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기업 그 사고』 2015년 9월 2일, 현대중공업 크레인 블록 충돌으로 인한 하청노동자 추락사고 - 주요책임자 벌금형
1. 사고 개요
2015년 9월 2일 오후 10시 10분경, 울산 동구에 위치한 현대중공업 선박(2742호선)에서 작업하던 대한기업 소속 사내하도급 노동자 이모씨(28)가 중량물인 블록에 부딪혀 도크장(배의 건조나 수리, 하물의 하역을 위한 설비를 갖춰 놓은 곳) 바닥으로 떨어져 사망한 사건
사고경위는 작업을 마친 뒤 주신호수가 블록 내부 인원을 밖으로 이동하도록 통보한 뒤 크레인 운전자가 크레인에 블록을 매달고 이동 중이였으나, 블록 이동 동선 안에 있던 피해자가 블록에 부딪혀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됨
피해자 이씨는 두개골이 골절돼 뇌출혈이 발생했으며, 뇌수술을 받았으나 치료 중 10월 5일 11시 35분경 외상성 경막하 및 경막외 출혈로 사망함
2. 처벌현황
울산지방법원 오창섭 판사는 1심 결과로 원청인 현대중공업 주식회사(법인)와 당시 현대중공업 조선사업 대표 윤문균(현재 현대삼호중공업 대표이사)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에 대해 각각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하청업체인 대한기업의 대표 A씨에 대해서는 징역 8개월(2년 집행유예)을 선고했다.
법원이 지적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은 다음과 같다.
사업주는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토사 등의 붕괴, 화재, 폭발, 추락 또는 낙하 위험이 있는 장소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는 안전·보건시설의 설치 등 (제29조 제3항- 도급사업 시의 안전·보건조치) 의 조치를 취해야함에도 이를 위반하였고 또한, 사업주로서 폭발성, 발화성 및 인화성 물질 등에 의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제23조 제2항-안전조치)를 하지 않았고 누구든지 중대재해 발생현장을 훼손하여 원인조사를 방해해서는 안됨(제26조 제5항)에도 이를 지키지 않음으로 벌칙인 제67조의 2를 적용할 수 있다.
67조의 2를 적용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 만원 이하의 벌금을 적용할 수 있지만 원청 현대중공업과 윤문균은 벌금 500만원, 하청의 경우 징역 8개월(그마저도 집행유예)에 그쳤다.
3. 사고발생 간 주요위반사항
- 대국기업 주식회사(하청)
A씨 : 대표(안전보건관리책임자)
소속 노동자의 안전·보건을 유지하기 위한 업무를 담당하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임.
A씨는 작업 중 노동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근무하는 경우, 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산업재해예방을 위한 조치를 아니함. 무거운 물건이 크레인에 끌어올려질 경우 그 밑에 작업자가 없도록 조치해야하는데 사고 당시 피해자는 크레인에 의해 끌어올려지던 블록이 바람에 흔들려 피해자와 충돌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근처를 이동할 수밖에 없었고, 더불어 피해자는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아 블록과 충돌 후 추락하게 되었고 이후 사망하게 됨.
- 현대중공업 주식회사(원청)
윤문균 : 전) 현대중공업 조선사업 대표, 현)현대미포중공업 대표이사
사업의 일부를 도급을 준 사업의 사업주로서 안전모를 착용하게 하는 등의 산업재해 예방 조치를 하지 아니하였고 중량물 취급 작업을 진행 시 취급 작업장의 지형·지반 및 지층 상태 등을 사전조사하고 그 결과를 기록·보전하여야 하며 작업계획서 작성 등을 하여 작업을 진행하도록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위험구역을 완전하게 벗어났는지를 철저히 확인·통제하지 아니함
4. 양형의 이유(1심 결과)
노동자 사망으로 사안이 중함 등을 불리한 정상으로 피고인 A[하청업체 대표]은 망인과 원만히 합의한 점, 피고인 A은 초범, 피고인 윤문균은 벌금형 처벌전력만 있는 점, 망인에게도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는 등의 책임이 있어 보이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함
[붙임] 판결 정보와 사고발생 간 주요위반사항
판결 기본 정보
1심(울산지방법원_2016고단1586) : 판결선고 2017.08.10
판사 : 오창섭
검사 : 이진희(기소), 황근주(공판)
피고인 1. A씨
피고인 2. 윤문균
피고인(법인) 현대중공업 주식회사
피고인 A 변호인 : 하늘(담당변호사 : 박현갑,구언수)
윤문균 / 현대중공업 주식회사 변호인 : 변호사 송규선
2. 판결결과 요약
구분
이름
직위
위반사항
위반법령
판결(1심)
대한기업
주식회사
: 하청
A씨
대표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제66조의 2, 제23조 제3항
징역 8개월
(2년 집행유예)
현대중공업 주식회사
: 원청
윤문균
전)
조선사업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 제67조의 제1호, 제23조 제2항, 제68조 제2호,
제29조 제3항
벌금 500만원
『그 기업 그 사고』 2014년 11월 27일, 현대중공업 도장작업 중 추락사고- 주요책임자 벌금형
1. 사망사고개요
2014년 11월 27일 오후 7시경, 현대중공업 주식회사 조선사업본부 내 14안벽 LNG선박 2572호선 4번 밸러스트 탱크 작업장에서 피해자가 도장작업 중 바닥으로 추락하여 치료를 받던 중 같은 달 28일 오전 11시 50분경 긴장성 기흉 및 대량 혈흉에 의한 저혈량 쇼크로 사망에 이른 사건
사고경위는 작업위치는 작업면 조도가 최소 75럭스 이상이어야 하는 곳이며 안전난간 등 추락을 예방하기 위한 설비를 설치해야하지만 사다리형 통로를 한쪽 측면에만 안전난간을 설치하고 반대편인 개구부에 설치하지 않아 추락한 것으로 밝혀짐
1심 결과로 원청인 현대중공업 주식회사(법인)과 윤문근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은 중대재해 발생현장을 훼손(제68조의 2)하였고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어하는 사업의 경우 산업재해예방을 위한 조치를 해야 함(제29조 제1항 제1호)에도 이를 어겼으며, 수급인으로서 노동자에게 하는 안전·보건교육에 대한 지도와 지원(제29조 제3항)을 하지 않아 각 700만원과 500만원의 벌금을 선고 받았음
하청인 주식회사 금농산업(법인)는 벌금 700만원을 받았으며 대표 A씨는 징역 6개월(1년 집행유예)를 선고받음
항소를 한 현대중공업 주식회사(법인)과 A씨와 윤문근은 모두 감형
– 현대중공업 500만원, A씨 징역 4개월(1년 집행유예), 윤문근은 300만원
3. 양형의 이유(1심 결과)
정성호 판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양형의 이유는 피고인 A는 반성하고 있는 점, 전력 없는 점, 피해자의 유족과 합의한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러 그 결과가 매우 중한 점, 피해자를 고용한 사업주의 대표이사이자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서 그 책임이 가장 무거운 점의 불리한 정상으로 참작되었음
피고인 윤문근은 동종 벌금 전력 1회가 있는 점이 불리한 정상이고 피해자가 현대중공업 주식회사가 직접 고용한 노동자가 아닌 점, 피해자의 유족과 합의된 점이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였음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 후의 정황 등 여러 양형조건을 참작하여 징역형을 선택하였음
4. 항소판결(2심 결과)
- 항소 이유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사다리형 통로를 이동하던 중 바닥에 추락하여 사망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사건의 재해 발생 원인이 제대로 규명되지 아니하였음으로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으며 원심의 판결은 과중함
- 판단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인 주장에 대해서는 사다리통로의 구조와 높이 그리고 바닥의 재질과 놓여있던 물건의 증거를 확인할 시 추락할 가능성이 충분하며 실제로 피해자는 추락 등으로 긴장성 기인 등으로 쇼크사 하였다는 점과 추락 외에 달리 사고 원인을 찾기 어렵다는 점, 사고 직후 위치가 사다리통로 근처였다는 점, 사고 현장 관계자들도 추락에 대한 가능성을 진술하였다는 점을 통해 피고인들의 주장은 이유가 없음
다만, 안전난간을 설치해야 할 의무에 대한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 제43조 1항에 ‘작업발판 및 통로의 끝이나 개구부에 안전난간을 설치’하도록 규정하나 사고 장소는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이동하다가 추락하였으므로 양쪽에 안전난간을 설치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으며 규정에도 양쪽에 난간을 설치해야할 의무를 규정하지는 않음
1. 판결 기본 정보
1심(울산지방법원_2015고단2437) : 판결선고 2016.1.22
판사 : 정성호
검사 : 송봉준(기소), 문종배(공판)
피고인(법인) A씨 : 산업안전보건법위반
피고인(법인) 주식회사 금농산업 : 산업안전보건법위반
피고인 윤문균 : 산업안전보건법위반
피고인(법인) 현대중공업 주식회사 :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변호사 손영섭 - 피고인 A씨와 주식회사 금농산업을 위하여
변호사 박춘기, 송찬흡, 천성연 - 피고인 윤문근과 현대중공업 주식회사를 위하여
개인 김두환 - 현대중공업 주식회사를 위하여
항소심(울산지방법원_2016노218) : 판결선고 2016.8.25
판사 : 김우현, 우정민, 송명철
검사 : 송봉준(기소), 이영화(공판)
변호사 손영섭 - 피고인 A씨를 위하여
동헌 (담당변호사 : 정만규) - 피고인 윤문근과 현대중공업 주식회사를 위하여
2. 사고발생 간 주요위반사항
- 주식회사 금농산업(하청)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서 적정조도를 확보하지 않았고 한쪽 측면에만 안전난간을 설치하여 산업재해 예방조치 의무를 위반함
현대중공업 주식회사(원청)
윤문근 : 조선사업본부장
소속 노동자 및 수급인 소속 노동자의 안전보건에 관하여 사업주를 위해 행위하는 자임. 수급인인 주식회사 금농산업 소속 노동자가 추락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함에도 적정한 조도확보, 안전난간 설치 등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지 아니함
3. 판결결과 요약
판결(항소심)
주식회사 금농산업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 제66조의 2, 제23조 제3항
징역 6개월
(1년 집행유예)
징역 4개월
윤문근
본부장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 제68조의 2, 제29조 제3항, 제1항 제1호
벌금 300만원
산업안전보건법 제68조의 2, 제29조 제3항, 제1항 제1호
벌금 700만원
항소 취소
『그 기업 그 사고』 2014년 10월 23일, 현대중공업 플레어팁 추락사고 - 주요책임자 집행유예
1. 선정 이유
2006~2015년(10년간) 74명 산재사망으로 ‘산재사망 20대 기업’ 중 5위, 2017년 최악의 살인기업 1위로 선정됨
2. 사고 개요
2014년 10월 23일 오후 5시 40분경, 현대중공업 주식회사 해양사업본부 H-도크 모듈데크작업장에서 플레어팁 조립 관련 작업을 하던 중 슬링벨트가 윈드실드에 걸려 절단되어 무게 3.3톤의 플레어팁이 추락하여 대량혈흉 등으로 인한 비가역적 쇼크로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
3. 처벌현황
1심 결과로 원청인 현대중공업 주식회사(법인)과 김종도씨는 각 벌금 1,000만원과 징역 4개월(1년 집행유예)를 하청인 영수산업 주식회사(법인)과 A, B씨는 각 벌금 1,000만원, 징역 6개월(2년 집행유예), 금고 4개월(1년 집행유예)를 선고받음
항소심 결과 법인은 현대중공업 주식회사는 벌금 900원으로 영수산업 주식회사는 벌금 700만원으로 감형됨. 피고인 A, B, 김종도를 모두 항소기각을 선고함.
4. 사고발생 간 주요위반사항
- 영수산업 주식회사(하청)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서 노동자가 중량물을 취급하는 작업을 하는 경우 해당 작업, 작업장의 지형·지반상태 등의 사전조사와 그 결과를 기록하고 보존하고 계획한대로 작업해야하는 등이 안전상의 조치를 해야 하며 윈드실드에 보호커버를 설치하지 않는 안전조치 의무 등을 위반함
B씨 : 현장소장
김종도씨: 해양사업본부장
소속 노동자 및 수급인 소속 노동자의 안전보건에 관하여 사업주를 위해 행위하는 자임. 수급인인 영수산업 주식회사의 피해자가 작업 시 해당 작업, 작업장의 지형·지반상태 등의 사전조사와 그 결과를 기록하고 보존하고 계획한대로 작업해야하는 등이 안전상의 조치를 하지 않음.
- 공통(김종도, 현대중공업 주식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 사고 직후 안전예방조치를 강화한 점, 피해자의 유족과 합의한 점, 피해자가 숙련공으로서 본인의 주의의무위반도 존재하다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대형사고 위험 요인이 상시 존재하는 작업현장 특성상 안전조치의무 위반의 정도가 무겁다는 점을 불리한 정상으로 참작
- A씨
벌금형 2회 외 전과가 없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영수산업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안전주의의무위반 정도가 가볍지 않은 점을 불리한 정상으로 참작
- B씨
전과가 없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영수산업 주식회사의 현장소장으로 안전주의의무위반 정도가 무거움을 불리한 정상으로 참작
- 김종도씨
전과가 없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총괄책임자에 직위에 있는 것을 불리하게 참작
- 현대중공업 주식회사
사고 이후 안전조치를 완료하는 등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한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행위자의 안전주지의무위반 정도가 가볍지 않고 결과가 중한 점을 불리한 정상으로 참작
- 영수산업 주식회사
행위자들의 과실정도가 무겁고, 중대한 결과를 발생한 점을 참작
5. 항소판결(2심 결과)
업무상과실치사에 대해 피고인 A, B는 피해자가 숙련공으로서 충분히 위험을 인식하였으면서도 작업시간 단축을 위해 보호커버 없이 작업을 한 피해자의 안이한 태도와 주의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함.
산업안전보건법위반에 대해 피고인 A, 김종도, 현대중공업 주식회사와 영수산업 주식회사의 주장은 ⓵영수산업 주식회사에서 작성한 표준작업지도서와 일일작업지시서의 내용이 사업주의 의무인 작업계획서 작성을 갈음할 수 있으며 ⓶지형 및 지층 등 상태를 사전조사하는 것은 과도한 제한이며 ⓷사건 작업장과 관련하여 준공검사와 안전진단으로 사전조사 목적을 상당 부분 달성하였으므로 산업재해예방조치의무나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한 것을 볼 수 없다고 주장함.
또한 피해자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정한 주지의무와 달리 바로 밑에서 작업한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진 곳에서 작업하던 중 발생한 것으로 노동자 출입통제에 관한 사항을 위반한 것은 아니며 피해자는 신호수로 규칙에서 정하는 출입통제대상 노동자는 아님.
위의 내용을 들어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로 원심의 선고한 형의 부당함을 항소하였음
판단
업무상과실치사에 대한 A, B에 대한 판단은 피고인들이 업무상 주지의무는 면제될 수 없으며, 작업지시 및 감독의무를 이행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으므로 그 위반사항은 넉넉히 인정됨.
산업안전보건법위반에 대한 A, 김종도, 현대중공업 주식회사와 영수산업 주식회사에 대한 판단은 원심이 여러 증거로 충분히 안전조치를 인정하지 않음을 확인가능하며 현대중공업 주식회사는 수급인에 대해 산안법 제38조 제1항 제11호에 따라 도급인으로서 의무를 다해야함에도 하지 않음.
또한 현대중공업 주식회사는 표준작업지도서를 제정한 바 있지만 개략적인 내용뿐이고 충분하지 못하여 갈음한다고 볼 수 없으며 플레어팁 설치작업은 작업빈도가 낮은 작업으로 더욱 구체적이고 세밀한 사전조사가 필요함에도 준공검사와 안전진단을 거쳤다고 그 절차의 필요성을 부정할 수 없음.
크레인 작업시의 노동자 출입통제 의무 위반에 따른 산안법 위반여부에 대한 판단은 산안법 규칙의 “미리 노동자의 출입을 통제할 것”이라는 의무를 부과함으로서 규칙의 입법취지를 종합적으로 고려 시 머리 위뿐만 아니라 사고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머리 위로 통과할 위험성이 있는 공간까지를 포함하여 해석해야함.
피해자가 작업을 실시함에 있어 현장소장 B는 어떠한 제재도 취하지 않았으며 구체적인 지시를 해야하는 지위에 있음을 감안한다면 산안법 규칙에서 출입 통제 대상으로 정한 노동자의 범위에 신호수가 포함되지 않다고 해석하기는 어려움.
1심(울산지방법원_2015고단904) : 판결선고 2015.11.26
판사 : 박주영
검사 : 신종곤(기소), 황정임(공판)
피고인 2. B씨
피고인 3. 김종도
피고인(법인) 4. 현대중공업 주식회사 대표이사 최길선
피고인(법인) 5. 영수산업 주식회사 대표이사 안길환
변호사 박성호 피고인 김종도와 현대중공업 주식회사를 위하여
항소심(울산지방법원_2015노1543) : 판결선고 2016.8.25
검사 : 신종곤, 송봉준(기소), 이영화(공판)
법고을 (담당변호사 : 최용석) 피고인 A, B씨를 위하여, 영수산업 주식회사를 위하여
늘푸른 (담당변호사 : 손영재, 김채규), 피고인 김종도, 현대중공업 주식회사를 위하여
영수산업 주식회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
형법 제268조, 제30조
항소 기각
B씨
현장소장
업무상과실치사
금고 6개월
김종도
해양사업본부장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 제68조의 2, 제29조 제3항
벌금 1,000만원
벌금 900만원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 제66조의 2, 제23조 제2항
『그 기업 그 사고』 2014년 4월 7일, 현대미포조선 협력업체 노동자 테이프 제거작업 중 추락사고
- 주요책임자 집행유예
현대미포조선은 현대중공업의 계열사로 현대중공업은 2006~2015년(10년간) 74명 산재사망으로 ‘산재사망 20대 기업’ 중 5위, 2017년 최악의 살인기업 1위로 선정된 바 있음
2014년 4월 7일 오후 2시 14분경 울산 동구의 현대미포조선 야적장에서, 협력업체 노동자 정씨(65)가 건조 중인 높이 8.6미터의 선박블록 상단부 모서리 부분에 접합부의 오염을 막기 위해 붙여둔 테이프를 제거하는 작업을 하던 도중 몸의 균형을 잃고 8미터 아래로 추락하여 같은 날 오후 3시 47분경 두개골 골절 등으로 사망한 사건
조웅 판사는 원청인 피고인 최원길를 징역 4개월(1년간 집행유예)에 주식회사 현대미포조선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였으며, 하청인 피고인 A을 징역 6개월(2년간 집행유예)에 법인인 주식회사 세현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함
- A씨 : 안전보건관리책임자
피고인 A씨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 개구부로 노동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 안전난간, 울타리, 수직형 추락방망 또는 덮개 등의 방호 조치를 충분한 강도를 가진 구조로 튼튼하게 설치하여야 하고,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안전대 착용과 안전대를 걸 수 있는 설비를 설치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반함
- 현대미포조선 최원길 : 전 대표이사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으로서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는 사업주는 사용하는 노동자와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노동자가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 안전·보건시설의 설치 등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해야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이 8.6m의 선박블록 사단 모서리 부분에서 테이프 제거 작업을 함에 있어 방호 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안전대 걸이 시설 등을 설치하였음
- 공통
산업현장에서 위험을 감수한 노동자의 노동의 결과 기업의 이윤이 창출된다. 기업은 노동자를 이윤창출의 도구로만 보아서는 아니 되고 기업과 운명을 함께 하는 공동운명체로 인식하여야 한다. 같은 취지에서 기업은 위험이 수반되는 산업현장에 투입된 노동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강구함으로써 노동자를 보호하는데 한 치도 소홀해서는 아니 된다. 특히 노동자에게 안전난간 등 필요한 안전설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높은 곳에서 작업하도록 한 이 사건의 경우,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도 추락사고의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사업주나 그가 속한 해당 기업에 대한 비난가능성은 자못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음
결국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엄한 처벌이 불가피함
- 피고인 A씨
노동자가 사망에 이르러 그 결과가 매우 중한 점 등을 불리한 정상으로, 동종 전과가 없고 벌금형으로 1회 처벌받은 외에 다른 범죄전력이 없는점, 유족과 원만히 합의한 점, 반성하고 있다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함
- 피고인 최원길
노동자가 사망에 이르러 그 결과가 매우 중한 점과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로 9회에 걸쳐 벌금형의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 점 등을 불리한 정상으로, 다만 위 전과 외에 다른 범죄전력이 없는 점,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함
1심(울산지방법원_2015고단295) : 판결선고 2015.05.14
판사 : 조웅
검사 : 김성주(기소), 김준우(공판)
피고인 2. 주식회사 세현
피고인 3. 최원길 산업안전보건법위반
피고인 4. 주식회사 현대미포조선 대표이사 강환구 산업안전보건법위반
주식회사 세현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제66조2, 제23조 제3항
주식회사 세현(법인) : 하청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 제66조의2, 제23조 제3항
주식회사 현대미포조선
최원길
전 대표이사
산업안전보건법 제68조 제2호, 제29조 제3항
주식회사 현대미포조선(법인) 대표이사 강환구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 제68조 제2호, 제29조 제3항
9월 4일 오후 1시 55분,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공장에서 소화용 이산화탄소가 유출되어 협력업체(창성에이스산업- 소방방재업) 20대 직원 이씨(24세)이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질식되어 의식불명이 되었습니다. 이후 13일 의식불명으로 치료받던 직원 중 김씨(54세)가 결국 숨졌습니다.
사고 발생 시, 삼성은 자체 소방대 차량에 실어 피해자들을 인근 병원으로 옮겨 자체적으로 해결하려 했으며 사고발생 후 2시간이 지난 후 소방당국에게 알리는 정황을 통해 늑장대응을 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읽기
- "거듭된 삼성공장 화학물질유출사고.. 2013년 이후 6번째!"
- 치명적 가스 유출됐는데…사람 숨진 뒤에야 신고한 삼성전자
- '누출사고' 당일 삼성-119 통화 입수…커지는 은폐 의혹
- "삼성전자서 또 청년노동자 사망, 기업살인법 제정해야“
9월 1일 평창알펜시아 리조트의 '알파인코스터'라는 놀이기구를 담당하던 아르바이트 노동자 심씨(24)가 알파인코스터 점검 중 추락하여 9월 10일에 사망하였습니다. 9월 6일에는 김천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무대설치를 위해 높이 8m의 공간에서 소품 작업을 하던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추락하여 같은 날 사망하였습니다.
각 사고에 대한 책임회피 논란과 안전관리 부실 정황에 대해 관련기사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평창 알펜시아 '알파인 코스터' 추락사] 도마 위 오른 '안전관리'..직원은 이미 퇴근?
- '달하, 비취시오라' 조연출 故 박 모씨 아버지의 절규
- 김천시 공연 조연출 사망 사고 두고 책임 떠넘기기 급급
9월 14일 취업비자로 국내에 입국한 지 3개월 된 캄보디아 출신 노동자가 부산의 한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중 굴착기 체인에 치여 숨졌습니다. 이후 9월 27일 화성시 봉담읍의 한 상가건물 신축공사 현장에서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B(60)씨가 1.6m 높이의 비계 위에서 작업하던 중 아래로 떨어져 사망하였고 하루가 지난 28일에는 수원시 영통구의 아파트 옥상에서 외벽 페인트칠 작업을 하던 러시아 국적의 A(25)씨가 지상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여 사망하였습니다.
건설 현장의 외국인 노동자 사고 건수는 내국인보다 크게 앞서는 상황이며, 산재보험에 가입된 외국인 노동자의 산업재해 발생률은 1.16%로, 내국인 노동자 0.18%보다 6배가량 높았다고 합니다(2017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문진국 의원이 고용노동부 및 안전보건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
이주 노동자 사망이 연이어 일어나는 가운데 다른 문화와 환경에서 살아온 노동자들을 위한 대책이 시급함을 말하는 목소리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 입국 3개월 된 외국인노동자 굴착기 체인에 치여 사망
- 경기 화성 공사장서 50대 외국인 노동자, 추락 사망
- 아파트 페인트칠 보조 20대 러시아인 추락 사망
· 그간의 사망사고
(9월 4일)삼성반도체 CO2 누출 사망1명 2명은 의식불명 - 협력업체 소속
(9월 5일)중흥건설, 진주 주상복합 신축현장 서 신나중독 질식사고 - 협력업체 소속
(9월 5일)영흥화력 추락사고 사망자 2명 하청업체와 계약한 일용직 - 일용직
(9월 5일)에쓰오일 온산공장 사망사고… 원인은 ‘물음표’ - 협력업체 소속
(9월 5일)양산시 찜질방 증축 중 외벽 붕괴 매몰 인부 1명 사망 1명 중상 - 일용직
(9월 6일)김제아파트 건설현장서 인부 추락사 - 일용직
(9월 7일)병원 건물 외벽 유리창 청소하던 20대 남성 추락사 - 용역업체 소속
(9월 8일)경기도 광명 맨홀에서 광케이블 정비 작업 노동자 산소부족 사고, 1명 사망 1명 중태
- 대기업 통신사의 협력업체에서 다시 하청을 받은 업체 소속
(9월 10일)놀이기구 아르바이트생 추락사…직원은 퇴근하고 없었다
(9월 10일)(속보) 김천시문화예술회관 무대설치 중 추락스태프 사망 - 호남오페라단 소속 연출자가 섭외한 보조 스태프
(9월 11일)화성 공장 공사현장서 추락한 노동자 사망
(9월 14일)추석 특별소통기에 또 집배원 사망
(9월 14일)입국 3개월 된 외국인노동자 굴착기 체인에 치여 사망 -일용직
(9월 14일)화성 신축 공사현장서 옹벽 붕괴, 2명 사망·1명 중상… 경찰 "사고 경위 조사 중“ - 하청업체
(9월 19일)추석 앞두고 창녕 영산서 20대 고택 철거 중 사망 - 고택철거하던 미니굴삭기 기사 붕괴 지붕과 벽체 채에 깔려 - 일용직
(9월 19일)경남 양산시 삼호동『○○공사 현장』 작업자가 펌프카 바퀴에 끼여 사망 1명(남/37세) - 일용직
(9월 27일)경기 화성 공사장서 50대 외국인 노동자, 추락 사망 - 일용직
(9월 28일)아파트 페인트칠 보조 20대 러시아인 추락 사망 - 일용직
노동건강연대 기업살인법연구팀에서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중공업 계열사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인한 노동자 사망사고 판결문을 공유하여 재조명하고자 합니다.
『그 기업 그 사고』 2014년 한 달간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4명 사망사고
: 원청 처벌결과 - 주요책임자 산안법 무죄, 그외 사고관련자 전원 금고형(집행유예)
사건)
- 2014년 3월 25일, 작업발판 붕괴로 인한 사망사고
- 2014년 4월 21일, 현대중공업 LPG 선박화재 사망사고
- 2014년 4월 28일, 현대중공업 신호수 바다추락(안벽추락) 사망사고
현대중공업은 2006~2015년(10년간) 74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하여 ‘산재사망 20대 기업’ 중 5위, 2017년 최악의 살인기업 1위로 선정된 바 있음
① 작업발판 붕괴 사망사고
2014년 3월 25일 오전 8시경 현대중공업 주식회사 14안벽에 건조 중인 드릴쉽에서 선박 건조 작업에 사용된 작업발판과 기자재 등을 해체한 다음 선수 쪽에 모아 크레인을 이용하여 반출하는 작업을 하던 중 일어난 사고
같은 날 9시35경 위 작업발판이 적재물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붕괴되어 그 위에서 작업 중인 3인중 X씨는 바다에 추락하여 Y씨로 하여금 사망에 이르게 하고 Z씨에게 약 7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우측회전근개견관절파열상 등을, X씨에게는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흉곽후벽타박상 등을 입게 되었음
② LPG 선박화재 사망사고
2014년 4월 21일 오후 3시 50분경 현대중공업 주식회사 5건조도크에서 건조 중인 그리스 도리안 LPG 제2657호선 1번 홀드 내에서 작업 중 화재발생으로 인한 유독가스 질식 사고
사고 작업내용은 에이치케이엔지니어링 주식회사 소속 노동자는 선박 블록을 조립하는 과정에서 블록들의 이음새를 정확하게 맞추기 위하여 블록 중간에 설치된 작업대에서 취부작업을 하고, 부강기업 소속 노동자들은 취부작업과 화기감시 작업을 하였음
사고경위는 화재 방지 대책의 미흡한 상태로. 취부 작업이 이루어짐으로써 그로 인해 발생한 가열된 절단 잔재물 등이 선박 하부로 떨어지면서 탱크 외벽 보온재에 박히거나 접촉하는 등으로 화재가 발생하였음
사고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화기작업자인 노동자와 비파괴 검사 작업자인 노동자가 유독가스에 질식되는 등으로 사망하였고 화기감시자인 노동자는 약 6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좌측 족관절 골절상을 입게 되었음
③ 신호수 바다추락 사망사고
2014년 4월 28일 오후 8시40분경 현대중공업 주식회사 1야드 4안벽 임시적치장에서, 트랜스포트의 안전한 이동을 위하여 유도 신호 작업을 진행 중 신호수인 피해자(36세)가 4안벽 쪽 바다로 추락하여 사망한 사건
사고경위는 작업 당시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내리고 있고 과거 ‘4안벽 블록적치장 바다쪽 안전휀스 설치 요청’을 받았음에도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적절한 조명시설, 안전난간 등을 설치하지 아니하고, 구명환 등 구명장구를 비치하지 않는 등을 확인한 다음 작업을 하도록 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피해자가 뒷걸음 치면서 유도 신호 작업을 진행 중 바다로 추락하여 같은 날 오후 10시 10분경 사망하였음
3. 원·하청 관계도
도급인
수급인
원청명
현대중공업
: 선박건조 및 수리판매
→ ⓵번 사건
하청명
선일엔지니어링 : 선박제조업
작업내용
작업발판 설치, 해체 작업
→⓶번 사건
에이치케이 엔지니어링 : 선박 임가공업
선박블록에 대한 취부작업(선박블록이나 블록에 부착되는 자재의 정확한 위치를 조정하고 용접․용단 등을 하는 작업)
부강기업
선박블록에 대한 취부 작업 및 화기감시 작업
→⓷번 사건
우성기업 : 강선 건조업
선박구조물 운반 등
4. 처벌현황
- 1심 결과
박주영 판사의 1심 결과, 원청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대한 처벌은 현대중공업 주식회사(법인)는 1,500만원이 벌금을 최고책임자였던 김외현 전 대표이사는 무죄, 강환구 조선사업본부장(현 대표이사)은 징역 8개월(2년 집행유예)를 선고받음
업무상 과실치사상 위반에 대한 원청 소속 노동자의 처벌은 차승렬, 하주영, 박성수, 한년상은 금고형(최대 6개월, 모두 2년 집행유예)을 선고받음
하청에 대한 처벌은 선일엔지니어링과 에이치케이 엔지니어링은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으며, 각 하청의 안전관리총괄책임자인 대표 모두 징역형(최대 8개월, 모두 2년 집행 유예)을 선고받음
사고에 있어 1차적 책임을 지는 하청 소속의 현장소장과 작업반장은 모두 금고형(최대 8개월, 모두 2년 집행유예)을 선고받음
- 항소심 결과
김연화, 권순범, 김범진 판사의 항소심 결과, 원청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대한 처벌 중 강환구(현대중공업 현) 대표이사)의 작업발판 붕괴로 인한 부분을 파기 하였고 벌금 1,200만원을 선고함
피고인 G씨, J씨, 차승렬, 한년상, 에이치케이엔지니어링 주식회사, 하주영, 박성수의 항소와 검사의 피고인 김외현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하였음(자세한 내용은 7. 항소판결(2심결과)를 참고)
5. 사고발생 간 주요위반사항
(공통)현대중공업 주식회사
강환구 : 전 조선사업본부장(안전보건관리책임자)
2014년 3월 3일부터 2014년 6월 30일까지 현대중공업의 조선사업본부장으로 근무한 조선사업본부의 안전보건총괄책임자
산업안전보건법] 제 29조 제3항 (도급사업 시의 안전·보건 조치) 위반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으로서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주는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노동자가 토사ㆍ구축물ㆍ인공구조물 등이 붕괴될 우려가 있는 장소, 선박 내부에서의 용접ㆍ용단 작업과 같이 화재ㆍ폭발 우려가 있는 작업을 하는 장소, 안전 난간의 설치가 필요한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는 안전ㆍ보건시설의 설치 등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작업발판 붕괴 사망사고
피고인은 작업발판의 최대적재하중을 정하지 아니한 채 작업발판을 세로로 세워 제조 당시의 용도가 아닌 작업발판의 지지물로 사용한 다음 위 작업발판 위에 최대적재하중(1톤)을 초과하여 6톤 상당의 작업발판과 기자재 등을 적재하도록 하여 토사·구축물·인공구조물 등이 붕괴할 우려가 있는 장소 내지 노동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함
LPG 선박화재 사망사고
피고인은 에이치케이엔지니어링 주식회사 소속 노동자들과 부강기업 소속 노동자들이 취부 작업 등을 함에 있어 비산방지조치를 하지 않고, 비상구를 규격에 맞게 설치하지 않았으며, 비상용 손전등과 같은 비상용기구를 구비하지 않아 비상통로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유지하지 아니하여 폭발성, 발화성 및 인화성 물질 등에 의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함
신호수 바다추락 사망사고
피고인은 우성기업 소속 노동자들이 트랜스포트의 이동을 위한 유도 신호 작업을 함에 있어 위 9.항과 같이 추락 위험 예방 대책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아니하고, 작업면 조도를 75럭스 이상으로 하지 않았으며, 안전 난간 등을 설치하지 아니하고, 구명장구의 비치 등 구명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고인은 안전 난간의 설치가 필요한 노동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함
① 작업발판 붕괴 사망사고 위반
- 주식회사 선일엔지니어링(하청)
A씨 : 대표이사
소속 노동자의 안전ㆍ보건을 책임지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임
사업주는 비계의 구조 및 재료에 따라 작업발판을 안전하게 하여 작업자가 작업을 진행하도록 해야 하며 제조목적 외에 사용하도록 해서는 안 되는 의무를 가짐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작업발판의 최대적재하중을 정하지 아니한 채 작업발판을 세로로 세워 제조 당시의 용도가 아닌 작업발판의 지지물로 사용한 다음 위 작업발판 위에 최대적재하중(1톤)을 초과하여 6톤 상당의 작업발판과 기자재 등을 적재함으로써 위 작업발판이 적재물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붕괴되어 그 위에서 작업 중이던 피해자 1인이 바다에 추락하여 사망하게 함
B씨 / C씨 : 현장소장 / 작업반장
B씨는 작업발판 설치, 해제, 현장감독 등의 업무를 총괄하는 자이고 C씨는 작업발판 설치, 해제작업 책임자임
피해자 3인에게 선박건조작업에 사용되는 작업발판과 기자재 등을 해체한 다음 선수 쪽에 모아 크레인을 이용하여 반출하는 작업을 진행 시 업무상과실치사·상의 위반을 함
위와 같은 작업 시 작업발판이 무너져 작업자들이 바닥에 추락할 위험에 대해 작업반장 C씨와 더불어 안전을 위찬 조치를 취하고 미연에 방지할 업무상 주지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함
화물의 적재 하중을 계산하지 않고, 지지력이 충분하지 않은 작업발판을 세로로 세워 지지대로 사용하였으며, 위 지지대 위에 다시 작업발판을 올려놓고 철선 등으로 묶어 위 드릴쉽의 선수 바깥쪽으로 작업발판을 설치하고, 위 작업발판의 안전 점검 등도 하지 않은 채 피해자로 하여금 해체된 작업발판과 기자재 등을 위 작업발판 위에 모은 다음 크레인을 이용하여 반출 작업을 하도록 함으로써 작업발판이 적재물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붕괴됨
② LPG 선박화재 사망사고 위반
차승렬 : 건조3부장
취부작업 및 화기감시 작업이 이루어진 LPG 제2657호선의 안전 책임자임
피고인은 화기 작업자들이 작업발판에 불받이포 등을 깔고 작업하는지 여부, 탱크에 화재를 방지하기 위한 내열포가 제대로 설치되어 있는지 여부를 관리 감독하고, 비상구가 규격에 맞게 설치되어 있는지 여부, 비상용 손전등과 같은 비상용기구가 제대로 구비되어 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고 관리 감독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함
한년상 : 조선안전1부 직원
LPG 제2657호선의 안전 업무를 담당하는 기사
피고인은 위험작업허가서가 작업 24시간 전에 제출되지 아니하였음에도 사전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취부 작업을 허가하였고, 1번 홀드 상, 하부에 2명씩 배치되어 있던 화기감시자들 중 1명을 상부로 이동시켜 1명의 화기감시자만이 하부를 감시하도록 함으로써 화기감시자를 적절히 배치하지 않고, 화기감시자들이 화기 감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도록 관리 감독하지 아니함으로 업무상 주지의무를 위반함
- 주식회사 에이치케이엔지니어링 주식회사(하청)
G씨 / H씨 : 대표이사 / 현장소장
피고인 G씨는 소속 노동자의 안전ㆍ보건을 책임지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이고 피고인 H씨는 화기작업자들에 대한 현장관리 책임자임
피고인들은 작업 24시간 전에 위험작업허가서가 제출되었는지 여부, 작업발판에 불받이포 등을 깔고 작업하는지 여부, 탱크에 내열포가 제대로 설치되어 있는지 여부 등을 관리 감독하지 아니하였고, 비상구가 규격에 맞게 설치되어 있는지 여부, 비상용 손전등 등과 같은 비상용기구가 제대로 구비되어 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지 않음으로 업무상 주지의무를 위반함
또한 피고인 G씨는 사업주로서 다음의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하였음
1) 통풍이나 환기가 충분하지 않고 가연물이 있는 건축물 내부나 설비 내부에서 용접․용단 등과 같은 화기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화재예방에 필요한 용접불티 비산방지덮개, 용접방화포 등 불꽃, 불티 등 비산방지조치를 하여야 한다.
2) 인화성 가스인 에틸렌을 취급하는 작업장과 그 작업장이 있는 건축물에 출입구 외에 안전한 장소로 대피할수 있는 비상구 1개 이상을 너비는 0.75미터 이상으로 하고, 높이는 1.5미터 이상으로 하여야 한다.
3) 비상구․비상통로 또는 비상용 기구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유지하여야 한다. G씨는 에이치케이엔지니어링 주식회사 소속 노동자들이 취부 작업을 함에 있어 비산방지조치를 하지 않고, 비상구를 규격에 맞게 설치하지 않았으며, 비상용 손전등과 같은 비상용기구를 구비하지 않아 비상통로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유지하지 아니하였음
- 부강기업(하청)
I씨 / J씨 : 대표이사 / 현장소장
피고인 I씨는 소속 노동자의 안전ㆍ보건을 책임지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이고 피고인 J씨는 화기작업자와 화기감시자들에 대한 현장관리 책임자임
피고인들은 작업발판에 불받이포 등을 깔고 작업하는지 여부, 탱크에 내열포가 제대로 설치되어 있는지 여부 등을 관리 감독하지 아니하였고, 1번 홀드 상․하부에 2명씩 배치되어 있던 화기감시자들 중 1명이 상부로 이동하여 1명의 화기감시자만이 하부를 감시함에도 화기감시자를 적절히 배치하지 않고, 화기감시자들이 화기 감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도록 관리 감독하지 아니하였으며, 비상구가 규격에 맞게 설치되어 있는지 여부, 비상용 손전등 등과 같은 비상용기구가 제대로 구비되어 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지 않음으로 업무상 주지의무를 위반함
또한 피고인 I씨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하였음(에이치케이엔지니어링 대표 피고인 G씨와 상동)
③ LPG 선박화재 사망사고 위반
박성수 / 하주영 : 조선안전2부장 : 1야드기술관리부장
피고인 박성수는 사업장 내 안전교육의 계획, 수립 시행 및 사업장 순회점검 등을 하는 안전관리자이고 피고인 하주영은 4안벽 적치장의 블록 운반작업 지시 및 관련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자임
피고인들은 2013년 11월 13일경 현대중공업 주식회사 장비운영부로부터 ‘4안벽 블록적치장 바다쪽 안전휀스 설치 요청 건’이라는 문서를 접수받은 바 있음
위 문서의 내용은 현대중공업 주식회사 1야드 4안벽 임시적치장에서 신호수가 선박 블록을 운반하는 트랜스포트에 대한 유도 신호에 전념하면서 뒷걸음치다가 안벽 끝 부분을 확인하지 못하고 바다에 추락할 위험이 있으니 10안벽 선적 및 하역장에 설치된 것과 같은 이동식 안전펜스를 설치하는 등 추락 방지 조치를 해달라는 것임
위 문서를 접수받은 피고인들은 안벽에서의 추락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안전난간 등을 설치하고, 안벽에 추락자 구조를 위한 구명환 등 구명장구를 비치하며, 야간작업을 대비하여 적정한 조도의 조명시설을 갖추도록 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으나 이를 무시하였음
- 우성기업(하청)
D씨 : 대표이사
피고인 D씨는 다음의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하였음
1) 사업주는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등을 사용하는 작업을 하는 경우 노동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작업에 따른 추락 위험 예방 대책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
2) 노동자가 상시 작업하는 장소의 작업면 조도를 75럭스 이상으로 하여야 하며, 통로의 끝으로 노동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는 안전난간 등의 방호 조치를 충분한 강도를 가진 구조로 튼튼하게 설치하여야 한다.
3) 선박건조 작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물에 빠지는 등 위험의 우려가 있는 경우 그 작업을 하는 장소에 구명장구의 비치 등 구명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E씨 / F씨 : 현장소장 / 작업반장
피고인 장지환은 선박구조물 운반 및 작업자 안전관리 등의 업무를 총괄하는 자이고 피고인 F씨는 선박구조물 운반작업, 작업자 안전교육 및 안전점검 등을 하는 야간작업 관리감독자임
피고인들은 2014년 4월 28일 오후 8시40분경 현대중공업 주식회사 1야드 4안벽 임시적치장에서, 신호수인 피해자로 하여금 트랜스포트의 안전한 이동을 위하여 유도 신호 작업을 지시하였음
작업 당시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내리고 있었고, 야간작업이어서 신호수가 유도 신호 작업 중 안벽에서 추락할 위험이 있으므로 피고인들은 작업을 중지시켜야 하고, 작업을 강행하더라도 신호수 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명시설, 안전난간 등이 설치되어 있는지 여부, 신호수 추락에 대비한 구명장구가 비치되어 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한 다음 작업을 하도록 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으나 이를 위반하여 강행토록 함으로써 피해자를 사망하게 함
6. 양형의 이유(1심 결과)
박주영 판사는 양평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시하였음
- 공통 정상
피고인들이 각자 수행하는 안전의무와 관리를 소홀히 함으로써, 불과 한 달 남짓 사이에 3건의 사고로 하도급업체 노동자 4명 사망, 3명부상이라는 결과를 초래했음
피고인 G씨, 차승렬, 한년상, 에이치케이엔지니어링 주식회사, 하주영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이 모두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 사고 직후 안전예방조치를 강화하고 향후 이러한 안전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조치한 점, 피해 노동자의 유족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한 후 합의한 점 등은 피고인들에게 공통되는 유리한 정상임
- 불리한 정상(피고인들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책임과 비난을 면할 수 없는 이유)
가.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하는 이 시대 대한민국에서, ‘삶이 있는 저녁’을 걱정하는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현실은 서글프기 그지없다.
우리나라에서 산재사고가 빈발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는, ‘원․하청관계를 통한 산재위험의 전가’와 ‘법적․제도적 장치 불비’가 꼽히고 있다. 이에 대한 개선책으로는, ‘원청업체 사업주 처벌강화를 위한 실효성 있는 수준의 특별법 제정이나 기존 법률의 개정, 양형 강화, 처벌유형의 다양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 유해위험업무 하도급 금지 제도화, 하청 노동자들에게 작업중지권 등 기본조치권한 부여, 사업장의 상시노동자 수 기준에 따른 원청의 안전보건관리자 선임’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이는 대부분 입법과 제도 정비가 필요한 부분으로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므로, 결국 산재사고를 예방하고 줄이기 위해서는 관계 기관의 철저한 관리․감독과 사법 당국의 엄정한 처벌과 더불어 기업과 산업현장에서의 뼈를 깎는 각성과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것임
사정이 이러함에도, 굴지의 조선업체로 평가받는 피고인 현대중공업의 사업장에서 이러한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전관리책임주체인 피고인들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음
나. 이 사건 각 사고에 있어 피고인들의 안전의무위반의 정도 및 안전불감증은 심각한 수준이다.
당원이 현장검증을 통하여 확인한 바 있지만 선박건조 현장은 일반적으로
① 작업 특성상 중량물 취급이 많으면서 동시에 작업장 이동이 많고, 중량물 취급 및 이동시 중장비 사용의 과다로 대형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요인이 상시 존재하는 점
② 고소작업장의 상시 존재로 추락이나 낙하물에 의한 사고발생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점
③ 선박구조상 협소하거나 밀폐된 공간이 많고, 동일하고 한정된 공간 내에서의 혼재작업(화기작업, 도장작업, 의장작업 및 선체 용접작업 등)이 필연적이어서 대형사고의 위험이 큰 점
④ 작업환경의 잦은 변화와 활발한 노동력 이동으로 작업과정에 대한 통제가 어려운 점 등의 특성 때문에 안전에 세심하고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대단히 위험한 작업장으로 알려져 있음
그럼에도, 앞서 이유 란에서 설시한 이 사건 각 사고의 원인이나 법정에서의 피고인들의 주장을 통하여알 수 있는 사정을 고려함
① 불과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3개 작업장에서 4명이 사망하고, 3명이 중상을 당하는 재해가 연속된 점
② 드릴쉽 작업발판 붕괴사고의 경우 지상에서 상당한 높이의 선박 끝 부분에서 중량물 작업을 함에도, 중량물을 지지하는 비계의 최대 하중도 모른 상태에서 작업을 계속 해 오다, 최대 하중의 무려 6배를 적치하다 사고가 발생한 점
③ 이 사건 LPG 선박 1홀드 내 화재사고는 동일한 장소에서 과거에도 여러 차례 반복되었던 점
④ 현대중공업은 비용을 줄이기 위하여 화기감시자의 숫자를 필요 인원보다 적은 수로 제한하였고, 부 강기업 역시 경영상 이유로 화기감시자를 증원하지 않은 점
⑤ 안전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화기감시업무 경험이 전무한 노동자를 현장에 투입하였다가 출근 하루 만에 사고가 발생한 점
⑥ 사고 현장이 화재에 취약하고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량 인명 손실로 이어질 개연성이 큰 곳임에도 화재감시와 관련한 안전교육이 매우 부실하게 이루어졌고, 화재시 대피요령에 대한 교육이나 대피훈련 등은 전혀 실시된 바 없는 점
⑦ 위험작업허가서 제출이 늦었음에도 경영상 이유로 규정을 무시하고 작업을 강행하였고, 그나마 부족한 화재감시원의 배치를 잘못하는 등 안전의무위반의 정도가 중한 점
⑧ 바다추락사고 역시 근무경험이 총 3개월이고 이 사건 작업현장에의 투입은 보름에 불과한 노동자를 가장 위험한 작업에 투입한 점
⑨ 작업현장의 안전시설물 설치 요청으로 위험요소를 사전에 인지하였음에도 이를 묵살하고 장기간 방치하다 사고 바로 다음날 설치한 점
⑩ 안벽의 경우 추락위험이 크고, 일기가 불순할 때 노동자가 추락할 경우 사망의 개연성이 대단히 높은 곳임에도 구명조끼의 지급이나 착용지시를 하지 않았으며, 작업현장 바로 부근에 구명환을 설치하지도 않는 등 안전의무위반의 정도가 중한 점
⑪ 현대중공업의 조직이 방대하고 다수의 인원이 업무를 처리하는 관계로, 정확한 업무분장에 어려움이 있는 점을 십분 이해한다 하더라도, 바다추락사고 관련자들 중 누구도 사업장 내 주요시설인 안벽의 관리부서가 어디인지조차 모르고 있었을 뿐 아니라, 업무분장을 이유로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각 사고에 있어 피고인들의 안전의무위반 정도 및 안전불감증은 심각한 수준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음
다. 생명은 계량할 수 없는 고귀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산재사고 빈발의 가장 큰 원인으로 항상 거론되는 ‘위험의 외주화’가 이 사건 각 사고에도 여지없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이 부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음
대기업이 위험한 작업을 헐값에 사내하청에 넘기고, 하청업체는 안전관리보다 작업일정에 치중하다 사고를 내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기저에는, 경제학적인 비용․편익적 사고방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 고임금 숙련공을 단순 위험 업무에 투입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인 측면이 있어, 비숙련공이나 임시직 등 저임금 노동자를 투입할 수밖에 없는 사정 을 이해하지 못 할 바는 아니나, 그렇다 하더라도 산업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위험에 대비한 꼼꼼한 안전매뉴얼을 갖추고, 최소한 이들에게 스스로 사고에 대처할 수 있도록 충분한 안전장구와 시간의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정도의 노력은 다하여야 마땅함
이 사건 화재사고 현장에서 화기감시를 하다 부상당한 피해자 김종원은, 취부공이 뭘 하는 사람인지도 모른 채 단 2시간의 형식적 안전교육만을 받고, 안전장구도 전부 챙기지 않은 상태에서 화기감시업무에 투입된 첫 날 부상을 당하였는데, 같이 작업하던 취부공이 화기감시자인 김종원에게 오히려 화재사실을 알리고 피할 것을 권유하여 살았다는 것인바, 이러한 비숙련 노동자들을 산업현장의 고위험 작업장에 마구 투입하는 것은 너무나 비인간적인 처사라 할 것임
거듭 강조하지만, 이 우주상에 사람의 생명보다 귀중한 것은 있을 수 없음 빈부나 사회적 지위, 근로조건의 차이가 현저한 여명(餘命)의 격차로 이어지는 사회는 암울하다. 개별 피고인들 전부에게 예외없이 금고형과 징역형을 선택하여 무겁게 처벌하는 이유는, 생명은 계량할 수 없는 고귀한 것임을 다시 한 번 환기하고자 함에 있음
- 개별 정상
개별 정상에 대한 판단은 각 피고인(개인)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 전과나 벌금 등의 전력의 유무를 유리한 정상으로 안전주의의무위반 정도가 무거운 점을 불리한 정상으로 참작함
원청(현대중공업 주식회사)에 대한 판단은 사고 이후 각종 안전조치를 완료한 점, 전사 안전결의대회를 개최하고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종합 안전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하는 등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한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행위자들의 안전주의의무위반 정도가 무겁고, 결과가 대단히 중한 점을 불리한 정상으로 참작함
원청의 총괄책임자인 피고인 강환구에 대해서는 동종 전과나 특별한 전과 없는 점, 잘못을 인정하면서책임을 통감하고 있는 점, 피고인이 조선사업본부장으로 부임한 직후 발생한 사고인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총괄책임자의 지위에 있는 점을 불리한 정상으로 참작함
- 피고인 김외현의 무죄판결 이유
피고인 김외현은 현대중공업 주식회사의 전 대표이사로서 2009년 12월 1일부터 2014년 3월 2일까지 조선사업본부장으로, 2014년 3월 3일부터 2014년 8월 25일까지 대표이사 및 조선․해양․플랜트사업본부 총괄사업장으로 근무한 현대중공업 주식회사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 겸 안전보건총괄책임자임
사업을 일부 도급 주어 하는 사업주로서 수급인이 사용하는 노동자가 토사ㆍ구축물ㆍ인공구조물 등이 붕괴될 우려가 있는 장소, 선박 내부에서의 용접ㆍ용단 작업과 같이 화재ㆍ폭발 우려가 있는 작업을 하는 장소, 안전 난간의 설치가 필요한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는 안전ㆍ보건시설의 설치 등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여야함에도 이를 위반하였다고 판단하고 공소하였음
가. 법리
구 산업안전보건법은 제23조 제1항에서 사업주의 안전상의 조치의무를 규정하면서 제71조에서 사업주가 아닌 자에 의하여 구법 위반 행위가 이루어진 경우에도 사업주를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구법 제67조 제1호, 제23조 제3항 위반죄는 사업주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이 정하고 있는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채 제23조 제3항에 규정된 안전상의 위험이 있는 작업을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그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는 것이지, 단지 사업주의 사업장에서 위와 같은 위험성이 있는 작업이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채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0. 9. 9.선고 2008도7834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피고인 김외현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아래와 다음과 같음
① 현대중공업 안전경영부 김종택의 수사기관 진술(실제 총괄은 김외현으로 밝힘)
② 현대중공업 조선안전3부장 정일포의 진술(김외현, 강환구 본부장은 작업발판 작업을 알고 있음), 류희진의 진술(총괄사장이나 본부장 등 임원들도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선박 화재사고가 언제든지 발생 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음)
③ 피고인 김외현이 산안법 위반으로 벌금을 선고받은 건의 4건
그러나,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각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 즉,
① 이 사건 각 사고 당시 피고인 김외현은 현대중공업 3개 사업본부를 관장하던 총괄사장이었던 점
② 피고인 김외현은 현대중공업의 전 대표이사로서 2014년 3월 3일부터 2014년 8월 25일까지 대표이사 및 조선, 해양, 플랜트사업본부 총괄사장으로 근무하였는데, 총괄사장 체제는 2013년 11월 21일자로 시행된 점
③ 현대중공업의 안전보건관리규정 및 위임전결규정 등에 의하면, 각 사업본부장을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 선정하도록 되어 있고, 제반 안전조치는 각 사업본부장이나 총괄 중역 등의 임무로 규정되어 있는 점
④ 현대중공업의 규모가 방대하여 대표이사 사장 1인에 의하여 안전보건총괄책임자 업무를 수행할 경우 사업본부 간 작업환경 및 업무의 차이 등으로 인하여 안전상의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고, 각 사업본부에서 이루어지는 구체적인 작업지시나 작업 관련 안전조치를 총괄할 수 없다는 이유 등으로, 각 사업본부별로 전문경영인을 두어 각 사업본부장을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 선정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⑤ 현대중공업 안전보건관리규정 제10조 제1항은, 당해 사업부를 실질적으로 지휘․통솔하는 사업본부장을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 총괄중역을 안전보건책임자로 선임하여 법상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및 안전보건총괄 책임자의 안전보건업무를 총괄관장하게 하고 있고, 위임전결규정에서도 안전보건 관리조직, 산업안전보건관리위원회 운영, 안전환경관리 운영방침 및 목표설정, 사업본부별 안전보건관리책임, 중대재해보고 등은 각 사업본부장의 전결로, 각종 각종 산업재해 예방대책 수립(사업계획 등), 안전보호구 지급기준 조정 의뢰, 사고현장 조사, 재해재발방지 대책 및 시정통보, 안전사고 통계 및 분석, 사고관련 대관업무 등은 총괄중역의 전결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
⑥ 실제 현대중공업에서 결재된 안전 관련 문서들을 살펴보면, 조선사업본부장이 전결로 처리한 건들은 ‘안전시설물 긴급복구반 운영(안)’, ‘강재절단장비 안전장치 보완대책’, ‘작업중지 발동 강화(안)’, ‘2657호선 화재사고보고서’등인 반면, 총괄사장이 전결로 처리한 건들은 ‘2014년 사내 협력사 노동자 특별안전 교육실시품의’, ‘단기공사 출입증 발급제도 개선(안)’, ‘14년 1/4분기 및 임시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개최결과’, ‘고용노동부 특별안전보건감독결과보고’, ‘종합안전보건진단 실시계획(안) 보고’ 등인 점
⑦ 즉 피고인 김외현은 총괄사장으로서 협력사를 포함한 사내 전체에 적용되는 일반적인 제도개선사항, 노동청의 특별안전점검상황이나 결과 및 그에 따른 종합진단명령이행계획 등 대외적으로 회사를 대표하는 업무를 행한 것으로 보이고, 개별 작업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보고받거나 그에 관련된 안전조치 등에 대한 결정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⑧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한 작업실태나 재해예방조치는 모두 개별 작업현장에서의 작업특성에 따른 세부적이고 기술적인 조치사항에 해당하므로, 3개 사업본부의 업무를 총괄하는 김외현이 이를 구체적으로 인식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⑨ 수사기관이 현대중공업 담당 직원들의 수첩, 서류 등을 압수하여 피고인 김외현에 대한 보고나 피고인의 지시여부 등을 조사하였으나, 이 사건 각 안전사고 이전에 이 건과 관련하여 피고인 김외현에게 보고되거나 피고인이 지시한 내용은 확인된 바 없는 점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김외현이 이 사건 각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채 피해자들로 하여금 작업을 하도록 지시하였다거나,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을 방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고, 달리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피고인 김외현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이 사건 각 사고는 피고인 김외현이 사장 겸 조선사업본부장으로 장기간 재직하다 총괄사장으로 재임한 직후 발생하였고, 피고인 김외현이 조선사업본부장으로 재임할 당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으로 약식기소되어 4회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 점 등으로 볼 때, 피고인 김외현이 이 사건 각 사고와 관련한 구체적 업무나 안전관리 실태를 알고 있었다고 볼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나, 약식기소된 사안 대부분은 이 건 각 사고와 관련 없는 내용들로 보이고, 이 사건 각 사고 당시 피고인 김외현이 조선사업본부장으로 재임하지 않은 이상,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피고인 김외현이 이 건 각 사고와 관련한 안전관리의 문제점을 사전에 보고받거나 혹은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방치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려우며, 달리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부족함
7. 항소판결(2심 결과)
- 피고인 G씨, 에이치케이엔지니어링 주식회사 항소이유
피고인 G씨과 에이치케이엔지니어링 주식회사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사실오인과 법리오해가 아래와 같이 다고 항소함
① 에이치케이엔지니어링 주식회사 소속 노동자들이 담당하였던 취부작업은 절단된 철판 잔재물이나 용접불꽃이 선박 하부로 떨어지는 것을 전제로 한 작업이므로 피고인 G씨에게는 비산방지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음
② 일반적으로 선박은 선주가 의뢰한 설계도면에 따라 건조되고, 그 구조를 건조회사가 임의로 변경할 수 없는 것이므로, 피고인 G씨에게 선박의 비상구를 설치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할 수는 없음
③ 화재 발생 당시 선박 내에 설치되었던 조명이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하였으므로, 조명 등 비상용 기구가 구비되어 있지 않음으로써 사망 또는 상해의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도 없음
또한, 피고인 G씨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의 점에 관한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있음을 다음과 같이 항소함
① LPG탱크를 둘러싸는 보온재에는 내화성 강화를 위하여 두께 5mm 정도의 코팅처리를 하였고, 주변에 화기감시자를 배치하는 등 화재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였으므로, 하청업체 사장인 피고인 G씨으로서는 이 사건과 같이 절단 잔재물이 보온재에 꽂혀 화재가 발생할 것이리라고는 예견할 수 없었고, 위험작업허가서가 비록 작업 당일에 제출되기는 하였으나 내용상 불허할 만한 사항이 없었으므로, 업무상과실치사상의 원인이 되었다고 할 수 없음
② 사건 작업은 철판잔재물이 하부로 떨어짐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피고인 G씨에게 작업자들이 불받이포를 이용하여 작업을 하는지 여부를 확인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음
③ LPG탱크에 내열포를 설치할 의무는 피고인 G씨이 아닌 현대중공업 측에 있다고 할 것이며, 앞서 주장한 바와 같이 피고인 G씨에게 비상구 설치 또는 비상용기구 구비에 관한 의무도 없음
→ 원심의 판단을 기록과 면밀하게 대조하여 살펴보면 정당한 것으로 인정되고 달리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로 인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고 봄
- 피고인 차승렬, 한년상, 하주영, 박성수의 항소이유와 판단
피고인 차승렬, 한년상, 하주영, 박성수는 사실오인이 있음에 대해 원심이 피고인들이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신빙성이 없는 검사 제출의 증거를 일방적으로 채용한 반면 피고인들이 제출한 반증을 상당한 이유 없이 배척한 결과로서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음을 두어 항소함
또한, 원심이 유죄의 근거로 제시한 전제 사실들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죄책을 묻기 위해서는, 위 전제 사실들과 이 사건 각 사고 발생 사이에 법률상 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하는데 인과관계를 밝힐 수 있는 정확한 증거들을 제시하지 못하였음을 주장하였음
법리오해와 관련하여서는 도급계약에 따라 이루어진 작업에서 재해사고가 발생한 경우 원칙적으로 도급인에게는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없고, 다만 법령에 의하여 도급인에게 수급인의 업무에 관하여 구체적인 관리·감독의무 등이 부여되어 있거나 도급인이 공사의 시공이나 개별 작업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지시·감독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도급인에게도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에서 법령에 의하여 도급인(현대중공업 주식회사)에게 수급인의 업무에 관하여 구체적인 관리·감독의무 등이 부여되어 있거나 도급인이 공사의 시공이나 개별 작업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지시·감독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심리하지도 아니한 채 만연히 피고인들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의 죄책을 부과하였음
→ 차승렬, 한년상, 하주영, 박성수의 인과관계와 관련한 사실오인 :
피고인들의 지위와 과실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주의의무를 다하였다면 LPG선박 화재의 경우 선박의 화재 자체를 막을 수 있었거나 적어도 화재 후 이 사건과 같은 많은 인명 피해는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바다추락 사건의 경우 역시 피해 노동자의 추락을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바, 피고인들의 과실과 이 사건 각 사고의 결과 발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위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함
차승렬, 한년상, 하주영, 박성수의 법리오해 주장 :
피고인들이 도급인 측의 노동자라는 사정만으로는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죄책을 면할 수는 없음으로 위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함
하주영 : 사실오인 주장은 달리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로 인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고 봄
박성수 : 아래와 같은 상황을 종합하여 바다추락 사고는 피고인과 관련 피고인들의 안전주의의무위반이 경합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위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함
① 피고인 박성수는 현대중공업 주식회사 조선안전2부장으로서 사업장 내 안전교육의 계획, 수립 시행 및 사업장 순회점검 등 안전에 관한 전반적인 책임을 부담하고 있는 사람인 점
② 이 사건 사고 다음 날 피고인이 소속된 조선안전부를 비롯하여 시설공사부, 동력부, 1야드기술관리부 등 여러 부서가 함께 안전펜스를 설치한 점
③ 여순모, 김관섭, 박성수 등 관련자들의 법정 및 수사기관 진술을 종합하여 보면, 여순모가 안전펜스 설치를 건의할 당시는 물론 최근까지도 4안벽 시설관리에 대한 업무분장이 명확하지 않았고 그 내용을 관련부서 직원들도 몰랐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사정이 위와 같다면 현대중공업의 형식상 업무분장에 불구하고, 업무분장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4안벽의 전반적인 안전을 담당하는 부서의 장으로서 구체적인 안전관리 요청을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상 안전관리 책임을 다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⑤ 안전펜스는 사고 바로 다음날 즉시 설치될 정도로 간단한 작업이었음에도 여순모가 설치건의를 한 후 5개월가량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한 점
⑥ 사고지점은 항상 추락위험이 도사린 곳임에도 안전펜스는 물론 안벽 끝 부분에 경계지점임을 환기시키는 도색조차 되어 있지 않았던 점
⑦ 야간에 비가 오고 돌풍이 불며 파도가 높게 치는 해상 부근에서 무리하게 작업하다 사망자가 바다에 추락한 점
- 피고인 강환구의 항소이유와 판단
피고인 강환구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가 있음을 두어 다음과 같이 항소하였고 판단함
①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의 양벌규정은 행위자 이외 사업주인 법인 또는 개인을 처벌하기 위한 근거규정이고, 위 규정의 문언은 ‘그 행위자를 벌하는 이외에’라고만 되어 있을 뿐이므로, 죄형법정주의의 관점에서 위 양벌규정을 근거로 행위자를 처벌하는 것은 무리한 유추적용임
→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는 법인의 대표자 또는 법인이나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관리감독자를 포함한다) 기타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68조의 위반행위 등을 한 때에는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 대하여도 각 본조의 벌칙규정을 적용하도록 양벌규정을 두고 있고, 이 규정의 취지는 각 본조의 위반행위를 사업자인 법인이나 개인이 직접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행위자나 사업자 쌍방을 모두 처벌하려는 데에 있으므로, 이 양벌규정에 의하여 사업자가 아닌 행위자도 사업자에 대한 각 본조의 벌칙규정의 적용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도7834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함
② 원심은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 소정의 ‘사업주’에 해당하는 것을 전제로 같은 법 제68조 제2호를 적용하여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하였으나 피고인 강환구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피고인 강환구를 같은 법 제68조 제2호를 적용하여 처벌할 수 없음
→ 원심이 피고인 강환구에 대한 적용법조로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를 명시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원심은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를 통해 피고인 강환구를 행위자로서 처벌한 것이 명백하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없음
③ 피고인 강환구는 이 사건 각 사고 당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작업을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한 사실이 없어 안전조치의무 위반 행위자라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 강환구를 같은 법 제71조의 양벌규정에 따라 처벌할 수도 없으나 유죄로 인정하였음
→ 사업주가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고 향후 그러한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사정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서도 이를 그대로 방치하고, 이로 인하여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채로 작업이 이루어졌다면 사업주가 그러한 작업을 개별적·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위 죄는 성립하며, 위와 같은 법리는 동일한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의 일부를 도급에 의하여 행하는 사업의 사업주에 있어서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노동자가 같은 법 제29조 제3항에 규정된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인 같은 법 제68조 제2호, 제29조 제3항 위반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됨(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6도8874 판결, 대법원 2008. 8. 11. 선고 2007도7987 판결, 대법원 2011. 9. 29. 선고 2009도12515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를 토대로 아래에서 피고인 강환구에 대한 이 사건 각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을 사건별로 피고인 강환구에게 미필적이나마 고의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판단하여야 함
가. 작업발판 붕괴사고에 관하여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를 종합할 시 미필적 고의로 인식하여 방치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음으로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가 있음
1.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본부는 약 320만㎡의 부지에 직영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등 약 28,000명(직영 인력 약 10,560명, 협력업체 인력 약 17,242명)이 상시 작업을 하고 있는 방대한 규모의 조직이다.
2. 피고인은 이 사건 이전에도 현대중공업 조산사업본부에 근무하기는 하였으나, 조선사업본부장으로서 본부 전체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은 2014. 3. 3.부터인데,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인이 조선사업본부장이 되고 불과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발생하였다.
3. 이 사건 사고 당시 사고 드릴쉽에는 현대중공업이 설치한 작업발판 플랫폼으로서 안전 하중 검사를 받은 작업발판 플랫폼이 선미와 선수 1/3 부위에 각 1개씩 설치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급 업체인 주식회사 선일엔지니어링의 노동자들이 작업 효율 등을 이유로 작업발판 플랫폼을 사용하지 아니하고, 본래의 용법과 달리 작업발판을 세로로 세워 지지대를 만들고 그 지지대 위에 다시 여러 개의 작업발판을 연결한 임시 작업발판을 마련하여 사용한 것이다.
4. 선일엔지니어링의 노동자들은 위와 같이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임시 작업발판을 만들어 사용하였을 뿐만 아니라, 위 임시 작업발판에 한꺼번에 지나치게 많은 양(6톤 상당)의 작업발판 등 기자재를 올려 크레인을 통해 육상으로 반출하고자 하였다.
5. 본 건에 있어서 주식회사 선일엔지니어링 측에서는 현대중공업 측에 선수 쪽에 안전이 보장된 작업발판 플랫폼을 설치해달라고 요구하지도 아니하였다.
6. 사정이 위와 같다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데에는 수급 업체인 주식회사 선일엔지니어링 소속 노동자들의 작업 능률만을 위한 중대하고도 고의적인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안전조치의무위반이 주된 원인이 되었다고 보인다.
7. LPG 선박 화재 사건, 안벽 신호수 추락 사건 등과 달리 드릴쉽 작업발판 붕괴 사건과 관련하여서는 현대중공업측 실무자 등의 과실은 밝혀진 바가 없고, 기소조차 되지 아니하였다.
8. 이 사건은 선수 쪽에 헬기데크가 있는 드릴쉽에서 작업발판 등 기자재를 육상으로 반출할 때 생길 수 있는 사고인데(드릴쉽이 아니라면 크레인이 선수의 갑판 자체에 접근 가능하므로 선수에 별도의 작업발판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 드릴쉽은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본부에서 1년에 10척 이내로 만들고 있는 선박의 종류이고, 이 사건 사고와 관련된 공정인 작업발판 및 기자재를 모두 지상으로 반출하는 작업은 드릴쉽당 1회씩만 이루어지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조선사업본부장인 피고인에게 이와 같은 구체적이고 특수한 작업공정에서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 위험과 관련된 인식을 요구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9. 이상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 강환구는 주식회사 선일엔지니어링 소속 노동자들이 작업발판을 세로로 세워 제조 당시의 용도가 아닌 작업발판의 지지물로 사용하도록 지시하지 아니하였음은 물론이고 미필적으로나마 알고도 방치하였다고 보이지도 않는바, 그렇다면 그 논리적인 귀결로 위 작업발판을 작업발판의 지지물로 사용하여 만든 임시 작업대의 최대적재하중을 정하지 아니하였는지 여부, 그 임시작업대 위에 최대적재하중을 상당히 초과하여 작업발판 등 기자재가 적재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당연히 인식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나. LPG 선박 화재 사건에 관하여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를 종합할 시 미필적 고의로 인식하여 방치하였음을 인정할 만함으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함
1. 2009년 8월 23일이 사건과 같은 LPG 선박 1홀드 내에서 탱크 보온재에 절단잔재 및 슬러그가 떨어져 화재가 발생한 것을 포함하여 2000. 12.부터 2009. 8.까지 LPG 선박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만 9건이고, 그 중 2007년 3월과 2008년 10월 사고는 사망자가 발생하였는데 이 사건을 포함한 3건이 모두 1번 홀드에서 용접작업이나 용접절단작업 중 발생한 것으로서 유사한 사고이다. 피고인은 조선사업본부장이 되기 전에도 계속 조선사업본부에서 근무하였으므로, 위와 같은 LPG선박 관련 사고의 내용을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2.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본부의 사업장은 규모가 크기는 하지만 단일 사업장이고, 피고인 강환구는 위 사업장 내에 상주하면서 조선사업본부장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3.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제1편에서 총칙으로 사업주가 대부분의 작업 상황에서 준수하여야 할 일반적인 의무들을 규정하고 있고, 제2편 이하에서 구체적인 작업 상황하에서 사업주가 준수하여야 할 의무를 차례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LPG선박 화재 사건과 관련한 규격에 맞는 비상구를 설치할 의무는 폭발성 물질, 인화성 액체, 인화성 가스 등 위험물질을 제조·취급하는 작업장을 운영하는 사업주에게는 예외 없이 부과되는 의무이다(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1편 총칙 제2장 작업장 제17조에 규정). 아울러 비상용 손전등과 같은 비상용 기구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유지할 의무 역시 위 규칙 총칙의 편 제18조에 규정된 의무로 사업장의 종류를 불문하고 사업주에게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의무이다.
4. 피고인이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작업 공정에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 정하고 있는 필요한 안전조치들이 예외 없이 모두 지켜지고 있는지 인식하는 것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적어도 이 사건 LPG선박 화재 사건과 관련된 의무들(이 부분 공소사실에서 피고인이 위반한 의무로 명시된 모든 의무)과 같이 과거에 동종의 사고가 여러 차례 발생하여 앞으로도 유사의 사례가 다시 발생할 개연성이 있는 사고와 관련된 의무나 개별 특수한 공정에만 적용되는 의무가 아닌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업장에 적용될 수 있는 의무(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련된 의무 중 비상구 및 비상용기구 관련 의무)에 관한한 피고인이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서 근본적인 제도의 마련과 시행을 통하여 위와 같은 의무들이 예외 없이 지켜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권한과 책임이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그러한 책임을 다하지 아니하였다면 미필적으로나마 위 의무위반을 알고도 방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바다추락(안벽추락) 사건에 관하여
1. 작업계획서 작성 등의 산업재해 예방조치는 개별 작업 과정에서의 세부적이고 기술적인 안전조치와 달리 사고 발생 예방을 위한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사항으로 봄이 상당하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당시에는 작업계획서가 작성되지 아니하였고, 평소 이 사건 사고의 원인이 된 작업인 트랜스포트 이동 작업에 관하여 작성된 작업계획서에도 트랜스포트의 운전과 관련된 위험 요소에 관한 내용만이 일부 포함되어 있을 뿐, 트랜스포트를 이동을 유도하는 신호수의 안전과 관련된 내용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아니하였다.
3. 현대중공업 내에 존재하는 여러 안벽들 중 10안벽을 제외하고는 안전난간이 설치되어 있지 아니하였고,이 사건 사고 발생지인 4안벽에는 구명환 등 구명장구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였는데, 건조 중인 선박 내부 또는 선박 위에서의 일시적으로 이루어지는 구체적인 작업 공정과는 달리 안벽에 안전난간이 설치 되어있는지 여부, 구명환 등의 구명장구가 충분하게 갖추어져 있는지 여부는 피고인이 조선사업본부장으로서 사업장 내를 순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내용으로 보인다.
4. 사업주가 노동자가 상시 작업하는 장소의 작업면 조도를 75럭스 이상 유지할 의무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총칙의 편에 규정된 것으로 모든 사업장에 예외 없이 요구되는 의무이고, 75럭스는 그중에도 최소한의 기준이다(위 규칙은 정밀 또는 초정밀작업의 경우 300 내지 750럭스까지 요구하고 있다).
5. 이 사건 사고 발생지인 4안벽은 관계자의 진술 등에 의하면 야간 작업도 수시로 이루어 지는 곳이고, 위안벽에 최소한의 조도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조명시설이 설치되어 있는지 여부는 앞서 본 안전난간 등의 설치 여부와 마찬가지로 피고인이 순시 등의 방법으로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내용으로 보인다.
6.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43조 제1항은 사업주는 통로의 끝으로 노동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장소에는 안전난간 등을 설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피고인의 조선사업본부 사업장 중 상당 부분은 바다와 인접해 있고, 바다와 인접한 부분으로서 노동자의 통행이 있는 작업장소는 노동자가 추락할위험이 상존하고 그에 따라 안전난간의 설치가 필요하다는 사정은 누구라도 인식할 수 있는 사항으로 판단된다.
7.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47조는 사업주는 수상 또는 선박건조 작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물에빠지는 등 위험의 우려가 있는 경우 그 작업을 하는 장소에 구명장구의 비치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본부는 선박건조를 주된 업무로 하는 조직으로 위와 같은 의무는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본부가 영위하는 사업 중 구체적이고 특수한 공정에만 적용될 의무가 아닌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작업 공정에 적용될 수 있는 의무로 보이므로, 피고인이 구명장구 등의 비치에 관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업장 전반에 필요하고도 충분한 구명장구의 비치등 조치를 다하지 아니하였다면 위 의무위반에 따른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검사의 항소 이유(피고인 김외현과 강환구에 대하여)
피고인 김외현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로 다음과 같이 항소함
① 행위자에게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위반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이를 너무 좁게 해석하는 경우 안전조치의무위반을 현실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하위직만 처벌할 수 있고 위 하위직에게 의무나 책임을 전가한 대표이사 등은 처벌할 수 없는 불합리가 생기는 점
②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 취지 역시 안전보건관리(총괄)책임자에게 안전·보건에 관한 의무를 부과하고, 의무위반 시 안전보건관리(총괄)책임자를 처벌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자 하는 데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미필적 고의를 폭넓게 인정하는 것이 타당함
③ 한편 대표이사 등 행위자에게 예측가능성이나 지배가능성이 있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행위자의 사업장 상주 여부, 당해 사업장의 규모, 통상적인 업무인지 여부, 과거 동종사고 발생 여부, 단속 및 처벌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피고인 김외현의 경우 이 사건 각 사고 당시 조선사업본부 등의 총괄사장이었고, 이 사건 각 사고 직전까지 조선사업본부장도 겸임하여 사고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높은 점, 이 사건 각 사고가 모두 반복·동종 사고인 점, 피고인 김외현이 이 사건 이전에 동종의 사고 또는 쟁점이 유사한 사안에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으로 약식명령을 받은 사실이 있는 점, 현대중공업의 경우 규모는 크지만 동일 지역에 있는 단일사업장이고, 피고인 김외현은 사업장에 상주하면서 업무를 수행하였던 점 등을 통해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아야함
또한, 피고인 강환구에 대하여 원심의 형(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함을 들어 항소함
→ 검사의 피고인 김외현에 대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은 원심판결서에서 자세히 설시하였고 당심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과 관련하여 추가로 제출된 증거는 없고,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을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비추어 면밀히 살펴보면,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인정되고 사실 오인이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보이지 않음
1심(울산지방법원_2015고단802) : 판결선고 2015.11.12
피고인 1. B씨
피고인 2. C씨
피고인 3. A씨
피고인(법인) 4. 주식회사 선일엔지니어링 대표이사 A씨
피고인 5. G씨
피고인 6. H씨
피고인 7. I씨
피고인 8. J씨
피고인 9. 차승렬
피고인 10. 한년상
피고인(법인) 11. 에이치케이엔지니어링주식회사 대표이사 G씨
피고인 12. 하주영
피고인 13. 박성수
피고인 14. E씨
피고인 15. F씨
피고인 16. D씨
피고인 17. 김외현
피고인 18. 강환구
피고인(법인) 19. 현대중공업주식회사 대표이사 권오갑 외1
변호사 박춘기,송찬흡,천성연 – 피고인 5를 위하여
변호사 김용상,임재동,김춘호 – 현대중공업 주식회사를 위하여
항소심(울산지방법원_2015노1451) : 판결선고 2016.09.23
판사 : 김연화, 권순범, 김범진
항소인 : 피고인 김외현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 검사(피고인 김외현, 강환구에 대하여)
검사 : 신종곤(기소), 이영화(공판)
피고인 1. G씨
피고인 2. J씨
피고인 3. 차승렬
피고인 4. 한년상
피고인(법인) 5. 에이치케이엔지니어링 주식회사 대표이사 G씨
피고인 6. 하주영
피고인 7. 박성수
피고인 8. 김외현
피고인 9. 강환구
변호사 박춘기 - 피고인 G씨, 에이치케이엔지니어링 주식회사를 위한 사선
변호사 오성민 - 피고인 J씨를 위한 사선
변호사 류진규 - 피고인 차승렬, 한년상, 하주영, 박성수를 위한 사선
변호사 임재동, 김춘호 - 피고인 김외현을 위한 사선
법무법인 정맥(담당변호사 김진규), 법무법인 해강(담당변호사 김종기) - 피고인 강환구를 위한 사선
선일엔지니어링 주식회사 : 하청
산업안전보건법위반
각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 제66조의2, 제23조 제3항
-
업무상과실치사,업무상과실치상
각 형법 제268조, 제30조
C씨
작업반장
우성기업 : 하청
D씨
산업안전보건법 제66조의2, 제23조 제3항
E씨
F씨
에이치케이엔지니어링 주식회사 : 하청
G씨
업무상과실치사,업무상과실치상,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 제66조의2, 제23조 제1항 제2호, 형법 제30조, 형법 제268조, 제30조
항소기각
H씨
금고 8개월
부강기업 : 하청
I씨
산업안전보건법 제67조, 제23조 제1항 제2호, 형법 제268조, 제30조
J씨
현대중공업 주식회사 : 원청
강환구
전 조선사업본부장
(안전보건총괄책임자)
각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 제68조 제2호, 제29조 제3항
벌금 1,200만원
산업안전보건법 무죄
차승렬
건조3부장
하주영
1야드기술관리부장
금고 4개월
박성수
조선안전2부장
한년상
조선안전1부
직원
김외현
무죄
검사항소
- 항소기각
벌금 1,500만원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 제66조의2, 제23조 제1항 제2호
2018년 8월 6일 대전시 대덕구 문평동의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서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교 2학년 김군(23)이 새벽 4시경 마무리 작업으로 웃통을 벗은 채 컨베이어 벨트 아래로 청소를 하던 중 감전 사고를 당하였습니다.
사고 이후 대전의 한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8월 16일(사고경과 10일째) 치료 중 오전 12시경 사망하였습니다. 이후 CJ대한통운에 산재처리 요구 시 블랙리스트에 오른다는 증언과 사고 다음날인 7일 관리자가 조회시간에 산재은폐를 종용과 안전교육을 받았다는 거짓 진술을 강요 정황이 언론보도 되었습니다.
정부의 대처로는 고용노동부 대전고용노동청이 특별감독을 통해 CJ대한통운의 안전상 조치 의무 위반 등 수십 건의 안전 관련 위반사항 적발하였으며, 27일 CJ대한통운뿐만 아니라 한진, 롯데 택배 및 하청업체까지 강도 높은 근로감독을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노동건강연대에서는 28일 10시 30분 CJ대한통운본사 앞(서소문동)에서 사장 박근태와 대표이사인 손관수, 김춘학 이상 3인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대기업을 비롯해 사용자들은 더 많은 이윤과 탐욕을 위해 간접고용, 하청, 외주화, 도급과 같은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고, 산업재해를 비롯해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회피, 은폐’하고 있음을 알리고 ‘기업살인법’ 제정을 촉구하였습니다.
관련기사 및 노동건강연대 활동
- 알바노동자 감전사, CJ대한통운 책임이다 - CJ대한통운 박근태 사장을 처벌하라 관련기사 모음
함께보기
- 주 90시간 노동에 졸음운전 사고 서른 한살 ‘지입 화물기사’의 죽음
2018년 8월 21일 오후 3시 44분경, 인천남동공단의 전자회로기판(PCB) 제조업체인 세일전자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작업 중이던 김모씨(54·여) 등 9명이 사망하고 중상 1명, 경상 5명이 경상을 입는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습니다.
인천지방경찰청 수사본부와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가 23일 오전 10시부터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세일전자 공장에서 현장 합동감식을 벌인 결과 화재탐지장비 미설치(1층), 유도등 비상전원 불량(1·3층), 휴대용 비상조명등 불량(1·2층) 등의 지적과 스프링클러가 불이 난 지 50분 만에 작동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사고에 대한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상황으로 기계결함이 아닌, 불이 났을 때 스프링클러로 인해 물이 쏟아질 경우 전자장비 등이 망가지는 등 피해가 클 수 있기 때문에 작동하지 않도록 '의도적 조치'를 취했다는 가능성을 염두해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 남동산단 화재 '미작동 스프링클러' 회사측(세일전자) 임의로 잠갔나
- 국화 한 송이 없는 공장, 그곳엔 정부도 없었다
(8월 1일) 진해 한 호텔 공사장서 일하던 50대 추락사
(8월 6일) 재활용처리업체 50대 중국인 추락해 숨져
(8월 7일) 27톤 트레일러 전도 후 폐타이어 쏟아져 연쇄 사고…10명 사상
(8월 8일) 포천 석탄화력발전소 폭발…1명 사망·4명 경상
(8월 15일) 당진 삽교호 공사현장서 40대 노동자 추락사
(8월 16일) 수원 쇼핑몰에서 승강기 교체 작업하던 40대 사망
알바노조 "CJ대한통운 노동자 감전사…대표이사 검찰고발"(종합)
(8월 17일) 고속도로 달리던 탱크로리 가드레일 '쾅' 추락…운전자 숨져
평택 아파트 공사장서 흙벽 무너져…1명 사망·1명 부상
(8월 20일) 경기 포천시 일동면『○○○○ 콘크리트 공사현장』토사붕괴로 굴삭기 운전사 사망
(8월 21일) 경기 가평군 설악면『원룸신축 공사장(4/1) 지하 1층』지하층 발화 노동자(29세) 사망
남구 FCC삼거리 탱크로리 전도.. 50대 운전자 숨져
인천 세일전자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 50분만에 작동(종합)
(8월 25일) 충북 제천 광산서 발파 작업 중 50대男 숨져
· 밝혀진 사망사고
(7월 25일) 2주째 생산중단 세원셀론텍, ‘사망사고’ 발생
『그 기업 그 사고』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청년노동자 사망사고”
: 기업처벌 결과 – 원청 서울메트로 공소기각, 책임자 전원 벌금형
(사진 : 구의역 9-4승강장 추모게시판)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연속 스크린도어 수리 중 성수역, 독산역, 강남역에서 노동자가 사망하였음에도 법원은 기업에 대한 미약한 처벌을 한 바 있음.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는 2016년 5월 청년노동자가 또다시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사망한 사건으로 ‘처벌결과’를 확인해야 할 당위성이 있음
2016년 5월 28일 오후 5시 57분, 구의역 내선순환 승강장에서(강변역 방면) 열차와 9-4 승강장 스크린 도어 사이에 은성PSD(주) 직원 김군(당시 19세/남 97년생)이 끼여 사망한 사건
사고가 발생한 구의역은 28일 오후 4시 58분 서울메트로에 구의역 안전문 고장신고가 접수된 상황으로 스크린도어 유지관리 협력업체인 은성PSD(주)에게 현장에 출동해 수리하도록 지시하였음
서울메트로와 은성PSD(주)가 맺은 용역계약에 따라 ‘모든 고장신고 접수 뒤 1시간 이내 출동완료’ 조건에 따라 5시 52분에 도착하였음
현장에 가는 중 을지로4가역에서 고장 신고가 추가로 접수되었으며 도착시간 제한으로 인해 2인1조 작업을 하기 어려워 홀로 수리작업을 수행하던 중 오후 5시 27분경 달려오던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사망함
사고원인에 대해 다양한 이견들이 존재하나 구의역사고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반복되는 사고’에 대한 결과로 ‘종합관제시스템의 부재’, ‘안전매뉴얼의 비현실성’, ‘신고 1시간 내 출동제’ 등 2인 1작업이 불가능한 원·하청 구조에 대한 의견이 다수임
서울동부지법의 조현락 판사는 원청인 서울메트로 대표자 김태호를 공소기각 하였으며 서울메트로의 설비처장과 기술본부 본부장을 무죄처리 하였음
나머지 서울메트로의 은성PSD(주)의 스크린도어 유지·관리 사항을 관리·감독해야하는 각 피고인들(B, C, D, E, 정수영, 이정원)은 벌금형(최대 1000만원)을 선고받음
하청인 은성PSD(주)의 경우 3,000만원의 벌금과 대표자인 G은 징역 1년(2년 집행유예)과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받음
- 서울메트로(원청)
A , B씨 : 구의역 부역장 , 과장
고장의 발생한 경우, 정비원이 스크린 작업을 실시하기 전 역사작업신청일지를 작성하게 함으로써, 열차운행이 조절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정비원이 1인 작업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하는 업무상 주지의무를 위반하였음
B와 C는 피해자가 혼자 역무실로 들어왔고 종합제어반에서 스크린도어 장애지점을 확인하고 마스터키를 가져가 승강장을 올라갔음에도 역사작업신청일지를 작성하게 하지 않음
C, F씨, 정수영, 이정원 : 서울메트로 운영관리 주체
이정원 : 서울메트로 (전)사장
서울메트로 전반의 업무를 총괄하는 자로서, 은성피에스디 주식회사의 2인1조 실시여부 및 인력운영상태를 관리·감독하지 않음
정수영 : 서울메트로 본부장
산업재해 원인조사 및 재발방지 등에 관한 사항을 총괄하는 자로서, 2015년 9월 은성피에스디 주식회사로부터 정비원 증원요청을 받은 뒤로 요청인원 28명 중 17명만 증원된 상황에서 2인1조 작업 실시여부 등 인력운영 상태를 관리·감독하지 아니하였음
F씨 : 기술본부 부서장
스크린도어 등 역사에 설치된 전자설비 관리업무를 담당하는 자로 D의 용역업체 정비원 대상교육을 이행하도록 관리감독하지 않았음. 또한 1인 작업이 실시되는 상황에서 실제로 2인1조 작업이 실시되는지 확인하지 않았으며, 서울메트로가 스크린도어 장애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을 전자운영실에 설치하였으나 운영에 관한 지침을 전달하지 않았고 총 120개 역 중 절반 정도가 통신연결이 되지 않은 상태로 방치하였으며 시스템에 대한 담당자를 지정하지 않았음
C씨 : 기술본부 부서팀장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및 안전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자로 용역업체 정비원 대상 안전수칙 교육(매월 1회) 및 정기안전 교육(매월 1회 이상)을 2015년 12경부터 실시하지 않았고 1인 정비 시에도 2인 정비로 허위 작성 및 보고 되고 있는 상태에서 현장 확인 및 확인 가능한 다른 조치를 하지 않음
- 은성피에스디(하청)
은성피에스디 G씨 : 대표자
대표이사로 소속 정비원들이 안전하게 스크린도어 수리작업을 하도록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여 배치하고 안전지침 교육 및 이행여부 점검 및 조치에 대한 업무상 주지의무를 위반하였음
G는 서울메트로와 은성피에스디 간의 2011년 용역계약과 2015년 용역계약 체결이후 정비원 인력부족으로 2인1조 근무가 불가능한 상황이 지속되었음에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대부분이 1인 작업이 실시될 수 밖에 없는 인원구성으로 수리작업반을 운영하였으며 2인1 작업이 실시되지 않음에도 2인1조 작업이 실시된 것처럼 작업확인서를 허위기재하는 상황을 인지하였음에도 이를 묵인하고 방치하였음
5. 양형의 이유 :
- 피고인 E씨, 은성피에스디 주식회사
은성피에스디의 작업자가 비록 선로측 2인1작업 작업 미실시로 인한 사고는 아니었지만 스크린도어 관리업무 중 사망하는 인명사고가 발생하였고, 정비원 안전확보를 해야할 업무상 주지의무를 게을리한 점을 불리한 정상으로, 서울메트로가 피해자 유족에게 돈을 지급하고 은성피에스디에게 구상금 청구를 하고 있고 서울메트로로부터 지급받지 못한 용역대금 채권을 보유하고 있어(2017. 8. 4. 확정된 서울지방법원 2016가합571778 판결), 일정한 절차를 거쳐서 구상금 채권이 소멸한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사고가 전적인 책임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고, 무단이석도 영향을 미친 점, 피고인이 형사처벌이 전력이 없는 점
- 피고인 A, B씨
관리하는 역 승강장에서 발생하였지만, 정작 스크린도어의 유지관리업무는 타부서에서 담당하고 있는 등 피고인들의 이 사건 범행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점, 피고인들 모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피고인 C, F씨
은성피에스디로부터 제출받은 여러 서류와 CCTV 등 물적설비 등을 이용하여 불시에 J의 선로측 2인1조 작업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등 그 조치를 충분히 하였다면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이는 점을 불리한 정상으로, 이 스크린도어 관리업무를 피고인들이 부서가 담당하나 그 시설은 역 승강장에 설치되어 있었다는 점과 피고인들이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였음
- 피고인 정수영(서울메트로 본부장)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로 2회 벌금형의 전력을 불리한 정상으로, 피고인이 마스터 수불대장 점검 조항 등을 추가하는 등 특별안전대책을 수정하여 결재하는 등 안전조치에 대한 일부 노력하기는 한 점
- 피고인 이정원(서울메트로 (전)사장)
재직기간 동안 발생한 과거사고에 대해 안전조치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선로측 2인1조 작업 이행 여부를 보다 철저히 확인하도록 지휘·감독했어야 함에도 이를 소홀히 하여 과거사고 발생 후 1년도 되지 않아 거듭하여 중대재해가 발생한 점을 불리한 정상으로, 피고인이 다른 범죄로 1회 벌금형을 받은 점 외에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는 점
6. 무죄 판결 이유 :
- 피고인 D
사고 당일 당시 은성피에스디의 정비인원은 2인1조 작업이 가능한 충분한 인원이었고 당일 근무자인 AO가 무단이석한 개별적인 요인과 은성피에스디의 정비원 인력 허위보고 및 임금의 부당수령과 조직구조 및 인력편성을 변경하는 구조적요인으로 2인1조로 작업하지 못하였다고 볼만한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있음
아울러 2인1조 출동인원 증원을 요청한 바 있으나 계약내용을 이유로 반려되어 다른 명목으로 정비인원을 증원한 바 있음으로 김성렬은 상당한 주지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 있음
- 피고인 E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정들을 통해 피고인 최승봉이 장애현황 수집시스템을 활용하지 않았다고 업무상 주지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음
7. 공소 기각 이유(서울메트로 주식회사) :
판사 조현락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여 공소를 기각하였음
-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서울메트로는 안전관리책임자인 G씨가 2016. 5. 28 17:55경 피해자가 서울 지하철 2호선 승강장 Z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 수리작업을 함에 있어서 산업안전에 관한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음
합병으로 인하여 소멸한 법인이 그 종업원 등의 위법행위에 대한 양벌규정에 따라 부담하던 형사책임은 그 성질상 이전을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서 합병으로 인하여 존속하는 법인에 승계되지 않고(대법원 2007.8. 23. 선고 2005도4471 판결) 있음
피고인 서울메트로는 한편, 지방공기업법 및 ‘서울메트로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라 설립되어 서울특별시 1~4호선의 건설·운영 등을 사업목적으로 하는 공사로서 공법인인 사실과 이 사건 공소제기 후 서울특별시철도공사와 합병하여 서울교통공사를 설립하였고 2017년. 6. 1 등기가 폐쇄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음
위 인정사실을 위의 법리에 비추어 살필 때, 피고인 서울메트로는 신설, 합병으로 해산되어 법인이 존속되지 아니하게 되었고 합병으로 소멸된 법인이 그 종업원 등의 위법행위에 대한 양벌규정에 따라 부담하던 형사책임은 그 성질상 이전을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서 합병으로 인하여 존속하는 법인에 승계되지 않음
피고인 서울메트로에 대하여는 형사소송법 제328조 제1항 제2호에 의하여 이사건 공소 기각함
[붙임] 판결 정보와 결과요약
1심(서울동부지법_2017고단1056)
판사 : 조현락
검사 : 박준영(기소), 박준영, 최용락, 이시전(공판)
법무법인(유) 동인 (담당변호사 : 김종인, 강경원, 김수윤, 임재영, 장시원, 허정인, 김주형, 신동협)
- 피고인 G와 은성피에스디 주식회사를 위하여
법무법인 해냄 (담당변호사 : 유주상, 김형선, 백갑선, 이기연) - 피고인 A를 위하여
법무법인 율정 (담당변호사 : 임영호, 김광수,송주은) - 피고인 B를 위하여
법무법인 (유한) 로고스 (담당변호사 : 임수식, 김동주, 이세라) - 피고인 C, F을 위하여
법무법인 중부로 (담당변호사 : 서남철, 선현종, 지용철, 오동기, 유희원,최민형) - 피고인 D을 위하여
법무법인 화현 (담당변호사 : 박성열, 복동일, 유현우, 김호준, 신경식, 김태용, 이응주, 김민혁)
- 피고인 E, 정수영, 이정원과 서울메트로를 위하여
서울메트로 (원청)
서울메트로 고객사업부 서비스센터 부역장
서울메트로 고객사업부 서비스센터 과장
서울메트로 기술본부 부서팀장
벌금 800만원
서울메트로
설비처장
기술본부 본부장
서울메트로 기술본부 부서장
정수영
서울메트로 본부장
이정원
전 사장
서울메트로(대표자 김태호)
공소 기각
은성피에스디 주식회사
G
대표이사
업무상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형법 제268조, 제30조,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 제66조의 2, 제23조 제2항
징역 1년
, 사회봉사 200시간
은성피에스디 주식회사 (대표이사 G)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 제66조의2, 제23조 제2항
벌금 3,000만원
22일 인천지하철 신연수역에서 내려 남동공단으로 가는 길. 공단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벽돌로 지은 공장들을 지나다 보면 전날 화재로 9명이 사망하고 6명이 다친 세일전자 공장이 나온다.
정문 앞에 서 있는 경찰과 소방관이 아니라면 불이 난지도 몰랐을 정도로 건물은 깨끗했다. 공장 앞에는 흰 국화꽃 한 송이 놓여있지 않았다. 사고가 일어난 4층의 까맣게 탄 창문 몇 개, 골목을 들어선 순간부터 진동하는 매캐하고 고약한 악취가 사고 당시의 심각성을 알려주고 있었다.사고가 난 세일전자는 건물만큼 깨끗한 회사는 아니었다. 이곳은 대통령이 방문하고,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지만 2015년 10월 파견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해 벌금 150만 원과 27명을 직접 고용하라는 행정명령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편입하는 꼼수를 부린다는 익명의 제보가 들어왔던 회사였다. 화재로 사망한 노동자 9명 중 4명은 협력업체 직원(협력을 가장한 불법 파견인지의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이었고, 세일전자 직원 5명 중 한 명은 비정규직이었다. 연령대 역시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했다.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9명 중 한 명의 노동자는 이주 노동자라고 한다.
이처럼 연령과 성별, 국적과 고용형태를 가리지 않고 9명의 사망자를 낸 세일전자는 사고 하루 뒤라는 점을 감안해도 너무나 잠잠했다. 세일전자 노동자들은 작업중지 명령으로 출근하지 않았고, 주변에 많은 공장이 있음에도 점심시간에조차 거리를 지나는 노동자들을 볼 수 없었다. 공장 앞 신호 에 멈춘 차들의 운전자만이 종종 공장을 쳐다볼 뿐이었다. 공장 앞에는 사고를 취재하러 온 몇몇 기자와 어떤 물질이 인화해 발생했을지 모르는 매캐한 냄새를 마스크 하나로 버티고 있는 경찰, 소방관 십여 명이 출입제한을 위해 서 있을 따름이다.22일 오전 10시에 시작된 현장 감식은 필자가 민주노총 인천본부 관계자들과 함께 이날 오전 11시 30분에 공장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런 소식도 전해주지 않고 있었다. 단체로 몰려온 인천시의회 의원들만 폴리스 라인 안쪽에 있는 브리핑장에서 브리핑을 받았을 뿐이다. 브리핑이 없자 기자들이 하나씩 사라졌고, 함께 공장에 방문한 민주노총 인천본부 사람들과 시신이 안치된 길병원 장례식장으로 향했다.사고원인 묻는 유족에게 믿어달라는 말만 하는 사장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정우준 노동건강연대 활동가입니다.
이 기사는 2018년 6월 22일 오마이뉴스에 실린 기사입니다.
인천 남동공단 영세 업체 노동자, 시안화수소 중독으로 사망... '위험의 외주화' 여전
정우준 /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6월 12일 안전보건공단은 직업환경과 의사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일을 보낸다."18.5.28.(월) 인천 소재도금사업장에서 환기 및 보호구 착용 없이 도금조에 물과 시안화나트륨을 혼합하는 작업을 하다가 노동자 1명(남, 23세)이 시안화합물(시안화수소)에 중독되어 의식소실, 중증의 대사성 산증 및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선생님의 환자 진료 시 직업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부탁드립니다." 메일이 오기 보름 전 인천 남동공단에서 23세 청년 노동자가 시안화수소 중독으로 뇌사상태에 빠졌다. 그리고 얼마 후 뇌사에 빠진 노동자는 사망했다. 남동공단은 2016년 초 메탄올 중독으로 인해 청년 노동자가 실명한 곳이기도 하다.
청년 노동자가 중독된 시안화수소는 시안화합물(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청산가리')이 물과 반응하여 생겨나는 독성가스다. 나치가 유대인을 학살할 때 쓰이기도 했던 시안화수소는 교과서 상에 너무나 위험하기 때문에 최근 들어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고 알려진 물질이다. 이처럼 위험한 물질임에도 직원이 7명밖에 되지 않는 영세기업에서 제대로 된 안전관리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사용되고 있었다. 사고가 난 5월 28일부터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들에게 메일이 온 6월 12일까지 보름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이 사건은 사망한 청년 노동자의 장례식이 있던 19일 처음으로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졌다.
메탄올 중독, 구의역, 특성화고 실습생 등 청년들이 일하다 다치거나 죽는 일이 계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청년·비정규직에게 위험한 업무가 전가되는 '위험의 외주화'는 근절되고 있지 않다. 위험에 노출된 공장 안의 '장그래' 그렇다면 사건은 어떻게 일어난 것일까? 시안화가스에 중독된 노동자는 남동공단에 A업체라는 직원이 7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A업체는 냉장고에 들어가는 프레스를 대기업 하청업체에 납품하는 회사로 길고 긴 원·하청 고리의 5차 내지 6차에 해당하는 회사이다. 사망한 노동자는 A업체에 2018년 5월 2일 입사했다. 주로 건조작업을 했고, 도금 준비작업, 포장공정 이송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사고가 난 5월 28일 당일, 사망한 노동자는 평소와 다른 작업을 지시받았다. "도금액 교체" 작업을 지시받은 것이다. 이 작업은 원래 다른 직원이 하는 일이지만 직원의 출근이 늦어져 업무를 대신하게 됐다.
사망한 노동자는 업무지시를 받고 도금액을 교체하기 위해 2개의 도금조에 담길 물질을 바닥에 쏟고 물과 시안화나트륨을 도금조에 채웠다. 시안화나트륨은 보관창고에서 바가지로 퍼왔고, 그 과정에서 그는 어떠한 보호구도 제공받지 않았다. 작업이 끝난 후 화장실에 갔다 음료수를 마신 후 작업장에 들어선 순간 그는 쓰러졌고 인근 길병원으로 이송되었고, 뇌사판정을 받았다. 그 후 인근 요양병원으로 옮겨졌고 6월 18일 23살의 젊은 노동자는 결국 사망했다. 시안화합물이라는 극독성의 물질을 보호구와 배기장치도 없는 회사에서 버젓이 사용했고, 그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극독성의 물질을 어떤 안전장비 없이 바가지로 퍼 나르고, 치우는 작업을 일상적으로 진행한 것이다. 시안화수소는 최근 사업장에 방문한 안전보건공단 직원조차 방독면이 없으면 시안화수소가 담긴 도금조의 뚜껑을 열지 않겠다고 할 정도로 독성이 강한 물질이다.일터에 닿지 못하는 촛불 자칫 누구도 알지 못하는 사고 혹은 죽음이 될 뻔한 이 사건은 노동건강연대 회원인 직업환경의학과 의사가 안전보건공단에서 온 이메일을 노동건강연대에 보냈고, 노동건강연대가 사건을 파악하고 언론에 사건을 알림으로써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하지만 사망한 노동자가 사고 당시 어떤 환경에서, 정확히 무슨 공정을 수행했으며, 시안화수소의 농도가 얼마나 어느 정도 였기에 노동자가 사망에 이를 수밖에 없었는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사고가 난 A업체의 시안화수소 작업환경을 측정한 보고서에 따르면 A업체는 2017년 하반기와 2018년 상반기 모두 시안화수소 노출기준에 부합하는 작업환경을 갖췄다. 사고가 난 이후 노동부가의 산업안전감독관이 사업장에 방문하여 감독을 실시했지만 이미 공정에 작업 중지 명령이 난 이후였기 때문에 사망한 노동자가 사고 당시 얼마나 시안화수소에 노출되었는지는 누구도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수년간 언론에서 청년실업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에게 어떤 대통령은 눈높이를 낮추라고 했고, 또 다른 대통령은 중동으로 가보길 권했다. 청년실업을 걱정하던 두 대통령은 감옥에 갔지만 눈높이를 낮춘 청년이 간 공장에서는 메탄올 중독으로 시력을 잃고, 시안화수소로 사망에 이르는 일들이 계속되고 있다. 정규직이 되지 못한 '장그래'는 비정규직으로 남아있을 뿐더러 언제든 사고로 다치거나 죽을 수 있는 상황에서 일하고 있다. 촛불로 새롭게 집권한 대통령은 산재로 인한 사망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아직, 촛불의 성과는 청년·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닿지 않고 있다.
원문보기_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47557
정의당 정혜연 부대표는 21일 오전 국회 본청 223호에서 열린 84차 상무위에서 “어렵고 힘든 일은 하청업체에 맡기는 ‘위험의 외주화’가 23살의 한 청년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일이 발생했다. 먼저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지난달 28일, 23살 이 청년은 도금업체에 입사한지 한 달 만에 쓰려졌다. ‘시안화수소’라는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되었던 것이다. 원래 포장 업무를 담당했던 이 노동자는 사고 당일 안전교육이나 보호장비 없이 위험 작업에 투입됐다. 그렇게 위험하게 작업하다, 뇌와 폐를 다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도금업은 각 회사들이 가장 책임지지기 싫어하는 어렵고 힘든 업종이다. 그래서 도금업이 다단계의 가장 밑 단계 하청업체로 있는 것이 한국사회의 만연한 일이다. 이렇게 위험을 하청업체에 돌려버리고 안전의 책임을 떠넘겨 버리는 ‘위험의 외주화’는 수많은 노동자들을 사고와 죽음에 몰아넣어왔다”고 지적했다.
또 “그동안 기업들은 위험 부담이 큰 업종을 하도급 업체에 맡김을 통해서, 위험을 줄이기 위해 들이는 데 필요한 비용과 인건비를 줄여왔다. 이로 인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해야 하는 일터에서 산재 사망이 만연해왔고, 그 산재 사망 사고가 하청 노동자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집중되어 왔다. 가난하고 어려운 일을 하는 노동자일수록, 안전의 위협을 받는 정도는 높은 것이 지금의 한국 사회 노동의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정혜연 부대표는 “위험물질을 다루다 난 사고로 최근 3년간 80명 넘게 숨졌다. 여전히 치료 중인 사람도 110여 명이나 된다. 삼성전자의 3차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노동자는 시력을 상실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이 피해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수없이 많은 산재 사건에서 원청들은 책임을 기피해왔다”며 “국회에는 이러한 위험 업무의 도급을 금지하고, 원청에서 책임을 지도록 하는 법안들이 많이 발의 되어 있다. 정의당은 그간 위험의 외주화 시스템을 어떻게 고칠 것인가에 대해서 가장 중점적 과제로 생각해왔고, 원하청을 막론하고 산재사망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 등을 발의해왔다. 그렇지만 이러한 법안은 하나도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노동자의 죽음을 조금도 방치하면 안 된다. 그렇지만 이에 대한 바람을 국회는 무참히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20대에 들어서자마자, 비정규직이 되고 위험한 일에 노출되어 안타까운 목숨을 잃는 일이 더 이상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며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회에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기를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원문보기_http://www.kukinews.com/news/article.html?no=559227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2018년 2월 메탄올 사건을 다룬 선대식 기자의 <실명의 이유>가 출간되었다. 메탄올 사건의 처음부터 함께 한 선대식 기자의 책은 메탄올로 인해 실명한 6명의 노동자 삶을 살피고, 그들이 실명을 할 수밖에 없었던 파견노동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이 책을 읽고 파견노동과 노동자의 건강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실린 <실명의 이유>에 대한 서평이다.
오마이뉴스에서 보기
노동자가 시각을 잃었을 때 벌어지는 일
정우준(노동건강연대 활동가)
"그들의 삶은 특별하다. 평범한 삶을 살았지만, 누군가의 돈벌이와 정부의 무관심 속에 시력을 잃었다. … 우리 사회는 그들을 피해자라며 불쌍히 여겼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자신을 드러내며 정부와 기업에 책임을 묻고 또 다른 피해자의 발생을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더 도울 일이 없을까요?"라고 말했다.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그들의 용기에 가슴이 먹먹했다." - 선대식, <실명의 이유> 6-7p
<실명의 이유>는 2016년 1월 16일 병원 응급실에 온 한 노동자의 사연으로 시작된다. 원인불명의 사건으로 눈이 보이지 않았던 노동자는 이후 자신과 똑같은 일을 하다 다친 노동자들을 만난다. 이 책의 부제이기도 한 "휴대폰 만들다 눈먼 청년들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고,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실명의 이유>는 2015~2016년 삼성과 엘지의 3차 하청업체에서 삼성, 엘지 핸드폰을 만들다 메틸알코올(메탄올) 중독으로 시력을 잃은 6명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메탄올 중독 실명 사건을 단순히 노동자가 메탄올이라는 독성 물질에 중독된 사건으로 다루지 않는다는 데 있다. 당시 박근혜 정부의 파견 노동 확대와 메탄올 중독 실명 사건을 유기적으로 엮어 작업현장의 변화와 고용형태가 어떻게 노동자 건강 문제와 연결되는지를 보여준다. 이를 위해 <오마이뉴스>의 기자이기도 한 저자는 직접 위장 취업을 통해 파견 노동의 민낯을 드러냈다.
작년 7월부터 노동건강연대와 함께하며 이 이야기에 작게나마 참여한 나에게 이 책은 파견노동, 메탄올 중독 외에 또 다른 측면으로 다가왔다. 저자도 밝혔다시피 이 책은 하나의 르포이자 고발인 동시에 한순간에 시력을 잃은 6명의 청년 노동자의 '용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그들과 함께 걸었던 순간, 그들은 단순히 비극의 주인공이 아니라 매 순간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용기는 쉽사리 좌절당했다. 산재 노동자 재활에 책임을 가진 근로복지공단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노동건강연대가 6명 노동자의 재활에 함께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들의 용기가 정부와 기업의 무책임한 태도로 절망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노동건강연대는 6명의 노동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여행을 가고, 식사를 하며 그들의 새로운 삶을 응원했다. 그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노동자에서 장애인이 된 이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메탄올로 인한 시력 손상은 메탄올 피해 노동자들의 신체만이 아니라 사회생활에도 엄청난 변화를 만들었다. 늘 다니던 길을 더 이상 다닐 수 없었고, 분신과도 같은 핸드폰도 사용하기 어려워졌다. 돌봐 줄 가족이 애초에 없거나 부재중일 때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 매우 적어진 것이다.
한순간에 시각을 손실하고, 보이지 않는 눈으로 인해 시각장애에 대한 정보조차 부재했다. 하지만 메탄올 중독 사건이 일어난 지 적게는 1년 반, 길게는 2년 반이 될 때까지 누구도 그들에게 시각장애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산재 노동자의 재활서비스를 담당하는 근로복지공단은 시각장애인에 대한 프로그램이 없다는 이유로 그들에게 전화 한 통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들의 이야기가 '분투기'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메탄올 중독에 책임 있는 어떤 기관의 도움도 받지 못해 좌충우돌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나는 메탄올 피해 노동자 6명과 함께 시각장애인에게 필요한 것들을 직접 찾아보고 필요한 것이 있다면 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쉽지는 않았다. 6명 모두 살고 있는 곳이 달랐고, 몸 상태와 현재 처한 처지도 달랐다. 기관을 찾는 것도, 필요한 서비스와 기기를 사는 것도 품이 6배로 더 들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6명의 노동자는 모두 사회로 첫 발을 내디뎠으며 주어진 자신의 조건을 새롭게 만들어나가고 있었다.
A와 B의 여정
동갑내기 친구인 A와 B는 부천에 살고 있다. 사고 이후 A는 한쪽 눈이 어렴풋이 보이고, B는 전혀 볼 수 없게 되었다. 지금은 친구가 되었지만 둘은 걸어온 삶도 성격도 달랐다. A는 사고 이후에도 주변에 친구들이 많아 여행도 다니고 볼링도 치러 다니는 등 바깥 활동도 자주 하고 있었다. A는 아직 젊은 자신이 가질 수 있는 새로운 직업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이 주로 안마사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주로 집에서만 활동하고 있었다.
한때 육상선수였던 B는 눈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생활하는 모든 것에서 문제가 생겼다. 당장 밥 먹는 것부터 이동하는 것까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 없게 된 것이다. 다행히 어머니가 함께 살고 있어 생활에 있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말씀처럼 언제까지 B가 어머니의 도움을 받으며 살 수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교육-보행훈련, 핸드폰·컴퓨터 사용-과 점자 교육을 받기를 원했다.
노동건강연대 활동을 시작한 이후 본격적으로 여러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부천시가 첫 지역이었다. 맨땅에 헤딩일 수밖에 없었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를 입은 시각장애인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제공해줄 서비스가 없다며 부천지역 복지관 몇 군데의 전화번호만을 전해줬다.
결국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서는 모든 기관에 직접 연락을 할 수밖에 없었다. 보건복지부, 경기도, 부천시청, 한국산재장애인연합회,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부천에 위치한 복지관, 장애인복지관 등 인터넷 검색을 통해 관련이 있어 보이는 모든 기관에 전화를 돌렸다.
전화를 돌리는 과정은 매우 지난했다. 대부분은 자신의 기관은 시각장애 및 산업재해와 관계가 없으니 다른 적합한 기관에 전화를 하라고 이야기했고, 관련 서비스를 가지고 있는 곳은 본인이 직접 찾아와 봐야 알 수 있다거나 두꺼운 책자 하나를 보내주고는 말았다. 심한 경우는 소속을 밝히고 정보를 묻자 '너네가 뭔데 이런 걸 물어보냐'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이런 좌충우돌 끝에 이들은 부천에 있는 점자 도서관에서 점자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또 B의 경우 보행교육과 핸드폰 사용 교육 등을 받고 있다. 시각장애의 특성상 노령으로 인한 시각장애인이 많은 편인데 이들은 모두 젊고 건강하기 때문에 그곳의 볼링동아리와 조정동아리에서 둘을 영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또 둘은 이 과정에서 가장 친한 친구를 한 명씩 얻었다.
C의 경우
C는 아버지를 산재 사고로 일찍 떠나보내고 어렸을 때부터 동생과 함께 살며, 많은 일을 했다. 현재에도 동생과 함께 인천에 거주하고 있지만 동생은 회사 때문에 늘 바쁘다. 다행히 어렴풋이 보이는 눈으로 동생이 사다놓은 반찬을 가지고 식사는 할 수 있었다. 또 익숙한 길은 혼자 다닐 수 있지만 신호등이 있는 길은 불빛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어 다니기가 힘들었다. 불시에 다가오는 차 때문에 교통사고를 당할 뻔하기도 했다.
유난히 낯가림이 심한 C가 오랫동안 다닌 교회, 유일한 취미인 라디오 듣기를 빼고는 주로 집에서 혼자 있는 경우가 많다. C는 늘 필요한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잘 모르기 때문에 없다'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한 인터뷰에서 C는 자신의 꿈이 제빵사이며, 신호등 앞에서 다른 사람들은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시각장애가 있는 본인만 건너는 신호를 보지 못해 가만히 있는 모습이 이상해 보일까 봐 걱정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는 자기를 표현하는데 서투를 뿐 사실 아주 수다쟁이다.
C의 경우 인천에 위치한 시각장애인복지관과 연락이 닿아 점자 교육, 직업 훈련 등 여러 프로그램을 소개받을 수 있었다. 평소 걷기를 좋아했던 그가 처음 필요했던 것은 시각장애인을 위해 신호등의 변화를 알려주는 음성 신호기였다. 하지만 모든 신호등에 음성 신호안내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는 아직도 자유롭게 산책을 하고 있지 못하다.
지금 C는 인천에 있는 시각장애인복지관을 다니고 있다. 그곳에서 배우고 싶었던 제빵 교육도, 운동도, 보행 교육도 받고 있다. 종종 전화를 할 때 불평을 하곤 하지만 나는 그가 얼마 전까지 라디오를 들으며 홀로 있었을 때보다는 더 좋아진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가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혹은 다른 장소들에서 더 많은 친구를 만나고 시력을 잃기 전보다 더 쾌활해지기를 바란다.
D의 걱정
D는 메탄올 노동자 중 유일하게 기혼자이며, 남편, 딸, 시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D의 경우 사고로 인해 걷는데 불편함을 느끼게 되었다. 다행히 시력의 경우 사고를 입었을 당시보다 좋아졌지만 큰 어려움은 정신적인 부분에서 발생했다.
D는 재해 이후에 정신적으로 많은 충격을 받았다. 재해도 재해지만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한 비관과 자신을 그렇게 만든 회사와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와 상황에 대한 분노와 상심이 매우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창기에 재활에 있어 정신적인 부분에 주목하지 못했다. D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 특히 정신적인 부분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은 몇 번의 통화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사고는 단순히 몸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큰 상처를 주었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용기를 낸 사람이었다.
함께 근무하다 사고를 당한 B, E를 늘 격려했다. 또 다른 피해자를 찾고, 더 많은 힘을 주기 위해 방송이나 기자회견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용기를 낼 때마다 사회는 그의 기대에 늘 미치지 못했다. 여전히 정부와 원청회사인 삼성과 엘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스트레스는 D의 생활과 신체에 나쁜 영향을 주고 있었다. 그 결과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전화통화를 할 때 D는 늘 몸이 좋지 않아 기존에 다니던 근로자건강센터도 잘 다니지 못하고 외출도 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그는 같이 근무하다 다친 친구와 새롭게 만난 다른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활발하고 적극적인 사람이다. 그의 용기가 사회의 더 많은 부분을 바꿔, 그의 스트레스가 줄어들기를 바란다.
E의 불행과 다행
E의 경우 메탄올 노동자 중 아직까지 병원에 있는 유일한 노동자다. 경남 창원에 거주하고 있고 그 지역의 근로복지공단 산재병원에 입원해 있다. 아직까지 직접 만나보지 못했다. E의 경우 시각뿐만 아니라 다양한 후유 장애를 겪고 있고 여전히 치료를 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
직접 통화가 어려워 주로 아버지와 통화를 하면서 여러 가지 것들을 알아보았다. E 아버지의 경우 부지런히 정보를 모아, 여러 제도 등에 정보가 밝으신 편이어서 병원과 지역사회에서 적극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찾고 있었다.
E의 경우 산재 전문 병원에 있기 때문에 치료뿐만 아니라 다양한 재활프로그램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산재병원의 다양한 프로그램은 주로 지체장애인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E와 같은 시각장애인이 받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다행인 점은 E를 담당하는 직원이 진희를 위해 함께 점자를 배우고 있다는 점이었다.
사실 E가 우리에게 가장 먼저 요청한 것은 핸드폰이었다. 하루 종일 병원에 있다 보니 너무나 무료한데, TV 등은 함께 입원한 다른 분들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뜻대로 하기 어려웠다. 당시에는 핸드폰도 없어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 마땅히 없었다.
문제는 핸드폰이 있더라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눈이 보이지 않는 E가 스마트폰의 정확한 위치를 터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 스마트폰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이 자체적으로 탑재되어 있고 여러 핸드폰 중 아이폰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이 가장 좋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지난해 4~6월 노동건강연대와 선대식 기자는 메탄올 중독 실명 노동자 6명의 이야기를 담은 다음 스토리펀딩 '누가 청년의 눈을 멀게 했나'를 진행해 후원금 1745만 원을 모았다. 이 돈으로 아이폰을 구매해 보내드릴 수 있었다.
이후 아버지에게 E가 핸드폰 때문에 2kg이나 감량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동안 병원에서 무료했던 E가 핸드폰의 새로운 기능과 시각장애인을 위한 기능을 익히는데 식사도 잊은 채 집중하면서 체중도 빠진 것이다. 다른 분들과 달리 혼자 멀리 떨어져있는 E는 자신의 처지를 가장 잘 아는 다른 메탄올 피해 노동자와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그의 몸이 얼른 좋아져 종종 보내오는 그의 카카오톡이 좀 더 자주 오길 기대한다.
직접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 주지 않는다
산업재해를 입은 노동자가 새로운 삶을 찾아가기 위한 용기를 가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누구도 먼저 나서 그들이 무엇을 하도록 지원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느꼈던 감정은 의아함이었다. 어디에서도 본인이 직접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본인이 움직인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자신을 부양해 줄 가족이 없거나 설령 가족이 있어도 그 가족이 직장을 다니지 않거나, 대부분의 시간을 써야지만 정보를 얻고 무엇을 시도할 수 있었다. 한순간에 시각손상이라는, 삶이 송두리째 바뀌는 경험을 했지만 그 과정을 책임지는 몫은 산재노동자 본인과 가족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강릉에서의 환한 웃음이 계속되기를, 그리고 더 이상 노동자들이 다치질 않길 그리고 그들이 다친 후에도 좀 더 용기 내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정우준은 노동건강연대 활동가로 사회복지 대학원 석사 과정에 있습니다.
이 글은 한겨레21 1197호(2018.1.22)에 실린 "1년만 지켜봐달라 '위험의 외주화' 꼭 끊겠다"(기사를 보시려면 클릭해주세요) 기사에 대한 김철주 회원의 브리핑입니다.
자기 자신에게만 복종하는 것이다
김철주(노동건강연대 회원)
프랑스의 철학자 장 자크 루소는 1762년 4월 출판된 그의 책 ‘사회계약론’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구성원 하나하나의 신체와 재산을 공동의 힘을 다하여 지킬 수 있는 결합 형식을 발견하는 것, 그리고 그것으로 저마다 모든 사람과 결합을 맺으면 자기 자신 이외에는 복종하지 않고 전과 다름없이 자유로울 것. 이것이야말로 사회 계약이 해결해 주는 근본적인 문제이다.’ 이러한 사상은 프랑스 혁명에 영향을 주었고 현대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게 됩니다.
자기 자신에게만 복종하기 위해 우리는 계약을 맺고 그 계약의 내용을 준수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사회계약론’이 출간된 지 256년이 지난 2018년에도 계약을 맺지 않고 타자에게 복종을 강요하는 분야가 있습니다. 방송의 외주제작현장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나와서 일하고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상품권으로 임금을 대체하라며, 복종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지난 겨울 우리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위치며 광화문 광장에 나섰고 또 승리했다며 기뻐했지만 이러한 모습은 민주공화국에서는 일어나서는 안 될 것입니다.
늦게나마 정부부처에서 이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하니 다소 안심이 됩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옥의 티가 있습니다. 기사에서 방통위가 표준계약서를 강제할 수 없다고 있지만 실제로는 강제할 수 있습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7조에서 근로조건의 서면명시를 하게 되어 있고 시행령 제6조에서 이를 어길시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법만 잘 지키도록 감시하면 되는 일입니다. 어쨌든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정부부처가 없는 상황에서 호기롭게 1년만 기다려달라는 패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나아가 이러한 기세가 노동부에도 전달되어 노동부 고위 관료들도 앞으로 이러한 인터뷰들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용광로에 떨어지는 노동자가 나온다면 내가 나이아가라 폭포에 뛰어 내리겠다.’ ‘앞으로 일하다가 실명되는 노동자가 나온다면 동굴 속에 들어가 평생 나오지 않겠다.’
17.12.20 한겨레 시론에 실린 글입니다.
21세기 송년회
부재중 전화가 여섯통, 문자가 오고 또 오고. 답장은 안 보낸다. 그래도 우리는 만날 것이다. 송년회 날짜는 이미 두달 전에 잡아놓았다. 추석이 지나고 서울 구로역과 남구로역 사이 허름한 삼겹살집에서 모였었다. 봄에 갈게요, 여름에 갈게요… 유난히 길었던 추석 연휴까지 흘려보내고 찾아간 구로동 반지하 작업장. 손에 든 한과상자가 뻘쭘하다. 철 지난 명절선물세트는 생색을 내기에 적절치 않다. 그러나 이십년 지기 사회단체의 활동가는 이들에게 중요하다. 내가 건성건성 전화를 받아도 구로에 언제 올 거냐고 열정적으로 전화를 한다. 만날 때까지 연락을 하면 되기 때문에 성공률은 언제나 백프로.
‘산재노동자 자활공동체’ 작업장은 언제나 건물의 반지하에 세를 든다. 이번에 이사 온 공간은 널찍하고 마감도 깨끗하다. 계단도 깊지 않다. 그저 사각일 뿐인데 구석구석 구경시켜 준다. 작업장 사람들의 고향은 남쪽, 구로는 제2의 고향, 어릴 적에 서울로 올라와 공장일을 시작하고 손, 손목, 팔 같은 곳을 기계에서 빼내지 못했거나 기계가 눌러버렸다. 산업역군이라 불리던 노동자가 장애 노동자가 되었다.
노동상담소도 만나고 대학생들도 만났다. 노동운동이 깃발을 펄럭이던 시절, 깃발이 모이는 곳이면 따라다녔다. 손가락이 남아 있지 않아 주먹 쥐어져 있는 이들. 후유증이 깊은 이의 주먹은 재수술로 간혹 모양이 달라지기도 했다. 11월의 노동자대회 깃발이 모이는 대학교의 깊숙한 운동장, 노천극장의 전야제. ‘다라이’에 싸 간 주먹밥을 먹으며 따라하기도 어려운 구호들을 입만 벙긋거리며 흉내도 내고 팔도 휘둘렀었다. 따라다닐 깃발이 마땅치 않아지고, 끼어들어 앉을 빈자리가 촘촘해져 갔다. 노동운동을 한다고 생각을 해왔지만, 어느새 11월의 노동자대회에 가지 않게 되었다.
우편발송대행업으로 작업장을 꾸린 지 스무해가 되어간다. 큰 노조들이 신문을 만들어 전국으로 배포할 때에는 일이 많았다. 신문 발행이 뜸해지더니 온라인신문으로 대체되었다. 단체들이 내는 기관지나 노동조합이 간혹 보내는 우편물이 지금 일거리의 전부다. 십수명이 탁구대 여러개를 붙여놓고 일하던 작업장에 이제는 4명이 남았다. 북적거리며 모여 있을 적에는 일거리가 많아 활기찼던 만큼, 큰 싸움 작은 싸움 다툼도 많았다. 술은 왜 그렇게들 드시는지. 작업량은 줄어드는데 월급 나누기는 또 얼마나 어려운지.
몇해 전 어느 날 간식봉지를 안고 들른 작업장. 나는 충격을 받았다. 더 이상 밥을 같이 해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구는 밥을 싸 오고 누구는 밖에 나가서 먹고 온다는 것이었다. 기름때 앉은 낡은 가스레인지와 플라스틱 밥그릇이 좋지는 않았다. 그러나 하얀 쌀밥, 장아찌들, 가끔 큰맘 먹고 해내는 ‘닭도리탕’. 거기서 처음 먹어보았고, 그 후로도 못 먹어본 김국. 배 안 고픈데 하고 앉아서는 먹고 또 먹고, 구박받으면서도 왁자하게 웃던, 내 마음에만 담고 있던 이상향의 공동체는 남구로역 6번 출구에서 좌초하였다.
이것은 21세기의 이야기인가. 2017년 12월15일 금요일, 구로역과 남구로역 사이 돼지갈빗집에서 우리는 마주 앉았다. 4명 가운데 3명과 사이가 안 좋은 한분은 나오지 않았다. 소주 세병이 순식간에 비워진다. “수경아 나는 이렇게 세상과 연결돼 있는 게 참 좋아. 더 연락해서 모아볼게, 내년 봄에 꽃구경 가자.”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24415.html#csidx8a517f20868018fbbe31b6f5683e5ef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빈민사목위원회가 발행하는 나눔공동체 제259호(2017년 11월 1일)에 실린 원고입니다.
일하는 사람들의 빈곤 - 시간도둑과 무료노동
전수경 /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공장에서 핸드폰부품을 만들다 메탄올중독으로 시력을 잃은 20대의 청년들에게 가장 부족했던 것은 무엇일까요. 무엇 때문에 앞을 못 보게 된 것인지, 어디서부터 알아보아야 할지 감도 잡을 수 없었습니다. 도움을 받을 네트워크가 없었습니다. 정보의 빈곤, 관계의 빈곤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보의 빈곤, 관계의 빈곤은 일하는 사람들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시간도둑, 교묘하게 배치되어 있는 무료노동의 시간들과 연결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힘들지 않은 직장생활이 없겠지만,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다니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의 삶의 질을 비교해 본다면 휴가의 사용에서 큰 차이를 보일 것입니다. 시간의 사용에서 선택권이 있다는 것은 우리가 삶에서 추구하는, 자유롭고자 하는 욕구를 채울 가능성이 높다는 말입니다.
계약서상 명확히 비정규직인 이들, 계약기간을 정하지 않고 일하는 이들, 알바, 일용, 특수고용, 그리고 작은 가게 사장님들까지 휴식시간, 휴일, 휴가를 원하는 만큼 사용할 수 있는 이들은 거의 없습니다. 대기업, 공기업 다니는 분들은 우리들도 풍족하게 휴가를 사용하는 건 아니라고 말씀하실 테지만, 가장 큰 차이는 계획을 세울 수 있느냐, 나의 시간사용을 내가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모두를 들뜨게 했던 지난 추석연휴 기간에 하청 파견 알바 노동자들은 콜센터에서 카페에서 패스트푸드점에서 평소처럼 일했습니다. 연휴가 다가올 때 했던 것은 여행계획이 아니라 근무스케줄을 짜는 것이었습니다. 나오지 못한 동료의 빈자리를 채우느라 일하는 날과 쉬는 날을 예측할 수 없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시간의 빈곤 또는 시간사용 결정권의 빈곤 상태라 하겠습니다.
시간 빈곤에서 더 깊은 문제는 비정규직, 하청, 알바 노동자들이 시간을 도둑맞고 있다는 것입니다. -도시의 시민들은 쇼핑을 하면서 영화를 보면서 이동을 하면서 온갖 상품광고를 강제적으로 보아야 하기에, 대도시의 삶 자체가 어느 정도는 자본주의에 시간을 자발적으로 헌납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파견, 하청, 알바노동자들이 시간을 도둑맞는 모양새를 보면 일하는 시스템을 참으로 얄궂게 만들어 놓았고, 약삭빠르게도 훔쳐간다는 생각이 들어 ‘깊은 빡침’이 솟구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통근 버스는 출근시간보다 훨씬 일찍 노동자들을 공장 앞에 떨구어 놓고, 퇴근시간에는 정리정돈이라는 이름으로 붙잡아 둡니다. ‘무료노동’을 강제로 제공하게 되는 시간들입니다. 식당 문을 닫으면서 청소하는 시간은 근무시간으로 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출근 시간 정각에 오면 지각 처리를 해버리는 콜센터도 있습니다. 미리 와서 업무준비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시간을 도둑질해 갑니다. 노동시간에 포함시키고 급여에 반영하는 일 같은 건 일어나지 않습니다. 출근시간 전, 퇴근시간 후... 당연한 듯이 미리 오고 늦게 나가도록 일이 짜여 있습니다.
“우리가 계속 양보한 것 같은데 계속 조건이 안 좋아 지는 거예요”
“불면증은 해결 하냐고요? 그냥 사는 거죠, 약을 먹을 여건이 되지 않아요. 병원 찾아갈 시간이 있어야 처방을 받는 거잖아요“
“바쁘고 정치얘기, 사회얘기 할 시간이 전혀 없어요. 문제를 일으키면 문제가 된다는 걸 알기 때문에 문제가 될 만할 꺼리를 만들지 않아요”
사전에 보면 빈곤은 살림이 어려운 것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력의 빈곤, 화제의 빈곤 같은 식으로도 쓰입니다. 시간을 도둑질하는 것은 일하는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듭니다. 의미있는 일을 할 수도 있고, 학습활동을 할 수도 있는 시간들입니다. 아니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나의 시간 사용을 예측할 수 없고, 앞날을 계획할 수 없게 만드는 또 다른 문제는 관리자들이나 사장이 업무의 시간표를 바꾸거나, 규칙을 바꾸는 걸 쉽게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주간 조로 들어온 사람에게 야간조를 제안하기도 하고, 출근 시간을 수시로 바꾸면서 길들이기를 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굴욕감을 느끼고, 불만을 제기할 에너지도 빼앗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서 소개한 따옴표 속의 말들을 읽어보세요.
내 삶의 시간을 예측하고 계획을 세우고 내가 통제하는 시간이 있을 때 사람은 자기 자신과 공동체를 위해서 의미있는 일을 하기도 하고, 역량을 계발할 시간을 짤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어려워질 때 사람은 상대적인 빈곤, 박탈감, 소외감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갖게 되지 않을까요.
17년 11월 5일 방송된 안전대한민국 제로의 약속 "위험한 중독 화학물질 사고" 편에
화학물질 사고의 한 사례로 메탄올이 다뤄졌고 김영신, 박혜영이 출연했습니다.
모두가 보실 수 있도록 메탄올 관련 내용은 캡쳐해서 올립니다^^
* 메탄올 피해 노동자 전정훈씨 인터뷰가 작은책 2017년 11월 호에 실렸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신호등이 안 보였다. 정인열 / <작은책> 기자인터뷰 : 전정훈 토요일 아침, 일어나니 몸이 으슬으슬했다. 눈도 침침했다. 단순한 몸살이라고 생각했다. 어서 출근해야 한다. 남들은 주 5일 근무라고 토요일에 쉰다지만 그에게는 평생 남 얘기였다. 그래도 평소보다 일찍 끝나는 날이니까 몇 시간만 일하고 오면 된다는 생각에 출근을 했다. 점심때가 되자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몸살이 심해졌다. 조퇴를 신청하고 집으로 가기 위해 횡단보도 앞에 섰다. 그런데 신호등이 안 보인다. 색깔도, 형체도. 집에 겨우 도착했다. 그리고 의식을 잃었다. 전정훈 씨. 2016년 1월 16일 토요일, 그렇게 쓰러진 그날 이후로 그는 영영 앞을 볼 수 없게 되었다. 의사는 시신경염 진단을 내렸다. 그리고 시각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휴대폰 문자를 크게 확대하고 눈에 가까이 가져가면 흐릿하게 보인다. 발병 전 그의 시력은 두 눈 모두 1.0이었다. 그는 이제 서른여섯 살이다. "의사가 메탄올 중독이 의심된다고, 회사에 전화해서 물어봤대요. 회사는 사용한 적 없다고 했고요." 그러나 회사의 대답과 달리 원인은 메탄올 중독이었다. 메탄올(또는 메틸알코올)은 증기 흡입 및 섭취, 피부 접촉 등 기준치 이상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실명되거나 뇌손상 및 사망에까지 이르는 독성 물질이다. 전 씨와 담당 의사가 원인을 알게 된 것은 8개월이 지난 뒤였다. 전 씨의 친척이 언론 보도를 보고 직업병이 의심된다며 노동 상담을 권유했다. 알고 보니 그 말고도 비슷한 작업 환경에서 똑같은 증상으로 실명되고 뇌손상을 입은 사람이 다섯 명이나 더 있었다. 모두 20대 청년들이었다. 이미 언론 보도가 여러 번 있었지만 전 씨는 이조차도 몰랐다. "의사가 골든 타임을 놓쳤다고 했어요. 원인을 알았으면 치료방법도 달랐을 거라고...." 그는 인천의 남동공단에 있는 'BK테크'에서 일했다. 삼성, 엘지 스마트폰 부품을 만드는 3차 하청업체였다. 컴퓨터 수치제어 기계(CNC)가 금속을 깎으면 그 부위를 세척하고 열을 식히기 위해 메탄올이 대량 분사됐다. 그는 하루 12시간 7~10대의 CNC를 동시에 작동시켰고 바로 앞에서 작업을 했다. 부품이 다 절삭되면 에어건으로 메탄올을 말렸다. 메탄올이 바닥나면 커다란 드럼통에 담긴 메탄올을 말통에 옮겨 담아 기계에 넣었다. 그리고 그는 넉 달 만에 실명됐다. 전 씨를 포함한 실명 피해자들의 작업 환경은 모두 같았고, 법정 노출 기준의 최소 5.5~10배 이상에 노출됐다. 회사는 그 액체가 메탄올이라는 사실을 알려 주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유해성과 위험성을 알려 줘야 하는데 지키지 않았고 안전교육도 하지 않았다. 송기마스크를 지급해야 하는데 1회용 마스크를 지급했다. 보호 장갑이 아닌 목장갑을 지급했다. 환기구는 없었고 보안경, 보호복, 보호 장화도 지급하지 않았다. 그것이 법 위반인지 전 씨는 알 길이 없었다. 1차 책임자인 사장을 그는 일하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는 파견업체와 근로 계약을 맺은 비정규직이다. 생산직은 파견이 금지된 업무다. 이것이 불법이라는 것을 파견업체와 사장은 말하지 않았다. 그가 불법 파견 비정규직으로 일한 회사는 BK테크가 처음이 아니다. 그는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생산직으로만 일했다. 그동안 8개의 직장을 다녔고, 직접고용 정규직인 경우는 단 한 번이었으며,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하루 12시간 넘게 일을 했고, 토요일에도 일했다. 그는 왜 비정규직과 최저임금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을까? 왜 산재까지 당했을까? 이 모든 것이 그의 잘못이었을까? 그가 살아온 삶을 들어 보면 이유를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의 부모는 그가 중학교 1학년 때 이혼했다. 어머니는 아무 예고 없이 사라졌다. "가장 예민하던 때였어요. 그게 트라우마로 남은 것 같아요. 딱히 별로 되고 싶은 것도 없었어요." 아버지가 그와 남동생을 양육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집안 살림을 했다. 넉넉치 않은 집안 사정에 돈을 버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학교에서 용접과 배관 기술을 배웠지만 막상 그 기술로는 취업할 곳이 없었다. 초보자는 받아 주지 않는 현실 때문이었다. 아버지의 수입만으로는 집안 경제가 빠듯했다. 특별한 기술 없이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곳은 생산직 일자리밖에 없었다. 고교 졸업 후 대우냉장고 압축기를 만드는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군대에 다녀온 후에는 조금 규모가 큰 자동차 부품회사에 들어갔다. 쇠파이프를 밴딩 기계에 넣어서 구부리는 일이었다. 파견 비정규직이었고 3~4년을 근무했지만 회사가 부도나서 그만두어야 했다. 그리고 친구 소개로 선박 엔진 공장에 들어갔다. 엔진을 닦고 페인트를 칠하는 일이었다. 여전히 최저임금이었지만 정규직이었고 4대 보험도 가입됐다. 1~2년 일했지만 회사가 먼 곳으로 이전해서 출퇴근이 불가능했다. 다시 파견업체를 통해 휴대폰 부품 생산업체로 이직했다. 9개월을 일하다 사람 관계가 힘들어 통신 케이블 제조 공장으로 옮겼다. 역시 파견 비정규직이었다. 2013년경에는 화장품 포장업체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후 '대성컴퍼니'라는 파견업체를 통해 핸드폰 염료 공장을 들어갔다. 핸드폰 케이스를 염색통에 넣었다 빼는 작업이었다. 일한 지 7~8개월 즈음 회사는 일이 없다며 잔업부터 없대더니 결국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2015년 가을, 구직 중이던 그에게 대성컴퍼니에서 '괜찮은' 일자리가 나왔다며 연락이 왔다. 그의 시력을 앗아간 'BK테크'였다. 산업재해도 대물림되는 것일까. 그의 아버지 역시 남동공단 노동자였다. 철근 공장에서 일하던 그의 아버진느 10년 전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옷이 절단기에 말려 들어가면서 팔목이 잘렸고 경추도 부러졌다. 그러나 응급조치를 제대로 받지 못해 사고 두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 대에서 산재가 끝날 줄 알았죠. 그게 저한테 올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얼굴도 몰랐던 사장은 그의 동생을 만나 합의를 종용했다."산재보험도 가입이 안 되어 있으니 합의금밖에 없다고, 자기도 피해자라고 했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그는 350만 원에 합의했다. 다행히 이후 노동건강연대를 만나 도움을 받아 산재 승인은 받았다. 피해자들은 사장을 파견법 위반으로 고소했지만 사장은 벌금 100만 원 처벌에 그쳤다. 법정 구속도 없었다. 사장은 아직도 그에게 공식적인 사과와 진심을 담은 사죄도 하지 않았다. 그에게 왜 다른 직업을 알아보거나 직업 훈련을 받지 않았는지 물었다. 그러면 실명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최저임금이 지금처럼 많이 올랐더라면, 뭔가 다른 일을 생각해 볼 수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제가 받은 최저임금으로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어요. 잠자고 나면 출근해야 하니까. 계속 일해야 했으니까." 그렇다면 학교에서 교육을 제대로 했다면 어땠을까. 학교는 어떤 것을 가르쳐 주었고 어떤 것을 가르쳐 주지 않았나. "오로지 실습만 가르쳤어요. 파견업체니, 비정규직이니, 산업재해니 아무 교육이 없었죠." 산업안전보건법도, 산업재해와 체불임금 대처법도, 사회보험 가입 의무도 그에게 가르쳐 주는 사람은 없었다. 정보가 없던 그는 아는 한도 내에서 스스로 판단해야만 했다. 그래서 그의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생산직, 비정규직, 최저임금, 장시간 노동, 사회보험 미가입. 그는 여가 생활도 없이 최선을 다해 일만 하며 살았다. 일요일이 되어서야 밀린 잠을 잤다. 그가 실명 전 마지마으로 영화를 본 게 2004년이다. 시력을 잃은 후 그가 가장 견딜 수 없는 상황은 바로 신호등 앞에서다. "사람들이 저를 쳐다보는 것 같아요. 실제로 쳐다보는지 알 수는 없어요. 그런데 초록불일 때도 제가 그대로 서 있으면 쳐다보겠죠. 그냥 못 본 척했으면 좋겠는데..." 그는 이번이 마지막 인터뷰라고 했다. 인천지법 판견을 보고 언론에 나가 봤자 바뀌는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 제빵사가 되고 싶었어요. 공장 그만두고 나면 제빵 기술을 배우려고 했는데... 이제다 소요없는 일이죠." 이 모든 것이 그의 잘못일까, 한 번 더 되묻게 된다.
* 메탄올 피해 노동자 전정훈씨 인터뷰가 작은책 2017년 11월 호에 실렸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신호등이 안 보였다.
정인열 / <작은책> 기자
인터뷰 : 전정훈
토요일 아침, 일어나니 몸이 으슬으슬했다. 눈도 침침했다. 단순한 몸살이라고 생각했다. 어서 출근해야 한다. 남들은 주 5일 근무라고 토요일에 쉰다지만 그에게는 평생 남 얘기였다. 그래도 평소보다 일찍 끝나는 날이니까 몇 시간만 일하고 오면 된다는 생각에 출근을 했다. 점심때가 되자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몸살이 심해졌다. 조퇴를 신청하고 집으로 가기 위해 횡단보도 앞에 섰다. 그런데 신호등이 안 보인다. 색깔도, 형체도. 집에 겨우 도착했다. 그리고 의식을 잃었다.
전정훈 씨. 2016년 1월 16일 토요일, 그렇게 쓰러진 그날 이후로 그는 영영 앞을 볼 수 없게 되었다. 의사는 시신경염 진단을 내렸다. 그리고 시각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휴대폰 문자를 크게 확대하고 눈에 가까이 가져가면 흐릿하게 보인다. 발병 전 그의 시력은 두 눈 모두 1.0이었다. 그는 이제 서른여섯 살이다.
"의사가 메탄올 중독이 의심된다고, 회사에 전화해서 물어봤대요.
회사는 사용한 적 없다고 했고요."
그러나 회사의 대답과 달리 원인은 메탄올 중독이었다. 메탄올(또는 메틸알코올)은 증기 흡입 및 섭취, 피부 접촉 등 기준치 이상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실명되거나 뇌손상 및 사망에까지 이르는 독성 물질이다.
전 씨와 담당 의사가 원인을 알게 된 것은 8개월이 지난 뒤였다. 전 씨의 친척이 언론 보도를 보고 직업병이 의심된다며 노동 상담을 권유했다. 알고 보니 그 말고도 비슷한 작업 환경에서 똑같은 증상으로 실명되고 뇌손상을 입은 사람이 다섯 명이나 더 있었다. 모두 20대 청년들이었다. 이미 언론 보도가 여러 번 있었지만 전 씨는 이조차도 몰랐다.
"의사가 골든 타임을 놓쳤다고 했어요.
원인을 알았으면 치료방법도 달랐을 거라고...."
그는 인천의 남동공단에 있는 'BK테크'에서 일했다. 삼성, 엘지 스마트폰 부품을 만드는 3차 하청업체였다. 컴퓨터 수치제어 기계(CNC)가 금속을 깎으면 그 부위를 세척하고 열을 식히기 위해 메탄올이 대량 분사됐다. 그는 하루 12시간 7~10대의 CNC를 동시에 작동시켰고 바로 앞에서 작업을 했다. 부품이 다 절삭되면 에어건으로 메탄올을 말렸다. 메탄올이 바닥나면 커다란 드럼통에 담긴 메탄올을 말통에 옮겨 담아 기계에 넣었다. 그리고 그는 넉 달 만에 실명됐다. 전 씨를 포함한 실명 피해자들의 작업 환경은 모두 같았고, 법정 노출 기준의 최소 5.5~10배 이상에 노출됐다. 회사는 그 액체가 메탄올이라는 사실을 알려 주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유해성과 위험성을 알려 줘야 하는데 지키지 않았고 안전교육도 하지 않았다. 송기마스크를 지급해야 하는데 1회용 마스크를 지급했다. 보호 장갑이 아닌 목장갑을 지급했다. 환기구는 없었고 보안경, 보호복, 보호 장화도 지급하지 않았다. 그것이 법 위반인지 전 씨는 알 길이 없었다. 1차 책임자인 사장을 그는 일하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는 파견업체와 근로 계약을 맺은 비정규직이다. 생산직은 파견이 금지된 업무다. 이것이 불법이라는 것을 파견업체와 사장은 말하지 않았다. 그가 불법 파견 비정규직으로 일한 회사는 BK테크가 처음이 아니다. 그는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생산직으로만 일했다. 그동안 8개의 직장을 다녔고, 직접고용 정규직인 경우는 단 한 번이었으며,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하루 12시간 넘게 일을 했고, 토요일에도 일했다.
그는 왜 비정규직과 최저임금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을까? 왜 산재까지 당했을까? 이 모든 것이 그의 잘못이었을까? 그가 살아온 삶을 들어 보면 이유를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의 부모는 그가 중학교 1학년 때 이혼했다. 어머니는 아무 예고 없이 사라졌다.
"가장 예민하던 때였어요. 그게 트라우마로 남은 것 같아요.
딱히 별로 되고 싶은 것도 없었어요."
아버지가 그와 남동생을 양육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집안 살림을 했다. 넉넉치 않은 집안 사정에 돈을 버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학교에서 용접과 배관 기술을 배웠지만 막상 그 기술로는 취업할 곳이 없었다. 초보자는 받아 주지 않는 현실 때문이었다. 아버지의 수입만으로는 집안 경제가 빠듯했다. 특별한 기술 없이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곳은 생산직 일자리밖에 없었다. 고교 졸업 후 대우냉장고 압축기를 만드는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군대에 다녀온 후에는 조금 규모가 큰 자동차 부품회사에 들어갔다. 쇠파이프를 밴딩 기계에 넣어서 구부리는 일이었다. 파견 비정규직이었고 3~4년을 근무했지만 회사가 부도나서 그만두어야 했다. 그리고 친구 소개로 선박 엔진 공장에 들어갔다. 엔진을 닦고 페인트를 칠하는 일이었다. 여전히 최저임금이었지만 정규직이었고 4대 보험도 가입됐다. 1~2년 일했지만 회사가 먼 곳으로 이전해서 출퇴근이 불가능했다. 다시 파견업체를 통해 휴대폰 부품 생산업체로 이직했다. 9개월을 일하다 사람 관계가 힘들어 통신 케이블 제조 공장으로 옮겼다. 역시 파견 비정규직이었다.
2013년경에는 화장품 포장업체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후 '대성컴퍼니'라는 파견업체를 통해 핸드폰 염료 공장을 들어갔다. 핸드폰 케이스를 염색통에 넣었다 빼는 작업이었다. 일한 지 7~8개월 즈음 회사는 일이 없다며 잔업부터 없대더니 결국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2015년 가을, 구직 중이던 그에게 대성컴퍼니에서 '괜찮은' 일자리가 나왔다며 연락이 왔다. 그의 시력을 앗아간 'BK테크'였다.
산업재해도 대물림되는 것일까. 그의 아버지 역시 남동공단 노동자였다. 철근 공장에서 일하던 그의 아버진느 10년 전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옷이 절단기에 말려 들어가면서 팔목이 잘렸고 경추도 부러졌다. 그러나 응급조치를 제대로 받지 못해 사고 두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 대에서 산재가 끝날 줄 알았죠.
그게 저한테 올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얼굴도 몰랐던 사장은 그의 동생을 만나 합의를 종용했다.
"산재보험도 가입이 안 되어 있으니 합의금밖에 없다고,
자기도 피해자라고 했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그는 350만 원에 합의했다. 다행히 이후 노동건강연대를 만나 도움을 받아 산재 승인은 받았다. 피해자들은 사장을 파견법 위반으로 고소했지만 사장은 벌금 100만 원 처벌에 그쳤다. 법정 구속도 없었다. 사장은 아직도 그에게 공식적인 사과와 진심을 담은 사죄도 하지 않았다.
그에게 왜 다른 직업을 알아보거나 직업 훈련을 받지 않았는지 물었다. 그러면 실명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최저임금이 지금처럼 많이 올랐더라면,
뭔가 다른 일을 생각해 볼 수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제가 받은 최저임금으로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어요.
잠자고 나면 출근해야 하니까. 계속 일해야 했으니까."
그렇다면 학교에서 교육을 제대로 했다면 어땠을까. 학교는 어떤 것을 가르쳐 주었고 어떤 것을 가르쳐 주지 않았나.
"오로지 실습만 가르쳤어요.
파견업체니, 비정규직이니, 산업재해니 아무 교육이 없었죠."
산업안전보건법도, 산업재해와 체불임금 대처법도, 사회보험 가입 의무도 그에게 가르쳐 주는 사람은 없었다. 정보가 없던 그는 아는 한도 내에서 스스로 판단해야만 했다. 그래서 그의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생산직, 비정규직, 최저임금, 장시간 노동, 사회보험 미가입. 그는 여가 생활도 없이 최선을 다해 일만 하며 살았다. 일요일이 되어서야 밀린 잠을 잤다. 그가 실명 전 마지마으로 영화를 본 게 2004년이다.
시력을 잃은 후 그가 가장 견딜 수 없는 상황은 바로 신호등 앞에서다.
"사람들이 저를 쳐다보는 것 같아요.
실제로 쳐다보는지 알 수는 없어요.
그런데 초록불일 때도 제가 그대로 서 있으면 쳐다보겠죠.
그냥 못 본 척했으면 좋겠는데..."
그는 이번이 마지막 인터뷰라고 했다. 인천지법 판견을 보고 언론에 나가 봤자 바뀌는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 제빵사가 되고 싶었어요.
공장 그만두고 나면 제빵 기술을 배우려고 했는데...
이제다 소요없는 일이죠."
이 모든 것이 그의 잘못일까, 한 번 더 되묻게 된다.
메탄올 실명노동자가 겪은, 재활 필요한 재활정책
노동건강연대는 지난여름 메탄올 중독으로 시력을 잃은 6명 노동자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다음 스토리펀딩’을 진행한 바 있다. 천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6명의 재활을 위해 1700만원이 넘는 돈을 모금했다. 이런 호응은 많은 시민들이 스마트폰 부품 공장 파견노동자로 근무하다 메탄올 중독으로 시력을 상실한 청년 6명의 새로운 삶을 응원한 덕이다.
시민들의 격려에 힘입어 메탄올 피해자들은 시각 상실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현재의 처지에서 가장 적절한 삶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를 위해 필수적인 것은 재활과 각종 보조기기이다. 산업재해에 대한 보상과 재활을 담당하는 근로복지공단은 이러한 역할을 책임지는 국가기관이다. 2015년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제4차 산재보험 재활사업 중기발전계획에 따르면, 2017년까지 산재보험 재활사업의 최우선 추진 전략은 재활서비스 제공체계의 최적화를 통한 맞춤형 재활서비스 제공 확대였다. 이는 개별 산재노동자에게 보다 알맞은 재활을 제공함으로써 산재노동자의 사회 적응과 직업 복귀를 돕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계획의 실현을 위해 올해 8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편성했다. 그렇다면 계획은 잘 실천되고 있을까? 메탄올 피해자들의 사례는 산재보험 재활사업의 내실 없음을 잘 드러내준다. 산재노동자에게 신청에 앞서 적합한 재활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은 현실에서 고작 산재노동자에게 안내통지문 한 장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당사자들은 안내통지문 이외에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 또 재활전문가 확대를 통해 산재노동자 재활의 전문성을 증대하겠다는 계획은 시각장애가 산재사고에서 드물기에 특별한 조치를 취할 것이 없다는 답변 앞에 무력했다. 더 심각한 점은 메탄올 피해자처럼 재활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 대한 새로운 조치나 계획이 내년에도 준비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역사회에 있는 사회복지 시스템과의 연계 역시 전무했다. 공단이 모든 서비스를 갖추지 못했다면 그 대안은 사회복지 시스템과의 연계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단은 재활에 관해 문의하자 시각장애인복지관 연락처를 알려주는 것으로 그 역할을 끝마쳤다. 메탄올 피해자가 필요한 재활을 제공받기 위해서는 본인이 직접 알아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사회복지 시스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시각장애로 이동이 어려운 당사자들이 그것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언론에 많이 알려진 산재사건에 대한 정부의 이와 같은 무관심은 일반적인 산재노동자에 대한 재활정보 제공이 얼마나 형편없을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산업재해의 예방과 보상 그리고 재해노동자의 재활 제공은 국가의 의무이다. 국가의 관리 소홀이라는 직무유기로 발생한 시각 상실에 대해 드물고 예외적이라는 이유로 특별한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핑계는 국가의 역할에 대한 방기일 뿐이다.
내년 제5차 산재보험 재활사업 중기발전계획이 발표된다. 올해 촛불집회로 새 정부가 들어섰다. 국민들은 새 정부가 적폐청산을 시작으로 보다 좋은 세상을 만들기를 기대하고 있다. 산재보험의 재활사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메탄올 피해자 사례는 산재보험 재활사업에 보완할 과제가 산적해 있음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정부는 메탄올 피해자 사례를 바탕으로 제5차 산재보험 재활사업 중기발전계획에서 보다 개선된 산재보험 재활사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14292.html#csidx141778c2de2a86d85916c0280f17cc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