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서]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시민사회노동단체의 입장
보건의료 영역에서 빅데이터는 공중보건, 공익적 연구, 임상 치료 영역에서 공공적 가치를 실현하는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제시되고 있는 그 가능성은 공공적 가치보다는 산업적 활용을 전제로 예시되고 있으며, 그로 인한 성과가 공공적 가치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선순위가 뒤바뀐 방식으로 제기되고 있다. 산업 발전 영역조차도 데이터 및 기술 자체의 문제나 여러 가지 사회적 장벽으로 인해 빅데이터 활용의 효과, 효용 등에 대한 평가는 더 많은 논의와 검증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반면 효과, 효용 등이 불확실한 것에 견줘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으로 인한 개인 정보인권 침해 가능성과 윤리적·사회적 문제, 그리고 그로 인한 건강불평등의 가능성은 보다 현실적이다. 여러 우려 목소리를 수렴해 최근 복지부가 ‘시범’ 사업으로 제한하고, 공공 기관이 수집한 정보로만 제한하겠다고 내놓은 수정된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사업 역시 개인정보 주체의 별도 동의를 받지 않고, 현재 법적 근거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우리는 원칙적으로 학술 연구 및 공공정책의 개발을 위해 개인 건강정보가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활용은 개인의 정보인권이 침해되지 않을 수 있는 적절한 안전장치의 구축이 전제되어야 한다. 개인정보의 보호와 안전한 활용을 보장할 수 있도록 관련 법제와 데이터 거버넌스 체제가 정비될 필요가 있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은 이러한 거버넌스 체제 내에서 운영되어야 한다. 시범사업은 이러한 데이터 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하고, 공익적인 효과 및 위험성에 대한 분명한 평가를 통해 거버넌스 체제를 개선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이에 우리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과 관련한 법제도 개선 및 거버넌스 구축 방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의견을 밝힌다.
1. 개인 (건강)정보의 보호와 활용을 위한 법제도 정비
개인정보 관련 법제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을 경우, 정보주체는 개인정보의 활용 과정에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보호될 것이라는 신뢰를 갖기 힘들다. 특히, 개인 건강정보는 가장 민감한 정보의 하나로서 유출되거나 오용될 경우 개인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보건의료 법제는 개인 건강정보에 대한 적절한 보호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 예컨대, 국민건강보험공단, 심평원 등은 수십 종의 개인 건강정보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고 수십억 명의 개인정보를 준영구적으로 보유하고 있지만, 해당 개인정보 수집의 법적 근거, 수집된 개인정보 범위의 적절성, 보유기간 등에 대한 법적 규율은 미비한 상황이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이전에 개인정보 보호원칙(목적적합성, 최소수집 등)을 준수하는 방향으로 보건의료 관련 법제가 정비되어야 한다.
연구 목적으로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일반법인 개인정보보호법 역시 정비가 필요하다. 제18조 2항 4호에서 통계작성 및 학술연구 등의 목적을 위해 개인정보의 목적 외 이용을 허용하고 있지만, 해당 조항의 해석에 있어 많은 논란이 있으며 학술연구 목적으로 활용할 경우의 안전조치 등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공익 목적의 아카이브, 학술연구 및 통계 목적으로 개인정보의 활용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더라도 적절한 안전조치를 취해야 함을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독립성 및 권한을 강화하여,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감독기구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나 개인정보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산업 진흥의 역할도 수행하거나 독립성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에 감독기구로서 제 역할을 하리라 기대하기 힘들다. 합당한 권한을 가진 독립적 감독기구가 존재할 때,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정보주체의 신뢰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역시 명확한 법적 근거 하에 추진되어야 한다. 플랫폼 구축을 위한 기술 개발, 거버넌스 체제의 구축, 사회적 공론화 과정, 시범적 데이터의 제공 및 평가 등 시범사업의 추진은 법제 정비와 동시에 진행할 수 있겠지만, 본격적인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의 운영은 관련 법제가 정비된 이후에 시작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개인정보의 불법적 활용이라는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관련하여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에 따라 개인정보를 연계 처리한 업체 및 공공기관이 고발된 바 있다.)
보건의료 빅데이터의 연구 목적 활용을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 상의 일반적 규정 외에도 보건의료 데이터 거버넌스를 위한 별도의 규율이 필요하다. 아래에서 보다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데이터의 보호 및 활용의 원칙, 연구 제안서의 심사 등을 위한 거버넌스 기구나 절차가 법적으로 규정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법제 정비 과정에서 숙의 민주주의적 절차, 공청회, 토론회, 다양한 층위의 사회적 대화 등 관련 정보를 제공한 상태에서 숙고를 거쳐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 여부 및 조건에 대한 다수 국민의 의사를 충분히 확인하는 과정을 먼저 거쳐야 한다.
2. 보건의료 데이터 거버넌스 체제 구축
관련 법제와 더불어 개인정보의 보호 및 안전한 활용을 위한 보건의료 데이터 거버넌스 체제가 구축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거버넌스 체제는 관련 법제 및 세부 지침에 반영되어야 한다.
가. 연구 제안서에 대한 엄격한 평가가 필요하다.
연구를 목적으로 개인 건강정보의 수집 목적 외 활용을 허용하더라도, 해당 연구의 공익적 가치와 프라이버시 침해 위험성에 대한 엄격한 평가가 수반되어야 한다. 개인정보보호법에서 일정한 안전조치를 전제로 학술 연구 및 통계 목적으로 가명(혹은 익명)화된 개인 건강정보를 제공하더라도, 개별 사례에서 어떠한 연구가 이에 해당하는지 법에서 일률적으로 규정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특정한 연구 프로젝트를 심의할 수 있는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연구평가위원회가 구성될 필요가 있다. 연구평가위원회는 해당 연구의 학술적 가치, 해당 연구가 개인정보에 미치는 영향, 연구기관 및 연구자의 신뢰성, 연구 제안서의 완성도 등의 기준에 입각하여 허용 여부를 엄격하게 평가해야 한다. 이러한 연구평가위원회에는 시민사회가 추천하는 위원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해당 연구가 공익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연구 결과물은 공개되어야 한다.
연구평가위원회는 단지 데이터 제공의 허용 여부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제공의 필요성 및 그 범위도 평가하고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학술 목적으로 개인정보 제공할 때에도 가능하다면 정보주체의 동의에 기반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동의를 얻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지나치게 비용이 많이 들거나 기술적으로 어려운 경우 정보주체의 동의없이 제공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가명화 조치를 포함하여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안전조치를 해야 한다. 또한, 익명화된 형태로도 연구가 가능하다면 익명처리하여 활용해야 한다. 즉, 연구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만이 제공되어야 한다.
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안전조치가 전 과정에서 구비되어야 한다.
책임성 있는 연구기관 및 연구자에게만 데이터가 제공될 수 있도록, 연구자들은 개인정보 및 보안 요구조건에 대한 교육·훈련을 받아야 하며, 정부는 이를 뒷받침할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교육·훈련은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직원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
개인정보의 침해 시 합당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연구자와 계약이나 이용약관을 체결해야 한다. 또한, “이해관계 상충(Conflict of Interest)”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책임 연구원 포함 모든 공동 연구원에게 “Disclosure statement”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연구를 허가받더라도 데이터셋 자체를 다운로드 받거나 파일로 제공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서는 안 된다. 데이터 보안을 위한 설비가 구축된 안전시설("safe havens")에서 데이터에 접근해야 하며, 이용 기록을 모니터링함으로써 데이터 유출 및 목적 외 사용의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데이터 보유기관, 안전시설 등에서의 데이터 보관 및 전송 과정의 보안을 위한 기술적, 물리적, 관리적 보안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이러한 안전시설은 데이터 보안만이 아니라, 데이터 분석도구의 제공이나 컨설팅 등 연구 지원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자가 연구 결과물을 안전시설에서 갖고 나가기 이전에 연구 결과물이 의도하지 않게 개인정보를 포함하거나 노출할 위험성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다. 데이터 연계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은 통합 데이터를 보유하지 않으며, 단지 각 데이터 보유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에 대한 접근 및 연계를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데이터 연계는 “신뢰할 수 있는 제3자(Trusted Thired Party, TTP) 모델"과 같이 데이터 보유기관, 연계기관, 제공기관, 연구자 등이 개인정보에 대한 접근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데이터 연계를 위한 연계키로서 비록 암호화된 형태더라도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서는 안된다. 이미 현행 법제는 주민등록번호를 법령에 근거가 있는 경우에만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개인정보보호법 제24조의2) 궁극적으로 주민등록번호는 번호 체계도 변경되어야 하고 수집 및 처리의 범위도 제한되어야 하는 바,보건의료 빅데이터 처리를 위해 주민등록번호에 의존해서는 안된다.
참고로, 유엔 <통계 및 관련 연구 목적을 위해 수행되는 데이터 통합의 기밀성 관련 원칙과 가이드라인>(여기서 통합은 연계와 유사한 의미이다)에서는 명확한 법적 보호가 존재하지 않을 경우, 국가통계기구는 자연인 및 법인과 관련된 데이터 통합을 하지 말 것, 합리적이고 실행 가능하다면, 데이터 제공자의 동의를 얻을 것, 목적을 위해 필요한 데이터만이 승인된 데이터 통합 작업을 위한 데이터셋에 포함되어야 함 등을 데이터 연계와 관련된 원칙들을 제안하고 있다.
라. 정보주체의 거부권
연구 목적의 제공시 정보주체의 동의권이나 열람권 등이 제한될 수 있으나, 자신의 개인정보가 애초 수집 목적 외로 사용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의 경우 애초에 거부권(Opt-out)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해당 기관은 보유 정보가 연구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고지하고, 정보주체의 요청이 있을 경우 해당 개인은 연구 목적 제공에서 제외할 수 있을 것이다.
마. 거버넌스 기구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감독
보건의료 빅데이터 사업의 정책, 원칙 등을 결정할 거버넌스 기구가 필요하다. (이는 연구평가위원회와 별개로 구성될 수도 있고, 통합될 수도 있다.) 이 거버넌스 기구는 시민사회, 노동단체를 포함하여 다양한 이해관계자 주체로 구성될 수 있다. 거버넌스 기구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사업에 대해 개인정보 영향평가를 수행해야 하며, 정책 및 운영원칙의 수립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수시로 협의할 필요가 있다.
3. 투명성과 시민참여
투명성과 시민참여는 사회적 신뢰 구축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관련 법제의 정비에서부터 보건의료 빅데이터 시범사업의 목적, 범위, 내용, 방법, 절차, 거버넌스 체제 등 전반에 걸쳐 정보주체인 시민과 환자, 시민사회 및 노동단체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관련 정책, 지침, 가이드라인은 투명하게 공개되고 이에 따라 운영함으로써 정부의 자의적인 판단과 개입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연구 제안서에 대한 심의, 채택, 결과물 등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의 전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어 항상적으로 모니터링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의 실효성 및 개선점을 면밀하게 평가할 수 있다.
4. 시범사업의 신중한 추진
시범사업은 법적 근거가 없이 추진되는 것인만큼, 위험성이 적고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있는 부분부터 가능한 신중하게 추진되어야 하며, 이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본 사업의 추진 여부 혹은 미비점 보완을 진행해야 한다.
가. 제공되는 데이터셋의 제한
시범사업을 통해 제공되는 데이터는 다양한 목적으로 정부 혹은 공공기관이 기왕에 수집, 보관하고 있는 공공 보건의료 데이터셋에 한정해야 한다. 이 데이터셋 중에서도 개인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유전정보가 포함되어 있는 데이터셋은 제외한다. 의료기관에서 자체적으로 수집, 보관하고 있는 다양한 개인 건강정보의 활용, 모바일 기기나 웨어러블 기기 등을 통해 수집·보관되는 다양한 개인 건강정보의 활용, 인터넷·SNS 등을 통해 수집 가능한 다양한 개인 건강정보 등의 활용 등은 보건의료 빅데이터 시범사업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예를 들어, 의료기관에서 전자의무기록 뿐 아니라 다양한 의료기기 등을 통해 수집한 건강정보를 다른 빅데이터셋과 연계하여 연구를 수행하려 하는 경우, 모바일 기기·웨어러블 기기 등을 통해 수집된 건강정보를 다른 빅데이터셋과 연계하려는 경우, SNS 등을 통해 수집된 개인 건강정보를 다른 빅데이터셋과 연계할 경우 등 민간 영역의 데이터셋의 활용은 보건의료 빅데이터 시범사업에서 제외한다.
나. 연구 목적의 제한
시범사업에서는 공중보건과 관련된 사회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연구로 한정되어야 한다. 여기서 ‘공중보건’이라 함은 국민 다수의 건강과 관련된 것으로서, 건강 수준(유병률, 장애율 등), 건강 결정 요인, 보건의료 요구, 보건의료 자원 할당, 보편적 의료 보장의 제공, 보건의료 재정, 사망원인 등을 말한다. 공중보건과 관련된 연구라 할지라도 사회정책적 목표가 불확실한 연구나, 보건의료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 연구의 결과가 특정 사업주, 보험회사, 제약회사 등 제3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 명백한 연구, 시장분석이나 마케팅을 목적으로 한 연구는 제외한다.
건강과대안,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노동건강연대, 무상의료운동본부, 사회진보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진보네트워크, 오픈넷, 참의료실현을위한청년한의사회
[논평]
보건의료단체연합 메르스 사태에 대한 일일 논평
1.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정부 후속대응 조치에 대한 논평
2. 새누리당 메르스 사태 관련 ‘원격의료’ 추진에 대한 논평
[논평 1]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정부 후속대응 조치에 대한 논평
오늘(6월 8일)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감염된 메르스 환자가 34명으로 늘어났다. 아마 이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거쳐간 환자들에 대한 추적조사와 격리조치가 뒤늦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론에 밀려 삼성서울병원 (원장 송재훈)이 기자회견을 개최했지만, 뒤늦은 자체 격리 현황만 발표되었을 뿐, 신속한 격리가 이뤄졌는지 여부와 추적조사 대상이 빠짐없이 포함된 것인지 질병관리본부로부터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못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하려 시도하고 있으나 삼성서울병원이 거부하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복지부가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격리된 숫자 외 자체 역학조사 결과조차도 받지 목하였다고 강력하게 비판한 바 있다. 제대로 된 메르스 감염원인과 메르스에 노출된 환자와 의료진에 대한 보호가 이루어지려면 공신력 있는 정부기구가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국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약칭 감염병예방법)> 18조는 감염병 역학조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① 질병관리본부장,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감염병이 발생하여 유행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면 지체 없이 역학조사를 하여야 한다.② 질병관리본부장,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역학조사를 하기 위하여 역학조사반을 각각 설치하여야 한다. ③ 누구든지 질병관리본부장,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실시하는 역학조사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 또는 방해하거나 회피하여서는 아니 된다.
따라서 질병관리본부는 집단으로 메르스 감염환자를 내고 있는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구체적인 역학조사 계획을 밝히고 이를 근거로 정부가 직접 나서 공신력 있는 잠재적 감염 전파자에 대한 완전한 추적조사를 진행해 감염에 대한 예방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삼성서울병원은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한 관계기관의 역학조사에 대하여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거나 방해해서는 안 된다.
[논평 2] 새누리당 메르스 사태 관련 ‘원격의료’ 추진에 대한 논평
오늘 8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서 유승민 원내대표와 김무성 대표는 메르스 사태와 관련하여 원격의료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오늘 구성되는 여야 메르스 대책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유승민 원내대표의 발언은 정말이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정부가 메르스 감염에 대한 초기 대응조차 제대로 못한 상황에서 원격의료를 통한 메르스 대책을 언급하는 집권여당 두 대표의 수준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비상사태가 되고 있는 이 마당에도 삼성을 비롯한 재벌기업의 돈벌이를 걱정해줄 수 있다는 것이 황당할 뿐이다.
두 대표가 주장하는 원격의료 모니터로는 감염병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없다. 또한 원격으로 음압병상과 격리병상을 확보할 수도 없다. 결국 원격의료는 감염병 발생시 거의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오히려 이번에 드러난 것은 한국 의료체계가 공공의료와 방역체계에 투자하지 않아 격리시설조차 제대로 확보를 못하고 있고 감염병 관리 인력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부족한 공공의료가 방역에 구멍을 뚫고 만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 한국에 주치의제도가 있어 주치의가 환자의 여행력 등에 대한 자세한 병력청취를 하고 초기에 환자에 대한 진단을 해서 감염병 전문의가 있는 병원으로 의뢰를 했더라면 이 모든 메르스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감염환자들이 병원을 돌아다닐 수 밖에 없었던 것을 원격의료 도입으로 해결 할 수 있는가?
혹시 새누리당은 현재까지 주로 병원 내 감염이 발생하였기 때문에 원격의료를 하자고 주장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더욱 황당하고 무지한 주장이다. 병원 내에서 감염된 환자들은 응급실 또는 병동에 입원한 환자들이었다. 응급한 처치를 필요로 하거나 입원이 필요한 환자들이 원격으로 치료받을 수는 없다.
사실상 지금 메르스 확산 사태가 의미하는 것은 그동안 한국 의료가 공공적으로 모습을 갖추지 못하고 의료민영화·상업화 일로로 질주한 결과 그 자체의 참담함이다. 원격의료는 바로 주치의제 도입, 공공병원 확충 등 공공적 해결책이 아닌 상업적 의료로의 방향, 공공의료에 쓸 자원을 상업적으로 돌리려는 재벌기업의 시도이다.
새누리당은 메르스로 모든 국민들이 불안에 빠진데에 대해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재벌기업에게 이 형국을 이용해 무어라도 하나 더 퍼줄까를 생각할 것이 아니라 메르스 사태를 막기 위한 모든 정부 조직의 역량을 동원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
2015. 6. 8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확실한 조치없는 구멍숭숭대책, 정부는 "갑"에게 책임을 확실히 지우라
ㅡ 노동부 중대화학사고 예방대책 논평
고용노동부는 오늘(5월22일) ‘중대 화학사고 등 예방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화학사고와 원하청관계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것이다. 이 대책의 주요 내용은 사고 발생시 사법 및 행정 처리 확대, 도급시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 유해, 위험작업 범위 확대, 원청의 안전보건관리 책임 강화, 화학물질 취급사업장에 대한 체계적 관리 대책 등이다.
이번 대책은 최근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중대재해의 원인을 제대로 짚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고용노동부가 분석한 대로 최근 사고는 사업주의 안전 경영 의식 부족, 위험의 외주화 경향 확대, 안전보건 의무 위반에 대한 처벌 수준 미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이번 대책은 그러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고 대책의 방향은 잘 잡았지만, 개선 대책의 수준이 미진하기 때문이다.
안전수칙 미준수로 화학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사법처리, 특별감독, 작업중지 명령을 확대, 시행하겠다고 했지만, 현형 법상 이러한 처벌은 실효를 거두기 힘들다. 고용노동부가 아무리 엄하게 처벌하려 해도 법원은 안전수칙 미준수 사업장에 가벼운 벌금형을 내리기 일쑤이다. 이는 현행 법제도의 허점이다. 그러므로 실질적으로 사업주, 특히 기업 경영에 책임이 있는 CEO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법 체계의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를 위해 ‘기업살인법’ 제정이 필요함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위험한 작업을 외주화하여 관리 능력이 없는 하청업체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내놓은 대책 역시 부족하다.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 도급 작업 대상을 확대하고 인가 요건을 강화하며 사후관리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유해작업은 아예 도급을 주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아무리 인가 요건을 강화해도 서류 작업 혹은 생색내기로 이러한 요건을 충족할 여지가 충분하다. 그러므로 진정 원청이 안전보건 위험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려면 유해, 위험 작업은 원천적으로 도급을 금지하는 법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원청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원청의 조치의무 장소를 확대하고 원청의 의무내용이 추가되었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동일한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의 경우 안전보건상의 조치 전체가 원청의 의무가 되어야 한다. 하청업체에게 유해, 위험정보를 제공하고, 하청업체의 법령 준수를 지도하는 것 정도로는 사고 예방이 되지 않는다. 하청업체가 위험을 관리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적어도 안전보건상의 사업주 의무는 전적으로 원청이 지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최근 잇따른 대형사고로 사업장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다. 이러한 사회적 관심이 실질적 사고 예방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고용노동부의 대책이 보다 근본적이 되어야 한다. 확실한 조치없는 대책, 정부는 "갑"에게 책임을 확실히 지우라.
2013. 5. 22
노동건강연대
인도 대법원의 노바티스사의 특허 독점에 대한
불허 판결을 환영한다.
- 노바티스의 패소는 전 세계 민중들의 승리!-
▲ 인도 대법원 관계자가 노바티스 특허권 기각 판결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 http://timesofindia.indiatimes.com/ 화면 캡처]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69840 참세상 재인용)
4월 1일(인도 현지) 인도 대법원은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노바티스사의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특허권 요구 소송을 기각했다. 이로서 전 세계 이목을 끌었던 글리벡 특허권 소송은 노바티스사의 패배로 끝났다. 이것은 거대 제약회사의 폭리로 고통 받는 전 세계 가난한 민중들의 승리다.
이러한 역사적인 승리는 200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05년 노바티스사는 인도 정부에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의 특허를 요구했지만 인도는 자국의 특허법을 근거로 노바티스사의 글리벡 특허를 인정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인도 특허법은 제약회사가 특허를 계속 유지시키는 방법 중에 하나인 ‘에버그리닝’ 즉 ‘제약회사들이 기존의 의약품에 사소한 변화를 가하여 특허기간을 연장하여 복제약 생산을 억제하고 약값을 높은 상태로 유지하려는 행위’를 방지하고 있기 때문이다.(인도 특허법 3(d)).
에버그리닝은 의약품의 효능 효과와 상관없이 특허를 지속하도록 해 각국 정부의 의약품 지출비용을 높이고 환자들에게는 높은 약값 부담을 가중시키는 조치다. 이에 반해 인도 특허법은 모양만 살짝 바꾸거나 밀가루보다 효능이 있으면 새로운 특허를 주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약제보다 개선된 효능이 있어야만 특허를 인정하는 진보적인 법률이다. 그동안 이 법률로 인해 인도는 거대 제약회사의 사실상의 ‘거짓 특허약’에 대해 1/10도 안되는 가격으로 복제약을 생산할 수 있었다.
노바티스사는 인도 특허법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인도 특허법 자체에 소송을 제기 했고, 결국 8년의 법정 다툼 끝에 인도 대법원은 노바티스사의 소송을 기각했다. 거대 제약회사들도 인도 특허법은 신약 개발에 대한 의욕을 꺽는 것이라며 노바티스의 소송을 지지하고 인도 특허 당국을 압박해 왔다.
인도 대법원은 노바티스가 주장한 글리벡 특허 신청이 기존의 약물을 조금 변형한 것일 뿐 새로운 치료제라고 보기 어렵고, 노바티스가 주장한 것처럼 ‘인체에 흡수되는 효능’ 의 차이 때문에 특허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최종 판결했다.
만약 인도 대법원이 노바티스사의 글리벡 독점 특허를 인정했다면 한 알에 23,040원 하는 글리벡만을 인도 내에서 독점 판매하게 되고, 인도 제약회사가 만든 값싼 복제약 (약 2400원)은 판매가 중단되었을 것이다. 인도 낫코사가 만든 비낫의 경우 글리벡과 동일한 효과를 내는 치료제인데 외국 환자들에게 한 알에 2달러에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리벡은 한국에서도 매우 잘 알려진 약이다. 글리벡이 한국에 수입되었을 때 한국에서도 한 알에 24000원 가량을 요구하는 노바티스사 때문에 만성백혈병 환자들이 거리로 나와 약값 인하를 주장하며 3년 넘게 시위를 벌인 바 있다. 백혈병 환자들은 증상에 따라 하루에 적게는 4-8알까지를 먹어야 했고 한달에 약값 만으로 300- 600만원이 들었다. 결국 약값이 인하 없이 건강보험 적용이 되어 현재 노바티스사는 글리벡 단일 약값만으로 건강보험재정에서 매해 1,000억원을 가져간다.
게다가 글리벡에 대한 치료 효과가 만성백혈병 환자에서 기스트(GIST) 환자까지 점차로 늘어나고 있고 완치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먹어야 하는 약이기에 약을 먹어야 하는 생존 환자들은 점차로 늘어나고 있어, 약값인하가 없다면 건강보험에서 노바티스로 가는 돈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전 세계 의약품 접근과 치료에 앞장서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는 인도를 ‘개발도상국의 약국’ 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가난한 나라의 수 많은 환자들에게 값싼 복제약을 공급하는 치료제가 인도에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120개국이상의 개발도상국에 공급되는 에이즈치료제 90%가 인도산 복제약이며 전 세계 에이즈치료제의 50%가 인도에서 공급된다. 또 항생제, 항암제, 혈압약, 당뇨약 등 전 세계의 20%의 복제약이 인도에서 공급되고 있다. 사실상 인도는 ‘세계의 약국’인 것이다.
인도 대법원 판결을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번 인도 대법원의 노바티스 소송에 대한 기각 판결은 인도 민중들과 인도 암환자들의 승리만이 아니라 ‘세계의 약국’을 지켜내기 위한 전 세계 민중들의 싸움이자 초국적제약사의 특허독점에 맞선 전 세계 환자들과 보건의료활동가들의 연대 투쟁의 승리이기도 하다. 또한 아프리카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가난한 나라들이 인도 대법원 판결을 환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보건의료인들은 인도 대법원의 역사적인 판결을 환영하며, 의약품 특허를 강화하는 한미FTA 등으로 국민들의 약값 부담을 높이고 있는 한국 정부가 이러한 인도 대법원 판결을 교훈 삼기를 바란다. (끝)
2013. 4. 3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노동부는 한우세트 받고 벌금 100만원 의견냈나
- 이마트 4명사망 고발인 노동건강연대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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