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생명, 안전, 사회공공성 전체를 무너뜨릴 ‘규제프리존 특별법’ 폐기하라
- 국회는 민영화·규제완화를 거부하는 민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태를 중단하라. -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은 공약을 어기는 여야합의 시도를 중단하라.
어제(24일) 여야 3당 대표가 ‘지역전략산업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규제프리존 특별법)을 상임위에서 논의해 처리하겠다고 잠정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안은 지난 3월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이 대표발의한 것으로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 법을 19대 국회 남은 기간에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그러나 이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보건의료 뿐 아니라 사회적 공공성 전체를 파괴하고, 기업에는 규제완화와 각종 특혜를 제공하는 법안으로, 내용이 매우 심각하며 사회적 논의도 전혀 되어있지 않은 법안이다. 이 법안의 내용은 한편으로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보다 더 구체적이고 심각한 규제완화를 담고 있다.총선을 통해 국민들이 박근혜 정부의 민영화와 규제완화에 냉혹한 심판을 했음에도 전혀 정신을 차리지 못한 정부여당과, 민의를 전혀 해석하지 못하는 무능한 야당들에 대해 우리는 분노와 실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19대 국회는 이 법안을 통과시켜서는 안 되며 당장 폐기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 법안 통과에 조금치도 협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거듭 경고한다.
첫째,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사실상 모든 공공적 규제를 없애버리는 심각한 규제완화 법안이다.이 법은 시·도지사가 신청만 하면 기재부장관 허가를 통해 규제프리존을 지정하도록 한다. 규제프리존에서는 다른 법령에서 명시적으로 제한하는 것을 제외한, 또는 규정이 없거나 불명확한 모든 사업을 허용하며, 규제의 경우엔 법령에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허용토록 하고 있다. 지난 2월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일단 모두 물에 빠트려놓고 꼭 살려내야만 할 규제만 살려두도록” 해야 한다는 끔찍한 발언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규제프리존에서 규제완화되는 산업 및 항목은 제한되지 않고 사실상 시·도지사와 기재부가 신청 및 승인한 것 전부가 해당될 수 있다.
규제프리존 사업을 총괄할 특별위원회는 기재부에 설치되고 그 위원장은 기재부장관이 맡게 되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처럼 모든 생명, 안전, 사회공공성 전체가 경제산업논리의 발밑에 놓이게 된다. 이 위원회는 규제프리존의 기본방향, 육성계획, 규제개선 등 모든 것을 결정하며, 기재부장관이 위원회의 평가결과에 따라 시·도지사에게 개선조치를 요구하면 시·도지사는 이에 따라야 한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체계를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다. 또한 지역에 한정된 규제완화라고 하지만, 정부 관계자가 밝혔듯 "서비스발전기본법·관광진흥법 등 '경제 활성화법'의 주요 내용을 지역 단위에서 먼저 추진해 성공 케이스를 만들어 전국으로 확산시“키려는 계획이다. 즉 전국적 확산의 토대이자, 이 자체로 이미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 허용하므로 전국적 적용이라 할 수 있다.
둘째, 규제프리존에 제공하는 규제 특례의 내용은 생명과 건강에 치명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규제프리존에는 시·도지사가 신청한 지역전략산업에 대한 규제완화 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규제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다. 게다가 이 규제프리존 특별법에 적용되는 규제 특례는 다른 법령보다 우선적용된다.그 내용은 수많은 공공적 규제를 포함하지만 보건의료 분야만 언급해도 먼저 의료법을 무시하며 병원 부대사업을 시·도 조례로 대폭 확대할 수 있게 한다. 병원 부대사업 확대와 영리자회사 허용은 2년 전 국민 200여만명이 반대한 의료민영화다. 병원이 영리사업을 무제한 늘리게 하는 것은 병원을 상업화시키고 국민 의료비를 폭등시킬 조처다.의료기기법을 무시하고 허가·인증받지 않은 의료기기를 제조·수입하고 환자에게 사용하게 하는 것도 매우 위험하다. 몇몇 조건을 달고 있지만 뜻이 모호하고 대통령령으로 위임하고 있어 안전장치라 보기 어렵다. 이 법의 목적 자체가 ‘경제성장’이라는 산업의 이윤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국민의 안전을 목적으로 한 규제완화가 결코 아니다. 미용업자가 의료기기법 상 의료기기를 사용하게 하는 것도 안전을 위협할 수 있고 상업적 결과만을 낳을 것이다.또한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활용하거나 제 3자에게 제공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은 의료정보에 적용되면 매우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 그 밖에 국유재산법 등을 무시하고 국유·공유재산을 대부 또는 매각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은 공공병원을 민간에 매각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다.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지역 서민들의 의견은 무시한 채 철저히 기업들의 이해만을 반영한 것이다. 전경련은 작년 12월 “서비스특구 지정을 통한 규제청정지역 제안”을 통해 규제프리존 설치를 압박하며 원격의료 허용, 의료법인간 합병절차 마련, ‘법인약국 허용 등 의료영리화의 핵심 내용을 직접적으로 요구했다. 그러자 10일도 지나지 않아 정부는 “규제프리존 도입을 통한 지역경제 발전방안” 구상안을 내놓았다. 전경련이 제안한 대로 공공성이 큰 “의료·교육 등 주요 규제개선 과제”를 일단 “지역단위의 규제특례를 통해” 민영화‧영리화 해주겠다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은 지역개발 운운하나 실제 국민들에게는 혜택은커녕 규제완화로 삶이 위협받고 오히려 국민의 돈이 기업을 위해 투여된다. 대표적으로 임상시험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지금처럼 기업이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에게 돈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건강보험이 기업에 돈을 지급하는 내용이 정부 계획에 담겨 있다. 17조원이나 남은 건강보험 흑자를 서민들을 위해 보장성 확보에 쓰기는커녕 기업들의 이윤을 위해 쓰려는 것이다. 또한 규제프리존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에게는 각종 세제 혜택은 물론 국가로부터 재정·금융·인력 등이 집중 지원된다.
정부여당은 의석수가 줄어든 20대 국회로 넘길 경우 통과가 쉽지 않을 거란 판단에서인지 19대 임시국회 통과를 재촉하고 있다. 그런데 매우 우려스럽게도 야당이 이에 동조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당 김관영, 김동철, 장병완 의원이 이 법의 공동발의자로 참여했고 이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 법을 잠정 합의한 것을 보면 두 야당이 이 법안의 내용을 모르거나 아니면 민의를 벌써 배반하기로 한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20대 총선의 결과는 기업의 이윤논리에 매몰되어 국민의 노동조건, 생명·안전에 대한 권리, 건강권을 침몰시킨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심판이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정당이라면 심판받은 정책을 앞장서 추진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뜻을 받들어 이 법의 실체를 정확히 직시하고 합의가 아닌 폐기에 노력을 다해야 한다. (끝)
이화의료원은 노조파괴공작을 중단하고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하라.
- ‘여성전문병원’을 표방하려면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부터 개선하라 -
이화의료원(통칭 이화여자대학교병원, 이대병원) 노동자들이 9월 5일부터 파업에 돌입하였다. 이화의료원은 2008년 동대문 병원을 폐업하고 이대 목동병원으로 통폐합하면서 동대문병원 출신 노동자들에게22퍼센트의 임금삭감을 강요했던 병원이다. 이 때문에 이화의료원 노동자들의 임금은 전국 사립대병원 중 최저이다. 또한 통폐합을 핑계로 인력충원도 전혀 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대병원 노동자들의 임금인상과 인력충원이라는 요구는 정당하며 또한 정상적 진료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일 뿐이다. 그러나 병원당국은 합리적인 해결을 모색하기는커녕, 노조와의 교섭방기, 노조파괴 추진 등 상식밖의 대응을 보이고 있다. 이제 3주를 넘어 이대병원 노동자들의 파업이 장기화되어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우리는 이화의료원 당국이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수용할 것을 촉구하며, 이화의료원 노동자들의 파업에 지지를 보낸다.
첫째, 병원은 사람을 살리는 곳이 되어야 한다.
최근 서울의 대학병원들의 병동 간호사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3년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학에서의 학업시간 보다도 근속연수가 낮은 것은 물론 OECD 1위의 간호인력당 환자수와 야간 및 장시간 노동 등으로 대표되는 노동시간과 노동강도 때문이다. 이대병원은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인력충원 없이 업무량을 더 늘려왔고 의료기사 직종은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을 채용해왔다. 결국 이화의료원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건강은 신체적·정신적으로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직원들이 건강하지 못한 병원은 사람을 살리고, 치료하는 올바른 병원이 될 수 없다.
둘째, 이화의료원은 비민주적이고 비상식적인 노조파괴 기도를 중단하여야 한다.
우리는 이명박정부 들어 파업을 빌미로 노조파괴와 대량해고가 자행되는 사태를 여러차례 목격해왔다. 또한 쌍용자동차로 대표되는 것처럼 파업 노동자들뿐 아니라 그 가족들까지도 정신적 공황과 자살로 몰리는 상황을 목도했다. 이대병원은 이번 파업에 대응을 하면서 노조파괴로 악명이 높은 창조콘설팅과 전문용역계약을 맺었다.
창조콘설팅은 잘 알려져있다시피 지난 7년간 SJM, 영남대병원 등 14개의 노조파괴공작에 관여했으며 노조파괴 성공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받았다고 한다. 이화의료원은 병원노동자들의 식사개선 등의 처우에는 단 돈 몇원도 아끼려는 반면, 노조파괴를 위해서는 거액을 쓰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외면하고, 이들을 장기파업으로 나서게 하고, 노조파괴를 추진하는 이화의료원 당국의 행위는 노동자의 기본적인 노동3권을 침해하는 비민주적이고 비상식적인 행위일 뿐이다.
셋째. 이화의료원은 돈벌이가 아닌 의료의 가치를 회복하여야 한다.
이화의료원은 지하철 등에 많은 돈을 들인 광고를 통해 ‘여성전문병원’이라는 광고를 개제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병원내 여성노동자를 위해서는 다른 병원에는 다 있는 보육시설이나 보육수당 조차 없다. 직원식당은 식사의 질이 너무 낮아 간호사들이 차라리 컵라면을 먹는다고 한다. 이것이 이화의료원이 말하는 ‘여성전문병원’이란 말인가? 또한 이화의료원은 임금이 낮을 뿐만 아니라 퇴직금제도에 있어서도 기타 사학연금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사립대학교 병원들과 달리 일반기업의 체계를 따르고 있다.
이 모든 문제들은 병원이 마치 노동자들을 쥐어짜서 돈만 더 벌면 된다는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화의료원이 엄연한 ‘비영리’법인이며 공익성을 추구해야할 의무가 있음을 망각한 행위이다. 병원이미지 제고를 위해 수억원대의 광고는 선뜻하면서도 병원노동자들의 일반적인 처우개선은 외면하는 행위는 의료에서는 질의 저하로 드러난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양질의 의료는 양질의 의료인력에서 나온다. 병원 노동자에게 존엄하고 정당한 대우를 해줄때에만 양질의 의료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대병원은 명심해야 한다.
이화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의 한 학기 등록금은 약 1,060만원으로 사립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화의료원은 이 학생들이 의사가 되기 전에 실습을 하는 교육병원이다. 이화여대 의학전문대학원과 이화의료원은 학생들에게는 유례없는 등록금 폭탄을, 병원노동자들에게는 최하위 임금을 주고 있다는 오명을 이제는 벗어버려야 하지 않을까?
이화의료원은 교육병원으로서도 자신의 공익성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앞으로 높은 수준의 윤리의식을 갖춘 의료인이 되어야 할 학생들이 ‘노조파괴’ ‘저질식사’ ‘보육시설도 없는 여성병원’ ‘최저임금과 높은 노동강도’등을 목도하고 무엇을 배울 것인가?
오늘 우리는 이화의료원의 문제를 한국의 의료문제의 집약점, 노동문제의 집대성으로 본다. 우리 보건의료인들은 이화의료원의 파업에 연대의 지지를 보낸다. 이화의료원 노동자들의 파업은 정당하다. 이화의료원은 당장 노조파괴공작을 중단하고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하여야 한다.
2012.9.25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