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이윤만을 앞세우는 기업과
규제완화・민영화 진행하는 정부
노동자․시민의 반복적인 죽음의 행렬을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으로 멈추자 !!
오늘은 4·16 세월호 참사 후 463일째를 맞는 날이다. 하지만 오늘까지 참사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조치인 ‘선체인양과 미수습자 수습’,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를 위한 안전한 사회 건설’ 그 어느 것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 온 국민의 투쟁으로 가까스로 통과된 특별법은 일방 예고된 ‘쓰레기 시행령’으로 무력화 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특별조사위원들이 임명장을 받은 지 6개월이 넘었지만, 특별조사위원회는 아직 경비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사고의 예방과 구조에는 더없이 무능했던 정부는 진실 규명의 방해 활동에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참으로 졸렬하고도 악랄하게 진상 규명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시민과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안전의무를 강화하고 재해발생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정부는 안전대책의 종합판에 해당하는「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 계획에는 기업의 안전조치 의무를 강화하는 정책적 조치는 제대로 담겨져 있지 않고 대신 기업의 안전투자를 활성화하는 방안만 가득 담겨져 있다.
정부가 재난 앞에서 보여준 모습은 매번 이런 식이었다. 세월호 이전에 있었던 수많은 산업재해와 재난사고들이 그렇게 잊혔고, 쏟아졌던 재발 방지 대책들은 그렇게 흐지부지되었다. 사고 직후 발표된 재발 방지 대책은 추진 과정에서 정치공방과 재벌기업의 로비로 누더기로 변해버려 결국 실효성을 갖지 못했다. 참사가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짐과 동시에 현실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참사는 반복되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상왕십리역 지하철 추돌사고,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전남 요양병원 화재, 판교 테크노 벨리 환풍구 붕괴, 오룡호 침몰사고, 의정부 아파트 화재 등의 대형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반복적인 산재사망과 재난사고의 원인은 기업의 탐욕과 이윤추구에 있다. 정부는 규제완화를 통해서 위험을 양산하고, 기업들은 더 많은 돈을 더 벌기 위해서 노동자와 시민들의 안전을 무시하고 위협하고 있다. 기업은 위험한 업무는 하청에게 넘기고, 안전관리는 대행기관에게 넘기고 있다. 노동현장의 무너진 안전시스템은 노동자를 병들고 죽게 만들었고, 시민도 이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만들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 중 산재사망 1위, 반복적인 대형 재난사고의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얻게 만들었다. 이러한 사고에 대해 기업에 부과되는 벌금은 최대 수천 만 원에 불과하고, 기업의 최고책임자나 원청 대기업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오늘 우리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발표한다. 이 법은 경영책임자와 공무원에게 사업수행이나 사업장 관리시 재해를 방지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이를 위반하여 시민과 노동자에 대해 재해를 발생시킨 경우 엄하게 처벌되도록 하고 있다. 기업 자체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정도로 강력한 처벌이 행해지도록 하고 있다. 기업 내의 ‘위험을 방치하는 조직구조 또는 조직문화’가 대형 재해의 원인임을 직시하여, 경영책임자가 안전조치의무 위반을 직접 지시하거나, 그러한 위반이 행해지고 있음을 알면서도 방치・묵인・조장한 경우에는 기업에 대한 처벌의 수위가 가중되도록 하고 있다. 위와 같은 처벌을 함에 있어서 그 피해자가 정규 노동자인지, 하청 소속 노동자인지, 특수고용형태 노동자인지, 아니면 이용자인 시민인지를 가리지 않았다. 기업 활동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보호대상자임을 분명히 하였다.
이 법은 돈을 더 벌기 위해서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기업의 행위는 반드시 규제되어야 한다는 점을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다. 또한 기업의 무분별한 이윤 추구 과정에서 시민과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훼손시키는 행위는 살인행위에 해당하고 그에 책임있는 기업과 경영책임자와 공무원은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응분의 정의로 생각하고 있다. 무차별적인 위험 전가 행위를 근절시키려면 실질적인 위험을 야기한 당사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있어야 한다는 점을 마땅한 도리로 삼고 있다.
우리는 이런 취지와 정신을 담고 있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의 제정 운동을 시민과 노동자들의 탄식과 분노를 모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임을 이 자리를 빌어 엄숙히 선언한다. 가족을 잃은 시민에게 남은 생은 없고, 노동할 사지를 잃은 노동자에게 꿈꿀 미래는 없다. 책임지지 않는 가해자를 용서할 수 없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정부와 기업을 신뢰할 수는 없다. 우리는 이 법을 통해, 남은 생과 꿈꿀 미래와 용서와 신뢰를 쌓고 다져 나가고자 한다. 이 법은 올바르고 절박하기에 반드시 현실에 존재하게 될 것이다.
2015년 7월 22일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연대
416연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공공교통네트워크, 노동건강연대,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녹색당, 민주노총,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반올림, 보건의료단체연합,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사회진보연대, 알권리보장을위한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 천주교인권위원회, 세월호국민대책회의존엄안전위원회, 안전사회시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일과건강, 정의연대, 참여연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주요내용
Ⅰ.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연대는?
□ 참여하는 단체
● 416연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공공교통네트워크, 노동건강연대,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녹색당, 민주노총,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반올림, 보건의료단체연합,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사회진보연대, 알권리보장을위한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 천주교인권위원회, 세월호국민대책회의존엄안전위원회, 안전사회시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일과건강, 정의연대, 참여연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2014년 9월부터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존엄안전위원회에서 '기업살인법' 제정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였고, 2015년 4월 28일 국회토론회를 계기로 제정연대를 공식화하기로 하였습니다.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연대는 416연대 안전사회위원회 소속으로 더 많은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할 것입니다.
Ⅱ. 제안이유
□ ‘세월호 참사’는 규제되지 않은 자본과 대안도 없이 공적인 안전 기능을 해체하기 시작한 국가의 무능·무책임이 낳은 위험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사례 중 하나입니다. 기업이 이득을 취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에 대한 비용은 노동자·시민 모두에게 전가되고 있고, 정부는 수수방관하고 있습니다. 이 땅에서 수많은 산업재해와 대형재난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여 안타까운 생명들이 사라져 간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 '세월호 참사'의 아픈 교훈은 생명과 안전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기업과 정부 관료는 반드시 처벌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책임을 묻는 과정이 분명해져야, 위험이 전가되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사고를 유발한 기업과 정부에 조직적 책임을 묻는 〔시민・노동자 재해에 대한 기업・정부 책임자 처벌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윤보다 생명이 우선인 세상을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Ⅲ. 주요내용
□ 이 법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져 있는가?
● 이 법의 취지는 사업장에서나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에서나 다중을 상대로 하는 공연 등이 행해지는 장소에서 사람이 다치거나 죽는 경우에 그에 실질적인 책임이 있는 개인사업주, 법인이나 기관의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기업) 자체를 처벌하여 이들로 하여금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향후 철저한 재발 방지 조치를 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 왜 이 법이 제정되어야 하나?
● 우리 사회에는 다수의 사람이 다치거나 죽는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 중 많은 사고가 더 많은 이익을 위해 더 많은 위험을 감내한 것으로 인해 발생하였습니다. 세월호 침몰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도 이윤을 위해 안전을 도외시한 채 무리한 운행을 강행한 청해진 해운의 탐욕 때문입니다.
● 그런데 청해진 해운 대표이사인 김한식은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배임횡령 등으로 징역 7년형만 선고 받았습니다. 304명의 생명을 앗아간 기업의 책임자에게 현재의 법제도가 물을 수 있는 책임의 한계가 이 정도인 것입니다. 이는 세월호 뿐만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기업이나 정부 관료가 의무사항을 소홀히 해 산업재해가 발생하거나 재난사고로 시민들이 목숨을 잃어도, 환경에 피해가 발생해도 이들이 처벌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생명보다 돈을 우선시한 사람과 법인을 처벌하는 특별법이 있어야 합니다. '안전 의무 위반'은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환기되어야 하고, 이는 416 이후 달라진 한국사회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이들의 책임과 의무를 분명히 하고, 이들을 강하게 처벌할 수 있는 별도의 법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 이 법은 어떤 경우에 적용되는가?
● 개인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소유·운영·관리하는 사업장과 다중이용시설 등에서 종사자, 이용자 또는 그 밖의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하였을 때, 즉 산업현장과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에서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이 법은 적용됩니다.
□ 사업주와 법인 또는 기관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 이들이 이익을 위해 사람이 죽거나 다칠 수도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생명보다 돈을 우선시하여 자신의 권한을 잘못 행사한 사람에게 그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합니다.
□ 사업주와 법인 또는 기관의 경영책임자는 어떤 경우에 처벌되나?
● 이들에게는 산업현장과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에서 종사자나 이용자나 일반 시민이 죽거나 다치지 않도록 위험을 방지할 의무가 있는데, 이들이 그 의무를 위반하여 위 종사자 등을 죽거나 다치게 하였을 때 처벌됩니다. 그리고 산업현장과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에 있는 시설물·장비·차량·화학물질의 결함이나 그 관리와 운용의 소홀로 인하여 위 종사자 등을 죽거나 다치게 하였을 때에도 처벌됩니다. 다만 이런 경우에는 이들이 그 사고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처벌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는 어느 정도의 처벌을 받게 되나?
● 사고의 결과에 따라 처벌이 달라집니다. 사망자가 2명 이상 발생한 경우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사망자가 1명 발생한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에, 3개월 이상의 요양이 필요한 부상자와 질병자가 동시에 2명 이상 발생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3억원 이하의 벌금에 각 처합니다. 위 각 사고의 결과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중대재해’로 분류되고 있는 것입니다.
□ 기업을 처벌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 일반 형법에는 기업을 처벌할 수 있는 ‘양벌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 결과 사람이 죽거나 다쳤을 경우에도 일반 형법으로는 기업을 처벌하지 못합니다.
● 그에 반해 산업안전보건법, 식품위생법 등 특수한 분야의 형사 절차에는 ‘양벌규정’이 마련되어 있어 이런 법률을 위반한 경우에는 기업에게 벌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벌금액이 아주 미미합니다. 위 여수 산업단지 사고에서도 기업에 부과된 벌금은 고작 3,500만원입니다.
● 이런 현실 하에서는 기업이 사고 예방을 위한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할 유인이 매우 약합니다. 기업을 움직이는 이사와 주주는 아무런 손실을 입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업도 강력히 처벌해야 기업 자체가 사고 예방을 위한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 기업을 처벌하는 것이 가능한가?
● 지금도 많은 법률에서 ‘양벌규정’을 마련하여 기업을 처벌하고 있습니다. 특별규정이 마련된다면 기업을 처벌하는 것에는 법리상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 기업을 처벌하는 방법과 관련하여 학술적으로는 ‘종속모델’(행위자와 함께 처벌한다는 의미)과 ‘독립모델’(행위자와 별도로 처벌한다는 의미)이 논의되고 있는데, 이 법에서는 업무상 과실 또는 중과실을 행한 행위자가 처벌되는 것을 전제로 기업을 처벌하고 있으므로 위 ‘종속모델’을 따르고 있습니다.
□ 기업은 어느 정도의 처벌을 받게 되나?
● 기업은 원칙적으로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 받을 수 있습니다.
● 그러나 법인 또는 기관의 경영책임자가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을 범한 행위자에 대하여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사람의 생명·신체의 안전 또는 보건 상의 위험 방지 의무를 소홀히 하도록 지시하였거나 기업 내부에 사람의 생명·신체의 안전 또는 보건 상의 위험 방지 의무를 소홀히 하는 것을 조장·용인·방치하는 조직문화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업의 전년도 연 매출액의 1/10의 범위 내에서 벌금을 가중할 수 있습니다. 기업 내부적으로 위험을 창출하거나 용인하는 흐름이 있을 때에는 더 강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 공무원은 어떤 경우에 처벌되나?
● 산업현장과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에 대하여 위험의 예방 및 안전관리 의무의 준수 여부를 감독하거나 위 장소에 대한 인・허가책임이 있는 공무원이 그 책임을 소홀히 하여 사업장 또는 다중이용시설 등에서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때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한 공무원을 감독할 책임이 있는 지위에 있는 공무원도 위와 같은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Ⅳ. 입법 청원 과정 및 주요 활동 방안
□ 입법청원 운동은 어떻게 전개되나요?
● 7.22 수요일 416명과 416명, 총 832명의 목소리를 담아 입법청원운동을 시작합니다. 입법청원에는 강문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연대 집행위원장을 필두로 4․16가족협의회, 재난가족협의회, 4․16연대 운영위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연대 등 노동, 인권, 시민. 정치, 사회, 안전보건, 법률 단체 회원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 또한 18인의 국회의원(김상희, 김제남, 김현미, 박원석, 배재정, 서기호, 서영교, 신기남, 심상정, 우원식, 이미경, 이학영, 장하나, 전해철, 정진후, 진선미, 한정애, 홍익표)이 소개의원이 되어 7.22 수요일 입법청원에 함께 할 것입니다.
●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연대와 416연대는 이 법이 국회에서 발의되고 제정되기 위하여 전 국민적인 입법촉구 서명운동을 진행할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라라는 국민적 아픔을 함께 겪은 19대 국회가 이 법을 제정할 수 있도록 시민여러분 힘을 모아주십시오.
□ 주요 활동
● 아울러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연대는 기업과 정부에 의한 재난사고 및 산재사망사고의 범죄화를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입니다. 그리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취지와 역사적 의미에 대해 노동자 시민들과 함께 토론하는 자리를 꾸준히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지역과 노동현장에서 시민들과 노동자들과 항상 함께 하겠습니다.