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포시의회 토론회
스즈키아키라,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2개월 사이에 삼호중공업 2명을 포함해 4명이나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 목포에서 2월 29일 토론회가 열렸다.
<조선업 중대재해 대택 마련을 위한 토론회, 스즈키아키라>
“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위한 서남지역 대책위”와 “목포시의회 ‘새로운 사회를 여는 의원포럼’”이 함께하는 토론회에는 전국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 전남서남지역지회 간부들이 모였다. 그리고 목포시의원으로 통합진보당 의원도 4명이 자리를 같이 했다.
기조 발제에 나선 유성규 노동건강연대 편집위원장이 “사업주 책임 강화를 위한 ‘(가칭) 기업살인처벌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 1시간 가량 발표를 했다. 노조 간부의 각성과 시의회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하루에 6명 노동자가 죽어가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기업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지정토론자로 장문규 금속노조 전남서남지역지회장이 “현장에서 바라본 조선업종(대불공단) 노동안전”을 통해 현장 실태를 보고했다. 하청노동자는 산재를 당해도 ‘산재 신청하면 더 이상 일을 주지 않다’는 압력 하에서 건강보험으로 치료하고 심지어 완치까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밝혔다. 또 다른 토론자로서는 광주지방고용노동청 목포지청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출석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아쉬운 점이었다.
질의 응답, 토론은 비교적 활발했다. 처음 듣는 “기업살인법”이라는 것에 대한 관심과 지역에서, 시의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뭔지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유성규 편집위원장은 임금체불기업에 대한 기업명 공개가 제도화되어 있는 사례를 들어 살인기업 명단 공개나 공공 공사에서 평가제 도입을 시사했다.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정송강 수석부지부장은 노동계와 목포시 등 기관, 그리고 업계가 함께 논의하는 구조를 만들어 지역사회로서 대응하자고 제안했다.
<현대중공업 정문에서 바라본 조선소의 모습, 스즈키 아키라>
이 토론회는 목포KBS 9시 뉴스에서 보고가 되었다.http://mokpo.kbs.co.kr/news/news_01_01_view.html?no=3066301
<첨부>
사업주 책임 강화를 위한 ‘(가칭)기업살인법’ 제정의 필요성
유 성 규 (노동건강연대)
1. 들어가며
노동부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11년 한 해에만 93,292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를 당하였고, 2,114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하였다.1) 256명의 노동자가 매일 산업재해를 당하고, 6명의 노동자가 매일 사망한 꼴이다.2) 위 공식 통계는 근로복지공단 등에 산업재해로 보고된 수치를 토대로 작성되었다. 따라서 자동차 사고로 처리되거나 공상 처리된 산업재해의 수치가 이에 포함될 경우, 실제 산업재해 및 사망자수는 훨씬 증가할 것이다.
노동자들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마련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존재하고, 전국의 각 고용노동지청에 산업안전감독관들이 배치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많은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를 당하고, 죽음에 이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본 토론회에서는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이 산업재해 예방 법제로서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 ‘(가칭)기업살인처벌법’의 입법 필요성을 검토해 보고자 한다.
2. 2011년 산업재해 사망 실태
노동부가 2012년 2월에 발표한 산업재해 발생 현황에 따르면, 2011년 산업재해 사망만인률3)은 1.47(업무상 사고 사망만인률 9.6)이었다. 2010년 OECD 주요 국가의 사망만인률(업무상 사고)은 미국 3.8,일본 2.3,독일 2.0,영국 0.7이었다. 이 처럼, 우리나라의 사망만인율은 다른 국가들에 비하여 월등히 높았으며, 영국에 비해서는 무려 14배 높았다.4) (표1 참조)
<표1> 2011년 산업재해 발생 현황
구 분
2011년
2010년
ㅇ 사업장수(개소)
1,738,196
1,608,361
ㅇ 근로자수(명)
14,362,372
14,198,748
ㅇ 재해자수(명)
93,292
98,645
- 업무상사고 재해자수
86,045
90,842
- 업무상질병 재해자수
7,247
7,803
ㅇ 재해율(%)
0.65
0.69
ㅇ 사망자수
2,114
2,200
- 업무상사고 사망자수
1,383
- 업무상질병 사망자수
731
817
ㅇ 사망만인율
1.47
1.55
- 업무상사고 사망만인율
0.96
0.97
- 업무상질병 사망만인율
0.51
0.58
출처: 2011년 산업재해 발생 현황 (고용노동부, 2012)
산업재해(업무상 사고 및 업무상 질병)로 인한 사망자 수를 업종별로 분류해 보면, (그림1 참조) 건설업이 577명, 제조업 387명으로서, 두 업종에서 발생한 사망자가 전체 사망자의 69.7%를 차지하였다.
<그림1> 업종별 산업재해 사망자수
업무상 사고(업무상 질병 제외)로 인한 사망자 수를 사망 유형별로 분류해 보면, (그림2 참조) 추락이 452명으로 가장 높았고, 기타(313명), 교통사고(239명), 협착(129명), 전도(104명), 낙하(86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그림2> 업무상 사망의 유형
3. 산업재해에 대한 처벌 실태
그렇다면,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체계 하에서 중대재해와 사망을 야기한 사업체와 사업주에 대한 처벌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표2>에서 볼 수 있듯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업장의 대부분이 시정 및 경고에 그쳤고, 과태료나 사법 처리되는 비율도 극히 미미하였다. 더욱 심각한 문제점은 ‘안전 보건 지도 감독’의 사업체 수가 매년 감소하였다는 점이다. 2007년 5만 여건에 이르던 지도감독은 2009년에 이르러 17,000여건으로 급감하였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국정 기조가 산업안전보건 분야에도 반영된 결과라고 판단된다.
<표2> 2007년-2009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법 처리 현황
2007년
2008년
2009년
(8월까지)
구속사건
안전보건 지도감독 시행 사업장
50,713
33,872
17,260
3년간
총 5건
법 위반 사업장
45,299
(89%)
32,391
(93%)
16,000
행정처분
95% (시정 및 경고 82%, 과태료처분 3.7%)
사법처리
5%
출처: 정해명, 간접고용․하청구조에서 사망사고에 대한 법적 처벌결과 고찰, 2011
사망사건의 경우에도 그 처벌 수위는 매우 미약하였다. 2011년 법원에서 판결된 사망사건의 형량을 살펴보면, 노동자 3명이 사망한 사건에 있어서도 실형이나 집행 유예가 아닌 벌금형이 선고되었다.(표3 참조)
<표3> 2011년 주요 사망사건 판결 현황
사건번호
피해규모
판결결과
비고
광주지법 나주지원
2011고정248
건설현장
1명 사망
하청 대표자 벌금150만
원청 건축부장 벌금250만
창원지법2011노756
1명사망
하청 현장소장 벌금300만
하청회사 벌금300만
원청 현장소장 무죄
원청회사 무죄
울산지법2011고단2571
하청 사업주 벌금300만
원청 사업주 벌금300만
인천지법2011고단2202
하청사업주, 원청 현장소장, 원청회사 각 벌금 1000만
업무상 과실치사
포함
인천지법2011고정578
하청 현장소장, 하청회사, 원청 현장소장 각 벌금 300만
업무상 과실치사 포함
수원지법 2011노4417
중대재해
하청 사업주 벌금500만
하청회사 벌금700만
창원지법 통영지원
2011고단391
3명 사망, 1명부상
원청자대표 - 벌금700만-산안 23조, 29조
원청- 벌금500만 -산안 29조
원청 공무부장 - 벌금300만
원청 안전관리팀장 - 벌금300만
하청 대표 - 벌금700만
하청- 벌금500만
우리나라에서 산재사망사고에 대한 처벌의 실태를 구체적으로 보여준 사례는 2008년 1월 노동자 40명이 사망한 이천 냉동창고 화재사건이다. 수원지법은 당시에 시공사 대표에게 벌금형을 내렸고, 현장소장, 방화관리자 등 관리자들에게도 집행유예를 선고하였다.5) 노동자 40명이 불에 타 죽은 사건에 있어서조차, 단 한명에게도 실형을 선고하지 않은 것이다.
4.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처벌 규정
그렇다면,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규정이 어떠하기에, 이와 같은 솜방망이 처벌이 이루어지는 것일까? 예상과는 달리,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가 준수해야할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사업주의 제반 의무 및 조치 사항들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제23조(안전조치) ① 사업주는 사업을 할 때 다음 각 호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1. 기계·기구, 그 밖의 설비에 의한 위험
2. 폭발성, 발화성 및 인화성 물질 등에 의한 위험
3. 전기, 열, 그 밖의 에너지에 의한 위험
② 사업주는 굴착, 채석, 하역, 벌목, 운송, 조작, 운반, 해체, 중량물 취급, 그 밖의 작업을 할 때 불량한 작업방법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③ 사업주는 작업 중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 토사·구축물 등이 붕괴할 우려가 있는 장소,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이 있는 장소, 그 밖에 작업 시 천재지변으로 인한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장소에는 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④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 따라 사업주가 하여야 할 안전상의 조치 사항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한다. <개정 2010.6.4>[전문개정 2009.2.6]
제24조(보건조치) ① 사업주는 사업을 할 때 다음 각 호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1. 원재료·가스·증기·분진·흄(fume)·미스트(mist)·산소결핍·병원체 등에 의한 건강장해
2. 방사선·유해광선·고온·저온·초음파·소음·진동·이상기압 등에 의한 건강장해
3.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기체·액체 또는 찌꺼기 등에 의한 건강장해
4. 계측감시(計測監視), 컴퓨터 단말기 조작, 정밀공작 등의 작업에 의한 건강장해
5. 단순반복작업 또는 인체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작업에 의한 건강장해
6. 환기·채광·조명·보온·방습·청결 등의 적정기준을 유지하지 아니하여 발생하는 건강장해
② 제1항에 따라 사업주가 하여야 할 보건상의 조치 사항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한다. <개정 2010.6.4>[전문개정 2009.2.6]
사업주의 법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살펴보면,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위반 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 질 수 있다. 또한 사업주가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위반하여 사망 사건이 발생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제66조의2(벌칙) 제23조제1항부터 제3항까지 또는 제24조제1항을 위반하여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67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23조제1항부터 제3항까지, 제24조제1항, 제26조제1항, 제28조제1항, 제33조제1항, 제37조제1항, 제38조제1항, 제38조의4제1항 또는 제52조제2항을 위반한 자
2. 제38조제5항, 제48조제4항 또는 제51조제7항에 따른 명령을 위반한 자
이 밖에도,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법위반 행위를 한 경우에는 행위자와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양벌 규정을 두고 있다.
제71조(양벌규정)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66조의2, 제67조, 제67조의2 또는 제68조부터 제70조까지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科)한다.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5. 산업안전보건법 처벌 규정의 적용상 문제점
이와 같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처벌 규정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음에도, 현실에서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제도적 측면, 법리적 측면, 절차적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가. 제도적 측면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그 입법 취지상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에서 제정되었다.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전적 예방 조치에 대한 계도도 중요하지만, 이를 위반한 경우나 그 결과로 발생된 산재사고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을 산재사고나 사망사고를 야기한 사업주를 강력하게 처벌하기 위한 법규범이 아닌, 사업주에 대한 계도를 위한 법규범으로만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더욱이, 현 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각종 규제 완화의 물결 속에서 이와 같은 경향은 더욱 노골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나. 법리적 측면
현재 산재사고 및 사망사건에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와 형법상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동시에 적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소권을 지닌 검찰은 그 처벌에 있어서 형사상 ‘행위자 책임의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행위자 책임의 원칙’에 입각할 때, 사망사고를 야기한 사업체의 대표나 임원에게 ‘직접적인 책임’이 아닌 ‘간접적인 책임’만 존재하는 경우,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행위자 책임의 원칙’에 입각할 때, 사업체 또는 법인이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적용에 있어서 행위의 주체로 규정되기도 어렵다.
다. 절차적 측면
현재 산재사고 및 사망사고에 대한 기소권은 검찰이 독점하고 있다. 노동부는 그 사고 경위에 대한 수사와 수사 결과를 토대로 한 의견만을 밝힐 수 있을 뿐이다. 검찰이 노동사건에 대한 전담 수사 인력과 전문적인 수사 능력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특히 산재사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경험은 노동부와 비교하더라도 훨씬 떨어진다. 결국, 현재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의 한계 역시 산업안전보건법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원인이라고 판단된다.
6. 외국의 입법 사례 검토6)
과거 영국에서도 산재사망사고는 기업에 의한 살인이라는 인식하에, 그 처벌을 강화하는 새로운 형사 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는 산재사망사고를 단순 과실치사로 보지 않고 살인죄를 적용하여 사업주 및 경영층을 처벌함으로써, 사업주의 책임의식을 강화해야 한다는 문제제기였다. 이를 위해,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는 새로운 법률의 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였고, 그 결과로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Corporate Manslaughter and Corporate Homicide Act)이 제정되어 2008년 4월 6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영국에서 위법 행위의 대상이 되는 법률의 적용 대상은 기업과 정부기관이다. 그 직접적인 적용의 대상은 그 기관들의 해당 조직이며,(법 제1조 제4항 c) 해당 조직의 중대위반행위가 발생한 경우에 직접적으로 적용된다.(법 제1조 제4항 b) 해당 조직의 직접적인 법률적용 대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조직의 최고경영층7)에 해당하는 역할을 하는 자가 직접적인 법률 적용의 대상자가 된다.(법 제1조 제4항 c)
이 법을 심각하게 위반하였을 경우 벌금의 상한선은 없다. 의회 지침에 의하면, 벌금의 금액은 기업의 1년 총 매출액의 5%에서 시작하고 대략 2.5% ~ 10% 범위에서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고의 원인이 악의적인 경우에는 10% 이상이 부과될 수도 있다. 벌금 이외에, 법원이 범죄 사실을 지역 또는 국가의 언론에 광고하게 함으로써 다른 기업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공표제도”도 활용되고 있다.
영국의 사례를 검토할 때, 우리나라에서도 기존 산업안전보건법과 별개로 산재사망사고를 야기한 기업이나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제하기 위한 ‘(가칭)기업살인처벌법’의 도입이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영미법계에 속하는 영국과 대륙법계에 속하는 우리나라의 법 제도가 상이함을 고려할 때, 그 입법 과정에서 보다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실제로, 영미법계의 국가에서의 산업안전보건 위반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은 사회적 비난 가능성에 따라 처벌이 가능한 구조이므로 강력한 벌금형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대륙법계의 국가에서는 고의나 과실의 판단을 법 규정에서 규정하고, 그 위반의 정도에 따라 벌금형이 결정된다.
7. (가칭) 기업살인처벌법 제정의 필요성
앞선 논의들을 정리하면,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들에 비하여 매우 많은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있다. 그러나 그 처벌 수준은 벌금형에 그치는 등 매우 미약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하에서는 강력한 처벌을 강제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산업안전보건법이 존재하지만, 이와는 별도로 산재사망사고를 단속하기 위한 ‘(가칭)기업살인처벌법’의 입법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 입법화 과정에서 고민되어야 할 지점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 내용적 측면
(가칭) 기업살인처벌법 제정의 필요성은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처벌 규정이 약하기 때문에 제기되는 것이 아니다. 즉 법률상 처벌 규정이 강화된다고 하여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산재사망사고를 야기한 기업이나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실제로 강제될 수 있는 방안, 실질적으로 기업에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처벌의 유형이 고려되어야 한다. 실례로, 사업주가 준수해야할 의무 사항을 구체화하고 산재사망사고 발생시 의무 준수 여부에 대한 입증 책임을 사업주에게 부과하는 방안, 산재사망사고에 대한 벌금형이나 징역형의 하한선을 정하고 영국처럼 그 상한선을 없애는 방안, 산재사망사고를 야기한 기업의 정보를 언론에 공시함으로써 기업에게 실질적인 압력을 행사하는 방안 등이 고려될 수 있다.
나. 입법 방식의 측면
(가칭) 기업살인처벌법의 목적은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산재사망사고에 대한 실효성 있는 처벌을 강제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입법의 방식에는 특별법의 제정뿐만 아니라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의 개정까지 함께 고려될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을 보강하여 실효성 있는 처벌이 강제될 수 있다면 그 입법적 필요성은 충족되는 것이다. 만약 특별법으로 제정된다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관한법률,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환경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과 같은 유형의 법률이 고려될 수 있다. 이 경우,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법이 제정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특별법의 제정 과정에서는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상죄보다 가중 처벌해야 하는 행위 유형이 세분화, 구체화될 필요성이 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이 산재사망사고의 예방 법제가 되지 못하는 원인에는 노동사건의 기소권을 보유한 검찰과 수사권을 행사하는 노동부의 한계 내지 문제점도 있다. (가칭) 기업살인처벌법이 제정되더라도 이와 같은 한계 내지 문제점이 함께 고려되지 않는다면, 법 제정에 따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따라서 (가칭) 기업살인처벌법 제정과 더불어, 검찰의 기소재량권을 합리적으로 제한하고 노동부의 수사권을 실질적으로 보강할 수 있는 방안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실례로, 산재사망사고에 대한 재판에 국민참여재판제도를 도입하는 방안,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전반적인 수사 및 조사 권한을 행사하는 ‘(가칭)산업안전보건청’의 설립 방안 등이 고려될 수 있다.
참고문헌
고용노동부, 2011년 산업재해 발생 현황, 2012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세계각국의 산업안전보건법 형사처벌 제도와 처벌 사례 연구, 2009
강문대, 형사처벌의 이론적 검토와 효과에 대한 검토, 노동건강연대 정책토론회 자료집, 2004
강문대, 산업안전보건범죄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특별법 제정 및 호주 ‘기업살인법’의 도입 가능성 모색, 계간 노동과 건강, 2003
정해명, 간접고용․하청구조에서 사망사고에 대한 법적 처벌결과 고찰, 노동건강연대 정책토론회 자료집, 2011
1) 2011년 산업재해 발생 현황 (고용노동부, 2012)
2) 2011.12.22.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 말까지 관내 전체 재해자 수는 3,01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117명보다 3.3%(104명) 줄었다. 그러나 질병을 포함한 재해 사망자 수는 8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4명보다 32.8%(21명) 증가했다.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56명으로 지난해(24명)보다 64.7% 늘었다. (서울경제신문 2011.12.22.자 기사) 3) 사망자수의 1만배를 전체 근로자 수로 나눈 값. 전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중 산업재해로 사망한 근로자가 어느 정도 되는지 파악할 때 사용하는 지표
4) 한국경제신문 2011.7.3.자 기사 5) 연합뉴스 2008.7.26.자 기사문
6)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세계각국의 산업안전보건법 형사처벌제도와 처벌사례연구, 2009 참조
7) 최고경영층의 역할을 담당하는 자의 의미는 조직의 경영 활동을 하며, 중요 부분의 총괄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자를 말하고, 조직경영 및 활동을 실제적으로 총괄하는 자를 말한다.
2012년 노동자 건강권 포럼이 이번주 주말 (2012.2.4~ 2.5)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열립니다.
매우 다양한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듣고 토론할 수 있는 소중한 자리입니다.
이러한 다양한 프로그램 중, 노동건강연대에서 준비하고 있는 섹션을 알려드립니다.
주제 : 2012 운동전망 / 2012년 새로운 시각으로 노동자 건강권 바라보기
일시 : 2012년 2월 4일 오후 6:40 ~ 9:10
발제 : 안에서 밖으로 시야를 확장하는 패러다임의 변화, 노동자 건강권
임준 / 노동건강연대 집행위원장
토론 1 : 건강을 보는 두 가지 시선 - 공장 안과 공장 밖 /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토론 2 : 우리는 왜 환영받지 못 하는가 - 다수의 이해를 대변하는 운동이 되려면?
유성규 / 노무사, 이주노동자인권모임
토론 3 : 건강권 운동은 비정규노동자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가 - 돌봄노동자 운동의 경험
최경숙 / 병원노동자 희망터 소장
노동건강연대 회원 여러분과, 노동자 건강권에 관심있는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