건관리규정, 안전보건교육, 관리책임자교육 등의 법 조항 적용대상이 아닌 상태이다. 이들의 안전보건 위험이 크므로 이들의 안전보건관리 의무와 관련된 업종 분류가 개선되어 관련 법이 적용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요양시설의 특성상 시설 자체적으로는 근골격계질환 예방괸리를 위한 의학적 관리 프로그램을 실시하기 힘든 조건이다. 따라서 지역보건센터를 설립하여 이곳에서 요양보호사 근골격계질환에 대한 의학적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 입소시설에 적합한 근골격계질환 예방관리 가이드라인을 제작하여 보급하고, 이를 활용하여 자체적인 예방관리활동이 되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교육할 필요도 있다.
참고문헌
●노동부, 근골격계질환 예방 의무 해설(제2판), 고용노동부 산업보건환경 과, 2004.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손해보험 근무자의 근골격계질환실태 조사보고서, 2008.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환경미화원의 근골격계질환 예방을 위한 토론회 자 료집, 2010. ●보건복지자원연구원, 요양보호사 노동조건 및 근골격계질환실태 조사결 과 발표 토론회 자료집, 2010. ●서울대학교병원, 서울대학병원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진단 보고서, 2010. ●안전보건공단, 건설 근로자의 근골격계질환 증상 및 위험요인 노출 특 성, 2009. ●안전보건공단, 요양보호사 안전보건 현황과 개선방안, 2011. ●안전보건공단 경인지역본부, 요양보호직종 근골격계질환 예방 매뉴얼, 2011. ●European Agency for Safety and Health at Work, European Good Practice Awards 2007, Prevention of work-related MSDs in practice, 2007. ●European Agency for Safety and Health at Work, Work-related musculoskeletal disorders: prevention report, 2008. ●Hignett, S. and McAtamney, L., Rapid entire body assessment(REBA), Applied Ergonomics, 31, 201-205, 2003. ●HSE, Handling home care, 2001. ●HSE, Health and safety in care homes, 2001. ●McAtamney, L. and Corlett, E. N., RULA: a survey method for the investigation of work-related upper limb disorders, Applied Ergonomics, 24(2), 91-99, 1993. ●NIOSH, Safe Lifting and Movement of Nursing Home Residents, 2006. ●University of Michigan, Center for Ergonomics, 3D Static Strength Prediction Program Version 5.0.4. User's Manual, University of Michigan, 2005. ●US OSHA, Guidelines for Nursing Homes Ergonomics for the Prevention of Musculoskeletal Disorders, 2009.
<아래의 사진은, 잡지에 실린 글 모습입니다. 다운받아서 보실 분들은 이용해 주세요>
“무상 교육과 읽을거리가 없다는 점을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앞으로도 수백 년 동안 여기에 그것들이 없기를 소망한다. 배움은 불복종, 이단, 분파를 가져왔고, 책은 그것들을 폭로하고 위대한 총독에 저항하도록 만들어왔다. 하느님이 우리를 그것들로부터 지켜주시길!”
칼 세이건의 <악령이 출몰하는 사회>에 소개된 17세기 미국 버지니아 주 총독이 했다는 말이다. 이는 ‘아는 것이 힘’이라는 격언이 기득권 계층에게 얼마나 위험하고 두려운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억압을 감추고 있던 무지의 장막이 걷힐 때, 사람들은 나설 수 있다. 물론 무엇인가를 안다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지만, 아는 것이야말로 출발점이다. 그래서 ‘알 권리’는 인권의 중요한 영역으로 간주된다.
특히나 노동의 영역에서 ‘알 권리’는 매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권리이다.
노동자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 다루는 물질의 위험성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중 일부는 건강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데도 말이다. 대만 정부가 1970년대 반도체 생산 공정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입이 쩍 벌어진다. 젊은 여성노동자들은 부품 세척 뿐 아니라, 자신이 일하는 작업대를 닦거나 심지어 손에 묻은 기름때를 닦아낼 때에도 유기용제를 사용했다. 이는 암과 신경장애를 유발할 수도 있는 위험한 물질이었지만, 그녀들은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림 : 윤필]
물론 기술이 발전하고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상황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며, 오히려 한층 미묘하고 복잡해졌다. 전 세계 차원의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남보다 앞선 기술변화와 ‘영업 기밀’이 기업의 중요한 생존전략이 된 것이다. 노동자가 알 권리를 주장하려 해도, 알아야 할 내용들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심지어 기술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보니, 전문가들조차 아직 유해성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자의 알 권리 보장은 간단치 않다.
뿐만 아니다. 노동자에게 건강문제가 발생해서 산재인정을 둘러싼 논란이라도 발생하면, 기업의 비밀주의적 태도와 노동자의 알 권리는 첨예하게 부딪힌다. 정부와 기업의 태도는 단순히 비밀주의라기보다 사실 ‘노동자 배제’라는 표현이 더욱 적절하다.
이를테면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2008년에 수행한 <반도체 제조공정 근로자에 대한 건강실태 역학조사> 보고서를 아직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개인과 기업 정보가 많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런 정보를 삭제하고 공개용 판본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연구진은 작년 봄에 자신들이 발간하는 영문 학술지에 이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다. 학문적으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당사자인 노동자들이 접근하거나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니라는 점에서, 노동자 건강을 보호하는 국가기관의 책임성을 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노동자들이 볼 수 없었던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반도체협회가 서울대학교에 의뢰했던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도 볼 수가 없었는데, 이는 당시 산재승인 관련 재판에 중요한 근거자료로 활용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노동자 측의 자료공개 요청에 대해 법정은 영업기밀 누설을 우려하면서, 전문 공개는 불가능하니 구체적으로 몇 페이지가 필요한지 적시하면 복사를 허용하겠다고 했다. 보고서를 보지 않고도 필요한 내용이 몇 페이지에 있는지 다 알면 왜 공개요청을 하겠나?
한편 삼성은 자체적으로 시행한 작업환경평가 결과를 작년 7월에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다. 여기에는 기자들과 일부 전문가들의 참석만이 허락되었고, 보도자료는 물론 어떠한 인쇄물도 제공되지 않았다. 현장촬영과 녹음도 엄격하게 제한된 상태에서 해외 연구자가 영어로 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지난 12월 삼성은 자사의 영문 홈페이지(Global Samsung)에 연구 요약결과와 함께 보고서 공개 사항을 게시했다. 보고서 전문의 열람을 원하면 기흥공장을 직접 방문하라고 했다. 신청자 중 허가받은 이에 한하여 1인 2회까지 열람이 가능하며, 당연히 기록이나 복사는 불가능하고, 비밀엄수 서약을 제출해야 했다. 5천 년 된 파피루스 문서를 보는 것만큼이나 까다롭다. 그런데 이 귀한 연구결과가 다음 달 3월 멕시코에서 열리는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된단다. 한국의 노동자들은 전문가들이 자신과 관련된 문제를 두고 갑론을박해도 그저 강 건너 불구경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지식 생산과 공유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당사자 배제, 노동자 배제의 일면을 보여준다.
국가공공기관이나 연구자, 전문가들은 도대체 누구에게 책무성을 갖는 것일까? 신성한 학술공동체? 연구비를 지원한 기업?
기업에게 노동자란 도대체 어떤 존재인가? 귀찮은 설명 따위는 해줄 필요 없는, 그저 지나는 과객들? 유식해지면 괜히 분란이나 일으키는 골치 아픈 사고뭉치들?
자본주의 사회에서 영업기밀의 중요성을 완전히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또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 학계에서 심층적인 논의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리고 비전문가가 그 모든 지식과 학술적 논쟁들을 이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이것이 당사자인 노동자들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변명거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어려우면 쉽게 설명해서 알려줘야 한다. 복잡한 절차나 암묵적 압력 때문에 노동자들이 알 권리를 포기하지 않도록 쉽고 민주적인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위험한 물질을 다루고 때로는 생명을 위협받는 이들은, 이러한 절차를 만들고 지식을 생산하는 공무원도 연구자도 기업가도 아닌, 바로 노동자들이다. 노동자에게는 ‘알 권리’가 있다.
▲ 2012년 1월 28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2012 보건의료진보포럼 - 99%의 건강을 위한 우리의 대안' ⓒ 노동건강연대 감정노동
2012년 1월 28일 저녁, 서울 대학로에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2012 보건의료진보포럼 - 99%의 건강을 위한 우리의 대안'에 참석한 사람들이 '감정노동과 감시통제 : 노동자의 건강을 갉아먹다'를 주제로 한바탕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정책국장의 사회로 시작한 감정노동에 대한 이야기는 두 토론자의 열띤 경험담과 동료들의 이야기들, 참석자들의 열띤 반성 및 제안들로 채워지느라 결국 제시간에 토론회를 끝낼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인 마트 노동자의 이야기와 대학병원 간호 노동자의 감정노동 에피소드를 전합니다.
"너 공부 안 하고 떼쓰고 그러면 마트에서 일한다"
대형마트에서 10여 년 이상 일을 해온 이희영(가명)씨는, 그 세월에 걸맞게 다양한 감정노동의 경험담과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가장 처음 꺼낸 이야기는 고객만족센터에서 일하는 동료 A의 이야기입니다. 여름날 마트에서 수박을 사간 고객이 고객만족센터를 찾았습니다. 구입한 수박도 안 들고 와서는 수박이 하나도 달지 않고 맛도 없으니 환불해달라고 했습니다. A는 그 수박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와야 어떻게라도 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며 그 고객을 돌려보냈고, 얼마 후 그 고객은 아주 작은 수박 한 조각(손가락 하나 정도 크기)을 들고 와서 결국은 환불해주었다고 합니다.
고객만족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이해 안 가는 환불 요청'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심지어 다양한 환불이 반복되는 고객들도 있고, 그 횟수도 너무 많습니다. 아무리봐도 올바르지 않은 듯 한 행동들에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로 대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회사에서는 특별히 환불 기준을 정하고 있지 않아 고객이 끝까지 우길 경우 환불을 해주어야 하고, 이러한 과정에 놓여 있는 노동자는 극도로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대형마트 시식코너에서 일하는 동료 B는 오늘도 열심히 군만두를 굽습니다. 사람들이 먹기 좋게 자르기도 하고, 앞에 서서 기다릴까봐 재빨리 만두를 올려놓느라 화장실을 갈 틈도, 잠시 앉아서 쉴 틈도 없습니다.
그런데 가끔 저 멀리서 젊은 엄마, 중년의 엄마들이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지나가면서 "너 공부 안 하고 떼쓰고 그러면 마트에서 일한다!"라고 하면서 지나갑니다. 엄청난 수치심과 분노가 생기고 때로는 너무도 위축됩니다. 그러나 절대 고객에게 화내면 안되고 자신의 감정을 입 밖으로도, 표정으로도 드러내면 안 되기에 묵묵히 일을 합니다.
요즘은 마트 시식코너에서 일하는 분들이 학력도 다양하고 연령도 다양한데, 사회적 편견과 비인간적인 태도로 너무도 노동자들을 힘들게 한다고 합니다. 이 에피소드는 몇몇 노동자가 겪은 이야기가 아니라 많은 시식코너 노동자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일이라고 합니다.
계산했느냐 물었다고 '막말'... 결국 사표 쓰기도
▲ 2011년 서비스 노동자의 감정노동,
건강권 문제를 제기한 '아주라 콘서트' 현장(서울 덕수궁 돌담길) ⓒ 노동세상
세 번째 이야기는 '동행서비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마트에 가면 많은 노동자들이 다양한 일을 합니다. 물건을 진열하기도, 시식을 하기도 하고 물건을 팔기도 합니다. 마트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물건을 찾거나 궁금한 사항이 있을 때 마트 노동자들에게 물어보곤 합니다. 언제부턴가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옆에 있는 마트 노동자들에게 물건의 위치를 물으면 물건이 있는 장소까지 안내해주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바로 '동행서비스'입니다.
물건을 진열하다가 누군가 하나 물어보면 반드시 목적지까지 함께해야 합니다. 일이 너무 많아 정시퇴근을 위해 30분에서 한 시간씩 일찍 출근하는 노동자들은 그 동행서비스로 인해 업무 부담이 더 과중해졌습니다. 그런데 동행서비스를 고객들이 인지하고부터 장을 볼 목록 들고 노동자에게 보여주며 물건을 다 찾아달라는 고객들이 있기도 합니다. 이미 퇴근시간이 훌쩍 지나버린 노동자는 그래도 미소를 지으며 업무를 수행합니다.
마지막은 계산원 노동자입니다. 민주노총에서 서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의자를 놓아주자는 캠페인을 벌였지만, 노동조합이 있는 곳에서나 간신히 앉아서 일하는 것이 가능할 뿐 노동조합이 없는 곳은 앉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눈치 보이는 일입니다.
어느 날 이씨의 동료 C는 계산을 하던 중, 손님의 유모차에 물건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고객님, 그 물건은 계산하신 겁니까?" 하고 물었다고 합니다. 그 손님은 "내가 도둑으로 보이냐, 니가 뭔데 날 의심하냐"로 시작해서 결국 그 C를 직원휴게실로 부르고 상급자를 불러서, "너 그런 식으로 일하려면 우리 집에서 식모나 해라", "내가 너를 꼭 자를거다", "저 직원 꼭 잘라!"라고 말을 했습니다.
결국 C는 그 손님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고 결국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합니다. 회사에서 '아닌 건 아니다'라고 노동자의 편을 들어줄 수도 있는 관리자가 필요한데, 무조건 고객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하는 관리자만이 존재해서 노동자들은 더욱더 심한 상처를 받게 됩니다.
토론자 이희영씨는 "마트에서는 우리에게 '고객이 우리의 월급을 준다'고 복창하라고 합니다. 무조건 친절해야 하고, 안 된다고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교육합니다. 작년에 대형마트들은 '통 크게' 시작해서 '착한'으로 마무리했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손해 보지 않고 저임금의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서비스와 더 많은 친절을 강요하여 노동자들의 삶을 파괴하고 있습니다"라며 회사가 노동자들이 도저히 감당해내기 힘들 정도의 감정노동을 생산하고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화장실 갈 시간도 없고 밥도 못 먹고 일하는데...
또 한 분의 토론회 참석자는 대학병원 간호사 최성미(가명)씨입니다. 서울지역 대형병원 간호사의 근속연수는 평균 2.5년. 간호사들이 가장 인간답게 살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으며 그만둔다며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최씨 역시 오랜 기간 병원에서 근무를 하며 다양한 사례를 보아왔습니다. 밥을 못 먹는 것은 기본이고, 물을 마시면 화장실을 가야 해서 물도 안 마시고 일을 한다는 간호사들의 감정노동 이야기입니다.
간호사들은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이 정신적·신체적으로 나약한 상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최씨의 동료 D는 신출내기 대학병원 간호사입니다. 혈압을 검사하러 병실에 들어가 남성환자의 팔을 걷어올렸습니다. 그 환자는 간호사를 바라보다가 팔을 더듬습니다. A는 "'안 된다'고 하면 안 된다"는 교육을 받은 신출내기 간호사입니다. 그렇게 이를 악물고 나왔다고 합니다.
연륜이 있는 간호사라면 안 된다고 딱 잘라 말했겠지만, 신출내기 간호사에게는 너무 힘든 경험이었다고 합니다. 간호사들에게 벌어지는 성추행과 성폭력사건은 생각보다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2003년 아무개대학 비뇨기과 교수가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자행한 사건에 노동조합이 문제제기를 한 일이 있습니다. 이때, 작은 병원 간호사들에게 지지전화를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작은 병원에서는 차마 싸우지 못하는데 너무 고맙다고 말이죠.
한국의 대학병원은 보통 간호사 한 명당 15명에서 20명의 환자를 돌본다고 합니다. 외국의 경우 간호사 한 명당 4~5명의 환자를 본다고 하니, 이미 업무의 과중은 어마어마합니다. 이런 와중에 최씨의 동료 E는 어느 날 한 환자의 이야기를 30분 동안 들어주게 되었습니다. 머릿속에는 다른 환자를 돌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꽉 들어차 있었다고 합니다.
E는 환자와 이야기가 끝난 뒤, 남은 환자들에 대한 일을 하느라 결국 아주 늦게까지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환자가 병원 홈페이지에 B를 '친절 간호사'로 신청했다네요. 여기서 다른 간호사들은 생각했다고 합니다. 1명이 친절을 느낄 동안 다른 환자 14명 이상이 불친절을 느꼈을 것이라고요.
가면을 쓰고 사는 사람, 감정노동자
▲ 2012년 1월 28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2012 보건의료진보포럼 - 99%의 건강을 위한 우리의 대안' ⓒ 노동건강연대
마트 노동자나 간호 노동자. 그들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은 채 원하든 원치 않든 정형화된 감정을 연기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어쩌면 가면을 쓰고 사는지도 모르겠지요. 잠시 감정노동(Emotional labour)에 대하여 살펴봅니다.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으나, "직업상 고객을 대하면서 원래 감정을 숨긴 채 얼굴 표정과 몸짓을 해야 하는 직원들이 늘상 직업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을 말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주 여러 가지 직업들이 떠오르실 거에요. 그리고 어찌보면 직장에서 일하는 모두가 이러한 감정노동에 휩싸여서 살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러한 감정노동으로 인하여 노동자들이 앓을 수 있는 증상은 '우울증, 화병, 대인공포증, 공황장애, 사회 불안증, 소화불량, 불면증, 위장장애, 강박증,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불감증 혹은 공격적이거나 폭력적 울화병, 은둔형 외톨이, 히키코모리 등' 정말 너무 다양해서 무섭기까지 합니다.
친절을 강요하는 이 사회는 결국 '위선적인 친절'을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이 사회는 사람에게 너무도 불친절한데 우리는 그 불친절함을 사람이 베풀어주는 위선적인 친절로 위로받고자 합니다. 전혀 위로가 되지도 않을 텐데 말이죠. 그리하여 때때로 '그 위선이 싫소'라고 말해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기도 합니다.
한 사람의 고객, 환자로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주변의 노동자들이 저렇게 감정적으로 고되게 일해야 하는 것일까' 하는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도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진심으로 우리 사회가 노동의 기쁨을 느끼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그들의 미소를 찾을 수 있도록, 그들이 발 딛고 서 있는 불친절한 노동조건에 대해서 사회가 함께 친절한 답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 박혜영 기자는 노동건강연대 네트워크팀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위 토론회의 전체 내용을 보실 분들은 노동건강연대 누리집(http://old.laborhealth.or.kr/28435)을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 덧붙이는 글 ㅣ 오마이 뉴스 원본 기사는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95338 여기를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4. 시민이여 노동자로 연대하자해고를 사기업의 내부 문제로 생각하여 방치하거나, 고용유연화를 조장하는 정부의 행태 또한 비난받아 마땅하다. 자유시장 원칙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지만, 한편으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장바구니 물가를 챙기고, 한복 차림의 고객을 홀대했다는 호텔에게 국회의원이 호통 치는 곳이 한국이다.또한 이 나라는 정부가 직접 나서 파업 참가 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곳이기도 하다. 해고와 비정규화가 구조조정의 전부인 것처럼 행동하는 기업들 앞에서, 국가는 적극적으로 노동자들을 보호해야 한다. 노동자는 기업의 종복이 아니라 국가의 시민이다. 특히나 이번 쌍용자동차 사례에서처럼, 책임있는 경영진의 존재가 불분명한 곳에서 노동자들을 보호해야 하는 정부의 역할은 막중하다고 할 수 있다.시민들은 소비자의 정체성으로 기업의 양심에 호소하고 있지는 않은가. 시민 자신이 노동자로서 연대해야 한다. 매일 당장 때려치우겠다고 투덜거리면서도, 맡은 일을 해내려고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봄날 월차 내기를 꺼려하는 성실한 직장인, 당신들이 바로 노동자다. 생계를 위해서든, 의미 있는 삶을 위해서든, 일이 우리에게 그토록 소중한 것이라면, 다른 이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한국 사회에서 해고와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화는 기업이 너무도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되어버렸다. 반면 사회적 안전장치가 전무한 속에서, 일자리를 잃는다는 것은 노동자와 그 가족들에게 유례없는 상처와 고통이 되고 있다. 정부는 팔짱끼고 앉아서 사태를 '관람'하고 있다. 이 세 가지 모두 '정상'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기사입력 2011-04-25 오후 4:3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